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 종류의 전쟁 상태 때문에 인간들 사이에 법이 제정된다. 필연적으로 여러 민족이 존재할 수밖에 없을 만큼 광대한 행성의 주민으로서의 인간은 그 민족들끼리 갖는 관계 속에서의 법을 가진다. 그것이 바로 만민(萬民法)이다. 유지되어야 할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인간은 통치자가 피통치자와 맺는 관계 속에서의 법을 갖는다. 그것이 바로 정치법이다. 또한 인간은 모든 시민이 상호 간에 갖는관계 속에서의 법도 갖는데, 이것이 바로 시민법(市民法)이다. - P41

정체를 구성하는 정치법이든 혹은 정체를 유지하는 시민법이든, 그 법들은 이미 수립되었거나 또는 수립하고자 하는 정체의 본질과원리에 합당해야 한다. 그 법들은 그 나라의 ‘물리적 조건‘, 즉 춥거나 덥거나 온화한 기후, 토지의 특성과 상태 및 규모 경작이나 수렵이나 목축과 같은 민족의 생활양식과도 관련되어야 한다. 또한 제도에 의해 허용될 수 있는 자유의 정도, 주민들의 종교, 성향, 재산, 수효, 상업, 풍습, 품행과도 어울려야 한다. 끝으로 그 법들은 그것들끼리 관계를 맺고 있다. 즉,
법이 만들어진 기원, 입법자의 의도, 법이 제정되는 토대가 된 사물의 질서와 관계가 있다. 그러므로 법은 이런 모든 관점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내가 이 책에서 시도하려는 것이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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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체제론의 한가지 함의는 남과 북의 주민들 다수는 동포관계지만, 이미 그것은 동포이기 때문에 통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고, 분단체제가 나쁘기 때문에, 남쪽 인민에게도 나쁘고 북쪽 인민에게도 나쁘니까 이것을 극복해야 된다는 그 이야기예요. 또다른 일면은 우리가 비록 두개의 국가로 나뉘어, 두 국가의 지배하에 살고 있지만 혈통을 공유하고 있다는 문제와 별도로 분단체제라는 공통의 정치체제 속에 속해 있다, 그런 의미로 같은 식구라는 거예요. 그렇게 따지면 북한의 핵문제도 북의 문제일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문제입니다.

북한의 인권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의 열악한 인권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평양 당국에 있지만, 분단체제라는 범한반도적 현실을 인정한다고 하면 여기에 연루되어 있는 모든 행위주체자들에게 책임이 있는 겁니다. 그중에서도 큰 책임을 져야 할 메이저플레이어가 나는 미국이라고 봐요.

분단체제가 나쁜 체제가 된 이유 중의 하나도 한 뿌리인 민족을 본인들이 원하지 않는데 남들이 와서 갈라놨기 때문인데, 그 갈라놓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독재를 해야 되고 외국에 의존을 하게 되고, 그래서 분단체제의 비자주성과 반민주성이 발생한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한 뿌리라는 것도 우리가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긴 한데, 한 뿌리라는 것을 근거로 한 국가를 이뤄야 된다 하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 정도의 이야기입니다.

시민과 민중이 뉘앙스는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같은 개념이에요. 촛불혁명 과정에서는 국민과 시민이라는 것을 주로 강조하지 민중은 그렇게 강조가 안 됐습니다만, 그것은 그 상황에서, 박근혜정권에 반대하고 탄핵하고 물러나라 그럴 때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게 제일 편리하고 효과적이잖아요. 헌법에도 있고요.

변혁과 중도라는 것이 해당되는 차원이 달라요. 그렇기 때문에 둘을 갖다 붙여놔도 상충하지 않는 겁니다. 같은 차원이라면 이런 개념들을 묶어놓는 것은 말장난이거나 모순, 자가당착이 되겠죠. 그러니까 변혁은 한반도 차원에서의 변혁입니다. 한반도 분단체제의 변혁입니다. 중도는 그리로 가기 위해서 남한사회에서 취해야 할 어떤 실천노선이라고 할까 그런 것이죠.

그런데 분단체제 극복이라고 하면 같은 민족이니까 하나의 국민, 단일형 국민국가로 통일돼서 살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고, 지금 분단된 결과, 또 그 분단이 오래되고 거의 체제화되면서 우리가 이러저러한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해소하려면, 남북 각기에서 내부 개혁도 필요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안 되고, 한반도 전체에 걸쳐 있는 분단체제를 해소해야 된다는 입장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해소된 상태가 단일형 국민국가일 수도 있지만, 나는 사실 그것은 가능성도 낮고 꼭 바람직하냐 하는 것도 문제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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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체제론의 핵심은 한반도 차원에서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과정과 한국사회의 개혁이 결합될 때만 진정한 변혁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에 있다. 특히 남과 북이 점진적·단계적인 방식으로 통합해가는 과정을 통해서만 한반도에서 분단체제 극복이라는 취지에 부합하는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리고 그 실천적 태도를 "변혁적 중도주의"로 설명해왔다.

무엇보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자체가 분단체제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주요한 방식이며 분단체제의 극복 없이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다. 핵무기를 포함한 군비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사회의 개혁이 순조롭게 진전될 리는 만무하다. 자칫하면 촛불혁명을 거치며 만들어진 대전환의 동력도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다는 무기력감이나 공허하다는 느낌을 토로하는 데서 더 진전하여 한반도에서 인간다운 삶이 실현되는 것을 가로막는 근본문제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천착해야 한다.

그러면서 과연 민중이라는 게 누구냐, 통일운동의 주역을 민중이라고 할 때 도대체 지금의 수많은 대립구도 속에서 누가 민중이고 누가 통일운동의 주역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제 정서와 객관적인 데이터상으로 속하는 위치가 달라서 과연 나는 민중인가 기득권층인가 하는 고민을 하고, 정서적인 분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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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짱깨주의를 ‘반중감정‘ 이나 ‘혐중정서‘라고 표현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릴 뿐만 아니라 대항담론조차 형성하지 못하게 만드는 식민의 언어 사용이다. 반중감정은 새롭게 부상하는 국가에 대한 일반적인 배타적 민족주의 성향으로 여느 국가에서 볼 수 있다. 혐중정서는 극대화된 반중감정의 일종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짱깨주의는 배타적 민족주의 정서뿐만 아니라 신식민주의적 유사인종주의가 들어 있는 일종의 이데올로기이다. _ 김희교, <짱깨주의의 탄생>, p102

김희교는 <짱깨주의의 탄생>은 2020년대 한국의 주도적 대중국 담론을 ‘짱깨주의‘로 규정하고 일반적인 민족주의 감정의 부정적 측면을 넘어선 정치 이데올로기적 성향에 주목한다. 적대국으로서의 중국과 협력국으로서의 중국. 정치와 경제에서 충돌하는 중국에 대한 이미지는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의 전후체제와 맞물린다.

전후체제는 샌프란시스코체제와 키신저 시스템의 복합물이다(p51)... 전후체제는 지진지대의 단층처럼 언젠가 균열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모순적 관계의 두 축으로 구성된 이중체제였다. 식식민주의적인 샌프란시스코 체제와 자유주의적인 키신저 시스템은 결국 상호충돌이 불가피한 모순적 성격을 지녔다. _ 김희교, <짱깨주의의 탄생>, p53

저자는 본문을 통해 짱깨주의의 확산에는 샌프란시스코체제 아래에서 기득권을 유지해온 일부 보수세력의 정치적 움직임이 있었고, 이러한 보수반동으로 인해 중국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 편향되어 왔음을 지적한다. 샌프란시스코체제 대신 변화된 키신저 시스템에서의 동반자 관계로의 설정을 저자는 강조한다.

짱깨주의에서 탈피하여 중국을 보면 중국은 신식민주의적 샌프란시스코체제 이후 지역의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어느 국가보다도 유용하다. 중국은 신식민주의적 샌프란시스코체제의 가장 큰 피해자이자 절대적 봉쇄의 대상국이다. 우리와 탈식민주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적대 진영을 넘어서 구축된 키신저 시스템의 가장 큰 수혜자이며,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의 전도사이기도 하다. _ 김희교, <짱깨주의의 탄생>, p651

저자는 ‘위험한 중국‘ 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이며, 우리의 존재가 쉽게 위협받을 정도로 약하지 않음을 강조한다. 저자의 주장대로 과거 2000년대 중반 인터넷 상에 퍼졌던 ‘이것도 노무현 탓이다‘ 식의 정치이데올로기로서 짱깨주의는 분명 경계해야할 부분이다. 다만 2010년대 이후 국제공급망에서 협력국에서 강력한 경쟁국으로의 변화된 관계에서 높아진 경계심은 일정부분 자연스러운 부분도 있지 않을까. 여기에 더해 국내 정치 안정을 위한 중국공산당의 내부 통제와 이로인한 중국민족주의의 과열된 모습을 본다면 오늘날 한국의 대중국정서를 단순히 정치 이데올로기 문제로 치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의 최선은 과도한 기대나 경계 대신 변화된 우리의 위상과 지정학적 중요성을 바탕으로 G2를 활용한 레버리지 효과를 국익관점에서 누리는 것이라 전제한다면 굳이 하나를 너무 빨리 버리는 선택은 좋지 않을 것이다. 그 하나가 미국이든 중국이든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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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프로파간다 - 안전신화의 불편한 진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20
혼마 류 지음, 박제이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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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부터 국가가 국가 정책으로서 주도하고 정관학 政官學, 전력업계를 중심으로 한 경제계가 전개한 원전 추진 홍보 활동은 실시된 시기와 투하된 거액의 예산을 감안하여 생각하면 그야말로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대대적인 국민 선동 프로파간다였다. _ 혼마 류, <원전 프로파간다>, p3/111

혼마 류 (本間 龍, 1962 ~ )의 <원전 프로파간다 - 안전신화의 불편한 진실>은 도쿄 전력을 중심으로 한 정부와 언론 등 원전 추진 세력이 결탁하여 3.11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에는 원자력 '안전성'을 강조하고, 사고 이후에는 '낮은 위험성'을 홍보해왔음을 지적한다.

'프로파간다'란 결국 세뇌다.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칩을 심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자금과 수십 년이라는 시간, 엄청난 노력을 들여서 그들이 프로파간다를 자행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훗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다. 그들은 그런 방식으로 이익 집단이라는 지위를 유지한다. _ 혼마 류, <원전 프로파간다>, p101/111

3.11 이전의 원전 광고는 오로지 '원전의 안전성'을 소구했다. 하지만 그것이 사고 발생으로 못쓰게 되자, 태도를 바꾸어 경제산업성을 중심으로 선전된 '원전이 정지하면 대정전이 일어나 일본 경제가 파탄난다'는 캠페인도, 실제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므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판명되었다. 그래서 현재는 사고의 심각함을 전하는 보도나 발언을 '뜬소문이다', '뜬소문 피해를 발생시킨다'고 비난하면서 동시에 '사고에 의한 건강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건강이나 작물에 대한 피해는 없다'는 '피해 완화'를 선전했다. _ 혼마 류, <원전 프로파간다>, p85/111

이러한 일본 원자력 무라의 프로파간다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서도 어김없이 계속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과거 프로파간다가 일본 국내를 향했다면, 이번 프로파간다는 전세계로 향하고 있다는 방향성에 있을 것이다. <원전 프로파간다>는 일본 국민의 절대 다수의 오염수 방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추진하는 이들의 행태가 이미 오랜 역사적 기원을 갖고 있음을 세세하게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7월 오염수 방류를 앞둔 지금 시점에 한 번 읽을만한 책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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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3-06-17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 국민들도 반대하는데.. 정치인들이 왜 그럴까요!! 당연 오염수가 바다에 뿌려지면 그 물 먹는 건 지구인들이니 당연 일본국민도 반대하겠죠.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것들은 정치인들 같아요

겨울호랑이 2023-06-17 22:38   좋아요 1 | URL
기억의집님 말씀처럼 자신의 자리 보전과 이익을 위해 최소한 지켜야 할 선마저도 거리낌없이 넘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심한 회의가 생겨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