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외부 자연 상태와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수적인 조건인 ‘생명의 욕구’, 즉 끝없이 만족을 갈구하는 경향을 지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이기적인 경향이 사회 내부에서 자유롭게 발휘되도록 내버려 둔다면, 이는 그 사회를 파괴하는 확실한 동인이 된다.

사회적 진보가 진행될수록 그 구성원들과 동료들의 관계는 가까워지며,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통해 얻어지는 기쁨과 고통의 중요성은 커진다. 우리는 자신의 공감을 통하여 다른 사람들의 행위를 판단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통하여 우리 자신을 판단한다.

인간 사회 전체의 기본적인 결속력을 형성해 주는 이 감성은 결국 우리가 양심이라고 부르는 한 사회의 조직적인 공감 또는 개인적으로 체화되는 공감으로 진화하게 된다. 나는 그 진화 과정에 윤리(적) 과정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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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생리학자들이 유기체의 발달 법칙이라고 생각하던 것이 만물에 공통되는 발달의 법칙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보였다. 연속적인 분화 과정을 통해서 간단함에서 복잡함으로 가는 변화는 우리가 추론할 수 있는 원시 우주의 변화와 비슷하게 보인다. 그리고 우리는 귀납적으로 초기의 변화를 추정할 수 있다.

이런 균일한 과정으로부터 이 법칙이 결과로 가져오는 근본적인 필연을 추정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모든 과정을 관통해서 결정하는 원칙을 이성으로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법칙(law)의 보편성이 보편적인 원인(cause)을 의미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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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된 공동체 - 민족주의의 기원과 보급에 대한 고찰
베네딕트 앤더슨 지음, 서지원 옮김 / 길(도서출판)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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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학적인 정신에서 나는 다음과 같이 민족을 정의할 것을 제안한다. 민족은 상상된 정치적 공동체로서, 본성적 제학적이며 주권을 지닌 것으로 상상된다. 민족은 상상되었다(imagined).(p25)... 민족은 제한적(limited)인 것으로 상상된다... 민족은 주권을 가진(sovereign) 것으로 상상된다.(p27)... 마지막으로, 민족은 공동체로 상상된다. _ 베네딕트 앤더슨, <상상된 공동체>, p28


 베네딕트 앤더슨(Benedict Anderson, 1936~2015)는 <상상된 공동체 Imagined Communities: Reflections on the Origin and Spread of Nationalism>에서 '상상되고 제한적인 공동체'로서 '민족'에 대해 말한다. 본문에서 저자는 민족이 상상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고대 공동체들을 연결한 끈 - 문어 文語 - 이 새로운 연결망 - 구어 口語- 으로 대체되고, 여기에 자본주의 capitalism과 인쇄 기술 technology와 결합되었을 때 비로소 '민족'이라는 관념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게 만들었음을 서술한다.


 모든 위대한 고전적 공동체들은 신성한 언어라는 매개를 통해 지상을 초월하는 권력의 질서에 연결되었기에 우주의 중심에 있다고 스스로를 인식했다. 따라서 문어로서의 라틴어와 팔리어, 아랍어, 한문의 영역은 이론적으로는 무한하다... 성스러운 언어로 엮인 그런 고전적 공동체들의 성격에는 근대민족이라는 상상된 공동체와는 다른 점이 있었다. 중대한 차이점의 하나는 그들의 언어에 독특한 신성함이 있다는 오래된 공동체의 확신과 그리하여 생겨난 회원권에 대한 관념이다. _ 베네딕트 앤더슨, <상상된 공동체>, p36


 신성한 공동체와 언어, 혈통이 쇠퇴하면서 그 밑에서는 세계를 파악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으며, 다른 무엇보다도 이것으로 인해 민족에 대한 '사고'가 가능해졌다. _ 베네딕트 앤더슨, <상상된 공동체>, p48


 저자는 라틴어가 유럽 각국의 언어로 대체되고, 절대주의 세계관이 상대주의 세계관으로 바뀌는 일련의 상황이 자본주의와 기술의 발달을 통해 '베드로의 후계자' 아래 하나의 양떼였던 유럽인들을 여럿으로 나누는 동시에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국가'로 묶어내는 시점을 민족주의의 기원으로 본다. 또한, 이렇게 탄생한 민족주의가 제국주의 침략을 통해 언어와 함께 식민지로 이식되고, 신교육을 통해 뿌리내리는 과정을 민족주의의 확산으로 바라본다.  저자가 글 서두에서 밝힌 '민족국가'라는 이데올로기로 주권을 가진, 제한되고, 상상된 '민족'의 개념은 이렇게 태어났다. 마치 세포 분열하듯, 통일된 오랜 제국(帝國)의 질서와 결별하고 수많은 민족국가로 분열된 뒤, 세포 증식하듯 제국주의 침략을 통해 '민족'의 질서를 새롭게 이식하는 '민족주의'. 구성원들은 결코 동의한 적이 없지만, 산과 강이 자연스럽게 경계를 만들어내듯 언어를 통해 만들어진 관념의 공동체. 이것이 저자가 바라본 민족주의의 모습이다.


<상상된 공동체>는 현대의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민족'이라는 개념에 대해 의문을 던지게 한다. 일면식도 없지만,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느껴야 하는 동질감과 애국심, 같은 민족과 다른 민족을 가르는 구분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적대감 등등. 이렇게 고양된 감정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일까.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만들어진 Matrix로 인해 현대의 우리의 사고와 행동이 제약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상상된 공동체>를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핵심적으로 나는 아주 오래된 세 가지 근본적인 문화적 관념이 사람들의 정신에 자명한 이치로서 행사하던 지배력을 잃었을 때에야, 그리고 지배력을 잃은 곳에서만 민족을 상상한다는 가능성 자체가 역사적으로 떠올랐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는 특정한 경전의 언어가 존재론적 진리의 떼어놓을 수 없는 일부분이기 때문에 그 언어가 진리에 대한 특권적인 접근을 제공한다는 생각이다.(p66)... 두 번째는 사회란 당연히 높이 있는 중심, 즉 다른 인간들과 구분되는 인격이자 어떤 우주론적인(신성한) 섭리로써 통치하는 왕들을 둘러싸고, 그리고 그들의 아래에서 조직되어야 한다는 믿음이었다... 세 번째는 우주론과 역사를 떼어놓고 생각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세계와 인간의 기원을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인식하는 시간성에 대한 관념이었다. 이 관념들이 결합됨으로써 인간의 삶은 필연성에 확고하게 뿌리내렸으며, 일상적인 존재의 숙명에 일정한 의미가 주어졌고, 숙명으로부터의 구원이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되었다. _ 베네딕트 앤더슨, <상상된 공동체>, p67


시간에 걸친 동시성(simulataneity-along-time)이라는 중세적 개념을 대체하게 된 것은, 다시금 벤야민으로부터 빌려 오자면, ‘비어 있는 동질적 시간‘(homogeneous, empty time)이라는 관념으로, 여기에서 동시성이란 말하자면 시간에 가로놓인 것, 시간과 교차하는 것, 예시와 실현이 아니라 시간적 동시 발생으로 특징지어지는 것, 그리고 시계와 달력으로 측정되는 것이다. - P51

돌이킬 수 없는 언어적 다양성이라는 일반적 조건의 의미에서 숙명이라는 관념을 마음에 새겨두는 것이 핵심적이기는 하지만, 이 숙명을 특정한 언어들의 원초적 숙명 및 이들이 특정한 영토 단위와 결합되어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의 공통된 요소와 같이 놓고 보는 것은 오해이다. 핵심적인 것은 숙명과 테크놀로지, 자본주의의 상호작용이다 - P79

‘헝가리인‘이 민족적 국가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한다면, 여기서의 ‘헝가리인‘이란 헝가리인들 모두를 의미했다. 그것은 주권의 궁긍적인 소재가 헝가리어 화자와 독자들의 집합체에 있어야 하는 국가를, 그리고 자연히 농노제의 폐지와 인민 교육의 증진, 투표권의 확대 등등을 의미했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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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은 상상된 정치적 공동체로서, 본성적으로 제한적이며 주권을 지닌 것으로 상상된다. 민족은 상상되었다(imagined). 가장 작은 민족의 일원들조차도 같은 겨레를 이루는 이들 절대 다수를 알거나 만나보지 못한다. 그들에 대한 얘기를 들어볼 일조차도 거의 없으리라. 그럼에도 각자의 가슴속에는그들의 교감(communion)에 대한 심상이 살아 숨쉬고 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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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2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2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급여, 지위, 노동시간, 승진 등 모든 삶의 조건을 보장하는 경제 시스템만이 갈등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서 엘리베이터나 뒷계단보다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징검다리‘다.  - P24

외주 확산은 공공 서비스의 기능, 정부의 주도적 행동력 및 의사결정력을 약화시킨다. 코로나 19 위기는 유럽 국가들의 무능함과 함께, 대부분이 해외 기반인 사기업에 대한 높은 의존성을 드러냈다. 프랑스가 마스크, 인공호흡기,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런 의존성은 개인 정보의 관리와 정부가 사용하는 IT서비스와도 관련이 있다. ‘건강정보허브(Health Data Hub)‘라는 정부 프로젝트는 프랑스 국민의 보건정보를 미국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관리하는 서버 한 곳에 저장하는 방식이라, 논란이 많다.
- P31

역성장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에 대해 질문한다.
역성장은 선진국부터 저개발국까지, 불평등하고 무질서한사회를 만드는 언론과 광고 조작에서 벗어난, 새로운 계획을 단언한다. 말리 출신의 탈세계통합주의자인 아미나타 트라오레는 상상력을 파괴해 세운 성장중심 사회에서 신속히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빈곤이 심각한 곳에는 풍요를, 낭비가 만연한 곳에는 절제를 선사하며 성장중심 사회에서 해방돼야 한다.  - P64

즉, 요리 지망생이 성공을 위해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누구‘다. 누구 밑에서 실습을 했느냐의 문제는 요리사로서의 이력과 행보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한 유명셰프의 후계자가 되겠다는 건 곧 그 셰프의 계보 속으로 들어가 이 지극히 배타적인 미식업계에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인적 자산을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특정 셰프에 관한 글을 쓸 때 그가 어떤 레스토랑에서 일했고, 또 누구 밑에서 요리 공부를 했는지 언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과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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