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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와 검사 - 죄수들이 쓴 공소장
심인보.김경래 지음 / 뉴스타파 / 2021년 4월
평점 :
법과 국가의 수호자들이 사실은 수호자가 아니면서 수호자인 척하면, 국가는 분명 완전히 망하고 말 것이네.... 따라서 우리는 수호자들을 임명하는 것이 그들 자신을 최대한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국가 전체의 행복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하네_플라톤, <국가>, 421a-421b
플라톤(Platon, BC428~BC348)은 <국가 Politeia> 제4권에서 국가를 수호하는 수호자들의 역할과 함께 이들이 수효해야하는 국가의 덕목이 지혜, 용기, 절제, 정의임을 말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정치가 ‘법률(Nomos)‘에 따라 이루어지는 정치였음을 생각해본다면 플라톤이 말한 ‘국가를 수호하는 수호자들‘을 ‘법률을 수호하는 수호자들‘이라고 해석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이러한 해석의 연장선상에서 형사법의 한 주체로서 대한민국의 검사는 분명 ‘수호자‘들 중 하나임이 분명하지만, 뉴스타파의 <죄인과 검사>에서 묵직하게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은 이상적인 4덕을 갖춘 ‘수호자‘의 모습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수사권 독점, 영장청구권 독점, 기소권 독점. 모두 나쁜 놈들을 잡기 위해 검찰에 부여한 독점적 권한이다. 그런데 검찰은 이 권한만 키우고 나쁜 놈들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선택적 수사, 선택적 기소, 무소불위의 검찰권. 검사는 나쁜 놈들을 잡기 위해서라고 해도 나쁜 짓을 하면 안 된다는 건 인류가 합의하고 발전시켜온 법치주의의 핵심이다._ 심인보, 김경래, <죄수와 검사>, p369
<죄인과 검사>안의 검사 모습은 ‘수호자‘가 아닌 ‘창조자‘다. ‘자기 식구 감싸기‘라는 대원칙하에 자신들을 ‘무오류‘의 ‘절대자‘로 위치시키고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없는 죄도 만들어 내는 이른바 ‘무로부터의 창조 creatio ex nihilo‘를 행하는 ‘창세기‘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퍼즐을 맞추는 것과 유사하다.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검찰의 방식은 조금 다르다. 수백 개의 퍼즐 조각 중 몇 개를 놓고 나머지는 (찾는 게 아니라) 다른 종이를 오려 붙이는 방식일 수도 있다. 가지고 있는, 혹은 찾아낸 퍼즐 조각이 얼마 되지 않을 때, 특히 핵심 조각이 없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_ 심인보, 김경래, <죄수와 검사>, p283
<죄인과 검사>는 이러한 검찰의 민낯을 두 기자의 취재과정을 통해 담담하게 벗겨간다. 우리의 상식을 넘는 검찰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검찰개혁의 본질이 ‘죄의 창조자‘에서 ‘법의 수호자‘임을 자각하게 된다. 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각자가 확인하도록 하자...
* 위 리뷰는 출판사 리뷰단 활동을 신청하여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