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붕괴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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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의 붕괴 Collapse>는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1937 ~ )교수의 문명의 붕괴 원인에 대한 저술이다. 전작 <총, 균, 쇠 Guns, Germs and Steel>에서 문명의 기원(起原)에 대해 살펴보았다면, <문명의 붕괴>에서는 과거 문명(文明)의 붕괴 원인을 파헤치고 있다. 그리고, 과거 문명의 붕괴 원인을 거울삼아 우리가 당면한 위기(특히, 환경 위기)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책을 도출하고자 하는 목적이 담겨있다.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도출한 문명 붕괴의 5가지 요인은 무엇이며, 우리의 과제는 무엇인지 이번 리뷰를 통해 살펴보자.


 1. 문명 붕괴의 5가지 요인


'한 사회가 전적으로 환경 파괴로 인해 붕괴하는 것만은 아니다. 다른 요인들도 있다. 이 책을 처음 기획했을 때는 나는 그런 복합적 요인들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환경에 따른 붕괴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반드시 고려해야할 다섯 가지 요인을 찾아냈다. 그중 네 가지, 즉 환경 파괴, 기후 변화, 적대적인 이웃, 그리고 우호적인 무역국은 한 사회의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섯 번째 요인, 즉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은 언제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p25)


 <문명의 붕괴>에서는 사회 변화를 초래하는 다섯 가지 요인인 환경 파괴, 기후 변화, 적대적인 이웃, 우호적인 무역국,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를 제시한다. 대부분 문명의 붕괴에는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 중에서도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은 문명의 붕괴를 설명하는데 핵심적 요소다. 아놀드 토인비 Arnold Joseph Toynbee(1889~1975) 의  <역사의 연구 A study of history>에서 '도전과 응전의 역사'로 인류 역사를 설명하듯 저자인 다이아몬드 역시 제대로 응전하지 못한 문명의 도태(淘汰)를 책 전반에 걸쳐 강조한다. 


 '사회는 발전해나가는 전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문제에 부딪힌다, 또 문제 하나하나의 출현이 구성원들에게는 어떤 시련을 받아들이도록 요구하는 도전이 된다.' - <역사의 연구 역사의 연구 A study of history> 아놀드 토인비 Arnold Joseph Toynbee(1889~1975) - 


 문명의 붕괴는 보통 다섯 가지 요인의 복합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그 중에서도 붕괴에 미친 주요 원인별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가) 환경 파괴 : 이스터섬


[그림] 이스터섬 (출처 : http://blog.daum.net/byhkmgkht/4600)


 '모아이(Moai)'로 유명한 칠레의 이스터 섬의 문명은 인간의 환경 파괴로 인해 섬 전체의 생태계가 파괴되었고, 그 결과 섬 전체가 멸망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저자의 기준에 따른면 이스터 섬의 경우 환경 파괴, 우호적인 무역국의 부재로 인한 고립, 그리고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이 문명 붕괴의 주요 원인이 될 것이다.


 '이스터 섬은 삼림 파괴의 결과를 보여주는 태평양 지역에서, 아니 세계 전체에서 가장 극단적인 예이다. 삼림 전체가 사라졌고, 모든 수종이 멸종되었다. 그 결과는 곧바로 섬사람들에게 미쳤다. 천연자원이 턱없이 부족했고, 살코기를 제공하던 야생 동물까지 크게 줄어들었으며, 식량 생산까지 곤두박질쳤다. 천연자원의 감소로 나무와 새에서 얻던 것, 예컨대 목재와 밧줄, 천을 만들던 나무껍질, 깃털까지 사라지거나 크게 줄었다. 큰 나무와 밧줄이 사라지면서 석상을 운반해서 세울 수도 없었다. 바다로 나갈 카누조차 만들 수 없었다.'(p153)


 '이스터섬의 붕괴를 부추긴 요인으로는 두 가지가 남는다. 하나는 인간으로 인한 환경 훼손, 특히 삼림 파괴와 조류의 멸종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 사회, 종교적 요인이다. 이스터 섬은 외딴 섬이어서 이주를 안전판으로 삼을 수 없었고, 앞에서 거론한 이유 때문에 석상의 조각에 전념했으며, 더 큰 석상을 세우려는 씨족들 간의 경쟁으로 더 많은 나무와 밧줄과 식량을 필요로 했다.'(p169)


나) 기후 변화 : 노르웨이령 그린란드


[그림] 그린란드 ( 출처 : https://pixabay.com)


 현재 덴마크의 영토인 그린란드는 원래 바이킹(viking)에 의해 개척이 시작되었다. 노르웨이인들에 의해 개발이 시작된 그린란드는 '소빙기(小氷期)'의 추위에 의해 붕괴되었다. 노르웨이령 그린란드의 경우 붕괴원인은 기후 변화, 우호적인 무역국의 부재,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이 붕괴 원인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린란드에 정착한 노르웨이 사람드에게 닥친 운명도 논란이 분분하기는 했지만 주로 한 가지 요인으로 설명되어왔다. 가장 그럴듯한 이론은 바로 기후 변화였다. 고고학자 토머스 맥거번(Thomas McGovern)의 표현을 빌리면 "너무 추워졌고, 그래서 모두가 죽었다."'(p301)


 '1300년경 북대서양의 기후가 점점 추워지고 해마다 변덕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소빙기"가 시작되면서 1800년 대까지 지속되었다. 1420년경 소빙기가 절정에 이르면서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를 잇는 바다에 여름에도 유빙(流氷)이 늘어났다. 이때문에 그린란드의 노르웨이인들은 완전히 고립되고 말았다.'(p310)


다) 적대적인 이웃 : 마야 문명


[그림] 마야 문명 (출처 : http://www.koreadaily.com/)


 다른 문명에 비해 마야 문명의 붕괴원인은 보다 복합적이다. 환경 파괴, 기후 변화, 적대적인 이웃,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 등 네 가지 원인이 마야 문명의 붕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결국 10세기 정도에 마야 문명은 멸망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때 당시 마야 문명이 위기를 극복했다하더라도, 16세기 에스파냐의 침략으로 멸망한 잉카, 아즈텍 제국과 마찬가지의 운명을 맞이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마야 문명의 붕괴는 적대적인 이웃에 의한 멸망으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사회적 붕괴 요인으로 제시한 다섯 가지 요인 중에서 마야 사회는 네 가지 조건을 충족시킨다. 그들은 삼림 파괴와 그에 따른 침식으로 환경을 훼손시켰다. 기후 변화, 즉 가뭄도 마야의 붕괴에 한 몫을 했다. 마야 사회 내에서의 내홍도 큰 역할을 했다. 끝으로 정치/문화적 요인, 특히 왕과 귀족이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쓰지 않고 경쟁적으로 전쟁을 치르고 기념품 건립에만 몰두한 것도 마야를 붕괴로 몰고 간 중대한 원인 중 하나였다. 다섯 가지 요인 중 남는 것은 외부 사회와의 우호적인 교역이다. 그러나 이 요인은 마야 사회의 부침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한 듯하다.'(p228)


 '이스터 섬, 망가레바, 아나사지 사회가 그랬듯이 마야에서도 환경 문제와 인구 문제가 전쟁과 내분으로 발전했다. 또한 이스터 섬과 차코캐니언에서 그랬듯이 마야에서도 인구가 정점에 이른 직후부터 정치/사회적 붕괴가 시작되었다. 이스터 섬은 농지를 해안의 저지대에서 고원지대로 환대시켰고, 밈브레스는 범람원에서 언덕으로 농지를 확대시켰다. 이와 마찬가지로 코판의 주민들도 범람원에서 환경적으로 취약한 산허리로 농지를 확대시켰다. 그러나 인구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오히려 산허리에서의 농사가 파국을 맞는 비극이 닥쳤다.'(p251)


라) 우호적인 무역국 : 핏케언 섬, 헨더슨 섬


[그림] 핏케언 제도 ( 출처 : http://kr.wsj.com/posts/2014/07/11/)


 팟케언 제도의 섬들인 핏케언 섬, 헨더슨 섬의 경우 인간 정착 후 발생한 대대적인 삼림 파괴와 토양 침식들의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우호적인 무역국과의 교역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었다. 이러한 외부와의 교역이 끊어지게 된 결과 이들 문명은 멸망할 수 밖에 없었다. 고립된 섬들인 폴리네시아 지역의 섬들에서 나타나는 '외부와의 고립' 문제는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환경 파괴가 세계적인 문제가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떻게 고립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헨더슨 섬과 외부 세계의 접촉이 중단된 이유는 무엇일까? 망가레바 섬과 핏케언 섬에서 일어난 환경 변화의 결과였다. 폴리네시아 전역에서,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홀로 성장해왔던 섬들에 인간이 정착하면서 생태계에 충격을 주었고, 많은 동식물이 멸종당하는 위기를 맞았다.(p187) ... 피케언 섬에 닥친 환경 변화에 대해서는 훨씬 덜 알려지기는 했지만 와이슬러가 이 섬에서 부분적으로 시행한 고고학적 발굴에 따르면 대대적인 삼림 파괴와 토양 침식이 있었더 것으로 여겨진다... 환경 훼손이 정치, 사회적 혼란 및 카누용 목재의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동남폴리네시아의 교역까지 끊어졌다. 팟케언 섬과 헨더슨 섬에서 사람들이 완전히 사라진 이유는 그들의 생명줄이던 망가레바 섬과의 교역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다.'(p189)


 '망가레바 섬, 핏케언 섬, 헨더슨 섬의 주민들은 그들의 환경을 크게 훼손했고, 삶에 필요한 자원들을 파괴했다. 망가레바 섬에서는 끔찍한 사건들이 상습적으로 일어났고, 삶의 수준이 급격히 떨어졌지만 주민의 수가 많아 어떤 형태로든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었다... 망가레바 섬이 쇠락하면서 그들에게 수출할 여력을 상실하자, 핏케언 섬들과 헨더슨 섬 사람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 영웅적인 투쟁을 벌였디만 마지막 한 사람까지 섬에서 죽음을 맞아야 했다.'(p191)


마)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 : 노르웨이령 그린란드


 저자가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 문제는 모든 문명의 공통된 붕괴 원인이며 '자연의 도전(挑戰)'에 대한 '문명의 응전(應戰)'이 실패했을 때 문명은 붕괴하게 된다.


 '기후가 변하고, 해마의 상아에 대한 유럽의 수요가 변했을 때, 더구나 이누이트족이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했을 때,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그들의 몫이었다. 그들이 환경에 미친 영향도 변화의 한 요인이었다.(p348)... 그린란드에 정착한 노르웨이 사람들은 적어도 세 가지 방향에서 환경을 훼손했다. 1) 초목의 파괴, 2) 토양 침식의 유발, 3) 떼의 남용이었다.'(p349)


2. 우리의 과제


 저자는 <문명의 붕괴>에서 문명의 주요 붕괴 원인으로 다섯 가지 요인을 제시하지만, 무엇보다도 '환경 파괴'와 여기에 대한 '문명의 대응'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현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는 '온난화 현상'일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온난화 현상' 은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불연속적으로 발생한 문제였기에 비교적 최근에 심각성을 인식한 인류 전체의 과제로 이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요구된다. 


 '한 사회가 문제를 인지하는데 실패하는 가장 흔한 상황은 위기 상황이 느린 형태로 진행되는데다 기복의 변화 폭이 넓어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 때이다. 현재 여가에 가장 잘 들어맞는 경우가 온난화 현상이다... 변동 폭이 크고 불규칙했으므로 결과적으로 매년 평균적으로 약 0.01도씩 상승해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p581) 


 <문명의 붕괴>에서는 이러한 문제점과 함께 성공적인 사회의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하의상달(bottom-up)', '상의하달(top-down)' 방식의 의사 결정 체계를 적절하게 적용하여 현재 위기를 우리가 직시(直視)한다면 우리의 미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성공한 사회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면에서 대조적인 두 가지 형태의 접근법이 가능함을 알려주고 있다. 두 접근법에 각각 하의상달(bottom-up), 상의하달(top-down) 방식의 접근법이라는 이름을 붙여보자.(p388) ... 작은 섬, 혹은 소규모의 땅을 점유하고 있는 작은 사회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의상달 방식의 접근법을 채택할 수 있다. 땅이 넓지 않아 모든 거주민이 지역 전체를 잘 알고, 섬 개발이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정체성과 공동의 이해관계를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기 때문이다.(p389)... 이와 반대되는 접근법이 상의하달 방식으로 폴리네시아 통가처럼 중앙집권적인 정치 조직을 가진 대규모 사회에 적합하다. 통가 섬은 그 규모가 너무 커서 일개 농부가 군도(群島) 전체는 말할 것도 없고 섬 하나도 잘 알기가 힘들다.'(p390)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한테 닥친 문제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 문제들을 결코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득하는 데 남은 삶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p717) 

 

 온난화 현상에 대한 원인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온난화 현상이 인류에 의한 환경 파괴가 원인인지, 아니면 기온 변화가 일종의 순환 주기(循環 週期)인지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난화 현상이 우리가 당면한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문명의 붕괴>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에 대한 답을 직접하지는 않는다. 다만, 과거 사례를 제시하면서 우리 스스로가 답을 찾도록 제시하고 있다. 역사 속에서 우리의 미래를 전망한 <문명의 붕괴>는 보다 설득력있게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면에서 일독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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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2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2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2 1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2 2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7-07-22 2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아이 사진이네요.^^;
오늘 정말 더워요.
겨울호랑이님 좋은밤되세요.^^

겨울호랑이 2017-07-22 21:02   좋아요 2 | URL
^^: 네 여름 중 제일 덥다는 중복다운 날이네요.. 서니데이님도 편한 밤 되세요.^^:

AgalmA 2017-07-26 0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와중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선언~ 역사를 되풀이하려고 기를 쓰는 모양새일까요? 되풀이할 시간이 남아 있다면 다행이고요...ㅎㅎ;;

겨울호랑이 2017-07-26 00:58   좋아요 1 | URL
네.. 예전 Apprentice와 WWE에서 보인 그의 쇼맨십을 생각한다면 역사에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어하는 그의 마음이 잘 느껴지네요..물론 그의 행동이 국제 에너지 대기업의 이익과도 맞닿아 있겠지만요..
 

연의와 연의 엄마가 인형뽑기에서 ‘건담‘레고 블럭을 뽑아왔습니다. 뽑는 것은 엄마 몫이고, 만드는 것은 아빠 몫이네요.

덕분에 오랫만에 프라모델(?) 조립을 했습니다. 예전에는 본드를 사용해서 접착을 하고, 에나멜 페인트로 칠하기도 했었는데 지금 다시 하라면 못할듯 싶네요.

블럭 크기도 작고, 익숙치 않아서 많이 어려웠네요. 마음을 비우고(^^)낑낑 대면서 2시간만에 겨우 조립을 완료 했습니다.

조립 후 모델을 보니 ‘건담 Mark2‘로 추정되는 로봇이 만들어졌습니다. 건담 Mark2는 1986년에 Academy 과학에서 1/100 비율로 2,500원의 가격에 출시되었던 종류이기도 합니다. 당시 남자 아이들은 한 번씩 만들었던 추억의 모델이기도 하지요.

딸 덕분에 30년 전의 추억을 되살려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과학자를 꿈꾸던 아이는 아저씨가 되버렸지만 오랜 친구인 ‘건담‘을 만나니 다시 어린 시절로 강제 소환되 버렸네요.^^:

이웃분들 모두 각자만의 추억이 있으시겠지요. 벌써 금요일입니다. 추억과 함께 행복한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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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6-09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블록을 가지고 놀았을 때 제일 불편했던 점이 있었어요. 아무리 손에 힘을 줘도 작은 블록을 한 번에 떼어내지 못할 때가 있어요. 어린 마음에 너무 화가 나서 블록을 집어던기도 했어요. ㅎㅎㅎ

겨울호랑이 2017-06-09 18:57   좋아요 0 | URL
^^: 저도 건담 만들 때 집어던지고 도망가고 싶었어요 ㅋ 블럭 앞에서는 아이도 어른도 똑 같아지는 것 같네요

커피소년 2017-06-09 19: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추억의 건담과 블럭..ㅎㅎㅎㅎ 건담 애니도 정말 의미 있게 봤고.. 블럭도 정말 의미있게 가지고 놀았습니다.. 모두 감동 그 자체였죠....

겨울호랑이 2017-06-09 19:41   좋아요 2 | URL
^^: 김영성님은 어린 시절 생각 깊은 어린이였던 것 같네요. 전 별 생각없이 그저 재밌게 봤었습니다 ㅋ

커피소년 2017-06-09 19:43   좋아요 2 | URL
아고,,그렇지 않습니다..ㅎㅎ 저도 아주 어렸을 때는 그냥 별 생각없이 봤을겁니다..ㅎㅎ 건담 시리즈가 워낙 많고 최근에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으니까요..ㅎㅎ 블럭에 관해서는 같이 가져놀던 아이들과의 추억이 짙어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ㅎㅎ

2017-06-09 1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9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7-06-10 0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음을 비우고 2시간 ㅋ
왜 이렇게 웃기면서도 짠하죠..?ㅋ

근데, 그런 사소한 기쁨과 경험들이 연의의 마음깊은 곳에 남아 추억이 될거예요

저도 학교가기전 아빠 출근길 따라가서 종이인형 사가지고 온 기억이 얼마나 소중한데요..

겨울호랑이 2017-06-10 08:30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이런 작은 기억들이 모여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만들겠지요... 파랑새는 먼 곳에 있지 않음을 나와같다면님 말씀을 통해 생각하게 되네요^^:
 
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사피엔스 Sapiens>는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가 저술한 인문과학 교양서다. <사피엔스>에서 하라리는 인류의 역사를 '3대 혁명'의 틀을 통해 분석한다. 첫 번째 혁명인 '인지 認知 혁명', 두 번째 혁명인 '농업 農業  혁명', 세 번째 혁명인 '과학 科學 혁명' 속에서 7만 년 전 인류의 한 개 종(種)에 불과한 사피엔스가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바꿔왔는지 서술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진화의 법칙에 따르는 사피엔스에서 '설계자'로 변화되는 인류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러한 <사피엔스>의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수렵채집인의 확산과 함께 벌어졌던 멸종의 제1의 물결 다음에는 농부들의 확산과 함께 벌어졌던 멸종의 제2의 물결이 왔고, 이 사실은 오늘날 산업활동이 일으키고 있는 멸종의 제3의 물결에 대한 중요한 관점을 제공한다.'(p117)


 1. 첫 번째 혁명 : 인지혁명


  사피엔스가 다른 동물들, 심지어 인류의 다른 종(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 등)과도 다른 점은 유전자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의 경험을 후세에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전자에 의한 변화는 수십만 년, 수백만 년의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인지 혁명을 통한 사피엔스의 인지 능력 향상은 빠른 적응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리처드 도킨스(Clinton Richard Dawkins, 1941 ~  )가 '밈 meme'이라고 이름지은 사피엔스만의 독특한 문화 전승 방법은 빠른 시간 내에 자연을 정복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다른 사회적 동물들의 행태는 주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 대조적으로, 사피엔스는 인지혁명 이래 행태를 신속하게 바꾸고 새로운 행태를 유전자나 환경의 변화가 없이도 미래 세대에 전달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원시인류의 행동 패턴이 수십만 년간 고정되어 있던 데 비해 사피엔스는 불과 10년 내지 20년 만에도 사회구조, 인간관계의 속성, 경제활동을 비롯한 수많은 행태들을 바꿀 수 있었다... 이것이 사피엔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요인이다.'(p62)

  

2. 두 번째 혁명 : 농업혁명  


  농업혁명을 통해 사피엔스는 수렵채집생활에서 벗어나 농경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이러한 농업혁명은 사피엔스의 삶을 행복하게 이끌 수 없었다. 수렵채집생활보다 더 열악한 농경생활 속에서 사피엔스는 결코 승자가 아니었다.


 '농업혁명은 안락한 새 시대를 열지 못했다. 그러기는커녕, 농부들은 대체로 수렵채집인들보다 더욱 힘들고 불만스럽게 살았다. 수렵채집인들은 그보다 더 활기차고 다양한 방식으로 시간을 보냈고 기아와 질병의 위험이 적었다...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농헙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그것은 누구의 책임이었을까? 범인은 한 줌의 식물 종, 밀과 쌀과 감자였다. 이들 식물이 호모 사피엔스를 길들였지, 호모 사피엔스가 이들을 길들인 게 아니었다.'(p124)


농업혁명의 수혜자가 사피엔스가 아니라 그들이 키우던 작물이었다는 말은 성경의 다음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그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려는 것이다. It was not you who chose me, but I who chose you and appointed you to go and bear fruit that will remain, ...'(요한 15 :16)


 사피엔스는 과연 무엇을 위해 이러한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되었고, 그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인지혁명과 농업혁명을 통해 얻게 된 '신화 神話'라는 상상력은 과학 혁명을 통해 더 광대하고 구체적인 모습으로 인류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진화적 성공과 개체의 고통 간의 이런 괴리는 우리가 농업혁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 종이 집단적으로 힘을 키우고 외견상 성공을 구가한 것이 개개인의 큰 고통과 나란히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게 될 것이다.'(P147)


3. 세 번째 혁명 : 과학혁명


  농업혁명이 사피엔스가 선택한 것이든, 선택받은 것이든 이 시기를 통해 사피엔스는 중요한 개념을 배웠다. 그것은  '미래 未來'와  '상상 想像의 질서'였다. 확장된 시간 속에서 '아직 오지 않은 일'에 대해 대비하게 된 사피엔스는 상상을 통해 '역사 歷史를 움직이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힘은 지리적으로 유럽에서, 세계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농경시대에는 공간이 축소되는 동안 시간은 확장되었다... 수렵채집인들은 미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그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는 데다 먹을거리나 소유물을 저장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농업혁명 덕에 미래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농업경제의 생산 사이클은 계절을 기반으로 했다.'(P151)


 '생물학적 협력본능이 부족함에도 수렵채집기에 서로 모르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협력할 수 있었던 것은 공통의 신화 덕분이었다... 신화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농업혁명 덕분에 밀집된 도시와 강력한 제국이 형성될 가능성이 열리자, 사람들은 위대한 신(神)들, 조상의 땅, 주식회사 등등의 이야기를 지어냈다. 인간의 본능이 늘 그렇듯 달팽이처럼 서서히 진화하고 있는 동안, 인간의 상상력은 지구상에서 유례없이 거대한 협력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나갔다.'(P155)


4. 과학이 종교, 제국주의, 자본주의를 만났을 때


 과학혁명은 과학과 종교(이데올로기), 제국주의, 자본주의가 결합된 형태에서 보다 극적으로 역사를 움직이는 힘으로 나타났다. 종교, 제국주의, 자본주의는 과학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한마디로, 과학연구는 모종의 종교나 이데올로기와 제휴했을 때만 번성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는 연구비를 정당화한다. 그 대신 이데올로기는 과학적 의제에 영향을 미치고, 과학의 발견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결정한다... 특히 두 가지 힘이 우리의 관심을 끌 만하다.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다.'(p389)


 가. 종교 宗敎


 <사피엔스>에서 종교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믿음', '신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가 말하는 이데올로기도 현대적 의미에서 '종교'를 의미한다. 과학혁명 시대에 종교는 과학연구 동기 動機 를 부여한다. 


 '지난 3백 년은 흔히 인류의 역사에서 종교가 점차 중요성을 잃어가며 세속화가 진행된 시기로 묘사된다. 유신론적 종교에 대해서라면 대체로 옳은 말이다. 하지만 자연법칙 종교를 고려한다면 사정이 전혀 다르다. 수많은 자연법칙 종교가 근대에 새로이 등장했다. 자유주의, 공산주의, 자본주의, 민족주의 , 국가사회주의가 그런 예다. 만일 종교를 초자연적 질서에 대한 믿음을 기초로 한 인간의 규범과 가치 시스템이고 정의한다면, 공산주의는 이슬람교에 비교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 종교다.'(p324)



[그림] 세계의 종교 (출처 : 위키피디아)


 나. 제국주의 帝國主義


 근대 유럽은 유럽만의 '탐험과 정복'의 야망 때문에 이전 어떤 시대, 어느 지역과도 다르게 독특한 제국주의가 발전하게 되었다. 20세기를 지나 많은 식민지들이 독립한 지금도 이러한 유럽의 제국주의는 '문화 제국주의' 형태로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 


 '중국인과 페르시아인에게 부족했던 것은 증기기관 같은 기술적 발명이 아니었다. 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서구에서 여러 세기에 걸쳐 형성되고 성숙한 가치, 신화, 사법기구, 사회정치적 구조였다. 이런 것들은 빠르게 복사하거나 내면화할 수 없었다... 근대 초기에 유럽은 어떤 잠재력을 개발했기에 근대 후반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을까? 이 질문에는 서로 보완적인 두 가지 답이 존재하는데, 바로 현대 과학과 자본주의다.'(p399)


 '정화 제독은 대양을 탐험하고 각국으로 하여금 중국에게 조공을 바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방문한 나라를 정복하거나 식민지로 삼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유럽인들이 이례적인 점은 탐험과 정복의 야망이 어느 누구와도 비견할 수 없이 탐욕스러웠다는 데 있었다.'(p411)


 '유럽의 방패 아래 새로운 세계 질서와 세계 문화가 등장했다. 요즘 사람들은 당사자들이 통상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한 수준으로 유럽식 복장을 하고, 유럽식 사고방식과 취향을 지니고 있다.'(p396) 


[그림] 제국주의 (출처 : 조인스 스파이더)



 다. 자본주의 資本主義


  '종교'를 통해서 과학을 발달시키고, 자신의 야망을 '제국주의'를 통해 실현시키려고 해도,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거대 자본의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이를 가능케 만들었다. '자본주의'를 통해 비로소 과학혁명의 '순환 循環'을 완성하게 된다. '종교'를 통한 연구 활동은 '자본'의 집중을 통해 탐험을 지속할 수 있었고, 이렇게 완성된 '제국'은 다시 '과학'으로의 재투자를 가능케 하였다.


 '근대 이전 세계에서 대출을 받기는 힘들었고, 만일 빌리더라도 소액으로 단기간에 높은 이자를 무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때 과학혁명과 진보라는 개념이 도래했다. 진보는 우리가 스스로의 무지를 인정하고 연구에 자원을 투자한다면 나아질 수 있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이 아이디어는 곧 경제용어로 번역되었다... 신뢰는 미래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고 더 많은 신용을 향한 길을 열었다.'(p439)


[그림] 자본주의(출처 : 오마이뉴스)


5. 호모 사피엔스의 종말.. 그리고 신인류의 출현


 저자인 하라리는 현재 사피엔스는 과학혁명에서도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진단한다. 여태까지 사피엔스는 '진화의 법칙'에 따르고 있다면, 이제는  스스로 '지적 설계자'가 되어가고 있는 호모 사피엔스. 이제 호모 사피엔스는 생명공학의 힘을 빌려 신(神)이 되어가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는 스스로의 한계를 초월하는 중이다. 이제 호모 사피엔스는 자연 선택의 법칙을 깨기 시작하면서, 그것을 지적 설계의 법칙으로 대체하고 있다... 40억 년에 걸쳐 이어져온 자연선택이라는 구체제는 오늘날 완전히 다른 종류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전 세계의 실험실에서 과학자들은 살아 있는 개체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원래 해당 종에게 없던 특성을 부여하는 정도까지 자연선택의 법칙을 위반하는 중이다.'(p563)


 '우리는 머지않아 스스로의 욕망 자체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마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정한 질문은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 일 것이다.'(p586)


 <사피엔스>는 과학혁명과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결합이 어떠한 역사를 만들어왔는지와 현재 우리의 위치에 대해서 알려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존재가 되고자 하는 우리의 미래를 어렴풋하게 제시한다. (구체적인 제시가 없는 것은 차기작인 <호모 데우스>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사피엔스>는 교양 입문서로서 가지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계 역시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러한 문제는 하라리의 역사관 歷史觀에서 나타난다. 하라리의 역사관은 <사피엔스> 내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한다. 먼저, 하라리는 역사가 통일 統一을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고 말한다. 


 '역사의 방향을 인식하는 일은 사실상 시점의 문제다. 역사를 조감도처럼 보면, 역사가 통일의 방향으로 향하는지 다양성의 방향으로 향하는지 판정하기 어렵다... 수천년이라는 단위를 스캔하는 시점을 취하는 게 낫다. 이 시각에서 보면 역사가 통일을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명약관화하다.'(P240)


 과연 그럴까? 개인적으로 인류의 역사를 그렇게 단순하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역사적으로는 중국 中國의 '분열과 통일'이 반복되는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가 표방하는 '세계화 globalization'와 이에 대항하는 '반 세계화'( 반 反 FTA, 브렉시트 Brexit 등) 운동 등을 살펴보더라도 우리는 역사가 결코 일방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한 편으로 <사피엔스> 내에는 하라리의 역사관에 대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타난다. 

 

 '역사는 결정론으로 설명될 수도 예측될 수도 없다. 역사는 카오스적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많은 힘이 작용하고 있으며, 이들 간의 상호작용은 조금만 달라져도 결과에는 막대한 차이가 생긴다. 역사는 이른바 "2단계 level two" 카오스계다. 카오스계에는 두 종류가 있다. 1단계 카오스는 자신에 대한 예언에 반응을 하지 않는 카오스다. 가령 날씨는 1단계 카오스계다.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요인을 고려하는 컴퓨터 모델을 만들어 점점 더 정확하게 예보할 수 있다. 2단계 카오스는 스스로에 대한 예측에 반응하는 카오스다. 그러므로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p341)


 <사피엔스>의 다른 페이지에서는 역사의 방향성에 대해 알 수 없다는 하라리의 또 다른 역사관. 이 주장은 '역사의 방향성'을 제기한 저자의 다른 주장과 서로 모순 矛盾된다. 이처럼 통일이 되지 않은 저자의 주장은 <사피엔스>내용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게 한다. 여기에 이스라엘인 저자의 유대교에 대한 우호적인 관점은 <사피엔스>에 대한 공감을 어렵게 만든다.


 '유대교는 우주의 최고 권력은 사심과 편견을 지니는데, 그분의 주된 관심은 조그만 유대국가와 이스라엘이라는 이름 모를 땅에 있다고 주장했다. 유대교는 다른 나라에게는 이 믿음을 권하지 않았고, 그 존속기간 대부분 동안 선교를 하지도 않았다.'(p309)


 '이신론자들의 (선과 악의) 대립은 결국 기독교와 무슬림 사상의 초석이 되었다. 천국과 지옥에 대한 믿음 역시 그 기원은 이신론에 있었다. 구약에는 이런 믿음의 흔적조차 없다. 사람들의 영혼이 육체가 죽은 다음에도 계속 산다는 주장 또한 전혀 나오지 않는다.'(p317)


  종교적으로 유대교가 기독교와 이슬람교 성립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자본주의에서 유대자본의 역할이 결코 작지 않았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최근의 과학혁명에서 유대인의 역할은 결코 무시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은폐하는 듯한 하라리의 입장은 공감하기 어렵고, 저자의 주장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러한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류사를 조망하는 좋은 관점을 일반인에게 제시한다는 면에서 <사피엔스>는 한 번은 읽어볼만한 유익한 인문/과학교양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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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6-07 16: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은 분들이 유발 하라리의 역사관을 ‘진보로 향하는 진화’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독자가 이 책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저자의 생각을 여러 가지 관점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어요. ‘진보로 향하는 진화’라는 단어 자체가 다윈이 말한 진화의 의미로 볼 수 없어요. 진화와 ‘발전’은 다른 겁니다. 진화는 진보와 발전 향상을 위해 이루어지는 단계가 아닙니다. 역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다가 어떠한 변수를 만나 급격히 쇠퇴하는 경우가 있어요. 유발 하리리가 주장한 긍정적인 미래상을 회의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6-07 16:26   좋아요 1 | URL
네^^: cyrus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에 공감합니다. 역사에서 자연의 법칙과 같은 일반화된 법칙을 발견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드네요. cyrus님 말씀처럼 ‘진화‘는 방향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하라리의 관점은 성급하다는 생각과 함께 역사법칙의 지나친 단순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이러한 위험을 경계해야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hnine 2017-06-07 16: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막상 읽었지만 어떻게 정리를 해야할지 (요점 정리 위주로 리뷰를 써야할지, 소감 위주로 써야할지) 몰라 리뷰를 못올리고 있는 중인데 겨울호랑이님 일목요연하게 정리 잘 해서 올려주셨네요. 저에게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저 같은 문외한으로는 그저 감탄, 경탄 하며 읽었지만 분명 저자의 주관도 작용했으리라는 것 또한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겨울호랑이 2017-06-07 16:23   좋아요 0 | URL
^^: 부족하나마 내용을 정리했는데 hnine님께 도움이 되었다니 저도 기쁩니다. hnine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자의 관점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만화애니비평 2017-06-07 16: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책을 읽으며 서평을 적을 때 너무 난잡하게 적을수밖에 없었습니다. 책내용이 겉으로 목차를 보면 상당히 순차적이나, 책안에 담고 있는 내용은 너무나 요동부절이었습니다.
다른 분이 잘 말한 것처럼 진보와 진화는 다르고, 게다가 모든 과학과 종교 정치적 사상조차 하나의 만들어진 산물이라면
하라리 자신도 그 산물의 하나인데, 그의 책에서 본인이 그런 공간속에 점이란 상실을 너무 망각한 게 아닌가 하는
심정입니다. 다이아몬드의 총균쇠가 서구 백일우월주의가 깔려있고, 기독교문화가 서양문화 토대라면
그 서양문화의 시초, 기독교의 발생지인 예수살렘의 학자가 가닌 전지적 관점은 한계라고 봤습니다.

마빈해리스의 책과 같이 서양의 합리주의로 파괴당한 원시 및 제3세계의 민족과 국가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어도
해리스처럼 애정은 없었습니다. 이 책은 인류학 서적이나 인류의 애정이 없는 책인듯 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6-07 16:31   좋아요 0 | URL
^^: 아직 마빈 해리스의 문화 인류학 3부작은 깊이 있게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만화애니비평님의 말씀과 다른 이웃분인 북다이제스터님의 추천을 생각하면, 필독서라 생각됩니다. 만화애니비평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사피엔스>에 영향을 준 <총, 균, 쇠>의 관점과 유대인 특유의 선민사상이 알게모르게 책에 배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부분을 다음에 마빈 해리스의 저작을 읽을 때 염두에 두면 의미있는 독서가 될 것 같습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06-07 1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은 분들의 말씀처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열린 책이라 생각됩니다. 그 점이 누군가에게 장점이 혹은 단점일 수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6-07 16:49   좋아요 1 | URL
^^: 네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그래서 더 화제가 되었던 것 같아요.

북다이제스터 2017-06-07 17:04   좋아요 1 | URL
참, <호모 데우스> 읽어보시면 선민사상과 인권 등이 사피엔스 멸망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전 이해했습니다. 그 만큼 읽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게 저자는 책을 쓰는 것 같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6-07 17:09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북다이제스터님의 해석도 유념해서 <호모 데우스>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06-07 23:31   좋아요 2 | URL
저자의 역사관에 대해서도 저와 해석이 다르세요. 저자의 역사관이 모순된 듯 보일 수 있지만 역사의 통일성은 상대적 개념으로 보입니다. 세계화를 반대하는 반세계화 주장도 있지만 고대 등 과거에 비해 현재가 세계화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반면 역사가 카오스적이란 말은 우연과 필연에서 우연에 힘을둔 역사관련 흔한 일반적 서술이라고 전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이런 쟁점을 떠나 이책이 정말 대단한 점은 저를 포함하여 이 책을 읽을 때면 뭔가 틀린 점을 찾고 싶고 흠을 잡고 싶고 뭔가 부정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는 것 입니다. 이런 점에서 저자 책들은 참 흥미롭습니다. ^^ <호모 데우스>는 제게 더 했습니다. ^^ 하지만 결국 승복하게 만드는 정말 이상한 책입니다. ㅎㅎ

겨울호랑이 2017-06-08 07:52   좋아요 0 | URL
^^: 그렇군요.. 북다이제스터님께서는 역사 진행 방향 중 ‘통일성‘에 더 중점을 두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통일성- 분열‘ 에 대해 어느 방향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통일성이, 때로는 분열이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는 생각이 드네요.. 현재는 그렇지만, 공부가 깊어지면, 북다이제스터님 의견과 같은 의견을 가질 수 있을것 같습니다. <사피엔스>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2017-06-07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7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7-06-08 19: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다리던 겨울호랑이님의 사피엔스 리뷰를 읽네요..

읽는 중이라..
이동진 빨간책방 ‘사피엔스‘ 편 오프닝글을 대신 올립니다

희도록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먼 길을 가야 할 때,
그 빗속에 발을 내딛는 사람의 마음.
수억 광년을 달려 지구에 도착한 오늘 저녁의 별빛.
그 빛이 지나온 우주와 그 긴 시간은 얼마나 막막할까요.
그 막막함은 외로움이었을까요.

흰 종이 앞에 마주한 작가의 마음도 그럴 겁니다.
그렇다면 막막한 것은 흴까요, 검을까요.
혹은 우주처럼 심연처럼, 암청색에 가까울까요.

쌀을 쏟아놓고 주저앉아 우는 아이.
많음이 기가 막혀서, 그 많은 걸 담을 길을 몰라서 웁니다.
그때의 막막함이란 두려움에 가깝겠죠.

어쩌면 우리가 이 세상에 처음 던져졌을 때 그 최초의 울음은 살아갈 세계가 막막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아이처럼 울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문득 있습니다.

살아갈 날들의 막막함, 아득한 수평선의 막막함,
먼 눈빛의 막막함.

그때의 막막함은 너무 막연하고 쓸쓸한 쪽이라서 잘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막막’이란 글자는 ‘사막’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사막을 건너는 사람에게 위안이 되는 건
역시 또 수억 광년을 막막히 건너온 별빛이네요.

겨울호랑이 2017-06-07 19:04   좋아요 2 | URL
^^: 나와같다면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가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은 두려움이겠지요. 불안감에 스스로 흔들릴 때가 아무도 가지 않은 길 또는 처음 난 길을 갈 때겠지요. 한 편으로는 다른 생각도 해봅니다. 새벽눈이 쌓인 길 발자국이 없는 하얀 눈길 속에 ‘뽀드득‘ 소리를 들으며 가는 것은 막막함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묘한 설레임을 느끼게 됩니다.

AgalmA 2017-06-07 19: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겨울호랑이님! 정리 잘 하셨네요^^
헌데 저는 유발 하라리의 통일적 역사관과 카오스적 역사관이 섞일 수밖에 없는 걸 이해합니다. 제가 이 책 읽을 때 제임스 글릭 <카오스>를 읽고 있어서 그런 건지도 모릅니다.
제임스 글릭도 수많은 역사가들처럼 고민하는 대목이 있는데요. ˝많은 관련된 힘 가운데 어떤 것이 중요하고, 어떤 것이 무시되어도 별문제 없는가를 결정하는 일˝에 대해서요.
역사적으로 열역학 제2법칙은 사회의 와해, 경제의 쇠퇴, 도덕의 붕괴, 퇴폐 현상들을 설명하는 데 쓰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건 하나의 관점일 뿐입니다. 엔트로피는 열이나 온도와 관련한 열역학적 목적에 부합하나 무질서의 측도로 쓰기에는 매우 막연하다고 제임스 글릭은 밝히고 있지요.
카오스 이론에서 중요한 ‘초기조건의 민감성‘을 종잡을 수 없는 파괴성으로 인식하면 답은 무용지물이죠. 그러나 제임스 글릭은 ‘초기 조건의 민감성‘이 창조성에 기여한다고 말하죠. 조지프 포드 ˝진화란 피드백을 가진 카오스다˝란 말처럼 이 우주가 무작위적이고 소산적일 수 있지만 방향성을 가진 무작위성입니다. 카오스 이론은 그 복잡성 속에서 패턴과 질서를 본 거죠.
즉 유발 하라리의 통일성은 카오스 이론을 바탕으로 한 상태로서의 통일을 말하고 있는 겁니다. 기존의 환원주의적 통일과는 좀 다르죠.
사람들은 과학을 진리를 말해주는 사실처럼 받아들이고 싶어하지만 과학도 우리 상상 질서의 체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이론의 엇갈림이 있는 것이고요.

겨울호랑이 2017-06-07 19:28   좋아요 2 | URL
^^: 감사합니다. AgalmA님의 말씀 중에서 ‘방향성을 가진 무작위성‘이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설명한 역사와 관련한 관점을 잘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은 AgalmA님 덕분에 이해했습니다. 다만, 저는 방향성의 방향이 ‘통일‘로 간다는 하라리의 의견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통일‘과 ‘분열‘을 일종의 ‘작용‘과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면 어느 한 쪽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의존적 성격이 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토인비가 말한 ‘도전과 응전‘의 역사가 ‘통일‘의 역사보다 인류사를 더 잘 설명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사피엔스>내의 하라리 역사관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ㅋ 감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7 2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리의 달인이자, 꼼곰함의 달인이신 분이십니다. 워낙 성실하시니 댓글도 다들 성실한 댓글을 다시네요.. 책 안 읽어도 겨호 님 요약본만 읽으면 읽은 척할 수 있어 좋습니다. 어디 가서 읽은 척해야 겠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6-08 07:54   좋아요 0 | URL
^^: 곰곰발님 감사합니다. 제가 <사피엔스>를 요약했습니다만, 제대로 되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곰곰발님을 비롯한 다른 분들께서 직접 읽어보시면 더 많은 것을 얻으리라 생각합니다. 바쁜 이웃분들께 조그만 도움이 되어서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만화애니비평 2017-06-07 2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게 범 대신 곰인가요? ㅎㅎ

messenger 2017-06-08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새로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
http://cafe.naver.com/loveliberty

커피소년 2017-06-08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의 글을 읽고 책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네요.

겨울호랑이 2017-06-08 19:14   좋아요 1 | URL
^^: 김영성님께서 직접 읽으시면 제 리뷰에서 놓친 부분을 많이 찾으시리라 생각합니다

2017-06-08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8 2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7-06-08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발하라리의 저 두꺼운 책을 이리 쌈박하게 요약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럭 벽돌책은 안 읽는 주의라서욤..ㅎ
이거 보고 <사피엔스>는 읽었다고 자위해야 겠습니다~ㅎ

겨울호랑이 2017-06-08 22:24   좋아요 1 | URL
^^: 막상 읽어보시면 yamoo님께서도 재밌게 읽으실 책이라 생각되네요^^: 감사합니다

jackie 2017-06-12 1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막연히 정리해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꼼꼼하면서도
마지막 신인류 부분에서도 비평을 잃지 않으시는 냉철한 정리 감사히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6-12 17:56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초란공 2018-09-08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항상 부러운 마음으로 호랑이님의 글을 읽곤합니다. <사피엔스>도 스스로 뭔지 모르게 공감하기 힘든 부분들은 있다 정도로만 정리된 상태였어요. <반기업 인문학>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유발 하라리의 저작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은반면 <반기업 인문학>에서 비판한 부분은 제가 공감을 많이 하게 되었구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겨울호랑이 2018-09-08 12:46   좋아요 0 | URL
Nykino님 감사합니다. 유발 하라리의 통찰이 뛰어난 부분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전체 생각에 동의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그런 부분도 많겠지만요.^^:) 다만, 이런 과정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 가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레판토 해전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4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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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판토 해전>은 시오노 나나미의 전쟁 3부작 중 마지막 3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이 책을 읽은 시점은 2002년 월드컵 무렵이니 벌써 14년 전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는 시오노 나나미의 열렬한 팬이어서 거의 그녀의 작품을 읽었던 시기에 읽었던 작품이다.


전쟁 3부작은 총 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1편은 <콘스탄티노플의 함락>으로 1453년 비잔틴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의 함락으로 인한 기독교 세계의 위기, 2편 <로도스섬 공방전>은 로도스 섬의 기사단과 오스만 투르크의 사투를 그리면서 기독교 세계의 반격 준비가 그려지고, 마지막 3편 <레판토 해전>을 통해 오스만 투르크의 서진(西進)을 저지한 것으로 그려진다. 


시오노 나나미의 '전쟁3부작'만  놓고 보자면, 레판토 해전 이후 오스만의 세력이 이후 몰락의 길로 가게 되는 것처럼 그려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이후에도 오스만의 유럽 공략은 계속되어 1683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비엔나 전투'가 오스만 투르크 vs 폴란드-리투아니아, 신성로마제국 동맹국간 발생되어 이후에도 유럽은 오스만 투르크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러한 면에서 시오노 나나미는 역사를 흥미있게 일반에게 알리는 면에서는 매력적인 작가지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서술에서는 작가-역사가의 입장을 오가는 무책임한 면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내가 그녀의 작품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시오노 나나미의 작품에 대해서는 후에 기회가 되면 추가적으로 분석하도록 하고, 갑작스럽게 <레판토 해전>에 대해 리뷰를 쓰게 된 이유는 <레판토 해전>에 나오는 국제 정세를 속에서 '박근혜 탄핵'과 관련하여 시간끌기를 하며, 명분쌓기를 하는 정치권의 모습이 연상되어서이다.


 작품<레판토 해전>에서 베네치아는 동지중해 무역의 중심 거점인 키프로스의 함락을 저지시키기 위해 '베네치아-교황청-에스파냐 함대'를 십자군의 이름으로 결성시킨다. 그렇지만,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결집한 이들이지만, 각자의 정치적 입장 차이 때문에 좀처럼 출정하지는 못한다.


 베네치아는 키프로스의 수도인 파마구스타의 함락을 위해 빠른 출정을 원하지만, 에스파냐는 자신의 출정으로 베네치아만 좋은 일을 시켜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런 저런 이유로 출정을 미룬다. 작품에서는 노련하게 출정을 미루는 안드레아 도리아의 모습이 베네치아 지휘관인 바르바리고의 시선에서 잘 그려진다. 목적을 달리하던 이들을 하나로 결집시킨 것은 키프로스의 수도 '파마구스타 함락'이라는 사건이었다. 포로가 된 베네치아 지휘관이 코와 귀가 베어진 채 끌려다니다가, 살가죽이 벗겨진 채 숨이 멎을 때까지 바닷물에 담궈진 충격적인 사건 속에서 이들은 비로소 '그리스도의 전사'로 변모하게 되어 하나가 되고, 결국 이교도들을 물리친다는 이야기다.


유럽인들에게는 가슴 뛰는 이야기이겠지만, 기독교 신자인 나도 비(非)유럽인이라서일까. 

'배달의 기수'같은 이야기의 결론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박근혜 탄핵'을 둘러싼 정치권의 흐름과 제3차 박근혜 담화를 듣고 곰곰히 생각하던 중 <레판토 해전>이 생각났다.당대 국제정세와 우리 정치현실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무리한 비교는 하지 않겠지만,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담화는 <레판토 해전>의 '키프로스 파마구스타 함락'과 같은 충격을 우리에게 주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라 생각한다.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이들'에게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내야겠다. 그리고, 다음 선거에서는 한국어를 잘 알아듣는 이들을 정치권으로 보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Battle of Lepanto 1571.jpg


[그림]레판토 해전 (그림 출처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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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2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02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거서 2016-12-02 2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양치기 목동이 된 대통령의 담화문을 보고 레판토 해전이 생각나다니 겨울호랑이 님의 해박함에 감탐하고요, 얼마 전에 댓글에서 알게 되었지만, 역시 레인맨이 맞나 봅니다. ㅎㅎ

겨울호랑이 2016-12-03 06:45   좋아요 1 | URL
^^: 사실 아는 게 얼마 없어서 조금 아는 것으로 조합해서 계속 우려먹고 있는 편입니다.. ㅋㅋ 레인맨보다는 사골국물이 보다 정확할 거 같아요. 오거서님 감사합니다
 

「중세1 : 476 ~1000」은 움베르트 에코를 비롯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중세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작품이다.

헤룰리족의 족장 오도아케르에의해 서로마의 로물루스 아우구스툴루스 황제가 폐위된 기원후 476년부터 이슬람의 침입에 서유럽이 반격을 준비하던 1000년까지의 시간에 지금의 유럽지역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움베르트 에코는 ˝야만인, 그리스도교도, 이슬람교도의 시대˝라고 이름 붙였다.

책은 역사, 정치, 경제, 철학, 과학과 기술, 연금술과 화학, 문학과 연극, 시각예술, 음악 등 중세 유럽의 모든 문화와 같은 시대의 다른 문화와의 교류 등을 포괄한다. 사실상 문화사 전반에 해당하는 매우 넓은 범위를 다루고 있다. ( 지금까지 적은 것이 대목차 제목일 정도로 다루는 분야가 넓다.)

또한, 당시 각 분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인물과 이론, 문화등은 거의 모두 거론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세에 관해 많은 자료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중세에 대해 익숙한 그림을 머리에 그리지 못한다면 페이지 넘기는 것에 부담을 느끼게 되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너무 친절하게 세세히 중세 476년부터 1000년까지의 서술을 하기에 초보자로서 핵심을 파악하기 어려운 점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처음부터 끝까지 단일화성으로 연주되는 음악같은 느낌 또는 책 자체가 ‘그레고리안 성가‘같다고 느껴진다.

양은 1000페이지를 상회하지만, 다루는 시간과 내용적 범위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짧다고 생각된다. 이 책이 600여년의 시간 동안의 한 문명의 문화사를 다룬다 점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90년대 ˝한국을 빛낸 103명의 위인˝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단군부터 시작해 현대사까지 역사인물을 나열한 노래로 매우 길었던 곡으로 기억된다. 그렇지만. 그 노래에 나오는 인물들이 한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한다면 그 노래는 매우 짧게 한국사를 소개한 노래라할 수 있겠다. 마찬가지로 이 책을 읽을 때 어느 정도 목적을 가지지 않는다면 마치 그 노래를 듣는 듯한 느낌을 피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움베르트 에코는 중세를 ‘어둠의 시대‘로 규정하지 않는다. 21세기에 이루어진 많은 산물들의 뿌리가 중세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점을 제시한다. 또한, 중세가 희망의시기일 수 있는 근거로 동시대에 이루어진 다른 문명권의 성과를 제시하면서 유럽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려는 모습도 보여준다. 비록 이 책 대부분이 유럽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한계가 있지만.

그러한 큰 틀에서 넓게 중세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라 생각된다.

이번 리뷰는 전체 내용을 요약하지 않았다. 백과사전을 내용적으로 요약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인데, 대신 책 뒤에 부록 사진을 첨부하며 마치고자 한다.

최종적으로 이 책은 독립된 책으로서 가치를 가지기보다 교양차원에서 깊이 있는 중세 공부를 위한 좋은 참고서 또는 백과사전이라 생각된다.「중세」시리즈는 최소한 공동저자인 움베르토 에코 자신의 작품 「장미의 이름」,「바우돌리오」등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에 대한 훌륭한 주해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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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11-19 16: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두께가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움베르트 에코가 저자에 포함되었다니 기대되네요.

겨울호랑이 2016-11-19 16:38   좋아요 3 | URL
페이지가 1000페이지가 넘네요 1년당 2페이지씩 할당한 것 같습니다 ㅋ

겨울호랑이 2016-11-20 08:48   좋아요 2 | URL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네요..분량이 1년에 2페이지 정도라는 말씀이고, 책의 서술은 주제별로 되어 있습니다.. 예술사, 철학사, 음악사 등 ˝종합 문화사˝ 형식입니다^^

마르케스 찾기 2016-11-19 23: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년에 2페이지 정도라,,,
대장정을 끝내셨네요ㅋㅋ
자세히 쓰신 리뷰를 읽으니 별 네개의 의미를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책 사진을 첨부해 주셔서 감사!!
생각지도 못한 빠른 시간에 리뷰를 읽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기다림이 괜한 조급증으로 불편을 드리지는 않았나,, 죄송하기도 하면서,, 사실 죄송함보다는 책의 장단점을 세세히 알려주심에 감사함이 더 큽니다ㅋㅋ

겨울호랑이 2016-11-19 23:28   좋아요 2 | URL
마르케스찾기님께 도움이 되어 좋네요^^: 조급하게 읽은 것은 아닌데 마음에 깊이 와닿기보다 쏟아지는 지식에 도중에 낙오한 느낌이 네요 ㅋㅋ

마르케스 찾기 2016-11-19 23:44   좋아요 3 | URL
책 두께와, 책이 기술한 시대의 양과, 세세한 장단점, 올려주신 사진들에서,, 그리고 결정타!! ˝백과사전˝이란 표현에서 책의 모습을 전혀 몰라도 대충이나마 그려볼 수 있겠어요ㅋㅋ
백과사전을 다 이해하거나 다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을 듯ㅋㅋ
일단 쭉 통독한 후, 꽂아두고 발췌독을 할까,, 1년에 2장 정도의 설명양이라면 발췌독보다는 인터넷 검색이 나을까,, 이런저런 고려를 할 수 있는 정보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6-11-20 08:20   좋아요 2 | URL
^^: 마르케스찾기님께 도움이 되어 저도 좋네요. 저도 시간을 두고 발췌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유럽 사람들과는 달리 우리에겐 중세유럽은 세계사 중 일부니까요^^:

2016-11-20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0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프리쿠키 2016-11-20 00: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두께에 놀라고 가격에 놀라는 1인입니다.ㅠ.ㅠ
이런 책을 읽어내시는 겨울호랑이님. 정말 대단하세요. 아 생전에 도전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ㅎ
에코의 저작물이라 생각했거늘..여러 전문가들이 참여한 책이군요.

책에 대한 정보 감사드립니다.
그냥 겨울호랑이님의 리뷰에 입맛만 다셔야 할 듯 싶어요. ㅎㅎ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겨울호랑이 2016-11-20 08:11   좋아요 3 | URL
아니에요, 북프리쿠키님 저도 제 것으로 온전하게 소화를 못 시켜 수박 겉 핥기로 넘어간걸요.. 보다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충분히 여러 번에 걸쳐 읽어야할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yureka01 2016-11-20 01: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책은 언젠가 꼭 읽어 보고 싶은 책중에 하나 입니다,^^..

겨울호랑이 2016-11-20 08:13   좋아요 3 | URL
^^: 네 중세에 대한 좋은 책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오거서 2016-11-21 2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값에 놀라고 두께에 질려서 읽고싶은 맘을 억눌러 간신히 진정하고 있었는데 겨울호랑이 님의 리뷰를 읽고서 그만 허물어졌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6-11-22 04:08   좋아요 2 | URL
중세 음악에 대해 상세하게 정리되어 오거서님께서 곁에 두고 유용하게 잘 활용하실 책이라 생각됩니다^^

camphortree85 2020-02-03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번역은 괜찮나요??

겨울호랑이 2020-02-03 19:01   좋아요 0 | URL
네, 제가 번역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라, 저는 잘 읽었습니다만, 읽는 분에따라 다르게 느끼실 수도 있을 듯 합니다. camphortree85님 즐거운 독서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