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이라는 개념은 18세기 프랑스 사상가들이 ‘야만’의 개념과 반대되는 뜻으로 발전시켰다. 문명사회는 정착 생활을 하며 도시와 문자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원시사회와 다르다.
문명은 유한하긴 하지만 아주 오래간다. 문명은 진화하고 적응하며, 인간의 결속체 중에서도 유독 질긴 생명력을 갖는다. 그것은 극단적인 ‘장기 지속’의 현실이다. 문명의 독특하고 특별한 본질은 바로 그 장구한 역사적 지속성이며 사실상 가장 오래된 이야기는 문명이다
‘서구’라는 말은 이제 예전의 서구 그리스도교 국가권을 일컫는 말로 보편화되었다. 이렇게 볼 때 서구는 특정한 민족이나 종교, 지역의 이름이 아니라 나침반의 방위로만 확인되는 유일한 문명이다.* 서구는 자신의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 울타리를 넘어섰다. 역사적으로 서구 문명은 유럽 문명이다. 근대 이후의 서구 문명은 유러아메리카 문명 혹은 북대서양 문명이다.
가장 중요한 측면은 유럽 제국주의가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대륙 대부분 지역에 그리스도교를 이식했다는 사실이다. 아프리카 전역에 강한 부족의식이 여전히 지배적으로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은 점차 아프리카인으로서의 동질감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종교는 문명을 규정하는 핵심적 특성이다. 도슨이 말했듯이 거대 종교는 거대 문명이 의지하는 토대다.19 베버가 말한 세계 5대 종교 중에서 넷은(그리스도교, 이슬람교, 힌두교, 유교) 거대 문명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불교는 그렇지 않다.
문명들은 시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한 시기에 존재하던 문명의 수도 몇 안 되었을뿐더러, 벤자민 슈워츠Benjamin Schwartz와 아이젠슈타트가 강조했듯이 ‘축 시대aial Age, 軸時代’ 문명과 ‘전축 시대pe-Axial Age, 前軸時代’ 문명 사이에는 초월적 질서와 세속적 질서의 구분을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 하는 점에서 중대한 차이가 있다
과거 문명의 보편국가는 제국이었다. 그러나 서구 문명의 정치형태는 민주주의이므로 지금 태동하는 서구 문명의 보편국가는 제국이 아니라 연방, 연맹, 국제제도 및 국제기구의 혼합체다.
인류 역사에서 몇 가지 근본적인 가치와 제도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면 그것은 인간의 행동에서 드러나는 상수常數는 설명할 수 있겠지만 인간 행동의 변화로 이루어지는 역사는 제대로 분석하지도 설명하지도 못한다.
지난 역사를 보면 세계의 언어 분포는 세계의 권력 분포 현실을 반영했다. 가장 널리 쓰이는 언어, 곧 영어·북경어·스페인어·프랑스어·아랍어·러시아어는 자기 언어를 다른 민족들에게 적극적으로 보급한 제국 국가들의 말이었다. 권력 분포의 변동은 언어 사용의 변모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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