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유라시아 견문 3 - 리스본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유라시아 견문 3
이병한 지음 / 서해문집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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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견문」을 관통하는 주제를 하나로 요약한다면 ‘세계화에 대한 반동‘이라 여겨진다. 19세기 이성(reason)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민주주의를 기치에 세우고 동일한 가치관을 강제하고, 소수 민족의 자결주의를 통해 지역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오늘날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저자는 이에 대한 반동이 세계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음을 자신의 여정으로 입증한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하다보면 택시 기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다. 대체로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는 편이고 현지 사정에 누구보다 정통한 이들이라 간혹 바가지 요금을 맞기는 하지만 지나가는 이로서는 이들만한 현지 정보원도 드물다. 이렇게 이루어지는 대화 속에서 얼마나 세계가 긴밀하게 엮어 돌아가는지를 저자만큼은 아니어도 나 역시 체감한다. 아직도 낡은 이데올로기를 고집하면서 좌/우파 논쟁을 하는 우리의 현실은 순진하다 해야할지, 갈라파고스라 해야할지 말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나 자신만 느낀 감정이 아닐 것이다.

다만, 중국의 향후 행보에 대한 저자의 낙관적인 전망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중국은 전통의 대국이라 이들이 추구하는 전략은 기존의 제국주의와 다르다고는 하지만, 최근의 행보와는 별도로 19세기말 조선을 병합하여 반전을 꾀하려던 청, 임진왜란 당시 왜군 못지 않은 피해를 준 명, 거슬러 올라가 고대 동아시아 소금, 철의 이권을 이유로 고조선과 치열한 다툼을 벌였던 한 무제 등을 생각하면 중국 역시 타국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대유라시아 공동체에 대한 저자의 전망은 아직은 먼 미래, 그렇지만 준비해야할 미래는 아닐까...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그 1,000주년을 기념하여 종교 해금을 단행했다. 신앙의 자유, 포교의 자유를 공인한 것이다. 페레스트로이카가 정점을 찍는 순간이었다. 즉 페레스트로이카의 요결은 시장화나 자유화가 아니다. 서구화는 더더욱 아니다. 이성의 독재에서 영성을 해방시킨것이다. 근대의 독재에서 전통을 회복시킨 것이다. 타는 목마름, 탈세속화와 재영성화를 수긍한 것이다. 과학과 합리만으로 체제가 온전히 굴러가지 않음을 뼈아프게 후회한 것이다. 겸허하고 겸손한 인간을 재발견한 것이다... 그 본질을 보지 못하고 겉만 살피는 ‘교조적 민주주의자‘들이 자본주의가 공산주의에 승리했다며 ‘역사의 종언‘을 선포했던 것이다. 그 진단을 비웃기라도 하는 양 21세기 러시아는 나날이 정교 국가, 정통 국가, 전통 국가로 복귀하고 있다. - P416

 지난 200년을 통으로 들어낼 수야 없는 법이다. 1821년 그리스 독립전쟁 이래 200년도 이미 그리스의 현대사로서 온축된 것이다. 다만 편향을 거두고 중용을 취해간다. 동과서 사이에, 새것과 옛것 사이에 역동적 균형을 회복해간다. 하여 아테네 남서쪽의 항구 도시 피레우스에 한창 조성 중인 신항만 또한 21세기의 ‘뉴노멀‘에 부합한다고 하겠다. 중국 자본으로 만들어진다고 하여 그리스가 친중 국가가 될 가능성은 터럭 하나 없다. 중국이 그리스를 속국 마냥 만들 의도가 있는지도 의문일뿐더러, 그런 실력이 있기는 한 것인지조차 심히 의심스럽다.  즉 피레우스에서 중국의 서진을, 중국의 유럽 진서에서 동으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일방에서 동서 쌍방으로 균형을 회복해간다는 뜻이다. - P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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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었습니다... 아니, 춤추고 있습니다.

빨리? 빨리가 뭐였지?
아, 그러고 보니 나도 날마다 아빠에게
˝아빠, 빨리빨리!˝하고 졸랐지만,
여기는 빨리나 아직이나
얼른얼른 같은 건 없어요.

「춤추는 고양이 차짱」에서 말하는 주인공은 죽은 고양이다. 배고프지도, 슬프지도 않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는 하늘나라에서 춤추는 고양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죽음에 대한 두려움, 슬픔은 온전하게 남겨진 이들만의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이와 함께 이별이 남긴 감정 또한 우리가 이별해야할 것들이 아닐까. 우리 모두는 죽는 존재이기에...

슬프냐고요? 아니요.
언젠가 엄마 아빠도 이 곳으로 올 거 잖아요.

나 역시 떠나보내고, 떠나갈 사람임을 생각한다면, 차짱과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일까? 예쁜 그림책이지만, 무겁게 다가오는 주제를 다룬 책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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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27 15: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귀요미 역쉬 집이 쵝오! 겨울호랑이님 가족이 얼마나 잘보살펴주셨으면 털에서 윤기와 미모스러운 자태 ㅋㅋㅋ연의와 영원히 행복하게 냐옹~˙Ⱉ˙

겨울호랑이 2021-01-27 16:0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scott님. 가출하고 돌아와서 처음에는 개냥이처럼 붙어다니더니, 2개월 정도 지나니 다시 본색이 드러나네요. ㅋㅋ

페크pek0501 2021-01-27 15: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귀엽당~~
강아지와 고양이 중 하나를 고르라면 저는 새침해 보이는 고양이를 키우겠어요.

겨울호랑이 2021-01-27 16:05   좋아요 1 | URL
강아지와 고양이는 키우는 맛이 다른 것 같아요. 사람과 다정하게 교감이 필요하다면 강아지를, 밀당을 원한다면 고양이가 더 좋은 친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북다이제스터 2021-01-27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넘 예쁜데요~~~^^

겨울호랑이 2021-01-27 20:1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귀요미가 가출했다 돌아와 좀 성숙해졌네요 ㅋ ^^:)

NamGiKim 2021-01-28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용이 넘 예쁘군요. 참고로 저는 시추 키웁니다. 애완동물이 삶에서 많은 기쁨을 주는 것을 할아버지랑 같이 살면서 느낍니다.

겨울호랑이 2021-01-28 14:3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NamGiKim님. 말씀하신 바와 같이 사람이 없는 다른 점을 동물들이 갖고 있기에, 그들과의 소통을 통해 또 다른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깨달음을 알아갑니다. 아마도 그것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겠지요... 물론, 속을 썩이는 부분도 있지만요.ㅋ
 
청소해부도감 - 너저분한 삶을 반짝이게 해줄 청소의 기술 해부도감 시리즈
NPO법인 일본하우스클리닝협회 지음, 김현영 옮김 / 더숲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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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연산, 베이킹소다(탄산 수소 소듐), 과탄산소다 (산소계표백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청소 방법에는 주로 이 세 가지 세제가 쓰인다. 전용 세제를 여러 종류 갖추는 것보다 돈도 덜 들고, 환경과 인체에도 무해하기 때문이다.(p14)

「청소 해부 도감」에서 핵심을 고르자면 윗 문장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내는 이미 이들 삼총사를 적정히 조합하여 기름때, 물때, 곰팡이 제거를 주방 청소 전선에서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 내가 담당하는 화장실 전선에서도 락스 계열 세제 대신 이들 신무기를 도입한다면 마스크를 착용해야하는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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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 2020-09-25 0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쓰신거 읽다보니, 갑자기 크리스마스에 남편에게 선물한 ‘병이 걸리지 않는 청소법‘ 이라는 책이 생각났어요. 후후-

겨울호랑이 2020-09-25 06:54   좋아요 1 | URL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주제를 다룬 책이 있음을 실감합니다^^:)

하니의 책다방 2020-09-27 2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읽고 과탄산소다수를 사서 화장실 곰팡이를 제거했던 기억이 나네요🧤

겨울호랑이 2020-09-27 21:47   좋아요 1 | URL
^^:) 화장실 세제는 과탄산소다수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군요. 아내와 혼합비율을 연구중이었는데, 백년책방님의 경험을 활용해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양이 언어학 - 우리가 미처 몰랐던 고양이의 속마음
주잔네 쇠츠 지음, 강영옥 옮김 / 책세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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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집 테라스 바깥쪽을 지나는 동네 고양이와 집 안에서 이뤄지는 귀요미의 대화가 들리곤 한다. 다른 나라 언어도 많이 모르는 처지에 고양이 말까지 알기에는 역량이 모자라지만, 그들 사이에 이뤄진 대화가 결코 우호적이 아니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우리 고양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귀요미가 처음 왔을 때는 했었지만, 요즘은 모르는게 약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 녀석 말을 많이 알아들어서 좋아하는 브랜드의 츄르를 요구한다던지 하면, 모셔야 할 공주님이 한 명 더 늘어날 테니 말이다. 집사에서 하인으로 강등되는 장면을 생각하면 고양이 언어를 알아듣는 것은 별로 좋은 시나리오는 아닌 듯하다. 그렇게 <고양이 언어학>을 펼쳐들었다.

나를 제외한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이들(아내와 딸을 포함한)에게 <고양이 언어학>은 유용한 정보를 담은 책이라 생각된다. 음성학자가 자신의 전문성에 애정을 담아내어 만든 책이니, 고양이와의 소통을 원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또한, 구체적인 음성 파일도 제공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 내용 구성도 장점이다.

이 책에서 나는 묄크의 분류에 초점을 맞추고, 묄크가 정의한 음성 샘플의 대부분을 다루었다. 물론 다른 논문에 등장하는 소리들도 참고했다. 카테고리(음성 패턴)는 음성학적 특징에 따라 분류했다... 대부분의 음성패턴은 내가 직접 녹음했고 음성학적 방법으로 분석했다._주잔네 쇠츠, <고양이 언어학>, p41

저자 제공 동영상 자료 : https://www.youtube.com/watch?v=Z6AKtQlPU9s&t=13s

책에 제공하는 정보는 유용한 정보이고, 여러 에피소드도 함께 곁들여 재밌게 읽힐 수 있는 책이다. 그런 면에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동시에, 고양이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고양이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분명 여러 면에서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고양이 말을 잘 알아듣는다는 것이 반려동물과의 관계에서 많은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 또한 분명아니다. 사람도,고양이도 비언어적인 소통을 많이 하기 때문에 언어 이전에 기본적인 관심과 사랑이 먼저 아닐까. 그리고, 사실 사랑이 있다면 굳이 언어가 필요할까.

하지만 나는 고양이와 언어로만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고양이들은 인간의 언어를 아주 잘 알아듣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보다 더 확실하고, 빠르고, 단순하게 고양이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_주잔네 쇠츠, <고양이 언어학>, p224

많은 고양이들이 주로 혼자 살고 주변에 친구를 두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길들여진 고양이들은 대부분 인간과 함께 산다. 이런 의미에서 고양이는 사회적 존재다. 고양이는 같은 고양이들끼리는 물론이고 인간과 향기(후각), 신체 언어(시각), 스킨십(촉각), 소리(청각)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을 한다._주잔네 쇠츠, <고양이 언어학>, p59

그러기 위해서 평소 고양이 이름을 불러주고, 자주 눈을 맞추면서 무엇을 원하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등을 알 수 있다면 굳이 언어학까지 공부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지만. 의사소통에 아쉬움을 느끼는 이들에게는 <고양이 언어학>은 아마도 재미와 작은 위안을 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PS.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암만 구박해도 반려동물들은 자신에게 먹을 것 주고, 응아 치워주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생각난 김에, 응아통에 치우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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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08-08 1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요미 많이 컸네요. 더 크겠지만 그래도요.
겨울호랑이님 시원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20-08-08 16:00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벌써 2살이라 더 커지면, 삵이 될 듯 합니다.ㅋ 서니데이님께서도 궂은 날 건강하게 보내세요!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류시화 옮김 / 오래된미래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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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결국 혼자 걷는 길이 아닌가. 삶의 해안가에서 나와 바다 사이에 가로놓인 장애물은 아무것도 없다. 내 이웃들은 순례의 길을 가는 동안 잠시 외로움을 덜어 줄 동행들이다. 그러다 갈림길이 나타나면 나는 또다시 홀로 길 위에 서야만 한다. 삶의 먼 여정을 끝까지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p34)

우리가 가진 생각이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사건입니다. 그 밖의 다른 것들은 우리가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불어가는 바람이 쓰는 일기에 불과합니다. 나는 내 자신에게 말합니다. 네가 좋다고 고백한 그 일을 조금만 더 해보라고.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든 만족하지 않든 거기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p60)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말처럼 삶의 길에 끝까지 함께 하는 동행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덜 외로울 수 있을까. 소유욕 대신 나누는 마음으로 대신한다면, 비워진 마음 사이로 진실의 빛이 들어올 수 있을까. 아직 걸은 적이 없는 길이라 잘 모르겠다...

나는 단순함의 가치를 믿습니다... 문제들을 단순화 시키고, 불필요한 것들로부터 꼭 필요한 것과 진정한 것들을 구분해야만 합니다.(p20)... 인간을 위해 이따금 새벽을 밝혀 주는 저 희미한 진실의 빛은 다이아몬드보다 더 견고하고 영원한 어떤 것을 드러내 보여 줍니다. 이 세계를 지탱하고 있는 주춧돌은 사실 그것입니다.(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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