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니우스 박물지 - 세계 최초의 백과사전
가이우스 플리니우스 세쿤두스 지음, 존 S. 화이트 엮음, 서경주 옮김 / 노마드 / 2021년 7월
평점 :
일시품절


요컨대 인간의 삶을 편안하게 해 주는 요소를 이보다 더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곡물, 포도주, 올리브유, 양모, 아마, 직물 그리고 소는 최상급이다. 이탈리아 말이 다른 어느 지방의 말보다 더 인기가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금, 은, 구리, 철 등의 광산도 그 어떤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이런 귀한 보물이 한량없이 넘치는 이탈리아는 육지와 바다에서 아낌없이 풍요로움을 베풀어 준다. _ 플리니우스, <플리니우스 박물지>, p538

플리니우스(Gaius Plinius Secundus, 23 ~ 79) 의 <박물지>는 지구, 원소, 인간, 동물, 금속, 예술 등에 관한 고대 그리스•로마인의 인식을 잘 보여준다. 물론 이상의 내용이 플리니우스 개인의 업적만은 아닐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지>, 헤로도토스의 <역사> 의 체계와 내용이 <박물지> 안에 잘 녹여져 있기에 고대인과 우리의 거리를 좁혀준다. 비록, 체계적인 분류법에 따른 항목 구분은 아니기에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책의 가치는 오히려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박물지>를 읽으며 서양의
‘공간‘과 동양의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제국의 중심 ‘이탈리아 찬가‘를 마지막으로 플리니우스는 <박물지>를 마무리하는데, 제국의 식생, 풍습 등에 대해 서술된 책을 읽다보면 제국주의 시대 탐험가 기록을 연상케 된다. 이처럼 제국의 공간을 중시하는 전통는 서구 문명의 공통분모라 여겨진다. 반면, 중국을 비롯한 동양에서는 한 왕조가 끝나면, 다음 왕조에서 이전 시대의 역사를 정리해서 편찬하는 전통이 있다는 점에서 ‘시간‘을 중시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점에서 <플리니우스 박물지>는 서양의 공간과 동양의 시간에 대한 생각을 일깨운다.

동양에서는 ‘시간‘이, 서양에서는 ‘장소‘가 보다 중요한 개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근대 이후 생물학과 비교도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리뷰를 갈무리한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1-10-23 13: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탐나는 책인데...가격이 어마어마하네요
도서관 희망도서로도 받아주지 않는^^

겨울호랑이 2021-10-23 17:25   좋아요 2 | URL
가격이 조금 많이 세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ㅜㅜ ... 그럼에도 거를 수가 없네요...^^:)

그레이스 2021-10-23 17:27   좋아요 2 | URL
이미 장바구니에 들어 가 있죠!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 책이라

겨울호랑이 2021-10-23 17:29   좋아요 2 | URL
고전은 항상 같은 얼굴을 보여주지 않기에, 그레이스님을 실망시키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즐거운 독서 되세요! ^^:)

북다이제스터 2021-10-23 17: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동양의 시간과 서양의 공간… 무척 공감됩니다.
동양이 공간을 더 알고 서양이 시간을 더 알았으면 좋았을 듯 싶습니다. ^^

겨울호랑이 2021-10-23 17:27   좋아요 3 | URL
과거보다 여러 모로 동양과 서양이 서로를 알아가기 좋은 여건이기에, 세계적인 관점에서 시공간의 통합 문명이 우리 시대에 꽃피우길 바라봅니다. 북다이제스터님 감사합니다^^:)
 

DNA 복제는 생명의 영속을 위한 필수품이기는 하지만 진화 과정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다. 돌연변이는 다윈의 ‘변화를 수반한 유전에 절대 필요하다. 미생물은 크기가 작고 수가 막대하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환경 변화에도 비교적 쉽사리 대처할 수 있다. 그들은 주위에 먹이와 에너지가 있으면 쉽게 번식을 시작한다. - P96

죽음과 존재의 문제는 우리가 양쪽 부모에게서 얻는 각각 다른유전자가 상호 보완하는 데 좌우되기보다는 감수분열 자체의 과정에 많이 좌우된다. 감수분열은 중요한 각각의 유전자 중 적어도 한 세트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 P223

지구 온도가 극단적으로 낮아져서 인간이 생존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른다고 가정하자. 만약 그 변화가 갑작스러운 것이라면 인간은 자손을 남기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그래도 추위의 시련이 계속된다면 전체 인류집단은 마침내 멸망할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인류집단이 출현해서 구세대의 인류와 대체되고 그들 중의 일부는 주위에 견딜 수 있는 더욱 효과적인 수단을 가지게 될 것이다. 여러 인류집단 중에서 오직 혹독한 기후 조건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돌연변이 중만이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적으로 추운 환경의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좋들에게는 자연선택압력이 더욱 크게 작용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 세계가 항상 작동해왔던 방법이다.  - P37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제(7/1)와 오늘(7/2) 두 건의 법원 판결이 있었다. 하나는 조국 조카 사모펀드 사건이며, 다른 하나는 윤석열 장모의 요양급여 부정 수급 사건. 사모펀드 사건의 판결은 징역 4년으로, 요양급여 부정 수급 사건은 징역 3년으로 모두 유죄판결이 났으나, 정경심 교수의 공모는 무죄라는 점에서 해당 사건을 ‘권력형 범죄‘ 로 규정한 검찰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자가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하며 그야말로 검찰의 모든 역량이 집결되어 이뤄진 기소였다면, 후자는 검찰총장인 사위가 사퇴한 이후 이뤄진 ‘마지못해‘식 기소였다는 점에서도 두 사건은 같은 유죄이면서도 결이 다르다. 해당 내용에 대한 정치평론은 이미 넘쳐나고 있으니 줄이도록 하자.

「조국의 시간」을 읽은 사람들은 대체로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고, 따라서 책에 대한 평가가 좋게 나올 것인 반면,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굳이 책을 읽지 않으려 하지 않거나 낮은 별점을 주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지지하기에 책을 읽었다. 그렇지만, 지난 4월 보궐선거의 패배와 정치인 윤석열에 대한 높은 지지는 책 리뷰를 쓰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내가 생각해왔던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지난 이틀간의 판결로 한순간에 모든 진실이 밝혀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매순간이 더 명확해지는 과정이 되리라 생각된다...

ps. 설사 아무리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잘못되었다고 해도, 재산세 폭탄을 맞는다고 해도 잔악무도한 이기주의 친일정당을 지지하지는 못할 듯 싶다... 다수의 대한민국 40대 남자들처럼. 그러고보니 재산세 1기분을 납부할 시점이 다가오긴 했다...




2019년 9월 26일에는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김경률 회계사가 페이스북에서 사모펀드 관련 업체들로부터 빼돌려진 돈 수십 억 원이 정경심 교수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 불법 이후 2년반 동안 조 장관은 적폐정신 컨트롤타워인 민정수석 자리에서 시원하게 말아 드셨다"라고 썼다. 이후 그는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정경심은 조범동의 공범이다" "권력형 범죄로 비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서 저희가 며칠에 걸쳐 서 몇 명이 밤샘 분석했다" "‘조국펀드‘에서 사라진 15억 행방이 묘연한데, 조국도 몰랐을 리 없다" 등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했다(46/332)
- P46

윤석열 총장의 장모 최 씨와 자녀들은 경기도 양평군 아파트 시행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가족회사인 부동산개발회사 이에스아이엔디를 설립한 이후 한 달 동안 임야 수천 평과 농지를 잇달아 사들였다. 최 씨는 공시지가가 최소 2배 이상 모든 땅을 매입가격 그대로 사내들이 주부로 있던 가족회사에 팔아 편법증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 혐의 이전에 윤 총장의 장모 최 씨가 부동산 경매 과정에서의 은행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와 불법으로 의료재단과 요양병원을 설립해 20억 원대 부당 요양급여를 타낸 혐의에 대해 피해자의 고발과 폭로가 있었음에도 검찰은 오랫동안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후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자 비로소 검찰은 최 씨를 기소했다.(158/332)
- P158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레사 2021-07-02 19: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글쿤요..재산세 납부할 기점이 곧.. 흠흠..여튼

겨울호랑이 2021-07-02 19:42   좋아요 7 | URL
네... 미실현이익에 부과되는 재산세가 개인적으로 부담이고 불만이기는 하지만, 얼마 안 되는 세금에 신념을 바꾸기에는... 좀 그런 것 같습니다^^:)

레삭매냐 2021-07-02 20:44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그 야단법석을 떨던 언론들이
정작 판결이 나오자 침묵 모드
로 들어가는 모습에 정말...

왜 대한민국의 언론 지수가
날이 갈수록 곤두박질치는지
이해가 됩니다.

겨울호랑이 2021-07-02 20:51   좋아요 9 | URL
네.. 그리고 사모펀드 관련 보도도 조카가 징역4년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에만 집중하고, 더 큰 주제인 정경심 교수와는 무관했다는 내용은 거의 보도하지 않더군요... 정치면은 편향되고, 경제면은 분양광고, 주식 띄우기 기사만 가득한 것을 보면서 유력일간지들이 ‘스포츠 신문화‘ 되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나이니 2021-07-02 20:47   좋아요 9 | 댓글달기 | URL
정의는 느리지만 반드시 오리라 믿습니다.

겨울호랑이 2021-07-02 20:55   좋아요 7 | URL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의가 정말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설사 우리에게 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하더라도 그 편에 서야겠지요... 다만, 걱정되는 것은 ‘우리가 정의의 편에 서 있는가?‘ 하는 물음에 망설임없이 응답할 수 있는가라 생각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나이니님도, 저도, 책을 좋아하는 이웃분들 모두의 공통된 관심이라 생각합니다. 비록, 관점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요.^^:)

붕붕툐툐 2021-07-02 22:0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겨호님 생각을 지지하지만, 무엇이 진실인지 알려고 노력하는 태도는 매우 중요한 거 같아요. 다양한 시각에도 맘을 열고 듣는 태도가 중요한 거 같아요. 저도 친일정당을 지지할 일은 없을 거 같아요. 그나저나 겨호님 재산세 걱정하시다닛! 부자시닷!ㅎㅎㅎㅎ

겨울호랑이 2021-07-02 22:22   좋아요 3 | URL
가야할 길을 확실히 알고 가야겠지만, 쉽지 않은 길인 것 같아요. 찾기도 어렵고, 그 길을 실천하는 것은 더 어려움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아, 재산세 걱정은 다른 분들이 많이 하시기에 덩달아 해봅니다. 사실 재산세는 큰 부담이 아니잖아요, 종부세가 문제지 ㅋ

bookholic 2021-07-03 09: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최선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차선을 선택해야지, 최악을 선택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에 우리 국민들이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겠죠?

겨울호랑이 2021-07-03 09:31   좋아요 2 | URL
저도 bookholic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다만, 제 주위만 둘러보더라도 제가 생각하는 ‘최악‘이 ‘차선‘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아서요... 개인적으로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여겨집니다...

2021-07-04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04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오파비니아 20
버지니아 헤이슨.테리 오어 지음, 김미선 옮김, 최진 감수 / 뿌리와이파리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암컷 중심적 관점을 취하면, 모든 번식이 사회적이다. 짝짓기부터 젖떼기까지, 그리고 흔히 그 이후까지도 암컷은 자식 및 짝과 상호작용한다.(p208)... 암컷 사회집단의 3대 형태는 모계, 동맹, 연합이다._버지니아 헤이슨, 테리 오어,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p209/285


 버지니아 헤이슨 (Virginia Hayssen)과 테리 오어 (Teri J. Orr)의 <포유류의 번식-암컷관점 Reproduction in Mammals: The Female Perspective> 새로운 관점에서 '배란 - 임신 - 출산'이라는 번식과정을 바라본다. 책에서 제시하는 새로운 관점은 무엇일까? 리뷰에서는 여기에 초점을 두고 내용을 정리하고자 한다.


 '임신' 이전 단계에서 저자들은 먼저 호르몬에 대한 편견을 지적한다. 남성 호르몬으로 알려진 테스토스테론을 포함한 안드로겐(Androgens including testosterone), 여성 호르몬으로 알려진 에스트로겐(Estrogen)이 전환된다는 사실을 통해 성(性) 별 차이를 생리학적 원인에서 찾지 않는다. 또한, 보다 많은 염색체를 포함하는 X염색체의  특성을 통해 임신 과정에서 암컷의 주도권을 강조하고, 수동적으로 정자를 받아들이는 난자가 아닌, 정자가 이동하는 플랫폼 제공자로서의 역할이 강조된다.


 수컷 포유류의 뇌에서는 테스토스테론이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에스트로겐이 수컷 행동의 많은 측면을 통제한다. 안드로겐도 암컷 번식에 중요하다. 간단히 말해, 안드로겐이 전적으로 남성호르몬인 것은 아니며 에스트로겐이 전적으로 여성호르몬인 것도 아니다.(p72)... 안드로겐이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된다는 사실은 에스트로겐을 '여성' 호르몬으로, 안드로겐을 '남성' 호르몬으로 보는 일반적 시각이 틀렸음을 증명한다._버지니아 헤이슨, 테리 오어,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p77/285


 X염색체는 흔히 크며, 번식 이외의 중요 기능을 갖춘 유전자 다수를 싣고 있다. 인간에서 X염색체는 유전자를 1,000 ~ 2,000개 가진 반면, Y염색체는 100개도 갖고 있지 않다. 여성은 두 종류의 X염색체를 가졌다. 한 종류는 어머니로부터 받고, 한 종류는 부계 할머니로부터 (아버지를 통해) 받는다. 여성에는 둘이지만 남성에는 하나뿐인 X염색체의 존재는 나머지 유전체의 작동에 도전을 제기한다. 가능한 생산량이 남성에서보다 여성에서 두 배로 많은 X염색체 유전자들은 유전체의 나머지와 통합되기가 어렵다.(Lyon 1961)_버지니아 헤이슨, 테리 오어,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p39/285


 임신 이전의 단계가 암컷과 수컷의 관계였다면, 임신 이후 전분비기까지의 단계에서  수컷의 위치는 뒤로 밀려나고, 새롭게 '태아- 자식'이 등장한다. 수컷과는 달리 암컷은 여기서도 관계의 주체로 자리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일방적인 수혜의 관계가 아닌 평등-갈등의 관계임을 저자들은 강조하는데, 이 역시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관념에 익숙한 우리에게 새로운 관점으로 다가온다. 이같은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관계가 일어나는 계(界)가 폐쇄계(closed system)이 아닌 개방계(open system)임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모체 - 태아 단위가 언제나 협력업체인 것은 아닐 수 있음을 이해한다. 어미와 자식은 서로 다른 선택압을 받을 것이다... 태반은 많은 기능을 수행한다. 그 기능에는 영양분 및 면역 전달, 보호, 어미와 자식 간 타이밍 조정, 포궁 내 교신이 포함된다. 모체 관점에서 태반은 배아 거부를 위한, 이를테면 이질적(즉, 부계) DNA의 존재 때문에 자식을 거부하기 위한 자리일 수도 있다.(p54)... 태반은 어미를 그의 자식으로부터 보호한다. 자식을 어미로부터 보호한다. _버지니아 헤이슨, 테리 오어,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p128/285


 우리의 인식은 태반(胎盤, placenta)을 중심으로 '어미- 자식'의 폐쇄계를 전제로 한다. 탯줄을 통한 영양분의 공급과 양수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산소의 공급이 이들의 주된 교환 관계지만, 정작 이들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은 외부에 있기 때문이다. 개방계의 관점에서 '어미 - 자식'의 관계를 바라봤을 때, 우리는 이들의 갈등 - 협력이 생존을 위한 최적의 조합/선택임을 깨닫게 된다.


 다양한 면에서 출산은 복잡하고 위태롭다. 어미와 자식은 그 과정에서 포식에 취약하고, 출산의 잔재 또한 포식자나 기생충을 끌어들일 수 있다. 그러므로 출산은 빨라야 하지만, 어미와 그의 한배새끼 사이에서 주의 깊게 조절되기도 해야 한다.(p142)... 전반적으로 출산은 임신기의 끝을 표시할 뿐만 아니라 젖분비기로의 이행을 표시하기도 한다. 출산, 그리고 신생아의 특성들은 포유류 번식의 품질보증마크, 다시 말해 젖분비로 가기 위한 출발지다._버지니아 헤이슨, 테리 오어,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p143/285


 젖분비기는 포유류의 진화에 중심적이다. 포유류는 그들의 번식을 구성하는 이 다면적 요소로 정의되며, 그것이 그들의 생화학, 생리학, 해부학, 행동, 사회성, 생태학, 그리고 진화에 영향을 미쳐왔다.(p158)... 정확한 정의가 무엇이건 간에, 젖떼기라는 사건은 어미와 자식의 생활을, 하지만 반대 방향으로 변화시킨다. 에너지적으로 말해, 집중적 투자 기간 후에 자식에 대한 어미의 일일 압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에너지 부담 전체가 자식에게 주어진다._버지니아 헤이슨, 테리 오어,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p160/285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은 우리에게 두 가지 관점을 제시한다. 수컷과 암컷의 성을 구별짓는 요소를 생리학적으로 찾을 수는 없다는 사실과 함께 포유류 생명 활동 중 하나인 번식에서 '새끼' 의 능동적 역할이다. 이는 임신기 이전 'X염색체', '난자'와 마찬가지로 역할의 주도성에 대해 관심을 받지 못했는데, 이 책은 사회변화와 함께 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이 바뀌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책이라 여겨진다.


난관은 수동적 환경이 아니라는 게 핵심이다. 난자는 난소로부터 수태의 자리로 운송되고, 정자는 반대 방향으로 포궁으로부터 난관으로 운송된다. 짝짓기에서 정자는 난자와 생리적으로 융합할 능력도 없고,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수태의 자리에 도달할 능력도 없다._버지니아 헤이슨, 테리 오어,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p59/285

암컷의 생리학은 가변적 수준의 갖가지 호르몬 하에서 일어난다. 비교하자면, 수컷의 생리학은 비교적 일정한 높은 수준의 테스토스테론 하에서 일어난다. 불행히도 대부분의 생리학적 탐구는 수컷을 대상으로 시행되며, 표면적인 이유는 가변적인 호르몬들의 혼재 효과를 피하기 위해서다._버지니아 헤이슨, 테리 오어,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p74/28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오파비니아 20
버지니아 헤이슨.테리 오어 지음, 김미선 옮김, 최진 감수 / 뿌리와이파리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은 염색체로부터 시작해서 자식의 독립에 이르는 포유류의 번식 과정에 대해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한다. 기존의 번식 관련 연구가 상대적으로 암컷에 비해 단순한 구조를 갖는 수컷의 관점에서 연구되었다면, 이 책은 보다 복합적인 기관을 갖는 암컷의 관점에서 번식의 문제를 바라본다. 상대적으로 간단한 구조의 수컷이 기준이 되었을 때 모델링 modeling이 쉽다는 장점을 가져갈 수 있지만, 반면 자식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모체의 복합적인 작용을 놓칠 수 있다는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번식의 주체로서 암컷의 관점에서 난자발생-임신-출산의 문제를 바라봤을 때, 비로소 '태반'을 경계로 '어머니-자식'의 치열한 삶의 투쟁과 상호의존을 이해하게 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이해하는 '모성(母性)'은 처음부터 존재하는 인간의 본성(本性)이 아닌 함께 '임신기'를 보낸 일종의 동지애(同志愛)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는, '어머니-자식'이 한 몸일 때 생겨난 긴장감이 '자식'의 독립으로 인해 '아버지-자식'의 사회적 갈등으로 전이되면서 나타나는 감정이 '모성'일수도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후자의 경우에는 좀 더 생각을 발전시켜 본다면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 이론과의 접점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이정도로 생각을 멈추고, 일단은 본문의 내용을 정리한 리뷰를 작성하는 것이 먼저다...

우리는 이제 모체-태아 단위가 언제나 협력업체인 것은 아닐 수 있음을 이해한다. 어미와 지식은 서로 다른 선택압을 받을 것이다._ 버지니아 헤이슨 외 1,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p110

안드로겐이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된다는 사실은 에스트로겐을 '여성' 호르몬으로, 안드로겐을 '남성' 호르몬으로 보는 일반적 시각이 틀렸음을 증명한다._ 버지니아 헤이슨 외 1,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p15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