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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 1943 ~ )는 <다중지능 Multiple Intelligences>속에서 인간의 지능을 8개의 지능으로 구분한다. 저자에 따르면 지능이란 시간, 장소, 문화에 의해 정의되며, 어떤 상징도구를 활용하여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업적을 산출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우리의 상식과는 달리 지능은 단일한 것이 아니다. 

 

 지능은 시간, 장소, 문화에 의해 정의된다. 이러한 정의는 사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그 정의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1) 농업, 문학, 예술 같이 문화가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의 영역(domains)과 (2) 어른에 대한 존경, 학문적 전통의 보존, 실용적 해결책의 선호같이 문화 내에 깊숙히 뿌리박힌 가치들(values), 그리고 (3) 개인의 다양한 역량(competences)을 키우고 육성하는 교육체계다.(p239) <다중지능> 中


 가드너는 <다중 지능>에서 8가지의 지능을 언어 지능, 논리-수학 지능, 공간 지능, 음악 지능, 신체-운동 지능, 대인 관계 지능, 개인 이해 지능, 자연 이해 지능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들 8가지 지능의 대략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지만, 이들이 고정적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저자는 여기에 '실존지능'도 추가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에 어떤 지능이 추가될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지능은 IQ 검사 하나로 결정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가드너는 앞서 기술한 정의와 기준을 활용하여 여덟 가지의 지능을 규명하였다. 첫째, 언어 지능은 언어를 통해 세상을 이해사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둘째, 논리-수학지능은 추상적 관계를 활용/이해/분석하는 능력이다. 셋째, 공간 지능은 시각적/공간적 정보를 지각하고, 이 정보를 변형하여 기억으로부터 시각적 이미지를 재창조할 수 있게 해 준다. 넷째, 음악 지능은 소리로부터 만들어지는 의미를 창조, 소통,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다섯째, 신체-운동 지능은 문제 해결과 생산물을 창조하는 데 신체의 일부분 또는 전체를 활용한다. 여섯째, 대인 관계 지능은 타인의 느낌과 의도간의 차이를 식별하고 문제 해결에 이러한 능력을 적용할 수 있다. 일곱째, 개인 이해 지능은 자신의 느낌을 정확히 인식, 판별하고 자신의 정신적 모델을 구축하며, 이러한 모델을 삶에 대한 결정에 활용할 수 있게 해 준다. 마지막으로, 자연 이해 지능은 사람들에게 자연 세계의 특징을 식별, 분류 및 활용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다.(p7) <다중지능 학교사례> 中 


 가드너가 <다중 이론>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지능이 여러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만은 아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인간의 여러 잠재적 가능성인 다중 지능을 통해 획일적인 교육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저자가 <다중 이론>을 주장한 진정한 목적일 것이다.


 한국의 교육은 획일적인 방식으로 이뤄지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즉 모든 아동들이 같은 것을 같은 방식으로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그들이 배운 방식에 얼마나 길들여졌느냐에 따라 보상을 받거나 벌을 받는다. 물론 이런 접근은 학술적으로 재능이 있는 학생들에게는 효과적이다. 그러나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그렇게 효과적이지 못하다.(p5) <다중 지능> 한국어판 서문 中


 그렇다면 저자가 말한 <다중 지능> 교육의 실제는 어떤 모습일까? 저자는 획일화된 현대 평가 방식 대신 과거 도제제도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즉 과정을 통해 자신의 강점을 깨달을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와 관련한 대안도 다른 책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볼 때 평가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환경을 만들고, 교육과정이 맥락에 기초하여 평가될 수 있도록 영역 프로젝트나 프로세스폴리오와 같은 활동을 고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제제도를 부활시키자는 것은 아니지만 전통적인 도제제도가 현대의 평가 방식에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p230)... 자원이 한정되어 있을 경우 모든 사람이 자신의 강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p231) <다중 지능> 中


 <다중 지능>에서 제기한 교육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대안들은 <예술 교과에서의 수업설계와 평가> 속에서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여기에서 예술 교과들인 글쓰기, 음악, 미술 분야에서 다중 지능을 고려한 학습 평가 방향이 각각 제시되고 있다. 저자는 문학, 음악, 미술 이라는 다른 분야에 있어서 공통적으로 '프로펠 모델'에 따라 수업과정을 설명을 하고 있다.

 

책의 전체적인 구성이 프로펠의 모델에 근거하여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과연 프로펠은 어떤 교육적 활동인지 이해하는 것이 책의 근본적인 목적을 파악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첫째 프로펠의 첫 번째 구성요소는 지각(Pereception)이다. 지각은 관찰과 외부 환경에 대한 학습의 동기화를 강화시키는 학습활동이다... 두 번째 구성요소인 창작(Producion)은 지능이 실제 세계에서의 산물을 생성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 내리는 인지심리학자들의 주장이 그대로 구현된 수업활동이다. 세 번째 구성요소는 반성(reflection)이다. 반성은 최근 학습에서 강조되고 있는 초인지(Meta-cognition) 기술을 강화하기 위한 수업활동으로서, 최근 학교 교육 목표 연구자들에 의하여 학교 교육이 학생들에게 강조해야할 가장 중요한 탐구기술로서 인정받고 있다.(p7) <예술 교과에서의 수업설계와 평가 Arts Propel 1 : 창의적 글쓰기> 中


 <예술 교과에서의 수업설계와 평가>에서 학생들은 감상자가 아닌 창작자(작가, 연주가, 화가)의 입장에서 진행되는데, 과정 중 일지 작성을 통한 과정 관리와 교사와 동료들에 의한 다면 평가를 통해 입체적인 조언을 받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과거 교육에서는 피교육자와 교육자가 2차원의 원(圓)과 같은 관계를 맺었다면, 이제는 동료와 지역사회 등이 추가되어 3차원의 구(球)와 같은 관계를 맺는 것과 유사하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자신을 보다 깊이 알 수 있게 된다.


[그림] 구와 원(출처 : 위키백과)


 포트폴리오는 학생들의 작품집뿐만 아니라, 그들의 작품을 다시 보고 반성을 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이러한 활동을 교사와 다른 학생들과 더불어 스스로 수행한다. 학생들은 그들의 작품묶음을 보고 시간이 흘러가면서 그 작품들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그리고 미래에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교사들은 이런 반성적 과정을 이끌어 내고, 가끔씩 포트폴리오 자료들에 관하여 생각하게 하기 위해 과제를 준다.(p47) <예술 교과에서의 수업설계와 평가 Arts Propel 1 : 창의적 글쓰기> 中


 <예술 교과에서의 수업설계와 평가>에서 저자는 예술 교과에 대한 초/중등학생들의 교과과정에 대해 다루지만, 저자는 예술 지능 자체는 없다고 단언한다. 대신, 다른 지능의 예술적 발현되는 것을 '예술적'이라고 해석한다. 저자의 이러한 해석은 지능들이 각기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관련을 맺고 표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역량', '능력'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결국 지능들의 복합적 표현이라면, 우리는 자신의 강점(强點)을 통해 약점(弱點)을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엄격하게 말하면 예술 지능은 없다. 그보다는 지능이 예술적으로 혹은 예술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작용한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하다. 이 책에서처럼 언어를 설명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언어지능을 심미적으로 사용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언어를 은유적으로 또는 파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언어 지능이 예술적으로 활용된 것이다.(p110) <다중 지능> 中


 결국 <다중 지능>을 활용한 교육은 강점을 활용한 교육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다중 지능을 활용한 교육 사례를 담은 이 책 속에서 저자는 강점 활용 교육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슈나이더는 "교사는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여 가르치고 약점은 강점을 활용하므로 보완됩니다."라고 말하였다. 강점에 대한 강조는 아동을 교육과정에 몰입하도록 도와주며 이는 학습에 필수적인 선행 조건이다... 이 교실의 교사들은 종종 아동의 강점을 활용하고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역할과 작업을 창출할 기회를 지원한다.(p152)<다중지능 학교사례> 中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이를 통해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다중 지능> 교육의 지향점이 될 것이다. 요약하자면, 각각의 지능은 실제 생활의 성공에 기여하게 된다. 따라서 학교는 아동이 가진 보다 광범위한 강점을 다루어 주어 학교 밖에서도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p8) <다중지능 학교사례> 中 


 다중지능이론은 교육 이외의 영역에도 효과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다중지능이론을 통해 개인, 팀, 조직은 훨씬 더 복잡한 환경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인적 자원을 사용할 수 있다.(p281) <다중 지능> 中


<다중 지능>에서는 이처럼 인간의 여러 가능성을 긍정하고, 평가와 피드백(feedback)을 통해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강점을 키워나갈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차적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강점을 발견할 수 있도록 교육자들에게 과정을 중시하며 인내심을 갖고 지켜볼 것을 요청한다. 여기에, 교육을 '피교육자-교육자'의 관계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 동료 학습자들의 협조도 또한 다중 지능 교육에서 강조되는 사항들이다.


 최근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된 교육감(敎育監)선거에서 진보 교육감들이 전체 17곳에서 14명이 당선되었다. 진보교육감들의 공통된 교육방향 중 하나인 '혁신학교'는 교사뿐 아니라,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다중 지능>과 통하는 면이 있다 여겨진다. 혁신학교와 관련된 엇갈린 의견도 많지만, 단일화된 평가를 벗어나야 한다는 방향성은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만큼 보다 성공적인 제도의 안착을 기대하며 이번 페이퍼를 마친다.


PS. 하워드 가드너는 <다중 지능>에서 다음과 같이 학습부적응 위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짤막하게 소개한다. 이와 관련하여 보다 많이 알고 싶은 분들은 저자의 다른 책 <열정과 기질>을 읽으면 좋을 듯하다.

 

 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인간의 운명은 불가항력적인 것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삶의 궤적은 상당 부분 각자가 개발해온 능력과 기술로 구성되고, 각자가 타고난 또는 생의 초기에 발달시킨 지능 프로파일이 하나의 척도가 되어 삶의 궤적에 영향을 미친다.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피카소(Pablo Ruiz Picasso),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과 같이 인류 역사상 가장 창의적이었던 사람들 중 상당수는 학습에 심각한 문제를 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이러한 문제로 좌절하는 대신 자신의 강점을 십분 활용하여 각자의 고유 영역에서 비범한 공헌을 했다. 따라서 교육의 책임을 위임받은 사람들은 어린아이의 강점과 성향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니고 있다.(p183) <다중 지능>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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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8 17: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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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8 17: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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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 많이 모인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적게 있다고 나쁜 것도 아니다. 모인 사람들이 정을 나누며 서로 아끼고 살아가는 삶터가 바로 작은 곳이다. 큰 학교라고 서로 정을 나누며 살 수 없는 것도 아니고, 꼭 작은 학교라고 모든 사람이 정겹게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작은 곳‘이란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가까운 정도를 말한다. 가까움은 함께 사는 사람들이 서로의 작은 일, 작은 것에 주목할 때 살아난다.(p19) 「작은 학교, 학교의 길을 묻다」中


 「작은 학교, 학교의 길을 묻다」는 폐교 위기에 몰렸던 시골의 여러 학교들이 혁신 학교의 모델로 거듭 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농촌 인구가 줄면서 자연스럽게 학생수100명 이하의 학교는 폐교의 수순을 밟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요즘. ‘작은 곳‘이기 때문에 줄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내고 노력하는 이들을 우리는 책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보여지는 혁신 학교의 모습속에서  일찍이 1970년대에 인간 중심 경제를 주장한 슈마허(Ernst Friedrich "Fritz" Schumacher, 1911 ~ 1977)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주장을 발견하게 된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통해 저자 슈마허는 대규모 조직을 활용한 대량 생산의 시대에서 환경 오염과 과도한 자원 이용의 위험을 경고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동양 사상인 ‘불교경제학‘과 ‘교육‘을 본문에서 제시하고 있다.

  「작은 학교, 학교의 길을 묻다」가 소규모 집단이 생존을 위해 교사, 학생, 학부모가 긴밀한 관계를 맺어가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면,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산업화 시대 대규모 집단이 생존을 위해 소집단으로 분화할 것을 요구한다. 전자는 소규모 집단에서 대규모 집단으로 성장하는 것이 지향점인 반면, 후자는 대규모 집단에서 소규모 집단으로 줄어드는 것을 지향한다. 이처럼 출발점과 지향점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들 모두 '작은 곳'에서 ‘인간‘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인간의 모습은 크고 높은 곳이 아닌 작고 낮은 곳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아닌런지... 마침 '작음'와 관련하여 오래전 읽었던 시집 제목이 떠오른다.

 

  1992년 당시 인기있었던 시집 중 칼릴 지브란의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가 있었다. 한참 감수성이 예민했던 때 읽었던 시집이라 제목 말고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제목만큼은 지금까지 기억할 만큼 인상적이었다.

 

 '작음'으로 연결되는 오늘 책 속에서 삶의 의미를 정리해본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라는 말 속에서 작은 것에 우리 삶의 의미가 있음을 깨닫고, 「작은 학교, 학교의 길을 묻다」 과 같이 작은 것에서 길(道)을 발견하는 것이 우리가 힘써야 할 바가 아닐런지 생각하며 이번 페이퍼를 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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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0 12: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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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0 13: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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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6 15: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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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6 18: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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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6 20: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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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6 20: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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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6 23: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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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7 00: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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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6 21: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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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6 23: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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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7 00: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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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아버지.


 엄마, 어머니와 같이 있지만, 자녀들에게는 아무래도 조금 떨어진 존재인 아빠, 아버지와 관련된 책을 정리해 봅니다. 한 아이의 아빠로서 <이중섭 1916~ 1956 편지와 그림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읽고, 부모의 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1. 유년기(아빠) :  <이중섭 1916~ 1956 편지와 그림들>

 

<이중섭 1916~ 1956 편지와 그림들>은 일본인 아내를 둔 화가 이중섭(李仲燮, 1916 ~ 1956)이 아내와 두 아들에게 보내는 글과 그림이 담겨진 책이다. 책 중에는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와 아들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실려 있는데 이 편지를 통해 '인간 이중섭'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책에는 자녀에 대한 사랑만 표현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의 귀여운 즐거움이여, 소중한 나만의 오직 한 사람, 나만의 남덕이여', '나의 귀여운 가장 멋진 남덕 군', '나만의 살뜰한 사람, 나 혼자만의 기차게 어여쁜 남덕 군'  등으로 아내에 대한 사랑이 더 많이 표현된 잘 표현한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또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연애때에는 쑥스러워서 잘 표현하지 못하고, 지금은 '가족'이라서(가족끼리 이러는거 아니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어느새 결혼 8년차 남편이 되버린 나에 비한다면 이중섭 화가는 사랑을 잘 표현한 예술인이었다. 비록, 대부분의 편지가 일본어로 쓰여져 편지 내용이 고(故)  박재삼 시인이 번역했기에 더 아름다운 표현이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만, 내게 더 마음깊이 다가왔던 것은 아들들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그래서, 이번 페이퍼에서는 두 번째인 유년기를 맞이한 아들들에게 보내는 아빠의 편지를 보려 한다.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약 20편 정도로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보다 양도 적고, 내용도 짤막한 편이지만 짧은 편지 속에 아빠의 사랑이 잘 담겨있다. 특히, 어려웠던 화가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편지를 쓸 당시 화가는 일본에 아내와 두 아들을 남겨두고, 홀로 한국에 와 있었다. 고국이지만, 한국전쟁이라는 큰 시련의 시기를 혼자서 견뎌야 했던 화가에게 편지는 삶의 낙이었으리라. 편지 속에서 아들들의 안부를 걱정하고, 선물을 약속하는 화가의 모습은 지금의 여느 아버지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아빠가 보내준 그림을 보고 그토록 기뻐해주었다니... 아빠는 정말정말 기쁘다. 다음 편지에는 학교에서 재미있었다고 생각한 일들을 적어 보내다오. 아빠도 부지런히 그림과 편지를 보내주마.'(p191)


 '아빠가 가면... 이번엔 꼭 보트를 태워줄께. 몸 성히 얌전하게 기다리고 있어라. 아빠는 감기로 누워 있었지만 약을 먹고 이젠 아주 좋아졌단다.(p192)... 이번에 아빠가 빨리 가서... 보트를 태워주마. 아빠는 감기로 닷새 동안 누워 있었지만, 이제는 다 나아 또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단다. 어서어서 전람회를 열고서... 그림을 팔아 돈과 선물을 잔뜩 사 가지고... 갖고 갈테니... 몸 성히 기다리고 있어다오.'(p212)


 그렇지만, 화가의 삶은 그렇게 녹록지 못했던 것 같다. 전체 20편의 편지 중 7편의 편지에서 화가는 아들들에게 '자전거'를 사주기로 약속한다. 매번 자전거를 사주기로 약속했지만, 가난했던 아빠는 끝없이 약속밖에 하지 못한다. 해주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아빠의 마음. 마음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한 달 후면 아빠가 도쿄로 가서 자건가 사주마.(p194)... 둘이서 사이좋게 기다려다오. 아빠가 가면 자전거 사줄께. (p198)... 이번에 아빠가 가면 자전거를 꼭 태현이에게 한 대, 태성이에게 한 대씩 사줄 참이란다.(p202)...이번에 아빠가 가면 틀림없이 근사한 자전거를 태성이와 태현이 형에게 하나씩 사줄 작정이다.(p204)... 아빠가 한 달 후면 도쿄 가서 꼭 자전거 사줄게.(p207)... 전람회가 끝나면 곧 아빠가 도쿄에 가서 자전거를 사줄게.(p208)... 전람회가 끝나는 대로 곧 도쿄에 가서 너희들에게 자전거를 사줄 참이란다.'(p210)


 그런 어려움에 대해 결코 시인은 드러내 놓고 표현하지 않지만, 지나가는 편지의 문장 속에서 화가의 가난과 좋지 않은 건강 등을 충분히 느낄 수 있기에 같이 마음이 아파온다. 그래서였을까. 화가는 그림 속에서 두 아들의 모습을 참 많이 표현했다. 이중섭 화가의 편지는 유년기를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의 아쉬움이 잘 드러낸다. 


 '아빠가 사다놓은 종이가 떨어져 한 장밖에 없어서 그림을 한 장만 그려 보낸다. 엄마와 태성이, 태현이 셋이 사이좋게 봐다오.(p189) ... 내 훌륭한 일들 아들 태현아, 종이가 모자라 한 장에다만 쓴다. 다음엔 길게길게 써 보내마.'(p203)


[사진]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동봉한 그림(출처 : http://m.blog.daum.net/prohklee/1765)


 2. 청장년기(아버지)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이중섭 화가의 편지가 아직 어린 시기를 보낸 아들에게 보낸 편지라고 한다면,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는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1762 ~ 1836)이 청년기, 장년기를 보낸 아들에게 보내는 내용이 담겨있다. 먼저의 편지가 아버지의 사랑을 한껏 드러낸 반면, 다산의 편지는 아들들이 바른 길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잘 표현되고 있다. 어린 자식들에게 어려움을 애써 보이려 하지 않는 이중섭 화가의 편지와는 달리, 다산의 편지는 현실을 직시한다.


 '이제 너희들은 망한 집안의 자식이다. 그러므로 더욱 잘 처신하여 본래보다 훌륭하게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기특하고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 폐족으로서 잘 처신하는 방법은 오직 독서하는 것 한가지밖에 없다. 독서라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깨끗한 일일 뿐만 아니라, 호사스런 집안 자제들에게만 그 맛을 알도록 하는 것도 아니고 또 촌구석 수재들이 그 심오함을 넘겨다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p37)


  다산의 편지가 깊은 울림이 있는 것은 그 자신이 걸었던 길을 자식에게 전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저 자식들에게 공부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미 걸었던 길 속에서 깨우침을 전했기에 진심이 담겨있다. 그러한 편지를 읽다보면, 진정한 부모의 가르침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너희들은 도(道)와 덕(德)이 완성되고 세워졌다고 여겨서 다시는 책을 읽지 않으려 하느냐. 금년 겨울에는 반드시 <서경(書經)>과 <예기(禮記)> 중에서 아직 읽지  못한 부분을 다시 읽는 것이 좋겠다... 역사책을 읽고 자신의 견해를 적는 '사론(史論)'은 그동안 몇 편이나 지었느냐? 근본을 두텁게 배양하기만 하고, 얄팍한 자기 지식은 마음속 깊이 감추어두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란다.'(p33)


  '독서를 하려면 반드시 먼저 근본을 확립해야 한다. 근본이란 무엇을 일컬음인가. 학문에 뜻을 두지 않으면 독서를 할 수 없으며, 학문에 뜻을 둔다고 했을 때는 반드시 먼저 근본을 확립해야 한다. 근본이란 무엇을 일컬음인가. 오직 효제(孝弟)가 그것이다. 반드시 먼저 효제를 힘써 실천함으로써 근본을 확립해야 하고, 근본이 확립되고 나면 학문은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들고 넉넉해진다.'(p39)


 또한, 아들의 수준을 정확히 진단하고, 아들에게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가를 제시하는 아래의 편지를 통해 우리는 다산이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학습을 지시한 부모가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 선배(先輩)로서 공부의 어려움을 공감했기에 보다 나은 길을 제시하는 공부하는 부모의 전형을 우리는 다산의 편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네 동생 학유의 재주는 너에 비하면 조금 부족한 것 같다. 그런데 금년 여름 고시(古詩)와 운이 안 달린 부(賦)를 짓게 했더니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왔다. 가을 무렵에는 <주역(周易)>을 베끼는 일에 힘쓰느라 독서를 많이 못했지만 그애의 견해는 제법이었다.'(p53)


  '아무쪼록 <삼국사기(三國史記)>, <고려사(高麗史)>, <국조보감(國朝寶鑑)>, <여지승람(與地勝覽)>, <징비록(懲毖錄)>,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 및 우리나라의 다른 글 속에서 그 사실을 뽑아내고 그 지방을 고찰하여 시에 인용한 뒤에라야 후세에 전할 수 있는 좋은 시가 나올 것이며 세상에 명성을 떨칠 수 있을 것이다.'(p57)


 공부를 통해 맺어진 공감대 가 있었기에 부모의 말이 힘을 얻을 수 있었고, 다음과 같은 일상의 가르침 역시 자녀의 가슴깊이 와 닿았음을 우리는 미루어 짐작하게 된다.


[사진] 다산의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출처 :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infiniti&folder=5&list_id=8090481)


 '뒷날 너희에게 근심 걱정할 일이 있을 때 다른 사람이 보답해주지 않더라도 부디 원망을 품지 말고 바로 미루거나 용서하는 마음으로 "그분들이 마침 도울 수 없는 사정이 있거나 도와줄 힘이 미치지 않기 때문이구나"라고 생각할 뿐, 가벼운 농담일망정 "나는 저번에 이리저리해 주었는데 저들은 이렇구나!" 하는 소리를 입밖에 내뱉지 말아야 한다. 만약 이러한 말이 한번이라도 입밖에 나오면 지난날 쌓아놓은 공과 덕이 하루아침에 재가 바람에 날아가듯 사라져버리고 말 것이다.'(p61)


 

현대에도 어린 자녀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한 책은 많다. 예를 들어  41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급사하기 전까지 자식에게 남긴 편지를 엮은 <사랑하는 아빠가>라는 책 역시 어린 자녀와 함께 하려는 아버지의 사랑이 잘 드러난다.


 이에 반해 청장년기 부모가 자식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내용의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자녀에 대한 사랑보다는 '자녀 교육'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학습법 관련 책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생각된다. 예전에 <부모 인문학>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교양있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고전공부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이 책은 과목별로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학습목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능력, 저자 자신의 경험 등이 수록되어 있어 홈스쿨링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유용한 자료를 제시한다는 면에서 좋은 책이다. 그렇지만,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고전공부법을 파고들수록 어린아이들이 예리한 관찰자가 되도록,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서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아내도록 하는 것이 교육 목표임을 깨닫게 된다. 우리 가족이 즐겨 하는 일 가운데 하나는 해변에서 상어 이빨을 찾는 것이다.. 과학 공부는 아이들에게 "보는' 법을 가르치는 기회를 완벽하게 제공해준다. 결국 우리는 아이들이 정의롭지 못한 사실을 지나치지 않고 보기를, 자기 힘으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음을 알기를 바랄 것이다...'(p244)


 이 책을 읽을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을 지금 생각하게 된다. <부모 인문학>에는, 아니 대부분의 인문학 교육을 강조하는 책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 부모가 자녀들과 같이 공부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공부가 선행되어야 한다. 부모가 자녀들보다 낮은 수준에 있다면 결코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의 공부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임에도 불구하고 <부모 인문학>에서는 매 장(章)에서 부모가 함께 공부하기를 말하지만, 구체적으로 부모가 갖춰야할 소양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부모는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어떤 책에서도 말하지 않고 있기에, 부모 자신은 TV 앞에 있으면서 자녀들에게는 들어가서 '~공부해라'라는  말을 우리는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만드는 지점이다. 부모의 이러한 태도는 결코 자녀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 것지만, 이에 대한 답은 제시하지 못한다. 또한 책의 내용 중에는 현대 부모가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아이들을 복종시킬 것을 요구하는 다음의 단락을 본 후에는 책의 내용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된다.


 '아이가 자기 생각을 가진 지각 있는 존재가 아니라 마치 개인 소유물처럼 복종하도록 훈련시킨다는 생각을 어떤 부모는 탐탁찮아할지 모른다. 믿기 어렵겠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복종심을 심어주고 혹독한 노력을 하도록 요구한 결과, 우리 아이들은 나에게서 자유로워졌다.'(p240)


 저자의 아이들이 자유로워졌는지 부모에게 마음을 닫아버렸는지는 내가 알 길이 없지만 나는 그 길을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솔직한 지금의 심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산의 편지는 진정한 자녀 교육과 자녀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고 여겨진다.


 이제 정리해 보자.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한결같을 것이다. 다만, 자녀의 성장 시기에 따라 표현 방법이 달라지는 것일뿐. 어려서는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 보다 중요했다면, 보다 성장한 후에는 그런 마음을 조금은 접고,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자의 위치로 자리매김해 가는 것이 부모의 사랑이 아닌가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움 속에서 어려서는 많은 장난감을 안겨주다가, 성장기에는 아이들에게 '교육(敎育)'이라는 이름하에 부모들이 '공부하라'는 강요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물질적으로 어려운 속에서도 내색하지 않고 꾸준히 자식에게 사랑받는 존재임을 일깨우는 '이중섭의 편지'와 유배지에서 자식을 자주 보지 못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바른 길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삶을 살았던 '다산의 편지' 속에서 진정한 '사랑하는 아빠가'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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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4 09: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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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4 1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갱지 2017-08-04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모랑 학부모 얘기가 생각나요:-) 아직은 소년을 키우고 있지만, 앞에 ‘청‘ 이 붙으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는 중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08-04 18:18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갱지님과 마찬가지로 아직 경험하지 못한 영역이라...^^: 부딪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2017-08-04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4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5 0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5 0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8-05 01: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행복을 포기할 정도로 다른 이를 위하는 일에 기꺼이 애쓰는 게 바로 정의라고 김경집 교수가 그러더군요. 가족만이 아니라 타인에게도 두루 그런 사회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겨울호랑이 2017-08-05 05:42   좋아요 2 | URL
^^: 그런 사회라면 재산이 많지 않아도 큰 걱정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박학기의 「아름다운 세상」노래가 갑자기 생각나네요..

서니데이 2017-08-05 1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더위가 식지 않고 있어요.
겨울호랑이님 시원한 저녁시간 되세요.^^
 

* 이번 페이버는 평소 자녀 교육과 관련해서 많은 글을 올리고 계신 김영성님과의 대화를 어린이날을 맞아 정리해서 올린 글입니다. *


어린이날 : 어린이들의 인권을 위한 날


대한민국의 어린이날은 그 때까지 어른으로부터 '아이들, 애, 애들, 계집애' 등으로 불리던 어린이의 존엄성과 지위 향상을 위해 정한 날이다. 1919년 3·1운동을 계기로 어린이들에게 민족 정신을 일깨워 주고자 진주를 시작으로 각 지역에 소년회가 창설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소파 방정환을 비롯한 일본 유학생들도 소년운동 활성화를 돕기 위하여 색동회를 창립하였다. 1927년부터는 5월 첫째 일요일에 행사를 진행했는데, 일제의 탄압이 있던 시기인 1939년부터 중단되었다가, 광복 이후 '어린이'를 존중하는 마음을 살리기 위해 1946년에 부활되었다. 1961년에 제정·공포된 '아동복지법'에서는 매년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정하였다. [출처 : 위키피디아]


 이런 역사를 가지고 있는 '어린이날'을 우리 부모들은 어떤 날로 인식하고 있을까. 어제 백화점의 붐비는 장난감 코너를 보면서 단순히 '놀아주는 날', '장난감 사주는 날'로 인식하고 있는 날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나 역시 연의 장난감을 사기 위해 백화점을 들렸다. 나 역시 어린이날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 중 한 명이기에 이번 페이퍼를 쓰기에 부끄럽지만, 장난감을 사러 다니는 부모들 사이에서 장난감을 사주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많은 아버지들은 아들의 나이 및 상황에 비해 용돈을 후하게 주면서도 마치 스파이나 적에 대해 국가기밀을 보호하듯이 자기 재산 및 사업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게 한다. 이것은, 아들에 대한 경계심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보여 주어야 할 자애로움과 친밀감의 표현이 부족한 것이기 때문에, 아들이 즐겁고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아버지에게 말을 걸거나 아버지를 의지하고 따르지 못하게 된다.(p154)... 언제든지 의지하고 편하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든든한 벗이 있다는 것을 기뻐하지 않을 정도로 생각이 짧고 분별없는 아이는 거의 없다.'(p155)


 우리는 평소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으로 부모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런지.  자녀교육을 어렸을 때 편식하지 않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잡아주는 것으로 부모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하고, 조기교육 기회 제공하는 것으로 부모 교육은 완성(完成)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습관적으로 아이에게 '골고루 먹어라.', '이 닦아라.'라고 말하지만, 이러한 말을 하는 목적을 우리는 깊이 생각해 본적이 있을까. 


'갓난아이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그 아이가 음식을 섭취하고, 휴식을 취하며, 다양한 활동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분명 일차적인 사실이며, 어떤 점에서는 결정적이기도 하다. 부모는 아이의 그러한 필요에 맞추어 영양분을 공급해 주어야 하며, 편안히 잠들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일정한 시간에 아이가 규칙적으로 음식을 먹거나 잠을 자도록 하기보다는 아이가 칭얼거리거나 짜증을 낼 때마다 언제든 부모가 음식을 먹이고 잠을 재워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현명한 엄마는, 아이의 필요를 고려하기는 하지만, 어떠한 객관적인 조건 밑에서 아이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어야 하는지를 살피면서 그 조건들을 적절히 조절하는 자신의 책무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p56)


'그리고 이러한 현명한 엄마라면, 그 엄마는 자신의 이전 경험은 물론이고 육아(育兒) 전문가의 경험담을 참조하면서 일반적으로 어떠한 경험이 아이가 정상적으로 발달하도록 하는 데에 있어 가장 큰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알고자 한다. 객관적인 조건들이 아이의 즉각적인 내적 조건에 종송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즉각적인 내적 상태와 특정한 종류의 상호 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객관적인 조건들을 분명하게 조절하는 것이다.'(p57)


 아이가 유아기를 넘어서 성장기에 이른다면, 자녀 교육의 목적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자녀가 성장하기까지 연령별 부모의 교육은 세부적으로 달라지겠지만, 큰 틀에서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확실히 국제 교육의 본질적인 두 가지 기초는 다음과 같이 특징 지을 수 있다. 하나는 개인의 개별적 활동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사회적 행위에 관한 것이다....


1) 충분한 지적, 도덕적 자율성의 획득이다. 이것은 자유로운 사고의 훈련과 비판 정신의 발달, 그리고 주변의 여러 압력과 갖가지 선동에 저항하는 능력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2) 상호성의 사회적 태도 형성이다. 이것은 어린아이가 친구들과 함께하는 기초적인 관계에서부터 점점 확대되어 가는 사회 그룹들 사이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인 단계로 일반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p286)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유아기에는 상호 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 형성이 중요한 반면, 성장기에는 개인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 조성과 원만한 사회적 관계 유지를 위한 기본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아이들의 연령에 따라 교육 목적은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자녀와 함께하는 부모의 내면 자세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다음 구절에서 가장 이상적인 부모의 자세를 발견하게 된다.


'예수님의 부모는 그를 보고 무척 놀랐다. 예수님의 어머니가 "얘야, 우리에게 왜 이렇게 하였느냐?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애타게 찾았단다." 하자, 그가 부모에게 말하였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이 한 말을 알아듣지 못하였다...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 속에 간직하였다.'( 루카 2 : 48 ~ 51)


 부모의 기준에서 납득이 가지 않는 자녀의 행동에 대해 다그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부모의 마음. 이것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 예전과는 달리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오늘날 어린이 날의 의미 역시 예전과 달라져야 할 것이다. 오늘 하루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것이 오늘 하루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우리가 깊이 고민해야 할 화두(話頭)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5일 어린이 날을 맞이하여 아이들의 말을 경청(敬聽)하는 하루를 자녀를 두신 이웃분들께 제안합니다. 아울러 모든 이웃분들, 연휴가 이어지는 5월 첫주에 해맑은 어린이들 처럼 행복한 날 되시기 바랍니다 ^^:. 한 걸음 더 나가 본투표가 어려운 분들은 어린이 날 장난감 선물보다 사전 투표를 통해 어린이들을 위한 밝은 미래를 선물해 주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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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5-05 14: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오늘은 연의에게도 특별식을 선물하실 거 같은데요 ㅋㅋ

겨울호랑이 2017-05-05 15:05   좋아요 1 | URL
^^: 네 유레카님 연의가 저를 닮아서인지 짜장면을 좋아해서 탕수육과 짜장면을 먹고 있습니다^^: 유레카님도 즐거운 어린이날 되세요.

서니데이 2017-05-05 16: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린이라는 말에서 어린 사람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을 느끼게 합니다. 연의가 짜장면을 좋아하는군요.^^
겨울호랑이님 즐거운 어린이날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7-05-05 16:35   좋아요 2 | URL
초여름날이 느껴지네요.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어린이날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AgalmA 2017-05-05 1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이클 잭슨 저 노래 가사 정말 예술이죠ㅜㅜb
천 만이 넘는 사람들이 투표한 사전투표율 높은 거 보면 아이들에게 더 좋은 환경으로 가까이 가는 거 같죠^^?

겨울호랑이 2017-05-05 19:33   좋아요 2 | URL
^^: 네 이제 제대로 가는 출발선에 설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네요^^: AgalmA님도 사전 투표를?^^:

AgalmA 2017-05-05 19:35   좋아요 2 | URL
일 하느라 여유가 없기도 했지만 사전투표함 관리가 좀 의심스러워 당일날 하려고요ㅎ
부정 선거 노이로제)))

겨울호랑이 2017-05-05 20:09   좋아요 2 | URL
^^: 많이 바쁘시군요.. 오늘도 하루가 끝나가네요. 하루 마무리 잘 하세요^^:

커피소년 2017-05-06 08: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ㅎㅎ

겨울호랑이님도 아이들 책에 대한 리뷰를 많이 쓰셨지요.

동화책, 놀이책뿐만 아니라 역사, 수학, 과학, 철학, 미술, 음악, 문학, 신학 등등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한 리뷰를 쓰셨지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글 쓰다보면 거의 비슷한 분야와 비슷한 주제로 글을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ㅎㅎ 보통은 한정된 분야 한정된 주제를 이야기 하게 되어있죠..

겨울호랑이님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학문에 대한 애정은 확실히 본받아야 할 점인 것 같습니다.

리뷰의 내용 모두 공감합니다.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 요구하는 것 특히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으로 부모의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정서적인 부분에서 발달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부모의 의무를 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사진 속의 배경... 참 정겹고 아름답습니다.. 분위기가 좋네요..ㅎㅎ

겨울호랑이 2017-05-06 08:50   좋아요 3 | URL
^^: 김영성님 감사합니다. 제가 여러 분야를 잘 모르다보니 뒤늦게 책을 읽게 되었네요. 그러다 보니, 여러 분야의 책을 읽게 되었네요.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여러 분야를 읽다보니 서로 통한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됩니다. 제 독서 방법은 넓고 얇게 읽는 쪽에 가깝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 조금씩 옆으로 넓혀가는 독서 방법은 또다른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다른 분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한 분야를 깊이있게 파는 것에는 김영성님의 방법이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에 작성한 제 페이퍼도 서두에 적은 것처럼 김영성님의 글을 읽고 제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김영성님의 글은 이웃들에게 좋은 영향과 소통하는 글이라 생각합니다. 항상 좋은 글에 감사드리며, 김영성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AgalmA 2017-05-06 21:23   좋아요 1 | URL
지대넓얕 호랑이ㅎ!

겨울호랑이 2017-05-06 21:45   좋아요 1 | URL
^^: 넓고 얕게 알더라도 지대로 알아야하는데 전 아직 멀었습니다.ㅋㅋ

AgalmA 2017-05-06 21:51   좋아요 1 | URL
지대멀얕? ㅎㅎ
다 알고 죽을 수 있을까요? 징검돌을 스스로 놓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긴 여정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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