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언하자면, 고대 전 시기에 걸쳐 살림살이 개념은 비교적 불변하는 사회적 규범에 구속되어 있었다. 고대에 이해한 바로는, ‘오이코노미아‘ 혹은 다른 그 어떤 개념도 각각 개별적인 단위의 경제활동을 총칭하는 개념이 되지 못했다. 그러므로 고대가 비록 그 용어를 근대에 전해주고 살림살이 활동에 대한 여러가치판단으로 큰 영향력을 끼쳤지만, ‘단 하나의 살림살이 개념을 전해준 것은 아니었다. - P43

요컨대 ‘살림살이‘와 ‘경제‘라는 한 쌍의 개념이 하나의 영역에둥지를 틀었다. 거기에서 사실상 물질적 생활토대가 형성될 뿐만아니라, 생계유지, 재산, 생업도 실질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렇기때문에 근대적인 용어의 변천에 대한 연결고리가 거기에 존재했다. 달리 말하면 당시에는 두 가지 연결고리가 존재했다.  - P97

요컨대 ‘상업Kommerzien‘과 ‘거래Handel‘ 라는 제목 하에서 다루는 영역이 독자적이고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분야로발전했다. 이미 이것은 대부분 근대적인 경제활동의 분야와 일치하며, 근대경제학의 ‘시장‘, ‘가격‘ 그리고 ‘통화‘와 같은 상업적범주도 등장했다. 18세기까지는 ‘상업‘이라는 단어가 가장귀감서와 농업을 특징으로 삼았던 ‘살림살이‘라는 단어와 나란히 사용었지만, 이제 전자가 상위 개념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유리한 계기가 마련되었다.  - P1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현 정권은 경찰력에 의한 물리적 힘의 행사와 제도언론에 의한 허위 의식의 조작을 권력유지를 위한 두 개의 지주로 삼고 있다. 여기서 제도언론에 의한 허위 의식 조작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일상적으로 보장해 주는 것이 다름 아닌 ‘보도지침‘이다. 다시 말하면 ‘보도지침‘은 단순히 언론정책의 한 가지 사례가 아니라, 일반적인 여러언론통제, 협조요청 등의 수단이 아니라 바로 그 차원을 뛰어넘어 가장 중요한 통치수단의 하나인 것이다. - P56

다시 말하거니와 이 땅에는 두 부류의 언론이 있다. 권력의 ‘탄압‘을 받는 민중언론과 권력의 ‘비호‘를 받는 제도언론이 그것이다. 한쪽은 끊임없는 압수와 연행, 구금의 대상이지만 다른 쪽은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것이 오늘의 형세이다. 그러나 한쪽은 성장해 가는 언론이지만 다른 쪽은 사멸의 길에 들어선 언론이다. 민중언론은 진리의 편에서서 진실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에 제도언론은 권력의 편에 서서 진실을 은폐하려고 헛된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P5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4 - 보수, 보수주의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4
루돌프 피어하우스 지음, 이진일 옮김 / 푸른역사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라틴어 'conservare(간직하다, 유지시키다, 구조하다)'는 단어사적 연원뿐 아니라 그 의미사적 연원은 분명하며, 사람들은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라틴어에서도 이미 이 단어는 가치에 중덤을 둔 의미 영역에 속해 있었다. 'conservator(수호자)'라는 단어는 행위에 근거를 둔 명사로, '수호자 custos', 혹은 '보호자 servator'라는 단어와 동의어였다._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4 : 보수, 보수주의>, P32


 라인하르트 코젤렉(Reinhart Koselleck, 1923 ~ 2006)의 개념사 사전 14번째 주제는 보수, 보수주의(Konservativ, Konservatismus)다. 단어의 본래 의미가 '간직하다, 유지하다' 이니만큼, 이 개념어와 관련된 주된 논의는 '무엇을 지킬 것인가?'에 집중되었다.  지키려는 것이 '내용(가치)'인가 아니면 '형식(제도)'인가에 따라, 그것은 '보수주의'가 될 수도, '자유주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념사는 과거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역사는 '보수주의-자유주의'라는 두 개념의 대립을 잘 보여준다.


 '보수주의적-자유주의적'이라는 개념 대립성은, 그것이 정치 원칙상의 요구뿐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요구에도 부응하고자 하는 한, 서로가 너무도 양보할 수 없는 관계임이 드러낸다. 이 양 개념은 그 정의를 분명히 하고자 하는 노력과 논리적 근거 제시를 통해 대단히 상이한 의미를 갖게 되었고, 개념적 경직성도 완화되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 너무도 원칙적이고 일반적인 해석을 통해 실제 사용에 있어서는 공허한 의미가 되어버렸다는 비난에 늘 직면하게 된다._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4 : 보수, 보수주의>, P41


  급진주의가 현상황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혁명을 주장했을 때, 대개 이들이 말하는 미래의 '청사진'은 구체적이지 않다. 역사는 이러한 자유주의자들의 모호하고 추상적인 이상(理想)에 대한 상대되는 개념으로 '보수주의'가 정치 이념어로 사용되었음을 알려준다.


 민주주의자들의 말뿐인 급진주의는 보수주의자들에게 "파괴주의자들"에 대항하면서 변화 속에서 보존을 정당화시키는 논거를 제공하였다. 이로써 보수주의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보수주의자들이 과거의 상태를 재건하거나 혹은 기존의 관계들을 단지 붙잡아두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변화를 방해하고,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람들과 싸우며, 현재의 문제를 문제로서 인식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하면 할수록, 더욱더 그들 스스로는 정치이념적으로 적극적으로 되어간다._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4 : 보수, 보수주의>, P56


 구체적인 개념어로서 '보수', '보수주의'는 독일 역사 속에서 (특히, 프로이센이라는)국가, 계몽군주를 정점으로 하는 입헌군주제를 지키려는 움직임으로 표현된다. 기존의 틀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은 이들이 기존 질서의 수혜자라는 사실을 의미하며, 이들의 공통점이 '이익'이라는 것이기에 보수주의를 단일한 개념으로 묶을 수 없다는 뜻도 함께 담는다. 이로부터, 우리는 보수주의자들의 '개혁'은 자신들의 틀을 깨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변화하지 않을 때 기득권을 잃을 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미뤄진다는 것을 독일의 역사에서 배운다. 그리고, 이는 아마 먼 나라의 옛날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보수적이라는 의미는 대중과 함께 국가라는 틀을 지속적으로 지지하기 위해 대중의 건강한 힘을 끌어모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보수적이라는 것의 의미는 견고한 법적 질서를 건설함으로써 임의적 전횡에 어떤 여지도 주지 않으며, 이를 통해 대중에게 법과 법치에 대한 개념을 심어주는 것이다._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4 : 보수, 보수주의>, P82


 보수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일반화된 이름으로 지칭되는 것에 반대하는데, 왜냐하면 그들은 자연과 역사를 통해 결정된 인간 삶의 구체성은 개념적으로 하나에 묶일 수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_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4 : 보수, 보수주의>, P105



진짜 보수주의자는 기존 질서들이 갖는 기본입장을 의식하면서, 자신의 이성적 근거에 따른 확신에 동의한 사람을 의미하며, 이런 사고로부터의 전환은 아예 상상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엄청난 불행의 형태로만 받아들이는 사람 혹은 그런 가능성을 막연한 미래의 일로 미루고 외면하는 사람이다. 이들에게서 개혁이란 자유주의자들에서처럼 원칙과 이상에 대한 실천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도구일 뿐이다. - P7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세기 경 ‘지도자 없음‘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아나키즘. 지배 형태를 부정하는 의미를 담은 이 단어는 역사속에서 무엇을 감추거나, 폭로하는 서로 다른 목적으로 자유주의자, 보수주의자, 진보주의자들에게 활용되었다. 자체의 개념이 아닌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아나키즘‘에 대한 정의는 결국 이 개념을 공허한 회색으로 인식시켰다...

‘아나키즘은 "모든 국가 조직을 거부하는 소부르주아적, 반마르크스주의적 이데올로기로 정의 되었다. ‘아나키즘‘과 ‘아나키스트‘는 조직 내부의 기존 질서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이용되었듯이, 다른 계급의 적을 비방하기 위해서 이용되었다. 물론 이들 개념은 여기에서도 공허해졌다. 마르크스주의적 언어가 20년대에도 여전히 가지고 있던 다채로움과 차별화하는 힘은 상실되었다. 이 개념들은 동구에서처럼 서구에서 방어 개념으로 실제로 조작적으로 사용되었다.
- P1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의 14번째 주제는 보수, 보수주의다. 개념사 사전을 통해 흔하게 인식되어온 보수의 이미지 - 안정, 온건, 조화 - 대신,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한 ‘혁명‘에 대한 ‘반혁명‘의 이데올로기를 발견한다. 급진적인 반동으로서의 보수주의.

선뜻 낯선 개념들의 조합으로 생각되지만, 주식투자 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만약, 첫 해에 -50%수익을 거뒀다면, 두번 째 해에는 원금을 찾기 위해서는 50%가 아닌 100%수익을 거둬야한다. 그런 면에서 1848년 혁명을 경험한 독일 기득권들의 보수주의가 더 큰 반동으로 움직였던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또한, 오늘날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운동 중에 극단적인 흐름이 나타나는 것도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보수주의란 개인 혹은 집단으로 드러나는 의식적인 정치적 입장 표명으로 - 일반화시켜 표현하자면 - 자신들의 소유나 삶과 관련된 일반적 국면들이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관계들의 변화를 통해 위협받고 있다고 보았으며, 역사적 지속성의 유지, 법의 엄수, 문화의 지속 등을 곧 이런 위기에 대한 방어와 동일시했다... 이런 의미에서 보수주의적 사고와 행태는,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사회적 변화에 직면한 상황에서는 자신들의 반동적 목표를 설정할 때 전적으로 급진적 노선을 취할 수 있다.  - P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