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저 믿을 뿐이었다. 이 세상에서 최선의 행복은 툰더텐트론크 남작으로 태어나는 것이고, 제2의 행복은 퀴네공드 양으로 태어나는 것이며, 제3의 행복은 그녀를 매일 볼 수 있는 것이고, 제4의 행복은 지방에서 가장 훌륭한, 따라서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철학자인 팡글로스 선생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퀴네공드는 과학적 호기심이 많았기 때문에 숨죽이고 실험을 지켜보았다. 여러 번 반복된 실험을 관찰한 덕택에 그녀는 박사의 충족 이유(充足 理由)와 원인과 결과를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녀는 매우 동요되었다. 그녀 자신도 팡글로스처럼 학자가 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그녀 자신은 캉디드의 충족 이유가 될 수 있고, 캉디드 또한 그녀의 충족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팡글로스는 형이상학적, 신학적 우주론을 강의하였다. 그는 다음 같은 사실을 멋지게 증명해 보였다. 즉 원인 없는 결과란 없으며, 우리의 세계는 가능한 모든 세계 중에서 최선의 세계며, 남작 각하의 성은 이 세계의 성 중에서 가장 멋진 성이며, 남작 부인은 가장 좋은 남작 부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던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쉽게 증명됩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목적을 가지고 있고, 그 목적이란 가장 좋은 목적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일례로 코는 안경을 얹기 위해 만들어졌고, 그래서 우리는 안경을 씁니다. 다리는 양말을 신기 위해 만들어졌고, 그래서 우리는 양말을 신습니다. 돌은 원래 성을 짓는 석재로 쓰이기 위해 생성되었습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지요. 모든 것은 최선의 결과를 향한 필연적 과정으로 얽혀 있습니다. 저는 필연적으로 퀴네공드 양의 집에서 쫓겨나야 했고, 몽둥이찜질을 당해야 했으며, 또 돈을 벌 때까지 구걸을 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필연입니다.」

이 말에 팡글로스는 한결 더 공손하게 대답했다.
「각하, 외람된 말씀이오나 인간의 타락과 저주는 최선의 세계에 필연적으로 들어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자 포리가 말했다.
「그럼 선생은 자유 의지를 믿지 않으시는 겁니까?」 「외람된 말씀이오나 자유 의지는 절대적 필연과 일치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자유로운 것은 그것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의지란…….」

팡글로스가 여기까지 얘기하였을 때 포리는 〈포르토〉인지 〈오포르토〉인지 하는 포도주를 따르고 있는 호위무사에게 고갯짓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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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마리아 찬가 대우고전총서 49
알폰소 현왕 지음, 백승욱 옮김 / 아카넷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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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보호자가 되소서. 신실한 믿음으로 인해

당신은 축복을 받아 결실을 맺었습니다.

그분이 앉은 권좌에 당신이 함께 계시기에

우리가 절실할 때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소서.

주님의 사랑으로 가득한 여인이여,

우리에게 임하소서. _ 알폰소 현왕, <성모 마리아 찬가> , p500


 알폰소 10세 데 카스티야(Alfonso X de Castilla, 1221~1284)의 <성모 마리아 찬가 Cantigas de Santa Maria>는 불멸과 필멸, 영원과 순간을 잇는 중개자로서 성모(聖母) 마리아(Maria)가 행한 것으로 전해지는 기적을 다룬다. 중세 이후 가톨릭 신앙에서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로서 다른 천사와 성인과는 다른 '상경(上敬)'의 예를 받이왔는데, <성모 마리아 찬가>에는 힘들고 어려운 삶 속에서 어머니께 전구(轉求)를 청하는 이유와 당대인들의 간절함이 담겨있다.


주님이 그 안에 들어가서

육신을 얻기 위해

당신의 어머니로 택하신

성모 마리아님에게 우리는 

큰 사랑을 빚졌습니다. _ 알폰소 현왕, <성모 마리아 찬가> , p348


주님은 당신의 권능을

나누거나

감추지 않으시고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셨습니다.

그는 성모 마리아를 통하여

육신을 갖고 태어나셨으며

게다가 우리를 위하여

당신의 죽음을 허락하셨습니다.


그러니 어머니가 묻고 요청하시는

모든 것을 들어드리겠습니다.

어머니의 요청을 아들인 제가 이행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처사입니다.

훌륭한 어머니가 말씀하시는 것은

뭐든지 아들이 들어야 하니까요. _ 알폰소 현왕, <성모 마리아 찬가> , p383


 하느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는 작품 속에서 완전한 신과 불완전한 인간 사이를 오가며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돕는 중재자이다. 이 중간자 역할은 죄악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이 자상한 성모 마리아의 도움 없이 완전한 존재에 다가서기 쉽지 않다는 내용을 전제로 한다. 13세기 당시 서구 사회에서 발생했을 법한 수많은 불행한 개인사들이 성모 마리아의 중재를 통하여 기적적으로 해결된다는 내용이 모든 세부 가요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_ 알폰소 현왕, <성모 마리아 찬가> 서문 , p12


 그렇지만, 본문 속에서 성모 마리아의 모습은 수동적인 중재자의 위치에 한정되지 않는다. 능동적으로 악(惡)과 죄(罪)에 맞서는 모습에서 소식을 전하는 중개자로서의 대천사 가브리엘(Gabrielus)의 모습과 함께 대천사 미카엘(Michael)의 역할을, 아픔을 치료해주는 역할에서는 대천사 라파엘(Raphael)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


분명히 말하노니, 하나님이 성령을 보내시고

인간의 형태로 나타나 그분의 능력을

불려받으셨으니 성모 마리아도 

이러한 기적을 행사하실 수 있습니다.

성모 마리아가 원하실 때

병자가 낫고 죽은 자가 살아납니다. _ 알폰소 현왕, <성모 마리아 찬가> , p186


악마는 그녀가 어느 기사를 

열렬히 사랑하게 만들었고

마음의 평화를 갖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결국 그녀가 수도원을 떠나는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


기사가 그녀를 데리고 

떠난 후에

아들딸을 낳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자비의 성모 마리아는

방종을 결코 비난하지 않으시고

기적을 일으켜

그 소녀가 과거에 살던

회랑이 있는 수녀원을

그리워하고

다시 돌아오게 만드셨습니다. _ 알폰소 현왕, <성모 마리아 찬가> , p207


 8월 15일 가톨릭력으로 성모승천대축일을 맞이해 찾아 읽은 <성모 마리아 찬가>는 이와 같이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에 대한 믿음이 가져다 준 불행으로부터의 벗어남을 다룬다. 그같은 전구가 청하는 이들에게 비록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 주지는 못할지라도, 목마른 갈증을 풀어주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했으리라 짐작을 해본다. 그리고, 어쩌면 죽음 뒤의 삶을 체험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불행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었을까.


 <성모 마리아 찬가>의 저자는 에스파냐 국왕 에스파냐 국왕 알폰소 10세다. 현왕(el Sabio)으로 불리는 그가 이같은 치유(治癒) 문학, 종교 문학을 가 직접 주관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성모 마리아 찬가>의 서문에는 이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1252년에 등극한 스페인 국왕이자 동시에 신성로마제국 황제를 꿈꾸던 강력한 권력자 알폰소현왕이 이 엄청난 분량의 대작을 직접 주관하며 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가 성모 마리아의 기적을 참신한 문체로써 재구성하여 그녀의 초자연적인 행적들을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중간자적 역할을 자청함으로써 자신이 책과 독자 사이에 지적/영적 지도자로서 자리매김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_ 알폰소 현왕, <성모 마리아 찬가> 서문 , p14 


모든 여인 중 당신은 축복을 받으셨기에

당신으로 인하여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나셨습니다.

고로 우리가 절실할 때,

주님의 사랑으로 가득한 여인이여,

우리에게 임하소서.


주님이신 당신의 아들을

모욕하는 사람만큼

동정녀를 그토록 슬프게 

하는 이는 없습니다.


만약 누군가 그렇게 한다면

그 공격이 오히려 자신에게

돌아갈 것임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나는 이 내용과 관련한

성모 마리아의 한 위대한 기적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귀를 기울이기시기 바랍니다.

동정녀를 그토록 슬프게

하는 이는 없습니다. _ 알폰소 현왕, <성모 마리아 찬가> , p533


 생전에 톨레도 번역가 학교를 설립하여 라틴어, 아랍어, 히브리어의 문헌을 이베리아어로 번역하는 등 문화적으로 이베리아반도를 하나로 묶고자 했던 그는 <성모 마리아 찬가> 같은 작품을 바탕으로 정신적인 통일을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신성로마제국의 제위까지도 노렸다는 것이 역자의 설명이다. 근대 이후 유럽에서 형성된 민족주의가 언어에 기반했음을 생각한다면, 알폰소 현왕은 시대에 앞서 민족주의의 본질을 꿰뚫어본 통치자라 생각되지만, 자신을 '중재자의 관찰자'로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 신의 이름을 빌려 강력한 절대왕정을 희망했던 중세의 국왕의 면모도 함께 볼 수 있다.


 알폰소 현왕의 문화업적은 <용비어천가 龍飛御天歌>를 통해 조선의 정당성을 입증하고자 했던 조선의 세종(世宗, 1397 ~ 1450)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지만, 생전 아들 세조(世祖, 1417 ~ 1468)의 반란을 않아도 되었던 세종과는 달리 둘째 왕자 산초의 반란을 겪어야 했고, 신성로마제국 황위에도 못오르는 등 정치적으로 실패했다는 점에서 알폰소 현왕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는 성모의 축복을 받지 못했다. 그와 후세왕으로부터 시작된 레콩기스타(Reconquista)는 처음으로 세계 패권을 허락하는 듯했으나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인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그의 제국은 신의 뜻을 거역했기 때문이었을까. 빠르게 붕괴되고 말았다. 한편, 알폰소 현왕은 자식의 반란 소식을 들었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신앙심이 깊었던  아들의 반란 소식을 들었을 때, 아들 아도니야의 반란을 접한 이스라엘 왕 다비드를 떠올리지 않았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작품 중 이브(Eve)와 아베(Ave)를 대조한 아래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는 아베 신조를 떠올릴 수도 있겠으나, 당연하게도 여기서는 '아베(마리아)'를 지칭한다. 성경 최초의 여성 '이브'와 성경 최고의 여성 '마리아'에 대한 대조는 최초의 남자 '아담'과 최고의 남성 '예수'와 대조한 <로마서>의 내용을 떠올리게 하기에 해당 내용을 옮겨본다. 


 글의 마지막은 <성모 마리아 찬가>를 읽으며 떠올렸던  영화 <Sister Act>의 <Oh Maria>로 갈무리한다. '신의 어머니'로 존경받는 이의 모습보다 친구처럼 불행한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노래의 힘을 통해 어쩌면 성모가 희망하는 찬미는 이같은 것이 아닐까...


이브(Eve)가 비록 우리에게서

천국과 하나님을 빼앗아갔지만

아베(Ave)는 우리에게

그것을 돌려주었습니다.


비록 이브는 우리를

악마의 사슬에 묶이도록 했지만

아베는 우리를 그로부터

해방시켜주었습니다.


이브는 우리가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의를 상실하게 했지만

아베는 우리가 그것을

되찾게 해주었습니다.


이브는 우리에게 하늘 문을 

잠그고 열쇠를 버렸지만

마리아는 "아베"라고 말하며

그 문을 부수고 열었습니다. _ 알폰소 현왕, <성모 마리아 찬가> , p395


그러므로 한 사람을 통하여 죄가 세상에 들어왔고 죄를 통하여 죽음이 들어왔듯이, 또한 이렇게 모두 죄를 지었으므로 모든 사람에게 죽음이 미치게 되었습니다. 사실 율법이 있기 전에도 세상에 죄가 있었지만, 율법이 없어서 죄가 죄로 헤아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담부터 모세까지는, 아담의 범죄와 같은 방식으로 죄를 짓지 않은 자들까지도 죽음이 지배하였습니다. 아담은 장차 오실 분의 예형입니다. _ <신약성경> (로마 5:12-15)



성모 마리아 이외 여인들의 미모는
아무런 가치가 없으며
그들이 가진 매력은 그분과 비교할 때
딸기 한 알만도 못합니다.
그분의 사랑은 지속적이고
절대 실패하지 않으며
항상 커져만 갑니다. - P428

그후 성모 마리아는
그가 잠든 사이에
당신의 손을
그의 다리 근처
이곳저곳으로 움직이며
당신의 재빠른 손가락으로
환자이 살을 치료했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우리를 위해
아름답고 놀라운 기적을 일으키십니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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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어린 왕자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세계 명품 고전 2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 바로이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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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으로 <어린왕자>를 들었다. 1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성우가 읽어주는 <어린왕자>를 듣는 것은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이해가 잘 가지 않는 구절, 내용 상 연결을 위해 앞뒤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것이 눈으로 읽는 책읽기라면, 자리를 뜨지 않는 이상 시간의 손을 잡고 이끌려 여행하는 것이 듣는 책읽기인 듯하다.

듣는 책읽기는 색다른 경험이다. 잠시 생각에 빠져 '지금'이라는 시간의 접점에서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벌써 저만큼 내용이 앞서가기에 그 흐름에 쫓아가는 수밖에 없다. 읽기가 공간의 제약을 받는다면, 듣기는 시간의 제약을 받는다. 내가 오디오북에 익숙치 않아서일수도 있겠지만. 결국 독서가 끝나고 시각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후에야 내용정리를 하다보니 밑줄긋기가 가능했던 예전과는 달리, 머리에 남겨진 몇몇 내용만 단편적으로 남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장미를 위해 소비한 시간. 관계. 수많은 닮은 이들로부터 유일한 존재가 된다는 것... 등등

누군가를 위해 소비한(또는 함께 한) 시간이 관계를 만들고, '길들임'이라는 관계를 통해서 서로에게 의미를 발견한다는. 그렇지만, 이러한 의미는 상자 속의 양처럼, 보아뱀 안의 코끼리처럼 깊이 숨겨져 있는 것이며, 소행성의 왕, 사업가, 지리학자 등이 말하는 것처럼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일까.

여기에, 서로를 '의미있는 존재로 만드는 것'에는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겠지만,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순간의 만남으로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것을 더하고 싶다. 오디오북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나에게 진정으로 의미있는 내용이 남는 것처럼. 진정으로 소중하고 중요한 것은 이처럼 찰나의 순간에 강한 인상으로 느껴지기에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닐까.

오디오북을 처음 접하면서, '보기'와는 또다른 '듣기'가 가져다 준 새로움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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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9 0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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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9 0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29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29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리의화가 2022-07-29 06: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겨울호랑이님도 오디오북을 접하셨군요^^ 또 다른 맛이지요? 눈감고 들으면 더 집중되더라구요. 어린왕자는 한 번만 읽은 사람은 없을 것 같지만 듣는 것으로 접하면 어떨까 궁금해집니다^^*

겨울호랑이 2022-07-29 10:49   좋아요 1 | URL
참, 거리의화가님께서는 오디오북 입문 선배님되시지요... 그때 말씀하신 맛이 요런 맛인가 싶습니다. 오디오북을활용하면 인지의 사각지역을 더 비출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여건이 맞는다면 같이 활용할 계획입니다. <어린왕자>뿐이겠습니까, 다른 모든 책이 더 맛있어질 것 같아요. 31가지 맛..ㅋㅋ 거리의화가님 건강한 하루 되세요! ^^:)

그레이스 2022-07-29 08: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디오북으로 들을만한 소설이란 생각입니다.
불어로 들어도 좋더라구요.
뜻을 몰라도 ^^

겨울호랑이 2022-07-29 10:52   좋아요 3 | URL
아, 그레이스님께서는 다른 차원의 독서를 하셨군요. 그렇지 않아도 어젯밤에 <David Copperfield>를 오디오북으로 듣다가 빠르게 무의식독서로 전환했다는 ㅜㅜ. 저는 열대야 ASRM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만, 외국어로 집중력있게 들으신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얄라알라 2022-07-29 18:13   좋아요 1 | URL
어린왕자는 불어로 들어야(그레이스님 말씀처럼 ‘뜻을 몰라도‘) 감미로울 것 같네요^^
 

이 말을 들었을 때, 하느님, 롤랑은 얼마나 괴로웠던가!
롤랑은 말에 박차를 가해 전속력으로 돌진해서는 온 힘을 다해 상대에게 창을 꽂는다.
방패를 부수고, 갑옷을 찢고,
가슴에 창날을 박아 뼈를 부수고
등뼈를 통째로 몸통에서 분리해버리니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간다.
창날을 박아 넣으며 몸을 뒤흔들어놓고

"프랑스 기사들이여! 나쁜 생각을 해서는 아니 되오!
하느님의 이름으로 말하건대, 도망하지 마시오.
누구도 그대들을 조롱하는 노래를 지어 부르게 해서는 아니 되오!
차라리 싸우다 죽는 편이 훨씬 나은 일이오.
우리는 곧 최후를 맞게 될 것이오.
오늘 이후 우리는 살아 있지 못하겠지만
그대들에게 한 가지만은 보장할 수 있소.
거룩한 천국의 문이 그대들에게 활짝 열려 있다는 점이오.
그대들은 죄 없는 아기들과 함께 천국에서 살게 될 것이오."

왜냐하면 분별력을 갖춘 용맹은
어리석은 짓이 아니기 때문일세.
무모함보다는 신중함이 나은 법이네.
프랑스인들은 자네의 경솔함 때문에 죽었네.
우리는 이제 샤를 황제를 섬길 수 없을 걸세.
내 말을 믿었더라면 폐하께서 돌아오셨을 테고,
우리는 이 전투에서 승리했을 걸세.
마르실 왕도 사로잡혔거나 죽임을 당했겠지.
롤랑, 자네의 용맹이 우리에겐 불행이었네!!

롤랑 경은 힘겹고 고통스럽게
사력을 다해 상아 나팔을 분다.
입에서는 선혈이 뿜어져 나오고
머리의 관자놀이가 터진다.
상아 나팔 소리는 멀리까지 퍼져
고갯길을 지나는 샤를 왕의 귀에 들린다.
넴 공도 그 소리를 듣고, 프랑스 기사들도 귀 기울인다.
왕이 말한다. "롤랑의 상아 나팔 소리가 들리노라!
전투를 벌이지 않는다면 롤랑은 절대로 상아 나팔을 불지 않을 것이니라."

올리비에가 말한다.
"이제 자네가 말하는 소리가 들리네.
나는 자네를 보지 못하네. 주님께서는 자네를 보시기를!
내가 자네를 치다니! 용서해주게!"
롤랑이 대답한다.
"아닐세, 나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네.
여기 하느님 앞에서 자네를 용서하네."
이 말을 하고는 서로 정중히 고개를 숙인다.

롤랑은 자신이 태어난 나라의 방식대로 그를 애도한다.
"아, 고귀한 대주교님, 훌륭한 집안의 기사시여,
오늘 저는 당신을 위해 영광스러운 하느님의 보살핌을 구합니다!
결코 누구도 대주교님처럼 기꺼이 하느님을 섬기지 못했습니다.
신앙을 지키고 사람들을 신앙으로 이끄는 데에 있어
사도들 이래로 대주교님과 같은 성직자는 없었습니다.
대주교님의 영혼에 부족한 것이 없기를!
천국의 문이 활짝 열려 대주교님의 영혼을 맞아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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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 2022-07-15 2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설마 그 롤랑의 노래인가 하고 들어왔는데 정말 그 롤랑의 노래네요ㅋㅋ
진짜 분야 다양하게 읽으셔서 존경스럽습니다 ^_^ b

겨울호랑이 2022-07-15 23:30   좋아요 1 | URL
에고 아닙니다. 한 분야만 진득하게 파질 못해서, 여러 분야의 책을 얇게 넓게 깔아놓고 독서를 하는 것이 제게 맞아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롤랑의 노래>는 이전에 궁리 출판사에서 출판된 것을 읽었었는데, 이번 번역본은 더 현장감이 넘치는 것 같아요. 영화 <라스트 듀얼>을 떠올리게 하는 현장감과 종교전쟁의 한 면을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등대지기님 감사합니다. ^^:)
 

그리고 《차이퉁》의 그렇고 그런 쓰레기 기사는 늘 있었고, 몇몇 몹쓸 놈들이 익명으로 전화를 걸거나 편지를 보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삶은 계속되지 않는가?

여기서 이따금 언급된 뤼딩이라는 자가 《차이퉁》의 편집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S.를 모조리 삭제하고, 전부 B.로 쓰시오."라고 말하면, 그저 애써 고생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악의 없는 도청자는 그 소리를 엿듣고 무슨 생각을 할까?

여기에서는 절대적인 정의가 지배해야 한다. 카타리나가 바로 그 술집, 그러니까 불운했던 쇠너가 "앵앵거리는 여자와 함께 밖으로 사라져 버린" 그 술집을 탐색하러 가기 위해 카니발 옷을 재단했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그것은 그녀가 이미 퇴트게스와 인터뷰를 약속한 뒤, 그리고 《존탁스차이퉁》이 퇴트게스의 기사를 계속 실은 뒤였다. 그러니까 기다려야 한다. 확실히 입증되고 증거가 제시된 것은, 바로 하이넨 박사가 그의 환자 마리아 블룸이 급작스럽게 죽은 것에 대해 너무나 놀랐고, 그가 "예상치 못한 외부 영향들을 입증하지는 못하겠지만 배제할 수도 없다."라고 말한 사실이다. 무고한 페인트공들이 여기서 책임을 떠맡게 되어서는 안 된다. 독일 수공업의 명예를 더럽혀서도 안 된다.

여기서는 보고하기보다는 거의 인용만 하도록 하겠다. 인정해야 할 것은, 카타리나의 "스토리"와 사진이 더는 1면을 장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루트비히 괴텐이 "사업가의 별장에 숨었던 카타리나 블룸의 다정한 연인"이라는 표제와 더불어 1면에 실렸다. 7 내지 9쪽에 걸쳐 많은 사진과 함께 실린 스토리 자체는 지금까지의 기사들보다 훨씬 더 풍부해졌다.

카타리나의 아버지가 위장한 공산주의자였다는, 게멜스브로이히의 한 신부가 제공한 놀랄 만한 ? 관계자 모두를 놀라게 한 ? 정보가 사실인지를 조사하기 위해 블로르나는 하루 날을 잡아 그 마을로 갔다. 우선, 이 신부는 자신의 진술을 거듭 확인해 주었고, 《차이퉁》이 그의 말을 그대로 올바르게 인용했다고 인정했으며,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는 제시할 수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심지어 그럴 필요가 없다고까지 말했다. 그는 자신의 후각이 항상 믿을 만하다며, 블룸이 공산주의자라는 냄새를 그냥 맡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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