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은 찾지 못할 수도 있어.
하지만 만약 찾기를 그만둔다면,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될 거야.
그러니까 계속 찾자.
그러니까 계속 움직이자.

도망치는 건 부끄러운 일도,
나쁜 일도 아냐.
네 다리는
‘위험한 것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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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고, 찾고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권남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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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타케 신스케의 책은 아이들에게 참 인기가 좋다. 연의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기에, 작가의 신작은 나오는 대로 구입하는 편인데, 한 번 가지고 나가면 친구들이 서로 빌려달라고 하기에 며칠 뒤에서야 돌아오곤 한다.

작가의 책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은 이유는 뭘까.
만화와 같은 느낌의 그림, 적은 글밥이 책에 대한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고, 가독성과 함께 휴대성을 높인다는 생각을 먼저 하데 된다. 그렇지만, 이것이 신스케 작품의 높은 인기를 다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도망치고, 찾고」에서 다른 인기의 비결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많은 페이지의 여백처럼 아이들 상상을 자극하고, 여유를 안겨주는 작가의 배려 때문이 아닐까.

숙제, 학원 등으로 꽉 짜여진 일정에 지친 아이들 눈 앞에 한 가운데 놓여진 장난감 블록 하나와 ‘네 마음대로 만들어봐‘라는 편지가 놓여진 큰 방 문이 열린 느낌이 이와 비슷할까. 그런 여유 속에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이 열리는 듯하다.

누구에게서 도망치고, 누굴 찾을 지는 스포가 될 수 있기에 각자 찾는 것으로 넘기자. 다만, 다음 구절을 읽으면서 신스케의 작품이 성인들에게도 공감대를 형성함을 느끼게 된다.

아직 내 반쪽을 만나지 못했을 때 가졌던 생각인
‘지금은 아직 모르는 그 사람도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을 문장 속에서 만나며 작가 책의 빈 공간이 결코 채워지지 않은 것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ps. 시간이 흘러 옆에서 보니 그 사람은 별로 기다린 적이 없었던 듯하다...

너와 닮은 사람,
너와 함께 깔깔깔 웃어 줄 사람이 어딘가에 반드시 있을 거야.
그 사람도 분명 너를 찾고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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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11-19 14: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집에 한권 뿐인데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한다니 더 구입해야겠습니다😆

겨울호랑이 2021-11-19 16:27   좋아요 2 | URL
처음에는 저도 몰랐는데, 새로 사준 책들이 한동안 안 보여 아이에게 물어보니 아이들 사이에 신스케 작가 인기가 참 높습니다. 은근 중독성있고 시리즈가 꾸준히 나와 한 권민 더 구입하시기도 힘드실 듯 합니다. ^^:)

책읽는나무 2021-11-19 17: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아이들도 좋아하는 책이로군요^^
연의가 많이 컸군요?
꼬마 때가 엊그제 같더니 말입니다^^

겨울호랑이 2021-11-19 17:34   좋아요 2 | URL
^^:) 벌써 내년이면 연의가 4학년이 되니 시간이 참 빠르네요. 신스케는 아이, 어른들 모두에게 사랑 받는 몇 안되는 작가인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님 감사합니다.
 
알사탕 그림책이 참 좋아 39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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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2학년 온책 읽기 다섯 번째. <알사탕>

구슬치기를 하며 혼자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 둥둥이. 둥둥이가 알사탕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며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구슬과 알사탕. 모양도 비슷하고 예쁜 것도 비슷하지만, 내구성에서는 차이가 있다. 물론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도 있겠지만.

구슬은 단단하고 쉽게 깨지지 않는다. 이런 구슬과 함께 하는 동안 둥둥이의 마음도 굳게 닫혀 열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진다. 반면, 알사탕은 깨지기 쉽고 녹이기도 쉽다. 상처받기 쉽고 시간 속에서 오래하지 못하는 알사탕과 함께 하는 동안 동동이의 마음은 한결 부드러워질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사르르 혀 끝에서 녹아들어가는 여러 알사탕의 단맛과 함께 조금씩 낮아지는 동동이 마음의 벽을 생각해 본다. 단단함을 이기는 부드러움. <알사탕>을 통해 이런 부분을 아이와 이야기하고 싶다.

한 걸음 나아가, 내구성이 강한 구슬에서는 문자(텍스트)를, 약한 알사탕에서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문자로 씌여진 책은 혼자서도 읽을 수 있지만, 말로 이루어진 대화는 상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비록, 이에 대해서 아이들과 직접적인 대화를 나눌 수는 없겠지만 이런 이야기는 할 수 있을 듯 하다. 아이들이 독서에 너무 빠져 자신만의 세계 안에 갇혀 지내기보다, 친구들과 함께 뛰어 노는 것이 나이에 맞는 활동이라는 것.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를 느끼며 친구와 지내는 것이 네가 할 가장 중요한 숙제라는 이야기를. 연의의 경우에는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기에 가끔은 자신만의 세계를 갖는 것도 좋겠다 여겨지지만... <알사탕>에 대한 독서 나눔은 구슬과 알사탕의 의미에 대해 아이와 함께 생각해 보는 것으로 정리하면서 리뷰를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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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에… 보림 창작 그림책
이혜리 지음, 정병규 북디자인 / 보림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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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2학년 온책 읽기 세 번째. 비가 오는 날에 무엇을 할까?

「비가 오는 날에...」에서는 우산 쓰고 가는 치타, 물 먹는 사자, 살살 걷는 나비, 물장난 치는 티라노사우루스, 비 그치기를 기다리는 호랑이, 비를 뿌리는 용 등 여러 동물들의 비맞이 모습이 그려진다. 그렇지만, 유독 무엇을 하는지 그려지지 않는 이가 한 명 있다.

‘아빠는 지금 무얼 할까?‘

책에서 아빠의 자리는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여백으로 비워져 있다. 이는 작가가 아이들을 위해 비워둔 공간일 것이다. 이 공간에 채워지는 아빠의 모습은 아마 아이의 마음속에 자리한 아빠의 이미지일 것이다.

그림책의 마지막은 비를 내리는 구름위에 다른 동물들과 함께 선물을 들고 웃고 있는 아빠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비오는 날의 아빠 모습과 그림 속의 아빠 모습은 현실 속의 아빠와 아이들이 바라는 아빠의 다른 표현으로 보인다. 아이가 바라보는 현실의 아빠와 이상적인 아빠가 얼마나 차이가 있는가를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비가 오는 날에... 」는 이런 점에서 글밥은 적지만, 부모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드는 그림책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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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0-09-18 1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반가워요 우리 아이랑 이 책 정말 좋아했어요 *^^*이 책 보고나서 아이랑 김창열님 물방울 그림도 같이 보면서 이야기 나눴지요. 그 아이가 지금은 고3ㅠㅠ 말이 없습니다 ㅠㅠ 생사만 확인할뿐 ㅠㅠ

바람돌이 2020-09-18 18:56   좋아요 2 | URL
생사확인 공감 팍팍!!! ㅎㅎ
그 생사확인도 지 필요할때만요. ^^

겨울호랑이 2020-09-18 19:20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아직 저희 딸애는 틈만 나면 놀아달라고 보채는데... 말씀을 듣고보니 감사한 마음을 갖고 같이 놀아야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0-09-18 2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랑 아빠랑 그림책을 함께 보는 모습.
사진을 찍어 두세요.
멋진 한 장면일 듯합니다. 훗날 추억해 보시면...

겨울호랑이 2020-09-19 00:25   좋아요 1 | URL
정말 좋은 추억이 될 듯합니다. 페크님 감사합니다.^^:)
 
솜사탕 결사대 즐거운 동화 여행 103
김점선 지음, 이예숙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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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헌이가 학교 공포증에 걸렸구나 싶었지. 학교 공포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어. 새로운 환경, 새로운 친구, 새로운 사람을 만나 적응한다는 것은 어린이에게도 어른에게도 힘든 일이거든. - 작가의 말 에서 -

학교 공포증에 걸린 조카처럼 <솜사탕 결사대>의 두 주인공은 학교 공포증에 걸린 초보 선생님과 1학년 학생이다. 유치원에서 막 올라와 모든 것이 낯선 1학년 아이들과 누구보다도 선생님의 손길이 필요한 상황이 당황스러운 선생님. 작가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 ‘새로움‘이 가져다 주는 ‘기대감‘과 ‘두려움‘이 아이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한다. 앞에 서 계신 선생님도 학교 가는 것을 어려워 한다는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학부모들에게도 왜 1, 2 학년 선생님들이 멋지고 예쁜 초임 선생님이 아닌 노련한 선생님들이 배치되는가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설명하는 효과가 담긴 책이다.

다만, 이러한 작가의 좋은 의도와 뜻을 아이들이 충분히 이해하기에는 내용이 다소 어렵다. 두 주인공 중에서도 특히 선생님의 학교 공포증이 이야기되다보니, 주된 독자인 저학년 아이의 공감을 얻기 어렵게 되버렸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작품을 통해 선생님의 고충을 느낄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학교에서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선생님이 어려워한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학교 공포증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작가의 원래 의도와는 달리, 자칫 ‘너만 힘들어? 선생님인 나도 힘들어‘라는 메세지로 아이들이 생각할 수 있기에, 부모의 추가 설명과 독서 지도가 필요하다 여겨진다.

요약하자면, <솜사탕 결사대>는 선생님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목적으로 쓴 동화다. 학교 가기를 두려워하는 아이들과 함께 ‘가고 싶은 학교‘로 만들고 싶어하는 저자의 생각이 잘 담긴 책이지만, 선생님의 입장에서 씌여지다 보니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못했던 책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이 아쉬운 부분을 채우는 것은 함께 읽는 부모의 역할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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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09-11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께서 쓰신 아동도서의 리뷰도 뭔가 철학적이군요!ㅎ 즐거운 주말되십시요!

겨울호랑이 2020-09-11 21:17   좋아요 1 | URL
막시무스님께서도 행복한 주말 되세요! 감사합니다. ^^:)

페크pek0501 2020-09-14 1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초등학생 저학년일 때 선생님이 방학식 날에, 너희들과 헤어지는 게 섭섭하다고 그러셔서 정말 그런 줄 알았어요. 선생님은 방학을 싫어하는 줄 안 거죠. 그런데 제가 20대일 때 초등학교 선생을 이웃으로 알고 지냈는데 그 선생 말이 충격이었죠. 자기는 해가 바뀌어 새 달력을 받으면 얼마나 쉬는 날이 많은지 빨간 날짜를 찾는다는 거예요. 그리고 자기뿐만 아니라 선생들 대부분이 그렇다는 거예요.

이 동화는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힘들다는 걸 알게 해 주는 책이군요. 제가 어릴 때 이런 책을 봤어야 하는 건데 싶네요. ㅋ

겨울호랑이 2020-09-14 12:52   좋아요 0 | URL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도 일이 되면 그때부터 짐이 되는 듯합니다. 그런 면에서 책임감을 넘어설 정도의 사랑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하시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