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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폴레옹 전쟁은 19세기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전쟁은 군주제, 귀족제, 노예제 같은 제도들의 정당성과 전통적 생활방식을 뒤흔들었다. 또한 해소되지 않은 여러 쟁정들을 남겼다. 그러므로 후속 세대는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중앙집권화와 근대화, 공화주의와 군주정주의, 산업화와 급진주의의 유산들을 두고 씨름했다. 세인트헬레나섬에 유배된 나폴레옹은 정치적 전설이 자라나게 했고, 전설은 재빨리 그에 맞서 싸웠던 사람들의 후손들에 의해 기려지고 이상화된 자애로운 황제에 대한 강력한 신화로 진화했다(p843)... 이는 대분기의 시작이었고, 이 전환의 엄청난 의미는 19세기가 흐를수록 더 분명해진다. _알렉산더 미카베리즈, <나폴레옹 세계사> , p844/1210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가 급등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한 금융 위기, 인플레이션 방지를 위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위기가 진행 중이다. 마침 이 주제들과 관련하여 '혁명 2030' 시리즈를 꺼내들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물음에 적절한 답을 주지는 못했다. 가깝게는 2030년, 길게는 2050년까지 우리 삶을 바꿀 미래전망서인 관계로 눈 앞의 위기가 아닌 낙관적인 미래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는 인터넷 연결, 모바일, 정보기술 플랫폼이다. 테슬라 Tesla의 모델 S는 무선으로 운영 시스템을 업데이트하거나 해치할 수 있다. 테슬라 모델 S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컴퓨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기자동차는 정보기술의 산물이며, 정보기술의 다른 산물들과 마찬가지로 무어의 법칙이 적용된다(p39)... 대형화, 중앙집권화, 하향식, 공급자 중심의 에너지산업 역시 막다른 길에 몰려 있으며 모듈 방식, 분산화, 상향식, 개방형, 지식 기반, 소비자 중심의 에너지산업으로 대체되고 있다. 에너지산업의 붕괴는 자동차산업의 붕괴와 결부되어 도미노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화물운송, 공공 운수, 렌터카, 주차, 보험 등 많은 부문의 산업이 붕괴할 것이다. 도시계획과 토지이용계획 역시 급변하고 그 파장은 놀라운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_ 토니 세바, <에너지 혁명 2030> , p41


 환경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내연기관 대신 그 자체로 전자제품인 전기차(자율주행차 포함)는 관련 소재 산업부터 보험 등 금융산업에 이르기까지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기존 화력, 원자력 중심의 대규모 설치 산업으로서의 에너지 산업은 소형화, 친환경 산업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에너지 혁명 2030>) 또한, 향후 금융거래에서는 현금을 사용하지 않고 가치를 거래하게 되면서, 기존 화폐를 대신하는 지불수단과 방식이 도입될 것이며, (금융 혁명 2030>) 소유 중심의 주거가 아닌 공유 공간으로서 스마트 기술에 의해 우리의 삶이 보다 쾌적하게 바뀌는 변화(<주거 혁명 2030>)가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의 공통된 바탕은 과학에 의한 기술혁신이 전제된다. 

 

 가상화폐는 기계에서 기계로 가치를 거래하는 원리라고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기계 내부에 있는 칩의 형태를 띤다. 우리는 웹 3.0으로 이동하면서 거래 방식도 M2M으로 이동했다. 이 새로운 가치 체계에서는 모든 기계 혹은 상거래가 가능한 대상이 칩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소유한 이 칩은 거래에서 주인으로 지정되며 우리의 신원을 파악하는 구조의 일부가 된다... 가상화폐 체인은 가치를 거래할 뿐만 아니라 신분과 소유권도 관리한다. 이런 방식으로 당신은 인터넷으로 즉시 그리고 눈에 띄지 않게 공상과학에나 나올 법한 가치 교환을 해낼 수 있다. _ 크리스 스키너, <금융 혁명 2030> , p41


 '혁명 2030' 시리즈는 낙관적인 미래를 전망한다. 아직 2030년이 되려면 여러 해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특이점이 온다 The Singularity is Near: When Humans Transcend Biology>에서 전망한 인간을 초월한 기술이 가져올 미래는 근심과 걱정이 자리할 공간은 없어보인다. 반면, 이러한 점때문에 현재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에 비유되는 위기상황에서 책에 그려진 내용이 실감나게 다가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가까운 미래 대신 장기추세를 전망한 책 내용으로 현 위기의 주요 주제와 제목만 같은 미래전망서들. 현재의 분위기 상 이러한 미래를 그려보는 것은 쉽지 않지만, 또 이러 전망을 무조건 틀렸다고 볼 수만도 없는 것이, 실제로 책에 다루어진 과학기술 중 상당부분은 이미 상용화된 것도 있고, 개발 중인 프로젝트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혁명 2030' 시리즈의 전망은 장기적인 추세(trend)를 파악한다는 측면에서 유용하지만, 전면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는 시기는 조금 더 늦춰야 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혁명은 기술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50년, 주택은 소유가 아닌 공유가 일반적인 풍경이 될 것이다. 또한 움직이는 벽을 설치하는 등 공간을 재배치함으로써 소비를 줄이고 집은 더욱 작아질 것이다. 집을 포함해 가전제품들은 모두 하나의 신경망으로 연결되어 상호 소통하는 IoT 기술이 적용될 것이며, 가전 가운데 오작동을 하거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면 네트워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p186)... '그린' 개념은 '스마트' 개념을 포함하게 되어 디지털 도시, 상품과 기술이 합쳐질 것이다. 2050년의 인프라는 도시와 도시가 가진 중요한 인프라 시스템의 탄력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변할 것이다. 도시들은 국경을 초월해 더욱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 _ 박영숙, 숀 함슨, <주거 혁명 2030> , p243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과연 우리 인간이, 사회가 그 변화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전기차 보급이 확산된다고 하지만, 전기차가 주력이 되는 상황이 왔을 때, 기존 자동차 산업 종사자와 기업의 반발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신재생 에너지 사업 육성과 관련하여 탈(脫)원전과 관련한 사회적 갈등은 넘어가더라도, 자율주행자동차 도입에 따른 손실 보장 기준 마련 등 법 제도 정비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한, 새로운 가치측정 및 교환 수단이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가치측정이 기존 화폐인 달러에 연계된다면 이는 다른 하나의 파생상품의 등장에 불과하지 않을까? 새로운 주택 등장과 스마트 시티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기존 부동산 시장 가격 결정 기준이 교육과 교통임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기술의 변화가 현재 부동산 시장에 과연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등등의 물음을 던져보게 된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까지 과정을 생각해본다면, 전망만큼 빠른 속도로 변화는 이루어지기 힘들지 않을까.


 

 버크는 다음과 같이 썼다. "인간 지성의 자랑인 법률학(science de jurisprudence)은 ... 시간이 흐르면서 전수되는 이성이다. 그것은 근본적인 정의의 원리와 극히 다양한 인간의 이익을 결합한다... 이러한 것이 바로 버크 교의의 기본적인 특징이다. 모든 인간 제도의 토대가 되어야 하는 것은 역사이며, 시간의 흐름 속에 나타나는 느린 변화만이 지속될 수 있다. 버크에 따르면 추상적인 철학적 원리에 기반을 둔 모든 개혁 시도는 곧 실패할 수밖에 없다. 어떤 원리도 풍속이 될 수 없으며, 오랜 전통에 근거하지 않은 법은 민중에게 진정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시행될 수도 없다. 이들 연설에서 버크는 결코 이성에 호소하지 않았으며 언제나 역사를 논거로 이용했다. _ 자크 고드쇼, <반혁명> , p90


  '혁명 2030' 시리즈를 읽으며 혁명(革命 revolution)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기존의 가치와 절연한 전혀 새로운 시대를 가져온 것에 비유되는 변화도 결국은 기존 방식의 또다른 변주가 아닐까. 전혀 새로운 가치로 등장한 것들도 보다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반(反)혁명의 과정 속에서 우리의 삶 속에 녹아들였을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실현되기에 처음에 등장한 혁신만으로 세상을 온전히 바꾸기는 쉽지 안음을 생각하게 된다. 프랑스 대혁명으로 촉발된 혁명의 이념이 나폴레옹 전쟁을 통해 유럽과 세계 전역으로 뻗어나간 듯 보였으나, 결국은 많은 문제를 과제로 남겼듯이, 과학혁명으로 촉발된 변화도 그 과제가 풀리지 전까지 많은 혼란이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혁명 2030에서 그려지는 낙관적인 유토피아(Utopia)는 아쉽게도 그리 금방 오지 않을 듯하다. 다른 한편으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디스토피아(Dystopia) 또한 그렇게 쉽게 오지 않을 수 있겠다는 점은 그런 아쉬움을 충분히 위로할만한 희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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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8-10 21: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22-08-10 22:14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

꼬마요정 2022-08-11 08: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겨울호랑이 2022-08-11 09:11   좋아요 2 | URL
꼬마요정님 감사합니다.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

얄라알라 2022-08-11 1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당선작들 제목 보다가, 누구 작품일까? 호기심과 함께 클릭했는데 겨울호랑이님!!! 축하드립니다

겨울호랑이 2022-08-11 12:31   좋아요 2 | URL
제목 작명이 좋았습니다 ㅋㅋ 얄라얄라님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그레이스 2022-08-11 12: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겨울호랑이 2022-08-11 12:31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

mini74 2022-08-12 0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 보고 나폴레옹 세계사 관심이 생겼어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축하드려요 호랑이님 *^^*

겨울호랑이 2022-08-12 08:01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을 통해 나폴레옹 전쟁을 단순히 개인의 야심을 충족하기 위한 전쟁이 아닌, 세계사적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미니님 좋은 독서 시간 되세요,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2-08-12 0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22-08-12 08:01   좋아요 0 | URL
thkang님 감사합니다. 모처럼 맑은 날, 건강한 하루 되세요! ^^:)
 

 종교적 형태의 죽음 의례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느낌을 죽어가는 신자들의 마음속에 불어넣는다. 이것이야말로 그 의례의 실제적 기능이다. 이와 별도로 현재 죽어간다는 것은 상당히 무정형적 상황에 놓여 있으며 사회적 지형도에서 빈자리로 표시된다. _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죽어가는 자의 고독>, P36


  연의의 첫영성체 교리를 계기로 성(聖) 금요일 미사를 다녀왔다. 가톨릭 전례에서는 부활절(Easter Sunday) 직전 3일을 각각 성목요일(Maundy Thursday), 성금요일(Good Friday), 성토요일(Holy Saturday)로 보내고 있으며, 각각의 요일과 요일 사이는 '수난', '죽음' ,' 부활'이라는 사건에 대응한다. 그 중에서도 금요일은 수난의 정점, 죽음의 요일에 해당한다. 노르베르트 엘리아스(Norbert Elias, 1897 ~ 1990)의 말처럼 미사 전례를 통해 신자들은 수난과 죽음을 재현하고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성금요일 미사 복음 중 절정은 예수의 죽음이다. 4대 복음서에 기술된 예수가 남긴 마지막 말은 서로 다르다. 때문에, 복음서마다 조금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마태오 복음과 마르코 복음은 조금은 원망하는 듯한 분위기가 든다면, -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태 27:46)(마르 15:35) - 루카 복음에서는 죽음 너머의 생명의 분위기가 -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카 23:46)" - 요한 복음에서는 죽음 자체로 완성이라는 느낌을 개인적으로 받게된다 - 다 이루어졌다."(요한 19:30) -. 


 세월호 8주기를 앞두고 맞이한 성금요일에 개인적으로 <요한복음>의 내용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죽음의 순간 아버지에게 호소하는 공관복음과는 달리, 죽음이라는 사건을 직시하는 모습이 더 크게 느껴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직 채 해결되지 않은 사건을 잊을 수 없다는 개인적인 생각때문일까. 잘 모르겠지만,  '죽음'이라는 사건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기억하고 싶다. 해결되지 않았기에 그들을 잊어서는 안되며, 그들의 빈자리를 아직 채울 수 없다는 생각도 함께 한다.


. 2014년 세월호가 침몰 후 2016년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며 촛불을 들었건만, 그로부터 5년이 지나도록 선체 인양 이외에 달라진 것은 없는 상황. 이제 다시 깊은 밤이 시작되기에 8주기를 맞이해서 더 깊은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제 시작될 밤이 얼마나 깊은 어둠이며, 얼마나 길게 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잠들지 않고 깨어있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들을 마음 깊이 간직하며. 남은 유족들이 온전하게 그들에게 남겨진 상처를 치유받을 때까지. 그리고, 우리 사회가 세월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루카 2:52) 


 죽음 자체는 위협적이지 않다. 사람들은 기나긴 꿈 속으로 떠나가고 세상은 사라진다. 두려운 것은 죽어가는 고통이며, 또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산자의 상실감이다... 죽음은 한 인간의 종말이다. 남는 것은 그 혹은 그녀가 다른 사람들에게 주었던 것, 즉 산 자가 가진 기억들이다. _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죽어가는 자의 고독>,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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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6 0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16 0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4-16 0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도하는 마음 미안한 마음 ㅠㅠ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더 마음이 아픕니다 ㅠㅠ 기억하기 잊지 않기 깨어있기. 기억하겠습니다 ㅠㅠ

겨울호랑이 2022-04-16 08:52   좋아요 2 | URL
세월호는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던 배가 눈앞에서 침몰했다는 사실 이상의 의미가 있더 여겨집니다. 큰 재난 상황에서 사건 당시 사실보도도 원인규명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시간이 흐른 뒤에도 제대로 사건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 현대사의 모든 문제가 응축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자신의 생각이 뒤집히는 혼란에 빠졌다. 그까짓 사탕을 얻어먹기 위해서 말 노릇을 하는 아이들의 비굴을 미워했고, 얻어맞고도 아무런 대항을 하지 못하는 비겁을 쥐어박고 싶었었다. 그러나 그런 행위가 모두 소작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은 너무나 단순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끼어든 것이 아이들을 도운 게 아니라 오히려 나쁘게 만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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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재난을 묻다 - 반복된 참사 꺼내온 기억, 대한민국 재난연대기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서해문집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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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가 발생하기 일 년 전인 2013년에 일어난 태안해병대캠프 참사. 모든 것을 덮기에만 급급했기에 결국 일년 뒤 대재난을 맞이했음을 확인한다. 기출문제도 풀지 못한다면, 새로운 문제도 풀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는 우리가 더 나은 사회를 원한다면, 세월호를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 7주기에...

태안해병대캠프 참사의 고을 새기기 위해 7월 18일로 지정해정부가 추진해모던 학생안전의 날‘은 슬그머니 폐기됐고 4월 15일이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했다. 유족들은 청소년 대상 체험활동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탐욕과 자본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요청했다. 재판이 중요했던 건 우리 아이 목슴값에 대한 복수가 아닌 재발방지를위한 일벌백계였다. 사고현장에서 대규모 모래채취가 이뤄져 바다 밑바닥이 고르지 않고 갯골(웅덩이)이 이 형성돼 참사가 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자연적인 갯골이라면 사고를 예측하기 어렵고 불가항력적인 면이 많지만, 인위적인 것이고 캠프 관계자가 모래채취를 인지하고 있었다면 사건은 정반대로 진행될 공산이 컸다. 또한 캠프 참가비가 전년 대비 50퍼센트나 인상돼 학교 관계자와 캠프 간 거래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는확대되지 않았다. 경기도의 한 섬유업체가 사고업체의 실질적 소유주라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수사대상에도 모르지 않았다. 해병대캠프에 공유수면 사용허가를 내주고 1년간 점검조차 하지 않은 태안군과, 수상 안전시설인 보트 계류장이 필요 없다며 철거를 용인한 태만해경 담당자들은 형사처분 대상에서 제회됐다. 감사와 관련해 책임을 진 공무원은 단 한 명도없었다. 관리감독기관인 태안군과 해경이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사고업체는 직접적인 책임성을 부인하며 사업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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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대책의 특단의 카드로 시작한 동토차수벽에 대해 2016년 여름 완전히 동결시키는 것은 어렵다고 발표했다. 전국지는 그다지 크게 다루지 않았지만 후쿠시마민보(7월 20일)는 1면 톱으로 도쿄전력의 배신을 보도했다. 그리고 녹아내린 핵연료의 상태에 대해서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완전히 '속수무책'인 것이다._야마모토 요시타카, <일본 과학 기술 총력전>, p387


  지난 13일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충격적인 결정이기는 하지만, 사실 야마모토 요시타카(山本義降)의 글에서 보듯 오염수의 완전 동결이 어렵다면, 다음 수순이 방류가 될 것이기에 이는 몇 년 전부터 예정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대책이 세워질 수 없었던 것은 원자력이 갖는 타고난 '통제불능'의 위험이기 때문이리라. 


 본래 원전은 민생용 상품으로는 치명적인 중대 결함을 몇 가지나 갖고 있다. 경수로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연료인 우라늄 채굴에서 정기 점검에 이르는 과정에서 노동자 피폭이 불가피하다는 점, 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오염과 방사선오염이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 사용 후 리사이클은 커녕 사람이 접근할 수조차 없는 거대한 폐로가 남고, 수십만 년에 걸쳐 위험한 방사선을 방출하는 사용 후 핵연료의 처분방법 미해결이 그것이다. 보통의 상품이라면 이 중 어느 것 하나만 있어도 시장에 내놓을 수 없다._야마모토 요시타카, <일본 과학 기술 총력전>, p379


  원자력 발전이 가져오는 위험은 이미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1986),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2011)를 통해서 입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이 계속 사용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군사력 때문이다. 이는 일본이 원전 사고 이후에도 핵탄두 6,000개를 만들 수 있을만큼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입증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단순한 천재지변으로 볼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사고를 처리하는 과정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그들의 무책임한 모습을 보노라면,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비극을 말하는 그들의 모습과 다른 이중성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일본식 다테마에(建前)와 혼네(本音)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 과학 기술 총력전>에는 후쿠시마와 관련된 이야기가 간단하게 다루어지지만, <후쿠시마, 일본 핵발전의 진실>은 이 주제에 대해 상세하게 다룬다. 이와 관련해서도 내용 정리를 해야겠다...


 원자력의 '군사 이용'과 '평화 이용'이라는 이분법은 전후 널리 언급돼왔다. 그러나 본래 군사기술과 비군사기술의 경계는 애매한 것이고, 전후 세계에서 최첨단 기술이 군산복합체에서 다뤄지고 있는 한 양자를 말끔히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나카소네의 발언은 핵기술이 원폭 제조로 시작했고, 비군사적/산업적 이용이라고 해도 기술 보유 자체가 대국주의 내셔널리즘을 불러일으키고 국제 사회에서 발언력 강화를 가져온다는 극히 정치적인 의미를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_야마모토 요시타카, <일본 과학 기술 총력전>, p363


 1988년에 체결돼 2017년까지 유효한 신미일원자력협정에는 지정된 시설에서의 재처리 실시를 사전에 승인하는 '포괄적 사전 합의'가 삽입됐다. 미국의 양해가 사실상 불필요해진 것으로, 그 결과 플루토늄 사용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일본의 재처리와 증식로 건설 노선이 연명됐다. 이는 비핵 보유국에서는 일본에만 허용된 '특권'이다. 도카이무라의 시설과 해외 위탁으로 생성된 일본의 플루토늄 보유량은 이미 48t에 달한다. 국자원자력기구(IAEA) 지침에서는 핵무기 1개 만들 수 있는 플로토늄의 양은  8kg으로 돼 있다. 그렇다면 일본은 무려 6,000발의 플루토늄 폭탄을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재료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된다._야마모토 요시타카, <일본 과학 기술 총력전>,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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