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 -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리처드 H. 탈러 & 카스 R. 선스타인 지음, 안진환 옮김, 최정규 감수 / 리더스북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넛지 Nudge :  1.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2. 주의를 환기시키다. 3.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by 탈러 & 선스타인)


 <넛지 Nudge>라는 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09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여름 휴가 때 들고간 책으로 기사에서 소개된 후였다. 출판 당시 화제가 되었던 이 책에서 전달하는 메세지는 간결하고 분명하다.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보다 바람직한 결론을 끌어내라.' 는 결론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내게 많은 여운을 남겼던 기억이 난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휴가지에 들고갔었던 책이 2~3권이 넘었던 것 같은데, 유독 이 책만이 기억에 남았을까. 당시에는 알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이 책은  부드러운 개입 그 이상(以上)의 것을 의미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관련기사]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9091379511


1. 자유주의적 개입


  넛지에 대한 저자들의 설명은 '자유주의적 개입'으로 요약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불완전하고 편향된 존재이기 때문에 부드러운 개입(자유주의적 개입)을 통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 


  '자유주의적 개입주의(libertarian paternalism). "자유주의적"이라는 말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원하는 바를 행할 수 있으며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바람직하지 않은 대안은 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나타낸다... "개입주의"라는 말은, 사람들이 더 오랫동안 더 건강하고 더 나은 삶을 살게 만들기 위해 선택 설계자가 그들의 행동방식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주장을 나타낸다.'(p20)


 '넛지는 선택설계자가 취하는 하나의 방식으로서,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그들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넛지 형태의 간섭은 쉽게 피할 수 있는 동시에 그렇게 하는 데 비용도 적게 들어야 한다.'(p21)


  '많은 연구결과가 인간의 예측이 불완전하고 편향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수많은 이유로 인해 현상을 유지하거나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 : 지정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선택되는 옵션. 기본값)을 따르려는 강한 성향을 갖는다.'(p24)


 여기서 '바람직한 방향의 결정자가 누구인가?'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넛지>에서 방향의 결정자는 '선택설계자'로 정의된다. 선택설계자는 넛지를 행하는 주체(主體)이며, 넛지의 방향성과 강도를 결정하는 존재다. 때문에, 선택설계자의 역할은 <넛지> 내에서 매우 중요하다. 책의 본문에서 선택설계자를 살펴보자.


2. 선택설계자


 '캐롤린 같은 사람을 우리는 "선택 설계자(choice architect)"라고 부른다. 선택설계자는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배경이 되는 "정황이나 맥락"을 만드는 사람이다.'(p16)


  '캐롤린과 애덤은 급식 메뉴에 변화를 주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음식의 진열이나 배열만 바꾸는 것으로 과연 학생들의 음식 선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여부를 실험해보자는 아이디어다... 슈퍼마켓 진열대를 설계해본 경험이 있는 애덤은 이 실험의 결과가 매우 놀라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단지 구내식당의 음식을 재배열하는 것만으로도 특정 음식의 소비량을 무려 25%씩이나 올리거나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p14)


 적은 비용으로도 선택설계자의 의도가 반영될 수 있다면, 이는 '효과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은 정치인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넛지>의 예시에서 '구내식당의 음식' 대신 '선거의 후보자'를, '특정 음식의  소비량' 대신 '선택'을 대입해도 그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우리는 넛지의 정치적인 활용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3.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


 <넛지> 책말미에서 저자인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와 캐스 R. 선스타인(Cass R. Sunstein)은 특정 정책이나 방침을 디폴트 옵션으로 설정하여 선택 설계자가 의도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는 타성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 힘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특정한 정책이나 방침이 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되면, 민간의 기업이나 공공 부문의 관리자들은 그것을 디폴트 옵션으로 설정함으로써 결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p25)


 <넛지>에서는 선택설계자가 어느 분야에서 의도를 가지고 원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지 연금시스템, 의료보험 프로그램, 결혼제도 등 사회 전반을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하는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넛지>에서 말한 '부드러운 개입'이 우리 사회에서는 '노골적인 개입'으로 적용된 것은 아니었을까. '댓글부대' 또는 '종합편성채널'을 통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디폴트 옵션'을 통해 결정을 제한했던 지난 이명박-박근혜 9년간 어떻게 우리가 유도되었는가를 <넛지> 안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넛지>는 우리 사회에 '은근하게 통제된' 방법론을 제시한 부정정인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도 든다.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이 악의를 가지고 책을 저술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들은 책에서 넛지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충분히 경고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넛지>의 부정적인 영향은 책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포스(Force)의 어두운 측면'에 빠져 '다스 베이더(Darth Vader)'가 되버린 이들의 문제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사람이 문제라는 것은 여러 곳에 해당되는 말인듯하다.

 

 '넛지를 가하는 사람들의 무능력과 이기적인 거래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넛지를 가하는 사람들이 무능력하다면, 그들은 사람들의 선택을 좋은 방향이 아닌 해로운 방향으로 이끌수도 있다. 그리고 이기적인 거래를 할 위험이 높다면, 넛지를 가하려는 시도를 경계하는 것이 옳다.'(p364)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학생들 역시 "정황 또는 맥락(context)"의 사소한 변화만으로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한 영향력은 더 나은 쪽으로도 혹은 더 나쁜쪽으로도 행사될 수 있는 것이었다.'(p14)


 지난 2010년 <넛지>를 읽고 거의 7년 만에 다시 <넛지>를 펼쳐들었다. 오랫만에 <넛지>를 읽으면서 선의(善意)를 가지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좋은 내용이 선민사상(選民思想)과 무능력(無能力)을 만났을 때, 얼마나 처참한 결과를 낳게 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넛지에 4번째 의미를 추가하면서 이번 리뷰를 마친다.

 

넛지 4. 권력 유지를 위한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개입 (by MB & GH)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5-27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27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27 1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론을 조종하려는 503번 정부의 가장 대표적인 ‘노골적인 개입’이 박사모입니다. 요즘은 잠잠하던데, 아직 몰라요. 절치부심하고 있을 겁니다. 벌써부터 문통령 탄핵하자는 소리까지 나왔으니까요.

겨울호랑이 2017-05-27 19:46   좋아요 2 | URL
세상이 바뀌는 것보다 사람이 바뀌는 것이 어렵군요... 시간이 흐르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AgalmA 2017-05-28 21: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부드러운 개입에는 젬병이라 you도 가능하다면 me도 가능~ 다같이 자유방임하자! 스타일인지도ㅎ;
자유주의적 개입과 선택설계자 같은 이론은 광고 전략으로 자주 쓰죠. 그래서 알게 모르게 우리는 지름신 강령을 받고ㅎ;

겨울호랑이 2017-05-28 21:42   좋아요 2 | URL
^^: AgalmA님은 아담 스미스의 뒤를 잇는 고전학파시군요! 말씀하신 대로 마케팅 전략으로 ‘넛지‘가 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인간 심리를 활용한 전략에 넘어가지 않기가 어렵네요...가까운 예로 알라딘 사은품도 아주 좋은 넛지인듯 합니다..ㅋ

나와같다면 2017-05-28 21: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넛지는 악의적으로 활용되어선 안되고, 선한 방향으로 잘 활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급하신 것처럼 특히 권력 유지를 위해 노골적으로 사용되기도 하니까요..

겨울호랑이 2017-05-28 21:44   좋아요 2 | URL
나와 같다면님 말씀처럼 ‘공공의 이익‘을 빙자한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넛지‘가 악용되고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할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공공선임을 알아야할텐데요...

2017-05-29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30 0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7-10-10 0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Richard H.Thaler 교수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경제학에서 인간의 심리를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아름다운 일인지 다시 생각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10-10 04:36   좋아요 1 | URL
^^: 나와같다면님 말씀처럼 수리, 계량경제학보다 심리학이 접목되면서 경제학이 보다 인간적인 학문이 된 것 같습니다. 저도 같이 축하드립니다^^: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 분배의 원리가 중심이 되는 정치경제학을 위하여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75
데이비드 리카도 지음, 권기철 옮김 / 책세상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On The 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 and Taxation>은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 1772 ~ 1823)가 저술한 경제학 서적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요 개념은 가치론(노동 가치론), 분배 이론(차액 지대 이론), 비교 우위 이론(비교 생산비 이론)이다. 리카도는 고전학파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이며,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에서는 몇몇 고전학파 경제학의 가정을 사용하여 그의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 사용되는 기본 가정은 모든 재화의 가격은 하나의 가격을 가진다는 '일물일가(一物一價)'법칙, 무한한 노동 공급, 자본의 신속한 시장 진입, 한계생산 체감의 법칙(수확 체감의 법칙)등이다. 이러한 가정을 바탕으로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를 살펴보자. 


1. 상품의 가치 : 노동 가치론 


리카도에 의하면 물건의 가치는 노동에 대한 보수가 아니라 노동량(노동시간)에 의해 측정될 수 있다. 다만, 노동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숙련도와 노동 강도가 상이한 특징을 가지며,(노동의 질(質)적 차이) 상품의 가치는 화폐로 측정된 개념이 아닌 상대적 노동량(교환 비율)에 의해 결정된다.


"노동은 최고의 가격-모든 사물의 대가로 지불되는 최초의 구매 대금이다.... 대개 이틀 또는 두 시간 만에 생산되는 것은 대개 하루 또는 한 시간의 노동으로 생산되는 것보다 두 배의 가치를 지녀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p25)


"다양한 노동의 질을 고려한 [노동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시장에서 모든 실제적 목적에 맞게 충분히 정확하게 조정되며, 그것은 노동자의 상대적 숙련과 수행되는 노동의 강도에 따라 결정된다. 그 척도는 일단 형성되면 잘 변동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p33)


"또 지적할 필요가 있는 것은, 내가 한 상품에 1,000파운드 어치에 해당하는 노동이 투하되었고 다른 상품에는 2,000파운드어치의 노동력이 투하되었기 때문에 앞의 것은 1,000파운드, 뒤의 것은 2,000파운드의 가치를 지닐 것이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 그 둘의 가치는 서로에 대해 2 대 1이 될 것이고 그 비율로 교환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들의 상대 가치가 그 생산에 투하된 상대적 노동량에 지배될 것이라는 것을 확인할 뿐이다.'(p61)


2. 자본가의 자본(資本) 투입 대가 : 이윤(利潤)


자본가들은 자신들의 자본 투입 대가로 지급받는 것이 이윤이다. 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노동의 가치'이며, 이 노동의 가치는 노동자의 직접노동뿐 아니라, 자본가들이 투입한 자본 역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투입되는 자본 양의 차이는 '노동의 양' 차이를 가져오게 되고, 그 결과 일시적으로 일반적으로 받는 수준(정상이윤)보다 높은 초과이윤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지만, 초과이윤은 '즉각적인' 다른 자본의 투입을 불러오게 되고 그 결과 자본가들이 받는 이윤의 수준은 정상이윤 수준에서 균형에 머무른다.


"두 사업이 동일한 양의 자본을 고용하더라도, 자본은 고정자본과 유동자본의 비율 면에서 아주 다르게 분할될 수 있다(p44)...그러면 여기서 자본가들은 그 상품의 생산에 1년간 정확히 같은 양의 노동을 고용하지만, 각자가 고용하는 고정자본의 양, 즉 축적된 노동의 양이 달라짐으로써 그들이 생산하는 재화의 가치가 달라진다."(p48)


"이윤의 하락이 없이는 노동 가치의 상승은 있을 수 없다. 곡물이 영농자와 노동자 사이에 분할될 경우, 노동자가 받는 비율이 클수록 영농자에게 남는 비율이 작아질 것이다."(p48)


"상품을 생산하는데  투입된 자본에 대한 높은 이윤은 자연스럽게 그 부분에 자본을 끌어들일 것이다. 그리하여 필요한 기금이 공급되고 상품의 양이 적절히 증가하자마자 상품의 가격은 떨어지고 그 부문의 이윤은 일반적인 수준과 일치하게 될 것이다...자본이 한 부문에서 다른 부문으로 이동하는 것은, 바로 이 이윤의 불균등성을 통해서이다."(p128)


3. 지주의 토지 투입 대가 : 지대(地代), 차액 지대 이론


노동의 대가로 지급되는 것이 임금(賃金), 자본의 대가로 지급되는 것을 이윤(利潤 )이라고 한다면, 생산에 사용되는 토지의 대가가 지대(地代)다. 일반적으로 토지는 대가가 지급되지 않으나, 생산이 증가하여 기존에 사용되지 않던 토지가 개발된다면 비로소 지대가 발생하게 된다. 임금과 이윤은 생산에 필요한 토지가 충분히 공급되는 동안에도 발생하지만, 지대는 다른 두 생산요소와는 달리 낮은 비옥도의 토지가 생산에 투입되었을 때 발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대는 대지의 생산물 중에서 토양의 원천적이고 파괴될 수 없는 능력을 사용하는 데에 대해 지주에게 지불되는 몫이다.(p69)... 공급과 수요의 일반적인 원리에 따르면 아직 점유되지 않은 토지에 대해서는 지대가 지불될 수 없을 것이다....토지의 사용에 대해 지대가 조금이라도 지불되는 것은 토지가 양적으로 무한하지 않고 질적으로 균일하지 않기 때문이며, 인구가 증가하면서 질이 열등한 토지 또는 위치상의 이점이 적은 토지가 경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p72)


"사회가 발전하면서 2급 비옥도의 토지가 경작되면 1급 질의 토지에서 지대가 즉시 발생하며, 이 지대의 크기는 이 두 종류의 토지의 질적 차이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p72)


"모든 경우에 동일 금액 720파운드는 임금과 이윤으로 분할되어야 한다는 것도 이해될 것이다. 토지에서 나온 농산물의 가치가 이 가치를 초과한다면, 그것은 그 액수가 얼마이든지 관계없이 지대로 귀속된다. 초과된 것이 없다면 지대도 없을 것이다."(p122)


"가격을 규제하는 토지 양을 경작하는 영농자도, 재화를 제조하는 제조업자도 지대를 위해서는 생산물의 어떤 일부도 희생하지 않는다. 그들의 상품의 전 가치는 오직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자재의 이윤, 다른 하나는 노동의 임금이다."(p117)


4. 생산물의 가치 배분 : 차액 지대 이론


일반적으로 동일한 토지에서 동일한 자본을 투입하지 않는 경우에는 생산물의 가치는 노동자의 임금으로 귀속(歸屬)될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자본투입비율과 한계토지의 발생으로 인해 생산물의 가치는 임금, 이윤, 지대로 나뉠 수 있게 된다.(해제 p199참조) 이러한 생산물 가치 배분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화폐단위로 측정되는 '명목임금'이 아닌 재화로 표시되는 '실질임금'이기 때문이다.


리카도의 분배이론을 간단히 설명하면, 비옥도가 낮은 토지(2등급 토지) 사용에 따라 추가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실질임금)은 생산물의 가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전체 생산물의 가치가 상승한다.(일물일가법칙) 생산물의 가치 상승에 따라 노동자의 실질임금도 상승하지만, '리카도의 근본정리'(임금의 상승은 언제나 이윤을 낮출 것이다)에 따라 이윤의 몫은 낮아지고, 기존 사용 토지 사용분에 대한 지대가 발생한다. 결국 생산물의 가치는 임금, 이윤, 지대로 나뉠 수 있다는 것이 리카도의 분배이론이다.


5. 외국과의 무역 : 비교생산비이론


리카도는 사회의 발전정도에 따라 노동의 자연 가격이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이러한 차이는 각국의 생산물 가치 차이를 발생시킨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각국은 사회 발전 정도에 따라 절대적 우위를 가지기도 하고, 절대적 열위를 가지기도 한다.


"노동에도 자연 가격과 시장 가격이 있다. 노동의 자연 가격은 대개, 노동자들이 생존하고 자신들의 씨족을 늘리거나 줄이지 않고 존속시키는 데 필요한 가격이다... 노동의 자연 가격은 임금으로 받는 화폐량(量)이 아니라, 화폐로 구입하게 될 식량, 필수품의 양에 달려있다."(p97)


"노동의 자연 가격은, 심지어 식량과 필수품만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도 절대적으로 고정되어 불변이라고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사회의 진보와 함께 제조품(의 가치)이 언제나 하락하고 농산물(의 가치)은 언제나 상승하는 데서 그 상대 가치의 불비례가 상당히 생겨나기 때문에, 부국(富國)에서는 노동자가 식량 중 아주 적은 양만을 희생하고도 다른 모든 욕구를 풍부하게 충족시킬 수 있다."(p101)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본가들의 이윤은 사회 발전에 따라 낮아지게 된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의 자본가들은 무역을 통해 자신의 이윤을 확대시킬 목적이 생기게 되고 그에 따라 무역이 발생한다는 것이 리카도의 관점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이윤율은 임금의 하락이 아니고는 결코 높아질 수 없으며, 임금으로 구입되는 필수품의 가격이 하락할 때 외에는 임금의 영구적 하락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므로 만약 외국무역의 확대 또는 기계의 개량을 통해 노동자의 식량과 필수품이 하락한 가격으로 시장에 출시될 수 있다면 이윤은 상승할 것이다."(p146)


"그리하여 외국무역이 소득 지출 대상의 양과 종류를 늘려주고 상품의 풍부함과 저렴함으로 저축과 자본 축적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한 나라에 매우 유익하긴 하지만, 외국무역은 수입되는 상품들이 노동의 임금으로 구매되는 그런 종류가 아닌 한, 자재의 이윤을 증가시키는 경향을 띠지 않는다."(p14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에서 리카도는 가치론(노동 가치론), 분배 이론(차액 지대 이론), 비교 우위 이론(비교 생산비 이론) 등을 언급하고 있다. 그의 이론은 후대의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 1818 ~ 1883)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자본론 (Das Kapital>을 들어가기전 읽으면 좋을 듯하다. 


리카도의 경제학은 200년 전의 이론이기 때문에 현재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려운 점이 많다. 일례로 지주의 '지대'는 리카도 당대에는 중요한 생산요소였으나, 현재 '지대'는 당시만큼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품의 가치'를 '인간'의 측면에서 평가한 리카도의 관점은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간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PS. 책세상에서 출판된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는 중요한 몇몇 장(章)에 대한 번역이다. 90년대 비봉출판사에서 전체 완역하였으나, 현재 절판된 상태다. 다행히 2017년 내 재출간 예정이라고 하니 리카도의 경제학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기대하셔도 좋을 듯하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다이제스터 2017-03-21 2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윤이 자본에서 생긴다는 이론이 유일하다고 배우고 믿었는데요. 심지어 이윤 창출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던적 있습니다.
아직 공부가 짧아 잘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을수도 있단 사상들 보고 요즘 많이 놀라고 있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3-22 06:29   좋아요 0 | URL
현재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상이 불과 백년전의 우리 삶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경제학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학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 공부도 참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2017-03-22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22 0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케인즈 & 하이에크 : 시장경제를 위한 진실게임 지식인마을 27
박종현 지음 / 김영사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용, 이자 그리고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1936)으로 일반에게 잘 알려진 케인즈와 최근 많이 인용되고 있는 신(新)자유주의(neo liberalism)를 주장한 하이에크에 대한 입문서다.


<케인즈&하이에크>는 케인즈학파의 사상과 신자유주의에 대해 입문 수준에서 정리한 책이다. 다만, 입문 수준에서 화폐시장, 노동시장, 실물경제의 거시문제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하려다보니 처음 경제학을 접하는 사람은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 역시 든다.  개인적으로는 <경제학원론>책을 일독한 후 읽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보통 책의 리뷰를 쓸 때 내용 요약을 먼저 하는 편이지만 이번 리뷰에서는 좋은 동영상 소개로 대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케인즈&하이에크>의 사상에 대해 재미있게 정리한 동영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은 후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경제상황에 비추어 케인즈와 하이에크 경제철학을 생각해보게 된다.


2007년 금융 위기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현재도 위기 상황에서 그렇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양적 완화(QE), 트위스트 오퍼레이션(Twist Operation), 마이너스 금리 등 이제껏 들어보지도 못했던 여러 금융정책의 실행과 전통적인 재정지출의 확대 등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는 나아지지 못했다. 


케인즈가 말하는 공황에서 벗어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는 재정지출 확대다.

세계 각국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고자했다. 그래서, 초기에는 막대한 돈을 지출하였고, 재정지출이 한계에 다다르자 중앙은행에서 돈을 찍어낸 후 바로 이 돈으로 정부채권을 사는  편법까지 구사한다. 이처럼 억지로 이자율을 낮은 상태에 묶어두는 인위적인 제약을 가하지만 아직도 세계경제는 불안하다.


그렇다면, 하이에크가 말한 신자유주의가 답이 될 수 있을까.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두자는 신자유주의의 결과에 대해 우리는 이미 1980년대 미국 레이건과 영국 대처정부, 그리고 우리나라 MB정부와 박근혜정부의 경제성적표를 통해 알고 있다. 신자유주의 채택의 결과가 빈부격차 확대, 고용불안정 등의 상황으로 연계되었기에 이 역시 우리의 답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30년동안 지속되어온 경제적 상황 악화의 주범이 신자유주의이기도 하기 때문에 하이에크 역시 답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답은 없는 것일까? 


우리가 처한 어려움을 해결하기에 케인즈와 하이에크의 처방은 적절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입문서만 읽고서 판단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보다 더 깊은 경제학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립간 2016-12-15 2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생각하는 답은 ‘자발적 가난‘입니다.

겨울호랑이 2016-12-15 20:32   좋아요 1 | URL
마립간님 말씀처럼 경제철학의 변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적극적 변환이 아니라면 수동적으로 끌려가거나 혁명등으로 기존 질서의 붕괴는 피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드네요..

북다이제스터 2016-12-15 20:37   좋아요 1 | URL
마립간님 말씀에 저도 동의합니다.
‘행복한 자발적 가난‘입니다. ^^

겨울호랑이 2016-12-15 20:47   좋아요 1 | URL
마립간님과 북다이제스터님의 말씀에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 자발적으로 ‘가난‘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네요.. 가난을 선택하는 대신 내가 포기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또 어느 정도의 가난을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지 등등 생각할 부분이 많네요^^: 좋은 화두 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2016-12-15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15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2-16 1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대학생 때 케인스와 하이에크를 소개한 다큐를 본 적이 있어요. 두 사람의 사상을 힙합으로 소개한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

겨울호랑이 2016-12-16 16:20   좋아요 0 | URL
네 아마도 EBS에서 나왔던 ‘자본주의 관련 다큐였던 것 같네요. 저도 그 다큐가 그들의 사상을 잘 요약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회 개혁이냐 혁명이냐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5
로자 룩셈부르크 지음, 송병헌 외 옮김 / 책세상 / 200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회 개혁이냐, 혁명이냐>는 사회주의 경제학자인 로자 룩셈부르크가 1898년부터 1899년까지 '라이프치히 인민신문'에 기고한 글을 모은 저술이다. 베른슈타인의 마르크스 수정주의 관점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베른슈타인은 <사회주의의 전제와 사회민주주의의 과제>(1899)에서 사회 개량을 통한 사회주의의 도입을 주장한다. 이 책에서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라 자본주의의 전면적 붕괴는 점점 불가능한 일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신용 체제와 기업과 조직의 발전, 그리고 광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정보 서비스의 발전을 들고 있다. (p20) 또한,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중산계층으로 많은 이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전면적인 붕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논리를 편다. 결국, 베른슈타인의 사회주의 운동은 체제 내의 개혁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로자 룩셈부르크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자본주의 자체가 근본적으로 모순과 위기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정치권력의 장악을 통한 혁명만이 새로운 사회로의 길을 제시한다는 주장이다. 본문에서 로자는 베른슈타인 비판을 위해 경제적 관점, 정치적 구상, 사회주의 전망 등을 비판하기 위해 상세한 사회주의 이론을 제시한다. 책의 해제에서 로자를 '마르크스주의적 반(反)레닌주의'의 선구자로 규정하는 것(p125)을 통해 그녀의 사상적 위치에 대해 가늠해 볼 수 있다. <사회 개혁이냐, 혁명이냐> 본문에는 생산, 국제무역, 노동조합 등 경제 여러 분야에 대한 로자의 반론이 제시되어 있어, 그녀의 경제관(經濟觀)을 크게 조망할 수 있다. 


본문 해제에 수록된 내용이 룩셈부르크의 반론을 잘 요약하고 있어 이를 옮겨 본다.


룩셈부르크에 따르면 '사회주의로의 점진적 성장'이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사회의 생산관계는 결코 위기 요소를 약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하기 때문이다. 룩셈부르크는 베른슈타인이 자본주의의 '적응 수단'이라 규정한 현상들 - 카르텔, 신용 체계,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달, 노동자 계급의 지위 상승-이 결코 자본주의의 위기를 완화시킬 수 없다고 파악한다... 노동조합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왜냐하면 자본주의의 발전의 결과 격화된 자본 간의 경쟁은 노동자에게 더 큰 어려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정치적-법적 관계는 자본주의 사회와 사회주의 사회 사이에 더 높은 벽을 세우고 있다. 따라서 혁명, 즉 정치권력을 장악하는 것은 필수적이다.(p133)


결국, 이 책은 사회개혁을 주장한 베른슈타인에 대한 혁명의 필요성을 역설한 로자의 반론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90년대 동구권 공산주의 국가 붕괴 이후 공산혁명을 지나간 시대의 유물로 여겨지는 2010년대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시대를 살고 있다.  로자의 '혁명론(革命論)'은 과격하게 비춰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당시 1910년대에 이미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지난 100년의 시간동안 우리는 문제를 치유해 온 것이 아니라, 덮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문제의 표출이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표출된 것이라 생각된다. 종편으로 대표되는 언론권력문제, 정규직-비정규직 문제, 소득 양극화 문제, 계층간 대립 문제, 사회적 기업의 대두 등 이미 1910년대에 논의되었던 많은 문제가 이름만 바뀌어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아마도, 이러한 사회문제에 대해 우리가 적절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음 진도를 나가기 어려울 것이고 더이상 미루지 않고 우리는 이번 기회에 이러한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해결을 해야한다. 그런 측면에서 로자의 주장이 우리에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 (2016년 11월 26일) 박근혜 하야 촉구를 위한 제5차 촛불 집회를 맞이하면서, 다음의 구절이 마음에 와닿는다.


"민주주의가 부르주아에게 반(半)은 쓸데없고, 반(半)은 방해물이 되었다고 한다면, 노동자 계급에게는 필수적이며 또 없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가 꼭 필요한 이유는 첫째, 프롤레타리아가 부르주아 사회를 변혁시키는 출발점이면서 원칙적으로 사용하게 될 정치 형태들(자치, 선거권 등)을 민주주의가 창출했기 때문이다. 둘째, 오로지 민주주의에서만,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서만, 민주적인 법의 실행을 통해서만 프롤레타리아는 자기 계급의 이해관계와 역사적 의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p100)"


"자유롭고 제한되지 않은 언론이 없고 제한되지 않은 집회의 권리가 없다면 '인민 대다수의 지배'란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즉 인민에게서 공적 생활을 박탈하고 언론의 자유를 질식시키는 것은 사회주의의 이상에 비추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p146)"


"단지, 정부를 지지하는 자만을 위한 자유, 단지 당원만을 위한 자유는 당원의 수가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전혀 자유가 아니다. 자유는 언제나 그리고 전적으로 다르게 생각하는 자들의 자유다(p147)"


마치, 지금 이 시대의 우리를 보는 듯한 로자의 글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로자의 고민은 우리가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가, 아니면 해결하지 않은 것인가 하는.


PS. 로자 룩셈부르크는 알라딘 이웃분이신 로쟈님의 <로쟈의 인문학 서재> 주인공이 아니며, 국적 또한 룩셈부르크가 아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11-26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6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6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6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경제민주화를 말하다
노엄 촘스키 & 조지프 스티글리츠 외 지음, 바네사 베어드 & 데이비드 랜섬 엮음, 김시경 / 위너스북 / 201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우리 사회 경제분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두 단어를 고르라면, 아마도 '신자유주의(新自由主義, neoliberalism)'와 '경제민주주의(經濟民主主義, Economic democracy)'일 것이다. 이 두 단어는 '진보'와 '보수' 양대 진영에서 관심을 가지는 주제이면서,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아 모호하게 사용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경제민주주의(經濟民主主義, 영어: Economic democracy) 또는 경제민주화(經濟民主化)는 노동자, 소비자, 공급, 하청 업체 등등 폭넓은 대중들을 포함해 공공 이해 관계자와 기업의 관계자들과의 합리적인 의사 결정 능력을 실행하기 위해 제안된 사회-경제적 철학이다. ...경제민주주의가 바라는 이상 사회는 완전한 고용, 그에 상응한 사회 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진 복지 사회이다. ....경제 민주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의 시장 경제 개입은 필수적이며, 경제 조항의 제정도 필수적이다. 또한, 이 경제민주주의에 수렴하는 경제 정책을 이른바 '경제민주화'라고 한다. -출처 : 위키피디아 - 


<경제민주화를 말한다>에서 이야기하는 '경제민주화'는 대한민국에서 말하는 '경제민주화'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대(大)주제는 '지속가능한 경제체제구축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하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한국의 경제민주화는 '대기업(재벌)문제', '가계부채 문제',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문제' , '소득 양극화' 등을 말하며 주로 정치적 이슈가 될만한 사항을 정책 대상으로 삼는다는 인상을 많이 받는다. 이에 반해, 이 책에서 다루는 경제민주화는 '선진국-후진국 등 국가간 소득불균형', '탄소배출권 등을 포함한 환경문제(생태문제)', '조세회피처를 활용하는 글로벌대기업문제' 등을 주제로 하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같다. 이러한 차이는 '경제민주화'를 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된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결과 양산된 소득불균형, 불황등의 문제가 우리에게 제기되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국제문제 VS 국내문제, 경제문제 VS 경제를 포함한 사회문제로 보는 시각차가 우리의 경제민주화와 이 책에서 말하는 경제민주화의 차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이유로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읽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는 맞지 않는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어떤 세계사적 조류(潮流)의 영향을 받는가에 관심있는 독자들에게는 흥미있는 주제를 제시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림 출처 : BBC Weather>


날씨를 알려면 우리나라의 날씨만 봐서는 안된다. 지구적인 흐름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기상흐름을 읽어야 한다. 경제도 마찬가지라 생각하며, 이 책 <경제민주화를 말한다>는 그런 세계적인 흐름과 인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것 같다.


<경제민주화를 말한다>에서는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인류의 경제적 문제에 대해 근원적인 물음을 제기한다. 책이 나온 시점은 2012년으로 한창 미국, 유럽 등지에서 '양적완화(QE : Quantitative easing)'을 통해 화폐를 발행하고, 발행된 화폐로 다시 국채를 구입하면서 주식, 채권 등 자산가격만 폭등하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양적완화로 인한 경제회복에 어느정도 희망을 가졌던 시기였다. 그렇지만, 지금 2016년의 경제상황은 그와 다르다. 지금은 꾸준한 QE정책과 일본과 일부 유럽에서 도입된 마이너스 금리등 무차별적인 경기부양책으로 금융시장은 수치상으로는 2008년 경제위기전으로 회복되었다.(내용적인 면은 논외로 하자) 문제는 금융시장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실물시장은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경제에 대한 전망은 2012년보다 더 어두워졌고, 근본원인을 잘못 진단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 2016년 현상황이다. 


이러한 경제 상황의 변화 때문에 최근 불황의 다른 이유로 제기되고 있는 '세계적인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유효수요의 부족'의 결과와 이에 대한 대책등은 이 책에서 제기되지 않는다. 다만, 소득불균형등의 문제인식만 공유한다는 것이 이 책이 가진 한계라 하겠다. 이 책에서 제기한 문제 해결에 대한 책으로는 다른 책을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면, 토마 피게티의 <21세기 자본>은 이 책에서 제기한 '정의로운 과세 제도 수립', '조세피난처' 등과 관련해서 보다 심화된 분석과 대안을 제시한다. 


이 책의 저자는 다수(多數)다. 그 중 유명한 저자 2인이 노엄 촘스키, 조지프 스티글리츠다. 이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라 설명을 생략하지만, 이 책에서 이들이 언급한 내용은 다른 저자들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아 다소 실망스럽다. 2009년 '행복GDP'를 주장한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 책에서 '시장의 기능'에 대해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촘스키 교수는 한국과 대만의 예를 들며 국가주도적 경제성장 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들 2명의 유명한 저자가 언급한 내용보다, 바네사 베어드(Vanessa Baird)가 "반복되는 위기가 가져온 근원적 물음들"(p111)을 통해 제시한 물음이 경제민주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잘 설명하기에 더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은행, 주택, 일자리, 시장, 돈, 신용, 금융, 경제, 조세, 환경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물음을 제기하며,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 윤택한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와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며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 후 '경제민주화'를 생각한다면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제민주화를 말한다>에 흐르는 전반적인 경제사상은 시장경제적인 면에서는 '케인지안(Keynesian)'적 성격이 강하다. 그런 의미에서 '반(反)세계화' , '반(反)신자유주의'를 색채를 가진다. 케인지안의 원조격인 '케인즈'와 '신자유주의'의 사상적 원류인 오스트리아학파를 대표하는 '하이에크' 사상을 비교해본다면, 우리를 둘러싼 경제정책을 보다 잘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다음에 읽을 책은 지식인 마을의 <케인즈와 하이에크>로 골랐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10-21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1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1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1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1 1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1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마천 2016-10-22 1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도전입니다. 케인즈와 하이에크, 이 책도 좋지만 다음 독서 리뷰도 기대가 됩니다.
불황에 대해서 이야기해본다면, 미국의 주택버블에 의한 과잉소비가 중국의 과잉투자를 가져왔고 거기에 물려들어간 한국의 조선,해운,철강 산업이 지금 역풍을 맞이하는 꼴로 보입니다.
인구 감소 이상으로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부분 같습니다.
열공하시고 또 결과 나눠주시니 항상 감사드립니다 ^^

겨울호랑이 2016-10-22 13:24   좋아요 1 | URL
사마천님 말씀처럼 2011년 당시 우리나라의 유망업종이었던 철강, 석유화학, 조선, LCD등이 중국특수에만 의존해서 흥청거리는 동안 강력한 경쟁자로 변모한 중국제조업의 과잉생산으로 불황이 야기된 면이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공부해야겠지요.^^
사마천님 항상 격려해주시고 좋은 의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토요일 오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