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1850년대에서 1890년대 사이에 잉글랜드에서 케이프타운까지 여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2일에서 19일로 줄었다. 증기선은 훨씬 빠를 뿐 아니라 외양도 커졌다. 그래서 같은 기간에 평균 총 용적 톤수는 대략 두 배가 되었다. 1870년대에 이르면 인도에서 오는 전보가 몇 시간 안에 이곳에 도착할 수 있었고, 여왕은 전보를 주의 깊게 읽었다. 이것은 빅토리아 여왕 치세 동안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세계는 축소되었다... 1840년대 말에 이르자 전보가 육상 통신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졌고, 1850년대에 이르면 인도의 건설 공사는 전신이 폭동을 진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정도로 충분히 발전했다. 전신 케이블과 증기선 노선은 세계를 일제히 단축시키고 통제를 더 쉽게 만든 세 개의 금속 네트워크들 가운데 두 가지였다. 세번째는 철도였다.(p242) <제국 Empire> 中


[그림] 빅토리아 여왕 시기 영국제국(출처 : http://www.victorianschool.co.uk/empire.html)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 1964 ~ )은 <제국 Empire>에서 영제국(British Empire)의 전성기인 19세기 말 제국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통제될 수 있었는가에 대해 서술한다. 저자는 증기선, 전보 그리고 철도의 도입을 통해 유럽 제국주의가 이전 제국과는 달리 오랜 기간 패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을 책을 통해 강조하는데, 우리는 이를 통해 과학과 제국주의의 결합에 대해 확인하게 된다. 그렇지만, 과학이 가져온 변화는 기술적인 면에 그치지 않는다.


 1850년대에 시작된 과학이 가져온 이러한 변화는 처음에는 인프라 확충의 모습으로 나타났으나, 시스템이 구비된 19세기 말에는 시스템의 통합이 요청되었고, 이를 위한 새로운 이론(理論)이 요구되었다. 이러한 요청에 대해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 시간의 제국들 Einstein’s Clocks, Poincare’s Maps: Empires of Time>은 물리학이 상대성 이론을 통해 어떻게 응답했는가를 잘 보여준다.

 

 1860년대와 1870년대에 좌표화된 시간은 도시와 철도 시스템에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동기화된 시계는 언론의 환대를 받고 길거리에 등장하고 천문대와 실험실에서 연구 대상이 되면서 이제 더 이상 이색적인 과학이 아니었다. 동기화된 시계는 기차역과 동네와 교회로 거미줄처럼 뻗어나가, 과거에 전력과 하수시설과 가스가 그러했듯이 대중의 일상생활에 스며들어 근대의 도시적인 삶을 순환하는 물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p140)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中


 독일인들만이 아니라 그들의 적인 프랑스인들도 1870년에서 1871년에 있었던 보불전쟁이 끝나고 나서, 폰 몰트케가 시간이 정확하게 맞추어져 있는 철도를 제대로 활용한 것이 프랑스 제2제정(1852 ~ 1870)을 무너뜨렸고 유럽 권력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던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p206)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中


 양(量)적인 팽창이 완료된 후 이의 효율적인 활용이 국력(國力)임을 절감한 유럽 정치인들은 시간의 통합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식민지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제국 내 시간이 통합될 필요가 있었고, 1905년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 ~ 1955)의 상대성 이론은 이들 정치인들에게 통합의 실마리를 던져주었다.

 

 거대 정치 조직은 행정 효율성과 관련된 공간의 문제, 연속성과 관련된 시간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함축하고 있다. 구조의 유연성은 인재 발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지식 독점에 대한 공격과 관련이 있다. 또한 안전성은 통치의 발전 가능성뿐 아니라 통치 기관의 한계와도 관련이 있다.(p285) <제국과 커뮤니케이션> 中


 파바르제는 파리에 토대를 둔 국제 도량형국이 두 가지 근본적인 양인 공간과 질량을 정복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첨단 분야인 시간이 아직 개척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간을 정복하는 방법은 점점 확장되는 전기 네트워크를 창조하는 것으로, 이 전기 네트워크를 천문 관측소와 연결된 모시계에 덧붙여서 계전기들이 그 신호를 증폭시켜 보니면, 대륙 전체에 있는 호텔과 저잣거리와 교회의 뾰족탑의 시계를 자동으로 맞출 수 있을 것이다.(p294)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中


 시간에 대해, 그리고 원거리 동시성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먼저 시계를 동기화 同期化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만일 두 개의 시계를 동기화하려면, 하나의 시계에서 다른 시계를 향해 신호를 쏘아 보낸 후에 그 시계에 도착한 신호의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 이보다 더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을가? 시간에 대한 이 절차상의 정의 덕분에 상대성 이론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졌고, 그 이후 물리학은 완전히 새롭게 변화한다.(p20)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中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에서는 물리학에 의한 시간 통합의 과정이 잘 서술되어 있다.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 ~ 1650)에 의해 직교좌표계가 도입되었고, 칸트(mmanuel Kant, 1724 ~ 1804)에 의해 직교좌표계에 시간과 공간이 개별 변수로 할당된 근대 이후 시간과 공간의 기준점이 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은 치열해졌다. 


 [사진] Space and Time(출처 : https://www.archive.scienceandnonduality.com/lost-in-space-and-time/)


 결국 공간은 프랑스의 미터(meter)법에 의해, 시간은 영국 그리니치(Greenwich) 천문대 기준으로 본초자오선이 설정되면서 세계의 시간과 공간의 기준점은 영국과 프랑스로 분할되었고, 이를 기준으로 세계는 통합 출발선에 서게 되었다.


 20세기로 접어들 무렵 유럽과 북아메리카는 좌표화된 십자선들로 구획이 나뉘었다. 열차 선로, 전신선, 기상 관측 네트워크, 경도 측량, 이 모든 것들이 관찰 가능하고 점차 보편화되어가던 시계 시스템 아래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푸앵카레와 아인슈타인이 도입한 시계 좌표화 시스템은 세계의 기계였다. 처음에는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동기화된 시계들의 방대한 네트워크가 구현되었고, 21세기로 넘어갈 무렵에는 범선이 끌어주는 해저케이블 네트워크가 되었고 위성을 수신하는 극초단파 방송망이 되었다.(p370)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中


 시간이 시간 기록과 완전히 일치되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지구 전역에 절차나 거리상의 동시성을 기술정치적으로 확립해주는 통일 시간이 있었던 적도 전혀 없었다. 이전의 평범했던 시스템들과 마찬가지로 아인슈타인의 시계 동기화 시스템은 시간을 절차적인 동기화 문제로 한정시켜 전자기장 신호로 시계들을 연결했다. 사실상 시계 단위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계획은 여기서 더 나아가 도시, 국가, 제국, 대륙, 세계를 넘어 마침내는 현재 전체적으로 유사 데카르트적인 우주라고 일컫는 무한대까지 확장하는 것이었다.(p373)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中


 시간과 공간의 통합이 가져온 변화는 생각보다 컸다. 제국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시킬 수 있었던 열강들은 자신들의 힘을 과신하고 충돌한 결과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이를 대신한 새로운 제국인 미국은 과거의 제국과는 문화(culture)를 통해 자신의 지배력을 유지하게 되는데, 이러한 변화의 출발에는 세계의 시간과 공간의 통합이 있었음을 생각하게 된다.


 중심에서 방출된 전자기 신호가 바로 옆방이든 아니면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든 떨어져 있는 지점들에 다다르는 것, 이것을 동시라고 정의한 사람이 비단 아인슈타인과 푸앵카레만은 아니다... 전기 신호의 교환을 바탕으로, 철도 계획자들은 열차 시간표를 짜고, 제독들은 군대를 소집하고, 전신 교환원들은 사업 거래를 타전하고, 측지학자들은 지도를 그린다.(p349)... 무선 기술은 파리와 파리 근료의 모든 지역에 시간을 분배해줄 것이고, 낡은 증기 시스템뿐 아니라 전신을 전달하는 전기 시간에 사용되는 불편한 지상의 전신선들을 몰아낼 것이었다.(p350)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中


 미국에서는, 신문이 공간을 지배한다는 점 때문에 커뮤티케이션 독점을 크게 발달시켰으며 이는 시간 문제의 경시를 의미했다... 공간을 강조하는 종이 편향과 지식 독점은 새로운 매체인 라디오의 발달로 견제를 받았다. 그 결과는 시간 문제에 대한 관심 증대, 계획 성장과 사회주의 국가 등장으로 나타났다. 커뮤니케이션 편향을 막을 수 있는 정체를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과 공간 및 시간의 의미에 대한 평가는 제국의 문제, 서구 세계의 문제 과제로 남겨 놓을 수 있다.(p286) <제국과 커뮤니케이션> 中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는 이처럼 상대성 이론이 가져온 인식의 변화가 20세기 초 세계를 어떻게 바꾸었나를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에서 시작된 변화는 인터넷(Internet)을 통해 세계가 통합된 오늘날도 유효하다는 점에서 우리는 물리학의 상대성 이론과 생물학의 진화론을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9-06-18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18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든북스 Wooden Books는 자연의 질서와 패턴에 관해 서술한 작은 책 10권으로 구성된 전집이다. 작지만 알찬 내용이 담긴 이 전집에서 필립 볼 박사의 형태학 3부작과 관련된 내용이 이번 페이퍼의 주제다. 우든 북스 전체 10권 중 직간접적으로 3부작과 연관된 내용은 <대칭성, 질서의 원리 Symmetry : The Ordering Principle>, <황금분할 The Golden Section>, <이 理, 자연의 역동적 형태 Li : Dynacmic Form in nature>, <하모노그래프 Harmonograph>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대칭성'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자.

 

 대칭성은 항상 분류, 범주화 그리고 관찰되는 규칙성과 관련이 있다. 대칭성은 제약이다. 그러나 대칭성 자체는 제약되어 있지 않다. 즉 대칭성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곳은 없다. 게다가 대칭성 원리는 평온, 즉 시끌벅적한 세상을 초월한 고요함의 특성이 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항상 변화, 소란, 운동과 관련되어 있다.(p7) <대칭성, 질서의 원리> 中


 <대칭성, 질서의 원리>에서는 대칭성을 설명할 때, 회전과 반사를 통한 합동성과 주기성의 개념으로 이를 설명한다. 360도의 각도 내에서 몇 번의 회전을 통해 동일한 모양이 나타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패턴이 나타나는데 일정한 규칙성이 존재하는가가 대칭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대칭성을 보이는 수많은 다양한 대상들이 가진 공통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먼저 합동성과 주기성의 개념부터 이해해야 한다. 대부분의 대칭적 대상은 어떤 형태로든 이런 성질이 있으며 이런 성질이 빠지면 대칭성이 축소되거나 사라진다.(p8)... 대칭성을 표현하는 또 다른 두 가지 기본적인 방식이 있다. 회전과 반사가 그것이다. 이런 대칭성의 방식들은 합동이라는 개념을 이용한다.(p10) <대칭성, 질서의 원리> 中


 [사진] 대칭성(출처 : <대칭성, 질서의 원리> 中)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규칙성을 것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4가지 힘(강한 핵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 중력) 중에서 가장 약한 힘인 중력(gravity)이다. 비록 약한 힘이지만, 중력에 의해 만들어진 규칙에 적용되는 법칙은 엔트로피(entropie) 최소화 법칙이고, 이로 인해 생명체는 생명을 영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될 수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 생명체들을 모두 가이아(Gaia)에게 빚을 지고 있는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대칭적인 규칙성은 한 가지 주된 힘에 의해 만들어졌다. 즉 표면장력에 의해 만들어진 물방울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은 모두 중력(중력 역시 구형 대칭성을 가지고 있다)에 의해 모양이 만들어졌다.... 실질적으로 구(球)는 주어진 부피당 표면적이 가장 작으며, 이 때문에 많은 과일들이 구형을 하고 있다. 또 구는 어느 쪽에서 봐도 동일한 모양이기 때문에 포식자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가장 자연스런 형태이다.(p18) <대칭성, 질서의 원리> 中


 구형 물체를 쌓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들을 삼각형 또는 사각형으로 배열하는 것이다. 이런 배치는 분명 공간을 규칙적으로 분할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과일을 이 가운데 어떤 패턴으로 배열하든지 두 번째 층을 첫 번째 층에 생긴 틈 이외의 곳에 쌓기는 쉽지 않다. 글자 그대로 최소 에너지를 가진 패턴만이 남게 된다.(p22) <대칭성, 질서의 원리> 中


 그렇다면, 삼각형 또는 사각형으로 배열된 물체들은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칭성은 제약이 없다'는 말처럼 이들이 서로간 관계를 맺는 구조 자체는 차라리 무질서에 가깝지만, 이러한 '무질서'가 반복되면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 진다. 프랙털(fractal)이라 부르는 기하학 구조에서 우리는 부분과 전체 사이의 '자기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많은 자연적인 형성물들은 이들이 고도로 복잡하고 불규칙하게 보일지라도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통계적인 자기유사성을 지고 있다. 이것은 광범위한 스케일에 걸쳐,또는 프랙털의 정도를 정확히 측정했을 때 이들이 같게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학에서 많은 종류의 프랙털들은 크기에 제약을 받지 않으며 이론적으로 무한대의 크기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세계에서, 특히 환경 적응이 목적인 생물들에 있어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p40) <대칭성, 질서의 원리> 中


 [사진] 매력적인 프랙털(출처:  <대칭성, 질서의 원리> 中)


 모든 종류의 형태는 구성 요소들이 서로 연결되어 이루어지며, 이것들이 해체되면 궁극적으로 형태는 스러진다.(p10)... 관련 없는 형태들 사이의 유사성은 거시에서 미시에 이르는 모든 크기 규모에서 나타난다. 이것은 유사성이라는 특성이 자연이 가진 근본적 속성이라는 사실에 대한 또 하나의 증거가 된다.(p12) <이 理, 자연의 역동적 형태> 中


 이러한 프랙털 구조를 우리는 일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러한 구조를 동양(東洋)에서는 '이 理'라 부른다. 반(反) 엔트로피의 결과로 나타난 '이'는 '자연 自然 스스로 그러하다'으로 해석되는데, '이'를 통해서 우리는 아름다움에 대한 동서양의 차이를 확인할 수도 있다.


 '이 理'는 지형을 창조하는 힘처럼, 창조와 파괴의 과정에 깊이 연루되어 있지만 본질적으로 창조적이거나 파괴적이지는 않다. 다만 그러한 뿐이다.(p24) <이 理, 자연의 역동적 형태> 中


[사진] 잔금(출처 : <이 理, 자연의 역동적 형태> 中)


 동양에서는 오랫동안 도자기 표면에 생긴 잔금에 미적 가치를 두었으나 서구에서는 그것을 잘못된 결함, 즉 문제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두 세계의 가치관이 얼마나 다른지 말해준다... 모든 잔금은 축적되어 있던 스트레스가 분출되어 나가는 통로, 곧 힘이 가는 선이라 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인식하는 동양문화에서 잔금을 매력적으로 본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p26) <이 理, 자연의 역동적 형태> 中 


 또한, <도덕경 道德經>40장 에서 天下萬物生於有 有生於無'(만물은 유에서 살고 유는 무에서 산다)는 구절을 연상시키는 다음의 설명을 통해 우리는 질서와 무질서가 만들어내는 균형을 '경계'에서 발견할 수도 있다. '무질서라는 질서' 또는 '질서 라는 무질서'가 만들어 내는 세계는 일정 비율로 반복되기에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이른바 황금 비율이라 불리는 미(美)의 공식을 통해 예술가들은 아름다움을 표현해 왔다.

 

 자연은 증가하고 감퇴하는 주기와 리듬에 따라 고동친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상승하는 길과 하강하는 길은 같다"고 말했다... 폭발적으로 성장한 별은 내파할 때가 많고, 생명의 질서정연한 조직이 만들어 내는 음의 엔트로피는 무질서와 죽음이 만들어내는 양의 엔트로피로 상쇄된다. 카오스(Chaos 혼돈) 이론에서는 황금분할이 카오스 경계를 설정한다고 한다. 질서가 무질서로 옮아가고, 무질서에서 질서가 나오는 경계이다.(p28) <황금분할> 中


 전체와 부분의 결합은 비례적 대칭을 통해 우아하게 결합된다. 특히 황금분할을 통해 가장 효율적으로 이뤄진다. 이 단순한 분할은 자연을 움직이는 추동력인 듯하다. 자연으로 하여금 프랙털화를 통해 자기 닮음성을 지닌 부분들을 만들어내고 황금각과 피보나치 수로 이뤄진 나선을 그리며 성장하게 한다.(p32) <황금분할> 中


[사진] 황금대칭(출처 : <황금분할> 中)


 형태학 3부작에서는 대칭과 패턴 그리고 이들이 빚어낸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가 '공간 space'으로 한정되지만, 우든 북스에서는 한걸음 더 들어간다. 우든 북스 중의 <하모노그래프>에서는 음악(music)의 화음(和音)-불협화음(不協和音)의 관계 안에서 시간(time) 속에서의 엔트로피 법칙을 보여주기 때문에, 우리는 더 깊은 이야기를 넓은 범위에서 할 수 있게 되었다.

 

 음계는 어떻게 구성될까? 현을 튕길 때 나는 소리를 잘 들어보면 으뜸음뿐만 아니라 여러 음이 복합된 배음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음악가들은 한 옥타브 안에서 조화음을 만들기 위해 배음보다 조금 가까이 있는 음정들이 필요하다. 알렉산더 포프는 "이해할 수 없는 온갖 불협화음"이라고 했다.... 불협화음이 증가함에 따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악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줄어든다.(p14) <하모노그래프> 中


 영국의 과학자인 아서 에딩턴(1882 ~ 1944)은 변할 수 없는 변화의 방향을 시간의 비대칭성(과거-현재-미래)과 연계하여 '시간의 화살'이라는 그림으로 생생하게 나타냈다... 변하지 않는 물리법칙과 시간의 화살이 연계되면 세상은 놀랍도록 복잡하고, 다양하고, 아름답게 변한다.... '고립계'인 우주는 최대의 비평형상태로부터 빅뱅을 통해 어둡고 차가운 평형상태를 향해 나가고 있다. 시작과 끝 사이에서는 구조를 만들어낵 사건을 유발할 수 있는 유용한 에너지가 '쓸모없는' 에너지로 변환되는 변화가 계속해서 일어난다.(p27) <하모노그래프> 中


[사진] 시간의 화살(출처 : <하모노그래프>中)


 시간(Time) 예술인 음악 속에서 대칭성을 찾으면서 우리는 최종적으로 시공간(時空間 space-time) 속에서 대칭성을 논의할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우든북스에서 다루는 내용이 짧지만, 대칭성의 적용 범위에 대해서는 더 깊게 들어간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이로부터 우리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theory of relativity) 역시 크게는 대칭성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이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대칭성은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론의 중심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아마도 이런 점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4가지 힘을 하나로 설명하기 위한 통일장이론((grand unified theory)을 도출하기 위해 그처럼 애쓰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물리법칙들은 정상적인 공간의 모든 부분에서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평행이동 대칭성을 가지고 있다. 또 평행이동 대칭성은 근원적으로 운동량보존법칙의 결과로 나타난다. 또한 물리법칙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지 않는다. 이것은 시간의 평행이동에 대해 대칭적임을 의미한다. 이 경우 또 다른 보존법칙인 에너지 보존법칙을 얻을 수 있다.(p50) <대칭성, 질서의 원리> 中


 우든북스 각 권의 책들은 매우 얇고 절반이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어 쉽게 보이지만, 이처럼 내용을 들여다보면 결코 만만한 책이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각각 별개의 주제로 이루어진 듯한 각 권들을 형태학 3부작의 내용과 연계시켰을 때 보다 선명하게 주제가 들어옴을 느꼈는데, 아마도 이런 경우를 두고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을 아닌가 싶다.

 

 우리에게 전체와 공명할 방법을 제공하고, 자기 청제성을 차근차근 더 넓게 펼쳐나가서 마침내 '하나'로 귀환하는 길을 밟게 해준다. 이 심오한 자연의 암호와 우리 자신을 연결하여 공명하는 것, 그리하여 세상을, 그리고 균형 잡힌 형상과 최고의 황금 표준들과 우리의 관계를 아름답게 하는 것은 인류의 의무다.(p56) <황금분할> 中


 조금 뜬금없지만, 개인적으로 위의 구절을 읽으며 스피노자(Benedictus de Spinoza, 1632 ~ 1677)의 범신론(凡神論)과 영원의 상하 sub specie aeternitatis가 연상되었는데, 아마도, 어제 <스피노자 선집>을 읽어서 그런 것만 같지는 않다. 구체적으로 그 이유에 대해서는 <스피노자 선집>리뷰에서 이야기하도록 하고 읽기 지루한 이 페이퍼는 이만 줄이도록 하자.




댓글(8) 먼댓글(0) 좋아요(5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9-01-27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27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9-01-27 2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재미있는데요. 이 책에는 이런 사진들이 나오는 거군요.
잘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님, 즐거운 주말 보내셨나요.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9-01-27 22:53   좋아요 1 | URL
우든북스 책이 시각적인 내용이 많아 굳이 글을 읽지 않더라도 시각적으로도 볼거리를 많이 제공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편한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19-01-28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공 냄새가 풀풀 납니당~~

겨울호랑이 2019-01-28 13:23   좋아요 1 | URL
전공이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읽는 희은수네 2019-03-27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구입 전 리뷰를 보는 편인데 독서력이나 필력이 부럽습니다.전 자꾸 잊어버리고 글쓰기도 점점 더 어려워지는듯.잘 읽었어요^^

겨울호랑이 2019-03-27 10:31   좋아요 0 | URL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읽는 희은수네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필립 볼(Philip Ball)박사의 형태학 3부작은 각각 <모양 Shapes> <흐름 Flow> <가지 Branches>를 주제로 구성된 책이다. 이들은 각각의 다른 주제로 각권을 시작하지만, 독자들은 이들이 서로 긴밀한 관계로 묶여있음을 곧 확인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들은 <스스로 짜이는 융단 : 자연의 패턴 형성(The self Made Tapestry : Pattern Formation in Nature>라는 한 권의 책을 세 권으로 분권한 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각 권은 내용상 다소 중복되는 부분도 있지만, 각 권들이 가지는 긴밀한 유대감으로 형태학이 생소한 독자들도 앞의 내용을 상기하면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라 여겨진다. 책에 대한 전체적인 감상은 이 정도로 하고 각각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각각의 리뷰에 담으려고 한다. 다만, 그 전에 <모양> <흐름> <가지>라는 각각의 책들을 리뷰하기에 앞서, 페이퍼를 통해 개략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겨있으며 어떤 내용으로 전개할 지 간략하게 그려보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페이퍼는 일종의 프롤로그(prologue)라 하겠다. 크로키(croquis)를 그리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해 본다. 형태학 3부작의 리뷰는 전체적으로는 필립 볼의 형태 3부작을 기본으로 하되, 보다 읽기 쉽고 친근한 우든 북스 책들을 묶는 형태로 리뷰를 작성하는 형태를 따른다. 우든 북스의 책이 핵심을 간결하게 설명하면서도 시각적으로 더 효과적으로 설명해 주기 때문인데, 이 부분이 얼마나 리뷰에 묻어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 이렇게 했을 때 형태학 3부작과 우든 북스 세트의 책들 중 어떤 책들이 파트너로 묶이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동일 요소가 반복되는 기하학적 질서, 즉 규칙성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움이 있다. 이런 패턴은 하나의 격자이며, 자연의 패턴 형성 방법은 훨씬 더 복잡한 형태의 동식물이 어떻게 간단한 물리적인 힘만으로 조정되는 점진적인 공간의 분할과 재분할로 구성되는지 알려 준다.(p5) <모양> 中


 위의 내용처럼 <모양>에서는 개체에 표현되는 패턴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이를 설명하는 법칙으로 '엔트로피 Entropie'가 소개되고 있다. 또한, <모양>에서는 엔트로피의 결과로 자연의 대칭성을 보여주고 있기에 우든 북스 중 <대칭성, 질서의 원리>와 <황금분할>이 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이들이 연결될 수 있을 것 같다. 


 움직임은 패턴과 형태를 만든다... 알갱이들에게 이웃에 반응할 능력을 주면, 끝도 없는 패턴이 거기서 생성될 것이다. 이들은 저마다 그 어느 누구도 예정하거나 계획한 적 없는 눈부신 조화를 이룬다.(p5) <흐름> 中


 <흐름>에서는 자연의 불안전성과 불규칙성이 만들어 낸 변화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의 주제를 잘 표현하는 내용은  '난류 亂流'로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잘 들어맞는 우든 북스의 책은 <이 理, 자연의 역동적 형태>로 생각되어 이들을 하나의 묶음으로 올려 놓는다.


강물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모습에서, 자연 철학자들은 정맥과 동맥을 떠올렸다. 정맥과 동맥은 또한 나뭇가지를 떠올리게 한다... 가지를 친 분지 형태들은 무질서와 결정론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는다. 이것은 새롭고 특이한 기하학을 알리는 현상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 속에서 질서가 다시 모습을 나타낸다.(p5) <가지> 中


 형태학 3부작의 마지막은 <가지>이며, 이 책의 핵심어는 프랙탈(fractal)이다. 그리고 우리는 책 안에서 각각의 형태들이 다른 형태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우든 북스에서 <대칭성, 질서의 원리>가 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만, 그 외에도 <신성한 기하학>의 내용을 보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외에도 다음의 책들도 연관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일단 페이퍼에 이름을 올려 본다.


그렇지만, 필립 볼 형태학 3부작을 이처럼 과학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한다면, 우리는 미처 보지 못한 달의 뒷면을 남겨두는 모습이 되고 만다. 과학과 예술의 접점을 찾으려는 저자의 노력을 생각한다면 여기에 예술적인 부분도 추가적으로 곁들여 주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럼 어떤 예술이 형태학 3부작에서 소개되고 있을까. 저자는 <모양>에서 아르누보(Art Nouveau) 양식을 소개하고 있으며, <형태>에서는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 1853 ~ 1890)의 그림을 통해 자연의 모습을 설명한다.  <가지>에서는 직적적으로 미술작품을 언급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초현실주의 작품(아마도 마그리트 René François Ghislain Magritte가 여기에 해당될 듯하다) 이 프랙탈과 유사성이 있다고 생각되어 이들을 묶어볼 계획이다. 간략한 프롤로그를 작성할 계획으로 시작한 페이퍼였는데, 막상 쓰고 나니 거창한 공약이 되버린 듯하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의 리뷰가 될 듯하여 심히 걱정되는 마음을 안고 이번 페이퍼를 접는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9-01-12 0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2 0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2 0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2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은 천체물리학, 지구과학, 생물학 등에 관해 빌 브라이슨(Bill Bryson, 1952 ~ )이 쓴 짧은 과학 역사 이야기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정말 매우 넓은 반면, 그 깊이는 매우 얇다. 때문에, 해당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는 이들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반면, 해당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사람 이름만 기억에 남지 않을까 여겨진다. 아마도 다음의 노래를 듣고, 한국사에 대해 말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그런면에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입문서(入門書)보다는 고시생들이 시험 10분전 전체 목차(index) 를 떠올릴 때 활용하는 책 수준이라 여겨진다.



 때문에, 이 책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작업이라 여겨져, 이번 페이퍼에서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서 가장 눈이 갔던 주제를 골라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려 한다. 조르다노 브루노(Giordano Bruno, 1548 ~ 1600)는 그의 저서 <무한자와 우주와 세계 Dell'infinito, universo e mondi De la causa, principio e uno>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펴고, 결국 화형(火刑)으로 삶을 마치게 되었다. 

 

 우주는 무한한 전체로서 중심과 주변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주 안에 있는 것은 단지 모든 개별적 천체에 대한 관계들입니다. 이 관계들은 내가 반복해서 여러 번 설명한 것처럼 특히 일정한 중심점들, 말하자면 태양들, 중심불들이 존재한다고 우리가 제시한 그곳에 있습니다. 마치 우리들이 우리에게 인접한 태양 주위를 일곱 개의 유성이 회전하는 것을 보는 것처럼, 태양들과 중심불들의 둘레를 그것들의 모든 유성들, 지구들, 그리고 물로 된 천체들이 회전합니다.(p185) <무한자와 우주와 세계 외>中


 브루노는 비록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지만, <무한자와 우주와 세계 외> 곳곳에는 기존 정상과학(normal science)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이 제시되고 있다. 예를 들면, 제시된 마지막 문장의 '지구들', '물로 된 천체들'이라고 설명된 부분에서 우리는 고체상태의 지구형 행성(地球型行星, terrestrial planet)과 액체상태의 목성형 행성(木星型行星)을 연상할 수도 있다. 조금 엇나갔지만, 2003년에 쓰여진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서는 과거 행성이었던 명왕성(冥王星, Pluto), 지금은 왜소행성 134340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통계적으로 볼 때 어느 곳인가에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있다. 우리 은하계에 몇 개의 별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1,000억에서 4,000억 개에 이를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그리고 우리의 은하는 1,400억 개의 정도일 것으로 짐작되는 은하들 중의 하나이고, 그중에는 우리 은하보다 더 큰 것도 많이 있다... 우리는 그 수백만의 문명들 중의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다(p41)...  1999년 2월에 국제천문연합이 명왕성이 행성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던 것은 좋은 소식이다. 우주는 크고 외로운 곳이다. 가능하면 많은 이웃과 함께 사는 것이 좋을 것이다.(p42) <거의 모든 것의 역사> 中


 <거의 모든 것의 미래>에서는 명왕성이 태양계 행성이라고 받아지는 학설에 대해 위와 같이 '다다익선(多多益善, the more is the better)'의 개념으로 동의를 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명왕성은 이후 2006년 행성의 자리에서 밀려나게 되었는데, 그 배경은 다음과 같다. 


 관련기사 :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312243.html


 <그림으로 보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명왕성이 행성에서 강등된 이후인 2008년에 쓰여졌기 때문에 왜소행성 134340에 대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수정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속에서 명왕성의 왜행성 강등에 대해 개인적인 아쉬움을 확인할 수 있다.


 명왕성이 실제로 행성인지, 아니면 은하의 잔해들이 남아 있는 카이퍼 띠(Kuiper Belt)라고 알려진 곳에 있는 비교적 큰 덩어리인지에 대해서 많은 천문학자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명왕성은 2006년에 투표를 통해서 행성 연맹에서 쫓겨났다. 명왕성은 여러 가지 이유로 '행성'의 이름표를 얻는데 실패했다. 새로운 규정에 따라 명왕성은 '외행성'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70년 이상이나 행성으로 여겨졌고, NASA가 보낸 우주선이 2015년 7월 근처를 지나갈 예정이기 때문에 명왕성이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정이 다시 달라질 수도 있다.(p17) <그림으로 보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 中


 명왕성은 1930년대 미국의 천문학자에 의해 발견되었는데, 2000년대 중반 카이퍼 벨트에서 많은 왜소행성의 확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결국, 2006년 태양계 행성에서 탈락하게 되지만, 이 시기 미국은 명왕성 탐사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일련의 행보는 '명왕성'에 대한 미국인들의 각별한 애정 때문이라 여겨진다.

 

 2006년 1월에 나사의 뉴허라이즌스호는 케이프커내버럴에서 이륙해 명왕성과 그 너머를 향해 나아갔다. 그 당시에는 명왕성이 실제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아무도 몰랐다. 그것은 카이퍼 대의 안쪽 테두리에 있는 작고 먼 천체였다... 명왕성 근접 탐사 계획은 2000년까지 보류된 상태로 있었는데, 스턴은 미국의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가 1930년에 발결한 가장 작고 가장 큰 행성인 명왕성에 탐사선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3년에 앨런 스턴(Allan Stern)의 뉴허라이즌스 계획은 승인을 받았고, 2006년에 발사된 우주선은 명왕성을 향해 9년간의 비행을 시작했다.(p315) <천문학의 책> 中


[사진] 뉴허라이즌스 호 경로(https://www.sciencenews.org/article/rendezvous-pluto)


 '치와와가 개이듯 얼음 왜행성들도 행성체다.' 앨런 스턴이 남긴 말 속에서 우리는 명왕성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행성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미국 과학계의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토머스 S. 쿤(Thomas Samuel Kuhn, 1922 ~ 1996)은 그의 주저 <과학 혁명의 구조 The structure of Scince Revolution>에서 패러다임(paradigm)과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를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우리는 이미 경쟁하는 패러다임의 추종자들이 어째서 상대방의 관점을 완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가에 대한 몇 가지 이유들을 살펴보았다. 그 이유들은 총괄적으로 혁명 이전과 이후의 정상과학 전통에서의 공약불가능성(incommensurability)이라고 표현되었으며, 우리는 여기서 그것들을 간단히 요약하기만 하면 된다.(p258)... 서로 다른 세계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두 그룹의 과학자들은 같은 방향과 같은 관점에서 보면서도 서로 다른 것을 보게 된다. 그러나 그들이 기분 내키는 대로 어느 것을 본다는 뜻은 아니다. 양쪽이 모두 세계를 바라보고 있으며, 그들이 바라보는 대상은 변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영역에서는 그들은 서로 다른 것들을 보며, 대상들이 서로 맺는 다른 관계 속에서 그것들을 본다.(p261)... 그들 사이에서 충분히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려면, 한 그룹 또는 다른 그룹이 우리가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불러온 개종(conversion)을 거쳐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경쟁적인 패러다임 사이의 이행은 공약불가능한 것들 사이의 이행이기 때문에, 논리가 가치중립적 경험에 의해서 추동되어서 한 번에 한 걸음씩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p262) <과학 혁명의 구조> 中


 같은 대상을 바라보면서도 서로 다른 인식틀 속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면, 아마도 이들은 다른 세계를 사는 것이라는 쿤의 주장속에서 '객관적 사실'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학'이라는 말은 '객관적', '합리적', '논리적' 이라는 말과 동의어다. '과학'이라는 단어를 포장하는 긍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과학'을 비판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우리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와 <천문학의 책> 안에서 우리는 '명왕성은 왜행성이다'라는 패러다임을 거부하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학(科學, science) 역시 인간 인식 틀의 하나이며, 끊임없이 변화가 될 수 밖에 없음을 확인하게 된다. 과학의 상대성을 새삼 확인하면서 이번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4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yo 2018-09-16 21: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은 정말 알라딘의 호랑이세요.... 장르도 뭣도 가리지 않고 다 씹어드신다.

겨울호랑이 2018-09-16 21:44   좋아요 1 | URL
에고, 호랑이가 되고 싶은 고양이입니다. ^^:) syo님 감사합니다.

북프리쿠키 2018-09-16 2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길그레이트 책은 제가 소장하는 최애템인데도 이 책은 생소한 걸로 보아~고양이가 아니라 호랑이 맞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09-16 22:34   좋아요 1 | URL
^^:) 한길 그레이트북은 종류가 워낙 많기도 하거니와, 제 독서가 워낙 구석을 찌르는 경향이 있어 북프리쿠키님께서 미처 확인하지 못하신 책이라 생각됩니다...ㅋ 감사합니다.

베텔게우스 2018-09-16 2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 대해서 글 첫머리에 언급하신 부분에 대하여 격하게 공감합니다. 2주간 겨우 절반을 읽었는데, 나머지 절반을 읽을 엄두를 못 내고 있습니다. 특히 물리학에 관한 부분은 당최 무슨 말인지... 아무튼 저도 명왕성 부분을 읽으며 오래된 책이라는 느낌과 더불어 글쓴이의 다다익선식의 견해가 인상적이었는데, 이 글을 통해서 그 내용을 패러다임 전환의 측면에서까지 바라보게 되었네요~ 겨울호랑이님, 글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09-17 07:20   좋아요 1 | URL
저도 처음에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과학사에 대해 잘 정리된 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읽었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책이 주는 ‘과학인물사‘ 느낌과 과거 국사 교과서를 읽는 느낌 때문이 아닌가 여겨지네요. 그런 면에서 새로운 것을 알고 싶어하는 이들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베텔게우스님 역시 명왕성을 인상 깊게 읽으셨다는 것을 보면, 분량은 많아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부분은 거의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베텔게우스님 감사합니다.^^:)

2018-09-17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7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天地玄黃 宇宙洪荒(천지현황 우주홍황). 하늘과 땅은 검고 누렇다. 우주는 넓고 크다. 

 

 宇(우)는 공간을, 宙(주)는 시간을 의미하므로, 말 그대로 宇宙는 시공간(space-time)을 말하는 개념이다. 그리고, 현대 천체 물리학의 이론은 시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3개의 공간 차원과 1개의 시간 차원으로 이루어진 4차원의 시공간. 그렇다면,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1. 배경 : 시공간


 어떤 시간간격에 걸쳐 있는 공간을 '시공간'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시공간상의 한 구역이란, 특정 시간 동안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공간, 즉 시간과 공간을 모두 고려한 4차원의 공간을 의미한다.(p98)... 특수상대성이론은 시공간 자체가 가속운동을 판단하는 궁극적 기준임을 말해 주고 있다.(p110) <우주의 구조 The Fabric of the Cosmos> 中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은 3차원이지만, 시간이라는 개념 역시 공간상의 차원과 유사하기 때문에 4번째의 차원으로 간주해도 무방하다는 뜻이었다... 하나의 사건을 정의하는데 필요한 정보는 3개가 아니라 4개인 것이다. 이들 중 3개는 공간상의 위치를 지정하고, 나머지 하나는 시간을 지정한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한데 묶어서 '시공간 space-tim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p89) <엘러건트 유니버스 the elegant universe> 中


2. 우주의 시작 : 인플레이션 이론


 우주의 시작과 관련하여 최근 인정받고 있는 이론은 급팽창이론(急膨脹理論) 또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이론으로 부른다. 우주가 초기 폭발로 이루어졌다는 빅뱅이론(big bang theory)과 우주가 평탄한 이유를 설명한 정상우주론(正常宇宙論, Steady State theory, Infinite Universe theory, continuous creation)을 인플레이션 이론은 종합한다. 인플레이션 이론의 핵심은 우주의 처음은 빅뱅이론과 같은 대폭발로 설명될 수 있다지만, 지금 관측되는 우주가 안정적인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답으로 요약된다.  


 인플레이션 우주론에 의하면 우주 초기에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중력이 척력으로 작용하여 우주공간이 엄청난 빠르기로 팽창한 시절이 있었다.(p403)...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질량과 복사는 중력에게 에너지를 빼앗기고 인플라톤장은 중력으로부터 에너지를 획득한다.(p431)... 우주가 지금처럼 고-엔트로피 상태로 끊임없이 진행되고 시간이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은, 초기의 우주가 아무런 덩어리나 주름 없이 매우 낮은 엔트로피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우주의 구조> 中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 ~ 1955)이 우주상수의 개념을 도입하여 설명한 우주의 안정성에 대해, 인플레이션 이론에서는 '힉스장' 또는 '인플라톤장'의 개념을 이용하여 설명한다. 초기 우주의 높은 밀도 상태에서 고에너지 상태의 중심점(힉스장)으로 인해 발생한 척력(斥力)으로 우주는 매우 빠르게 팽창되었다는 것으로 우주의 시원(始原)과 과정(過程)이 설명된다. 그렇다면, 가장 초장기 상태의 우주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등장한 이론은 초끈이론 superstring theory다. 그렇지만, 여기서 잠시 초끈이론과 관련한 두 개념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숨겨진 차원'과 '대칭'이 그것이다.


 우주공간에는 질량과 에너지에 의한 인력보다 음압에 의한 척력이 더 강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바깥쪽으로 밀어내는 척력이 작용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주상수가 가져온 놀라운 결과이다.(p390)... 아득한 옛날, 우주의 밀도가 매우 높았을 때 힉스장의 값은 에너지 그릇의 가장 낮은 계곡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 힉스장을 흔히 '인프라톤장 inflaton field'이라 부르는데, 이 장은 음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력적으로 엄청난 척력을 행사하여 공간 내의 모든 지점들이 서로 멀리 도망가도록 만들었다. 인플레이션은 우주를 확장시켰다. Inflation drove the universe to inflate."(p397)...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질량과 복사는 중력에게 에너지를 빼앗기고 인플라톤장은 중력으로부터 에너지를 획득한다.(p431)  <우주의 구조> 中


3. 숨겨진 차원 : 칼루자-클라인 이론 


 우주의 시공간이 4차원을 넘어선 다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말은 낯설게 들린다.  신학(神學)의 세계에서는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보지 않고 믿는 자는 행복하다(요한 20 : 29)'고 넘어가겠지만, 과학(科學)의 세계에서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문제에 대한 설명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칼루자-클라인 이론 Kaluza-Klein theory은  숨겨진 차원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돕는다. (칼루자-클라인 이론 자체는 폐기된 상태로, 다차원에 대한 개념만 이해하도록 하자.) 차원의 연장선상에서 초끈이론에서는 9개 공간 차원을 사용하고, 통합이론인 M 이론에서는 10개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4차원 세계의 모든 점들이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다섯 번째의 차원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왜 지금껏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한 가지 깔끔한 설명은 다섯째 차원이 극히 작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에 있을까? 이를 이해하는 한 방법은 우리의 4차원 우주를 좌우 양쪽으로 무한히 뻗은 1차원의 선으로 보는 것이다... 기하에서의 선은 본래 길이만 있고 두께는 없는 대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여기서 상상하는 선은 배울이 매우 높은 돋보기로 보면 미세하지만 두께를 가진 선으로 생각한다. 이 선을 정원 호스로 여길 수 있다. 이 정원 호스를 잘랐을 때, 그 단면은 1차원의 기본적인 한 모양이다. 따라서 이 원은 4차원 시공의 각 점들마다 붙어 있는 여분의 5차원을 나타낸다고 말할 수 있다.(p17)... 다섯 번째의 차원은 프랑크 길이(Planck length)라고 부르는 약 10의 -30승 cm에 불과한데, 이토록 작은 크기로 존재할 수 밖에 없으므로 이를 관측하기란 사실상 영원히 불가능하다고 하겠다.(p19) <휜, 비틀린, 꼬인 공간의 신비 The shape of inner space : theory and the Geometry of the Universe hidden Dimensions> 中


 끈이론으로 예견되는 공간의 차원이 우리가 알고 있는 3차원보다 훨씬 높은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우주의 초기에는 현존하는 3차원도 아주 작은 영역 속에 갇혀 있었으므로 '기존의 3차원'이나 '여분의 차원'이라는 구분도 존재하지 않았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이들 중에서 여섯 개의 차원은 그대로 남아 있고 나머지 세 개는 팽창하는 공간과 함께 엄청난 규모로 커져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p511) <우주의 구조> 中


 중력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수행된 실험결과로 미루어볼 때, 만일 우리가 3-브레인(brane)에 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여분차원의 크기는 거의 1/10mm 까지 허용된다. (p542) <우주의 구조> 中 


4. 대칭 


 초끈이론 중 많은 내용은 대칭(對稱 , symmetry)의 원리에 의해 설명된다. 사실 대칭은 물리학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는 개념이다. 고등학교 수학에서 배우는 역행렬((逆行列, inverse matrix), 통계학에서 베리맥스(Varimax)를 활용한 타당성 분석 역시 대칭을 활용한 예가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차원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대칭의 개념은 매우 효과적인 연구 방법이다. <휜, 비틀린, 꼬인 공간의 신비>는 이런 방식으로 도출된 '칼라비-야우' 다양체를 통해 우주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회로 넘도록 하자.



[사진] 칼라비-야우 다양체(Calabi-Yau manifold) (출처 : https://www.pinterest.co.kr/VividSpecters/mathematics-calabi-yau-manifold/)


 대칭을 이용하면 온갖 종류의 문제들을 더 쉽게 풀 수 있다. 예를 들어 xy=4 라는 방정식의 모든 해들을 구한다고 생각해보자. 여기에는 무한히 많은 해가 있으므로 한참 걸릴 것이다. 하지만 x=y라는 대칭성을 조건으로 부과하면 2와 -2라는 단 두가지의 해만 존재한다.(p190)... 물리학자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에너지가 낮은 상태"라고 보며, 이런 상태에서는 초대칭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에너지가 높은 상태에서는 초대칭이 나타나 입자와 초입자가 동일하게 보인다. 다시 말해서 어떤 일정한 에너지보다 낮은 상태에서는 초대칭이 깨지면서 입자와 초입자는 질량등의 여러 성질들이 서로 달라진다.(p190) <휜, 비틀린, 꼬인 공간의 신비> 中


6. 초끈이론 superstring theory


 이런 배경하에서 나온 이론이 초끈이론이며, 여기에 공간차원을 하나 확장시킨 이론이 M이론이다. 초끈이론과 관련하여 이미 다른 리뷰에서도 다루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끈의 특징과 초끈이론을 요약한 <엘러건트 유니버스>의 내용으로 대신한다. 


 끈은 두 가지의 매우 특별한 성질을 갖고 있다. 첫째로, 끈은 특정 크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자역학의 범주 안에서 성공적으로 기술될 수 있다. 그리고 둘째로, 수많은 진동패턴들 중 하나가 중력자(중력의 매개인바)와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에, 끈이론은 중력까지도 자연스럽게 포함하는 '만물의 이론'으로서 다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p254) <엘러건트 유니버스> 中


 끈이론에 의하면 이 우주를 이루고 있는 최소단위는 끈이며, 끈의 진동패턴은 입자의 질량과 힘전하를 결정하는 가장 원초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끈이론은 아주 작은 영역 속에 여섯 개의 차원들이 똘똘 감겨져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영역은 너무나 작아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관측된 적이 없지만, 끈 역시 만만치 않게 작기 때문에 숨겨진 차원으로부터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진동하면서 앞으로 이동하고 있는 끈의 입장에서 볼 때, 숨겨진 차원들의 기하학적 특성은 끈의 진동패턴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끈의 진동패턴은 소립자의 질량이나 전하를 나타내기 때문에, 결국 이 우주의 가장 근본적인 특성은 숨겨진 차원의 기하학적 특성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셈이다.(p311) <엘러건트 유니버스> 中


 2000년대 이후 초끈이론. M이론과 관련한 많은 우주론 Cosmology 관련 책들이 출간되었기 때문에, 과학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위의 개념은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개념들을 연계시키는 몫은 온전히 독자들의 과제다. 예를 들면, 초끈이론의 끈을 통해서 우리는 '빛이 입자이면서 파동'이라는 개념을 연관시켜 생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의 지식은 더 단단한 끈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조금 더 나간다면 수학의 세계에도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엘러건트 유니버스>, <우주의 구조>는  최근 천제물리학의 개념에 대해 자연스럽게 독자를 안내하고 한 책이기에, 그러한 면에서 훌륭한 천체 물리학 입문서라 여겨진다. 

 

 그렇지만, 여기에 머무르기에는 우리의 호기심이 크기에, 이제는 수학적 관점에서 우주의 구조를 살펴보고자 한다. <휜, 비틀린, 꼬인 공간의 신비>는 기하와 위상수학을 활용하여 우주의 모습을 설명하는 책이다. 이와 관련한 상세한 내용은 <우주의 모양 The Shape of Space>과 함께 페이퍼로 정리할 계획임을 밝히면서 이번 페이퍼를 마친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7-17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7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7-17 2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주 의미가 시공간이란 뜻이었네요. ㅎㅎ
물리학에서 대칭성이 너무 약방의 감초 느낌입니다. 아마 추측컨데 물리학이 대칭성 패러다임을 뛰어넘을 때 또다른 도약이 시작될거란 느낌입니다. ㅎㅎ

겨울호랑이 2018-07-17 21:50   좋아요 2 | URL
우연인지 몰라도 ‘우주‘의 작명은 적절하다 여겨집니다.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물리학 곳곳에서 ‘대칭성‘이 활용되다 보니, ‘대칭성‘이 없는 물리학은 생각하기 어렵네요. 반면, 대칭성을 뛰어넘는 이론이 나온다면 말 그대로 직접적으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물리학의 혁명‘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galmA 2018-07-18 0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차원 이론을 도킨스는 소설처럼 여겨서 좀 슬펐어요ㅡ.ㅜ).... 명석하고 객관적이라는 과학자들도 의견이 이렇게 갈리니 일반인 너무 힘듬😥

겨울호랑이 2018-07-18 07:36   좋아요 1 | URL
그만큼 과학도 세분화되고 기존 상식들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을 나타내는 일화인듯 하네요. 자신의 전문분야 이외에는 쉽게 믿기 어려운...과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만능인들이 나오기는 더이상 어려울 듯 합니다. 덕분에, AglamA님도 저도 머리 아픈 세상에 살게 되었어요.ㅋ 혹시, 저만 그럴까요? ^^:) 그럴지도... ㅜㅜ

베텔게우스 2018-07-18 0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학에도 여러 분과가 있건만, 개인적으로 최근 생명과학에 꽤 경도되어 지구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많이 잊고 살았던 모양입니다. 말씀하신 천체물리학을 접하고 나니 지구의 유일한 지적 생명체로서의 인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네요. 자유의지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인간이 우주를 설명하는 과학 이론들은 참 놀라울 따름입니다. 소개해 주신 책들은 꼭 읽어볼 생각입니다. 항상 객관성과 엄밀함을 잃지 않는 겨울호랑이님의 리뷰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07-18 09:34   좋아요 1 | URL
제가 적은 글은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부족함이 많습니다. 베텔게우스님께서 직접 읽어보신다면, 훨씬 많은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예 돌아보지 않으면 모를까, 조금만 들어가도 자신이 모르는 분야가 많음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좋은 독서 되시길 바라면서, 아울러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18-07-22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22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