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평과 소쌍 외에도 유비에게 투자한 대표적 인물로는 미축이 있다. 미축은 동해군 구현 사람으로, 조상 대대로 재산을 잃지 않고 잘 모아서 노비와 소작인이 1만 명에 이르고 재산이 셀 수 없이 많았다. 또 서해의 섬 울주
鬱州에 장원을 소유했는데, 농업과 목축에 종사하는 장원의 사람들은 미축이 죽은 뒤 300년이 지나도록 그를 섬기며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미축의 부와 영향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재물이나 식읍 등 수치로 환산 가능한 수익이야 미축이 여불위보다 못했지만, 진실로 자신을 생각해주는 주인을 만났다는 점에서는 미축이 더 나은 수익을 거둔 것일지도 모르겠다

헌제가 낙양으로 돌아왔을 때, 원소는 구원의 손길을 외면했고 조조가 헌제를 허로 데려와 권력을 장악했다고 알려졌지만 실상 불쌍한 헌제를 처음으로 도와준 지방관은 유표였다.
하지만 『삼국지/유표전』에는 이 대목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유표의 전성기는 208년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 해에 유표에게 중요한 사건들이 잇따라 터졌다. 손권이 유표의 부하 장수 황조를 살해하고 강하군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에 유표는 큰아들 유기를 강하태수에 임명해 뒷수습에 나섰다. 이때 조조군이 남하했고, 조조와 자웅을 겨루기도 전에 병으로 죽었다. 유표의 뒤를 이은 둘째아들 유종은 조조에게 항복했고, 신야을 지키던 유비는 도망가서 손권과 힘을 합쳐 조조에 대항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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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9일 문재인전대통령은건강보험 보장성강화 대책을 직접 발표했다. 의학적 필요가 있지만 현재 비급여로 지정돼 환자가 직접 내고 있는 의료비를 급여화해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선택진료비 폐지, 2~3인실 병실 급여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가 있다. 이번에윤석열 정부에서 칼을 들이댄 MRI·초음파 검사 급여화도 굵직한 줄기이다. 이 정책 패키지는 ‘문재인 케어 (문케어)‘라고불리게 됐다. 대통령의 이름을 딸 만큼 문재인 정부의 상징적 정책으로 떠올랐지만 사실 정권을 떠나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은 대체로 꾸준히 확대돼왔다. - P8

건보 지출을 증가시키는 요인은 추세적 요인과 정책적 요인으로 나뉜다. 건강보험 급여를 확대하는 문케어는 정책적요인이다. 문케어를 비판하든 지지하든,
보건의료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고령화‘
라는 추세적 요인이 정책적 요인을 뛰어넘어 건보 지출 증가를 이끄는 대세라는데에 동의한다. 고령화란 생애에서 가장많은 의료비를 쓰는 시기의 인구가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 P9

그러나 12월8일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건보 개편안을 하나씩 뜯어보면 ‘문케어 폐기‘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굳이따지자면 그동안 이어져오던 보장성 강화 기조를 중단하고 현상태를 유지 보수하는 재정비에 가깝다. 복지부는 다방면에 걸쳐 재정건전성 제고 및 효율화 방안을 마련했는데, 가장 중점적으로 언급된정책은 MRI. 초음파 검사와 외국인 무임승차 방지이다. - P11

한국의 전체 의료비는 현재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같이 눈여겨봐야 할 지표가 하나 더 있다. 의료비 증가 속도이다. 정재훈 교수는 "한국은 지난 30년간 의료비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나라 가운데 하나였다"라고 말했다. 이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 P13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제1야당 대표가 피의자로 지목된 만큼 정치적 영향력이 크다. 동시에 사회적 파급력도 적지 않다. 법조계와 관가에선 이 사건 사법처분결과가 향후 지자체장과 고위 공직자 등의 ‘공익 증대 명목‘ 직무집행 권한 행사기준점이 될 것으로 본다. 정치적 성과인가, 부당한 거래인가. 성남FC 후원금을둘러싼 공방은 또다시 해를 넘겨 새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 P19

삼성생명법의 핵심은 이러한 가치 산정 기준을 취득원가에서 ‘시가(현재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로 바꾼다는 항목이다. 위에서 언급한 A 보험사의 경우,
취득원가 기준인 현행 보험업법에선 B사주가가 6만원으로 올라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시가 기준인 삼성생명법이 현실화되면 자산운용 비율이 6%로 오르게 된다. A사는 3만원 상당의 B사 주식을 매각해서 자산운용 비율을 다시 3%로 맞춰야한다. B사 주가가 12만원으로 상승했다면, A사는 9만원 상당을 내다 팔아야 규제 기준을 맞출 수 있다. - P24

개정안이 통과되면 생명과화재가 보유한 23조 원 상당의 삼전 주식이 시장에 나오게 된다는 이야기다. 만약 개정안시행 시점에 삼전 주가가 지금보다 더 오른다면, 강제 매각해야 하는 주식 가치의규모 역시 수조 원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총자산 100만원의 A 보험사가 그랬듯이말이다. - P25

올해 전망은 더 어둡다. 분양시장부터 수요가 끊겼다. ‘완판‘ 분위기는 과거가 됐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미분양주택 현황에 따르면, 2022년 1월 전국2만1727호에 불과하던 미분양주택은2022년 10월 4만7217호로 두 배 넘게 늘었다. 미분양이 가장 심각한 지역은 대구·경북이다. 대구는1만830호, 경북은 6369호가 미분양 상태다. 수도권도 2022년 들어 미분양주택이꾸준히 늘어 1월 1325호에서 10월 7612호로 상승했다. - P33

정부의 다주택자 친화 정책이 얼마나부동산 매수 심리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지금처럼 부동산 매수 심리가 얼어붙은 것은 금리 인상의 영향이 크다. 금리가 계속 상승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세금만 조절한다고 해서 다주택자들이 주택 매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부동산 PF로 촉발된각종 위기는 도미노처럼 번져가고 있지만, 우리는 당장 과거처럼 ‘유동성이 풍부한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 결국 정책 당국의 ‘섬세한 접근이 중요한 시기다. 가계부채 감소와 부동산 PF 부실 여파 최소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일단 ‘다주택자 카드‘를 빠르게 꺼내들었다. - P35

사물인터넷 해킹이 카메라를 악용한사생활 유출 범죄에만 그칠 가능성은 낮다. ‘스마트홈‘의 다양한 기능이 갖은 방법으로 악용될 수 있다. 해커는 집주인 대신 현관문을 열고, 수돗물을 틀며, 가스레인지를 켤 수 있다. 현재로선 여기에 그리대단한 기술이 필요치도 않다. 이웃집을노린 장난일 수도 있지만 대규모 테러에이용될 여지도 있다. 대중적 반응과 달리,
보안 전문가들 가운데 해커 A씨의 범행에 놀라워하는 이는 찾기 어려웠다. - P38

비수도권 입학 미달과 메가시티 좌초 모두 수도권 과밀화와연관되어 있다. 메가시티가 유일한 해답이었다고 말하려는 게아니다. 그러나 인구의 수도권 집중과 그로 인한 출생 감소, 지역별 젊은 인구 불균형은 단기 대응으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성숙한 민주주의라면 초당적인 마스터플랜을 세우겠지만, 우리는 오히려 민주주의를 위한 장치(선거)가 마스터플랜을 번번이백지화시킨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정치 개혁‘
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불붙고 있다. 개혁의 방향과 그 결과물이한국 사회를 조금이나마 ‘장기 대비가 가능한 사회로 탈바꿈할수 있었으면 한다. 예정된 재앙은 지각하는 법이 없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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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아버지의 원수 도겸을 공격하러 서주로 출병하여 연주의 방비가 허술한 상황이 되자 연주 동군에 주둔하고 있던 조조의 부하 진궁이 장막·장초 형제와 상의하여 여포를 연주목으로 영입했다. 여포는 이 기회를 붙잡았다. 그는 연주로 쳐들어가 194년 2월부터 195년 윤5월(음력의 윤달이 5월 다음에 오면 윤5월이라고 부른다)까지 약 1년 반 동안 그곳을 지배했다. 여포가 방랑 끝에 처음으로 지역 기반을 가지는 순간이었다.

조조는 적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아량을 가진 인물이었다. 조조 자신과 그의 할아버지, 아버지를 욕한 진림을 포용했을 정도다. 그러나 은혜를 저버리고 배신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보복했다. 이는 비단 감정 때문만이 아니라 딴마음을 먹을 수도 있는 부하들에 대한 경고이기도 했을 것이다.

여포가 동군을 침입하자 연주의 군현이 조조를 배반하고 여포에 붙었다는 기사가 사실이라면, 연주 군현의 지방관들은 조조를 ‘주군’으로 생각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여포와 싸우며 여러 군현을 공략했고, 진류태수 장막을 내쫓고 가족들을 죽여버림으로써 조조는 반대 세력을 일소했다. 이로써 그는 연주를 확실히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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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미나리마 에디션) 해리 포터 미나리마 에디션 시리즈
J.K. 롤링 지음, 미나리마 그림, 강동혁 옮김 / 문학수첩 / 2020년 10월
평점 :
예약주문


어두운 벽장에서 지내는 것과 관계있을지도 모르지만 해리는 예전부터 또래에 비해 덩치도 작고 깡말랐다. 실제보다 더 작고 더 깡말라 보이는 이유는 더들리가 전에 입었던 옷들만 입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해리는 얼굴이 갸름했고 울퉁불퉁한 무릎에 머리는 검은 색, 두 눈은 밝은 초록색이었다. 그는 더들리가 코를 하도 후려치는 바람에 셀로판테이프를 여러 번 감아 놓은 동그란 안경을 쓰고 다녔다. 해리가 자기 외무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들어한 부분은 번개 모양의, 아주 가느다란 이마의 흉터뿐이었다. _ J.K. 롤링,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 p32

해리 포터는 작고 깡말랐으며 볼품 없는 안경을 쓰고 있는 사촌 더들리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사는 불쌍한 아이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여기저기에서 치이고 다니는 외톨이. 그런 해리가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에서는 전혀 다른 존재로 모두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다. 이같은 마법 세계의 설정이 <해리 포터>의 시작점이다.

학교에서는 아무도 해리 곁에 오지 않았다. 더들리 패거리가 헐렁하고 낡은 옷에 부러진 안경을 끼고 다니는 괴상한 아이, 해리 포터를 싫어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더들리 패거리의 기분을 거스르고 싶어 하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_ J.K. 롤링,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 p42

의자들이 바닥을 긁는 엄청난 소리가 나더니, 다음 순간 해리는 어느새 리키 콜드런에 있는 모든 사람과 악수를 나누고 있었다. ˝도리스 크록퍼드에요, 포터 군. 결국 이렇게 만나다니 믿을 수가 없네.˝ ˝악수라도 하게 되기를 바랐는데, 아, 완전 떨려!˝ ˝반가워요, 포터 군. 말이 안 나올 정도야. 내 이름은 디글이에요, 디덜러스 디글.˝ _ J.K. 롤링,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 p91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읽으며, 해리가 그토록 가기를 원하는 마법들이 사는 세계에서 하나의 은유를 떠올리게 된다. 주문(呪文)을 통해 자신의 소원을 이루는 마법 세계와 키보드 자판을 통해 자신의 성취를 이루는 온라인 세계. 20 여년 전 인터넷이 만들어낸 온라인 세계가 등장하던 시점에 고대 마술의 신비로 빚어낸 마법의 세계에 아이들이 열광했던 것은 이들 세계의 공통점 때문이 아니었을까. ‘또 다른 현실‘ 속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온라인 세계라는 마법의 공간에서 왕, 영주, 기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해리 포터에서 발견했으리라 추측해본다.

매우 뚱뚱한데다가 누군가를 때리는 운동을 제외한 모든 운동을 굉장히 싫어하는 더들리가 뭐 때문에 경주용 자전거를 갖고 싶어 했는지 해리에게는 수수께끼였다. 더들리는 해리보다 덩치가 네 배 정도 더 컸다. _ J.K. 롤링,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 p32

˝솔직히 난 우리랑 다른 부류의 사람들을 입학시켜선 안 된다고 생각해. 안 그래? 걔들은 그냥, 우리랑 다르잖아. 우리가 사는 방식을 배운 적이 없으니까. 편지를 받기 전까지 호그와트라는 이름조차 들어 본 적 없는 얘들도 있다더라. 상상이 가냐? 이런 일은 유서 깊은 마법사 가문들만의 것으로 남겨 놔야 한다고 생각해.˝ _ J.K. 롤링,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 p101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는 해리를 괴롭히는 두 인물이 나온다. 머글(마법사가 아닌 인간들) 세계의 더들리와 마법사 세계의 말포이. 더들리는 약자를 괴롭히는 강자이며, 말포이는 마법사의 순수 혈통을 강조하며 해리 포터에게 경쟁심을 갖고 해리 포터와 대립한다. 더들리는 깡마른 해리 포터에 비해 뚱뚱한 체격을 가졌다는 점에서 육체적(외적) 대립점을 갖는 반면, 말포이는 가치관 이라는 내적 대립점을 갖는다. 더들리는 고아라는 해리 포터의 신분, 계급의 약점을 압박하는 외부 압력이라면, 말포이는 마법 세계 내부에서 해리 포터의 가치관을 흔드는 내적 압력이다. 머글 출신의 헤르미온느와 순수 혈통 출신이지만 가난한 공무원 가족인 론은 말포이에게 경멸의 대상이지만, 해리 포터는 이들을 포용하며 친구로 지낸다. 모두에게 인정받는 해리가 그들은 보듬을 수 있었던 것은 더들리에게 받았던 압박 때문일지 모르겠지만, 이들은 이후 시리즈의 마지막까지 도원결의(桃園結義)를 깨지 않고 성장해 나간다 .

그 순간부터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는 그들의 친구가 되었다. 세상에는 함께 겪고 나면 서로를 좋아하게 될 수밖에 없는 일이 몇 있는데, 3미터 넘는 산트롤을 쓰러뜨리는 것도 그런 일 가운데 하나다. _ J.K. 롤링,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 p217

작품 세계에서 해리 포터를 괴롭히는 더들리와 말포이지만, 이들은 등애와도 같은 소악(小惡)이다. 해리가 맞서야 할 거악(巨惡)은 사람들이 이름부르기조차 두려워하는 볼드모트다. 볼드모트는 여러 면에서 해리포터와 상반된다. 그러면서도 볼드모트는 해리와 연결점을 갖는 인물이기도 하다. 포스(Force)의 어두운 측면.

˝그게...... 웬만하면 그 이름은 입에 올리고 싶지 않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이름이거든.˝ ˝왜요?˝ ˝해리, 사람들은 아직도 겁에 질려 있는 거야. 이거 일이 참 어렵게 됐는데, 자 봐. 어떤 마법사가 있었는데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됐어. 그렇게 될 수 있는 한 최고로 나쁜 마법사가 됐지. 아니, 그보다 더 나빠....... 그래, 좋다. 그 사람 이름은 볼드모트야.˝ 해그리드는 몸을 떨었다. ˝다시는 나한테 그 이름을 말하게 만들지 말거라.˝ _ J.K. 롤링,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 p75

해리 포터는 자신이 기억조차 할 수 없는 어린 시절에 한 일로 유명한 인물이 되었고 사람들은 모두가 해리의 영웅적인 모습을 알기에 해리를 ‘그 아이‘로 부르며 만나고 싶어한다. 반면, 볼드모트 또한 그의 악행으로 모두가 그를 알지만, 그를 만나기를 꺼려 ‘그 사람‘으로 부른다. ‘그 아이‘와 ‘그 사람‘의 대결. 어쩌면 해리 포터의 세계관은 함께 공존할 수 없는 두 존재의 이름 찾기 게임인지도 모르겠다. 해리 포터에게 상처를 준 지팡이와 해리 이마에 남겨진 상처로 연결된 이들의 인연 속에서 개인적으로 <스타워즈(star Wars)>의 다스베이더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아들 루크 스카이워커의 악연을 떠올려 본다.

˝그래. 34센티미터, 주목 소재.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정말 신기하단 말이야. 마법사가 지팡이를 고르는 게 아니라 지팡이가 마법사를 고른다는 거 기억하지? 네가 뭔가 엄청난 일을 해낼 거라고 기대해야 할 것 같다. 포터 군.………어쨌든,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그 사람도 엄청난 일들을 해냈으니까. 물론, 끔찍한 일이었지. 그러나 엄청난 일이기도 해.˝ _ J.K. 롤링,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 p110

10년 전의 지팡이와 이마의 상처로 맺어진 해리와 볼드모트. 대칭점을 통해 서로 다른 차원의 캐릭터지만, 이들이 갖는 결정적인 차이점은 ‘사랑‘이다. 부모의 사랑이 포스의 어두운 측면으로부터 해리 포터를 보호했다면, 톰 리들(볼드모트)를 보호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을까. 이러한 차이점은 이후 작품에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네 어머니는 너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볼드모트가 이해하지 못하는 단 한가지가 있다면 그건 바로 사랑이야. 그자는 너희 어머니가 너에게 준 것만큼 강력한 사랑은 그 자체로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흉터도 아니고, 눈에 보이는 표시도 아니지만…… 그렇게 깊은 사랑을 받으면, 그 사랑을 베푼 사람이 우리를 떠난 뒤에도 어떤 보호막이 영원히 남는 단다. 너의 살갗에 깃들어 있는 보호막이지, 증오와 탐욕과 야망으로 가득 차서 볼드모트와 영혼을 나눠 쓰고 있던 퀴럴은 그런 이유로 너를 만질 수 없었던 거란다. 그렇게 선한 흔적이 남아 있는 사람을 만지는 게 고통스러웠던 거야.˝ _ J.K. 롤링,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 p355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설명이 필요 없는 유명한 작품이다. 작품이 나온 후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널리 사랑받고 있는 이 작품에 대해 하나의 리뷰를 추가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겠지만,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 보고 싶었다. 현실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와 그 안에 자리한 외로움과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풀어주는 또 다른 마법 세계. 의식의 세계에서는 말썽꾸러기지만, 매트릭스(Matrix)세계를 벗어난 또다른 세계에서 아이는 영웅이었고, 인싸라는 점. 그리고, 그 세계에서는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친구들과 부모가 있다. <해리 포터> 시리즈가 사랑받는 것은 세기말의 우울함 속에서 어두운 현실을 이겨낸 또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본다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이 작품이 사랑받는다는 것은 암울한 머글 세계의 연장이라는 점에서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리 포터의 세계는 영원한 아이들의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이번에 구입해서 읽은 미나리마판에 대한 리뷰는 다음 편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 담는 것으로 하고 여기서 갈무리하기로 하자...

해리 포터는 깨지도 않고 담요 안에서 뒤척였다. 조그마한 손으로 곁에 놓인 편지를꽉 쥐고 계속 잠을 잤다. 자기가 특별하다는 것도 유명하다는 것도, 몇 시간 뒤 빈 웅유병을 내놓으려고 현관문을 연 더즐리 부인의 비명을 들으며 깨어나리는 것도 모른 채...... 지금 이 순간, 전국 각지에서 비밀리에 모인 사람들이 잔을 들어 올리며 이렇게 숨죽여 말하고 있다는 사실도 그는 알 수가 없었다. ˝해리 포터, 살아남은 그 아이를 위하여!˝ _ J.K. 롤링,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 p26

˝근데 마법 정부는 무슨 일을 해요?˝ ˝˝뭐, 주요 업무는 아직도 나라 곳곳에 마법사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머글들한테서 숨기는 거야.˝ ˝왜요?˝ ˝왜냐니? 이런, 해리. 머글들이 우리에 대해서 알게 되면 죄다 자기들 문제를 마법으로 해결하고 싶어 할 거 아니냐. 안 되지. 우리 입장에서는 머글들이 우리를 가만히 놔두는 게 가장 좋아.˝ _ J.K. 롤링,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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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1-05 0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나리마판 시리즈는 처음 보는데 그림이 동화책같아 보이네요?^^
친근해서 좀 더 사실적인 듯? 상상력이 가미되는 듯? 매력 있습니다.
연의는 벌써 해리포터를 보는 나이가 되었군요?
호랑이님 리뷰를 보면서 연의가 쑥쑥 자라는 모습이 보입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호랑이 2023-01-05 09:31   좋아요 1 | URL
최근에도 해리 포터 기숙사 에디션이 나오는 것을 보면 여러 버전의 시리즈가 있는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일러스트 에디션과 미나리마 판이 영화 장면을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을 주기에 어린 아이들도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부모 욕심(?)에 책을 장만했지만, 아직 연의는 영화를 더 좋아하네요. 언젠가 때가 되면 읽고 싶으면 읽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봅니다. ㅋㅋ 책읽는나무님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 해도 잘 부탁 드려요!

독서괭 2023-01-05 1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미나리마판 욕심나던데, 애들 좀더 크면 사보려구요^^

겨울호랑이 2023-01-05 10:33   좋아요 1 | URL
^^:) 미나리마판은 아직 2권만 나와서 나중에 전집으로 구매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2022년 마지막 주를 보내면서 딸아이의 제안으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영화를 거의 20년 만에 봤다. 20여년 전 <해리 포터>는 영화로도, 문학 작품으로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매년 나오는 신작 <해리 포터>를 사기 위해 아침 일찍 서점에 줄 서는 어린이들 시리즈였고, 2000년대 초반 겨울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함께 <해리 포터>시리즈가 연말 극장을 장식했던 기억이 난다.


 20년 만에 다시 본 <해리 포터>. 마치 20년 전 친구를 다시 만난다면 이런 느낌이 들까. 그때보다 발전한 CG로 그때는 감탄했던 마법의 장면들이 과학의 발전으로 이제는 낡은 마술로 전락한 느낌을 주긴 했지만, 이제는 성인이 된 배우들의 앳된 모습을 보면서 잠시나마 그때의 시간으로 돌아가게 된다. 다소 예전 영화라 아이에게는 어떻게 비춰졌을까. 다행히 자신 또래의 아이가 주인공인 해리, 헤르미온느, 론에게 감정을 몰입하며 영화를 보는 아이를 보면서 <해리 포터> 시리즈가 이제는 고전이 되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영화 <해리 포터>는 2000년대 겨울을 함께 보낸 친구였지만, 문학작품으로는 읽은 적이 없다. 아이들이 열광하는 문학작품이라 유치하다는 편견이 있어서 였을까. 대신 당시 유행했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으며 레버리지를 활용해서, 젊은 나이에 은퇴하고 개인 사업을 하겠다는 정말 마법같은(?) 꿈을 꾸었던 것을 돌이켜 보면 <해리 포터>의 마법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듯하다.


 모처럼 <해리 포터>시리즈에 빠진 아이를 보며, 이번 기회에 <해리 포터> 시리즈를 책으로 읽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그래서 구입한 미나마라 에디션의 <해리 포터>. 다소 뜬금없이 2023년의 독서는 <해리 포터> 읽기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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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23-01-04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해리포터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역시 장서가의 부심으로 미나리마 아니아니 미나마라 시리즈 가지고 있는데요 이게 3편이 작년 연말에 나왔어야 되는데 아직 안나와서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일러스트 에디션을 한권씩 사모으고 있습니다. 멋집니다. ㅎㅎㅎㅎㅎ

겨울호랑이 2023-01-04 11:11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 저도이번에 해리 포터 시리즈를 보면서 일러스트 에디션과 미나리마 시미즈 중 고민했습니다. 둘 중 미나리마가 팝업북 양식으로 나와 골랐습니다. 붉은돼지님께서는 일러스트에디션까지 갖추셨다니 진정한 장서가십니다! ^^:)

바람돌이 2023-01-04 15: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년전에 어린이도 청소년도 아니면서 해리 포터에 열광해서 다음 시리즈가 나오길 책도 영화도 다 손꼽아 기다리던 사람 저요. ㅎㅎ 그때 해리포터 시리즈 책으로 샀다가 나중에 도서관에 기증했는데, 우리집 애가 크니 할 수 없이 다시 전집을 다 샀다죠. ㅠ.ㅠ 새해 추억돋는 해리포터 좋네요. ^^ 영화는 반지의 제왕을 더 좋아해요. ^^

올해도 겨울호랑이님 열심히 공부하시는 글 살짝 살짝 훔쳐볼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겨울호랑이 2023-01-04 21:58   좋아요 1 | URL
이제 해리 포터는 초판 이후에도 여러 판본으로 사랑받는 우리 시대의 고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출판 당시에는 미처 몰랐지만요. 이번에 읽으면서 해리 포터의 저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봅니다... 바람돌이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 해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