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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해수면상승은 우리가 어떤 공통사회경제경로(SSP)를 따르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이번 세기의 마지막 20년은 0.32~0.82미터 정도의 상승이 예상된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이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류는 북극부터 사하라사막에 이르기까지 극단적인 기후 속에 거주하고 생존하고 심지어 번영할 수 있지만, 문제는 현지 기후가 예측 가능한 극단을 벗어날 때 발생한다.

기후변화가 농업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다르며, 시장은 이 차이를 더욱 벌려놓을 수 있다. 수요와 공급의 변동은, 농산물 수출업자들이 공급량이 부족하더라도 가격 면에서 이득을 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기후변화가 잠재적으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며 이를 관리하는 것은 아주 힘든 과제다. 기후변화는 폭염, 가뭄, 산불, 폭풍, 홍수로 인한 사망자를 증가시킬 것이다. 올라간 기온과 변덕스러운 강우는 식량 생산을 위협한다. 건설노동자와 농업 종사자 등 야외 근로자들이 위험해지면서 생산성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식량안보를 지탱하는 세 가지 중요한 축은 다음과 같다. (1) 식량 가용성?충분히 생산되고 있는가? (2) 접근?사람들이 값을 치를 수 있는가? (3) 안정성?늘 구할 수 있는가? 유엔의 세계식량계획에 따르면 우리는 현재 100억 인구를 먹이기에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이번 세기에 예상되는 인구 증가를 너끈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오늘날 8억 2100만 명이 기아의 위험에 처해 있는데, 이는 불과 5년 전보다 2500만 명이 늘어난 수치다. 그 이유는 단순히 그들에게 식량을 살 돈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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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메탄 같은 온실가스의 비율은 지난 80만 년간의 기온과 동일하게 변화했다. 빙하기와 간빙기의 주기적인 변화는 기온과 대기 중 온실가스 비율에서 모두 확인된다. 이 결과는 대기 중 온실가스와 전 세계 기온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증가하면 기온은 상승했고,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감소하면 기온은 하락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의 최대 원인은 화석연료의 연소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85퍼센트 이상은 에너지 생산, 산업공정, 운송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배출량은 전 세계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 않은데 이는 산업과 부의 불평등한 분배 탓이다.

요약하자면 1901년과 2018년 사이에 지구 평균 해수면은 연간 약 2밀리미터 상승했고, 2008년과 2018년 사이에는 가장 빠르게 상승해 해마다 4.2밀리미터씩 높아졌다. 지난 30년간 각각의 요인이 해수면상승에 기여한 비율은 해양의 열팽창이 39퍼센트, 남극의 빙상이 9퍼센트, 그린란드의 빙상이 12퍼센트, 대륙빙하와 기타 만년설이 27퍼센트, 육지의 전반적인 물 저장량 감소가 13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상은 최근 해수면상승에 영향을 미쳤고 여기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그렇다면 기후변화에 대한 궁극적인 인식은 세계 연평균 기온의 상승에 의해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에 나온 2021년 IPCC 평가보고서는 광범위한 데이터를 검토하고 통합했다. 이에 따르면 1980년대 후반에 처음으로 파악된 세계 기온의 추세가 옳았으며, 이러한 온난화 추세는 오늘날까지 멈추지 않고 지속되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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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가장자리 레이첼 카슨 전집 3
레이첼 카슨 지음, 김홍옥 옮김 / 에코리브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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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의 가장자리는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세계다. 여기는 지상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파도가 육지에 부딪치며 거세게 부서지는 왁자한 곳, 조수가 뭍을 향해 밀려들었다 물러나고 또다시 밀려드는 곳이다. 해안은 이틀 연속 정확하게 똑같은 경우가 없다. 밀물과 썰물은 자신의 영원한 리듬 속에서 밀려들었다 빠져나가기를 되풀이한다. 해수면 자체도 결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아니다.... 바다의 가장자리는 언제나 종잡을 수 없고 뭐라 설명하기 힘든 영역으로 남아 있다. _ 레이첼 카슨, <바다의 가장자리>, p25


 레이첼 카슨 (Rachel Carson, 1907~1964)의 <바다의 가장자리 The Edge of the Sea>는 바다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이를 통해 바다를 주제로 한 한 편의 서사시가 마무리된다. 먼저 <바닷바람을 맞으며>에서는 갈매기, 거북 등 바다에서 살아가는 생명을 주제로 이야기가 펼쳐졌다면, <우리를 둘러싼 바다>에서는 바다의 여러 면을 보여주는 크고 작은 물리적 힘 파도, 조류, 조석 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바다의 가장자리>는 생명과 바다가 만나는 곳, 연안을 배경으로 해안과 해안에 서식하는 플랑크톤, 갑각류 등의 생명을 주제로 한다.


 우리가 해안에서 저조선까지 내려간다는 것은 지구 자체만큼이나 오래된 세계로, 즉 땅과 물이라는 요소가 처음 만났던 장소, 타협과 갈등과 끊임없는 변화가 한꺼번에 아우성치는 장소로 접어드는 것이다. 살아 있는 우리 생명체에게는 이곳이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생명체'라고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는 모종의 존재들이 최초로 얕은 바닷물 속을 떠돌아 다니던 곳이기 때문이다. _ 레이첼 카슨, <바다의 가장자리> 머리말, p211


 가장 강인하고 적응력 있는 생물만이 이 변화무쌍한 지역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고조선과 저조선 사이 지대, 즉 조간대(潮間帶)는 온갖 동식물의 보고다. 이 복잡한 해안 세계에서 생명체는 가능한 거의 모든 틈새에 비집고 들어앉음으로써 엄청난 강인함과 생존력을 과시한다... 해안은 장구한 세계다. 육지와 바다가 존재해온 시기만큼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지점인 이곳 해안도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안은 끊임없는 창조와 끈질긴 삶의 본능에 관한 감각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세계이기도 하다. _ 레이첼 카슨, <바다의 가장자리>, p26 


 <바다의 가장자리>에서는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곳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변화와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가기 위한 여러 생명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이 그려지는 중간중간 저자는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어하는 목소리를 전해준다. 


 본시 시간과 공간은 지극히 상대적이라 이와 같은 마법적인 때와 장소가 불현듯 불러일으킨 통찰 속에서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이러한 광경과 기억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생명체가 등장하고 진화하고 소멸해가는 모든 다양한 징후 속에는 생명의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 장엄한 아름다움의 바탕이 바로 생명의 의미와 중요성이다. _ 레이첼 카슨, <바다의 가장자리>, p33 


 생명의 의미와 중요성. 그것은 우리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고향 바다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햇볕이 닿지 않는 어두컴컴한 바다 밑에서도, 파도가 넘실대는 대양 한 복판에서도, 끊임없이 육지에서 밀려내려오는 흙과 바다로부터 몰려오는 파도가 만나는 해안에서도 여러 형태의 삶의 모습이 펼쳐진다. 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 개체로서 살아가고, 종족으로서 번성하기 위한 생명의 약동. 엘랑 비탈(elan Vital). 레이첼 카슨의 바다 3부작은 고요해 보이는 바다 속에서 들리지 않은 수많은 음파가 감지되듯,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의 움직임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들려주며 바다의 활기와 소중함을 알려주는 의미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해류가 자기 경로를 따라 끊임없이 이동하는 한 어떤 특정 생명체가 영역을 넗혀가고, 결국 새로운 영역을 차지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나는 생명의 중압감을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것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살아남고, 여정을 이어가고, 번식하고 하는 강렬하고 맹목적이고 무의식적인 의지 말이다. 광대한 이동에 참여하고 있는 동물 대다수가 실패할 운명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생명의 신비 가운데 하나다. 수십억 마리의 생명체가 실패하고 단 몇 마리만 성공할 때 그 수많은 실패로 인해 비로소 성공이 의미를 갖게 된다는 사실 또한 신비롭다. _ 레이첼 카슨, <바다의 가장자리>, p251



작은 만을 굽어보는 동안 나는 해안이라는 이 가장자리 세계에서 육지와 바다가 서로 소통하고 있으며, 바다 생명체와 육지 생명체가 서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과거를, 그리고 그날 아침 바닷물이 새의 발자취를 말끔히 씻어낸 것처럼 전에 이뤄진 많은 것을 지우면서 시간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P32

조개, 게, 갯지렁이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삶을 살아가는 동물 공동체의 일원이다. 게와 갯지렁이는 적극적인 포식자, 즉 육식동물이다. 조개, 홍합, 따개비는 플랑크톤을 먹고 살며, 매번 밀려드는 조수가 먹이를 날라주므로 같은 자리에 붙박여 생활한다. - P122

달빛이 은백색으로 흐릿하게 비치는 연안해의 해수면 아래에서는, 그리고 고요한 밤 해안 쪽으로 흐르는 조수 아래에서는 약동하는 생명의 기운이 산호초를 뒤덮는다. 수십억 마리의 산호충은 재빠른 신진대사를 통해 갑각류의 조직, 고둥의 유생, 작은 갯지렁이 따위를 제 몸에 필요한 물질로 전환하는 식으로 생존에 필요한 것을 얻는다. 이에 따라 산호 역시 성장하고 번식하고 발달한다. 작은 산호충들이 저마다 자신의 석회질 공간을 산호초에 덧붙이는 것이다.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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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둘러싼 바다 레이첼 카슨 전집 2
레이첼 카슨 지음, 김홍옥 옮김 / 에코리브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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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는 우리를 온통 둘러싸고 있다. 육지 간 교역은 반드시 바다를 거쳐야만 가능하다. 육지 위에 부는 바람조차 드넓은 바다가 키운 것으로, 끊임없이 바다로 되돌아가려 한다. 대륙 자체도 서서히 해체되고 있다. 그렇게 침식한 대지는 작은 입자로 바다에 가라앉는다. 바다에서 비롯된 비는 강을 타고 다시 바다로 흘러든다. 신비로운 과거에 바다는 모든 흐릿한 생명의 기원을 감싸고 있었으며, 마침내 수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스러져간 뭇 생명의 잔해를 받아들인다. 모든 것은 영원히 흐르는 시간의 강처럼 종국에는 처음이자 끝인 바다로, 대양의 강인 오케아노스로 돌아간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313


 레이첼 카슨 (Rachel Carson, 1907~1964)은 <우리를 둘러싼 바다 The Sea Around Us>에서 바다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전작인 <바다의 가장자리>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하는 생명들의 이야기라면, 이 책에서는 터전이 주인공이다.


 바다가 다시 따뜻해지자 빙하는 녹으면서 퇴각했고, 다시 한 번 따뜻한 물에 사는 글로비게리나 종이 바다를 누비게 되었다. 녀석들은 생명이 다하자 물 밑으로 서서히 가라앉아 또 하나의 '글로비게리나 연니' 층을 형성했다. 이번에는 그 연니층이 방하에서 유래한 진흙과 자갈 위에 깔렸다. 이렇게 해서 따뜻하고 온화한 시대의 기록이 퇴적물에 남았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142


 저자는 본문을 통해 바다를 둘러싼 수많은 요인들과 그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에 대해 말한다. 육지에서 흘러나오는 토사는 해안선의 모양을 바꾸고, 유기물들은 대륙붕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에게 풍부한 영양원이 된다. 그렇지만, 흘러나온 흙과 유기물이 육지와 인접한 해안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바다를 움직이는 거대한 힘은 해류(海流)라는 흐름을 만들어내고, 해류 간의 온도 차이는 종의 다양성을 가져온다.


 훔볼트 해류의 차가운 초록색 물과 적도의 푸른 바닷물이 만나면 거센 파도와 포말의 띠가 생기는데, 이는 바닷속 깊이 숨어 흐르는 물 덩어리들이 서로 맞부딪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다. 반대 상향으로 흐르는 물 덩어리들이 곳곳에서 충돌하는 것이야말로 바다가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현상 중 하나다(p222)... 일상적으로 대살육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작은 물고기는 무척추동물을 잡아먹거나 플랑크톤을 걸러 먹었고, 오징어는 여러 크기의 물고기를 추격해 잡아먹었다. 지느러미고래는 그 오징어를 늘어지게 포식했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224


 해류가 바다를 수평적으로 움직이는 힘이라면, 태양과 달이 만들어내는 수직적 힘은 조석(潮汐) 차이를 만들어 내며 성장과 번식에 기여한다. 아니, 그보다는 바다를 둘러싼 거대한 흐름에 맞춰 적응해 온 것이 생명의 역사라고 보는 편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조석은 놀라운 역설을 한 가지 드러낸다. 조석을 일으키는 것은 지구 밖에 존재하는 우주적 힘인데, 이 힘은 지구의 모든 부분에 고르게 작용하는 것 같지만 실상 특정 장소의 조석은 저마다 고유하며 거리가 조금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도 놀라우리만큼 큰 차이가 난다... 조석의 특성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국지적 지형이다. 물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태양이나 달 같은 천체의 인력이지만, 그 물이 어떻게, 얼마나 멀리, 얼마나 강력하게 상승하느냐는 해저의 기울기, 해협의 깊이, 만 어귀의 너비 같은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234


 조석이 인간뿐 아니라 바다 생명체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세계 각지에서 관찰할 수 있다. 굴, 홍합, 따개비 같은 수많은 고착 동물은 직접 사냥을 할 수 없으므로 먹이를 실어다주는 조석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생활을 한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고 흥미로운 적응 기제는 바로 번식 주기가 달의 위상이나 조석의 단계와 일치하게끔 작동하는 특정 바다 동물한테서 찾아볼 수 있다. 세계의 대부분 열대 바다에서는 작은 갯지렁이의 산란 활동이 주석 주기에 정확하게 맞춰져 있어 녀석들을 관찰하기만 해도 지금이 몇 월인지, 며칠인지, 심지어 몇 시인지 알아맞힐 수 있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246


 저자는 <우리를 둘러싼 바다>를 통해 거대한 순환과 모든 것을 포용하는 삶의 터전으로서 바다를 내내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바다와 바다 생물들 안에서 일어나는 먹고 먹히는 관계도 하나의 조화로운 질서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단 하나의 예외를 제외하면.


 안타깝게도 인간은 해양 섬과 관련해 파괴자로서 암울한 기록을 남겼다. 인간이 섬에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그곳은 여지없이 재앙에 가까운 변화를 겪었다. 인간은 삼림을 베어내고 개간하고 불태우는 식으로 환경을 파괴했다. 또 우연한 동반자인 훙악한 쥐들도 함께 들여왔다. 그리고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식물뿐 아니라 염소, 돼지, 소, 개, 고양이, 그 밖의 외래 동물을 섬에 잔뜩 부려놓았다. 애초 섬에 살고 있던 생물 종에게는 차례차례 어두운 멸종의 밤이 다가왔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159 


 저자는 <우리를 둘러싼 바다>를 통해 파괴자인 인간이 이제는 오래 전 떠나온 고향인 바다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방식이 아닌 바다의 질서에 녹아들었을 때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바다에 대한 경제적 가치만을 계산하며, 먼 해안가에서 바다를 바라보듯 타자화 하지 않고, 바다를 삶의 보금자리로 생각하며 인간의 질서를 강요하지 않을 때 비로소 바다는 우리 인류의 진정한 고향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마침내 인간 역시 바다로 돌아갈 나름의 방법을 강구했다. 우리는 해안가에 서 있노라면 경이로움과 호기심을 품은 채 바다를 바라본다. 이는 무의식적으로 제 혈통을 깨닫기 때문임에 틀림없다. 인간은 수 세기에 걸쳐 온갖 기술과 독창성을 발휘하고 정신적 추론 능력을 동원해 바다를 가장 깊은 부분까지 탐사하고 조사해왔다. 육체적으로는 물개나 고래처럼 바다로 되돌아갈 수 없지만, 상상 속에서나마 바다로 회귀하길 바란것이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53


 인간은 오로지 어머니 바다의 방식에 맞추어야만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인간은 크고 작은 도시처럼 자신이 만들어낸 인공 세계에서는 더러 지구 행성의 진정한 본성을 까먹기도 하고, 인간 종이라는 존재가 지상에 머문 시간이 지구 전체 역사를 통틀어볼 때 오직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긴 안목에서 제대로 조망하지도 못한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54


 어제 회사에서 점심식사를 하던 중 후쿠시마 핵폐수 투기와 관련한 옆 테이블에서 나눈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지금 방류해도 5년이나 10년 뒤에 올텐데 무슨 걱정이냐는. 적어도 그분께서는 핵폐수가 불안하다는 인식은 가진 분이시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5년과 10년은 우리의 미래가 아닌가. 그분께서는 10년까지 살 계획이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 후대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 아닌가 싶다. 리뷰의 마지막은 <우리를 둘러싼 바다>에서 해류(海流)에 대한 이야기를 옮겨본다. 세계의 바다는 해류로 연결되고 우리의 바다다. 그리고, 이제 핵폐수 위험은 우리의 위험이자 세계의 위험이 되었다...


 태평양의 북적도 해류는 서쪽으로 흐르는 세계 최장의 해류로, 파나마에서 필리핀제도까지 장장 1만 4400킬로미터를 진행하는 동안 방향을 틀게 만드는 요소를 단 한 차례도 만나지 않는다. 그러다 필리핀제도에서 섬이라는 복병을 만나면 대부분 북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거기서부터 태평양판 멕시코 만류라고 할 수 있는 일본 해류가 된다. 일본 해류(쿠로시오 해류)는 동아시아 앞바다의 대륙붕을 따라 북쪽으로 휘어지다 오호츠크해와 베링해에서 쏟아져 나온 차가운 물 덩어리(오야시오 해류)와 합류해 서서히 대륙에서 멀어져간다. 미국 쪽으로 흘러가는 일본 해류는 거대한 북태평향 소용돌이의 북쪽 벽을 형성한다. 일본 해류는 캘리포니아 남부 앞바다에서 다시 북적도 해류와 합류한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220


 해류의 원천에 관한 우리의 지식에 비춰 보건대 심해의 무척추동물이나 어류 같은 종을 남아프리카 연안이나 그린란드 앞바다에서 일부 수집했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띤다.... 전적으로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혹은 남극에 속해 있는 바닷물이란 있을 수 없다. 지금 버지니아 해변이나 라호이아에서 유쾌하게 부서지는 파도는 몇 년 전 남극의 빙산 기슭을 찰싹이거나 지중해의 햇빛 아래 반짝이고 있다가 보이지 않는 깊은 물길을 따라 오늘 내 눈앞에 당도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깊이 숨어 흐르는 해루 덕분에 모든 바다는 진정으로 한 몸이 된다. _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p229


바다 전체로 볼 때, 낮과 밤이 바뀌고 계절이 흐르고 해가 가는 것은 바다의 광대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요, 변치 않는 바다의 영원함에 비춰보면 그 의미가 퇴색한다. 그러나 표층수는 다르다. 바다의 얼굴은 항시 변화한다. 해수면이 표정과 분위기는 시시각각 달라진다. 여러 가지 색깔과 빛 그리고 움직이는 그림자가 그 위에 어른거리고,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해거름 녘이면 신비로운 기운을 자아낸다. - P71

빙상이 두꺼워지고 겨울마다 내린 눈이 녹지 않고 계속 쌓이면, 이는 거기에 상응하는 만큼 해수면이 낮아진다는 의미다. 비나 눈처럼 지표면에 떨어지는 물기는 바다라는 저수지에서 직간접적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대개 이처럼 바닷물이 소실되는 현상은 일시적이라 빗물의 유수, 눈의 해동 같은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다시 바다로 돌아온다. - P173

오늘날 우리는 놀라운 기후 교차를 목격하고 있는데, 오토 페테르손의 이론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북극 기후는 1900년경부터 뚜렷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런 현상은 1930년 경에 부쩍 두드러졌으며 아북극과 온대 지역까지 번지고 있다는 게 기정사실이다. 가장 추운 세계의 맨 꼭대기 지역이 점차 따뜻해지고 있는 것이다. 북극 지방의 기온이 높아지는 경향은 북대성양과 북극해를 항해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는 사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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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23-08-31 2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다야 너무 미안해..

겨울호랑이 2023-08-31 22:12   좋아요 2 | URL
ㅜㅜ... 이번 일을 계기로 바다 뿐 아니라 환경오염 전반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저부터 많은 반성을 하게 되네요...

얄라알라 2023-09-01 0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그래서 레이첼 카슨의 책을 올려주신 거군요...

겨울호랑이 2023-09-01 09:55   좋아요 1 | URL
그렇다기보다 이번 핵폐수 투기 사태를 보면서 제가 레이첼 카슨의 바다 3부작에 더 마음이 갔습니다... 무거워진 마음에 작은 위안을 받고 싶은 그런 부분이 큰 것 같아요...
 
-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
데이비드 몽고메리 지음, 이수영 옮김 / 삼천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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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명의 수명은 농업 생산이 쓸모 있는 경작지에 자리 잡고 겉흙을 침식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에 따라 결정된다. 특정 기후와 지질학적 환경에서 흙이 다시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바로 한 농업 문명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이 관점은 문명의 평균수명이 처음 흙의 깊이 대비 흙이 사라지는 순속도의 비율에 달려 있음을 암시한다. 최근의 침식 속도와 장기적인 지질학적 속도를 비교한 연구 결과 적어도 곱절에서 많게는 백 곱절 넘게까지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_ 데이비드 몽고메리, <흙 :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 p331

데이비드 몽고메리 (David R. Montgomery, 1961 ~ )의 <흙 :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 Dirt: The Erosion of Civilizations>는 제목 그대로 '흙'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이다. 저자는 본문을 통해 흙의 재생과 흙의 침식속도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흙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인위적인 노력이 오히려 흙의 침식을 가중시키고 지력(地力)을 떨어뜨려 왔음을 인류의 역사를 통해 잘 보여준다.

문명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 문명은 몰락을 선택하는 법이 없다. 다만 세대가 바뀜에 따라 흙이 점점 사라지면 문명은 주춤하다가 쇠퇴하게 된다. 역사가들은 문명 종말의 원인을 기후 변화와 전쟁, 또는 자연재해 같은 개별 사건 탓으로 돌리곤 하지만, 흙의 침식이 고대사회에 끼친 영향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_ 데이비드 몽고메리, <흙 :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 p16

이러한 저자의 주장을 잘 뒷받침해주는 사례가 바로 나일 삼각주(Nile Delta)다. 나일강 상류 지역에 내린 강우로 인해 발생한 강의 범람(汎濫)이 풍요로운 경작지를 선사해주었다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인위적인 아스완 하이 댐(Aswan High Dam)은 강의 범람과 함께 강의 생명력도 함께 끊어버렸다. 책에는 언급되지 않지만, 우리에게는 4대강 보가 있어 간접적으로나마 그 폐해를 짐작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는 것을 다행이라 여겨야 할까.

해수면이 안정화된 뒤로 수천 년에 걸쳐서 발달해 온 나일 삼각주는 오늘날 침적토의 공급이 끊긴 채 쓸려 나가고 있다. 댐 덕택에 농부들은 인공 관개를 이용하여 한 해에만 이모작, 삼모작을 하고 있지만, 강물은 이제 침적토가 아니라 소금을 실어 나르고 있다. 소금의 축적으로 열 해 전에 이미 나일 삼각주 농경지 가운데 10분의 1에서 수확량이 줄어들었다. 나일 강 길들이기는 지구에서 가장 안정적인 농업 환경을 교란시킨 사건이다. _ 데이비드 몽고메리, <흙 :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 p64

저자가 본문을 통해 강조하는 것은 흙을 매개로 한 자연 생태계의 복원이다. 농경과 목축, 산림이 긴밀하게 연결된 생태계는 흙의 침식을 막고, 양분을 공급하여 지력을 유지시킬 수 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로의 복원은 어떤 인간의 인위적인 노력으로도 달성할 수 없는 지속가능한 문명을 유지시킬 힘이 될 것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작물 경작과 축산업이 함께 성장하면서 서로를 더욱 발전시켰고 더 많은 먹을거리가 생산되었다. 양과 소는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식물 부위를 젖과 고기로 바꾼다. 사육되는 가축들은 노동력을 보태 수확량을 증가시켰을 뿐 아니라 작물이 양분을 소비한 흙에 똥거름으로 양분을 보탰다. 남는 작물을 많은 가축이 먹자 더 많은 똥거름이 생겼다. 그 덕분에 다시금 수확이 늘어나 더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었다. _ 데이비드 몽고메리, <흙 :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 p54

<흙 :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에서 저자는 문명을 뒷받침하는 근원을 흙에서 찾는다. 저자는 바람과 비, 농경 등에 의해 침식되고 유실되는 흙과 자연의 복원력에 의해 재생되는 흙의 역학 관계가 문명(文明)의 흥망성쇠와 크게 무관하지 않음을 역사에서 보여준다. 어쩌면 당연하기까지 한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저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흙의 복원을 위해 우리가 실천해야 하는 과제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과거 번영했던 농경 문명들이 하나같이 같은 이유로 쇠퇴한 역사는 이러한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그렇지만, 마치 망망대해에서 물 한 모금 없을 때 타는 듯한 갈증을 못 이겨 바닷물을 마셨을 때 더 큰 갈증을 느끼는 것처럼, 인류는 오랜 기간 바닷물의 갈증을 이기기 위해 더 많은 바닷물을 끊임없이 마셔오면서 결국 오늘에 이르렀다. 여러 곳에서 울리고 있는 경고음 속에서 우리는 지금 당장 산출량 극대화, 이윤 극대화를 위해 끊임없이 헤집어 온 지구의 살갗을 이제는 치유할 때, 달라질 때가 되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구세계와 신세계 고대 제국들이 주는 공통된 깨우침은, 생산성을 꾸준히 높이는 기름진 흙이 모자라다면 혁신적인 방법조차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땅을 보호하는 한, 땅은 사람들을 지켜 준다. 반대로 땅의 기본적인 건강을 무시하면 문명들은 줄지어 점점 더 빠르게 사라진다. 침식과 토질 고갈의 가혹한 결과 때문에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로마, 그 뒤에 여러 문명이 서구에서 나타났다 사라진 것처럼. _ 데이비드 몽고메리, <흙 :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 p117

중세 농업의 수확량이 낮았던 이유는, 흙의 비옥도를 유지하려면 밭에 똥거름을 주어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초지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역사학자들은 흙의 비옥도를 유지하는 데 발휘하는 똥거름의 값어치를 알지 못한 탓이라고 최근까지도 생각했다. 그러나 중세 농부들은 땅을 초지로 만들면 흙의 비옥도를 되살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참을성도 모자라고 필요한 만큼의 투자를 한다는 것이 경제 사정 때문에 힘들었을 것이다. 늘 중요한 관심은 그해 수확량을 최대화하는 것이었다. _ 데이비드 몽고메리, <흙 :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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