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우리는 지금 뒤뚱거리는 ‘반동의 시대‘에 발꿈치를 올리고있다. 여기서 ‘반동‘(réaction)이라 함은, 혁명사에서 흔히 봐온 혁명 이후의피비린내 나는 그 반동만을 말하는 게아니다. 조세정의(租稅正義)의 원칙을무시한 채 수십억 원에 달하는 ‘똘똘한집‘을 가진 특정지역 부유층을 위해 부동산세를 확 줄여주고, 코로나 시대에도 사상초유의 실적을 거둔 기업들을위해 법인세를 끌어내렸다. 반면, 노동자들에게는 인플레이션을 앞세워 기업을 두둔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임금인상이 물가상승의 주범‘이라는 논리가 성립한다면, ‘기업의 이윤확대가 인플레이 션의 주범‘이라는 논리가 더 큰 정당성을 가진다.  - P5

하지만 이토록 무력한 국가가 어떻게 그토록 많은 일을해낼 수 있었을까? 스스로 팔다리를 잘라 내 아무런 통치수단도 남아 있지 않은 국가가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이 마법은 대체 뭐란 말인가?
그 힘의 근원은 다름 아닌 위기를 활용한 통치다. 위기에 의한 통치라고도 할 수 있겠다.  - P14

위기에 처한 국가는 화학적으로 순수하게 신자유주의국가와 시장 개입주의를 표방함에도 일시적으로 행동 방침을 조정해 기능을 중앙에 집중시킨다. 하지만 국가의 목적은 한계를 극복하는 것일 뿐이다. 2020년 3월부터 시행된공공지원과 경기부양책에 들어간 비용은 1,570억 유로에달한다. 2019년 교육·생태·국방·경찰·사법 예산의 총합보다도 많다.  - P16

힘의 논리가 지배하고 모든 다자주의적 수단이무용지물이 돼버린 듯한 세상에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언급되는 것이 국제법이다. 그런데 유엔 헌장은 정확히 어떤내용을 담고 있는가? 유엔 헌장은 국가의 주권과 영토보전권 그리고 민족의 자결권이라는 잠재적으로 모순적인 두 원칙에 기초한다. 실제로 유엔은 탈식민지 과정을 지원했으며유엔 헌장 제11장은 ‘신탁통치지역 및 비자치지역‘이라는특정 범주를 명시하고 있다.  - P18

2차 세계대전 종식 후 IMF는 세계은행과 함께 국가 간경제 불균형으로 인한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창설됐다. 이기구의 주 역할은 전후 재건을 위해 통화 정책을 조율하고회원국들이 납입하는 공동 기금으로 외화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점차 이 기관은 거대해 지면서 신자유주의 전도사로 변질됐다. 관리 감독을 조건으로 요구하는 민영화, 규제완화, 긴축재정과 같은 개혁은의료, 교육, 의식주와 같은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결국 이 기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항의를 받는 기관 중 하나가 됐다. - P27

 중국은 이제 독립적으로 경제 위기를 겪는 나라에 자금 지원 조건을 결정할 수도 있다. 이상황을 지켜보는 미국의 표정이 어둡다.
2000년 미국 경제학자 스티글리츠는 IMF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확산시켰다고 비난하면서 "IMF의 목적은 금융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내세웠지만 사실 이들의 활동은 모순적이고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고 한탄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IMF는 여전히 금융 공동체를수호하고 있지만 이제 다른 나침반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바로 선진국의 지정학적 우선순위다. 이를 지키려다보니IMF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 P33

1982년 이전에 발행된 미국 우표를 연구하는 것은 미국 역사의 다른 측면은 교묘하게 외면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미국의 영웅주의, 미국의 독창성, 미국의 제도, 미국의 건축, 미국의 야생동물, 미국의 여러 장소,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국 지도자들의 고귀함에 대해 끊임없이 피상적인 주장을 늘어놓는 작가의 작품을 연구하는 것과 같다.
개척도시의 설립. 저명한 정치가들. 주요 발명품. 국립공원, 미국이 영국을 상대로 거둔 승리. 각 주의 깃발, 각 주의회 의사당, 각 주의 새, 각 주의 모토, 각 주가 미연방에 가입한 일자. 전문협회, 명문대학, 철도, 댐, 운하, 여러 부대.
우주 탐험. 또다시 영국을 상대로 거둔 수많은 승리 등이 미국 우표를 장식하지만,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산토도밍고상륙을 기념해 제작된 16부 기념우표 세트에는 콜럼버스가원주민에게 저지른 끔찍한 만행은 빠져 있다. - P37

본질적으로 농촌에 기반을 둔 FARC는 반세기 동안 지속된 전쟁의 참상, 자신들을 마약 테러리스트로 매도하는담론을 퍼트린 언론, 도시-시골 간 인구 이동으로 일부 국민들과 단절됐다. 위계적인 조직이 해체되자 게릴라들 사이에서도 정치적 분열이 심화되고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됐다. - P46

이런 모순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호한 입장을 잘 보여준다. 사우디는 예멘 영토 내에서는 알이슬라와 상호의존관계에 있지만, 지역적으로는 아랍에미리트와 전략적 동맹을맺고 있다. 즉, 알이슬라를 필요로 하는 동시에 거부하는 처지다. 이 같은 정세는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의 주도로 2015년부터 시작돼 현재에 이른다. 몇 주 내에 후티 반군과 결판을 낼 목적이었지만 군사적 한계에 부딪혔고, 결국 동맹은 약화돼 불완전한 사우디-에미리트 연합만이 남았다.  - P59

프랑스 사회에서 이민자 2세 청년들의 존재감은 점점커졌다. 대중매체나 정치인의 연설에서 이들은 소도시 범죄와 연관된 ‘문제아‘로 등장했다. 역설적이게도 이들은 온전히 프랑스에 기반한 삶을 살았으나 프랑스 사회와 분리된집단으로 취급받았다. 다양한 계층이 섞인 동네에 거주했으며, 의무교육이 도입되자 공교육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중견직이나 관리직에도 진출했다. 이들은 프랑스 사회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요구하며 시위했다. 알제리 정부도이주민 가족, 특히 프랑스에서 태어난 2세들의 프랑스 영구정착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 P70

 결국 논쟁의 초점은 선진국과 후진국의 대립으로 흘러갔다. 냉전이 후진국으로 확산되고 탈식민지화가 여전히 진행되는 가운데, 선진국과 후진국간의 긴장이 팽팽했다.
후진국은 서구 강대국의 인종차별과 제국주의를 지적하며, 구조적으로 불평등한 경제 질서가 자국의 경제발전을막는다고 강력하게 맞섰다. 후진국은 선진국의 환경에 대한우려를 믿지 않았다. 오히려, 쓰레기 및 오염에 대한 규제가자국의 경제발전을 저해할 것을 걱정했다. 재활용 때문에원자재 소비량이 감소하면, 자국 수출도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프랑스, 영국을 비롯한 과거의 식민지배국은후진국이 환경을 빌미로 재정원조를 얻어내려 한다고 의심했다. 후진국의  근심은 점점  커졌다.  - P74

이 보고서는 "무역과 환경 문제가 충돌할 경우 GATT체제를 활용해서 문제를 완화시켜야 한다"고 본다. 특히 생산조건에는 개입할 수 없다는 자유무역주의 입장을 취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경계해야 할 중대한 위험은, 환경을 위한 논거가 보호조치 확대를 위한 논거로 변질되는것이다. 품질에 대한 우려가 생산환경에 대한 우려로 확대된다면, 이는 최악의 보호무역주의가 시작된다는 신호이므로 전 세계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 P79

자국의 대표적 독립운동가를 옛 침략국 정부 대변인이테러리스트라고 공언했는데도 한국 사회가 별다른 반응도없이 지나간 것도 불가사의한 일이다. 스가가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공언한 것은 동아시아인 2천만 명 이상을 죽음으로 몰아간 전범국가인 군국일본과 지금의 일본이동일체라는 생각에 추호의 의심도 해본 적이 없는 정신상태를 반영한다고 볼수밖에 없다. 이토 히로부미와 아베 신조는 그렇게 연결돼 있었다.  - P101

그런데, 문제는 영동의 와인 재료인 달콤한 과일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다. 영동의 복숭아, 자두, 베리,
포도는 2040~2050년까지 재배가 늘다가 이후 계속 줄어들것으로 예측됐다. 재배지가 강원도 이북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한라봉 재배지가 제주에서 전남 고흥과 나주 등으로 북상하고, 사과 주산지가 대구에서 훨씬 북쪽인 강원 영월과평창 등으로 대체됐다. 조만간 북한에서 사과나 포도를 수입하는 시대를 맞을 수도 있다.
한국에서 점차 사라지는 과일의 자리를, 열대 작목이빠르게 채우고 있다. 용과는 물론이고 파파야, 구아바, 애플망고, 파인애플, 바나나, 패션프루트, 아테모야, 아보카도 등의 열대 과일을 한국 농부들이 키우고 있다. 제주는 올리브노지 재배에 성공했고, 남북회귀선에서나 볼 법한 커피나무까지 하우스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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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대 사채는 지자체나 금감원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 대부업체의 영업 방식이다. 박씨의 경우 일주일(7일) 이자는20만원, 연 이자로 따지면 약 1043만원이다. 원금이 3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연이율 3476%에 달한다. 당연히 불법이다. 법정최고이율은 연 20%다. 하지만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렵거나 급히 돈을빌리려는 사람들, 혹은 대부업계의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고리대 사채의 늪에쉽게 빠져든다. 핀테크(FinTech)의 시대에도 이런 피해는 여전하다. - P11

그러나 대부중개 사이트의 핵심 기능은 따로 있다. 바로 ‘실시간 대출 문의‘라는 이름을 붙인 일종의 게시판이다. 대부중개 사이트 업계 1위인 대출나라는 ‘이용 안내‘ 페이지에서 이 게시판이 ‘역경매‘
시스템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한다. - P12

문제는 더 근원적인 곳에 있다. 어째서 대출나라가 게시판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업체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다. 대출나라 게시판에 글을 올리려면 휴대전화 본인인증을 해야 한다. 가짜 연락처를적는 걸 차단한다. 게다가 글을 올릴 때에는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과 ‘개인정보제3자 제공‘에 반드시 동의해야만 한다.
대출나라를 운영하는 임 아무개 대표는<시사IN>과의 통화에서 "개인정보 제3자 제공에 글 올리는 사용자들이 동의하기 때문에 업체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는거라 아무 문제가 없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 제22조 5항에 따르면 제3자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서비스 제공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 P13

대출나라 같은 대부중개 사이트는 한국사회의 양극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대다수 사람들은 대출나라 같은 대부중개 사이트의 존재를 모른 채 살아간다. 은행에서 신용대출이 어렵다 하더라도 저축은행·캐피털 회사같은 제2금융권의 선택지를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극화된 세상의 끄트머리에는 대부 금융을 통해서만 돈을 융통할 수 있는사람들이 존재하고, 이처럼 취약한 이들을 노리는 불법 사금융업체들은 대부중개 사이트에서 새로운 대출 수요를 기다리고 있다. 과거처럼 전단을 돌리거나 공중화장실 벽면에 광고 스티커를 붙이는대신, 모니터 앞에서 전화기를 들고 대기하면 된다. - P18

윤 대통령의 ‘기능적인 정부론‘은 평소 언행과 이어져 있다. 윤 대통령이 가장즐겨 쓰는 말은 "법과 원칙에 따라서"이다. ‘법과 원칙에 따른 세계에서 정부란성문화된 규정과 매뉴얼에 따라 작동하면 되는 기구이다.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화된 기계에 가깝다.  - P24

수도권 침수와 코로나19. 두 개의 재난이 드러내는 윤석열 통치의 실체는 경험 부족이나 어설픔에 그치지 않는다. 일각의 옹호처럼 전문가 의견에 힘을 싣는합리주의도 아니다. 정치철학의 부재다.
박원호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시절 ‘직권남용‘이라는 죄목의 칼날을 여러번 휘두르는 검사였다는 사실을 특히 위태롭게 보고 있다.  - P24

기후과학자 김백민 교수(부경대 대기환경과학)는 이렇게 말한다. 다가올 기후변화의 피해를 기후과학자들로 하여금한 문장으로 요약하라고 하면 ‘비가 많이내리던 지역에는 비가 더 많이 오고, 가물었던 지역은 가뭄이 더 오래 지속될 것이다‘라고.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아열대화가 진행되면서 강수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2020년의 역대 최장 장마는 그상징적인 사례였다. - P27

이천·청주공장 화물기사들은 2022년1월부터 운송료 30% 인상‘을 요구했지만 수양물류는 ‘5% 인상‘으로 선을 그었다. 맥주를 만드는 공장에서는 5% 인상안에 동의했지만 소주를 만드는 이천·청주공장에서는 동의할 수 없었다. "맥주공장은 애초에 운송료가 더 높으니까 5%만올려도 괜찮을지 몰라도 소주공장은 기본 운송료 자체가 낮다. 5% 올려서는 오른 물가를 감당할 수 없다." 박수동 지회장 역시 소주를 만드는 청주공장에서 12년 동안 일해온, 21t 트럭 화물차주다.
2022년 2월 하이트진로는 맥주 출고가를 7.7%, 소주 출고가를 7.9% 각각 인상했다. 하지만 이천·청주공장 화물기사들의 운송료 인상 요구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 P35

 최종적으로, 사법부는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의 합법성과 합헌성을 인정했다. 2015년 11월대법원 판결, 2018년 6월 헌법재판소(헌재) 결정이 나왔다.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판단한 게 아니었다. 그보다는 입법 취지와 헌법적 정당성을 우선으로 여겼다.
대법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말했다.
"양측의 경제효과 분석 등 자료만으로 규제에 따른 전통시장과 중소상인들의 매출 증대 등 효과나 대형마트 개설자와 납품업자 등의 매출 감소 등 효과의 경중을정확히 비교하기는 어렵다. 이 규제의 취지 등에 비추어 단순히 경제효과 분석 등에 나타난 수치 자료만으로 규제 수단의실효성 여부를 판단할 수도 없다 (2015년11월19일 2015두295 전원합의체)."
결국, 다시 ‘규제의 취지‘로 돌아간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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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채택안은 달랐지만 대책의 기본 방향은 같다. 데이터와 경험상 과거 비가 많이 오고 피해가컸던 지역에 크고 튼튼한 배수시설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비는 그 용량 또한 뛰어넘었다. 국내 현존하는 최신식 · 최대 배수시설이라 할 수 있는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과 반포천유역분리터널이 최대로 처리해낼 수 있는 시간당 강수량이 각각100㎜, 95(완공 시) 정도다. 8월8일 폭우가 집중되던 오후 8~9시 서울 강남 일대의 시간당 강수량은 10㎜를 넘겼다. - P13

치수의 해법을 ‘치수‘ 바깥에서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 환경단체에서 오랫동안 정부의 물관리 정책을 살펴온 신재은활동가(풀씨행동연구소)는 이제껏 정부가 펼친 좋은 수해방지대책 중 하나로2010년 서울시 수해 이후 제정된 ‘반지하주택 건축허가 제한‘을 꼽는다. 이후 10년사이 서울시내 반지하 주택이 약 10만여 가구 감소했다. - P14

다시 큰 물난리를 겪게 된 서울시가8월10일 내놓은 대책은 10여년 전과 비슷하다. 이번에는 침수 우려 지역과는 상관없이 반지하 주택을 짓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이미 지어진 반지하 건축물은 10~20년 유예기간을 주고 순차적으로 없애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주거 취약계층이 반지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회·경제적 이유를 간과한 대책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 P17

지난해 출범한 TTC의 핵심 목표는서방국가(미국과 EU)들이 기술 부문의글로벌 주도권을 유지하는 것이다. 어떤기술의 중국 수출이 서방의 국가안보를위협할 수 있는지 기준을 정해서 ‘수출가능 장비‘와 ‘불가능 장비‘ 사이에 선을 그으려 한다. 마침 EU의 행정부라 할 수 있는 EU 집행위원회가 지난 3월, EU 내의반도체 제조 능력을 강화하는 데 500억 달러(약 430억 유로)를 투자하는 내용의 ‘EU 반도체법‘을 제안해놓은  상태다. 
지난해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TTC 협의직후 나온 공동성명의 골자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사슬의 재균형화 (rebalancing)‘였다. 
여기서 재균형화는 ‘글로벌 공급사슬에서 중국 배제‘의 부드러운 표현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일본·타이완 등동아시아에 대한 이른바 ‘칩4‘ 역시 대중수출규제를 위한 국제협력의 시도로 볼수밖에 없다.  - P22

‘펠로시 패싱‘이 해프닝이 아니라면,
더 큰 의문이 남는다.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의 큰 방향이 바뀌었느냐는지점이다. 정확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한·미동맹 약화,
대중 굴종 외교, 주종의 남북관계‘라는 프레임으로 적극 공격하며 선거 캠페인을벌였다. 사드 추가 배치를 하겠다는 한 줄 공약도 남겼다.  - P25

여기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이 펠로시의장을 만나지 않음으로써, 신냉전 질서가 격화하는 시기에 ‘윤석열 정부는 어떠한 대응책과 전략을 준비하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 ‘펠로시 패싱‘으로 미국이 받은 충격은 "타이완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미국은동맹국인 한국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더 힐>)"라는 보도로 드러난다. - P26

 <워싱턴포스트>는사설에서 "펠로시 의장이 왜 하필 이 시점에 우군 민주당 행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굳이 타이완을 방문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혹시 이번 방문을통해 그가 공화당 승리가 예상되는 올가을 중간선거 이전에 하원의장으로서 대미를 장식하고 싶은 마음이 아무리 굴뚝같더라도 시기적으로 타이완행은 현명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노정치인 펠로시의 타이완행을 국익을 무시한 채 자신의 정치적 욕심을 채우려는 ‘욕‘으로 본것이다. - P29

사납금 폐지는 법인택시 기사들의 오랜 염원이다. 택시가 못한 것을 타다는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첫째, 타다는 법인택시 회사들처럼 차량만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앱도 직접 운영했기 때문이다. 택시1 노동자들의 주행거리, 횟수, 시간은 물론= 누적 휴게 시간까지 초 단위로 추적할 수있었다. 기사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지정한 대기 장소로 이동시켰고, 기사들이 콜을 자주 수락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부여했다. 둘째, 손님이 별로 없는시간에도 시급 1만원을 준 부분은 피크시간대에 기존 택시보다 50% 더 요금을올리는 방식으로 만회할 수 있었다.
- P36

발사체와 분리돼BLT 궤적에접어든 탐사선은 지구로부터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 1까지 태양 중력에 이끌려 간다 (라그랑주는 우주공간에서 태양과 지구가 서로 당기는 힘이 0이 되는 지점이다). 라그랑주 1에서 방향을 바꾼 탐사선은 이번에는 지구 중력에 이끌려 지구 방향으로 돌아오다가 달 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굽이굽이 600만km를 돌아가기에 4.5개월이 걸리지만, 태양과 지구의중력을 이용하는 덕분에 달에 갈 때까지연료를 거의 쓰지 않는다.
2019년 다누리의 무게가 변경된 이후, 당시 달탐사사업단 단장이던 이상률항우연 원장은 2020년 1월 급하게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방문하고 돌아와BLT 궤적이라는 솔루션을 내놓았다.  - P48

 다누리가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달 전체를 찍어서 달 전체에대한 ‘편광 지도‘를 얻는 것이 목표다."
달 탐사선에 편광 카메라를 탑재해 달주위를 돌며 편광 사진을 찍는 건 다누리가 세계 최초이다. 그동안 지구상의 망원경으로 달을 편광 관측한 적은 있지만 달의 앞면만 볼 수 있었다. 다누리에 실린
‘폴캠‘은 달의 뒷면과 옆면을 모두 관측할수 있다. 2023년 2월 1일 다누리가 정상운영을 시작하며 보내오는 폴캠의 데이터는 인류가 처음으로 보는 사진이다.
- P50

 언론역사학자인 파트리크 에베노는 같은 날 라디오 프랑스앵포에서(수신료 폐지가) 공공기관의 재정에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최근 증액된 정부예산에서 공영방송 운영비용을 충당하면오히려 세수가 간결해진다"라고 말했다.
좌파 정당 후보들은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3월8일 유럽녹색당(EELV)의 야니크 자도 후보는 "공공기관에 대한 대통령노선이 극우 정당과 같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수신료폐지는 극우 성향 ‘재정복(Reconquête)당‘의 에리크 제무르, 우파인 공화당 발레리 페크레스 후보 등의 공약이기도 했다.
사회당(PS) 안 이달고 후보는 "TV 수신료 폐지는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죽이는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 P53

투자사가 작품에 거액의 예산을투입할수록 작품에 대한 입김이 세지는건 당연하다. 흥행 리스크를 짊어지고있기 때문이다. 다만 영화와 드라마를통틀어, 국내 관행상 쿠팡플레이가 거의불가능한 일을 해버렸다는 평가도나왔다. 영화·드라마 업계를 두루경험하고 현재 제작사를 독립 운영 중인A씨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감독과제작사, 투자사가 서로 의견이 안 맞아서평행선을 달리는 일은 흔하다. 언성을높이고 진땀을 빼는 일도 허다하다.
하지만 적정선을 찾아 서로 양해하고조율하면서 작업을 마무리한다.  - P57

그러니 아스팔트 틈새에서 자라는식물에는 ‘그런 데서도 자랄 수 있는생명력‘과 함께, 머지않아 스러질것이라는 예견된 죽음이 겹쳐 있는셈이다.
그 죽음은 바로 그 좁은 틈에 또조금의 양분을 남기고, 또 다른 싹이그곳에서 자라날 것이다. 아스팔트의작은 틈새에서도 꽃이 피고 갈라진 계단틈에서도 이름 모를 풀들이 자라나듯이,
아무리 흙으로 덮고 없애도 식물은 그틈에서 집요하게 되살아난다. 식물의삶의 방식이란 그렇게 틈새를 찾고파고들어 자기 자리를 느리게,
조금씩 만들어나가는 것이 아닐까생각한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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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회사인 KT 본사 측의 해명은 현장기2실정과 동떨어져 있다. KT 측은 <시사IN>에 "현재도 2인1조 작업을 원칙으로삼고, 이를 위해 필요한 인원을 지속적으로 충원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최낙규씨가 속한 자회사에서는 2인1조규정이 오히려 후퇴했다. 최씨는 "지난해말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승주작업을 2인1조로 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적이 있긴 합니다. 그런데 올해 5월께부터는 이 지침이 더는 내려오지 않았고,
2인1조 작업을 위한 인력 충원도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 P12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30조(수의계약대상자의 선정절차 등)를 보면, 계약 담당자는 수의계약 체결을 위해 2인 이상으로부터 견적서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견적서 등 구체적인 정보들은 ‘공고서 참조‘로 갈음됐지만 공고서는 나라장터에공개되지 않았다. 입찰에 참가하는 업체에 대해 유사 실적, 기술 능력, 경영 상태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사업수행능력평가(PQ심사)는 생략됐다. 실적심사신청서도 ‘없음‘으로 표기됐다. - P16

이번 사태의 본질이 뭐냐는 질문에TK(대구·경북) 지역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별‘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대표가 지독하게 헤어지는 중이다. 대선 기간 벼랑 끝에서 무마되었던윤석열-이준석 1·2차 갈등이 결국 다시터진 거다." 그가 보기에, 갈등의 한 중심축은 ‘장학관(장제원 핵심 관계자)‘ ‘권핵관(권성동 핵심 관계자)‘으로까지 분화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아니다. 갈등의 중심축으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를 놓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 P18

현재 영유아 교육 환경에서 나타나는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사이에서 발생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교사의 자격, 교육과정, 교육비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교육기관인 유치원은 교육부,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에서 담당하기 때문이다. 유보통합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함으로써모든 영유아가 균일한 교육 환경을 누리게 하려는 시도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윤석열·심상정 후보 모두 유보통합을 공약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던 유보통합이 영유아 교육격차의 해결 방안으로서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것이다. - P22

군사법원법 개정 이후에도 초동수사는 여전히 군 수사기관이 주도한다. 대신민간 수사기관이 현장 감식 등 초동수사에 함께 참여하게 됐다. 다양한 수사기관이 검증해 죽음에 의혹을 남기지 말자는취지다. 이번 사건에서도 7월19일 오후에 시작된 현장 감식과 검시 절차에 공군수사단 외에 대전지검 서산지청, 충남경찰청,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 유가족 2인, 군인권센터 등이 참여했다. 하지만 초동 단계에서 경찰관이나 검사의역할은 범죄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는지 의견을 제시하는 데 그친다. 군 수사기관이 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가 없다고판단하면 경찰에 사건을 넘기지 않아도된다. - P25

최근에 시베리아에 다녀오셨다고요?
시베리아 온도가 과거에 비해 4℃ 올랐어요. 동토가 녹으면서 땅속에 있던 메탄가스가 나오고 있어요. 라이터를 땅에대고 켜면 메탄가스 때문에 불이 붙어요.
심각해요. 이산화탄소보다 메탄가스가훨씬 온난화를 가속화하거든요. 이제는정말 미래를 위한 담판이 시급합니다. 생활방식을 바꾸고, 경제체제를 바꿔야 합니다. - P38

아직까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순수하게 환자(이용자) 처지에서 따져주는 대변자는 공론장에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산업 육성전략‘
문건 속 국민(이용자)을 표현하는 단어는 ‘지불 주체‘이다. 지금 비대면 진료를놓고 갈등을 빚는 산업계와 의료계 참여자들도 언젠가는 공동 룰을 정하고 각자의 몫을 배분할 것이다. 그렇게 판이 다짜이고 나서야 일반 국민은 ‘지불 주체‘로서 시장 참여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리고그 속에 국민 건강권과 의료 공공성이 설자리는 아마 없거나 매우 좁을 것이다. - P42

안심소득과 기본소득 모두 공통적인장점이 있습니다. 기존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비해, 두 제도 모두 일을 할 유인을충분히 유지합니다. 일을 한다고 해서 복지 혜택이 일순간에 사라지는 문제를 원천 차단했기 때문이죠. 이 점에서는 둘 다기존 소득보장제도의 허점을 극복하는좋은 방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 P47

공공기관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평가 기준은 객관성을유지해야 한다.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다시 언론 얘기를 해보자. 왜 언론은 일반 기업을 평가할 때는 ‘부채비율‘을 쓰면서 공공기관 평가에서는 ‘부채액‘을 쓸까? 최근 정부가 부채비율이 아닌 부채액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기 때문이다. 언론은 관행대로 부채비율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탁월 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이 열흘 만에 재무위험 기관으로 전락한 것에 대해의문을 갖는 언론까지 기대하면 욕심일까?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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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산하 치안비서관을 없애는 대신, 행안부장관이 직접 경찰을 통제하기 위해서라도 경찰국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까지만 해도 청와대가 음성적으로 경찰의 인사 등에 개입했고, 그 주된통로가 민정수석실이었다는 주장이다.
핵심은 인사권이다. 7월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직제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국은 경찰 관련 정책·법령 국무회의상정, 총경 이상경찰공무원에 대한 임용 제청, 자치경찰지원 등을 전담한다.  - P10

원·하청 구조는 한국 제조업이 직면한 중대한 과제다. 산업경쟁력의 핵심일숙련과 임금의 연결고리는 끊어진 지 오래다. 정규직은 속속 정년퇴직 중이고 신규 채용은 씨가 말랐다. 정규직과 하청의연대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았지만 위태롭다.  - P17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코레일이 철도노조에 대해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을 두고, 한국 정부에도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이 노동조합의 자유로운 운영에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덧붙여 손해배상 소송이 노동조합의 존속 그 자체에 심각한 재정적 위협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정당한 조합활동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갖는다는 노조의 지적에도 "우려를 표하고 유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국회 비준 동의로 인해 국내법적 효력을 가진 ILO의 국제노동기준은, 파업 노조를 상대로 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는 권장되는 일이 아니며 오히려 신중하라고 요구한다.  - P20

북한 이슈는 우선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기에 용이한 사안이다. 두 번째는 정보의 독점성이 있다. 정부·여당이 정보를독점하게 돼 있다. 세 번째로는 NLL 대화록 사건 등 전례가 있다. 이번에는 윤석열정부의 기대에 못 미친 거 같다.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다수가 윤석열 정부의 의도대로 따라가지 않고 있다. 과반이 공감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 몰이로 전임 정부를 혼낼 수 있고 정치적으로 이득이 될 거로 생각하는데, 그건 선거 때나가능하다. 선거라는 특정 시기에 제한된정보를 가지고 정보 장난을 칠 때 재미를봤던 건데, 지금도 똑같은 생각을 하는게문제다. - P24

기후변화를 막고 곤충에 대한 인식을바꾸면 벌레 떼 문제는 해결된다. 다만
‘다음 신종 벌레 떼‘가 몰려올 때 대처할 단기적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박멸보다 관리‘가 낫다고 말한다. 도심에는 약을 뿌리되, 야산은 두고보자는것이다. 곤충에 대한 애정이나 생명존중때문이 아니다. 이유가 있는 전략적 접근이다.
DDT 부작용을 처음 맛본 뒤 30년, 미국 학계는 화학이 아닌 생물학적 방제를시작했다. 약을 뿌리는 대신 진드기를 잡아먹는 포식성 생물을 키웠다. 생물학적방제는 결과를 얻기까지 오래 걸린다. 살충제 살포와 병행하기도 까다롭다.  - P29

메타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은 의도치않게 SNS의 본질이 광고이고, 빅테크 기업의 수익원은 개인정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 P32

스테이블 코인을 규제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이 트릴레마(Trillemma)다. 어떤 스테이블 코인이든 ‘탈중앙화‘, ‘안정성‘ 그리고 ‘효율성‘ 세 가지 중 하나는  반드시 포기해야만 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여기서 안정성(stability)은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가 얼마나 안정적이냐를 말한다. 특히 미국채등 담보자산과 연동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으로 변동성이 심한 시장에서 더욱 중요시된다. 효율성 (capital efficiency)은 코인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금이 필요한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트릴레마에 따르면, 만약 어느 스테이블 코인이 적정한 수준의 자금을 투입해 높은효율성) 미국채와의 연동을 안정적으로유지할 수 있다면 (안정성이 높다), 그 코인은 탈중앙화된 코인일 수가 없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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