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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 ㅣ 지식인마을 34
김석 지음 / 김영사 / 2010년 1월
평점 :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 ~ 1939)는 전쟁에서 살아온 병사들이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서 인간의 내면에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죽음 충동'이 있으며 그것이 악몽과 환상을 만들어내며 은밀한 파괴 욕망을 충족시킨다고 설명한다.(p20)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 中
자크 라캉(Jacques Lacan, 1901 ~ 1981) 또한 인간의 세계는 자연적 환경이 아니라 언어와 상상적 작용을 통해 재구성된 '상상계'라고 설명한다. 상상계는 온전하게 통합된 세계가 아니라 언제나 균열되어 있으며 충족되지 못한 욕망이 순환되는 불완전한 세계다. 그것은 언어가 존재의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p21)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 中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는 인간의 무의식(無意識)과 관련한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 ~ 1939)와 자크 라캉(Jacques Lacan, 1901 ~ 1981)의 이론에 대해 설명한 입문서(入門書)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와 이드, 에고, 슈퍼에고로 대표되는 프로이트 이론과 이를 계승발전시켜 욕망을 대타자의 담론으로 정의한 라캉의 이론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이번 리뷰에서는 이들 두 학자의 이론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겪고 있는 신경증의 원인을 문명에서 찾는다. 문명은 인간의 본성을 억압하고 길들이기 때문에 자연에서 벗어나 문명이라는 테두리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인간은 여러 가지 고통과 갈등 속에서 살게 된다는 것이 프로이트의 설명이다. 또한 무의식의 기원이 되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Oedipus complex가 문명의 출발점에도 동일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사회화는 자연적인 본능을 길들이고 사회적으로 용인된 방식으로 그 본능을 표출하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다. 이러한 사회화 과정은 필연적으로 억압과 그 억압에 따른 다양한 증상을 수반한다.(p25)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 中
프로이트는 근대 이래의 서구 학자들이 취하고 있는 기본 입장 '자연 - 인간' 의 대립 구조에서 인간이 갖고 있는 불안감과 신경증의 원인을 찾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온 문명(文明, culture)은 자연상태의 인간을 사회화시키기 위해 인간에 내재된 본능(本能, instinct)이 억압시키게 되는데, 유명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는 이러한 사회화 부작용의 한 단면이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오이디푸스는 아이가 최초로 품었던 부모에 대한 사랑과 미움의 양가적 감정을 억압하고 극복하면서 성차를 깨달아 가족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명확히 하는 주체 탄생의 심리 드라마다.(p63)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 中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로 대표되는 1차 정신 기구 모델은 이후 이드, 에고, 초자아 이론으로 발전하게 되며, 이를 2차 정신 기구 모델이라고 한다. 에고와 슈퍼에고는 이드로부터 분화되었지만, 사회화되는 과정 속에서 서로 대립, 활성화시키게 된다. 거칠게 표현한다면, 에고가 자아(自我)라면, 슈퍼에고는 사회에서 강요하는 사회적 윤리, 기준이 될 듯하다.
프로이트의 이론 변화는 1923년에 새롭게 고안된 2차 정신 기구 모델을 통해 구체화되는데, 이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이드, 자아(에고), 초자아(슈퍼에고)이론이다.(p95)... 이드(id)는 우리가 도달할 수 없는 어두운 부분이며, 충동으로부터 나오는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프로이트가 1차 정신 기구 모델에서 무의식 체계로 간주한 부분이 이드에 귀속된다... 이드의 직접적 기능은 과도한 에너지의 흐름으로 생긴 흥분 상태, 즉 긴장을 외부로 방출해 제거하는 것이다.(p97)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 中
[그림] 이드 - 에고 - 슈퍼에고(출처 :http://www.kvccdocs.com/KVCC/2013-Fall/PSY101-OLA/Lessons/L-12/id-ego-superego.jpg)
자아(ego)는 각 개인 속에서 의식, 주의, 판단, 기억 등의 정신 과정을 일관성 있게 조직화하는 기능을 한다. 의식은 바로 이 자아에 귀속된다. (p98)... 자아가 이드에서 분화했듯이 초자아(superego)는 자아에서 분화해서 생기는데, 그 기원은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의 쇠퇴와 직접 관계가 있다. 어머니의 절대적 사랑의 대상이 되려는 아이의 욕망은 아버지의 위협 때문에 좌절되고 무의식 속으로 침잠하는데 여기서 금지를 명하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초자아의 기원이 된다.(p100).... 초자아가 부과하는 이상적 자아는 여타의 사회 규범에 의해 강화되면서 아이로 하여금 사회적 존재가 되도록 만들어 준다.(p101)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 中
라캉은 무의식의 언어적 구조와 본성을 강조하고 욕망을 재해석함으로써 프로이트의 발견들을 철학적으로 더 세견되고 풍성하게 다듬었다. 라캉의 주장은 '무의식은 대타자의 담론이다'와 '인간의 욕망은 대타자의 욕망이다'로 요약된다. 라캉은 주체와 시니피앙 sinifiant의 관계가 정신분석의 핵심 주제라고 강조하는데, 이는 무의식 주체의 욕망과 관계가 있다.(p30)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 中
한편, 라캉은 언어(language)에 주목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체의 욕망을 끌어내고 있다. 라캉은 먼저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1857 ~ 1913)의 언어 개념인 시니피앙, 시니피에의 개념을 차용하지만, 그의 이론안에서 이들은 독자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라캉의 이론 안에서 이들은 다른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라는 새로운 세계를 연결시키는 연결자가 된다.
라캉의 사상은 크게 세 가지 개념을 축으로 해서 전개된다. 1930 ~ 1940년 대에는 상상계 imaginary, 1950 ~ 1960년대 초까지는 상징계 symbolic , 1960년대 중반 이후에는 실재계 real가 라캉 사유의 중심축을 형성한다... 이 세 범주는 유기적으로 작동하면서 인간의 정신적, 물질적 삶의 영역을 역동적으로 만든다.(p112)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 中
정리하자면, 시니피앙과 시니피에와의 관계가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에서 맺어지는 방식이 라캉 이론의 전체적인 틀이라 생각된다. 우리가 거울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듯 우리는 현실 세계를 언어를 통해 인식하게 된다. 특히, 생후 6 ~18개월의 유아가 경험하게 되는 '거울 단계'는 이를 잘 표현하고 있다.
라캉은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를 상상계의 산물이라 설명하는데, 라캉은 상상계의 본질을 심리학자 앙리 왈롱(Henri Wallon, 1879 ~ 1962)이 사용한 '거울 단계'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심리학자들은 거울 단계가 이미지를 매개로 해서 아동이 정체성을 형성하고 대상과의 관계를 자아를 중심으로 구성하면서 성숙해나가는 심리적 발달 과정이라고 설명한다.(p113)... 라캉은 거울 단계를, 주체성의 구조를 이미지에 종속시키고 이를 토대로 상상계가 본격적으로 작용하는 첫 번째 단계로 본다.(p115)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 中
주체는 스스로를 인식하지 못하며,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인식하게 된다. 주체는 타자를 인식하는데 있어 '언어'라는 매개를 통한다. 상상계와 상징계를 연결시키는 고리. 그것이 언어다.
거울 단계의 경험이 보여주는 것은 인식의 기준이 되는 자명한 자의식이나 선험적이고 절대적인 자아는 없다는 것이다. 자아는 어느 순간 나의 이미지를 다른 대상 이미지로부터 분리하고, 그것에 고착됨으로써 가능해진다.(p116)... 주체가 스스로를 발견하고 제일 먼저 느끼는 곳은 타자 속에서다. 주체가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모든 대상은 주체의 타자다.(p117)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 中
[그림] 기표와 기의(출처 : 위키백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는 '상상계'지만, 우리는 이를 언어를 통해 인식하고 있으며 이 세계는 '상징계'로 표현된다. '언어'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상상계와 상징계의 간극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이 간극은 왜 생기는가? 라캉에 따르면 언어는 시니피앙(기표) - 시니피에(기의) 로 구성되는데, 이들은 서로 분리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이 약하게 연결되는 지점에서 우리가 '주체'라고 부르는 존재가 발생된다. 소쉬르와는 달리 시니피앙과 시니피에와의 관계가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관계는 극히 불안하게 된다. 때문에, 라캉의 주체는 불안한 주체이며, 보다 완벽해지려는 욕구를 가진 '욕망하는 주체'가 된다.
라캉의 기호모델에서 주목할 것은 시니피앙(기표 記表, 개념 sinifiant)과 시니피에(기의 記意, 청각적 이미지 sinifie)의 위치가 바뀌었을 뿐 아니라, 둘의 안정적 결합을 상징하던 가로줄이 이제 정반대로 분리선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기표와 기의를 나누는 분리선은 의미화 작용을 방해한다. 라캉은 자신이 새롭게 수정한 이 식을 시니피앙 논리의 연산식, 혹은 무의식의 연산식이라 부른다.(p133)... 의미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연산식의 분리선을 넘어 시니피앙과 시니피에가 결합해야 한다. 여기서 라캉은 시니피앙과 시니피에를 임시적으로 묶어주는 일정의 고정점을 상정하는데, 바로 그 지점이 의미의 전달자인 주체 subject가 발생하는 곳이다.(p134)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 中
라캉의 주체 subject는 시니피앙에 의해 존재가 대체되고 상징계에서 구조화됨으로써 구성되는 무의식의 주체이자 욕망하는 주체이다. 이 주체는 잃어버린 대상인 물(物)에 도달하려는 욕망의 절대적 향유 의지인 주이상스 jouissance를 추구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 주이상스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불가능한 쾌락이기 때문에, 결여(缺如)로부터 발생된 주이상스는 결국 죽음 충동의 양상으로 발현된다.
상징화에서 벗어나는 삶의 영역에 대한 문제는 나중에 라캉에 의해 실재 real 라는 개념으로 구체화된다. 실재는 상징화에서 벗어나고 그것에 대립하면서 늘 그 자리에 있는 어떤 것이다.(p126)... 진리와 무의식적 주체의 본성은 라캉의 또 다른 개념인 상징계를 중심으로 설명된다.(p127)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 中
결국, 프로이트와 라캉은 둘 다 인간의 무의식에 대해 연구를 했지만, 프로이트는 자아(自我)를 중심으로 이드, 에고, 슈퍼에고의 관계에 대해 집중을 한 반면, 라캉은 대상과 맺는 관계를 중심으로 상상계, 상징계, 실체 등에 관심을 둔 것을 확인하게 된다. 프로이트와 라캉을 정리하다보니 개인적으로 연상되는 내용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한 분이신 하느님을 저는 믿나이다.
전능하신 아버지,
하늘과 땅과 유형무형한 만물의 창조주를 믿나이다...
또한 한 분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외아들
영원으로부터 성부에게서 나신 분을 믿나이다....
또한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성령을 믿나이다.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시고
성부와 성자와 더불어 영광과 흠숭을 받으시며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셨나이다. (출처 :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경 Symbolum Nicaeno-Constantinopolitanum) 中
먼저 프로이트. 프로이트 이론의 '이드'-'에고'-'슈퍼에고'의 관계 속에서 삼위일체(三位一體)를 발견하게 된다. 이들은 각각 다른이름의 자기라고 생각해 볼 때, 기독교 교리인 삼위일체를 연상하는 것이 그렇게 부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라 여겨진다. 그래서, 니케아 콘스탄티노플 신경 속의 성부(聖父)-성자(聖子)-성령(聖靈)의 관계를 보면 위와 같다. 이드에서 에고와 슈퍼에고가 분화되었듯이, 성부로부터 성자와 성령이 발(發)되었다는 교리는 유사점이 있지만, 전자는 대립과 화합을 반복하는 존재라는 면에서 후자와 차이가 있어 보인다.
거울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 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握手)를받을줄모르는 - 악수(握手)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至今)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事業)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反對)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診察)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詩/이상)
이상(李箱, 1910 ~ 1937)의 시(詩)에서 거울 속의 나는 나 자신이기도 하지만 나와는 다른 타자(他者)라는 면에서 라캉의 주체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입문서임을 고려할 때 이 정도로 그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프로이트 & 라캉 : 무의식의 초대>를 통해 두 심리학자들의 연구 성과에 대한 큰 틀을 그려놓고 보다 전문 서적을 통해 깊이 읽기를 한다면 의미있는 독서가 되리라 생각하며 이번 리뷰를 마친다.
PS. 프로이트와 라캉의 가장 큰 차이는 언어(language)라 생각된다. 그래서, 다음 번에는<촘스키 & 스키너 : 마음의 재구성>을 통해 언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깊이 살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