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자유
밀턴 프리드먼 지음, 심준보 외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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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주의 철학의 핵심은 개인의 존엄성을 믿는 것이다. 나아가 자기와 마찬가지로 행동할 다른 사람의 자유에 간섭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스스로 판단한 바에 따라 각자의 능력과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를 믿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는 사람들의 동등성에 대한 믿음을,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불균등성에 대한 믿음을 의미한다. 각자는 자유에 대해 평등할 권리를 가진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302


 밀턴 프리드먼 (Milton Friedman, 1912 ~ 2006)의  <자본주의와 자유 Capitalism and Freedom>는 최소 정부를 지향하는 시카고 학파의 사상, 이른바 신자유주의(新自由主義, Neo-Liberalism)의 핵심이 잘 드러난 책이다. 프리드먼이 강조하는 '자유(自由, freedom)'은 무엇으로부터의 자유(free from)인가? 그것은 정부의 제약으로부터 제약이며, 본문에서는 하이에크(Friedrich Augustvon Hayek, 1899 ~ 1992)의 '노예 serfdom'로도 설명된다.


 자유주의자는 근본적으로 집중된 권력을 두려워한다. 그의 목표는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개개인에게 따로따로 보장해주는 것이다. 그들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권력이 분산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자유주의자는 시장이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정부에 부여하는 것에 회의적이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82


 프리드먼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조정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개인의 존엄성에 기반하여 시장 구성원이 각자 자신의 이익에 충실했을 때 시장은 분업과 전문화를 통해 효율적으로 작동하며 효과적으로 최대의 생산물을 산출해낼 수 있다는 것이 프리드먼이 강조하는 바다. 시장의 원리에 의해 완벽하게 조정될 수 있는 세상. 여기에 정부가 자리할 곳은 없다. 


 외부효과라는 이름으로 다뤄온 것들과 같은 고려사항들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정부 개입을 합리하는 데 이용돼왔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러한 합리화는 외부효과라는 개념을 정당하게 적용한 것이라기보다는 불리한 내용은 뒤로 빼놓고 유리한 내용만을 내세워 사람들을 오도하는 것이다. 외부효과는 일장일단이 있다. 그것은 정부의 활동영역을 확장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고,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외부효과가 어느 정도로 큰 규모라야 이를 극복하는데 드는 특정한 비용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한지도 알기 어렵거니와, 그 비용을 적절한 방식으로 분산하기란 훨씬 더 어렵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71


 기업독점에 관하여 가장 중요한 사실은 경제 전체적 관점에서 볼 때 그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이다(p198) ... 정부운영 혹은 정부 감독 부문은 지난 반세기 동안 급격히 성장해왔다. 반면 민간 부문에서는 독점의 범위가 증가하는 경향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감소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199


 프리드먼은 실물경제에서 시장의 실패 - 기술독점과 외부효과 등 -를 보완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도 불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화폐시장에서 정부지출의 효과 - 승수효과(乘數效果, fiscal multiplier)도 불확실하기에 정부개입은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해석하며 케인즈(John Maynard Keynes, 1883 ~ 1946)와 대립각을 세우고,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저자는 이러한 '최소정부'에 기반해서 사회 전반의 문제를 논평한다.


 정부 지출의 증가는 화폐소득을 증가시킬지는 모르지만, 이러한 증가는 전부 정부 지출에 의해 흡수되어버린다. 민간 지출은 불변이다. 그 과정에서 가격은 상승하거나 적어도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하여 덜 하락할 것이기 때문에, 그 효과는 민간 지출의 실질액을 오히려 줄어들게 한다. 마찬가지로 정부 지출의 감소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논리들이 성립한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144

 기본적으로 프리드먼의 논의는 다음과 같이 균형(equilibrium)에서 출발한다. 수요와 공급이 완전하게 일치한 완전한 시장. 자유롭게 시장에 참여해서 가격과 수량이 결정되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이상의 세계. 그곳은 유토피아(utopia)다.


 미국이 대체로 국제수지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가정하고...(p114)


 그렇지만, 과연 현실의 경제문제가 그렇게 결정되는 것일까. 프리드먼이 말한 시장의 원리가 모든 곳에 적용될 수 있을까. 이윤이 나지 않는, 그렇지만 반드시 필요한 공공재가 거래되는 시장(시외버스, 마을버스)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참가자가 있을까? 또는, 반도체 가격이 폭등했다고 해서 바로 반도체 생산에 뛰어들 기술장벽 없는 시장이 오늘날에는 얼마나 될 것인가? 또한, 정부의 독점과 노동조합이라는 카르텔에는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기업의 독점과 카르텔에는 한없이 너그러운 프리드먼의 논리는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사적 담합이나 카르텔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담합 등은 일반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얻을 수 없다면 불안정하고, 오래 지속될 수도 없다. 카르텔의 결성으로 인하여 가격이 인상되면 제3자는 그 산업에 신규 진입함으로써 이익을 볼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높은 가격은 참여자들이 그 가격으로 팔고자 하는 수준 이하로 판매량을 제한함으로써만 기능하게 되므로 각 참여자들 개별적으로는 판매량을 늘리기 위하여 가격을 낮추고자 하는 유인을 가지게 된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212


 만약에 노종조합이 특정 직업이나 산업의 임금을 인상하면, 그 직업과 산업에서의 고용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는 가격이 높으면 수요가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경우 더 많은 사람이 다른 직업을 찾게 되고, 이는 다시 그 직업의 임금 수준을 낮추게 된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노동력의 사용을 왜곡함으로써 일반 대중들뿐만 아니라, 노동자들 전체에 대해서도 피해를 주었다. 노동조합은 또한 가장 불리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의 고용기회를 줄임으로써 노동자 계급의 수입을 더욱 불평등하게 만들어왔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202


 개인적으로 신자유주의 이론을 담고 있는 <자본주의와 자유>의 논지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자격증과 같은 진입장벽을 부정하는 프리드먼의 논지 안에서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저자는 케인즈의 승수이론을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이론이라 비판한다. 그의 비판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정부의 투자 지출이 늘어나더라도,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결국 민간투자만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같은 논지로 그의 자유주의를 비판하게 된다. 완벽한 자유주의가 사회 구석구석까지 마치 인간의 모세혈관처럼 미칠 수 있다면, 그의 이론처럼 될 수 있겠지만 실제적으로 시장은 그런 곳이 아니다. 이윤이 생기지 않는 곳에서는 한계인간들만이 시장에 참여할 곳이고, 승자들의 논리가 적용되는 게임의 법칙을 적용한다면 그들은 살아남지 못한다. 결국 사회의 손끝과 발끝부터 모세혈관은 죽어가고 대동맥만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살아 남는다면, 몸통만 남은 절반의 사회가 되지 않을까. 프리드먼의 자유주의 한계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경제문제의 출발은 균형점이 아니라, 개선해야 할 불균형점에서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의과대학의 입학허가를, 그리고 나중에는 의사면허를 통제하는 것은 그 직업에 대한 진입을 이중으로 제한한다. 더욱 노골적인 통제는 많은 수의 지원자들을 단순하게 탈락시켜버리는 것이다. 이보다는 덜 노골적이지만 아마도 훨씬 더 중요한 또 다른 통제는, 입학허가와 면허발급의 기준을 강화시켜 젊은이들로 하여금 의과대학에 입학하려는 노력을 아예 포기하도록 만드는 방법일 것이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238 


 시간에 따른 변화를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발전이 이루어짐에 따라 급격히 불평등이 감소하고 있다. _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 , p264

자유는 개인이 자유를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의 문제를 내포하는 개념이 아니며, 매사를 포괄하는 윤리도 아니다. 실로 자유주의자의 주된 목적은 윤리적 문제를 개인이 해결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그리고 ‘진실로‘ 중요한 문제는 자유사회에서 개인이 직면하는 문제들, 이를테면 자유를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와 같은 문제다. 그러므로 자유주의자는 두 가지의 가치를 강조한다. 하나는 사람들 간의 관계에 관련된 가치로서, 자유주의자는 바로 이 맥락에서 자유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개인이 스스로 자유를 행사하는 과정과 관련된 가치로서, 이는 개인윤리와 철학의 영역이다. - P41

우리는 우리 이외의 세상사람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자유를 신봉하며 그것을 실천하려 합니다. 누구도 당신들에게 자유를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당신들의 문제일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에게 동등한 조건으로 당신들에게 전폭적인 협력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우리 시장은 당신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여기서 당신들이 팔 수 있고, 팔고 싶은 것들을 파십니오. 그 수익을 이용하여 당신들이 원하는 것을 사십시오. - P130

차별을 정의하고 해석하는 데는 심각한 문제점들이 있다. 누군가를 차별하는 사람은 그 차별에 대한 대가를 치른다. 말하자면 그는 스스로 차별을 하나의 ‘상품‘으로 보아 이를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차별이란 말에 자신이 공감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의 ‘기호‘ 이상의 의미를 찾아내기는 어렵다. - P182

정부가 만들어낸 일종의 독점으로서 이제까지 논의했던 것들과는 원리상 전혀 다른 것이 있는데, 발명자들에게 부여하는 특허권과 저작자들에게 부여하는 저작권이 그것이다. 이들은 모두 재산권을 구성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에 여태껏 논의한 독점들과는 다르다... 특허권과 저작권의 경우, 한눈에 보아도 재산권으로 인정해주어야 할 강력한 근거가 분명히 있다. - P206

기업에 자선 목적의 기부를 허용하고, 소득세 공제를 허용하는 현재의 정책방향은 소유와 통제를 실제로 분리시키고 우리 사회의 기본 성격과 본질을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내딛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주의적인 사회에서 한 걸음 더 멀어져서 법인형 국가 corporate state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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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3-04-25 07: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윤탱이 읽고 감명 받었다는 저자네요. ㅎㅎ 저는 요즘 돌아가는 판세 보면 경제학자들의 조언이 과연 맞나 싶습니다. 제조업체들 다 외국으로 보내던 미국이 다시 자기 나라에 유치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부의 경제 가치관이 중요하긴 하구나 싶습니다. 저의 경제를 발가 벗겨 먹으려는 미국이 요즘처럼 싫은 적 없었던 것 같아요. 아니 윤탱은 그렇게 밀턴 프리드먼 좋아하면 프리드먼처럼 의대정원 자유화 하면 되겠네요. 프리드먼도 이런 건 좋네요!!

겨울호랑이 2023-04-25 08:20   좋아요 3 | URL
네, 대통령 후보 시절 자신의 경제철학(?)이 밀턴 프리드먼에 기반했다고 공공연하게 말했었습니다. 정말 그렇게 시장자유화를 강조하면서 미분양아파트를 정부가 사들이거나, 외환시장의 환율방어를 위한 개입은 왜 하는 것이며, 이와 반대로 쌀 수매에는 왜 시장자유를 외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원할 때는 상대를 공산세력으로 규정하고 반공을 외치며, 자신이 원하지 않을 때는 자유를 강조하며 두 손 놓고, 강자에게 한없이 굴종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노예의 길‘로 잘도 끌고 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네요...
 
자유로서의 발전
아마티아 센 지음, 김원기 옮김, 유종일 감수.해제 / 갈라파고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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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생경제학에 대한 센의 가장 독특한 공헌은 평가의 기준으로서 효용, 소득 또는 상품 등을 넘어서서 건강이나 수명, 교육수준, 정치적 자유 등 다양한 정보를 활용할 것을 주장하고 그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것이다. 센은 개인의 역량 capability이 평가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역량이란 한 개인이 달성할 수 있는 기능 functioning들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라고 정의된다. _ 아마티아 센, <자유로서의 발전> , p8/264

아마르티아 센 (Amartya Sen, 1933 ~ )의 <자유로서의 발전 Development As Freedom>을 읽기 전 먼저 두 개념을 정의할 필요가 있다. 자유(Freedon)와 발전(Development). 그리고, 개념 정의보다 앞서 숨겨진 주어와 시점에 대한 공감이 선행되어야 저자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다. '누구의,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자유와 발전인가. 저자인 센은 <자유로서의 발전>에서 국가 단위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과거-현재-미래를 논한다. 그렇지만, 자유를 '기업'을 주체로, '회계년도'를 시간적 범위로 한정한다면, 하이에크(Friedrich Hayek, 1899 ~ 1992)의 <노예의 길 The Road to Serfdom>의 다른 제목이 되어도 어색하지 않다.

자유들은 발전의 기본적 목표일 뿐만 아니라 주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자유의 평가적 중요성을 기본적으로 인식하는 것과 함께 우리는 여러 종류의 자유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실증적 연관관계도 이해해야만 한다. 정치적 자유는 (언론의 자유와 선거라는 형태로) 경제적 안정을 가져오는 데 도움이 된다. 사회적 기회는 (교육과 의료 시설의 형태로) 경제적 참여를 용이하게 해준다. 경제적 용이성은 (교역과 생산에 참여할 기회의 형태로) 개인적 부유함뿐만 아니라 사회시설을 위한 공적자원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서로 다른 종류의 자유들은 서로를 강화시킬 수 있다. _ 아마티아 센, <자유로서의 발전> , p27/264

센은 <자유로서의 발전>에서 자유를 '선택'의 자유로 정의한다. 기근은 '먹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단식은 '먹지 않는 선택'이다. 센에게 자유는 이러한 선택의 기회 확대를 의미한다. 그리고, 발전은 현재에서 미래로 향하는 기회의 확대를 의미한다. 센은 파레토 최적(Pareto Optimum)과 현실태(現實態)를 말하는 대신, 가능태(可能態)에 집중한다.

발전이란 우리가 영위하는 삶과 우리가 향유하는 자유를 증진시키는 것과 관련되어야만 한다.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자유의 확장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며 장애를 줄일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는 한편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끼침으로써 우리가 더 완전한 사회적 인간이 되도록 한다. _ 아마티아 센, <자유로서의 발전> , p31/264

이를 위해서는 민주주의 체제를 통한 정치적인 합의점 도출이 우선되어야 하고, 합의점에 달성하고자 하는 교육, 보건 등의 분야에 대한 사회적 투자는 경제적으로 늘어난 기회를 제공하며, 이러한 선순환 구조 속에서 '자유는 발전'할 수 있다. 이런 논지에서 본다면, 센의 민주주의는 '자유'를 유지/발전하는 필요충분한 조건을 갖춘 제도라 할 수 있다. 제목만으로 본다면 자칫 신자유주의 책으로 비춰질 수 있는 <자유로서의 발전>이지만, 이러한 센의 개념을 잡고 들어간다면, 인류 전체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경제철학자 센의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불만을 가질 이유가 있다면, 대부분의 경제학에서 불평등을 매우 좁은 영역, 즉 소득 불평등만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겼다는 사실에 있다. 이러한 협소한 시각은 불평등과 평등을 바라보는 다른 관점들을 간과하는 효과를 가져왔으며, 경제정책의 형성에 더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정책 논쟁은 소득 빈곤과 소득 불평등을 강조함으로써 왜곡되었고, 실업이나 건강, 교육의 부족, 사회적 배제 같은 다른 변수와 관련된 박탈을 무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_ 아마티아 센, <자유로서의 발전> , p92/264

기근이란 정부가 막고자 한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고, 선거와 자유 언론이 존재하는 복수정당제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부는 기근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할 강력한 정치적 인센티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민주적 장치의 형태로 정치적 자유가 경제적 자유(특히 심각한 기아로부터 벗어날 자유)와 생존의 자유(기근으로 인한 사망을 피할)를 보장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_ 아마티아 센, <자유로서의 발전> , p45/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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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4-21 1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을 읽으니 든 생각이, 어느 나라의 창고엔 곡식이 썩어 가고 있고 어느 나라에선 굶주림으로 죽어 가고 있는 이들이 있고... 세계인이 하나로 뭉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데 어느 땅에선 전쟁이 끝나지 않고 있으니 답답하네요.

겨울호랑이 2023-04-21 16:32   좋아요 1 | URL
많은 이들이 인류와 세계 공동체를 생각하고 있지만, 국가를 넘어선 일체감은 좀처럼 공유되지 않는 듯합니다. 아무래도 국가에 부여된 권력이 강한 탓과 국가, 민족 단위로 전쟁을 치뤘던 역사적 경험이 ‘하나된 인류‘를 어렵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웰즈의 소설 <우주전쟁>에서처럼 외계인의 침공만이 전 인류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농담처럼 해 봅니다...
 

이 모든 것에는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를 끌어들여 추정하는 경향이 있다. 유럽의 계몽주의와 최근의 상대적 발전이 일반화하고 전파한 가치들은 지난 수천 년간 서구가 경험한 오래된 서구적 유산의 일부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실 공자는 아시아적 가치라는 상상의 건축물에서 두 개의 기둥, 즉 가족에 대한 헌신과 국가에 대한 충성이 서로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지적하였다. ‘아시아적 가치’의 힘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은 국가의 역할을 가정의 역할이 확장된 것으로 간주하지만, 공자가 말했듯이 이 둘 사이에는 긴장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서 파악해야 할 요점은 현대의 ‘아시아적 가치’의 지지자들이 그것의 권위주의적 관점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그들의 생각이 작가들과 전통을 극단적으로 좁게 선택한 것에 기반했다는 것이다. 자유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한 문화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서구의 전통만이 유일하게 자유를 기반으로 사회적 이해의 접근법을 제공한 것도 아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자본주의 국가 중 하나가 여러 중요 영역에서 자본주의의 기반인 단순한 자기 이익의 추구에서 벗어난 동기 구조를 갖고도 경제적으로 성공했다는 특이한 사실을 이해하고 평가해야만 한다.

현재의 세계에서 자본주의가 직면한 큰 도전에는 불평등의 문제(유례없는 번영의 세계에서 고통스러운 빈곤의 문제), ‘공공자산’의 문제(환경과 같이 모든 이들이 공유하는 자산)가 포함된다. 이러한 문제들의 해법은 확실히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넘어서는 제도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 자체의 범위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더 민감한 윤리를 적절히 발전시킴으로써 확장할 수 있다.

하지만 주된 교훈은 사회적 선택에 대한 합리적 평가의 무용성이 아니라 의도하지 않았지만 예측 가능한 결과들을 예상해야 할 필요성이다. 이것은 의도의 힘에 압도당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부수적 효과를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루이스가 지적했듯이) 둘이 서로 연관성이 있는데도 발전에 대한 이 두 가지 접근법이 왜 실질적으로 일치하지 않는가? 자유에 초점을 둔 것이 어떤 차이를 불러오는가? 그 차이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이유에서 생겨나는데, 각각 자유의 ‘과정의 측면’과 ‘기회의 측면’에서 온다. 먼저 자유가 의사결정 과정과 동시에 가치 있는 산출을 성취할 기회와도 관련되어 있으므로 우리의 관심영역은 산출이나 소득의 진작 혹은 더 높은 소비의 달성(혹은 경제성장과 관련된 다른 지표들)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성과에만 한정될 수 없다.

현재의 경제분석은 기본적으로 자본축적을 물리적 관점에서 보는 것에서 인간의 생산적 자질이 통합적으로 관여된 과정으로 보는 것으로 강조점이 상당히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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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근을 이해하는 가장 유용한 방법은 획득권한의 상실이라는 관점이다. 이것은 음식을 살 수 있는 실질적인 자유를 잃는 것이다. 이것은 한 단위로서의 가족이 소비할 수 있는 식량의 양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으로 이어진다. 가족 내에서 분배의 문제는 기근 상황에서 매우 심각해질 수도 있지만, 빈곤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족 내의 구성원의 영양실조와 굶주림을 결정하는 데 특히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많은 공동체에서 ‘정상적’ 상황이다.

여성은 가정에서 매일 오랜 시간을 일하지만 이 작업에는 보수가 따르지 않기 때문에, 가족들이 함께 증진시킨 부에 대해서 여성과 남성의 상대적 기여를 평가할 때 가사노동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여성이 취업하여 밖에서 임금을 벌어온다면 그녀가 가정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더욱 두드러진다. 여성의 향상된 지위는 심지어 여성 아동의 ‘몫’에 대한 생각에도 영향을 준다. 따라서 외부에서 일을 구하고 유지할 수 있는 자유는 여성의 상대적인 그리고 절대적인 박탈을 감소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사실 여성의 권리 강화는 오늘날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발전 과정에서 마주치는 중요한 논점 중 하나다. 여기에 포함된 요인들은 여성의 교육, 그들의 소유 형태, 취업 기회, 그리고 노동시장의 작동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전적’ 변수 외에도 고용제도의 특성, 여성의 경제활동에 대한 가족과 사회 일반의 태도, 그리고 이러한 태도의 변화를 독려하거나 그것에 저항하는 사회적 환경 등도 요인에 포함된다.

출산율 감소는 경제적 번영으로 인한 효과 때문만이 아니라 높은 출산율이 사람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유형의 삶을 영위할 자유 특히 젊은 여성의 자유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중요하다. 사실 잦은 임신과 양육 때문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 번식하는 도구로 전락당한 젊은 여성들이다.

콩도르세는 출산율의 자발적 감소를 예측하고 ‘이성의 진보’에 기초한 작은 가족이란 새로운 규범이 출현할 것이라 예언했다. 그는 사람들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의무를 갖고 있다면, 그 의무가 그들을 태어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교육의 확대, 특히 여성 교육의 확대(이에 대해 콩도르세는 가장 앞선, 그리고 가장 목소리를 드높인 지지자였다)로 인해 이러한 유형의 추론이 사람들을 낮은 출산율과 작은 가족으로 이끌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그는 사람들이 사회 문제를 이성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인구 성장의 결과에 관한 한 맬서스는 인구가 식량 공급을 초과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확신했고, 이 맥락에서 식량 생산이 상대적으로 고정된 것이라고 간주했다. 그리고 이 장의 주제와 관련해서, 맬서스는 특히 자발적인 가족계획에 의구심을 가졌다. 그가 인구의 압박을 감소시키기 위해 ‘도덕적 자제’를 대안으로 언급했지만(다시 말해 고통과 증가된 사망률의 대안으로), 그는 그러한 자제가 자발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않았다.

나는 기아, 영양실조, 기근 문제의 본질과 혹독함을 오직 식량 생산량에 근거해 판단하는 것에 반대하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러나 식량 생산량은 기아가 발생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 중 하나다. 소비자가 식량을 살 수 있는 가격은 식량 생산량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우리가 식량 문제를 전 지구적 수준에서 고려한다면(국가나 지역 차원이 아니라), 경제 ‘바깥’에서 식량을 구할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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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보수주의는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고 강력한 요구사항을 제기하지만 그 요구는 공공정책의 전반적인 목표와 관련해서 해석되어야 한다. 공공지출은 많은 기본 역량을 만들어내고 보장하는 역할을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공공지출은 거시경제적 안정성에 대한 도구적 필요성과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사실 후자는 사회적 목표의 광범위한 틀 안에서 평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기회의 창출은 인간 역량과 삶의 질의 확장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보건의료, 교육, 사회적 안전 등의 확장은 삶의 질과 그 개화 flourishing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에도 보건의료와 교육을 모두에게 보장한 나라가 전체 인구의 수명과 삶의 질에서 실제로 놀라운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증거가 있다. 보건의료와 기초교육?더 나아가 인간개발 전반?은 높은 노동 집약성으로 인해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제발전 초기에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이 들어간다.

민주적 체제를 발전시키고 강화하는 것은 발전 과정에서 본질적인 요소다. 민주주의의 중요성은 세 가지 서로 구별되는 덕목에 있다. ① 내재적 중요성, ② 도구적 기여, 그리고 ③ 가치와 규범의 창조 과정에서 갖는 구성적 역할. 통치의 민주적 형태를 평가할 때 이 각각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완전한 평가를 내릴 수 없다.

현대 세계에서 굶주림을 박멸하려면 기근의 인과관계를 적절하고 폭넓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식량과 인구의 균형을 기계적으로 맞추려는 관점에서만 보면 안 된다. 기아를 분석할 때 핵심적인 것은 개인과 가정이 적절한 양의 식량을 소유할 수 있는 실질적 자유다. 이것은 농부들처럼 스스로 식량을 경작하거나 비경작자처럼 시장에서 식량을 구입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불평등은 기근과 기타 가혹한 위기의 전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실 민주주의의 결여는 정치적 권리와 권력의 분배라는 측면에서 그 자체로 불평등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기근과 기타 위기가 심각한 그리고 종종 급속도로 증대되는 불평등 위에서 판을 친다는 것이다. 이는 총 식량 공급량이 크게 (혹은 전혀) 감소하지 않아도 기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입증된다.

평등의 문제는 물론 만성적인 고질적 빈곤에서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속적인 박탈과 갑작스런 궁핍은 불평등의 성질과 인과적 영향이 서로 다르다. 예를 들어 한국이 상대적으로 평등한 소득 분배와 함께 경제성장을 이루었다는 사실은 널리 그리고 정당하게 인정받는다. 그러나 이 나라는 민주정치가 부재한 가운데, 위기 상황에서 모두가 공정한 정치적 관심을 보장받지 못했다. 특히 이 나라는 어떤 사회적 안전망도, 보충적인 보호를 위한 빠른 반응 체계도 마련하지 않았다. ‘평등과 함께한 성장’이라는 예전 경험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불평등과 거침없는 궁핍의 사태는 나타날 수 있다.

식량 생산의 증대가 식량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은 매우 강력하고 그럴듯하며 종종 합리적일 때도 있다. 하지만 상황은 그보다 더 복잡하며 다양한 경제적 기회와 국제 교역의 가능성과 연관되어 있다. 식량 생산의 감소라는 면에서 보면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의 문제가 갖는 중요한 특징은 특별히 식량이 부족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문제는 경제성장 자체가 전반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식량 생산은 그 일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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