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활동은 경기에 참가한 선수의 행동과 같은 것이며, 관습상/법률상의 틀은 그 경기의 규칙과 같은 것이다. 경기에서나 사회에서나, 그 어떤 규칙도 참가자 대부분이 외부적 강제 없이 그에 따라 주지 않는 한, 다시 말해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보편화할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가 규칙을 해석하고 적용하기 위해 관습이나 합의에만 의지할 수는 없는 일이므로 심판이 필요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 규칙을 수정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일, 규칙의 의미에 대해 이견이 있을 때 그 차이를 조정해주는 일, 내버려두면 정정당당하게 경기하려 하지 않는 극소수의 사람들에게 그 규칙을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일, 이러한 일들이야말로 자유사회에서 정부가 맡은 기본적 역할이다. _ 밀턴 프리드먼, <자본주의와 자유> ,p62


통화주의자이자 자유주의 시장경제 옹호자, 이른바 신자유주의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1912 ~ 2006)은 <자본주의와 자유 Capitalism and Freedom>에서 규칙의 제정자 겸 심판으로서의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다. 절대적 시장의 자유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종의 조정자로서 역할을 프리드먼은 강조한다. 같은 장 결론에서 그는 최종적으로 정부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명시한다. 법과 질서를 유지하고, 개인을 보호하는 정부의 기능. 작은 정부 옹호자인 프리드먼의 시각에서도 이태원 참사를 대처하는 현정부의 모습은 일관성없는 자유주의자에 다름아니다. 대통령 스스로가 자신의 가치관에 프리드먼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음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프리드먼의 기준에도 못 미치는 행정을 펼치고도 반성없이 애도(哀悼)를 강요하며 슬퍼할 자유를 강제하는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관련기사 :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289


 법과 질서를 유지하고, 재산권을 유지하고, 재산권이나 경제적 게임의 다른 규칙들을 수정하는 수단 노릇을 하고, 그 규칙의 해석을 둘러싼 분쟁을 재결 裁決하고, 계약의 이행을 강제하고, 경쟁을 촉진시키고, 통화운용체계의 구조를 마련하고, 정부 개입을 충분히 정당화할 만큼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으로서 기술적 독점에 대응하고 외부효과를 극복하기 위한 활동에 관여해온 정부. 정신이상자건 어린아이건 간에 무능력자를 보호하는데 있어서 사적인 자선이나 가족의 기능을 보완해온 정부. 이처럼 정부는 분명히 앞으로도 중요한 기능을 수행할 것이다. 일관성 있는 자유주의자는 무정부주의자가 아니다. _ 밀턴 프리드먼, <자본주의와 자유> ,p75


 정부가 수행하기에 적합한 활동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문제는 서로 다른 개인들의 자유가 저촉되는 것을 어떻게 해소하느냐 하는 것이다. _ 밀턴 프리드먼, <자본주의와 자유> ,p63


견딜 수 없었던 하루. 점점 비참해지는 날들. 울다. _ 롤랑 바르트, <애도일기> ,p10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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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2-11-01 2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밀턴 프리드만 이야긴 공감할 수 없지만, 롤랑 바르트의 “애도”는 지금 이때 맘에 다가옵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겨울호랑이 2022-11-01 21:37   좋아요 1 | URL
저 역시 밀턴 프리드먼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지만, 자유를 좋아하는 어떤 이가 존경하는 인물이라 옮겨봅니다. 참 힘든 요즘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22-11-01 22:10   좋아요 1 | URL
“자유”란 단어가 가장 어려운 말인 거 깉습니다. 이제 “자유”를 다시 재정의하거나 더 이상 주장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유”가 모든 걸 망치고 있는 거 같습니다. ㅠㅠ

겨울호랑이 2022-11-01 22:14   좋아요 1 | URL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어떤 것으로부터의 자유인지, 누구의 자유이며 그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사회적 재합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다이제스터 2022-11-01 22:27   좋아요 1 | URL
자유가 명사형(freedom)이 아닌 부사구형(A is free from B)이라고 본다면 자유는 뭔가에서 결핍된 상태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자유는 그분 말씀처럼 모든 것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위해 자유롭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자유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겨울호랑이 2022-11-01 22:30   좋아요 1 | URL
^^:) 북다이제스터님의 ‘자유‘ 정의는 마침 얼마 전 정리한 하이데거의 ‘자유‘와 통하는 바가 있는 듯 합니다. 제약 상황 아래에서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선택지 중에서 골라야 하는 자유. 자신의 뜻대로 모든 것이 되어야 하는 절대자의 자유가 아닌, 유한한 존재로서의 자유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북다이제스터 2022-11-01 22:36   좋아요 1 | URL
답글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제가 감히 하이데거 반열에 든 거 같습니다. 감히… ㅋㅋ
하이데거는 제가 넘 좋아하는 분이라서 더욱 몸 둘봐를 모르겠습니다. ㅋㅋ
즐거운 저녁 시간 되세요. ^^

겨울호랑이 2022-11-01 22:44   좋아요 0 | URL
북다이제스터님 좋은 대화 감사합니다. 평안한 밤 되세요! ^^:)

나와같다면 2022-11-01 21: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이런 일이...”
상가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문상(問喪)’이나 ‘조문( 弔問)’에 ‘물을 문(問)’자가 있는 것은, 죽음의 진상에 대한 의문과 애도가 본디 둘이 아니라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진상을 알아야, 망자와 유족, 그 친척 친지들이 한을 품지 않고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애도할 때이니 진상규명과 책임문제는 나중으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가 많습니다.
이들이야말로, 무식을 선동하여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자들입니다.

- 전우용 사학자

겨울호랑이 2022-11-01 21:44   좋아요 2 | URL
정말 그렇습니다. 위패도 없이 하얀 국화꽃만 한 손에 덜렁덜렁 내려놓는 위선적인 모습들이 오히려 진실을 은폐하려는 그들의 진심을 드러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 2022-11-02 17: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르트의 애도일기 좋았습니다.
자유시장경제를 주장했기에 아마도 그는 작은 정부쪽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럼에도 그가 생각한 정부는 지금 우리 정부 그 이상이죠!ㅠ

겨울호랑이 2022-11-02 18:38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주권을 정부에 위임한 뜻이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해 본다면 답은 상식선에서 나올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럼에도 비상식적인 정부의 행태는 우리를 더 슬프게 하네요...

그레이스 2022-11-02 18:39   좋아요 2 | URL
오늘 막내가 저 사람은 사회계약론부터 다시 공부해야 해! 라고 하더군요 ㅠ

겨울호랑이 2022-11-02 21:25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자제분께서 날카롭게 짚어주셨다고 생각됩니다... 어쩌면 그보다 더 일찍 객차 안에서 다리를 올리지 않아야 한다는 도덕부터 다시 배워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량채권은 본래 이자나 원금의 즉각적 지급에 관해 현재나 미래의 시점에서 어떤 의심도 있을 수 없는 채권이다. 이 채권의 가격은 다름 아닌 만기에 대한 예상금리에 의해 주로 결정된다. 만약 예상금리가 떨어지면 우량채권의 가격은 내부수익률을 낮추기 위해 오를 것이고 금리가 오르면 그 반대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_ 벤저민 그레이엄, <증권분석> , p64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 1894 ~ 1976)이 생각하기에, 채권(bond)은 우선주(preferred stock)와 마찬가지로 매력적인 투자처는 아니다. 때문에, 그의 <증권분석 Security Analysis>에서 채권과 관련한 내용은 스쳐가듯 간략하게 소개된다. 내개가치와 시장가치의 차이에 해당하는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을 통해 '시장을 이기는 전략'을 추구했던 그에게 시장의 모든 위험요인들이 이자율(interest rate)에 할인율이라는 별칭으로 가격에 반영되는(심지어 거대하기까지한) 채권 시장은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담배꽁초를 주워담듯이 하는 그의 장기가 발휘될 여지가 채권시장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의 이자율이 (최소한 일부는) 관련된 경제적 요인들이 다양한 변화를 겪으면서 반영하는 내용들을 이미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의 이자율이 현재의 이자율보다 높거나 낮을 것이라는 식의 예측은 합리적 계산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개인적 예측의 차원에 그쳐버릴 것이다. _ 벤저민 그레이엄, <증권분석> , p64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서로 다른 위험회피 성향과 리스크 프리미엄(risk premium)을 갖는 갖는 이들이 참여하는 두 시장은 분명히 다른 시장이다.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자금을 보다 안정적으로 운용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의 운용처가 채권시장이다보니, 채권시장의 이자율에 대한 설명은 케인즈(John Maynard Keynes, 1883 ~ 1946)는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의 유동성 선호이론에 잘 표현된다. 물론, 케인즈는 해당 이론을 화폐에 적용했지만.


 이자율은 항상 유동성(流動性)을 내놓는 데 대한 보수이기 때문에, 화폐 소유자가 화폐에 대한 그들의 유동적 지배력을 내놓는 것을 원하지 않는 정도의 척도가 된다. 이자율은 투자를 하기 위한 자금에 대한 수요(需要)와, 현재의 소비를 억제하려고 하는 의향(意向)을 균형시키는 "가격(價格)"이 아니다. 그것은 부(富)를 현금(現金)의 형태로 보유하고자 하는 소망과, 이용 가능한 현금의 양(量)을 균형시키는 "가격"인 것이다. _ 케인즈,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p197


 그래서 우량채권 분야에서는 통상적으로 분석가가 가격 예측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는 경험을 통해 가격변동이 일어날 때 우량채권 보유자의 금융자산 규모에 영향을 줄 만큼 변동폭이 넓은 경우는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_ 벤저민 그레이엄, <증권분석> , p64


  채권시장에서 이자율은 인간과 교신할 수 있는 지적 외계 생명체의 수를 계산하는 드레이크 방정식(드레이크 방정식(Drake equation)처럼 수많은 변수들의 종합으로 계산되고, 시장참여자들은 가격수용자로서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여기에서, 그레이엄은 외국채권 투자 시 위험사항을 다음과 같이 단적으로 지적한다. 그가 이 책을 집필한 1950년대와 오늘날을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외국의 정치적 안정성이 투자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 되는 것은 오늘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외국정부 채권을 다룰 때는 이와는 다른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종목들은 재무 분석에 잘 반응하지 않으며 그로 인해 투자 역시 그 나라의 정치경제적인 안정에 대한 확신이나 성실히 채무이행을 할 것이냐 하는 데 대한 믿음과 같은 일반적 고려사항에 통상 의존하게 된다. 외국정부 채권은 이론적으로는 국가 전체 자원에 대한 청구권이다. 하지만 외부 부채를 충당하기 위해 실제로 이런 자원들이 이용될 수 있는 범위는 상당 부분 정치적 형편에 달려있다. _ 벤저민 그레이엄, <증권분석> , p435


 얼마 전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한국채권시장을 뒤흔들었다. 정치적 의도를 갖고 행한 무분별한 행동에 채권시장은 패닉상태에 빠졌고, 덕분에 50조가 넘는 금액이 '김진태發' 공황을 잡기 위한 긴급자금으로 동원되었다. 다행히, 이 사건이 당장의 '사라예보의 총성'이 되지는 않았지만, 몽유병자들 때문에 며칠 사이에 안보위기, 경제위기, 정치위기 등으로 조용할 날이 없는 요즘이다. 시장은 예상할 수 있는 멍청한 정책보다 불확실한 시장을 더 싫어한다는 성향을 몽유병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한 이 위험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텐데, 그러기가 쉽지 않을 듯 싶다...


[관련기사] 김진태가 던진 '레고랜드 불씨'... 채권시장 집어삼킬 '큰불'로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2102153311


 공황을 잡기 위한 대출이라면, 대출은 그러한 목적을 가장 잘 달성할 수 있도록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 목적을 위해서는 평상시의 모든 우량한 '은행담보'에 대해 대출이 나가야 한다. 그런데 평상시에는 우량한 담보도 공황 때에는 불안감 때문에 우량담보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바로 문제이다. 그래서 바른 정책이란 될수록 그런 문제가 해결되어 정상적인 거래가 회복될 수 있도록 은행지급준비금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모든 우량담보에 대해 대출을 해주는 것으로만 가능하다.... 앞으로 공황이 닥친다면 영란은행이 어떤 행태를 보일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여론이다. 영란은행은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하고 확고한 정책을 세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_ 월터 바지호트, <롬바드 스트리트>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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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스가 제기했던 사용가치, 교환가치, 그리고 가치라는 세가지 핵심개념은 근본적으로 서도 다른 시간과 공간의 차원들과 각각 관련되어 있다. 사용가치는 사물의 물리적인 물적 세계 속에 존재하고 이 세계는 절대적 공간과 시간이라는 뉴턴과 데까르트의 개념들로 묘사될 수 있다. 교환가치는 상품들이 움직이고 교환되는 상대적인 시간과 공간 속에 존재하고, 가치는 이와 달리 오로지 세계시장이라는 관계적인 시간과 공간의 맥락을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맑스가 이미 확실하게 보여준 것처럼 가치는 교환가치 없이 존재할 수 없고 교환가치는 사용가치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세 개념은 변증법적으로 서로 통합되어 있다. 마찬가지 방법으로 시간과 공간의 세 형태(즉 절대적, 상대적, 관계적 형태)도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적/지리적 동학(動學, dynamics) 내에서 변증법적으로 서로 관계되어 있다. 이것이 지리학자로서의 나의 주장이다. _ 데이비드 하비,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 p78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 1935 ~ )의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A Companion to Marx's Capital>가 다른 <자본 Das Kapital> 입문서와 가장 차별화된 부분은 '운동성(運動性)을 중심으로 한 설명'이라 생각된다. 다른 입문서들이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의 '운동'을 빼놓지는 않지만, 하비는 자신의 강의의 중심을 '운동'에 놓는다. 다른 입문서들이 일반적으로 '절대성'과 '상대성', '질(質)'과 '양(量)', '개별'과 '특수'라는 정(靜)적인 용어 해설에 치중하는 반면. 지리학자인 하비가 선택한 시공간(space-time)상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상황에서 모순을 발견한다는 방식은 보다 독자들에게 역사성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 여겨진다.


 맑스의 변증법은 모순의 끊임없는 확대만 존재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맑스의 변증법을 하나의 완결된 분석방법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용납하기 어렵다. 그의 변증법은 완결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그것은 끊임없이 확대되고 있으며 바로 여기에서 그는 그것이 정확하게 어떻게 확대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잇는 것이다. <자본>을 읽어나갈 때 우리는 언제나 우리가 앞에서 이미 읽은 내용만을 토대로 재음미해야 한다. <자본>에서 논의가 전개되는 방식은 모순의 영역이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확대되는 방식이다. 이것이 바로 <자본>에서 왜 그렇게 많은 내용들이 반복되는지를 설명해주는 이유다. _ 데이비드 하비,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 p123


 <자본>에서는 여러 모순적 상황이 제기된다. 이러한 모순적 상황의 반복은 단순한 반복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자본주의의 동적인 구조를 통한 하비의 설명은  현 단계의 모순이 앞 단계에서 모순의 연결상에 있음을 독자들에게 분명하게 인식시킨다. 그리고, 독자들은 매단계마다 계속 논의의 발전을 저해하는 차단막과 같은 '모순'속에서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붕괴될 수 없다는 저자의 논리에 설득당하게 된다. 이것이 하비의 설명이 다른 입문서와 구별되는 지점이라 여겨진다. 


 하비는 자신의 <자본 강의>에서 이러한 모순을 '상품물신성(commodity fetishism, 赤弊物神性)'의 개념을 반복적으로 제시하면서 은폐된 사실 관계를 밝혀나간다. 이런 점에서 맑스의 사상을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 책의 장점이지만, 반면 이러한 역동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개념 및 용어에 대한 사전 이해가 필요하기에 개인적으로 하비의 이 책은 <자본>을 읽은 후 들여다 본다면 더 의미있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2권 <교환의 세계>와 관련하여 화폐의 물신성 등의 개념을 잠시 정리해본다...


  물신성 개념은 그의 논의 속에서 경제체제의 중요한 성격이 "이율배반"과 "모순"을 통해 은폐되고 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방식의 서술을 통해 이미 예고되어 있다(p78)... 여러분은 상추를 구매하기 위해 그것을 생산한 노동에 대해 아무것도 알 필요가 없다. 극도로 복잡한 교환체계 속에서 그 노동이나 노동자에 대해 무엇인가를 알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것이 곧 세계시장에서 물신성이 불가피한 이유다. 최종 결론은 다른 사람의 노동활동과 우리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가 물적 존재들 사이의 관계를 통해 은폐된다는 것이다. _ 데이비드 하비,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 p82


 제2권의 처음 세장을 다루면서 나는 화폐, 생산, 상품이라는 세 개의 서로 다른 창을 통해 자본유통과정을 살펴보았다. 내가 생각하기에 요점은 분명하다. 즉 서로 다른 순환들이 서로 얽혀 한데 어우러지고 끊임없이 서로 관계하며 운동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운동은 다른 것들의 운동을 위한 조건을 이룬다.... 총괄해서 보면 "과정의 모든 전제가 과정의 결과[즉 과정 스스로가 만들어낸 전제]로 나타난다. 모든 계기는 제각기 출발점, 통과점, 귀착점으로 나타난다. _ 데이비드 하비,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2> , p113


 맑스는 상업자본과 생산자본의 활동이 서로 뒤엉키면서 얼마나 쉽게 물신적인 개념들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신랄한 논평으로 이 장을 마무리한다. "재생산의 총과정에 대한 피상적이고 전도된 모든 견해들은 상인자본의 관점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_ 데이비드 하비,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2> , p271


 경제는 얼핏보면 생상과 소비라는 두 개의 거대한 영역으로 성립되어 있는 것 같다 : 소비 영역에서는 모든 것이 완수되고 파괴되며, 생산 영역에서는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된다. "사회는 끊임없이 생산하고 동시에 끊임없이 소비한다"라고 마르크스는 썼다. 정말로 지당한 진리이다. 그러나 이 두 세계 사이에 세번째의 세계가 끼어들어간다. 그것은 바로 교환의 세계이며 달리 말하자면 시장경제이다. _ 페르낭 브로델,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2-1 : 교환의 세계 1>,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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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재임기간인 지난 5년, 서울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2배 가까이 올랐다. 이런 결과는 문 대통령의 사회정의에 대한 약속과 부동산 정책을 실패로 이끌었다. 오늘날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주거 형태와 지역에 따라 m2당 약 9,500유로부터 2만 9,000유로까지 극심한 편차를 보인다. _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선거의 최대 쟁점이 된 한국의 부동산 위기> 中


 2022년 2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는 한국 대선 관련 기사2편이 다뤄졌다. 그 중 하나인 <선거의 최대 쟁점이 된 한국의 부동산 위기>는 수도권 특히 서울 표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 상황을 잘 분석한 글이라 여겨져 일부를 옮겨본다. 기사는 정부의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려는 정부의 정책이 실패로 이어지면서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표심이반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전한다. 2021년 후반부부터 집값이 하향세로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아직 떠난 민심을 잡기에는 부족하다는 기사의 분석은 현재의 선거 상황을 잘 설명한다. 현 시점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정부의 실패는 명확해 보인다. 그렇다면, 정부의 정책 방향은 잘못 되었는가? 이번 페이퍼에서는 이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극에 달한 18~30세 청년층에서 이런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임기 초반에 정부는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의 일부를 매도하도록 보유세를 대폭 인상했다. 그러나 양도세도 인상한 탓에, 다주택자들은 양도세 부담으로 보유한 주택을 선뜻 내놓지 않았다... 정부는 부동산 세금을 올리고 은행이 대출규제를 강화하면, 자산가들의 대출이 줄고 나아가 투기가 억제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로 흘러갔다. 현금 보유액이 충분한 부유층은 굳이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대출 금리 인상은 결국 서민들의 고통만 가중시킨 꼴이 됐다. _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선거의 최대 쟁점이 된 한국의 부동산 위기> 中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일차적인 원인이 통화량의 급증에 있다는 것과 시중 유동성이 확대되었다는 사실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 더해 문재인 정부 이후 이어진 경상수지 흑자 기조는 국외요인으로 유동성을 더욱 확장시켰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가설을 세워보자.


 H : 국외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외환 공급의 과다로 인해 시장 유동성이 확장되었으며 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확장되었다. 국내적으로는 가계대출 등 경제주체들의 자금수요 증가에 따른 통화량 증가가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렸다.


 이러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한국은행, 한국부동산원 등에서 각각 '경상수지 및 무역수지' , '주택매매가격 동향', 'M2 통화량 추이(평잔)', '가계신용동향'의 시계열 자료를 확보하여 그래프로 정리해보자.(해당 자료는 e-나라지표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림1] 경상수지, 부동산지수, M2평잔, 가계대출 증가율(by 겨울호랑이)


 시계열 그래프는 경상수지 증가율, 부동산 지수, M2(통화량)평잔 증가율, 가계대출 증가율이 전반적으로 양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며, [그림1]에서는 특히 2019년 이후 급격히 우상향하는 그래프의 기울기를 확인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관계가 양의 관계 있음을 확인 후 상관분석(相關 分析, Correlation analysis)을 통해 이들간의 관계를 보다 상세히 살펴보자. 상관분석은 EXCEL로도 수행할 수 있으나, 이번 분석에서는 통계 프로그램인 SPSS를 활용하여 실행하였다.



[표1] 경상수지, 부동산지수, M2평잔, 가계대출 증가율간의 상관분석 결과(by 겨울호랑이)


 상관분석 결과 전반적으로 이들 요인들 간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으며, 특히 수도권과 전국의 부동산 지수와 통화량 지표인 M2 평잔증가율 간에는 매우 강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와 함께 가계대출증가율과 부동산 지수, 통화량 간에는 뚜렷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여지나, 당초 가설과는 달리 경상수지 증가율이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상관분석만으로 이들간 인과관계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큰 틀에서 방향성만 확인하는 것으로 하자.


[그림2] 가계신용동향(e-나라지표)


 이상의 분석자료와 함께 최근 꾸준히 증가한 가계신용동향의 자료를 함께 참조한다면, 정부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화량 증가가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렸으며, 통화량 증가에는 가계신용(대출) 증가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러한 분석 결과에 근거하여 정부는 강력한 부동산 대출 억제정책을 펼쳐나간 것이라 여겨진다. 여기까지 본다면 정부의 정책은 나름 합리적인 판단에 기대어 이루어졌다 보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후 보여진 시장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IS-LM모형에서 화폐시장의 균형 달성을 위해 대출이자율 규제를 통한 투기적 수요를 줄이려는 정부의 시도가 총수요(AD)측면의 압력이었다면, 이러한 압력이 주택시장의 총공급(AS)을 크게 줄이는 방향으로 시장은 반응했다. 양도세 인상을 통해 시장에 물량을 쏟아내게 하겠다는 의도는 정권 후에 매도하겠다는 반발에 부딪히게 되고, 총공급곡선을 하향이동시켰으며 전월세, 매매 물량을 비롯한 전반적인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켰다. 이에 대해 정부는 주택시장안정을 위해 공공주택 공급을 몇 차례에 걸쳐 약속했지만, 실제적으로 해당 물량이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현재의 시장 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우리가 처한 현재의 상황으로 정리된다.


 관련내용 :  https://www.korea.kr/special/policyFocusView.do?newsId=148883591&pkgId=49500748 일문일답으로 알아본 '역대 최대 규모 주택공급 대책'


 <르몽드디플로마티크>에서 지적하듯 현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현재시점에서는 실패했다. 또한, 과도한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 등의 대첵이 이어지지 않는 부분은 지금도 실패하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과도한 가계부채를 문제를 보고 이를 줄이려는 접근 자체를 정부의 실패와 무능력으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정리하자면, 현 시점에서 부동산의 실패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정책의 방향성 자체가 틀렸다고 볼 수는 없지는 않을까. 부분의 최적화가 전체의 최적화를 의미하지 않았고, 전체의 최적화로 가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실패가 전반적인 무능으로 비춰지는 것은 아닐런지.


 내 집 마련의 어려움이, 청년층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아닐 것이다. 그것도 자가 주택 소유 비율이 56%에 불과한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그러나 꿈조차 꿀 수 없게 되면, 사람은 무력해진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오늘날 대한민국 청년들의 대부분은 중산층 출신입니다. 이들은 자신이 빈곤층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모 세대 때와는 달리, 이제는 계층 간 이동 사다리가 거의 끊긴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불안은 세대 갈등을 유발하고 나아가 악화시킨다. "지금 한국 청년들이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불안이 아닙니다. 그것은 기성세대를 향한 증오에 가깝습니다." 최항섭 교수가 덧붙였다. _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선거의 최대 쟁점이 된 한국의 부동산 위기> 中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은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정부재정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관료들의 부처 이기주의라 여겨진다. 적극적인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가계부분의 부담을 줄여주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현시점에 이를 외면하는 행정관료들의 행태는 여러모로 우리를 답답하게 한다. 다만, 기술 및 행정 관료 문제는 민주주의를 통한 대리인 선출과는 다른 전문가 집단의 문제인 만틈 구분되어 판당해야 할 것이다. 오스트리아 학파인 루드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1881~1973)의 철학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관료제(Bureaucracy)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는 동질감을 갖기에 이를 옮기는 것으로 글을 갈무리한다...


 정부는 2022년 1월, 소상공인에게 손실보상금 500만 원을 선지급했다. 그러나 ‘비대면’의 일상화로 인한 손실은, 정부지원금으로 충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는 “정부는 1회성 지원금의 형태 외에 지속적이고 직접적인 지원금 제공은 꺼렸다. 대신 저금리 대출을 통한 간접적인 재정지원을 선호했다”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은 공공부채를 늘리는 것에 유독 민감하다. 대한민국 국민의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동안에도 공공부채는 OECD 국가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대한민국의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2016년에 51.6%였고 2021년에는 58.8%였다. 참고로 프랑스는 146%를 기록했다. _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선거의 최대 쟁점이 된 한국의 부동산 위기> 中


 선의의 공무원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말자. 그는 민중의 이기심에 대항해서 자신의 우상을 위해 싸우는 것이 자신의 신성한 의무라는 생각으로 완전히 물들어 있다. 그는, 자기 생각에 영원한 신법(神法, divine law)의 옹호자다. 그는 개인주의의 옹호자들이 성문율로 작성한 인간의 법에 자신이 도덕적으로(morally) 구속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인간은 신, 국가의 진정한 법을 바꿀 수 없다. 개개 국민은 자기 나라의 법들 중 하나를 어길 때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하는 범죄자다. 그러나 만약 공무원이 '국가(state)'의 이익을 위하느라고 정당하게 반포된 국법을 위반한다면 그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반동적인(reactionary) 법원들의 견해에 따르면 그는 기술적으로 위반의 죄를 범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더 높은 도덕적 의미에서는 그는 옳았다. 그는 신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인간의 법들을 위반했다. _ 루드비히 폰 미제스, <관료제> , p142


 PS. 국가가 외국과 재화와 서비스를 거래한 결과 나타는 수입과 지출의 차액인 경상수지(經常收支, current account balance)의 증가율과 부동산 지수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약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할 듯 싶다. 하나는 부동산 이외 다른 시장(주식시장, 가상화폐거래소 등)으로 흘러갔거나 아니면, 사내유보 등의 형태로 저장(貯藏)되었을 수 있겠다. 그 중 일부는 지하경제로 유입되어 다시 일부가 조세피난처(tax haven)에 갔을 수도 있겠고.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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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2-02-10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책시차가 있어서 아직 평가하기엔 이른 감이 있지요..

겨울호랑이 2022-02-10 13:43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역사적 평가까지는 아니겠지만 부동산 정책에 있어 성과는 중기적 관점이상에서 평가해야 된다고 여겨집니다. 그렇지만, 정책에 대한 평가가 선거로 이루어지는 부분이 적지 않아 지나치게 실패했다는 분석 위주로 흐르는 것 같아 페이퍼로 올려 봅니다...

2022-02-10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0 1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2-02-10 14: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책이 안착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한데
시민들은 기다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언론에서는 부동산 정책라는 프레임으
로 선동을 하구요.

한정된 재화인 부동산에 대한 욕망을
제어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시민들의 머리 위에 있는 기재부가
정말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세금을 더
걷었다는 건, 기재부의 명백한 실책인
데 기재부 수장은 아무런 책임도 느끼
지 못하고 당당하니 할 말이 없습니다.

겨울호랑이 2022-02-10 17:18   좋아요 2 | URL
그렇습니다. 레삭매냐님 말씀처럼 민주주의 틀 안에서 정책의 결과를 장기적으로 기다리는 동안 ‘선거‘라는 여러 중간평가가 자리하기에 구조적인 개혁에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보여집니다. 장기적인 혁명을 위한 끊임없는 소통이 중요함에도 현재 언론 지형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를 위한 구조개혁은 수행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여겨집니다... 기재부 문제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다음 과제라고 보여집니다. 레삭매냐님 감사합니다.^^:)
 

 강조해두고 싶은 또 다른 논점은 전 세계 금융자산의 상당 부분이 이미 여러 곳의 조세피난처(tax haven)에 은닉되어 있으며, 이런 사실이 전 세계 자산의 지리적 분포를 분석하는 우리의 능력을 제한한다는 점이다. 오직 공식적인 통계자료만을 근거로 파악하건데, 부유한 국가들의 순자산 포지션 수준은 세계의 나머지 나라들과 비교해 마이너스인 것으로 보인다.(p555)... 가브리엘 주크먼이 계산한 추정치에 따르면 은닉 자산의 총액은 전 세계 GDP의 약 10퍼센트에 달한다.... 현재의 모든 증거 자료에 따르면 조세피난처에 은닉된 대부분의 금융자산(최소한 4분의 3)은 부유한 국가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것이다. _ 토마 피게티, <21세기 자본>, p558


  토마 피게티(Thomas Piketty, 1971 ~ )는 <21세기 자본 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에서 전세계적인 부의 불균형을 완화시키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글로벌 자본세 Global tax on wealth'를 제안한다. 이는 매우 높은 수준의 국제적 금융 투명성을 기반으로 누진적인 세계적인 자본세를 말하는 것으로, 이러한 제안이 나온 배경에는 조세 피난처로 빠져나간 은닉 자금이 있다. 피게티는 2014년 <21세기 자본>에서는 전세계 GDP의 10%에 달하는 조세회피처의 은닉 자금 등과 같은 불평등을 낳는 자산 불평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2019년 <자본과 이데올로기 Capital et ideologie>에서는 이러한 자산 불평등의 역사적 기원을 찾아간다. 

 

 이론상 일국의 국제수지는 금융 흐름을, 특히 자본소득(배당금, 이자, 각종 이윤)의 유출과 유입을 측정할 수 있게 한다. 원칙적으로 유입과 유출의 총량은 매년 세계적 차원에서 균형을 이뤄야 할 것이다. 이러한 통계 작업의 복잡함은 물론 소소한 편차들을 초래할 수 있지만, 이는 쌍방향으로 진행되어 시간이 흐르면서 균형을 이루게 된다. 그런데 1980 ~ 1990년부터는 자본소득의 유출이 유입을 초과하는 체계적 경향이 존재한다. 이러한 비정상을 통해 추산할 수 있게 되는 다른 나라들에 신고하지 않고 조세피난처에 보유한 금융자산이 2010년대 초에는 세계 금융자산 전체의 거의 10%에 달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모든 것이 그때부터 계속 증가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_ 토마 피게티, <자본과 이데올로기> , p566/1134


 조세 회피처에 숨겨진 자산은 전세계 평균 GDO의 10%로 추산되지만, 지역별로 이 비율은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 금융자산의 약 4%, 유럽의 10%, 러시아의 약 50%가 케이맨 군도(Cayman Islands) 등조세피난처에 은닉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조세 피난처 문제가 선진국 뿐 아니라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에게는 특히 심각한 문제임을 알려준다. 그리고, 우리 역시 예외는 아니다.


 최근 뉴스타파에서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주관으로 탐사보도 <판도라 페이퍼스 : 조세도피처로 간 한국인들 2021>를 내놓았다. 삼성그룹 회장 이재용, SM 엔터테이먼트 이수만, 전두환 씨 동생 전경환, 전 태광실업 회장 박연차 등이 페이퍼 컴퍼니를 세우고 자금을 운영한 정황이 발견되었다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전체 규모를 알기 어렵지만, 우리나라의 적지 않은 돈 역시 해외로 빼돌려지고 있음을 보도를 통해 실감하게 된다. 거칠게 계산했을 때, 2020년 우리나라 GDP가 1조6천240억 달러임을 생각해본다면, 평균 은닉률 10%로 계산했을 때 1,624억 달러의 돈이 국가 계정에서 빠져나갔을지도 모른다는 추정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보도를 언론에서 찾기 힘들다. 대신 이에 비하면 푼돈(?)에 불과한 '대장동 투기 의혹'만 과대포장되어 모든 언론에 보도되는 현실 속에서 '불평등이 이데올로기적'이라는 피게티의 말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불평등은 경제적인 것도 기술공학적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데올로기적이고 정치적인 것이다. 이것이 분명 이 책에 제시된 역사 연구의 뚜렷한 결론이다. 달리 말해 시장과 경쟁, 이윤과 임금, 자본과 부채, 숙련노동자와 비숙련노동자, 내국인과 외국인, 조세피난처와 경쟁력, 이런 것은 그 자체로는 존재하지 못한다. 이런 것들은, 사람들이 배치하고자 선택한 법, 조세, 제정, 교육, 정치 관련 체계와 사람들이 스스로 속하고자 하는 범주들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사회역사적 구성물이다. _ 토마 피게티, <자본과 이데올로기> , p18/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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