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한 것은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생각대로 실행에 옮긴 철학적 방법론(지식인들, 정치인들, 시인들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선입견을 논박하고 적절한 이론적 해결점을 모색하는 방법)이 몇 십 년 뒤에 하나의 진정한 장르로, 이른바 ‘로고스 소크라티코스logos sokratikos’라는 철학적 담론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다.

플라톤은 철학적 대화라는 장르의 이론적이고 문학적인 수준을 전례 없는 단계로 끌어올리면서 누구도 초월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했다. 하지만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적인 담론의 본질적인 특징들, 즉 비판적이고 변증적이면서도 실천에 열린 자세를 유지한다는 점과 결과적으로 윤리적이고 실용적인 차원을 중요시한다는 특징을 고수할 줄 알았다. ‘대화’를 통해 플라톤은 거대한 철학의 무대를 구축할 수 있었다.

글의 상호호환성을 강조하는 전략은, 바흐친Mikhail Bakhtin의 문학이론적인 관점에서, 문화적이고 문학적인 언어들을 철학의 무대 위로 가져옴으로써 하나의 패러디를 구축하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 이 언어들의 대체를 목표로 하는 철학적 담론 속에서 이 언어들을 비판하고 전복시키거나 때에 따라서는 다시 채택하고 변형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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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09-08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봤습니다. 이 책을 살까말까 하다가 그냥 내려놨네요. 이런 류의 책은 이제 더이상 읽지 않으려구요. 음, 뭐...서양철학사 개설강의 부탁이 들어오면 또 모르겠습니다..ㅎㅎ

겨울호랑이 2023-09-08 10:41   좋아요 0 | URL
yamoo님 말씀처럼 서양철학사 책의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고, 또 종류도 많기에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수준이 되면 보다 깊이있는 저서로 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여겨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신의 두께가 어느 정도 되는 그럴듯한 제목의 벽돌책이 출간되면 자연스럽게 손이 가게 되네요. 그러면서 또 새롭게 깨닫고 배우는 면도 있어 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아요... ^^:)
 
법의 정신 2 나남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441
샤를 드 몽테스키외 지음, 진인혜 옮김 / 나남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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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토, 종교, 법, 통치 규범, 과거 사례, 풍속, 생활양식과 같은 여러 가지가 인간을 지배한다. 그로 인해 그런 것들로부터 유래하는 일반 정신이 형성된다. 각 국민에게 이런 원인 중 어떤 하나가 더 강하게 작용하면 다른 원인들을 그만큼 약해진다. 자연과 풍토는 미개인을 지배하는 거의 유일한 것이다. 생활양식은 중국인을 지배하고, 법은 일본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_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3-2> , p136


 뒤이어 샤를 드 몽테스키외 (Montesquieu Charles Louis de Secondat, 1689~1755)는 <법의 정신 De l'esprit des lois 3-2>에서 풍토에 따른 민족들의 서로 다른 기질이 생겨남을 말한다. 이로부터 다양한 민족성이 설명되며 민족마다 다양한 법(法)의 형태가 가능해진다. 각자의 풍토와 민족에 맞는 정체가 성립되지만, 그러한 법과 정체가 저마다 최적의 상태라고 볼 수는 없다. 때문에, 서로 다른 상황에서 야만 상태에서는 전제정이, 문명 상태에서는 공화정이 자리잡지만 체제의 유지를 위한 여러 방안이 마련되고 구성원들은 이로부터 노예 상태 혹은 자유를 체감하게 된다.


 풍토로 인한 게으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 없이 생활하는 모든 수단을 법을 통해 없애도록 애써야 한다. 그러나 유럽의 남부 지방에서는 법이 정반대의 일을 한다. 즉, 법은 아무 일도 안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사변적 생활에 알맞은 지위를 부여하고 거기에 막대한 부를 결부시킨다. _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3-2> , p28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태어나므로, 노예제는 자연에 어긋난다고 말해야 한다. 비록 어느 지역에서는 노예제가 자연적인 이유에 토대를 두고 있더라도 말이다(p49)... 아마도 이 지구상에 자유인에게 노동을 촉구할 수 없는 풍토는 없을 것이다. 법이 잘못 만들어졌기 때문에 게으른 사람들이 생기게 되었고, 그들이 게을렀기 때문에 그들을 노예로 만든 것이다. _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3-2> , p51


 풍토가 민족의 정체를 규정한다면, 문명국 사이의 평화상태를 유지하게 만드는 것은 상업이다. 후대의 칸트( Immanuel Kant,, 1724~1804)의 영구평화론 에 앞서 몽테스키외는 자유로운 상업이 평화를 가져온다고 바라본다.


 상업은 평화로 이끄는 효과가 있다. 함께 교역하는 두 국민은 서로 의존하게 된다. 한쪽이 사는 것으로 이익을 얻는다면, 다른 쪽은 파는 것으로 이익을 얻는다. 모든 연합은 서로의 욕구에 토대를 둔 것이다... 상업 정신은 사람들에게 정확한 공평성에 대한 감각을 초래하는데, 이것은 한편으로는 약탈에 대립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도덕적 덕성과도 대립한다. _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3-2> , p172


 다만, 몽테스키외에게 상업은 국가 간의 평화만을 담보하는 장치가 아니다. 칸트가 자유로운 통상이 두 국가를 긴밀하게 연계하여 평화를 위한 인계철선으로 작동하고, 이로부터 무력사용의 불필요함으로 이어져 국가연합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면, 몽테스키외는 국가 간 통상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부(富)와 여기에 부과되는 세금(稅金)에 주목한다. 자유로운 통상으로부터 얻어지는 재원은 국가가 필요한 지출을 가능케 하며, 국가는 이로부터 인민의 고통을 경감시키고 공동체를 유지시킬 힘을 갖게 된다.


 통상이 있는 곳에는 관세가 있다. 통상의 목적은 국가를 위해 상품을 수출하고 수입하는 것이다. 관세의 목적은 역시 국가를 위한 것으로, 이 수출입에 대한 일정한 조세이다. 따라서 국가는 관세와 통상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고 그 두 가지가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때 사람들은 통상의 자유를 누리게 된다. _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3-2> , p182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3-2>에서는 서로 다른 풍토에서 만들어지는 민족정신과 법을 말하고, 야만과 문명국의 정체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자유로운 상업활동이 평화와 국가의 부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이야기된다. 다소 주제가 동떨어진 감이 있지만, <법의 정신>이 집필 준비에만 20여년의 시간이 소요된 오랜 기간을 두고 쓰여진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내용상의 어색함이 이해못할 수준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한 나라의 부는 많은 생업을 전제로 한다. 수많은 분야의 상업에는 항상 부진을 면치 못하는 분야가 있게 마련이고, 따라서 그 분야의 장인은 일시적 빈곤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바로 그때 국가는 인민의 고통을 막기 위해서든 인민이 반란을 일으키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든 신속한 구조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런 가난을 예방할 수 있는 자선시설 혹은 그에 상당하는 어떤 규정이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경우이다. _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3-2> , p344

아시아에서는 언제나 대제국을 볼 수 있었는데, 유럽에는 대제국이 결코 존속할 수 없었다. 그것은 우리가 아는 아시아가 더 넓은 평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는 바다에 의해 더 넓은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더 남쪽에 있으므로 샘이 더 쉽게 마르고 산이 눈으로 덮이는 경우도 더 적으며 물이 덜 불어나는 강은 그다지 큰 장벽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아시아에서는 권력이 항상 전제적일 수밖에 없다. - P94

자연은 모든 것을 고쳐준다... 우리를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라. 우리의 조심성 없는 품성은 우리의 악의 없는 본성과 결합하여, 우리의 사교적 기질을 방해하는 법들을 부적절한 것으로 만든다. - P137

오류에 빠질 수 있는 것은 국가의 채무를 나타내는 증권이 부(富)의 상징이라는 점이다. 그런 증권을 유지하며 몰락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부유한 국가뿐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몰락하지 않으려면, 그 국가가 다른 데에 커다란 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재난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재난에 대항하는 재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난이 이익이 된다고 말하는 것은 재원이 재난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 P289

국가의 인구가 특별한 사건, 전쟁, 페스트, 기근으로 감소할 때는 구제할 방법이 있다. 남은 사람들은 노동과 근면의 정신을 보존하고 있을 수 있다. 그러면 그들은 불행을 만회하려고 애쓰고 재난 자체에 의해 더 근면해질 수 있다. 인구 감소가 오래전부터 내부의 악습과 악정에 의해 초래되는 경우는 거의 치유할 수 없는 병이다. 그런 경우 사람들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만성이 된 병으로 죽어갔다.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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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설립되면서 복수의 세계도 막을 내린다. 하지만 아테네가 세운 법의 세계에서 발표된 첫 번째 판결문은 오레스테스에게 무죄를 선포한다. 무죄 판결의 기준은 바로 여성들을 열등한 존재이자 남성에게 종속된 존재로 바라보는 남성 우월주의라는 원칙이었다. "자식들을 생성하는 존재는 어머니가 아니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그저 그녀 안에 뿌려진 씨앗을 기른 모체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생성의 주체는 그녀를 수태케 한 아버지다." 이는 아폴론이 오레스테스를 변호하며 했던 말이다. 복수와 법률의 대립을 대체하며 아버지와 어머니의 대립이 부각되었을 때 결국 우위를 점한 것은 아버지였다. 그런 식으로 오레스테스는 혐의에서 벗어난다.

언급이 필요한 또 한 가지 사실은 아테네 법이 아들과는 달리 딸을 법적 상속 대상에서 제외시켰다는 점이다. 딸들이 요구할 수 있는 유일한 재산은 혼인 지참금뿐이었다. 하지만 재산을 물려줄 아들이 없는 상태에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날 경우 딸이 비록 재산은 물려받을 수 없었지만 가문의 재산이 그녀의 자식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 주는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여하튼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테네의 민주주의 역시 초기에는 ‘선택과 배제’의 이원론적인 원칙을 적용했다는 사실이다. 어떤 형태의 정권하에서든, 시민이 된다는 것은 특권을 누릴 수 있는 계층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했고 어딜 가든 특권 보유자들은 외부인이 특권 계층에 가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제한하려고 노력했다.
아테네 민주주의의 기반은 네 가지 원칙, 즉 (1) 평등, (2) 선거, (3) 보수, (4) 참여에 의해 구축되었다고 볼 수 있다.

패권을 장악한 아테네는 민주주의 체제를 선호함으로써 하나의 구체적인 정치적 방향을 제시했다(민주주의를 가장 우월한 정치체제로 간주했기 때문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국가들의 입장에서 가장 두려웠던 것은 델로스 동맹에서 탈퇴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이유, 즉 탈퇴가 아테네의 즉각적인 군사개입이라는 위협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러한 정황 속에서 아테네는 장기간에 걸친 압력으로 낙소스(기원전 465년), 타소스(기원전 463년), 사모스(기원전 439년) 섬을 동맹군에 가담하도록 만들었고 그런 식으로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도 계속해서 승리를 거두었다. 페리클레스 시대의 광명은 이처럼 빛과는 정반대되는 어두운 측면들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모두 폭력적이고 냉소적인 제국주의의 특징이었다.

한편 그토록 잔혹한 전쟁에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울러 스파르타의 보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귀족과 부자 들은 아테네를 정상적인 도시로 만드는 데 실패했고 중도적인 체제에 적응하는 데에도, 또 하나의 스파르타를 만드는 데에도 실패하고 말았다.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원인은 반민주주의 운동을 이끌던 아테네 귀족들의 나약함이었다고 볼 수 있다.

키레네학파와 키니코스학파는 소크라테스로부터 물려받은 행복이라는 주제와 훌륭한 삶이라는 주제를 상이한 방식으로, 하지만 모두 이론적이기보다는 양식적인 차원에서 발전시켰다. 아리스티포스는 쾌락주의를, 디오게네스는 반사회적인 고행주의를 발전시켰지만 이들의 자전적인 삶의 구축은 이들의 철학적 작업인 동시에 하나의 예술작품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이들은 모두 도덕적 이상을 하나의 미학적 전략을 통해 표현했고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지혜를 이론화하는 대신 묘사하는 것으로 그쳤다.

판도라의 신화가 가진 가장 흥미로운 점은 판도라가 창조되는 과정이다. 성서의 이브와 달리 판도라는 남성의 신체 일부에서 탄생하지 않고 헤파이스토스에 의해 물과 흙으로 빚어졌다. 여기서 드러나는 남성과의 차이점은 단순히 다르다는 말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판도라는 타자성을 표상한다. 헤시오도스는 판도라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여성이라는 종족genos과 여성들만의 부족들phylai이 그녀에게서 유래"한다고 말한다. 여성은 남성 종족과 구별되는 ‘또 다른’ 종족이다. 헤시오도스는 모든 여성이 판도라의 후손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판도라의 여성은 남성의 기여 없이 자율적으로 번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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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스트 철학은 이를 구축한 여러 철학자들의 단순한 총합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 소피스트 철학은 최소한 세 종류의 구체적인 이론적 토대를 가지고 있었다. 먼저 존재와 사유와 언어(한때 엘레아학파가 하나의 철학으로 통일했던 요소들) 사이에 존재하던 끈끈한 구속력을 완전히 분해했다는 특징이 있다. 이것이 바로 담론의 중요성과 자율성뿐만 아니라 담론의 변증법적, 심리학적, 미학적 기능을 결정적으로 부각시킨 가장 우선적인 원인이었다.

소피스트들은 아울러 인간과 인간이 당면한 현실과의 관계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제시했다. 그들은 인간이 현실을 이해하고 이성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하며 어떤 경우에든 현실을 그것에 대한 앎과 해석과 활용에 굴복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마지막 특징은 소피스트들이 처음으로 추상적인 정치학 개념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스스로의 무지에 대한 이해는 ‘지혜에 대한 사랑’을 의미하는 철학의 선결 조건 중 하나다. 모든 형태의 욕망은 욕망하는 대상의 부재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 자신이 전문가임을 자처하는 유일한 분야는 그가 앞을 내다볼 줄 알았던 여인 디오티마Diotima로부터 배운 ‘사랑에 관한 것들’이다.

질문과 짧은 답변으로 이루어지는 소크라테스의 대화 방식을 플라톤은 난제aporia를 통한 방식, 즉 납득이 가는 전제에서 납득할 수 없는 결론을 도출해 내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방식을 일반적으로는 ‘엘렌코스elenchos’, 즉 ‘논박’이라고 부른다. 이 말은 현대 그리스어에서는 ‘제어’, ‘입증’, ‘확인’ 등을 뜻한다.

소크라테스의 방법론이 가지는 궁극적인 목적은 가장 선호할 만한 탐구 대상인 ‘덕목’을 이해하는 일이다. 기원전 5세기의 그리스에서는 글을 읽고 쓰는 방법과 수학, 그리고 체력 단련이 교육과정에 포함되었지만 선한 행동이 무엇인지 가르치는 과목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과 지키지 못할 경우 어떤 처벌이 뒤따르는지 아는 정도가 전부였다. 고대 그리스에는 도덕적 가르침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소크라테스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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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세밀하고 순수한 질료로 구축된 자연세계와 이질적이고 분리된 지점에서 우주에 운동을 부여하는 지적인 힘이라는 개념, 즉 ‘지성nous’은 소크라테스 이전 시대에는 전적으로 새로운 생각이었다. 반면에 아낙사고라스가 지성의 특징으로 지목하는 신성한 요소들의 근거는 사실상 원형arche의 신성화가 소크라테스 이전 시대의 자연철학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었다는 점에서 발견할 수 있다.

데모크리토스는 어떤 일도 아무런 이유 없이 일어나지 않으며 모든 것에 대해 논리logos를 추적하여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아울러 이러한 논리는 지적인 원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필연에 의해 일어났기 때문이다

건강과 병이 자연적인 사물의 질서에 속한다면 오감을 통해 이들을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 히포크라테스의 생각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육체의 변화 현상을 주목하고 기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의사의 관찰은 지적 행위인 동시에 선별 행위여야 한다. 그는 감각을 토대로 하는 정보들을 이성적 기준으로 분류하고, 신체적 변화의 징후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그만이 알 수 있는 기호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예후’는 히포크라테스 의학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개념이다. 『예후』는 이 개념만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책이다. 고대 비평가들이 히포크라테스가 직접 썼다고 간주해 온 이 저서는 병이 미래에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그 경로를 추적하는 의사의 능력을 다룬다.

그렇다면 이 소피스트들은 과연 ‘무엇’이었나? 이들은 말 그대로 앎의 전문가들, 다시 말해 사고와 언변에 탁월한 능력과 기술을 가졌던 이들이며 오늘날의 문화 비평가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했다.

소크라테스가 그리스의 위인들 가운데 최초로 못생긴 인물이었다는 말은 칼로카가티아kalokagathia* 라는 용어가 상징하던 이상적인 결합, 즉 한 개인의 지적이고 도덕적인 가치를 보장하는 미美와 선善이라는 분리할 수 없는 요소들의 이상적인 결속력을 소크라테스가 처음으로 무너트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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