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현상학 강독 1 정신현상학 강독 1
게오르그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전대호 지음, 전대호 옮김 / 글항아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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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모든 것이 걸린 관건은 진실을 실체로서뿐만 아니라 또한 마찬가지로 주체로서 파악하고 표현하는 것이다."(서문 17번 문단)... 저는 <정신현상학> 서문이 헤겔 철학 전체의 알파요 오메가이며, 바로 이 문장이 <정신현상학> 서문의 알파요 오메가라고 단언하겠습니다. _ 전대호, <정신현상학 강독 1> , p250

전대호의 <정신현상학 강독 1>은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1831)의 <정신현상학 Phanomenologie des Geistes>의 본문과 이에 대한 해설을 함께 소개한다. 저자는 결코 친절하다 볼 수 없는 헤겔의 <정신현상학>에 대해 자신의 관점과 기존 해석과의 차이점을 본문에서 설명한다. 또한, 헤겔 뿐 아니라 그에게 영향을 준 칸트(Immanuel Kant, 1724~1804),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Johann Gottlieb Fichte, 1762~1814)와 셸링(프리드리히 빌헬름 요제프 폰 셸링(Friedrich Wilhelm Joseph von Schelling, 1775~1854)의 생애, 사상과 용어에 대해서도 소개하여 헤겔 철학의 앞뒤를 넓게 보여준다.

일상에서 의식은 일단 단박에 대상을 향해 뛰어나가서 대상을 의식하고,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야 비로소 그 대상에 대한 자기 앎을 의식하고 점검하니까요... 핵심은 '의식'이 '대상'과 그 대상에 대한 자신의 '앎'을 양손에 쥘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손엔 대상을. 또 한 손엔 앎을. _ 전대호, <정신현상학 강독 1> , p271

또한, 저자는 헤겔의 <정신현상학>을 설명하기 위해 다른 <대논리학> 등의 내용을 교차적으로 보여주면서 깊게 소개한다. <정신현상학> 3장까지 다룬 본문을 통해 저자는 정신의 고양 과정 전반을 보여준다. 의식이 대상을 바라보고, 대상을 통해 자신을 자각하며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정 正' 과 '반 反'이 '정-반'으로 얽히며 확장되며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나아가는 전개. <정신현상학 강독 1>은 분량상으로는 많지 않은 내용을 다루면서도, 내용상으로는 <정신현상학>의 적지 않은 부분을 담고 있는 번역-해설서라 여겨진다...

제가 아는 한, '변증법'의 진면목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문구는 "변증법적 운동 dialektische Bewegung" 입니다. 변증법이 뭐냐고 물으면, 진실의 운동이라고 대답하세요. 어쩌면 '운동'보다 '머물지 못함'이 더 나은 표현일 수 있겠습니다(p338)... 헤겔에게 '하려는 바와 하는 바의 불일치'는 딱한 사정이기는커녕 도리어 가장 아름다운 화음 쯤 됩니다. 이 화음이 안팎에서 울려 퍼지는 가운데 우리가 다 함께 비틀거리며 추는 춤이 변증법에 해당돼요. _ 전대호, <정신현상학 강독 1> , p339

'모든 것에 양면이 있다'고 말할 때 저는 악센트를 '양면'에 찍습니다... 제가 이해하기에 '변증법'이란 '다름이 함께 있음'이 표출되는 방식입니다. 제 악센트는 '맞선 둘의 얽힘'에 찍혔죠. _ 전대호, <정신현상학 강독 1> , p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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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9-30 2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책은 해설이 더 어렵기도 하던데, 이 책! 궁금하네요

겨울호랑이 2023-10-01 08:26   좋아요 1 | URL
원래 글항아리에서 <정신형상학 강독>을 5권까지 기획했으나, 이후 계획이 바뀌어 새물결에서 2권까지 나와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입문서와는 다르게 본문 중에 헤겔의 원서 내용도 함께 소개하고 있어 자리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과 친절한 해설이 인상깊은 책이라 여겨집니다 ^^:)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 우리 시대의 고전 3
로버트 노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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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소국가 最小國家는 정당화될 수 있는 국가로서는 가장 포괄적인 국가이다. 이보다 더 포괄적인 국가는 개인들의 권리를 침해한다. _ 로버트 노직,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 p191 


 로버트 노직 (Robert Nozick, 1938~2002)의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 Anarchy, State and Utopia>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한다면 윗 문장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며, 그 이유는 다음으로 정리된다. 이를 제외한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의 모든 내용을 아래에 대한 일련의 증명과정이다.


 최소 국가는 우리를 불가침 不可侵의 개인들로 취급한다. 즉 우리는 이 국가 안에서 도구나 수단이나 자원으로 타인에 의해 어떤 방법으로도 이용될 수 없다. 최소 국가는 우리를 존엄성을 가진 개인적 권리들의 소유자인 인격으로 취급한다. 우리의 권리들을 존중함으로써 우리를 존중하는 최소 국가는, 우리에게 허락하여 개인적으로나 또는 우리가 선택하는 사람들과 함께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우리의 삶을 선택하고 우리의 목표와 스스로가 바라는 이상적 인간상을 실현하게 허락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실현 과정에서 우리와 동일한 존엄성을 지닌 다른 개인들의 자발적인 협동의 도움을 받는다. _ 로버트 노직,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 p408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번역본의 제목보다 영문 제목인 <Anarchy, State and Utopia>가 책의 내용을 잘 보여준다. 먼저 노직은 자연상태에서 국가로의 이행에 대해 말한다. 그는 존 로크(John Locke, 1632~1704)가 말한 자연 상태에서 완전한 자유를 누리는 개인들이지만, 자연 상태에서 갖는 불편한 점들이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보호하는 단체를 결성하게 만들었고, 국가는 이러한 단체들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된다. 


 자연의 상태에 있어서 상호 이해된 자연법은 매번의 우발적인 사태에 적합한 방책을 마련해 주지 못하며, 자신의 사건에 재판관이 될 때 사람들은 항상 미심한 점에 있어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며 자신은 옳다고 가정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당한 해나 손해의 양을 과대 평가할 것이며 격정은 그들로 하여금 가해자를 과도하게 징벌하려고 시도하고, 지나친 보상을 징수하려 시도하게끔 유도할 것이다. 이와 같이 해서 한 개인의 권리들의 사적 私的이고 개인적인 집행은 분쟁에로, 끝없는 복수 행위와 보상 징수 행위의 연속에로 이끈다. _ 로버트 노직,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 p32


  노직의 정치철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개인이다. 즉, 존재하는 것은 서로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는 서로 다른 개인들이며, 누구나 타인을 위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전제되기에 국가의 개입 또한 최소한이 되어야 한다. 개인들이 자유를 최대한 누리되 결코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개입만이 허용되는 국가. 노직에게  최선의 국가는 최소 국가로 그들은 마치 자유 시장 自由市場에서 독점권을 가진 협회와 같은 존재다.


 최소 국가는 독점의 부당한 행사가 아니다. 사실상의 독점이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과정을 통해, 그리고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방법에 의해 발생하며, 이 발생 과정에서 누구의 권리도 침해되지도 않으며, 타인이 소유하지 않은 어떤 특권이 주장되지도 않는다. 사실상의 독점권을 소유한 보호 대행 업소가 자신의 고객들로 하여금, 자신이 정의의 사적 집행 절차를 금지한 대가로, 자립인들의 보호를 위해 지불하라 요구하는 것은 전혀 비 非도덕적이 아니라, 오히려 보상의 원리에 의해 도덕적으로 요청되는 것이다.  _ 로버트 노직,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 p149


 그렇지만, 이렇게 합의된 국가 State는 이데아 Idea에 불과하다. 다양한 조건들이 존재하는 현실 상황에서는 수많은 제도들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가 가능하기에, 최소 국가의 모습은 여러 가지 형태로 구현된다. 토마스 모어(Sir Thomas More, 1478~1535)가 <유토피아 Utopia>에서 쓰인 지명은 역설적이게도 '어느 곳에도 없는' 의미지만, 노직에게 유토피아는 자유 방임의 골격에 의해 나타나는 수많은 정체 政體들이 최소 국가의 유토피아가 된다. 


 유토피아의 골격 운용은 자유주의적 비전에서 발견되는 장점들은 많이 갖고 있으나 그의 단점들은 별로 갖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여러 공동체 중에서 선택할 자유가 주어지는 반면, 많은 특정의 공동체들은 내적으로는 자유주의적 입장에서는 정당화될 수 없는 많은 제한들을 가할 수 있다(p393)... 이 자유방임주의적 체계 내에서는 다음과 같은 상태가 결과될 수 있다. 즉 자본주의적 제도들이 허락되긴 하나 실제로 기능하는 것은 없을 수도 있으며, 또는 어떤 공동체들은 그들을 가지나 다른 것들은 그렇지 않고, 또는 일부의 공동체들은 그런 제도의 일부만을 갖는 상태가. _ 로버트 노직,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 p394


 노직은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에서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자연 상태에서 계약상태인 최소 국가로의 이행이 바람직한 형태이며, 개인의 자유가 보장된 상태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활동들이 마치 완전경쟁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음을 확신한다. 모든 정책을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바라보고, 사적 소유권을 통해 파레토 최적(Pareto Optimal)에 이를 수 있다는 관점. 그것이 노직이 본문을 통해 주장하는 정치철학의 큰 골격이다.


 노직의 정치철학은 '로크적 단서'를 기본 전제로 한다. 이는 '타인의 처지를 악화시키지 않는 한' 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최소 국가 아래에서 재화의 자유로운 거래가 자원 배분을 최적화하는 파레토 최적 상태를 보장하는 것으로 본다. 여기에 분배적 정의는 개입할 여지가 없다. 오히려, 노직은 분배적 정의에 대해 국가의 불필요한 개입을 유발하는 부정적인 것으로 해석하는데 이는 명확하게  존 롤스(John Rawls, 1921~2002>의 <정의론 A Theory of Justice>의 내용과 대척점에 위치한다.


 유토피아에서는 한 종류의 공동체만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며 한 종류의 삶만이 영위되는 것도 아니다. 유토피아는 유토피아들로, 즉 사람들이 서로 다른 제도 하에서 서로 다른 삶을 영위하면서 사는 많은 수의 서로 다르며 다양한 공동체들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_ 로버트 노직,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 p384


 노직의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에서 우리는 존 롤스에 대한 비판을 확인한다. 특히, 롤스의 '무지의 베일(the veil of ignorance)'과 차등의 원리(the difference principle)에 대한 노직의 비판은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지만, 이번 리뷰에서는 일단 넘기도록 하자. 대신, 롤스의 <정의론>의 리뷰에서 전체 내용을 정리하고, 노직과 롤스의 '정의'에 대한 내용을 별도로 정리한 페이퍼에서 이들의 논의를 다시 다루기로 계획하며 이번 리뷰를 갈무리한다... 


 롤즈가 차등의 원리 the difference principle라 부르는 이 두번째 원리에 따르면, 제도적 구조는 이 구조하에서 가장 불우한 집단이 살 만큼은 적어도 잘 살도록 그렇게 설계되어야 한다. 정의의 원리들을 진지하게 선택함에 있어 원초적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최소극대 最小極大의 정책 minimax policy을 따른다면, 롤즈는 논하길 사람들은 차등의 원리를 선택하리라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왜 원초적 입장에서 사람들이 개인들보다는 집단에 초점을 맞추는 원리를 선택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최소극대 원리의 적용은 원초적 상황에서의 각 사람들로 하여금가장 불우한 개인의 처지를 극대화함을 선택하게 하지 않을까? _ 로버트 노직,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 p240


 소유 권리적 정의관에의 합의를 배제함에 있어 가장 두드러진 특성인 바, 무지 無知의 베일의 기저에 깔려 있는 근본적인 생각은, 롤즈에 따르면 일부의 사람들이 원리들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재단함을 즉 그의 특정 상황에 유리하게 원리들을 설계함을 막자는 것이다. 그러나 무지의 베일은 단지 이 역할만을 행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도덕성의 어떤 형식적 조건들을 반영하는 상황에서 결정하도록 제약되어 있는, 무지하며 무도덕적인 nonmoral 개인들의 합리적인 계산에 소유 권리적 고려 사항들의 그림자조차 개입치 못하게 한다... (하지만) 원초적 입장에 선 사람들의 상황의 구조엔 소유 권리적 원리들이 희마하게 나마 비추어져 있지 않으므로 이 원리들이 선택될 여지란 전혀 없다. _ 로버트 노직,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 p255

개인들의 권리들은 매우 강력하며 폭넓은 것이므로, 국가나 그의 관료들이 있다면 무엇을 할 권리가 있는가의 문제를 제기한다. 권리를 가진 자가 개인들이라면 국가에는 얼마의 여지가 남는가?... 국가에 관한 주된 우리의 결론들은 첫째, 강압, 절도, 사기로부터의 보호, 계약 집행 등등이라는 좁은 기능들에 제한된 최소 국가 minimal state는 정당화되며, 둘째, 그 이상의 포괄적 국가는 특정의 것들을 하도록 강제되지 않을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것이고, 셋째 최소 국가는 옳을 뿐 아니라 영감 고취적이다. 이 결론들의 두 주목할 만한 함축은 일부 시민들로 하여 다른 사람들을 돕게 할 목적으로 또는 국가가 시민들 자신의 선(善)과 보호를 위해 특정 행위를 금지할 의도로 강제적인 수단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P11

우리의 삶보다 타인의 삶을 도덕적으로 보다 중요한 것으로 간주하여, 보다 큰 전반적인 사회적 선(善)을 도모하려 할 수 없다. 우리 중 일부가 타인들을 위해 희생되는 것은 여하한 경우에도 정당화되지 않는다. 이 근원적인 생각, 즉 존재하는 것은 서로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는 서로 다른 개인들이며, 누구나 타인을 위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도덕적 측면 제약 사항들의 기초를 이루며 타인에 대한 공격을 금지하는 자유주의적 측면 제약 사항에 귀결된다. - P57

오직 하나의 업소만이 타인들이 그들의 믿을 만하지 못한 정의 집행 절차를 사용치 못하게 금지할 권리를 행사할 때, 이 행사는 그 업소를 사실상의 국가로 만든다. 이런 금지에 대한 우리의 논거는 무지, 불확실성,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지식의 결여에 의존한다(p180)... 나는 이 책에서 선의 善意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수락할 만큼 명백하며, 특정 상황에 명확산 지침을 제공할 만큼 정확하고, 모든 사람들이 이것이 지시하는 바를 실현할 만큼 명료하며, 실제로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을 커버할 만큼 완전한 일련의 원리들이 존재한다는 공통된 가정에 물음을 제기하지 않고 논의를 전개해왔다. - P181

분배적 정의에 관한 전형적 원리들은 재분배 행위를 필연적이게 한다. 자유롭게 성립된 소유물의 어느 실제적 집합도 일정의 주어진 정형에 맞아들어갈 가능성은 적다. 소유 권리론의 시점에서 볼 때 재분배는, 실제 개인들의 권리의 침해를 포함하므로, 정말로 심각한 문제이다. - P214

경제적 이익 집단의 자신들을 위한 국가의 비합법적인 사용은, 일부의 사람들을 희생하여 다른 사람들을 부유케 하는, 국가의 선재 先在하는 비합법적 권력에 기초한다. 경제적 이익을 차별적으로 부여하는 그 비합법적인 권력을 제거하면, 정치적 영향력을 얻으려는 동기를 완전히 제거하거나 대폭적으로 줄일 수 있다.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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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텔게우스 2023-09-21 0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분배적 정의에 대한 노직과 롤스, 싱어의 입장 비교는, 수능 사회탐구 영역 생활과 윤리에서 소위 킬러 문항으로 자주 출제되는 주제이죠..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참으로 노고가 많습니다. ㅎㅎ

겨울호랑이 2023-09-21 07:56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베텔게우스님 말씀을 듣고 보니 요즘 고등학생들 할 일이 정말 많네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습득해야 하니 수준이 높아지는 만큼 어려움도 크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물의 본성에 관하여』에서 인간 중심적인 세계관은 자연의 법칙이 차지하는 무게와 모든 것을 순응케 하는 물리적 법칙에 의해 바깥으로 밀려난다. 루크레티우스 시학의 기초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용어는 ‘이성ratio’이다.

루크레티우스가 말하는 조합concursus, 움직임motus, 질서ordo, 위치positura, 형태figura는 각각 문법적인 조합과 어형 변화, 문장의 양식, 말들의 위치, 문법적 형태에 상응한다. 이러한 요인들은 원자와 물질의 구조에 적용되면서 ‘말의 요소들elementa vocis’과 ‘세계의 요소들elementa mundi’ 간의 조응과 결속력을 결정짓는다. 따라서 루크레티우스의 경우 시는 우주의 문법적인 실현이었다고 볼 수 있다.

철학과 수사학의 차이를 분명히 인정하면서도 키케로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그가 가장 이상적인 철학자로 보았던 플라톤의 경우처럼, 웅변가와 철학자가 하나가 될 필요가 있다고 확신했다.

가족 구성원인 자식들에 대해 가부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중에 하나가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었다)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징벌 권한이었다. 극단적인 경우에 가부는 자식들의 생사까지도 결정할 수 있었다.

재산의 축적 불가능성과 빚, 스스로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같은 것들이 어쨌든 아들들로 하여금 부친 살해를 저지르도록 부추기는 요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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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리피데스는 행위자의 의도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오로지 완결된 행위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던 고전적 정의正義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사람들이 최선으로 간주하는 것과 다르게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결핍 상태, 즉 아리스토텔레스가 뒤이어 아크라시아akrasia라고 부른 ‘자기 제어 능력의 결핍 상태’라는 개념을 역사상 처음으로 도입했다.

아크라시아는 이성에 대한 정념의 승리를 뜻하지 않으며 의지의 박약함에서 비롯되는 결과로서의 악행에 그대로 반영되는 개념이다. 성서의 원죄 개념은 의지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 주는 좋은 예다. 신의 명령에 불복종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의식하고 있던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에서 도덕적인 악은 선에 대한 의도적인 위반으로 드러난다.

정확히 말해 죄란 무언가를 무엇 대신에 원하거나 사랑하는 데 있다. 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신에게, 혹은 자연적 질서에 피해를 입히는 행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죄는 스스로에게 피해를 입히고 스스로의 본성을 손상시키는 행위다.

헬레니즘 시대의 천문학자들이 제시했던 다양한 이론들은 크게 두 갈래로 구분된다. 한편에는 우주의 지구중심설을 승리로 이끈 주전원 이론의 모형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16세기에 들어와서야 명예를 회복하게 되는 태양중심설 모형이 있다.

아르키메데스는 그의 ‘방법’을 역학에서 차용했다. 그래서 그는 그의 방법론이 그다지 엄격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르키메데스의 ‘방법’은 연구 결과를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뛰어난 탐색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의 방법론은 실제로 새로운 공리의 탐색과 실진법을 통한 증명을 용이하게 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에피쿠로스는 세계와 세계 안에 거하는 인간의 자리에 대한 철학적 해석을 통해 행복하고 안정된 삶의 영위를 목표로 하는 인간의 노력에 길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그의 철학적 방법론은 기본적으로 경험주의적이다. 에피쿠로스는 인간의 감각이 현실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회의주의자들의 의혹을 부인하고 감각이야말로 세상이 사실상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한 정확한 표상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보았다.

에피쿠로스주의자는 신을 그가 갈망하는 삶의 본보기로 삼을 수 있었고, 모든 걱정, 근심을 떨쳐 버리는 단계 ‘아타락시아’* 에 도달하면서 자기 자신을 얼마든지 신성한 존재로 추앙할 수 있었다. 이 신성한 삶이라는 에피쿠로스주의적인 이상은 인간이 원자로 이루어진 다른 모든 존재처럼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며 언젠가는 존재하기를 그만두게 되리라는 또렷한 인식을 바탕으로 구축된다.

스토아학파의 소크라테스주의가 보여 주는 가장 흥미로운 특징 중에 하나는 이른바 ‘윤리적 지성주의’의 정립이다. 이는 선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 필연적으로 뛰어난 기량을 동반한다는 소크라테스의 생각 속에 함축되어 있다. 소크라테스는 스토아 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기량arete과 앎episteme을 동일한 것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스토아 철학자들은 뛰어난 정신적 기량의 옷을 입고 있어서 평범한phaulos 인간과 전적으로 구별되는 현자sophos만이 기량과 앎을 지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감성을 기본적으로 네 종류로 구분한다. 고통은 현재의 실질적인 고통에 대한 견해이며 두려움은 미래에 다가올 고통에 대한 견해다. 쾌락은 현재의 실질적인 즐거움에 대한 견해이며 욕망은 미래에 다가올 즐거움에 대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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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철학 케니의 서양철학사 3
앤서니 케니 지음, 김성호 옮김 / 서광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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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철학 전반에서 인간 정신에 관한 철학에 가장 크게 기여한 인물이 칸트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17, 18세기를 거치면서 심리철학은 인식론 아래 놓인 부속물이 되었는데 이는 데카르트적인 확실성의 추구가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이런 추구 과정에서 데카르트를 비롯한 합리론자들은 감각의 역할을 과소평가한 반면 영국의 경험론자들은 지성의 역할을 배제했다. 이렇게 흩어진 이전 철학자들의 정열을 다시 한데 모아 인간 정신의 다양한 능력들을 공평하게 다룬 설명을 제시한 인물이 바로 칸트라는 탁월한 천재였다. _ 앤서니 케니, <근대철학>, p370


  앤서니 케니(Anthony Kenny, 1931 ~ )는 <근대철학 A New History of Western Philosophy volume 3: The Rise Of Modern Philosophy>은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1650)에서 시작되어 헤겔(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1831)에 의해 종합되는 근대 시기 철학을 다룬다. 이 시기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E 384~322)의 영향력은 여러 분야에서 소멸되어 갔다. 대신 데카르트가 던진 이원론(dualism)의 문제는 중세철학에서 제1과제였던 '신의 존재 증명'을 대신한 주된 논점이 되었고, 칸트(Immanuel Kant, 1724~1804)에 의해 지성과 감각이 이성의 이름 아래 종합되면서 새로운 계몽시대의 이념을 제시하게 된다.


 근대를 거치면서 인식론은 가장 주목받는, 철학의 핵심 분과라는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은 가장 중요한 철학적 질문이 되었다. 사실 근대의 대표적인 철학 학파에 붙은 명칭 - '경험론'과 '합리론'이라는 - 은 바로 인식론적 관점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근대철학과 고대 및 중세철학뿐만 아니라 근대철학과 헤겔 이후의 철학을 구별해 주는 중요한 차이점이기도 하다. 헤겔주의 전통에서는 인식론이 형이상학과 통합되었다.  _ 앤서니 케니, <근대철학>, p254


 다른 면에서 근대철학은 분화(分化)의 시대이기도 하다. 근대 초기에는 신학(神學)과 철학의 결별이 있었다면, 이후 철학은 자연과학(自然科學)과도 나뉘게 된다. 독자들은 근대시기의 철학을 통해 신-인간-자연과의 관계가 단절되면서 각가의 학문이 분화되었고, 실체(substance)의 개별성-보편성의 특성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감성(感性)과 지성(知性) 그리고 이성(理性)에 대한 칸트의 종합이 이루어지며, 헤겔에 의해 이성이 고양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근대라는 시기 동안 물질세계에 대한 철학적 탐구는 두 단계를 거치게 된다. 첫 단계에 해당하는 17세기에는 이전의 자연철학과 물리학이 점차 분리되었는데 물리학의 역할은 실제 자연법칙을 경험적으로 탐구하는 것이었으며, 물리철학의 임무는 모든 물리학적 탐구가 전제하는 개념들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_ 앤서니 케니, <근대철학>, p276


 근대 초기는 자연신학의 가능성을 검토한 시기였다. 자연신학은 전통 종교의 여러 요소에 대하여 점점 더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 철학자들뿐만 아니라 자연종교를 통하여 신앙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을 과소평가하려는 신학자들에 의해서도 비판받았다. 계몽주의 철학자들은 신학적 교리들이 인식론, 심리학, 생물학, 윤리학, 정치학 등의 영역에 개입하는 것을 과소평가하려고, 어쩌면 완전히 배제하려고 했다. 하지만 프랑스 혁명과 그 여파를 거치면서 유럽의 사상가들은 전통 종교와 계몽주의의 기획 모두를 재평가하게 되었다. _ 앤서니 케니, <근대철학>, p493



로크는 지성이라는 일반적 능력보다는 어떤 특정 명제에 동의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가 이런 진리에 동의하는 일은 경험에 의존하는가? 데카르트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며 이런 진리는 우리가 본유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본다. 로크 또한 이들이 경험에 의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일단 형성된 우리의 동의를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들을 구성하는 개념을 얻기 위해서 경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P209

아프리오리(a priori)한 종합 판단이 과연 어떻게 가능한가는 철학의 주요 문제이다. 우리는 감성과 오성의 작용이 결합하여 인간의 지식이 형성하는 방식을 심사숙고함으로써만 이에 대한 대답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에게 대상을 제시하는 것은 감성이다. 대상에 대하여 사고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오성이다. 감성은 경험의 내용을, 오성은 경험의 구조를 결정한다. 내용과 구조를 더욱 선명하게 대조하기 위하여 칸트는 ‘질료‘와 ‘형식‘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용어를 사용한다. - P245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을 관통하는 개념은 행복이었으며 이는 충분히 이성적인 모든 인간 행위의 궁극 목표였다. 반면 칸트는 행복을 이런 위치에서 끌어내리고 대신 그 자리에 의무를, 즉 도덕적 가치를 지니기 위하여 모든 행위가 지녀야 하는 필수적 동기인 의무를 놓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선한 사람이 자신의 선한 행위에서 느끼는 기쁨에서 덕이 드러난다고 여겼던 반면 칸트는 덕을 실천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가에 따라서 덕을 측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 P403

헤겔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과 칸트의 윤리학을 정립과 반정립의 관계로 보고 자신은 이를 종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헤겔은 인간의 탁월성을 드러내는 것을 윤리학의 기초로 보았지만 이 탁월성을 자유로운 자아의 실현, 즉 칸트가 도덕적 삶에서 강조했던 자율과 일치하는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헤겔은 칸트와는 달리 도덕 이론의 영역에서 의무가 아니라 법의 개념에 최고의 위치를 부여한다. - P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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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09-18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세를 거쳐 근대까지 오셨네요...대단하신 호랑이님^^

겨울호랑이 2023-09-18 18:57   좋아요 0 | URL
에고 감사합니다. 아직 부족하고 모르는 부분도 많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잡는다는 마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yamoo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