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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 시간의 제국들
피터 갤리슨 지음, 김재영.이희은 옮김 / 동아시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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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방적식을 써서 세계지도를 그리려 애썼던 푸앵카레는 3차 미소 흐름이 2차 흐름을 만들어낼 때까지 미분방정식을 선택했다... 이와는 반대로 아인슈타인은 예측에서만이 아니라 엄밀하게 현상과 맞아떨어지는 이론 속에서 시간과 공간의 방향을 정하고 싶어했다.(p406)

푸앵카레는 공간과 시간이 심리적으로, 객관적으로, 그리고 단순하게 편리하다는 솔직한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세워진 객관적 관계의 엄밀한 표면에 고정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와는 달리 아인슈타인은 현상과 그 밑에 놓여있는 이론 사이의 깊이를 목표로 했다. 따라서, (아인슈타인에게) 이론의 형식은 그 세부적인 형식에서 현상의 실재성을 드러내주어야 했다.(p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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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9-06-15 17: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아 극찬이 많네요~ 다른분들도 ㅎㅎ 읽고싶어요에 넣었습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9-06-15 18:03   좋아요 2 | URL
20세기 초 과학사에서 상대성 이론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전체적인 관점에서 잘 조망한 책이라 여겨집니다. 그러한 점에서 다른 분들도 좋아하신 듯 하구요. 초딩님께서도 좋은 독서 시간 가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 개정판
프리초프 카프라 지음, 김용정 외 옮김 / 범양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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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리학자들과 신비가들의 견해 사이의 유사성은 서로 다른 연구 방법에도 불구하고 존재하는 다른 유사성을 상기할 때, 한층 더 그럴 듯하다. 무엇보다도 먼저 그들의 방법은 철두철미 경험적이다. 물리학자는 그의 지식을 실험으로부터 유도해 내고, 신비가는 명상적 통찰로부터 끌어낸다. 둘 다 관찰 행위인데, 이 두 영역에 있어서 이러한 관찰이 지식의 유일한 근원으로 인정되고 있다.(p383)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中


 동양적 신비주의는 실재의 본질 속으로 꿰뚫고 들어가는 직접적인 직관 위에 기초하고 있고, 물리학은 과학적 실험을 통한 자연 현상의 관찰에 기반을 두고 있다. 양쪽 다 그 관찰은 해석되고 실재의 근사한 지도(地圖)에 불과하기 때문에 과학적 실험이나 신비적 직관을 언어로 해석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애매하고 불완전하게 마련이다. (p63)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中 


  프리초프 카프라(Fritjof Capra, 1939 ~ )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The Tao of Physics>는 현대 물리학과 동양 사상의 공통점을 '관찰'에서 찾는다. 물리학에서는 실험을 통해 지식을, 동양사상에서는 명상을 통해 지혜를 구하는데. 이러한 방법론은 서로 통하는 바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서양철학에서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 ~ 1650)의 방법적 회의는 과학의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지만, '신 - 인간'의 이분법(dualism) 사고는 기존의 틀을 벗어난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본문에서 서양 철학의 분석적 방법론은 뉴턴(Sir Isaac Newton, 1643 ~ 1727)으로 대표되는 고전 물리학을 발전시키는데 큰 영향을 미쳤지만, 양자역학(量子力學 quantum mechanics)을 수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있기에 동양사상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데카르트적인 분할과 기계론적인 세계관은 혜택이 된 동시에 유해한 것이었다. 그것들은 고전 물리학과 기술의 발달에는 극히 성공적이었지만 우리의 문명에 대해서는 많은 역작용을 초래했다... 기계적인 서양적 관점과는 대조적으로 동양의 세계관은 '유기적인'것이다.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를 개별적이고 분리된 것으로 구분하고 이 세계 내에서 고립된 자아로서 우리 스스로를 체험해 보려는 경향은 우리들의 측정하고 분류하려는 심성에서부터 연유되는 환각이라고 보이는 것이다. 그것은 불교 철학에서는 아비댜(avidya), 즉 무지라고 불리며 극복해야 할 마음의 불안 상태로 간주되는 것이다.(p42)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中 


 과학적 추상 방법은 아주 효율적이고 강력하지만 우리는 그 대가도 치러야 한다. 우리의 개념 체계를 더 정확히 정의하고, 그것을 더욱 능률화시키며, 그 연결을 더욱 엄밀하게 한다면 그것은 실재의 세계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된다.(p54)... 동양 신비주의의 다른 유파들에 있어서도 좀 덜 극단적이긴 하지만 직접적 신비 경험은 여전히 그들 모두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다. 모든 지식은 이러한 체험의 기반 위에 확고히 서 있기 때문에 동양적 전통은 그 지지자들이 항상 강조하듯이 강한 경험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다.(p55)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中


 내가 '동양적 신비주의'라고 지칭할 때 그것은 힌두교와 불교와 도교의 종교적 철학을 뜻한다... 이 책의 논점을 대범하게 일반화하자면, 현대 물리학이야말로 이제까지 모든 시대와 전통의 신비주의자들이 지녀 왔던 관점과 매우 유사한 세계관으로 우리를 이끌어 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p36)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中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에서 말하는 현대 물리학(양자역학)과 동양사상은 어떤 점에서 공통점이 있을까. 이들의 공통점은 크게 상호작용을 통한 운동과 존재의 불확정성으로 묶을 수 있을 것이다.


1. 세계를 움직이는 힘 : 상호작용


 저자는 현대 물리학의 원자 세계와 동양 사상에서 말하는 상이성과 통일성을 세계를 움직이는 힘으로 연결한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원자의 운동으로부터 발견되는 역동성과 불확실성은 세계를 구별되는 음(陰)과 양(陽)의 대립과 포용으로 설명하는 동양사상과 통한다는 것이다.


 부트스트랩(bootstrap : 구두끈) 철학은 양자론에서 하나의 본질적이고 우주적인 상호 연관성을 깨달음으로써 발생하여 상대성 이론에서 그 역동적인 내용을 획득하고, S행렬 이론에서 반응 확률에 의하여 형식화된 자연관에 있어서의 최고 정점을 나타낸다. 동시에 이러한 자연관은 계속 동양적인 세계관에 더욱 가까이 접근했으며 지금은 그 일반적인 철학과 물질에 관한 특수한 상(像)의 양면에서 동양의 사상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p359)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中


 중국적 관점에서는 도의 모든 현현은 이러한 두 극력(極力)의 역동적인 상호 작용에 의해서 생겨난다. 이러한 사상은 매우 오래된 것이었고, 한쌍의 원형인 음양의 상징에 대해 여러 세대에 걸쳐 연구가 가해져 그것은 마침내 중국 사상의 기본 개념이 되었다.(p143)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中 


2. 불확실성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 1901 ~ 1976)의 불확정성 원리(不確定性原理, uncertainty principle)에서 잘 드러나듯이 현대 물리학에서 존재의 문제는 확률과 연결된다. '불확실성'으로 요약할 수 있는 현대 물리학의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저자는 힌두교의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는 신(神)의 모습 안에서 현대 물리학의 불확실성과 유사성을 지적한다.


 입자상(像)과 파동상 사이에 존재하는 외견상의 모순은 기계론적 세계관의 바로 그 근본, 즉 물질의 실재 개념에 이의를 제기했던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법으로 해결되었다. 아원자적 단계에서 물질은 어떤 한정된 장소에 확실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존재하려는 경향'을 나타내며, 원자적 사건들은 확실성 있게 한정된 시간에 한정된 방식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하려는 경향'을 나타내 보이는 편이다.(p97)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中


 파동은 양자론의 통계적인 성질, 즉 원자 현상은 단지 확률(probability)의 입장에서만 설명될 수 있다는 사실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어떤 면에서 확률파의 도입은 그것을 전혀 새로운 맥락 속에 놓음으로써 파동 치는 입자의 패러독스를 해결해 준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훨씬 더 근본적인 다른 한 쌍의 반대 개념, 즉 존재와 비존재와 같은 대립 개념으로 이끌어 간다.(p203)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中 


 힌두교의 수많은 신들은 모두 다 같은 거룩한 실재의 갖가지 현시며, 무한하고 무소부재(無所不在)하고,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브라만의 다른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p125)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中 


 이처럼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에서는 확정적이지 않은 양자역학의 세계와 '변화(變化)'로 대표되는 동양사상간의 공통점을 설명하며, 이들이 이러한 공통분모를 갖게 된 원인을 현실에 대한 관찰에서 찾는다. 실제 자연 현상에서 일반 법칙을 끌어냈기 때문에, 관념적이고 추상적이지 않다는 것이 저자 주장이다. 첨단 과학 분야인 양자역학과 고대 동양 철학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는다는 시도는 이 책의 초판이 1975년에 출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분명 참신하고 신선한 느낌을 준다. 


 그렇지만, 저자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기는 어려운 점도 있다. 시간(時間 time) - 공간(空間 space)이 하나라는 현대 물리학에 대응하는 동양사상의 이론을 살펴보자.


 동양의 신비가들은 공간과 시간에 관한 개념들은 의식의 특수한 상태와 연관짓는다. 깊은 명상을 통하여 일상적인 (의식)상태를 뛰어넘어 갈 수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전통적인 공간과 시간의 개념이 궁극적 진리가 아님을 이미 깨달았다... 상대성 이론으로부터 나타난 공간과 시간에 관한 새로운 견해란 무엇인가? 그것은 모든 공간과 시간의 측정은 상대적이라는 발견 위에 기초하고 있다. 물론 공간적 설명의 상대성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p219)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中


 동양철학에서는 명상을 통해 시간 -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었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다름을 깨달았다는 저자의 설명을 보자면, 동양철학에 대한 저자의 인식이 신비주의(神秘主義) 수준을 넘지 못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의 한계에 대해 동양철학에서는 어떠한 답을 내놓았을까. 적절한 답을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본다면 동양철학과 현대 물리학의 공통점을 말하기 어렵지 않을까.


 그리고, 저자는 본문에서 힌두교, 불교, 도교를 동양사상으로 묶어서, 이들 중 편리하게 현대 물리학 이론에 대응하는 사상을 제시하지만, 이들 사이의 차이점에 대해서 는 말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저자의 관점은 '동양은 신비롭다'는 다른 의미의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은 아닌가도 생각하게 된다.


[그림] 오리엔탈리즘(출처 : https://www.helsinki.fi/en/news/language-culture/philology-and-the-history-of-orientalism)


 힌두교도와 불교도들은 명상을 통하여 마음을 집중시키고 가라앉혀서 재조정한다. 명상에 대한 범어 사마디(samadhi, 三昧)는 글자 뜻대로 하면 '정신적 평형'을 의미한다. 그것은 조화롭고 평온한 마음가짐을 가리키는데, 그 가운데에서 우주의 기본적 통일성이 체험되는 것이다.(p176)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中 


 사실, 현대 물리학과 통하는 서양 철학 사상도 없는 것은 아니다. 변화를 통한 생성을 말한다면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us of Ephesu, BC 6세기 ?)의 사상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이며, 기도를 통해 신과 합일점을 찾는다는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기독교 사상에서도 현대 물리학과 통하는 면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개별 원자의 관점에서는 스피노자(Baruch Spinoza, 1632 ~ 1677)의 범신론(凡神論)이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속의 저자의 주장은 주관성이 강하다 느껴진다.


 동양의 신비 사상이 부딪친 언어의 문제는 현대 물리학이 당면한 문제와 똑같다... 물리학자나 신비가나 양쪽 다 그들의 지식을 전달하려 하고 있지만, 말을 가지고 그렇게 하는 경우 그들의 진술은 역설적이고 논리적 모순에 가득 차 있다.(p71)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中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가 양자역학과 동양 모두 서양 일반인들에게 낯설던 1970년대에 쓰여진 점을 고려해 본다면, 저자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심정으로 현대 물리학과 동양 철학의 공통점을 책에서 주장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 과정에서 일부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진 않으나, 새로운 개념을 일종의 비유로 설명하려는 저자의 노력, 비과학적으로 여겨졌던 동양 사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일독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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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와 철학 - 근대 과학의 혁명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지음, 조호근 옮김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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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펜하겐 해석을 이해할 때의 진정한 어려움은 다음의 유명한 질문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원자 수준의 사건에서 '실제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 이 경우 관찰로 얻어낸 결과는 확률함수, 즉 우리가 아는 사실에 대한 가능성 또는 경향성에 대한 수학적 표현일 뿐이다.(p57) <물리와 철학> 中


 만약,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 1901 ~ 1976)의 <물리와 철학 Physics and Philosophy>을 관통하는 핵심어를 묻는다면, '관찰(觀察, observation)'이라 생각된다. 양자론(量子論 Quantum theory)의 세계에서 관찰이라는 행위는 사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며, 행위 결과는 확률함수의 주관적 요소 때문에 불연속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다. 이는 저자의 '불확정성 원리(不確定性原理, uncertainty principle)' 내용 중 일부이기도 하다.


 관찰 자체는 확률함수를 불연속적으로 변화시킨다. 모든 가능한 사건 중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관찰을 통해 계(界)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불연속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에, 이를 수학적으로 표현한 결과 또한 불연속적으로 변화하여 소위 말하는 '양자 도약 quantum jump'이 발생한다... '가능성'이 '실재'로 번환되는 사건은 관찰이라는 행위가 벌어지는 도중에 발생한다.(p62) <물리와 철학> 中


 확률함수에는 객관적인 요소와 주관적인 요소가 혼재되어 있다. 그 일부는 가능성이나 더 나은 쪽을 향하는 경향성과 관련된 기술이며, 이런 기술은 완벽하게 객관적이라 관찰자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 다른 일부는 계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과 관련된 기술이며, 이는 관찰자가 바뀌면 달라지는 요소이므로 당연히 주관적이다.(p60)... 상호 작용을 감안하면, 한때 '단순 사건'이었던 확률함수에는 경향성에 의한 객관적인 요소와 불충분한 지식에 의한 주관적인 요소가 혼재하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관찰 결과를 확실하게 예측하는 일이 불가능한 것이다.(p61) <물리와 철학> 中


 현대 물리학자인 하이젠베르크의 입장에서 철학은 어떤 의미일까. 저자에 따르면, 그리스 철학의 많은 부분이 현대 물리학 명제를 설명하는 듯 보이지만, 그것은 정확한 실상(實狀)이 아니다. 현대 물리학은 관찰과 실험에 의해 이론이 지지되지만, 고대 철학은 일반 경험에 기반한 이론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주관적이며, 물리학에 비해 현실의 한계가 명확하다. 특히, 철학과 물리학의 차이점은 '언어(言語 language)' 문제에서 보다 극명하게 드러난다. 


 고대 철학의 주장 중 일부는 현대 물리학의 명제에 꽤나 근접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실험을 수행하지 않아도, 자연계에 대한 일반적인 경험을 쌓고, 이 경험에서 일반 법칙을 도출하고 질서를 부여하려는 부단한 노력을 반복하면, 인간의 사상이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준다.(p90) <물리와 철학> 中


 현대 물리학과 그리스 철학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하며, 이는 현대 과학이 가지는 실험과 실증적 탐구 방식에서 유래한다. 갈릴레오와 뉴턴의 시대 이래로 현대 과학은 자연에 대한 세밀한 탐구와 실험에 의해 입증된, 아니면 적어도 입증될 수 있는 공리에 기반을 되어왔다... 현대 과학은 그 시작점부터 그리스 철학보다 훨씬 보편적이고 훨씬 단단한 기반 위에 서 있는 것이다.(p69) <물리와 철학> 中


 저자에 따르면 일상 생활에서 사용되는 언어(또는 철학 언어)로 물리학의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일상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내용에 대해서는 결국 '수학의 언어'가 활용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저자의 말은, 현대 물리학의 단단한 기반은 수학 위에 기초한다는 이야기로 바꿀수 있다.


 양자론의 수학 기호와 일반 언어의 개념은 명확한 상호 관계를 형성하며, 실험 또한 이 상호 관계를 통해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이번에도 문제가 남는 것은 사실쪽이 아니라 언어 쪽인데, 일반 언어로 기술할 수 있는 '사실'의 개념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p223)... 모호하고 체계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언어를 사용하다가 난점이발생하면, 물리학자는 그냥 수학 공식으로 퇴각해서 공식과 실험적 사실 사이의 명확한 상관관계로 돌아가면 되는 것이다.(p224) <물리와 철학> 中


 온갖 난해한 정의와 판별을 피하려면 언어를 사실, 즉 실험 결과를 기술하는 일에만 한정하면 된다. 그러나 원자의 입자 자체에 대해 언급하고 싶으면 오직 수학의 언어를 사용하여 자연언어를 보완하거나, 또는 변용된 논리나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논리를 사용하는 언어와 조합해야 한다.(p232) <물리와 철학> 中


 생각해보면, 철학 내에서도 우리는 이미 언어의 모호성을 경험한다. 스피노자의 '나투라 나투란스(Natura naturans 能産的 自然)과 노자 <도덕경 道德經> 안의 '자연(自然)'이 결코 같은 의미가 아님에도 같이 '자연'으로 번역되기에 우리는 이를 이해할 때 다소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언어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가 다른 분야 학문을 설명할 때 생기는 모호함은 더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리하면  <물리와 철학>에서 저자 하이젠베르크는 '관찰'이라는 행위를 통해 상대성 이론의 세계와 양자론의 세계를 설명하고, '실험'과 '경험'을 통해 '수학 언어'와 '일상 언어'의 세계인 물리학과 철학의 세계의 차이를 밝힌다. 이 과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에 독자들에게 현대 물리학과 철학의 차이, 양자론과 상대성 이론의 차이가 간결하고도 알기 쉽게 설명된다. 또한, 리뷰에서 언급하지 못한 다양한 철학자들의 우주론(宇宙論 Cosmology)가 <물리와 철학>소개되기에 독자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다만, 간략하지만 많은 철학사상과 물리학 이론이 핵심적으로 소개되기에 용어가 낯선 독자들은 어려움을 느낄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때문에, 이 책을 너무 깊이 있게 읽기보다 용어 정도 익숙해진다음, 다른 과학 교양서를 읽는다면 의미있는 독서가 되리라 생각하며 이번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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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9-04-27 2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데이비드 호크니전 보시면 좋아하실 듯.
물리학 책을 많이 봤던 호크니도 객관적 관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회화에 접근했거든요. 호크니 회화를 내가 왜 좋아했는지 이번 전시 보고 확실히 알게 됐어요^^. 다시점과 역원근법을 이용한 그의 접근이 바로 제가 원하던 것이었거든요^^

겨울호랑이 2019-04-28 00:00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좋은 전시회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을 내서 전시회에 다녀와야겠네요^^:) 더불어 AgalmA님의 작품관도 알 수 있는 기회도 되겠군요!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 개정판
프리초프 카프라 지음, 김용정 외 옮김 / 범양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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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 신비주의는 실재의 본질 속으로 꿰뚫고 들어가는 직접적인 직관에 기초하고 있고, 물리학은 과학적 실험을 통한 자연 현상의 관찰에 기반을 두고 있다. 관찰은 해석되고 이 해석은 자주 언어에 의해 소통된다. 언어는 추상적이기 때문에 과학적 실험이나 직관을 언어로 해석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애매하고 불완전하기 마련이다.(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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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와 철학 - 근대 과학의 혁명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지음, 조호근 옮김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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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론과 상대성이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합리론과 경험론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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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8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18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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