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군국주의 간의 관계에 대해 말할 때,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국제정치에 미친 영향을 결코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항상 전쟁을 자본주의 발전의 결과로만 보았다. 그렇지만 전쟁은 의심할 바 없이 폭넓게 영향을 미쳤다.(p7)... 전쟁이 없었다면 자본주의는 결코 없었을 것이다. 전쟁은 자본주의의 본질을 파괴했을 뿐만 아니라, 즉 전쟁은 자본주의 발전을 억제했을 뿐만 아니라, 또한 전쟁은 자본주의의 발전을 촉진시키기도 했다. 사실 전쟁은 자본주의의 발전을 처음으로 가능하게 했다. 왜냐하면, 모든 자본주의와 관련되어 있는 중요한 조건들이 처음으로 전쟁에서 충족되었기 때문이다._ 베르너 좀바르트, <전쟁과 자본주의>, p13/147


  과연 전쟁은 자본주의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인가? 베르너 좀바르트(Werner Sombart, 1863 ~ 1941)는 <전쟁과 자본주의 Krieg Und Kapitalismus>에서 이 질문에 대해 집중하면서, 전쟁이 오히려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수행했음을 입증한다. 이를 위해 베르너는 1) 자본주의 성장에는 근대 국가가 필요하며, 2) 근대 국가는 무력(武力)의 산물이었고, 3) 무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차원에서 효율적인 시장이 필요했으며, 4) 그 결과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전쟁과 전쟁 준비는 일정 부분 기여를 했다는 것이 주된 논지다.


  국가 형성은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독특한 발전을 위한 전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대 국가는 특별히 증명할 필요는 없지만 전적으로 무기의 산물이다. 근대 국가의 겉모습, 즉 국경선도 그 내부 구성 못지 않게 무기의 산물이다. 행정과 재정은 근대적인 의미에서 전쟁이라는 과제를 수행하면서 곧바로 발전하였다._ 베르너 좀바르트, <전쟁과 자본주의>, p13/147


 내가 언제나 무엇보다도 먼저 증명하려고 하는 것은 근대 군대가 1) 재산 형성자로서, 2) 성향 형성자로서, 3) (특히) 시장 형성자로서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발전을 얼마나 촉진시켰는가이다.(p15)... 근대 군대는 상비군이며 국가 군대이다. 이미 언제나 존재한 두 가지 경향, 즉 제후를 유일한 지휘관으로 여기는 것과 그에게 지속적으로 군대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계속해서 효과를 거뒤 마침내는 보편타당한 원칙이 되었다. 이 두 원칙의 승리는 외견상으로는 말하자면, 상징적으로는 국가 상비군의 식량 조달과 장비를 위한 자금을 지속적으로 준비하거나 제공하는 것에서 표현된다... 세 가지 계기, 즉 자금 조달, 지속성 및 국가에 의한 관리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_ 베르너 좀바르트, <전쟁과 자본주의>, p21/147


  좀바르트에 의하면, 전쟁은 국가의 군수품 수요와 민간의 군수품 및 물자 공급 모두를 자극하게 되고, 생산과 유통 혁신을 가져왔다. 막대한 무기 수요는 무기 생산 시스템의 변화를 자극해 분업(分業)을 통한 생산 방식이 나타났고, 피복과 선박에 대한 수요는 경공업과 중공업 등 산업 전반에 경기호황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과정에서 독일의 푸거가와 영국의 로스차일드 가문과 같은 금융재벌이 등장하면서 금융업의 발달도 함께 나타났다는 것이 좀바르트의 분석이다.  

 

커지는 무기 수요를 완전히 또 제때에 충족시켜야 할 필요성은 경제 생활의 형성에서 이중적인 의미를 갖는다.(p60)... 다음에서 우리가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소총 산업이 그 당시에 이미 매뉴팩처 단계를 넘어 공장 방식으로 조직되었다는 사실이다. 만일 아담 스미스가 미숙한 핀 산업 대신에 이 선진 산업에 입각해서 노동 조직 관념을 얻었다면, 그는 이미 그 당시에 사회의 대기업에서 노동 성과 상승의 이유를 올바르게 인식했을 것이다._ 베르너 좀바르트, <전쟁과 자본주의>, p64/147


 증대되는 무기 수요는 경제 생활의 형성에 큰 작용을 하였으며, 이로 인해서 그것은 자본주의 발전의 진행 과정에 매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p67)... 군대의 피복은 우선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의미한다. 즉 필요한 물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가능성은 도외시하기 때문에, 피복과 피복 재료에 대한 매우 많은 수요는 이제 시장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p98)... 나는 결론으로서 조선(造船)과 자본주의라는 두 현상 간에, 넓은 의미에서는 전쟁과 자본주의 간에 존재하는 연관을 지적하고 싶다. 이 연관은 아마도 그 군사 활동의 전체적인 거대한 작용을 보여줄 것이다. 제철 공업이 특히 무기 수요에 의해 그리고 조선이 전함 수요에 의해 한층 더 높은 형태로 번형되었다면, 따라서 제철 공업과 조선이 결국 전쟁이 낳은 아이들이라면, 전쟁은 이로 인해 다시 파괴자가 되었다. 즉, 유럽 삼림의 파괴자가 되었다._ 베르너 좀바르트, <전쟁과 자본주의>, p124/147  


 그리고, 이렇게 생산된 총포와 무장된 범선, 숙련된 선원들은 대항해 시대를 맞아 전세계로 침략해 들어가면서 이전 시대까지 유럽 열위(劣位)를 한 번에 뒤집는다. 치폴라(Carlo M. Cipolla, 1922 ~ 2000)는 그의 저작 <대포, 범선, 제국 Guns, Sails and Empires: Technological Innovation and the Early Phases of European Expansion 1400~1700>에서 이렇게 생산된 무력을 바탕으로 유럽 우위를 설명하지만, 이언 모리스(Ian Morris, 1960 ~ )는 조금 관점을 달리한다.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Why The West Rules - For Now>에서 그는 서양의 압도적인 무력도 중요했지만, 보다 근원을 '에너지 활용 능력'에서 찾고 있다는 점은 조금은 다른 해석이다. 간략하게 요약하면, 서구에서의 고전 역학에 기반한 물리학의 발전과 발전이 가져온 교통혁명은 소수의 유럽인이 세계를 틀어쥐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15세기 말 유럽 팽창의 역사에서 지중해 세계의 공헌은 기술적이라기보다 재정적 · 상업적인 것이었다. 14, 15세기에 대서양 유럽이 개발한, 대포로 무장한 배는 유럽의 영웅담을 가능케 한 발명품이다. 근본적으로 그것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선원이 전례 없이 막대한 양의 물리적 에너지를 이동과 파괴를 위해 제어하는 것을 가능케 한 경제적인 고안물이었다. 어느 순간 유럽이 극적으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게 된 비결은 모두 거기에 있었다. _ 카를로 M. 치폴라, <대포, 범선, 제국>, p166


 마운틴은 배와 항구를 날려 버리는 것은 서양의 지배를 설명하는 가장 인접한 원인, 서양의 장점이 길게 열거된 사슬의 마지막 고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해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영국의 공장들이 포탄과 뛰어난 대포, 원거리 항해가 가능한 전함을 생산해낼 수 있고, 영국 정부가 지구 반대편에서 수행되는 원정을 기획하고 자금을 대며 지휘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 모든 것은 서양인이 어느 누구보다도 에너지 대사슬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갔을 뿐 아니라 매우 높이 올라갔기 때문에 자신들의 위력을 전 세계에 행사할 수 있었다는 사실로 정리될 수 있다._ 이언 모리스,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p104/472


 교통 혁명의 전체적인 효과는 일련의 부수적 효과와 연결된 직접적인 운송 개선에서 생겼다. 그러한 부수적 효과의 하나는 철도 역사의 건축에 따른 도시 경관의 개조이며, 다른 하나는 새로운 경제적 공간의 창출이다. 따라서 철도와 해운의 역사는 단순한 교통의 역사를 뛰어넘는다. 가장 중요한 결과의 하나는 이주의 성장과 변화다. 이는 몇몇 지역에서 발흥한 산업자본주의와 새로운 변경의 개척 같은 다른 자극들을 자연스럽게 흡수한 세계사의 한 과정이었다._ 세바스찬 콘라드 외 1, <하버드-C.H.베크 세계사 : 1750~1870>, p553/713


 이언 모리스는 최근의 서양의 우위가 단순한 무력에서 온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Science Technology)에서 온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듯하지만, 개인적으로 여기에 쉽게 수긍하기는 어렵다. 서구의 에너지 활용이 다각화 된 것은 좀바르트가 지적했듯 대형 선박 건조를 위한 무분별한 벌목 등의 사례에서 보듯 자원 고갈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결과가 아니었을까?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 1945 ~ )가 <엔트로피 Entropy: A New World View>에서 지적했듯, 서유럽의 문명사가 거칠게 표현해서 자연파괴의 역사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현대 서양의 우위는 과학기술의 승리가 아닌 자본주의의 어두운 측면에 불과한 것은 아닐런지. 덧붙이자면, 치폴라 역시 <시계와 문명 Clocks and Culture: 1300-1700>에서 과학 혁명에 대해 말하기에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리뷰로 넘기는 것으로 하자.


 다시 좀바르트로 돌아가서, 우리는 전작 <사치와 자본주의>와 <전쟁과 자본주의>를 통해 유럽 사회의 사치품 수요와 군수품 수요가 자본주의의 탄생에 기여했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사실들은 브로델(Fernand Braudel, 1902 ~ 1985)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 : 일상생활의 구조 Civilisation materielle, economie et capitalisme 1> 에서 기술, 화폐, 도시화 등 다른 요인들과 함께 역사의 하부 지층으로 보다 잘 설명된다. 이로부터 우리는 자본주의 태동기에 사치와 전쟁이 자본주의 발달에 기여했다는 좀바르트의 주장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이것으로 자본주의 발전을 설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은 일종의 소규모 "군사 케인스 주의" - 군사비 지출이 그 지출을 부담하는 국가 시민들의 소득을 끌어올리고, 그럼으로써 조세 수입을 늘리고 새로운 군사비 지출을 지불할 능력을 상승시키는 관행 - 를 수행하였다. 그러나 이후 모든 군사 케인스주의와 마찬가지로, 다른 관할권역으로의 영구적인 유효수요 누출  때문에, 또 비용 인플레이션 때문에, 그리고 점점 더 늘어나는 군사비 지출의 기타 재분배 효과들이 이런 목적을 위한 자본가 계층의 조세 납부 의지를 꺾었기 때문에, 군사비 지출의 "자기 팽창"은 엄격하게 제한된다._ 조반니 아리기, <장기 20세기> , p91


 

조반니 아리기(Giovanni Arrighi, 1937 ~ 2009), 이매뉴얼 월러스틴(Immanuel Maurice Wallerstein, 1930 ~ 2019)이 분석했고 케인즈(John Maynard Keynes, 1883 ~ 1946)가 전망했듯 이후 자본주의 국가들은 무력 사용에 의해 경쟁자들을 제압하기보다는 체제 내 안정과 안정 속에서의 번영을 추구하며 제국주의 노선을 수정했고, 그 마저도 제국주의가 효율적이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자 식민지 독립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 황금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오일쇼크 전까지.


 전쟁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국민의 열정에 부채질 하는 일을 용이하게 해주는 요인으로는 전쟁의 경제적 원인, 즉 인구의 압력과 시장 확보를 위한 경쟁적 투쟁을 들 수 있다.(p459)... 만일 여러 나라들이 그들의 국내정책에 의해 완전고용을 달성할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자국 상품을 타국에 강매하거나 이웃나라의 매출을 격퇴시켜야 할 절박할 동기는, 그것도 한 나라가 다른 나라로부터 구입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대금을 지불할 수 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역수지가 자국(自國)에 대해 유리하게 전개되도록 국제수지(國際收支)의 균형을 뒤집으려는 명백한 목적을 가지고 그렇게 할 동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_존 메이나드 케인즈,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p460


  이로부터 우리는 좀바르트가 두 저서 <사치와 자본주의>, <전쟁과 자본주의>를 통해 사치와 전쟁이 자본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살펴봤다. 그리고, 이를 통해 좀바르트 이론이 자본주의의 변화상을 설명하는데는 한계가 있지만, 자본주의 태동에 미친 영향력에 대해서는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음도 알게 된다. 적어도, 자본주의가 근검, 절약하는 청빈하고 신앙심 깊은 프로테스탄트에 의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세속적인 물질과 영토 등에 욕심을 내던 이들의 산물이기도 하다는 좀바르트의 이론은 절대체제로서 자본주의가 아닌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눈돌릴 수 있는 관점의 전환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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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07-18 1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쟁이 자본주의 발달에 엄청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 한 표 겁니다. ^^

겨울호랑이 2021-07-18 17:55   좋아요 1 | URL
저 역시 대체로 전쟁 수행에 많은 비용이 소모되며, 전후 복구에 따른 유효 수요 증가 등을 고려했을 때 대체로 인접국가의 전쟁 관련 기업들을 특수를 누린다고 여겨집니다만, 범위를 넓혀 본다면 전쟁에 따른 불이익을 받는 집단도 있느니만큼 경우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북다이제스터 2021-07-18 17:59   좋아요 1 | URL
평등은 태초 이후 그리고 앞으로도 불가능하다는 것처럼 전쟁에 따른 불이익을 받는 집단은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맘에 들지 않지만 서글픈 현실인 것 같습니다. ㅠㅠ

겨울호랑이 2021-07-18 18:03   좋아요 1 | URL
네... 특히 자본주의 자체가 불평등을 전제로 한 시스템이다보니 더욱 그런 면이 어둡게 느껴집니다...

scott 2021-08-06 15: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 호랑이님 이달의 당선 추카~합니다
항상 많이 배우고 갑니다 ^ㅅ^

mini74 2021-08-06 15:47   좋아요 2 | URL
저도요. 좀 어렵지만 항상 감탄하며 읽어요 ㅎㅎ

겨울호랑이 2021-08-06 16:12   좋아요 2 | URL
scott님, mini님 감사합니다. 이웃분들로부터 저 역시 많이 배우고, 더운 날에도 책을 계속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감삳드립니다. 오늘도 건강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초딩 2021-08-06 17: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 호랑이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겨울호랑이 2021-08-06 19:02   좋아요 0 | URL
초딩님 감사합니다. ^^:)

이하라 2021-08-06 17: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겨울호랑이 2021-08-06 19:08   좋아요 0 | URL
이하라님 감사합니다. 올림픽 관련한 논쟁에 관한 이하라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저 또한 화합을 목표로 하는 올림픽이 이념 성토의 장이 된 것이 아쉬웠습니다.

독서괭 2021-08-06 1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랑이님 축하드립니다~^^

겨울호랑이 2021-08-06 19:09   좋아요 0 | URL
독서괭님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1-08-06 1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겨울호랑이 2021-08-06 19:10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항상 감사합니다. ^^:)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특혜 분양 사건이 한국 사회에 남긴 파장은 단지 '유신정권 시절 특정 고위층이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 사건은 보수 정권이 부동산 특혜로 권력층에게 부富를 이전하고, 그를 통해 보수층의 지지를 얻어낸 '부동산 통치'의 출발점이었다._이완배, <한국 재벌의 흑역사 상> 中


 한국 재벌과 창업주에 대한 책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책의 내용은 대부분 한국 전쟁 이후 어려운 환경에서 창업자들이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혜안'을 가지고 '통찰력'을 갖고 미래 성장력을 찾아 '성실하게' 기업과 사업을 키웠는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들도 인간인지라 소소한 결함, 문제 - 가족사, 협업, 불법 등 -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세운 혁혁한 공(功) 앞에 작은 과(過)일 뿐이다. 대부분의 책들은 이 공식에 따라 창업자, 기업명, 사업 분야만 바꾸면 한 줄 리뷰로 요약이 가능하다. 반면, <한국 재벌의 흑역사>는 제목에서 말하듯 '적은 공(功)과 큰 과(過)'를 알기 쉽게 잘 보여준다.


 정주영식 경영의 신격화 이면에는 바로 이런 한국의 어두운 현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무데뽀 경영 신화의 과실은 대부분 정주영 일가가 차지했고, 그로부터 생긴 폐해는 대부분 한국 사회가 감당해 왔던 것이다... 한국 경제 현대사에서 사채 동결 조치는 재벌의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정부가 나서서 이처럼 대놓고 기업들의 빚을 탕감해줬는데, 경영자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 정도 우호적 환경에서 자본 축적을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주영 역시 사채 동결 조치로 홀가분하게 빚을 털고, 1970년대 현대그룹의 재벌화에 성공했다._이완배, <한국 재벌의 흑역사 상> 中


 거대 기업들이 연환계(連環計)로 묶인 한국만의 독특한 기업 집단인 '재벌'이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은 높고 깊다. 때문에, 이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다가온다. 경제 성장의 주역은 박정희도, 정주영도, 이병철도 아닌 우리들의 아버지들과 어머니들이라는 사실이다. 왕조(王朝) 중심의 사관(史觀)이 오늘날에도 이어지면서 이분들의 희생과 노력이 드러나지 않지만, 우리 곁에서 우리와 함께 계신 분들이 진정한 경제 성장의 주역이라는 사실이고, 재벌 경영층들은 이러한 경제 성장의 과실을 '유통'했을 뿐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한국 재벌의 흑역사>의 진정한 교훈은 재벌의 검은 역사보다, 그 밑에 감추어진 숨은 공신들의 노력을 우리가 이해할 때, 생각보다 우리들이 꽤 괜찮은 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비로소 온전하게 우리 몫을 요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었을 때, 재벌의 흑역사는 막을 내린다고 생각된다. 그런 면에서 다소 엉뚱하지만, 자신을 인정하고 '꽤 괜찮다'는 생각을 하며 리뷰를 갈무리한다... 우리 모두는 우리 생각보다 꽤 괜찮은 사람이다... 


 삼성의 특징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용어는 '관리의 삼성'이다. 그리고 삼성은 '관리의 삼성'답게 전 사회적인 인재 관리에 나셨다. 사회에 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삼성의 터울 안에 가둬놓는 잡식 공룡 같은 거대한 식성, 힘 있는 자만이 아니라 '힘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자들까지 모두 포섭하는 무서운 정보력, 삼성이 그 숱한 비리와 편법을 저지르고도 아직도 무사히 살아남은 이면에는 바로 그들의 대對 사회관리 시스템이 자리를 잡고 있다._이완배, <한국 재벌의 흑역사 상> 中






이게 바로 한국 사회의 민낯이다. 이재용과 삼성은, 그리고 한국 재벌들은 한국 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모든 지도층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당장 무언가를 쥐어주기도 하고, 미래의 달콤한 보상으로 유혹하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지도층들은 ‘나에게도 언젠가 저런 혜택이 돌아올지도 몰라‘라는 은밀한 상상을 한다. 그리고 그 상상이 자신을 옭아매 스스로 재벌의 노예가 된다._이완배, <한국 재벌의 흑역사 상>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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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노동일이 6시간의 필요노동과 6시간의 잉여노동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한 사람의 자유로운 노동자는 자본가에게 매주 6 * 6, 즉 36시간의 잉여노동을 제공한다. 이것은 그가 1주 중 3일간은 자기 자신을 위해 노동하고, 3일간은 자본가를 위해 공짜로 노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실은 직접 눈으로 알아차릴 수 없다. 잉여노동과 필요노동이 서로 하나로 합쳐져 있기 때문이다... 1주일 중 3일간의 잉여노동은, 그것이 부역노동이든 임금노동이든, 여전히 노동자 자신에게는 아무런 등가물도 주지 않는 노동이다. 그러나 잉여노동에 대한 탐욕은 자본가의 경우에는 노동일을 무제한으로 연장하려는 충동으로 나타난다. _ 마르크스, <자본론 1-(상)>, p315


 지난 주에 간병인을 급히 채용해야할 일이 생겨 이와 관련한 협의를 했다. 어느 경우에나 가장 민감한 부분은 급여 수준과 조건. 임금은 1주일에 *만원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큰 무리는 없었지만, 휴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간병인은 일주일 이상 간병을 할 경우 유급 휴일이 1일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면서, 만약 안된다고 하면 쉬지 않고 해도 된다는 말씀을 덧붙였기 때문이었다. 법적으로도 일주일 노동을 제공하게 된다면 휴일은 보장되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노동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노동자는 노동과정의 일부 기간에서는 오직 자기 노동력의 가치[즉 자기에게 필요한 생활수단의 가치]를 생산할 뿐이다. 그의 노동은 사회적 분업체계의 일부를 구성하기 때문에, 그는 자기의 생활수단을 직접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수한 상품의 형태로 자기 생활수단의 가치와 동등한 가치, 또는 그가 생활수단을 구매하는 데 필요한 화폐와 동등한 가치를 생산하는 것이다.(p287)... 나는 1노동일 중 이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부분을 필요노동시간이라고 부르며, 이 시간 중에 수행하는 노동을 필요노동이라고 부른다. _ 마르크스, <자본론 1-(상)>, p288


  간병인이 내게 이런 말씀을 먼저 꺼낸 것은 이전에 휴일없이 계속 근무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또는 휴일이 있다면 무급으로 해야한다는 요청이 있었으리라는 추측을 해본다. 그렇지만, 일반 기업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는 경우에도 유급 휴일제도가 적용되는 현실에서 단기계약직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면 이것은 차별이 아닐까. 휴일없이 근무하거나, 무급휴일을 강요한다면 이는 재생산 비용을 노동자에게 강요하는 19세기 산업자본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맑스의 사회는 한편에서는 노동을 동력으로 생산되지만 다른 한편에서 그것은 교환과 화폐를 통한 추상과정을 매개로 생산되는 결과물이다. 사회에서 노동의 가치는 노동력의 가치로,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데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으로 나타난다. 맑스는 잉여가치의 사회적 창조가, 중상주의자들이 말하는 유통이나, 중농주의자들이 말하는 자연적 노동이나, 고전 정치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기계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사회적 노동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다. _ 조정환, <인지자본주의>, p490


 만약, 노동가치설(勞動價値說, Theories of Labour Value)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노동의 가치는 노동자의 휴식에서 나올 것이다. 휴식을 통해 노동의 재생산이 가능하다고 본다면, 오히려 생산과정은 노동의 가치이전에 불과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사용한 노동자의 노동에 대한 대가는 사용자가 지불해야 하는 것이 타당한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자본주의사회에서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으려는 생각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그 결과 나이키의 아웃소싱(Out sourcing)이 성공적인 기업 혁신 사례로 인정받고, 위험의 외주화가 보편적인 현상이 되버리게 되었다.


 우리는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 정규직 문제를 말하며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지만, 정작 우리들 자신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부르디외가 <구별짓기>에서 지적한 '아비투스'의 말처럼 개인의 이기적인 태도가 오늘날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만들어낸 것이라면, 우리는 이 모든 잘못을 글로벌 대기업이라는 모호한 대상이 만들어낸 적폐(積弊)로 모든 문제를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아비투스 habitus는 아리스토텔레스의 'hexis' 개념에서 발전된 것으로, 원래는 '교육 같은 것에 의해 영향받을 수 있는 심리적 성향'을 가리키는 것이었으나, 부르디외는 사회구조(즉 장)와 개인의 행위(즉 실천) 사이의 인식론적 단절을 극복하는 매개적 매커니즘으로서 개념화한다. 즉 아비투스는 일정방식의 행동과 인지(認知), 감지(感知)와 판단의 성향체계로서 개인의 역사 속에서 개인들에 의해서 내면화(구조화)되고 육화(肉化)되며 또한 일상적 실천들을 구조화하는 양면적 매커니즘이라 할 수 있다... 부르디외에 따르면 '습관'은 반복적이며, 기계적이고, 자동적이며, 재생산적인데 반해서, 아비투스는 고도로 '생성적 generateur'이어서 스스로 변동을 겪으면서 조건화의 객관적 논리를 생산하는 경향이 있다. _부르디외, <구별짓기> , p30 해제 中


 간병인을 구하면서 너무 많은 생각을 했지만, 결론은 간병인 분은 지난 주말에 쉬셨고, 내가 주말 하루를 대신 간호를 했다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부르디외의 '아비투스'에 대해서는 지식인 마을 시리즈의 <부르디외 & 기든스 : 세계화의 두 얼굴>에서 정리하는 것으로 하고 이만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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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10-13 2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법에 주휴일 의미를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20-10-13 23:11   좋아요 0 | URL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유휴수당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막상 지급하는 입장에 서면 이를 외면하게 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속성임을 다시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상황이겠지요...

페크pek0501 2020-10-14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친정어머니가 몇 년 전에 입원하셨을 때 제가 항상 곁에 있을 수 없어 간병인을 두었었어요.
그 간병인의 말씀이 잘 부탁한다며 덤으로 돈을 더 주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약속한 돈보다 적게 주는 사람도 있다더군요. 인간은 참 다양한 것 같았어요.

겨울호랑이 2020-10-14 22:02   좋아요 1 | URL
제 경우에도 간병인께서도 근무조건과 급여 수준이 경우에 따라 다르다고 하시더군요. 사람들마다 요구조건이 달라서 대체로 수용하시는 편이라고 하시는 것을 보면, 표준 근로조건과 표준 임금 등이 정해지지 않은 업종이 아직도 많이 있음을 실감합니다. 대체로 정해지지 않은 업종에 종사하는 분들의 처우가 열락하기에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함께 해 봅니다...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 1935 ~ )는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A Companion to Marx's Capital >를 통해 맑스(Karl Marx, 1818 ~ 1883)의 <자본 Das Kapital: Kritik der politischen O"conomie>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리고 우리는 책을 읽으며 <자본>의 세부 논의에 길을 잃던 독자들이 포기오하지 않도록 친절하게 손을 빌려주는 저자의 배려를 느낄 수 있다. 저자는 매 단원별로 다음과 같이 <자본>의 내용 요약을 반복하여 제시하기에, 강의가 끝날 때 즈음에는 마치 후크송(Hook Song)처럼 <자본>의 용어가 익숙해지게 만들어 준다.


 맑스는 상품이라는 단일 개념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이 상품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라는 두가지 성격을 지닌다. 교환가치의 배후에는 사회적 필요노동시간으로 규정된 가치라는 단일 개념이 놓여 있다. 가치는 구체적 노동과 추상적 노동의 이중성을 품고 있는데, 이들 두 노동은 교환행위를 통해 합쳐지고 가치는 이 교환행위를 거치면서 상대적 가치형태와 등가형태의 이중성을 통해 표현된다. 여기에서 일반적 가치형태인 화폐상품이 등장하는데, 그러나 이 화폐상품은 가치가 내포하고 있는 사회적 관계의 의미를 은폐하고 상품의 물신성을 만들어낸다. 완벽하게 기능하는 시장에서 화폐가 서로 다른 두 기능을 수행하는데 그것은 곧 가치척도와 유통수단으로서의 기능이다. 그러나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단 하나의 화폐이고 이들 두 기능 사이의 등장은 얼핏 새로운 화폐관계에 의해 해소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W - G - W의 유통형태는 G - W - G' 이고 G'는 '처음 투하된 화폐액 + 일정 증가분'이 되면서 완벽한 시장에서의 등가교환과 잉여가치의 생산에서 요구되는 부등가물 간의 모순을 불러일으킨다. _ 데이비드 하비,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p207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가 다른 <자본> 해설서가 가지지 못한 장점은 큰 틀에서 <자본>을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라 생각된다. 저자는 맑스가 <자본>을 통해 고민한 대전제가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그래서, <자본>의 지향점을 처음부터 제시하여 독자들이 방향을 놓치지 않도록 나침반을 놓고 시작한다. 여기에 더해 무엇인지, 이전 경제학자들과 맑스의 사상과의 차이점과 영향관계등을 제시하면서 충분한 배경설명을 하기에 독자들은 <자본>이라는 숲에 들어가기 전 지도를 통해 전체 얼개를 잡을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E.K. 헌트의 경제 사상사>와 마찬가지지만, 초보자 입장에서는 조금은 덜 비판적이고 따뜻하며, 상세한 설명이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에서 느껴진다.


 리카도는 가치의 개념을 노동시간이라고 주장했다. 맑스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우리는 곧바로 이런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가? 맑스가 이에 직접 답하지는 않지만 이 물음은 <자본>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하나의 주제다. ... 이 물음은 근본적으로 '가치'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_ 데이비드 하비,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p49 


 맑스는 이제 우리가 화폐형태가 품고 있는 모순을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모순의 끊임없는 확대만 존재하는 것이다... 그의 변증법은 완결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그것은 끊임없이 확대되고 있으며 바로 여기에서 그는 그것이 정확하게 어떻게 확대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_ 데이비드 하비,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p122


 이러한 저자의 전체 설명이 이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이에 대해서 살펴보자. 저자가 해설서에서 밝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본>에서 맑스는 변증법을 통해 만물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그 가운데 서로가 변해간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것은 인간, 자연, 노동에 있어서 모두 공통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화폐도 마찬가지다. 화폐가 가지고 있는 가치척도와 유통수단으로서의 기능이 하나의 화폐 안에 담겨있다는 맑스의 분석은 이에 대한 증거가 된다. 


 노동과정은 전적으로 자연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을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한 "물질대사"의 하나의 변증법적 계기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 과정은 인간이 자기 자신의 행위를 통해 인간과 자연 사이의 물질대사를 매개하고 규제하며 통제하는 한 과정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지 않고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변화시킬 수 없다. _ 데이비드 하비,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p210


 그렇지만, 자본주의 체제의 두 주체인 화폐소유자와 노동자의 관계는 이와 다르다.  노동자는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노동력)을 가지고 있으나 혼자 힘으로 노동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못하다. 반면, 화폐소유자는 생산할 수 있으나 노동자를 소유할 수 없다. 단지 일정 기간 동안 노동력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화폐소유자는 더 오랜 기간(量)또는 더 높은 정도(質)로 노동력을 소유하고자 하며 이로 인해 잉여가치 문제가 발생됨을 맑스는 말한다. 절대적 잉여가치와 상대적 잉여가치 문제, 더 많은 잉여가치 획득을 위한 불변자본의 투입 등의 논의가 이어지지만, 우리는 이미 자연법칙과 사회법칙에 맞지 않는 자본 내부의 모순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추가 논의는 계속되지만, 하비가 이미 보여준 전체 조망을 통해서 우리는 맑스의 결론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에서 하나로 수렴하지 못하는 두 인격(人格)이 공존해야 하는 모순되는 상황. 이러한 자본주의 내부의 모순은 외부의 어떤 노력으로도 해소될 수 없기에 물 끓는 주전자처럼 넘치고 만다는 것이 <자본>의 이후 논증이 될 것이다...


 어떤 상품의 소비에서 가치를 뽑아내려면 우리의 화폐소유자는 운좋게도 유통영역의 내부에서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는 하나의 상품을 발견해야 한다. 즉 자신의 사용가치가 곧 가치의 원천이면서 동시에 그것의 현실적 소비가 곧 노동의 대상화이자 가치창출이 되는 그런 상품을 발견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화폐소유자는 시장에서 실제로 바로 그런 특수한 상품을 발견한다. 노동능력이 바로 그것이다.(M181) _ 데이비드 하비,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p186


 화폐소유자가 노동력을 시장에서 상품으로 발견하기 위한 제2의 본질적인 조건은 노동력의 소유자가 자기 노동을 대상화시킨 상품을 판매할 수 없고 그 대신 자신의 살아있는 육체 안에서만 존재하는 자신의 노동력 그 자체를 상품으로 팔기 위해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M183) _ 데이비드 하비,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p187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이 유일한 <자본> 해설서는 아니다. 다만, 여러 좋은 해설서 중에서 다른 장점을 가진 해설서임은 분명하다. <자본>이라는 큰 숲 안에 있는 여러 나무들에 대한 설명을 듣고자 한다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이 좋은 설명이 제공하는 입문서가 될 것이다. 반면, 지리학자인  하비의 책은 <자본>이라는 숲의 전체적인 크기와 구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으로 여겨진다. 물론 그 어느 경우에도, 저자 맑스의 책을 직접 읽으면서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좋은 것임은 너무도 당연할 것이다. 만약,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와 함께 읽을 때는 역자의 <자본 1- 1> < 자본 1 - 2>를 읽는 편이 호완성 측면에서 더 좋게 느껴지더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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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민중은 이제 자신들의 불행이 대부분 토지의 사유제도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해 '토지는 신의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불행의 원인은 특정한 사람들이 많은 땅을 소유하는 데 있다. 그들은 땅을 잘 경작하는 데는 관심이 없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들에게는 그럴 필요가 없다. 해마다 땅값이 올라가서 굳이 경작하지 않아도 그들에게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땅이 너무 좁아서 그 자연의 은혜를 거의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시로 나가 공장과 사무실에서 일하며 가는 곳마다 임금을 떨어뜨리고 있고, 그것이 그들이 불행한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_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p762


 톨스토이(Leo Tolstoy, 1828 ~ 1910)의 <인생이란 무엇인가 1>는 매일 생각할 수 있는 작은 주제들과 여러 격언들을 소개하는 명상록이다. 일주일마다 조금은 긴 '이레 째 읽을거리'를 제공하는데, 여기에는 매일 읽기에는 조금 긴 글이나 단편소설들이 소개되고 있어 한 주를 마무리하는 글로 읽는 중이다. 이번 주에는 마침 부동산과 관련한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 ~ 1897)의 내용을 정리한 글이 있어 옮겨보고 몇 가지를 생각해 본다. 


 토지가 주는 혜택을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누리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을 위해서 지금 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한테서 그것을 빼앗아 모든 사람들에게 분배할 필요는 없다. 지금 땅을 가지고 있는 자는 그대로 가지게 하라. 모든 사람들이 지금까지 하던 대로 땅을 가지고, 다만 그 땅에 대해 1년에 얼마의 토지세를 공공의 이익을 위해 내면 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결정되면 땅은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돌아가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땅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땅을 이용해 일하지 않는 사람은, 그 땅에서 토지세를 벌 수 없으므로 이내 그 땅을 포기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그 땅을 활용해 일할 사람이 그것을 인수하게 될 것이다... 땅에서 걷히는 돈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그 수입은 모든 다른 세금과 공물을 충분히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_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p763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농촌으로 흩어져서, 일자리를 찾아 도시에 몰려와 임금을 떨어뜨리는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상품의 가격도 공장주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지 않고 노동자들이 스스로 결정할 것이고, 상품에 부과되는 각종 세금도 없어지므로 생활용품의 가격도 당연히 싸지게 된다.._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p764 - 에스 디 니콜라예프 구술, 헨리 조지 기록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Progress & Poverty>를 잘 요약 정리한 글 속에서, 최근 강화된 부동산 규제책들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오늘날 도시에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유는 농업이 주된 산업이었던 20세기 초 러시아 사회와는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높은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삶이 빈곤해진다는 면에서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부동산 문제가 어제 오늘날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 사실을 알려주면서, 최근에 시행된 부동산에 대한 중과세(重課稅) 정책은 톨스토이와 헨리 조지의 오랜 주장을 따르고 있음도 알게 된다. 오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토지 소유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토지소유자들의 반발 때문이며,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토지소유자들은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행위가 '자유'를 침해한 것이며, '평등'을 강조한 것이기에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여기에 더해 다수당에 의한 '의회독재'도 명분에 더해진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정책의 실행이 사유재산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형식상 하자와 내용상 하자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지세법은 지정판매소에서 파는 인지를 아메리카에서 사용하는 모든 서류, 영업감찰, 고지서, 신문, 연감, 카드 등에 첨부하도록 규정한 것이었다. 이 법령은 과연 합법적이었을까? 식민지 대표들은 영국 국민의 경우 과세를 하려면 그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중세기 의회는 '대표권이 없는 곳에 과세는 없다'는 주장에서 탄생했다. 사실 18세기의 영국인은 '의회의 승인 없이는 과세가 있을 수 없다'는 말에 만족하고 있었다. 영국의 일반인에게 고루 투표권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기 지역에서 선출한 의원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대표권을 행사했는데, 식민지 주민들은 그마저도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이론적으로 반대할 수 있었다. _앙드레 모루아, <미국사>, p159


 과거 미국 독립전쟁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세금(稅金) 때문이었다. 영국 본토에서 식민지 주민에게 부과한 세금이 '대표권 없는 곳에 세금 없다'는 원칙에 위배되었고, 자신이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의회에서 부과된 세금을 낼 수 없다는 것이 식민지 주민들의 의견이었다. 이에 반해, 법에서 정한 결격사유가 있는 이들을 제외한 주권자가 참여한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대표권을 보장해 주었다 할 것이고, 이렇게 선출된 대표들이 사안이 결정되었다면 일단 형식적 하자는 없어 보인다. 다만, 모든 것을 다수결로 결정할 경우 지속적으로 의사결정에 배제되는 개인이나 집단이 있을 수 있으니 추가적으로 고민할 부분이 생긴다. 내용적으로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가 충돌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서는 로널드 드워킨(Ronald Myles Dworkin, 1931 ~ 2013)의 주장을 인용한다.


 드워킨에 따르면 평등은 자유를 전제하지 않고는 정의될 수 없으며 자유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정책들에 의해서 향상될 수 없다. 자유와 평등이 양립할 수 있는 궁극적인 이유는 그것들이 분리되어 있는 덕목이 아니라 하나의 이상의 다른 측면들이기 때문이다._ 로널드 드워킨, <자유주의적 평등>, p31 - 해제 中 - 


 로널드 드워킨은 자유와 평등은 상충되는 가치가 아니라, 이상의 서로 다른 측면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정치 공동체와 자신을 동일화하는 시민들에 의한 시민 공화주의(civil republicanism)를 지향하는데, 이는 자유의 기반 위에서 평등의 가치를 구현하고 개인과 공동체의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바탕 위에 <자유주의적 평등>에서는 사유 재산의 체계를 기회비용의 측면에서 접근한다. 드워킨에 따르면 사유 재산 체계는 자원의 평등한 분배와 함께 자신이 누리는 자유를 (입장 바꿔서) 다른 사람이 같이 누린다고 했을 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는 정의롭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드워킨은 진정한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은 평등주의로 간주되는 배려와 자유주의로 간주되는 배려의 교차지점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두 가지 배려를 결합시키는데, 왜냐하면 그것은 사유 재산의 체계는 국민에게 그들의 자원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부과되는 진정한 비용에 의해서 판단된 평등한 자원을 보장할 때 그들을 평등한 사람으로 대우하는 것이라고 가정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참된 비용은 가능한 자유의 하나의 관행(norm)을 인정함으로써, 만일 문제되는 자원들이 다른 사람들의 것이었을 경우 그것들을 그들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사용했을 것임을 인정함으로써 측정되어야 한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기회비용은 야누스 같은 이념이다. 그것은 한 얼굴로는 평등을 향해 있고, 다른 얼굴로는 자유를 향해 있으며, 두 덕목들을 융합한다. _ 로널드 드워킨, <자유주의적 평등>, p31 - 해제 中 - 


 다소 거칠게 드워킨의 이론을 현재 부동산 문제에 적용보면 어떨까. 만약, 지금 집주인과 세입자들의 처지가 바뀐다고 가정해보자. 이제는 세입자가 된 집주인들이 지금의 부동산 규제책을 여전히 인정할 수 없다면, 이 제도는 공동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임이 입증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집단 이기주의로 판별해도 큰 무리가 없지 않을까.


 물론, 이론을 현실에 적용할 때에는 위와 같이 단순하게 말할 수 없는 수많은 요인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큰 틀에서 '개인'이 아닌 '공동체'를, '세대 내'가 아닌 '세대 간'으로 관점을 넓힌다면, 우리가 가야할 방향은 대략적으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코로나 19로 묻혀진 부동한 문제지만, 읽을 거리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두서없이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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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8-28 1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래에서 두 번째 문단~~ . 만약 집주인과 세입자가 바뀐다면~의 경우를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은 방법인 것 같네요.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어느 쪽도 더 불리하지 않다면 그거야말로 최상인 거죠.
톨스토이가 제기한 문제가 지금의 부동산 문제가 무관하지 않음을 확인하며 그래서 불멸의 고전이란 말이 있는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정리를 잘해 주셔서 꼼꼼히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겨울호랑이 2020-08-28 13:01   좋아요 0 | URL
많은 작가들이 자신만의 사상을 가지고 이를 자신의 작품 안에 부어 넣어 불멸의 작품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미켈란젤로처럼 돌을 깎아 자신의 생각을 드러나게 하거나요. 그 사상이 시대를 초월하여 공감을 불러일으킬 때 페크님 말씀처럼, 불멸의 고전이 되는 것 같습니다. 톨스토이는 그 중 한 명이겠구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페크님, 더운 날 건강하게 보내세요!^^:)

북다이제스터 2020-08-28 1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헨리 조지 이론과 주장이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현재 많은 국가, 소위 말하는 자본주의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머지 않아 우리나라도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개인 견해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겨울호랑이 2020-08-28 13:04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많은 선진국에서 받아들이고 보편화된 제도인데, 뒤늦은 출발을 한 우리는 지금도 과도기를 겪고 있네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쉽지만, 이를 상식으로 받아들이는데는 물리적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음을 느낍니다. 그래도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되겠지요? 저 역시 그렇게 바라봅니다. ^^:) 무더운 여름날 건강하게 보내세요!

AgalmA 2020-09-01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유주의가 개인주의로 강화되면서 ‘권리‘를 더 강조해나간 게 지금과 같은 여러 현상으로 나타나게 된 거겠죠. 나누고 합리적으로 이것저것 규제하자고 하면 할수록 개인의 자유로울 권리 침해라는 불평은 터져 나올 수밖에 없게 됐죠.
세계 각지에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마스크 쓰기‘ 거부 운동만 봐도^^;;;
요즘 ‘자유주의‘를 생각하면 그 반대쌍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완강한 편견으로 움직이는 ‘보수주의‘(한국에서 통용되는 의미의 보수주의)라는 생각이 듭니다ㅎㅎ;;

겨울호랑이 2020-09-01 22:35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개인과 공동체를 별개로 볼 것인가, 아니면 공동운명체로 볼 것인가 하는 것은 오랜 주제이면서도 해결이 어려운 부분이라 여겨집니다... 연속선상에서 유전자와 개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본다면, 지나친 환원주의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