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사회는 빈민을 '위험한 계급'으로 인식하기에 이르렀고 그 대응으로서 빈민들을 추방하거나 가혹하게 다루었다. 그러나 그런 방식으로는 빈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빈민 정책이 나타나게 되었다.(p368)... 새로운 해결 방식은 대단히 강압적이라는 특징을 띠었다. 빈민들을 파악하고 분류하는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위해서는 대개 중앙 집중적인 조치들을 시행했다... 또 근대 사회정책의 기본 방향은 노동의 강조였다. 노동을 통해 그것이 기본적인 매개가 되어 사회에 통합되어야 한다는 것이 근대사회의 기본원칙이 된 이상 그것을 거부하는 자에게는 노동을 강제해야 한다는 것이 당연한 귀결이었다... 권력 당국이 노동을 통해 빈민들을 단속하고 순치시켜 이들을 위험하지 않은 계급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야말로 근대사회의 중요한 특징인 것이다.(p369) <빈곤의 역사> 中


 브로니슬라프 게레멕 (Bronislaw Geremek, 1932 ~ 2008)은 <빈곤의 역사>에서 근대 사회의 특징을 중앙 권력 기구에 의한 빈민 감시와 노동을 통한 빈민 교화를 지적한다. 이러한 근대의 유산을 이어 받아 오늘날 우리는 가난한 이들이 게으르기 때문에 가난할 수 밖에 없다고 인식한다. 이러한 인식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Poor Economics: A Radical Rethinking of the Way to Fight Global Poverty >의 저자 아비지트 배너지 (Abhijit Banerjee,1961 ~ )와 에스테르 뒤플로 (Esther Duflo,1972 ~ ) 는 가난의 이유를 게으름이 아닌 '빈곤의 덫'에서 찾는다. 그리고, 현대 빈곤의 문제는 부족이 아닌 배분 문제임을 지적한다.


 소득이 늘어나면 더 많은 식량을 살 수 있다. 기본적인 신진대사에 필요한 열량보다 많은 열량을 섭취하는 사람은 체력이 좋아져 생존에 필요한 양 이상의 식량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이처럼 단순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현재 소득과 미래 소득 사이에 S자형 관계를 형성한다. 소득이 적은 가난한 사람은 음식 섭취량이 충분치 않아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반면, 음식을 충분히 섭취한 사람은 체력이 좋아 힘든 일도 잘할 수 있다. 바로 여기서 빈곤의 덫이 생긴다. 그리고 이들의 소득 격차는 갈수록 커진다.(p44)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中

 

  아마르티아 쿠마르 센이 지적했듯 최근에 일어난 기근의 원인은 대부분 절대적인 식량 부족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식량의 부적절한 분배, 즉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굶주리는데도 다른 한쪽에서는 식량을 산더미처럼 쌓아논는 관행을 허용하는 제도적 실패 때문에 일어난다.(p53)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中


 그렇다면, 가난한 이들이 '빈곤의 덫'을 벗어나도록 자원을 배분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저자들은 <넛지 Nudge>에서 제시한 디폴트 옵션 default option에 주목한다.


 동태적 비일관성을 고려해 올바른 행동을 회피할 자유를 허용하는 동시에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최대한 열어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시카고대학교의 경제학교수 리처드 탈러 Richard Thaler와 법학 교수 캐스 선스타인 Cass Sunstein은 공저 <넛지 Nudge>에서 이러한 행동을 촉발하는 여러 가지 개입 방식을 권고한다. 핵심은 '디폴트 옵션 default option'이라는 개념이다. 디폴트 옵션이란 개인이 특정 행동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대다수 국민에게 가장 유익한 대안이 자동으로 선택되고, 개인이 특정 행동을 할 경우에는 그 대안을 기피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p103)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中


 <넛지>에서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경향을 고려하여 특정한 행동을 행하지 않을 경우 대상자들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안을 디폴트 옵션으로 설정할 것을 제안한다. 마찬가지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최선의 정책이 사전에 고려되어 실시될 필요가 있음이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에서는 강조된다. 


 넛지는 선택 설계자가 취하는 하나의 방식으로서,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그들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넛지 형태의 간섭은 쉽게 피할 수 있는 동시에 그렇게 하는데 비용도 적게 들어야 한다. 넛지는 명령이나 지시가 아니다.(p21) <넛지> 中 


 지금까지 논의한 바를 토대로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최소한의 노력을 요하는 옵션, 즉 최소 저항 경로(path of least resistance)를 취할 거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모든 요소들은, 주어진 선택에 디폴트 옵션이 있으면 그것이 자신에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많은 사람들이 결국 그것을 택한다고 예상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해당 디폴트 옵션이 암묵적으로든 노골적으로든 표준을, 심지어는 권고되는 행동 요령을 표상할 경우에는 이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동 경향, 즉 디폴트 옵션을 택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이다.(p139) <넛지> 中


 그렇다면, 어떤 분야에서 '넛지'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에서는 예방보다 치료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의료비 지출 구조를 예를 든다. 이러한 경우 '치료'보다는 '예방'에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디폴트 옵션은 가난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이전 행동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문제는 가난한 사람들이 건강에 돈을 얼마나 쓰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쓰느냐다. 가난한 사람들은 대개 비용이 적게 드는 '예방'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치료'에 돈을 쓴다. (p82)... 가난한 사람들은 대체로 무상 의료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는다. 우다이푸르의 가난한 사람들은 대부분 더 많은 비용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예방보다 치료를, 정부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간호사와 의사의 진료보다 사설 개업의를 선호한다.(p83)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中


 또한,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에서는 넛지와 함께 국가 등 중앙권력기구의 적극적 시장 개입을 통해 기회불평등을 해소할 것을 제안한다. 소득의 양극화가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가져오고, 교육 기회의 불평등은 부와 빈곤의 세습을 낳기 때문에 이러한 악순환을 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부모의 소득이 교육 투자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면 부모가 부유한 아이는 재능이 뛰어나지 않아도 교육을 더 받고, 부모가 가난한 아이는 재능이 뛰어나도 교육을 받지 못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결국 교육 문제를 시장에만 맡겨둘 경우 모든 아이가 가정형편과 관계없이 자신의 능력에 따라 교육받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소득 격차를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면 공적 주체가 공급에 개입해 교육비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모든 아이가 동등한 기회를 누리게 하는 것이 사회적 효율성에 근접하는 길이다.(p121)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中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에서는 가난을 개인의 문제를 바라보지 않고, '빈곤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사회적 장치(넛지, 시장 개입)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노력으로 모든 빈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저자들도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듯, 이것은 작은 출발에 불과하다. 


 소액금융은 가난한 사람이 장기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여러 방법 중 하나다. 자녀에게 보다 좋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직업도 똑같은 효과를 낸다.(p278)... 그들은 여전히 가난하다. 단지 초기에 지급한 자산과 금융 지원이 서서히 선순환을 일으키고 있을 뿐이다. 어쨌든 그런 기회 덕분에 극빈자들이 자신의 힘겨운 삶을 책임지는 동시에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려운 첫걸음을 뗐다는 것이 중요하다.(p289)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中


그렇지만, 이 작은 발걸음이 엘로라 드르농쿠르(ellora derenoncourt)가 <애프터 피게티 After Piketty: The Agenda for Economics and Inequality>에서 말한 제도적 차별주의까지 폐지로까지 이어진다면, 신석기 혁명 이후 인류의 오랜 고민이었던 부의 불평등 문제도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이들이 201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것은 이러한 작은 희망의 불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전 세계의 재분배정책은 그저 세계 부유세를 통해 초기 자원을 재분배하기보다는 피지배자 집단이 경제 성장의 결실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모종의 역사적 세력이 있음을 시민들이 인식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엘리트 권력의 지배를 받는 피지배자 집단이 많은 지역의 제도를 강화하고 개선하는 것은 여러 파급 효과를 가져온다.(p600)... 제도의 격차와 피지배자를 지배하는 제도적 특권이 확장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초기 자원에 근거한 배상금은 불충분하고 일시적일 것이다. 꾸준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재분배 정책은 시민과 피지배자에게 보장돼야 할 경제적/정치적 권리가 확장된 개념으로, 제도적인 인종차별주의를 폐지하는 것이다.(p601) <애프터 피게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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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1-12 14: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만 보자면, 가난한 사람이 부유한 사람보다 더 합리적일 것 같아요. 부유한 사람은 돈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쓸 필요가 덜 하지만 가난한 사람은 돈이 적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돈을 적게 쓰면서 효과가 더 클까, 를 고심하게 될 것 같아요. 예방과 치료 면에서는 안타까운 현실이네요.

새해 인사 하러 왔습니다. 새해에 좋은 일 가득하시길. 건필을 기원합니다.

겨울호랑이 2020-01-12 20:04   좋아요 2 | URL
페크님 말씀처럼 가난한 이들이 합리적인 것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극한 상황에서 생활을 위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이들에게 가르침보다 정확한 사실 제공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길을 결정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여겨집니다. 페크님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 해도 잘 부탁 드립니다.^^:)

2020-01-12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2 2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 달 31일 칠레는 계속되는 반정부 시위로 인해 11월에 예정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담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칠레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이번 시위는 사망자까지 나오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은 제각기 달라보인다. 누군가는 APEC 회담 연기로 미중 무역합의가 미뤄진 것에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하는 반면, 다른 한 편에서는 극심한 소득 불평등이라는 시위의 원인에 대해 주목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달라 보이는 이 시선에는 공통된 인식의 기반이 자리한다. 세계화와 경제 불평등이 그것이다.


[사진] Chile Protests(출처 : https://www.bbc.com/news/world-latin-america-50191746)


 관련기사 :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915091.html


 칠레와 APEC. 사실 이들은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04년 이미 APEC을 개최한 경험이 있는 칠레는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한 나라이다. 우리나라와도 2001년 FTA를 체결한 국가이기도 하며, 이를 바탕으로 남미에서 성공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로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글쓴 이가 칠레 경제 전문가도 아니기에, 현 상황을 분석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만 라틴 아메리카 관련 책 내용을 통해 칠레 현대사의 문제점을 개략적으로나마 살펴보는 것은 가능하다 생각되기에, 여러 권의 책에서 해당 내용을 옮겨본다.


 칠레는 라틴아메리카뿐 아니라 아마 세계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적극적으로 신자유주의 개혁을 추진한 국가일 것이다. 칠레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지난 25년 동안 가장 뛰어난 경제 실적을 기록했다.(UNDP 2002). 그렇다면 칠레의 상대적인 경제적 성공은 과연 신자유주의 개혁이 이뤄낸 것인가?(p567) <변화하는 라틴아메리카> 中


 <변화하는 라틴아메리카 Latin America Transformed : Globalization and Modernity  >의 저자들은 2000년대 초반 칠레가 거둔 높은 경제성장지표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신자유주의의 개방의 산물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한다. 그리고, 근거로 칠레인들이 느끼는 높은 사회 불안감을 이유로 들고 있다. 


 국제연합개발계획(UNDP) 칠레 사무소의 선구적인 연구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경제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칠레인들의 불안감은 높은 편이다. 안전보장이란 대중의 주관적 경험뿐만 아니라 객관적 조건과 관련되어 있다.(p568)... 칠레는 라틴메리카에서 매우 낮은 범죄율과 특히 가장 낮은 살인사건 발생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칠레인들은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큰 편이다. 이런 현실은 급속한 근대화과정에서 뒤처진 이들이 느끼는 사회/경제적 불안감의 표현이라는 점을 보여준다.(p568)  <변화하는 라틴아메리카> 中


 칠레인들이 느끼는 사회적 불안감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칠레 현대 정치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19세기 칠레에서 교회의 지위를 둘러싼 정치세력의 대립은 자유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의 대립으로 이어지게 되었으며, 20세기에 들어서는 구리, 초석 등 원자재 산업의 이권과 맞물리게 된다. 즉, 칠레 정치 위기는 단순한 사상이 대립이 아닌 종교, 경제가 한데 얽혀서 발생한 복합적인 문제임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칠레가 19세기에 국제경제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정치적 위기가 발생했다. 1859년 내전을 치르면서 지배층은 이제 조용히 기틀을 다질 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당시 가장 중요한 정치 문제는 교회의 지위와 헌법 두 가지였다. 교회의 지위와 관련해서 자유주의자들은 종교의 평등을 부르짖었고, 보수주의자들은 가톨릭교회의 특권적 지위를 보호하고자 했다.(p483) <현대 라틴아메리카> 中


  19세기 칠레 주요 정당들을 갈라놓은 유일한 쟁점은 교육에서 교회가 차지하는 역할을 둘러싼 문제였다. 이 정당들의 주된 관심사는 현상유지와 관직의 분배였고, 부패와 비효율이 이 시대 정치 영역에 만연했다.(p322)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하) > 中


 정치가 부정과 무관심 속에 정체되어 있었을지라도 칠레 사회는 깊은 변화를 경험했다. 수출 부문이 이런 변화에서 결정적일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원자재 수출은 막대한 이윤을 남겼으나, 전체적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작은 부분만이 칠레로 유입되었다.... 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수출 산업이 정부 운영에 필요한 세입을 마련하고 증가하는 중산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했지만, 동시에 과두지배 세력이 권력을 장악하고 구태의연한 지주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민주주의의 성장과 경제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했다.(p323)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하) > 中


  19세기 발명된 유선 통신 기술은 칠레에게 기회가 되었다. 유선 통신의 발전은 대륙간 해저케이블선의 연결로 이어졌는데, 20세기 초반 많은 식민지를 거느리고 있던 유럽 제국은 안정적인 제국 통치를 위해 대륙간 해저 케이블선을 매립할 필요가 있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많은 구리 공급을 요청하게 되었고, 구리 생산국이었던 칠레는 이로 인해 많은 외화를 획득하였으나, 동시에 칠레 자국에 미국의 영향력도 함께 들어오게 되었다. 국내 정치에 개입된 외세의 영향은 이후 가속화되어 20세기 중반 알렉산드리와 아옌데로 대표되는 칠레 좌/우파는 차례로 집권하지만, 칠레 국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미국 CIA의 지원을 받은 피노체트의 집권으로 본격적인 신자유주의 길을 시작하게 된다.


 1958년 선거에서 새로 선출된 대통령은 낮익은 이름이었다. 바로 아르투로의 아들 호르헤 알렉산드리였다.(p495)... 신임 대통령은 보수적인 정치경제관을 대변했다. 그는 정통적인 통화정책과 외국투자 개방을 비롯한 자유기업 경제를 신봉했다. 알렉산드리 정부는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정통적인 IMF식 안정화 정책으로 맞서 싸웠다. 이를 위해 예산 삭감과 화폐 가치의 평가절하(고정 환율로)와 신규 외국 투자 유치를 시도했다.(p496)... 알렉산드리는 고르지 못한 경제성장 때문에 생긴, 늘어나는 사회 문제를 정통 경제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대규모 공공사업들에 착수했는데 그 재원은 주로 외국에서 끌어들인 것이었다... 농촌 빈민들이 점차 산티아고를 비롯한 도시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도시에서 주택 문제와 식량 문제, 교육 문제에 시달렸다. 게다가 일자리도 거의 없었다. 이들 '주변인'들은 개발도상국에서 진행된 자본주의적 도시화의 서글픈 뒷모습이었다.(p497) <현대 라틴아메리카> 中


 1970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아옌데가 다수표를 차지했다.(p501)... 미국 정부는 칠레의 선거 결과에 극심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미국은 왜 이렇게 강한 반발을 보였을까?  한창 진행 중이던 냉전의 맥락에서는 칠레 사회주의의 승리는 국제공산주의의 승리를 의미했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었다.(p502)... 또한 아옌데의 사회주의적 성향이 미국의 경제적 이해를 위협하기 때문이었다. 랠스턴 퓨리나와 포드, ITT 같은 미국의 대표적 기업들이 칠레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회사 중역들은 물론 국유화나 정부 수용 계획에 반대했다. 칠레는 한 마디로 위험스런 나라였다.(p503) <현대 라틴아메리카> 中


 아옌데의 집권과 죽음에 대해서는 장 지글러((Jean Ziegler, 1934 ~ )의 <왜 세계는 굶주리는가? La Faim Dans le Monde Expliquee a Mon Fils>의 한 대목을 옮기는 것으로 대신한다.


[사진] 공격받는 아옌데의 대통령궁 사진(출처 : http://www.abim.inf.br/chile-11-de-setembro-de-1973-uma-segunda-independencia-nacional/#.XcfL4jMzaUk)

 

 1970년 칠레의 인민전선은 101가지 행동강령을 발표하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15세 이하의 모든 어린이에게 하루 0.5리터의 분유를 공급하는 것이었다... 이는 당시 칠레가 처한 높은 유아사망률과 어린이 영양실조라는문제를 놓고 본다면 어쩌면 절체절명의 과제였다고 할 수 있다... 소아과 의사 출신인 아옌데가 내건 이 공약이 벽에 부딪힌 것은 칠레의 농장을 장악한 네슬레가 1971년 협력거부 방침을 결정하면서부터이다. 아옌데 정부는 키신저를 비롯한 미국 정부와 네슬레를 축으로 하는 다국적기업에 의해서 고립되고, 결국 CIA와 결탁한 군인들이 대통령궁을 습격하게 된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칠레의 어린이들은 다시 영양실조와 배고픔에 시달리게 된다.(p13)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中


 이후 집권한 피노체트(Augusto Jose Ramon Pinochet Ugarte, 1915 ~ 2006)의 독재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반대파에 대한 과도한 정치탄압에 대해서 인권 측면에서 대체로 부정적이지만, 그가 추진한 신자유주의 길의 결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칠레 내에서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를 선택과 칠레의 명(明)과 암(暗)은 비교적 명확하다.


 칠레는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는 달리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안정적인 기조 아래 고도성장을 구현해 왔다. 신속한 민영화와 규제철폐, 그리고 대외개방과 수출산업의 육성으로 칠레는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빨리 구조개혁을 마무리 지었고, 또 그에 따른 과실을 추수할 수 있었다. 대체로 중남미 타국들이 1982년 외채위기를 계기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던 데 반해 칠레는 1973년 10월에 아옌데 인민연합 정부를 무너뜨린 피노체트의 군부 쿠데타로 경제개혁의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p230) <대홍수> 中


 1990년대 칠레가 이룩한 가장 주목할 만한 업적은 물가상승을 수반하지 않는 급속한 성장이었다. 콘세르타시온이 집권한 처음 8년(1990 ~ 1998) 동안 칠레는 연평균 6.7퍼세트의 경제성장을 달성했다. 외채가 대폭 줄어들고 새로운 외국 자본 유치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민영화는 사실상 최대 규모로 진행되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높은 저축률과 투자율이었다. 이것이 생산성을 계속 유지할 견고한 토대를 제공해 주었다. 하지만 성장의 열매를 나누는 분배는 별로 인상적이지 못했다. 절대 빈곤 수치는 여전히 높았고 소득 불평등이 갈수록 커져 칠레가 역내에서 가장 불평등한 사회로 바뀌었다.(p518) <현대 라틴아메리카> 中


 피노체트 집권 이후 계속된 신자유주의 결과 칠레는 높은 GDP 성장률을 보였지만, 반대로 부작용도 적지 않았는데, 이는 소득 불평등의 확대와 과도한 민영화와 국영기업의 외자(外資)화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칠레의 경제 개혁에 대한 내외의 예찬에도 불구하고, 이 모델에도 문제점이 산재해 있다. 그 중의 대표적인 사례 하나가 바로 졸속의 민영화 조치로 인해 겪게 되는 주기적인 전력부족 사례이다.(p231)... 스페인계 자본이 가장 큰 발전회사 그룹인 엔데사(Endesa)의 지분을 사들여 전력산업의 핵심부를 아예 통제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고수익을 내는 전력산업의 탈국적화가 순식간에 진행되어 버린 것이다... 칠레의 전력산업 민영화 사례는 민영화론자들이 그리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세심한 규제의 규칙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효율성의 증대로 발생한 소비자 잉여가 결국 내외 독과점업체의 손으로 넘어간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p232) <대홍수> 中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19세기 원자료 개발 시 들여온 산업자본 문제가 정치대립으로 이어지며, 칠레 정국은 불안해졌고, 피노체트 집권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으로 인한 높은 경제 지표 달성과 소득 불균형, 과도한 민영화로 인한 독점자본에 의한 경제 지배 확대 등이 칠레인들의 불안함의 원인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공공요금(지하철 요금) 인상안은 이들에게 큰 위협이 되었을 것이다. 최근의 칠레 경제가 보여주는 것은 GDP의 한계를 잘 표현한다 여겨진다.


  의회가 국왕을 신뢰한 만큼 국왕이 의회를 인정했다면 입헌군주제 수립도 가능했으리라. 불행히도 7월 11일 궁정 반대파가 국왕을 제압하면서 네케르는 파면되었다... 시내가 유언비어로 뒤덮이면서 파리 시민은 쿠데타를 염려했다. 빵이 귀해지고 앞으로 3일분의 식량밖에 없었다. 시내에는 12만명의 극빈자가 있었는데 국민의화가 그들을 구원하려는 것을 궁정이 반대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p424)... 7월 12일 무기 판매점을 약탈한 군중은 병기고 습격을 계획해 앵발리드에서 소총 2만 8,000정, 대포 5문을 약탈했고 이어 화약이 바스티유에 저장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모든 군중이 바스티유 요새로 몰려갔다.(p426) <프랑스사> 中


[그림] 바스티유 습격(출처 : https://www.pinterest.co.kr/pin/237213105352248408/)


 프랑스 대혁명 당시 바스티유 습격을 떠올리게 하는 이번 칠레 반정부시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알기 어렵지만, 사망자까지 발생한 이번 사건의 배경에 깊은 정치, 경제 문제가 자리하고 있음을 분명하다. 칠레 뿐 아니라 라틴아메리가, 어쩌면 세계 전체가 겪고 있는 경제불평등 문제에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해답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변화하는 라틴아메리카>의 저자들이 지적한 라틴 아메리카의 문제를 제시하며 문제를 공유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이번 페이퍼를 마무리한다.


 우리의 생각으로는 현재 라틴아메리카의 정책입안자들과 사회가 해결해야 할 네가지 주요 쟁점이 있다. 첫째, 소득이나 토지, 금융, 기술, 사회적 써비스 같은 자원의 획득과 활용 등 여러가지 차원의 불평등, 또한 인종, 젠더, 계급 차별에서 발생하는 불평등. 둘째, 신자유주의적 변화와 세계화로 가중된 취약성과 불안정. 셋째, 불평등, 취약성, 불안정을 해결할 대안적 발전 계획의 부재. 넷째, 승자는 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가 패자로 남게 되는 배제적인 세계화 과정.(p570) <변화하는 라틴아메리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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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0 18: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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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0 22: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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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0 19: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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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0 22: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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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가면 반려동물 시장이 예전보다 많이 커졌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개나 고양이, 새, 열대어들은 물론 이제는 곤충도 곧잘 보게 됩니다. 얼마전 장수풍뎅이를 집에 새로 들이면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장수풍뎅이는 마트에서 파는데, 라이벌 사슴벌레는 팔지 않는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이 질문을 잊고 지내다가 어린이 곤충백과를 읽다가 작은 실마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맞는 답일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내린 결론은 장수풍뎅이 수명이 사슴벌레보다 상대적으로 짧기에 마트에서 팔린다는 것입니다. 다소 엉뚱한 결론이지만,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를 상품으로 보고, 자본의 논리를 여기에 적용시켜 논리를 진행시켜 보겠습니다.

우리가 든 예에서 유통기간이 3주일에서 2주일로 단축된 경우를 가정해보자. 이것은 정상적인 변화가 아니라 호황, 지불기간의 단축 등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런 일은 한 사람의 자본가가 아니라 많은 자본가와 관련되어 여러 사업에서 다양한 기간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에 이것을 통해 이용 가능한 화폐자본이 더욱 많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만일 이런 상태가 일정 기간 지속될 수만 있다면 어디서든 생산은 확장될 것이다.(p351)「자본 2」중

칼 마르크스에 의한다면 생산과정에서 유통기간의 단축은 자본가에게 확대재생산을 가져옵니다. 반면, 유통기간이 긴 상품 생산을 위해서는 추가자본이 투하 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곤충을 상품으로, 곤충 공급자를 자본가로 치환시켜 보겠습니다.

어린이 백과사전에 나와있는 것처럼 장수풍뎅이의 수명은 1~3개월인데 반해, 사슴벌레는 그보다 몇 배 긴 1~2년을 살 수 있습니다. 때문에 기업가의 입장에서는 회전율에서 장수풍뎅이가 보다 매력적인 상품이기에 마트에 장수풍뎅이만 파는 것은 아닌가 여겨집니다. 물론, 장수풍뎅이가 인기가 있는 품종일 수도 있고, 그 밖에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겠지만 경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짧은 결론을 내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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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9-06-19 2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생명의 문제에도 자본이 들어가는 군요.
뭔가 씁쓸한..
근데 귀요미와 장수풍뎅이와의 동거는 어떤가요? 잘 지내나요?

겨울호랑이 2019-06-19 20:49   좋아요 2 | URL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다보니 많은 것들이 자본의 논리로 설명되지만, 정작 중요한 것들은 말씀하신 것처럼 뒤로 밀리는 듯합니다. ^^:) 가끔 귀요미가 물끄러미 장수풍뎅이를 바라보는데 어떤 의미인지는... 되도록 격리시키려 합니다 ㅋ

레삭매냐 2019-06-19 21: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트에서 파는 풍뎅이의 비밀을
알게 되었네요.

과연 자본의 파워는 어마무시하네요.

겨울호랑이 2019-06-19 21:5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사실 장수풍뎅이가 더 많이 사육되는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경제 관점도 상당히 영향이 있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 중심의 사고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019-06-20 03: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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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0 08: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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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9-06-20 08: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곤충백과와 자본의 콜라보가 인상적입니다~

겨울호랑이 2019-06-20 08:5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붕붕툐툐님. 행복한 하루 되세요!^^:)
 


 오스트리아 및 시카고학파는 정부 활동의 고유한 영역을 현존하는 시장 시스템을 보호하는 것 이상으로 확장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p958)... 극단적인 자유방임에 대하여 오스트리아 및 시카고 학파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첫째, 이들은 자본주의에서 지금까지 관찰된 모든 불안정성은 모조리 정부의 지나친 개입의 결함이라고 간명하게 단언한다. 둘째, 이들은 거대 기업이 일반적으로 중대하고 유의미한 독점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부인한다. 셋째, 정부가 마땅이 공급해야 한다고 이 두 학파가 생각하는 유일하게 '정당한' 사회적 소비재는 "국방"이다. 넷째, 이들은 외부성의 문제(오염 문제)에 대하여 사적 소유권을 창출하여 이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을 확립하라는 것이다.(p960) <E.K. 헌트의 경제 사상사 > 中


 E.K. 헌트(Emery Hunt, 1937 ~ )는 <E.K. 헌트의 경제 사상사 History of Economic Thought : A Critical Perspective>을 통해 신고전파 경제학의 두 갈래인 오스트리아 학파와 시카고 학파로 구분하며, 그들의 이론의 핵심을 위와 같이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고전파 경제학에서 강조되는 사상을 흔히들 신자유주의(新自由主義, noeliberalism)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신자유주의의 모습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신자유주의, 간략한 역사 A Brief History of Neoliberalism>의 저자 데이비드 하브(David Harvey, 1935 ~ )는 그의 저서를 통해 신자유주의에 대해서 잘 정리하여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저자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논의의 시작은 다음에서 출발한다. 

 

 개인의 자유가 시장과 무역의 자유에 의해 보장된다는 가정은 신자유적 사고에서 극히 중요한 부분이며, 오랫동안 세계의 다른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기도 했다. 나는 이런 종류의 국가 장치를 '신자유주의적 국가(neoliberal state)'라고 부르고자 한다.(p24) <신자유주의> 中


 신자유주의사상은 오스트리아 정치철학자 하이에크(Friedrich von Hayek, 1899 ~ 1992)가 설립한 몽페를랭회(Mont Pelerin Society)의 창립문 속에서 잘 표현된다. 저자에 따르면 당시 몽페를랭회 창립에는 미제스(Ludvig von Mises, 1881 ~ 1973), 경제학자 프리드먼(Milton Friedman, 1912 ~ 2006), 포퍼(Sir Karl Raimund Popper, 1902 ~ 1994)까지 포함되었다고 한다.


 문명의 핵심 가치가 위험에 처해 있다... 개인과 자발적 집단의 위상은 전횡적 권력의 확대로 인해 훼손되고 있다... 본 협회는 이러한 발전이 모든 절대적인 도덕적 기준을 부정하는 역사관이 성장, 법 통치의 우월성을 의문시하는 이론의 성장에 의해 육성되었다고 주장한다.... 사유재산 및 시장 제도들과 결부된 광범위한 권력과 선도가 없다면, 자유가 효과적으로 보호될 수 있는 사회를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p38) <신자유주의> 中 


 우리는 신자유주의화를 국제적 자본주의의 재조직화를 위한 이론적 설계를 실현시키려는 유토피아적 프로젝트, 또는 자본축적의 조건들을 재건하고 경제 엘리트의 권력을 회복하기 위한 정치적 프로젝트로 해석할 수 있다.(p37) <신자유주의> 中


 개인의 자유를 강조한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세계 경제를 지배했는가? 그것은 자산(資産)의 금융화(金融化)를 통해 이루어져 왔다. 과거 경제의 초점이 생산(生産)에 있었다면, 신자유주의 경제에서는 교환(交換)이 강조되었다. 자산과 금융이 강조되면서, 경제의 중심은 노동에서 자본으로 보다 급격하게 움직이게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요컨대 신자유주의화는 모든 것들의 금융화를 의미했다. 이 점은 경제의 다른 모든 영역들과 국가 장치는 물론, 마틴(Randy Martin)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금융의 장악을 심화시켰다. 이는 또한 세계적 교환관계에 가속적인 변동을 유발했다. 의심할 바 없이 생산으로부터 금융의 세계로 권력 이행이 있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하에서 부상하는 계급 권력의 본질적 핵심은 CEO들, 즉 기업 이사회의 주요 운영자와 잔본주의적 활동의 내적 성소(聖所)를 둘러싼 금융적, 법적, 기술적 장치들의 선도자들에게 있다. 그러나 기업 정책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많은 표결권을 얻지 않고서는 자본의 실제 소유자, 즉 주주들의 권력은 다소 축소된다.(p52) <신자유주의> 中


 저자인 하비 교수는 또한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에서 지배 계급은 초국적(超國籍) 연계를 맺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Global Production Network)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연계된 현재 경제 체제 내에서 각국의 경제 지배계급은 공통된 이해 관계를 가지고 있게 된다. 그래서, 이들은 국제 연대를 통해 이익을 공유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가 지적한 이러한 지점은 토마 피게티(Thomas Piketty, 1971 ~ ) 가 <21세기 자본 Capital in the Twenty- First Century>에서 강조한 '글로벌 자본세 -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초국가적 과세'의 배경이기도 하다.  


 어디에서든 지배계급이 자신의 활동 범위를 제한해 특정 국민국가 내에서만 충성을 다하는 경우란 역사적으로 많이 과장된 것이다.... 국제적 연계는 항상 중요하며, 특히 식민적, 신식민적 활동뿐만 아니라 19세기 또는 그 이전으로 소급되는 초국적 연계들에 있어서도 그러했다.(p54)... 이들은 다보스에서의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와 같은 조직을 통해 생각을 나누고, 정치 지도자들과 교류하고 협의할 수단을 보유한다. 이들은 세계적 실무들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일반 시민들이 지니지 못한 행동의 자유를 누린다.(p55) <신자유주의> 中

 

 우리가 주목한 것은 20세기에 창안되었지만 미래에도 틀림없이 핵심적인 역할을 계속 수행해야만 할 사회적 국가와 누진적 소득세라는 두 가지 기본제도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현 세기의 세계화된 금융자본주의를 다시 통제하려면, 오늘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을 개발해야만 할 것이다. 여기서 이상적인 수단은 매우 높은 수준의 국제적 금융 투명성과 결부된 누진적인 글로벌 자본세가 될 것이다.(p617) <21세기 자본> 中


 저자는 <신자유주의>를 통해 자산의 금융화를 통해 권력이 금융기관으로 넘어갔으며, 이들 금융권력들은 자신의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국제적인 연대를 맺고 있음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소수의 상위 계급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을 사용하는가? 


 1970년대에는 전통적 상위 계급들이 (미국 정부와 더불어) 지원한 군사 쿠데타가 이들의 권력을 위협했던 노동운동 및 도시사회운동 내에서 형성된 모든 연대들을 강력하게 억압함으로써 수행되었다. 그러나 1979년 이후 대처와 레이건에 의한 신자유주의적 혁명은 민주적 수단을 통해 이뤄져야만 했다. 이처럼 중대한 이행이 가능하려면, 선거에서 이길 정도로 충분히 큰 범위에 걸친 정치적 동의가 사전에 구축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람시(Antonio Gramsci, 1891 ~ 1937)가 '상식(common sense)'이라고 한 것이 전형적으로 동의의 기반을 이룬다.(p59) <신자유주의> 中


 저자는 과거 1970년대에는 군사적 쿠데타 등 물리적 업압을 통해 신자유주의 체제가 유지되었다면, 1980년대 이후에는 강력한 이데올로기의 침투를 통해 대중들을 세뇌시키고, 선거라는 민주절차 방식으로 체제를 유지하고 있음을 본문을 통해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적 전환을 합법화하기에는 충분한 대중적 동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영향이 기업, 대중매체, 그리고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제도들 -대학, 학교, 교회, 그리고 전문가 협회 등 - 을 통해 유포되었다.... 소수 엘리트의 경제적 권력 회복을 둘러싼 공개적 프로젝트는 아마 많은 대중적 지지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 자유라는 명분을 내세웠던 실용적 시도는 대중 기반에 호소함으로써 계급 권력을 회복하겠다는 본래 의도를 감출 수 있었다.(p60) <신자유주의> 中


 <신자유주의>에는 이러한 배경으로 태어난 신자유주의 체제가 어떤 방식으로 세계 각국에서 자리잡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으며, 그 중 전형적인 사례로 우리나라를 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뿌리내렸는가하는 문제까지 다루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므로, 다음 기회로 넘기도록 하자. 다시 경제사상사로 돌아오면, 신자유주의의 경제학 사상의 기원이 된 오스트리아와 시카고 경제학파는 기본적으로 시장을 '완전시장', 시장참여자의 기대를 '합리적 기대'로 파악하고, 이러한 기반 위에서 자신의 이론을 순수과학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정부의 개입 대신 극단적인 자유 방임을 주장한 이들은 자신들의 이론이 모든 가치를 배제한 순수 과학임을 강조한다. 프리드먼은 "원리상 경제학에는 어떤 가치 판단도 없다"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리처드 매켄지 Richard McKenzie와 고든 털록 Gordon Tullock은 이렇게 말한다. "경제학자의 접근법은 도덕과 무관한 것이다. 경제학의 관심사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가 아니라... 현실에서 나타나는 사람들 행동의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다.(p957) <E.K. 헌트의 경제 사상사 > 中


 경제학은 과거 정치경제학(政治經濟學)에서 출발하여 인간의 문제를 현실적으로 고민한 학문이었다. 여기에 '정치'와 '경제'를 분리시키고, '정치'의 자리를 '수리(數理)'를 대신한 결과 '경제학'의 학문적 관심은 '인간'에서 '자본'으로 넘어간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최근까지 크게 유행한 '수리경제학'을 통해 모든 것이 수치화되고, 관념화된 '과학으로서의 경제학'의 모습이 학문에 있어서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아닐런지... 


 <신자유주의>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졌지만, 구체적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신자유주의에 대해 쉽게 설명한 책이라 여겨진다. 그렇다면, 우리가 신자유주의자들이라 부르는 이들이 바라보는 자신들의 사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를 간략하게 살펴보면서 이번 페이퍼를 마치도록 하자.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만들어졌던 우리의 길을 막았던 장애물들을 제거하고, 개인들을 '지도'하고 '명령'하기 위한 또 다른 기구를 고안하기보다는 개인의 창의적 에너지를 분출하도록 놓아두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p326)... 만약 자유로운 사람들의 세상을 창출하려는 첫 번째 시도에서 실패한다면, 우리는 다시 시도해야 한다. 실로 개인의 자유를 위한 정책이 유일한 진보적 정책이라는 핵심적 원리는 19세기에 진리였듯이 현재에도 여전히 진리이다.(p327) <노예의 길 The road to Serfdom>


 미국은 계속 발전해왔다. 국민의 의식주나 교통사정도 더 좋아졌고, 계급 및 사회 격차는 좁혀졌으며, 소수집단이 겪어야 했던 불이익도 줄어들었고, 대중문화는 급속도로 발전했다. 이 모든 것들은 자유시장을 통해 서로 협조하는 개인들의 창의력과 추진력의 산물이었다. 정부가 취한 조치들은 이런 발전을 방해해왔지 도와준 것은 아니었다.(p310)... 우리의 기본적인 가치체계, 그리고 자유로운 제도들이 짜여 이루어진 그물망은 굳세게 버텨낼 것이다. 나는 우리가 자유를 유지하고 확대해나갈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p314) <자본주의와 자유 Capitalism and Free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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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0 13: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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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0 14: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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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8-05-30 18: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게 신자유주의에 저항 좀 하라고 이런 글을 또ㅎㅎ; 정신 좀 차려! 찰싹찰싹))) 아웅, 찔려;;;

겨울호랑이 2018-05-30 18:03   좋아요 2 | URL
사실은 저도 찔리지요... 신자유주의를 거부하면서도 주식 투자를 하는 자신을 보면...ㅜㅜ 물론 증권계의 고사리손이긴 합니다만...

2018-05-31 23: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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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1 08: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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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1 11: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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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고립주의를 택하면서 글로벌 리더의 자리를 스스로 포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중국과는 정치적으로는 북핵 문제와 남지나해 문제 등으로, 경제적으로는 보복 관세 부과등을 통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사진] 트럼프의 무역쇄국(출처 : 매일경제)


 이러한 현실 속에서 1년 전 미국의 석학 조지프 나이(Joseph Samuel Nye, Jr., 1937 ~ ) 하버드 대학 교수가 미국이 '킨들버거 함정'과 '투키티데스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경고했던 기고문을 새롭게 생각하게 된다. 이번 페이퍼와 다음 페이퍼에서는 킨들버거 함정과 투키티데스 함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당 서적을 통해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기사출처 : http://www.hankookilbo.com/v/2538a200b1e94befaa0d19e9bccec112/

 

 <경제 강대국 흥망사 : 1500 - 1990 World Economic Primacy : 1500 to 1990> 를 통해 찰스 P. 킨들버거(Charles P. Kindleberger, 1910 ~ 2003)는 다양한 요인의 상호작용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선두의 등장과 쇠퇴에는 일종의 cycle이 존재하며, 이러한 주기를 움직이는 요인은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시간과 공간에 따라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최적의 제도 역시 사안에 따라 판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 책 속에서 말하는 킨들버거 함정은  마셜 플랜을 설계한 찰스 킨들버거가 제시한 이론으로, 새롭게 등장한 패권 국가가 기존 패권국이 생산하던 공공재(public goods)를 제공하는 데 실패할 때 전 세계적 재앙이 발생한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경제적 선두의 정의는 무엇인가부터 살펴보자.


 1. 경제적 선두와 공공재

 

킨들버거에 따르면 경제적 선두란 지배의 개념이 아닌 '리더십에 따른 공공재'를 의미한다. 애덤 스미스에 따르면 공공재에는 국방, 사법, 대규모 SOC건설 등이 포함되지만, 이러한 구분은 국내에 한정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국제적 차원의 리더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제적 선두(economic primacy)는 국민소득(총소득과 1인당 소득), 성장률, 기술혁신의 수와 그것이 장차 개화될 가능성, 생산성 증가율, 투자 수준(국내투자와 해외투자), 원료 및 식량과 연료의 통제, 각종 수출시장 점유율, 금 보유고와 외환 보유고, 자극 화폐가 다른 나라에서 교환수단, 계산단위, 가치의 축적 수단으로 쓰이는가의 여부 같은 것 중 어느 하나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것들과 함께 또 다른 경제적 기준들이 혼합되는 가운데 - 그리고 그때의 가중치는 시간과 장소마다 다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 경제적 우위가 결정되는 것이다... 경제적 선두는  최상의 경우 지배나 헤게모니보다는 세계경제의 리더십에 따른 공공재(公共財, public goods)가 된다.(p28) <경제강대국 흥망사 1500 ~ 1900> 中


 애덤 스미스는 세 가지 형태의 공공재를 언급한 바 있다. 국방, 사법, 그리고 민간부문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여 수행하기에는 너무나 큰 규모의 건설이 그것이다. 이 각각의 카테고리는 더 다양한 정부의 업무로 확장할 수 있다.(p54) <경제강대국 흥망사 1500 ~ 1900> 中


 몇 해 전에 나는 1930년대의 세계공황에 대한 책에서 경제적 리더십을 가진 국가는 상품, 자본, 외환의 국제시장을 유지하고 거시경제 정책을 조정하며 위기시에는 최후의 신용공여자(信用供與者) 역할을 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된다고 쓴 바 있다.(p15) <경제강대국 흥망사 1500 ~ 1900> 中


 세계경제의 리더십에 따른 공공재로서 '경제적 선두'의 역할 중 하나를 킨들버거의 다른 책 <광기, 패닉, 붕괴 : 금융위기의 역사 Manias, Panics and Crashes : A History of Financial Crises>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궁극적 대여자


 국가 차원에서 궁극적 대여자는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초래될 경제적 파탄을 방지할 책임을 가진다면, 국제적 차원의 궁극적 대여자는 국제 단위 환율 변동 등을 막기 위해 보다 광범위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일국 차원의 궁극적 대여자가 맡아야 하는 기본적 책임은, 국내 유송성의 부족이 채물지불 능력의 문제로 확대됨으로써 투매와 경계 매도(precautionary selling)가 없었다면 피할 수 있었던 파산을 야기하게 될 개연성을 줄이는 일이다... 국제적 차원의 궁극적 대여자가 맡아야 하는 기본적인 책임은 필요한 환율 변동의 범위를 개선하고 경제적 펀더멘털 측면에서 불필요한 환율 변동을 막기 위해 유동성을 제공하는 일이다.(p395) <광기, 패닉, 붕괴 : 금융위기의 역사> 中


 국제적차원의 궁극적 대여자는 여러 나라들이 장기균형 환율에서 이탈한 시장 환율의 괴리를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적 차원의 궁극적 대여자를 창출하는 일에서 한 가지 문제는 그 활동을 통제하게 될 법률적 틀과 운영규칙을 수립하는 것이다.(p398) <광기, 패닉, 붕괴 : 금융위기의 역사> 中


 금융면에서 경제적 선두의 대표적 역할은 기축통화(基軸通貨, 영어: world currency)이 공급이라 할 수 있다. 최근까지 세계의 소비국으로 물건을 소비하고, 대금을 달러로 지급하면서 달러를 공급하던 미국의 역할은 트럼프의 정책이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하면서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세계가 직면한 문제는 미국 이후의 글로벌 경제 리더의 역할을 받을 나라가 아직 없다는데 있다.


3. 세계경제 주도권 행사


 1973년 이전에는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행사하던 한 국가가 쇠퇴하면 대개 그 자리를 기꺼이 넘겨 받으려고 하거나 더 나아가서 그러기를 열망하는 다른 국가가 흥기(興起)했다. 프랑스, 독일, 일본의 경우가 말해 주듯이, 아직 그 자리가 비지 않았을 때에 이미 계승 후보자들이 존재하기도 했다.(p354)... 경제력을 갖추었다는 것과 세계평화, 안정, 성장과 같은 공공재를 구축하기 위해서 그 경제력을 사용하는 것 사이에는 모호성이 존재한다.(p355)  <경제강대국 흥망사 1500 ~ 1900> 中


 킨들버거도 이후 어떠한 국가가 세계 경제 리더쉽을 이어받을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현재까지 분명한 것은 중국이 미국 다음의 경제 대국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중국 경제의 미국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독자적인 무역대국으로서 중국을 생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경제력을 갖추었지만, 세계 공공재를 구축하기 위해 그 경제력을 사용하는데 모호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현대 중국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기꺼이 지도자 자리를 인수하려는 자가 없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나이, 나우, 피터슨, 로즈크런스와 기타 여러 사람이 주장하듯이 미국 경제가 새로운 회복력을 보이고, 미국의 경제와 정치 리더십이 1950년대와 1960년대처럼 다시 압도하게 될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p356) <경제강대국 흥망사 1500 ~ 1900> 中


 만약 미국이 복귀하여 세계경제의 중심 혹은 리더의 역할을 계속하는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내 판단으로는 가까운 미래에 어느 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더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일은 불가능하다.(p357) <경제강대국 흥망사 1500 ~ 1900> 中


 누군가는 최근 막 내린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속의 내용을 바탕으로 중국이 대국굴기(大國崛起)를 선언한 것이 아닌가 주장할 수도 있겠다. 시진핑의 1인 집권을 장기화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환경 문제 해결 등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그 예로 들기도 하겠지만, 이 역시 '중화사상 中華思想'이라는 고립주의의 또다른 표현이라는 편이 보다 더 정확다고 여겨진다. 



 [사진] 시진핑 주석의 19차 당대회 보고 주요 내용(출처 : 경향신문)


 사실, 중국이 경제적 선두가 되기 어려운 문제는 중국의 경제가 미국 의존적이라는 사실에 있다. 중국 수출품의 다수가 미국에서 팔리고, 중국의 첨단 기술 다수가 미국이 지적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현실 속에서 '미국 없는 중국 경제 패권'은 아직 상상하기 힘들다.


 [사진] 중국 경제의 미국 의존도(출처 : 뉴스타파)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세계경제가 직면한 킨들버거 함정은 '너무도 빠르게 경제적 선두의 위치에서 내려온 미국과 아직 경제적 선두로 올라가기에는 경제력이 약한 중국'의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조지프 나이 교수가 지적한 투키티데스 함정은 무엇인지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통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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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9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09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09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09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8-04-10 0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시는 글 잘 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8-04-10 09:5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후애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도이 2020-06-01 14: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글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