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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간다 - 대중 심리를 조종하는 선전 전략
에드워드 버네이스 지음, 강미경 옮김 / 공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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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적 군중을 구성하는 개인들이 누구든지 간에, 그리고 그들의 생활방식이라든가 직업, 성격, 혹은 지능이 비슷하든 비슷하지 않든간에 상관없이 그들은 자신들이 개인적으로 고립되어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과는 아주 다른 식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일종의 집단적 정신 상태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심리적 군중은 일시적 존재로서, 마치 어떤 생명체를 구성하는 세포들이 결합에 의해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것과는 매우 다른 특성을 드러내는 새로운 생명체를 형성하는 것처럼 잠시동안 결합한 이질적 요소들로 이루어진다. -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 1841 ~ 1931) <군중심리 Psychologie des Foules>中 - 


 귀스타브 르 봉은 그의 저서 <군중심리>를 통해 개인 심리와는 다른 군중이라는 집단(集團) 심리에 주목하고 있으며, 에드워드 버네이스(Edward Louis Bernays, 1891 ~ 1995)는 한 걸음 더 나가서 <프로파간다 Propaganda>를 통해 대중심리 조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책의 목적은 대중의 마음을 지배하는 메커니즘에 이어, 특정 생각이나 제품을 대중에게 선보이고자 할 경우 그러한 메커니즘을 어떻게 조작해야 대중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데 있다. 아울러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 새로운 선전의 합당한 위상을 모색하는 한편, 서서히 진화해 나가는 선전윤리 및 실천 규범도 제시하고자 한다.(p74)


 1.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전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사회의 복잡성과 직접민주주의의 한계로 인해 선전이 필요하다. 경제적으로는 20세기 대량생산의 시대를 맞이한 반면,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가 확산되면서 직접 민주주의는 불가능해졌다. 그 결과 간접민주주의 방식의 정치 체제가 도입되었고, 이러한 체제 하에서 대중들은 공공의 문제에 대해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었다.  


 이론상으로 모든 시민은 공공의 사안과 개별 행동의 문제에 대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닥칠 때마다 그와 관련된 난해한 경제, 정치, 윤리 정보를 시민 개개인이 직접 연구해야 한다면 그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선택 범위를 현실에 부합하는 비율로 좁히기 위해 우리는 보이지 않는 정부가 각종 정보를 추려내 중요한 사안만 부각시키도록 하는 데 기꺼이 동의했다. 우리의 지도자와 그들이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사용하는 매체를 통해 우리는 공공의 문제와 관계있는 사안들의 증거와 범주를 받아들인다.(p63)


 이러한 배경 아래에서 권력자들은 '선전'을 통해 대중들의 심리를 조작하는 시스템을 이해하고 적극 활용할 필요가 생긴다.


 대중의 관행과 의견을 의식과 지성을 발휘해 조작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사회의 이 보이지 않는 메커니즘을 조작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국가의 권력을 진정으로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정부(invisible government)'를 이룬다.(p61)


 지도자는 때로는 전사, 때로는 독재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공직에 출마하려면 유권자의 비위를 맞추어야 하는 우리의 정치 현실 속에서 타고난 지도자가 지도력을 발휘하려면 선전을 활용하는 길밖에 없다.(p173)


2. 선전이란 무엇인가?


 개인들은 집단화와 제휴의 과정을 통해 대중의 생각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선전은  이러한 집단화 과정에서 의도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노력이며, 개인과 집단 모두를 고려한 종합적인 노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집단화와 제휴라는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호 교류 구조야말로 지금까지 민주주의가 집단 사고를 조직하고 대중의 생각을 단순화해온 방식이다.(p73)... 현대의 선전은 기업이나 사상 또는 집단과 대중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사건을 새로 만들거나 일정한 방향으로 끼워 맞추려는 일관된 노력이다.(p83)


 새로운 선전은 단순히 개개인이나 대중의 마음만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더불어 서로 밀접하게 맞물린 채 그 구조를 이루는 각계각층과 각 계층의 충성도까지 고려한다. 새로운 선전은 개개인을 사회라는 유기체를 구성하는 세포로서뿐만 아니라 사회라는 단위를 구성하는 세포로도 바라본다.(p88)


3. 선전은 누구에 의해 누구를 대상으로 실행되는가? 


 선전은 소수의 지식인에 의해 시행된다. 소수의 깨어있는 이들에 의한 일종의 계몽(啓夢)활동을 통해서만 비로소 사회 전체가 유지될 수 있다. 그 이유는 군중은 감정적이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선전이 필요해진다.


 트로터와 르봉은 집단 심리는 엄밀한 의미에서 사고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사고 대신 충동, 습관, 감정이 자리한다. 결정을 내릴 때 집단 심리는 대개 믿음이 가는 지도자의 선례에 따르려는 충동을 보인다. 이는 가장 확고하게 구축된 대중심리학의 원리 가운데 하나다.(p118)


 하지만 선전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책무는 소수의 지식인들이 지고 있다. 미국의 진보와 발전을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일치시키는 이들 소수 집단의 활발한 선전 활동에 달려 있다. 소수 지식인 집단의 의욕적인 노력을 통해서만 대중은 비로소 새로운 사상에 눈을 뜨고 거기에 맞게 행동할 수 있다.(p92)


 보이지 않는 정부는 소수의 손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대중의 의식과 습관을 지배하는 사회 기구를 조종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때문이다.(p102)


4. 유능한 선전가가 되기 위해서


 유능한 선전가 또는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사물 또는 행위의 이면(裏面)을 해석하고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을 부각시키는 방법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서, 전략적으로 확산시켰을 때 그는 성공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대개 스스로 감추고 있는 동기에 영향을 받아 행동한다는 이러한 일반 원리는 개인 심리뿐만 아니라 대중 심리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유능한 선전가가 되려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당사자들이 제시하는 동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러한 행동 이면에 숨어 있는 진짜 동기를 파악해야 한다.(p123)


  귀가 따갑도록 듣게 되는 유권자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무엇보다도 정치인이 대중의 의중을 헤아리지 못한다는 사실에 원인이 있다. 정치인은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면 스스로를 어떻게 부각하고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p173)... 개념을 확산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는 현대 사회의 '집단 형성(group formation)' 활용하는 것이다.(p128)


 <프로파간다>는 위와 같이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감정적인 군중을 대상으로 소수의 지식인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20세기 초기에 쓰여진 <프로파간다>의 기원은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 1469 ~ 1527)의 <군주론 Il Principe>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후대의 영향은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 1945 ~ )의 <넛지 Nudge>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차이점이 있다면 <군주론>에서 군주국에서 군주가 해야할 덕목을 이야기 한다면, <프로파간다>에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소수의 지배자가 어떻게 대중을 다룰 것인가를 말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프로파간다>는 민주주의 사회를 배경으로 한 <군주론>이라는 생각을 계속 떠올리게 된다. 


 그(선전가, PR 담당자)는 의뢰인과의 거래에서 솔직해야 한다. 대중을 바보로 만들거나 속이는 일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만약 그런 평판을 얻게 되면 그의 직업 생명은 끝나고 만다. 선전 자료를 외부에 내보낼 때는 출처를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p111)


[사진] 명탐정 코난의 명대사 '진실은 언제나 하나' (출처 : 유튜브)


 저자 비록 위와 같은말을 통해 정보의 왜곡을 경계하지만, 현실은 만화와 다른 것 같다. 서로 다른 입장에서 저마다 자신이 진실을 말한다는 수많은 미디어 속에서 일반 대중들은 왜곡된 진실을 접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저자의 바람은 단순한 희망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프로파간다>는 이처럼 군중 심리를 기반으로 한 여론 조종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 말하고 있다. '칼을 도둑이 들면 흉기가 되지만, 어머니가 들면 주방기구가 된다'는 옛말처럼 여론 조종 역시 서로 다른 면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프로파간다>가 보여주는 부정적인 측면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언론에 의한 여론 조작의 의도를 잘 보여준다는 면에서 심리학의 고전이라는 평에 어울리는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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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7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07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3-07 1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국가의 프로파간다로 사람이 얼마나 제 정신이 아닐 수 있는지, 전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에서 절감했습니다. ㅠㅠ

겨울호랑이 2018-03-07 16:35   좋아요 1 | URL
아직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읽어보지 않았는데, 조만간 읽어봐야겠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3-07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헝가리 철학자 죄르지 루카치는 ‘긍정적‘ 측면의 프로파간다도 반대합니다.
˝선전과 선동은 인간을 ‘도취‘시켜 비인간화한다. 이것은 비윤리적이다. 도취는 하나의 기만이며 사기다. 감정이입을 핵심으로 삼는 것은 일상적 삶의 차원을 격하시킨다. 니체의 ‘디오니스적 도취‘는 감정이입 반응의 극단적 형태고 개인 인격을 균열시키고 불구적으로 만드는 무가치성이며, 세계와 인간 관계를 공허하게 만든다. 선전과 선동은 인간을 기만하는 위장된 오만일 따름이다.˝

겨울호랑이 2018-03-07 17:37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저는 루카치를 비학과 존재론으로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루카치의 철학에 대해 조금 더 깊이 공부하고 싶너지네요^^:) 감사합니다!
 
사랑의 기술 - 출간 50주년 기념판
에리히 프롬 지음, 황문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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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자들에게 가장 능동적으로 자신의 퍼스낼리티 전체를 발달시켜 생산적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한, 아무리 사랑하려고 노력해도 반드시 실패하기 마련이며, 이웃을 사랑하는 능력이 없는 한, 또한 참된 겸손, 용기, 신념, 훈련이 없는 한 개인적인 사랑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우쳐 주려고 한다. 


에리히 프롬이 저술한 <사랑의 기술> 머리말이다. 이 머리말에 책의 목적이 잘 나타나있다고 생각 된다. 


<사랑의 기술>은 사랑을 이론적인 측면과 실천적인 측면으로 나누어 논의를 전개한다. 

사랑의 이론적인 측면에서는 전체적으로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한 비판으로 전체 논의를 이끌어 가고 있다. 특히, 신에 대한 사랑과 관련하여 동양사상(노자, 장자, 도교), 인도(불교, 브라만교), 서양(아리스토텔레스, 스피노자, 마르크스) 등 다양한 사상을 통해 종합적으로 고찰하면서, '신에 대한 사랑'과 '부모와 자식 사이의 사랑'이 본질적으로 같은 것임을 끌어낸다. 

사랑의 실천에서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사랑의 문제를 개인적 문제에서 사회적 측면에서 조명하고 있다. 


<사랑의 기술>에서는 남녀간의 사랑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에 대한 사랑, 신(神)에 대한 사랑도 폭넓게 고민한다. 또한 개인적 사랑을 넘어서 사회적 문제 안의 사랑의 결핍을 조명하고, 인간 본성의 회복을 주장한다. 본문은 180여 페이지 밖에 되지 않지만, 저자의 이전 저서의 내용이 압축적으로 표현되어 있고, 논증을 위해 제시한 사상(특히 프로이트)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필요한 풍부한 내용의 책이다. 상세한 논증을 제외한 대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사랑은 기술인가?


현대인들은 사랑을 배울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인들의 사랑에 대한 문제는 무엇일까? 먼저 첫 번째 문제는 사랑이란 사랑받는 문제라고 인식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랑받을 올바른 대상 발견의 문제이며, 세 번째 문제는 사랑을 하게 되는 최초 경험과 지속적 상태의 혼동하는데서 오게 된다.


배울 필요가 없다는 일반적 인식과는 달리 사랑에서 많은 실패가 존재하며, 이 책에서는 에 대해 사랑의 이론과 사랑의 실천면에서 검토해 보고자 한다.   


2. 사랑의 이론


인간의 발달은 '이성'과 함께 한다. 인간에게 '이성'이 부여되면서, 인간은 자연과 분리되었다. 분리된 경험은 인간에게 불안감을 주기 때문에 인간은 계속적으로 일체감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은 인간을 자연과의 원초적 결합에서 벗어나게 만들었고, 인간은 분리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하게 되었다.


공동체에서 분리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은 성적 오르가슴, 각종 중독(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등의 형태로 나타났지만, 이는 분리감만 증대시킬 뿐이었다. 이와 정반대되는 것이 '집단과의 일치에 바탕을 둔 합일(合一)'이다. 이러한 합일은 산업사회에서는 '평등', '오락', '창조적 활동'의 형태로 나타났다.


합일에의 열망을 실현하는 사랑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일까? 여기서의 사랑은 '공서적(共棲的) 합일'이 아닌 '개성을 유지하는 상태에서의 합일'을 의미하며, 또한 한 인간과 타인이 결합하는 힘을 의미한다. 사랑은 수동적 감정이 아니라 능동적인 활동으로 '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랑의 능동적인 성격은 모든 사랑의 형태에 공통된 기본적인 요소(보호, 책임, 존경, 지식 등)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사랑


어머니의 사랑은 무조건적이며, '자연적 세계'를 대표하는 사랑으로,  존재만으로 획득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아버지의 사랑은 조건부 사랑이며,'인공적 세계'를 대표하는 사랑이다. 아이가 자랄수록, 어머니와의 관계보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보다 더 중요해지며, 성숙한 사람은 어머니다운 양심과 아버지다운 양심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렘브란트의<돌아온 탕자>,1669, 캠버스에 유채화, 262 X 206 cm, 에르미타쥬 생 페테르부르그 박물관 소장


왼손은 힘줄이 두드러진 남자 손이며, 오른손은 매끈한 여자 손의 모습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부성의 강인함과 모성의 부드러움을 함께 표현한 작품
(출처 : 샌디에고 한인 성당 홈페이지)


사랑의 대상


사랑은 한 사람과 세계 전체와의 관계를 결정하는 태도, 곧 '성격의 방향'을 의미한다. '형제애(兄弟愛)'는 모든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동등한 자 사이의 사랑이다. 반면, '모성애(母性愛)'는 무력한 자에 대한 사랑으로, 모성애가 형제애의 출발이 된다. 이러한 사랑은 한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는 공통점을 지닌다.


 반면, '성애(性愛)'는 다른 한 사람과 결합하고자 하는 갈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성애'는 폭발적인 경험을 통해 갑작스럽게 친밀해지지만, 이러한 경험은 본질적으로 오래가지 못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또다른 사람과의 사랑을 추구하게 된다. 성적 욕망은 고독의 불안, 허영심, 파괴하려는 소망 등에 의해 자극되기 때문에 강렬한 정서의 한 종류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성애에는 '독점욕'이 존재하며 타인과는 분리되었고, 자신들로부터는 소외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의 합일 경험은 '환상'에 불과하다. 


'자기애(自己愛)'는 다른 존재에 대한 사랑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나에 대한 사랑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의 사랑의 대상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반면, 이기심(利己心)은 이와 달리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신(神)에 대한 사랑'은 분리 상태를 극복하고 합일을 이룩하려는 욕구에서 생긴다. 

인간은 자연으로부터의 탈출을 통해 발달되어 왔다. 종교에서의 인간 발달의 모습은, 원시 종교에서의 토템으로부터 신에게 인간의 형태를 부여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신인동형(神人同形)의 신의 모습' 속에서 모계적 신과 부계적 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며, 이러한 신의 사랑은 '부모와 자식 사이의 사랑'의 본질과 같다.


또한, 신에 대한 사랑은 '개인이 도달한 성숙의 정도'에도 영향을 받는다. 사회 구조가 아버지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신과의 관계는 부계적 종교의 발달을 통해 이루어지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과의 관계에 있어 유아적 단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동서양의 여러 사상을 종합해 볼 때, 우리는 인류 역사를 통해서 신에 대한 사랑과 부모에 대한 사랑은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사랑의 진정한 성질이 '사고'에 의해 은폐되어 의식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은 사회의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3. 현대 서양 사회에서 사랑의 붕괴


자본주의 사회는 시장의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상품시장, 노동 시장에서 상품이 시장의 원리에 따라 교환되는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이 노동력을 지배하는 사회로 규정될 수 있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결과, 자본의 중앙집권화와 노동의 조직화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이로 인해 현대인들은 자신, 동료, 자연으로부터 소외되었고, 초월과 합의에 대한 갈망을 깨닫지도 못한 채 '오락의 규격화'와 , '만족스러운 소비'를 통해 자신의 절망을 극복하고 있다. 

사랑에 관해서도 이러한 사회적 변화가 반영되어 결혼을 '원활한 기능을 가진 팀'으로 표현되며, 행복한 결혼을 위해서는 '올바른 성적 적응'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어진다. 사랑이 붕괴된 현대 서양 사회에서는 '신경증적 사랑', '사이비 사랑'의 형태로 폐해가 나타나게 되었다. 신경증적 사랑은 잘못된 애착에 의해 형성되며, '사이비 사랑'은 우상 숭배적 사랑과 감상적 사랑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현대인들은 사랑을 갈등이 전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진짜 갈등'을 회피하면서 갈등을 외면하고 있다. 과거 중세인들은 신(神)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반면, 현대인들은 물질적인 갈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면에서 볼 때 오히려 우상 숭배를 하는 원시 부족에 더 가까운 것 같다.


4. 사랑의 실천


사랑의 실천이 개인적인 것이다. 실천 이전에 '훈련', '정신 집중', '인내', '최고의 관심'이 바로 이러한 검토가 필요하며,  '신앙(信仰)의 실천'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신앙은 '합리적 신앙'으로 생산적 지성과 정서적 활동에 근원을 두며, 나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믿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믿음을 용기를 가지고 생산적으로 이용할 때 사랑은 활동하게 된다. 

사랑의 기술은 개인적 측면을 넘어서 사회적 영역에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랑의 결핍에 대한 논의는 결여 상태에 있는 사회적 조건에 대한 비판과 사랑의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신앙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읽고 난 후  '첫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봤다.

많은 사람들은 첫사랑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흑백 무성 영화' 같았던 첫 사랑의 순간이 있을 것이고, 살다가 추억을 생각하며 웃음을 짓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특히, 힘들 때 더 많이 생각나는 것 같다. 첫사랑이 시간이 지난 지금도 아름다운 이유는 무엇일까?

<사랑의 기술>을 읽고 나니 그것은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첫사랑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 서로를 알아온 사람이다. 좋은 순간도 있었지만, 나쁜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또, 첫사랑에게는 언제나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신경썼던 반면, 일상을 함께 한 지금의 사랑에게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아무리 국민 첫사랑 '수지'같은 여인이 내 배우자가 되었다고 해도, 일상 모습(코골며 자는 모습, 화장실 가는 모습)과 현실적인 갈등을 함께 한다면 지금의  내 기억에서처럼 좋은 기억만 남길 수는 없을 것이다. 

'일상 속에서 낡아버린 사랑'이 지금의 사랑이라면, 첫사랑은 이러한 '검증 과정을 거치지도 못한 설레임'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생각하니, 첫사랑이 예전만큼 아름답게 생각되지는 않는다. 


또한, 에리히 프롬이 말했듯이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갈등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착각을 한다(p138)는 말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서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회피하는 모습 속에 과연 진정한 사랑이 있을까? 남들이 보기에 싸움 한 번 없이 화목하게 지내는 부부(커플)과 자주 싸우는 부부(커플) 중 어느 쪽이 진정으로 사랑을 하는 편일까 고민하게 된다.


<사랑의 기술>은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학술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이처럼 우리의 일상의 모습과사랑을 돌아보게 하는 아름다운 책이라 생각된다.



사랑은 수동적 감정이 아니라 활동이다. 사랑은 `참여하는 것`이지 `빠지는 것`이 아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으로 사랑의 능동적 성격을 말한다면, 사랑은 본래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할 수 있다. (p40)

어머니는 삶에 대한 신념을 갖고, 지나친 걱정을 해서는 안 되며, 어머니의 걱정이 어린아이에게 전해지게 해서는 안 된다... 아버지의 사랑은 원칙과 기대로 인도되어야 한다. 아버지의 사랑은 위협적이고 권위적이기보다는 참을성 있고 관대해야 한다...
결국 성숙한 사람이 되려면 자신이 자신의 어머니가 되고 아버지가 되는 단계에 도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p66)

참으로 종교적인 사람은, 만일 그가 일신론적 관념의 본질에 따른다면, 어떠한 일을위해서도 기도하지 않고 신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그는 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을 만큼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있어서 겸손하다.(p98)

그의 신과 인간에 대한 사랑의 진정한 성질이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한 더욱 성숙한 `사고`에 의해 은폐되고 합기화됨으로써 흔히 의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사랑은.... 끝까지 분석해보면 그가 사는 사회의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p110)

상호 성적 만족으로서의 사랑과, `팀워크`로서 고독으로부터 피난처로서의 사랑은 현대 서양 사회에서의 사랑의 붕괴, 사회적으로 유형화된 사랑의 병리학의 두 가지 `표준적` 형태다.(p128)

현대인은 오히려 세 살 난 어린아이, 곧 아버지가 필요할 때에는 아버지를 찾으며 울지만 그렇지 안을 때에는 놀이를 할 수 있는 한, 전적으로 자기 만족을 느끼고 있는 어린아이와 같다. (p140)

사랑한다는 것은 누구든지 자기 혼자서 몸소 겪어야 하는 개인의 경험이다... 사랑의 실천에 대한 검토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사랑의 기술의 전제를 검토하고 사랑에의 접근을 있는 그대로 검토하고 이러한 전제와 접근성을 검토하는 것이다. 이 목표에 이르는 단계는 오직 자기 혼자서만 실천할 수 있고, 이에 대한 검토는 결정적 단계에 이르기 전에 끝난다.(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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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8-19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어려운 내용의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모르겠어요. 읽은 지 오래 돼서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

겨울호랑이 2016-08-19 16:55   좋아요 1 | URL
cyrus님은 이미 오래 전에 체화되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행복한 금요일 오후 되세요

cyrus 2016-08-19 16:56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겨울호랑이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

2016-08-21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양장) - 빅터 프랭클의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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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책이고, 많은 부분이 인용되는 책인데. 이제야 읽었다.

자신의 고통어린 체험을 객관적으로 담담하게 이야기하면서, 극한에 처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를 서술한 책은 담담함 속에서 독자들에게 여러 의미를 던져준다.

마치 자신을 해부학 시체로 이용하여 인체 신비를 설명하듯, 자신의 체험을 통해 심리를 구성하는 책을 읽으며 많이 공감했다.

특히, 수용소 생활을 큰 비극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작은 고통`으로 설명한 첫 부분은 큰 도를 깨친 선승의 모습으로도 비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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