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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에 관해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면 이야기가 끝나려면 멀었다는 점일 것이다. 수수께끼는 여전히 복잡하다. 본질을 밝히려는 시도는 계속 새로운 의문을 표면으로 끌어올린다. 전문가들이 설정한 경계선은 또 다시 움직일 수 있으며, 그래야 마땅하다.

자폐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해결의 실마리를 던져준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지만, 이 모든 것이 자폐증을 하나의 실체로 인식한 사회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실제로 "자폐증"이란 단어에 관련된 모든 갈등에도 불구하고 격렬한 논쟁을 밀고 나간 힘은 점차 사회를 변화시켰다. 자폐증을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다루고자 노력했던 모든 사회는 그 복잡하고 종잡을 수 없는 현상을 사회와 조화시키려는 과정을 통해 ‘어딘가 다른 개인’의 존엄성을 역사상 어느 때보다 크게 인정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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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면에서 오티즘 스피크스는 목표를 이루었다. 최우선 목표는 "자폐증 인식"을 고취시키는 것이었다. 단순히 대중에게 자폐증이 무엇인지 알리고, 좀더 신경을 쓰게 만든다는 뜻이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첫해부터 그토록 큰 존재감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온갖 단체가 난립하여 경쟁하는 비영리부문에서 부러움을 살 만한 일이었다.

오티즘 스피크스의 두 번째 우선순위는 "권리옹호"였다. 한번 거물조직으로 인식되자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오티즘 스피크스 로비스트들은 즉시 권력 심층부에 접근할 수 있었다. 밥 라이트나 그가 보낸 특사와 만나기를 거부하는 정치인은 없었다. 수년간 이런 상황이 지속된 덕에 오티즘 스피크스는 주 의회들을 설득하여 보험회사에서 자폐증 치료 비용을 급여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계속 승리를 거두었다.

이런 식으로 백신이 문제라는 주장은 끊임없이 반박당했다. 결국 백신 반대 진영의 가장 큰 성취조차 서서히 해체되었다. 항상 주변부를 맴돌던 백신에 대한 불신은 자폐증이란 호재를 만나 주류 문화 속으로 급부상했다. 변화를 부채질한 것은 주류 언론이었다. 종종 과학자들과 백신에 반대하는 부모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식으로 과학과 근거없는 믿음이 거의 동등한 것처럼 보도했던 것이다. 이런 관행은 과학적 데이터가 쌓이면서 백신의 양면성이란 서사가 약화되기 시작한 2007년과 2008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퇴조했다.

두 가지 사건은 많은 시간을 들여 상세한 내용을 알아볼 여유가 없는 절대 다수 대중의 백신에 관한 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간 일어났던 모든 일이 길고 혼란스러우며 험악한 막장드라마 같다고 느꼈던 대중에게는 백신이 위험하다고 주장한 의사가 면허를 취소당했으며, 그의 논문이 철회되었다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1993년 이전 30년간은 물론, 그 뒤로 이어진 권리옹호운동의 역사에서도 지배적인 시각은 매우 단순하고도 분명했다. 자폐증은 나쁜 것이다. 활동가들의 말이나 글속에서 자폐증은 흔히 외계의 침략자, 기생충, 전염병, 적敵으로 묘사되었다. CAN(당장 자폐증을 완치하자)의 설립자이자 자폐 부모인 포샤 아이버슨이 《뉴스위크》에서 자폐증을 설명하면서 사용한 표현 또한 정확히 이런 정서를 담았다. "그건 ‘저주받은 자들의 마을’과도 같습니다. 마치 누군가 밤중에 몰래 집에 들어와 자녀를 데려가고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몸뚱이만 남겨놓은 것과 같습니다."

짐 싱클레어를 비롯한 사람들이 신경다양성이란 철학을 설파하면서 반박하고자 한 것은 바로 이런 생각이었다. 중심원리는 자폐증을 갖고 사는 것(신경다양성 지지자들이 선호하는 표현으로는 "자폐인으로 존재한다는 것") 역시 인간으로 존재하는 또 한 가지 방식이라는 것이다.

신경다양성 운동은 20세기 후반 아스퍼거 증후군을 인식한 데서 생겼다. 로나 윙이 아스퍼거의 이론을 이용하여 자폐증이 매우 크고 넓고 깊으며 경계가 불분명한 스펙트럼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1994년 발간된 DSM-IV에서 이 진단명이 채택된 이후, 그 영역은 폭발적으로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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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이 마침내 미국에서 진정 "유명해진" 것은 대중이 공포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자폐증은 드물고도 매혹적인 현상에서 전국적으로 급속히 퍼지는 위협으로 돌변했다. 자녀를 키우는 사람은 물론 자녀를 가질 계획이 있는 사람조차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일이 된 것이다.

2000년대 내내 자폐증 유병률이 상승한 데 대한 또 다른 설명도 있었다. 그때 갑자기 유행이 시작된 것이 아니라 질병역학이란 분야가 그제야 현실을 따라잡았다는 것이었다.

모든 논의 뒤에는 자폐인 수를 파악하는 과정을 어렵게 만드는 진단의 지역적 편향, 끊임없이 변경되는 정의, 인종적 및 사회경제적 영향으로부터 단순한 행정적 절차에 이르기까지 온갖 요인들이 존재했다.

소위 자폐증의 백신이론을 둘러싸고 벌어진 대혼란에 기름을 부은 것은 의료행위로 인해 어린이에게 자폐증이 생길 수 있다는 대중적 공포였다.

소수 환자에게 강력한, 심지어 치명적인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고 해서 페니실린을 결함이 있는 항생제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런 개인적 취약성은 예측할 수 없으며, 미리 가려내 피할 수도 없다. 사회가 이처럼 완벽하지 않은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은 페니실린이 해가 되는 경우보다 이익이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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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퍼거는 이런 지적 재능이 요행이 아니라 독특한 인격의 긍정적인 부작용일지도 모른다고 가정했다. 매우 좁은 한 가지 주제에 깊이 빠져드는 능력은 어쩌면 한눈팔지 않고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능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을지도 몰랐다

윙이 아스퍼거의 소년들을 주목한 이유는 오직 한 가지였다. 자신이 제시한 스펙트럼이란 개념을 강화하고 싶었던 것이다. 의학문헌 속에 몇 가지 자폐성향을 나타낸다는 이유만으로 언어와 지능이 잘 발달하지 못한 사람과 언어능력과 지능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 동일한 스펙트럼에 속하는 것처럼 기술한 예가 수없이 많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스퍼거는 정신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과 부족한 사람에게 모두 전형적인 자폐성향이 나타날 수 있으며, 그 강도 또한 매우 다양할 수 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하지만 윙과 달리 이런 관찰을 이곳저곳에 단 한 문장, 또는 단 한 단락으로 묘사하여 되도록 가볍게 다루는 경향이 있었다. 그의 논문은 그보다 인상적인 지적, 언어적 능력을 나타내는 어린이들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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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와 처벌 외에도 자극stimulus, 반응response, 행동형성shaping, 조작적 조건형성operant conditioning, 부정적 강화negative reinforcement, 소거extinction 등 이 분야의 어휘는 연구대상이 "보상"을 받거나, "처벌"을 피하기 위해 주어진 환경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지 학습하는 과정을 기술한다. 한편 과학자들은 행동을 조절하기 위해 보상과 처벌 환경을 보다 완벽하게 통제하는 능력을 갈고닦는 데 힘썼다.
이것이 바로 행동주의라는 과학이다.

파블로프가 노벨상을 수상한 뒤로 행동주의 심리학 분야에서 가장 혁명적인 명제는 동물과 인간의 심리가 상당히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생각일 것이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은 어디까지인가? 이 해묵은 질문은 자폐라는 맥락에서 시급하고도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두 가지 질문으로 재구성되었다. 자해를 할 정도로 심한 장애인을 치료하기 위해 처벌을 사용하는 것이 잘못일까? 오히려 사용하지 않는 것이 잘못은 아닐까?

반대 진영에서 보기에는 바로 그것이 SIBIS의 위험한 점이었다. 전기충격이 얼마나 유혹적인지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약간의 충격이 행동을 향상시킨다면 더 많은 충격을 가할수록 행동이 향상된다고 믿을지도 몰랐다. 처벌은 너무나 쉽게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어 한없이 사용하게 될 수 있다.

쇼플러와 라이클러는 일정한 구조를 갖추고 정해진 시간 동안, 정해진 순서로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명백할 때 치료 반응이 가장 좋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라이클러가 담배 연기 게임을 했을 때처럼 아이 스스로 관심을 보이는 일에 주목하는 것이 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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