임금은 임금철칙설에 따라 생존에 필수적인 적은 금액으로 고정돼 있어. 노동자들이 맨빵만 먹으면서 번식을 하는 데 꼭 필요한 금액만큼만...... 임금이 너무 내려가면 노동자들이 굶어죽지. 그럼 새로운 인력이 필요하니까 임금을 올리게 되는 거야. 반대로 임금이 너무 올라가면 넘치는 노동력 때문에 임금을 다시 깎게 되지...... 빈 뱃속이 그렇게 자연적으로 균형을 잡아나가는 거지. 그러니까 노동자들은 굶주림이라는 도형장에 영원히 갇혀 있는 셈인 거야. _ 에밀 졸라, <제르미날1> , p107/214


 에밀 졸라의 <제르미날>은 여러 갈등이 중첩된 소설이다. 탄광 노동자들과 자본가들의 대립, 노동 투쟁의 방법에 대한 에티엔과 플뤼샤르의 대립, 카트린을 사이에 둔 에티엔과 샤발의 갈등. 수많은 갈등의 교차 속에서 사람들은 때로는 기뻐하고, 때로는 분노하며, 다른 경우에는 슬퍼하면서 자신이 가진 소중한 것들을 점차 잃어간다. 


 양측이 서로 완강하게 버티는 동안 그 폐해가 날로 늘어나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자본가들도 그 피해가 막심했다. 파업이 하루 더 연장될 때마다 매일 수십만 프랑의 돈이 허공으로 사라지는 셈이었다. 더이상 가동하지 못하는 기계는 죽은 기계나 다름없었다. 연장과 장비는 녹슬고, 묶여버린 자본은 모래 속으로 스며드는 물처럼 점차 규모가 줄어들었다. _ 에밀 졸라, <제르미날1> , p186/214


 <제르미날>은 에티엔의 등장으로 시작되고 퇴장으로 마무리된다. 에티엔은 어둠 속에서 일자리를 찾아 추위에 떨면서 나타났고, 소설 속에서 여러 풍파를 겪고 다시 혼자가 되어 떠나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티엔의 퇴장은 결코 어둡지 않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어둠이라면 에티엔이 겪었던 좌절과 실패는 더 깊은 한밤중으로 표현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하마터면 쓸쓸했을 그의 퇴장을 밝은 미래에 대한 기대로 바꿔보낸다.


 지평선에서 찬란하게 떠오른 태양이 온 들판을 경쾌하게 깨우고 있었다. 금빛 물결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러가듯 거대한 벌판을 고루 비추었다. 이러한 생명의 온기가 점차 너르게 퍼져나가면서, 대지의 한숨과 새들의 노랫소리, 개울과 숲의 속삭임이 한데 뒤섞인 젊음의 전율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살아 있다는 건 참으로 기분좋은 일이었다. 낡은 세상도 다시 한번 새로운 봄날을 맞이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_ 에밀 졸라, <제르미날2> , p166/207


 그렇지만, 과연 실패한 탄광의 파업을 겪고 애인을 잃은 에티엔의 마음마저 밝을 수 있었을까. 과격한 혁명을 추구했던 수바린과도, '전략적 인내'를 강조한 라스뇌르와 대립하면서 마치 플라톤이 <국가>에서 제시한 이상적인 국가(國家)를 건설하는 철인(哲人)이자, 노동자의 세상이 만들어진 후 선양(禪讓)하겠다는 꿈을 꿨지만, 그의 이상은 너무도 높은 현실의 한계 속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더해 카트린을 둘러싼 샤발과의 진정한 '막장' 드라마의 삼각관계를 통해 사선을 넘나든 에트엔임을 고려해 본다면 결코 에티엔의 마음이 희망으로 가득찰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는 힘들다.


 그는 노동자들의 우두머리가 되어 그들이 자신에게 복종하고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것을 지켜보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그의 힘이 점점 커져서 마침내 승리의 그날이 도래하는 상상에 빠져들었다. 나아가 그는 자신이 소박한 위대함을 지닌 지도자임을 만천하에 보여주는 장면을 그려보기도 했다. 마침내 그가 세상의 주인이 되었을 때, 권력을 홀로 차지하는 것을 거부하고 민중의 손에 되돌려주겠다고 다짐하면서. _ 에밀 졸라, <제르미날1> , p170/214


 "난 집에 노모가 계셔...... 내겐 먹여 살려야 할 어린 자식들이 있어...... 이대로 굶어죽을 순 없잖나......"... 나를 제일 힘들게 하는 건, 레노르와 앙리가 갱에서 일할 수 있으려면 아직 사오 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거야. _ 에밀 졸라, <제르미날2> , p166/207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티엔에게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면 무엇때문일까. 현실이라는 높은 벽에 좌절된 이데올로기적 패배, 사랑의 상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티엔이 얻은 것. 여기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그의 온몸 근육 속에서 잠자고 있던 독, 조상 대대로 몸속에 쌓여온 알코올과 헛되이 싸워온 날들. 그러나 지금 그는 굶주림에 취해 있을 뿐이었다. 오래전 부모의 알코올중독에 대한 기억만으로도 그에겐 충분했다. 자신이 저지른 살인의 섬뜩함에 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는 것 같았다. 교육에 기인한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어떤 희열이 그의 가슴을 뛰게 했다. 마침내 충족된 욕망에서 오는 동물적인 기쁨 같은 것이었다. 그런 다음에는 일종의 자부심, 마침내 승자가 되었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_ 에밀 졸라, <제르미날2> , p158/207


 극한 상황에서 샤발을 죽이면서 그가 깨달았던 그의 본성(本性). <지킬박사와 하이드>에서 처럼 에밀 졸라가 에티엔의 배다른 형 자크 랑티에에게 몰아준 살인 본능과 같은 본성의 발견에 주목한다면, 비극적 결말에도 불구하고 에티엔의 밝은 퇴장도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


 <제르미날>은 자본과 노동의 대립이라는 큰 틀 안에서 수많은 인물들의 사상과 감정의 대립이 날카로운 작품이다. 치열한 대립을 통해 인물들과 환경의 한계가 드러나고, 잃어감과 슬픔으로 탄광 파업이라는 사건은 비극으로 마무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마지막을 마치 5월 아침 지저귀는 새소리의 청량함으로 채우며 더나은 내일에 대한 희망을 독자들에게 주려는 듯하다. 그렇지만, 그의 시대로부터 거의 120여년이 지난 지금,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보노라면, <제르미날>의 결론은 자신의 숨겨진 본성을 깨달은 에티엔의 작은 승리감 외에는 모두가 잃은 현재 진행형인 게임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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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이 없다는 트리플A등급의 보험을 구매하고 싶을 경우에는 20베이시스포인트(0.20퍼센트)를 지불한다. 그보다 위험이 높은 A등급의 보험은 50베이시스포인트(0.50 퍼센트)를 구매한다. 안정성이 훨씬 더 떨어지는 B등급의 보험을 구매할 때는 200베이시스포인트, 즉 2퍼센트를 지불한다. 마이클이 찾는 것은 기초 모기지 풀의 15퍼센트만 무너져도 가치가 0달러까지 떨어지는 트리플B등급이었다. _ 마이클 루이스, <빅 숏>, p91


 <빅 숏 Big short>은 세계 금융 위기 당시 숏(매도)포지션을 통해 큰 돈을 벌어들인 마이클 버리 등 투자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버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담보부증권(MBS)이 '부동산 불패'라는 신화에 근거한 약한 고리임을 간파하고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 신용부도스왑(CDS)을 구매하는 포지션을 취한다. 이와 함께 향후 닥칠 금융 위기 상황에 대비한 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롱(매입)포지션을 취함으로써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성공한다. 


 모두 똑같은 이야기를 했죠. 그들은 지난 60년 간의 부동산 추세를 증거로 내세워 주택가격이 전국적으로 일시에 떨어질 리가 없다고 말했어요... 서브프라임모기지 거래는 주택가격이 일시에 하락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가정에 기초한 것이었다.  _ 마이클 루이스, <빅 숏>, p147


  금융시장의 탐욕을 소재로 한 책이나 영화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한 <겜블>은 파생상품 매매로 인해 결국 파산을 맞이한 베어링스 은행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이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주가조작을 소재로 한 영화다. <빅 숏>과 <겜블>이 파생상품의 레버리지의 위력을 보여준다면,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주식시장에 자리한 인간의 욕망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조금 결이 다르다. 그렇지만, 이들 모두는 시장에서 자신의 예측을 실현시키는 과정을 통해 욕망을 충족시킨다는 점에서는 하나로 묶을 수 있을 것이다.


 100여 명만이 서브프라임모기지 채권에 대한 신용부도스왑을 거래하는 신규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들 대부분은 서브프라임모기지의 붕괴에 베팅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부동산 관련 주식이나 채권으로 구성된 자신들의 포트폴리오 위험을 회피하려고 서브프라임모기지에 대한 보험을 구매했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소수의 집단은 신용부도스왑을 이용해 서브프라임모기지채권 하나를 구매하는 동시에 다른 하나를 판매하면서 서브프라임모기지채권의 상대가치 relative value에 베팅했다. _ 마이클 루이스, <빅 숏>, p170


 한국시간으로 29일 오전 6시에 예정된 엔비디아(NVIDIA)의 실적 발표에 세계 금융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지난 7월 세콰이어 캐피탈(Sequoia Capital)에서 제기한 AI 거품론에 대한 의문에 대한 답을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실적을 통해 찾으려 하기에 내일의 발표는 AI 거품론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어쩌면 태풍 전야와 같은 고요함 속에서 투자자들은 저마다의 계산에 따라 롱(매수)과 숏(매도) 또는 롱-숏 포지션을 취하며 부지런히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시장의 관심은 이내 다른 이벤트로 옮겨가고 또 다른 욕망의 장(場)이 서겠지만, AI, 친환경 에너지, 반도체 등 시장 관심을 받는 주제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계속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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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스낼러티에 대한 나의 생각은 매우 간단하다. 그것은 당신의 자아, 즉 '당신임'의 본질은 당신의 뇌 안에 들어 있는 뉴런들 사이의 상호연결 패턴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p17)...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의식이 어떻게 뇌에서 나오느냐"가 아니라 "우리 뇌가 어떻게 우리를 우리로 만드느냐"다. _ 조지프 르두, <시냅스와 자아>, p31


 <시냅스와 자아>에서 저자는 뇌과학자로서 '자아'의 개념을 밝혀나간다. 세부적으로 생명의 특징을 결정하는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가 신경세포의 구조와 기능을 담당하는 단백질을 만들어 내고, 이렇게 만들어진 신경세포들은 시냅스의 연결강도 조절을 통해 LTP(장기강화, Long-term potentiation)를 유발하게 되고, 그 결과 형성된 기억들의 축적을 통해 자아(自我)는 형성된다.

 

 모든 유전자들의 효과는 후성적으로 나타난다. 말하자면 그것은 내부의 화학적 환경 안에서 여러 유전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단백질들 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것일수도 있고, 외부환경의 자극이 시냅스 활동을 유발하고 이것이 다시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들을 유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유전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단백질들은 다시 시냅스에서의 신경활동을 조절한다. _ 조지프 르두, <시냅스와 자아>, p166 


 시냅스전세포에서 분비된 글루타메이트는 암파 수용체와 NMDA 수용체 모두와 결합한다. 암파 수용체와 결합하면 시냅스후세포가 활동전위를 발화하게 되는데, 보통 세포들이 발화하는 것은 대개 바로 이 과정에 의해서다. 글루타메이트와 결합된 암파 수용체에 의해 시냅스 후 세포가 활성화되어 활동전위를 만들어 내게 되면 NMDA 수용체의 차단이 제거되며, 글루타메이트가 이 수용체 통로를 열어 칼슘이 세포 속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해준다. 그 결과로 LTP가 일어난다. _ 조지프 르두, <시냅스와 자아>, p249


 저자에 따르면 시냅스의 연결을 통해 만들어진 수많은 기억의 파편들이 모여 자아를 형성한다. 경험의 자극이 자아를 형성한다는 저자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자아는 지금 이 순간도 끊임없이 새롭게 생성될 것이다. 경험은 기억으로 축적될 것이며, 이후 외부 자극의 변화에 대한 기쁨, 슬픔, 즐거움, 노여움 등의 반응은 축적된 기억을 변화시킨다. 그렇게 굳어져가는 기억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외부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라는 사람'으로, '명사'로 인식되지만, 실상 그 사람의 존재는 '동사'로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경험은 종종 유전자에 대한 대조로 간주된다. 그러나 '경험'은 다양한 의미와 끝없는 암시들을 가진 복잡한 개념이다. 결과적으로, 경험의 역할은 유전자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경험이 어떻게 뇌를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더 넓게 이해할수록, 그것이 어떻게 정신질환에 기여하는지를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보았듯이 경험들은 뇌에 영향을 미쳐 학습 동안 하나 또는 여러 시스템들에서 시냅스 변화로서 저장되는데, 이것이 바로 시냅스 가소성 또는 학습과 기억에 대한 연구가 왜 중요한지를 보여 준다. _ 조지프 르두, <시냅스와 자아>, p490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감성(Sinnlichkeit)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고, 지성 (Verstand)을 통해 사고하며, 이성 (Vernunft)을 통해 지식 전체를 종합화함을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틀에서 근대철학에서는 감성, 지성, 이성를 정의하고 이들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어왔다. 마치 '겨울호랑이'라는 사람에 대해 규정짓듯. <시냅스와 자아>는 뇌과학을 통해 존재의 규정을 새롭게 한다. '명사'의 틀이 아닌 물리화학적 변화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밝히는 것. 그것이 이 책이 주는 의미가 아닌가를 생각해본다.


易與天地準,故能彌綸天地之道。仰以觀於天文,俯以察於地理。是故知幽明之故,原始反終,故知死生之說。精氣爲物,游魂爲變,是故知鬼神之情狀


 역의 이치는 천지를 준거로 삼는다. 그래서 역과 천지는 항상 대등하다. 그러므로 역은 천지의 도에 구석구석 아니 엮여 들어간 것이 없다. 역은 천지간에 꽉 차 있다. 역을 창조한 성인은 우러러보아 하늘의 질서를 체관하고, 굽어보아 땅의 이치를 체찰하였다. 그러함으로써 우주의 어둠과 밝음의 까닭을 깨달았다. 그리고는 시원을 탐구하여 종료되는 곳으로 돌아가 그 과정을 다 파악하였다. 그러니 자연히 죽음과 삶에 관한 모든 이치를 깨닫고 종교적 미망에서 벗어났다. 죽음은 죽음이 아니요 삶은 삶이 아니다. 우주적 생명의 연속만이 있는 것이다.... _ 도올 김용옥, <주역계사전>, p93


 이러한 변화는 역(易)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효(爻)와 괘(卦)를 통해 드러나는 수많은 변화가 역의 본질이지만, 우리의 인식은 순간적으로 선택하는 점괘에 머무르게 된다. 선택과 인식 사이의 짧은 순간 사이에 일어나는 수많은 변화가 있음을 알고 있다면 결국 점을 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작업이 아닐까. 어쩌면 건위천(乾爲天)과 곤위지(坤爲地) 사이에서 우리의 삶이 수화기제(水火旣濟)의 완성이 화수미제(火水未濟)의 미완성으로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역(易)의 본질은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조금은 엇나갔지만, 글의 마지막은 <시냅스와 자아>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옮기는 것으로 마무리짓는다. 저자 조지프 르두가 이 책을 쓴 것은 2002년이다. 그로부터 약 20년이 흐른 후 AI(인공지능) 혁명이 가능했던 것이 병렬컴퓨터 구조이며, NDIVIA의 HBM이 이를 바탕으로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본다면, 이 책이 가진 다른 의미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겠다...


 나는 그로부터 처음 병렬컴퓨터 parallel computer를 듣게 되었다. 병렬컴퓨터는 우리가 익숙한 표준모델과는 다르게 작동한다. 이 컴퓨터는 순서에 따라 한 가지씩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단계들을 동시에 처리한다. 병렬컴퓨터들은 보통 데스크탑 컴퓨터와 달리 많은 연산 처리 단위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기능이 가능하다. 주어진 작업들을 여러 처리 장치들에 분산시킴으로써 직렬컴퓨터보다 작업을 더 빨리 수행할 수 있다. 뇌도 병렬컴퓨터의 일종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그러나 뇌는 재고가 있어서 언제나 살 수 있는 기계와는 다르게 기능한다. _ 조지프 르두, <시냅스와 자아>, p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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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가 가장 절박하게 생각했던 문제는 귀속재산 처리였으며, 영토문제에 있어서 대마도를 기각한 대신 새로 독도, 파랑도를 요구했던 것이다. 즉, 독도문제는 대마도 요구가 기각된 다음에 제기되었으며, 요구될 때에는 파랑도와 함께 제시되었던 것이다.(p750)... 한국정부는 정치적 주장이었던 대마도 반환 요청이 기각된 이후 영토문제를 중시하지 않았다는 인상이 강했다. 파랑도를 주장한 데서 드러나듯이 정부 스스로 명확한 확증근거를 갖지 못한 지역을 한번 주장해보자는 정도의 결의를 갖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_ 정병준, <독도 1947>, p763


 광복절이 시작되는 새벽, 일왕 히로히토의 무조건 항복선언 방송을 다시 들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기미가요를 들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이번에는 여러 곳에서 독도 조형물이 사라지고 있는 참담한 상황이다. 해방 직후 일본과의 영토 반환 문제에 있어서 독도를 지키고자 했던 그들의 국부(國父)이승만 만도 못한 역사 인식을 가진 이들로 인해 끓는 마음을 다스릴 길이 없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54814.html


 그래서 인공지능에게 물어봤다. 한국어로 물어보면 대한민국영토라고 답할 것 같아서 굳이 일본어로 물어봤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Q : 다케시마는 일본영토입니까?


A : 아니요, 다케시마는 한국의 영토입니다. 한국에서는 독도라고 불립니다.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한국의 영토이며, 일본 정부의 주장은 근거가 없습니다. 



 인공지능만큼의 역사관도 없는 이들이 역사의 교훈을 어찌 알 것인가. 그 무도함에 대한 대가를 머지 않아 반드시 치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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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극적 대여자는 대중들이 실물자산과 비유동성 금융자산을 처분하고 현금으로 전환하려는 쇄도 사태를 중지시키는 데 필요한 만큼의 통화를 공급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이 개념은 패닉이 발생할 때 화폐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량을 늘려주는 '탄력적인 통화 공급'이라는 개념이다. 얼마만큼의 화폐를 공급해야 하는가?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공급해야 하는가? 어느 시점에 공급해야 하는가? _ 찰스 킨들버거,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p364


  궁극적 대여자(lender of last resort). 찰스 킨들버거가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이 한단어에 요약될 수 있다. 국가 차원의 궁극적 대여자가 정부 또는 중앙은행이라면, 국제 차원의 궁극적 대여자는 세계체제 안에서의 패권국이다. 자신의 패권과 세계체제를 지키기 위한 노력. 이러한 노력을 최근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에서 발견한다. 


 정부가 재무부증권을 발행해 패닉을 완화시켜야 할 것인지, 아니면 1844년 은행법이 규정해 놓은 한도를 일시 철폐하더라도 영란은행이 벌금 수준의 금리로 무제한의 할인을 해주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영국에서 분명한 합의가 없었다. _ 찰스 킨들버거,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p371


  세계체제의 일부로서 우리가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 실업률, 금리보다 미국의 지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국가 내에서의 '지방소멸' 문제 만큼이나, 세계체제 내에서의 '한국경제 종속' 문제가 심각한 것은 아닌가를 생각하게 된다. '하나의 유럽'을 표방한 유럽연합(EU)이 겪고 있는 불안의 근원이 서로 다른 정치, 경제 상황에 놓인 각국들의 독립성에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과연 우리나라는 얼마나 자유로운지 물음을 던지게 된다. 여기에 더해 정부나 중앙은행의 유연한 대처 대신 부동산PF를 살리기 위한 인위적인 금리동결 정책과 원화가치평가 절하가 결과적으로 국민소득의 실질적 감소를 가져왔기에, 요즘 우리는 신용공여자 또는 리더십의 부재를 체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광복은 되었지만, 더욱 은밀하게 또는 노골적으로 종속된 우리의 상황이 암울하게 느껴지는 제79주년 광복절이다...


 투기적 확장 국면이 벌어진 이후에는 궁극적 대여자의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억제 조치가 붕괴를 촉발하지 않고 확장 속도를 적정하게 둔화시킬 확률이 낮다고 판단될 경우, 궁극적 대여자는 개입 규모와 시점선택의 딜레마에 직면한다. 딜레마는 할인 방식보다 공개시장조작이 더욱 심각하다. _ 찰스 킨들버거,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p392


PS. 오늘 아침에 일어나 어제와는 다르게 바람도 불고 순간이나마 가을이 서성이고 있음을 느꼈다. 아직은 무더위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사뭇 다른 공기를 맡으며 선선한 가을에 대한 기대를 가지듯, 끝나지 않은 폭정 안에서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를 갖는다. 어쩌면 해방 이후 시간이 지나버려 청산할 수 없었던 친일부역자 문제를 이제는 매국의 명분으로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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