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이성비판 2 대우고전총서 20
임마누엘 칸트 지음, 백종현 옮김 / 아카넷 / 200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A333) (B390) 초월적 변증학은 완전히 선험적으로 어떤 인식들의 순수 이성으로부터의 유래와 그 대상이 경험적으로는 전혀 주어질 수 없으므로 전적으로 순수 지성 능력 밖에 있는 추리된 개념들의 유래를 포함해야 할 것이다(p555) <순수 이성 비판 2> 中


  (A298) (B355) 여기에서 다루어지는 초월적 가상은 주관적 원칙들에 근거하고 있으면서도 그것들을 객관적인 것으로 슬쩍 바꿔치기 하는,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환상이니 말이다.(p527) <순수 이성 비판 2> 中


 <순수 이성 비판2 Kritik der reinen Vernuft 2>에서는 초월적 변증학과 초월적 방법론이 다루어진다. 여기에서 변증학은 '가상의 논리학'이며, 초월적 가상을 의미하는데, 칸트에 의하면 초월적 가상은 불가피한 것이다. 이는 가상이 '원리들의 능력'인 이성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며, 칸트는 <순수이성비판 2>에서 초월적 변증학을 통해 인간 이성에서 항상 제거될 필요가 있는 환상을 밝혀낸다.


 (A334) (B391) 무릇 모든 순수한 개념들 일반은 표상들의 종합적 통일과 상관하지만, 순수 이성의 개념들은 모든 조건들 일반의 무조건적인 종합적 통일에 상관한다. 따라서 모든 초월적 이념들은 세 부류로 나위는데, 그 가운데 첫째의 것은 사고하는 주관[주체]의 절대적(무조건적) 통일이고, 둘째의 것은 현상의 조건들의 계열의 절대적 통일이며, 셋째는 사고 일반의 모든 대상들의 조건의 절대적 통일을 내용으로 갖는다. 사고하는 주체는 영혼론[심리학]의 대상이고, 현상들의 총합(곧, 세계)은 우주론의 대상이며, 사고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최상 조건을 함유하는 사물(곧, 존재자 중의 존재자)은 신학[신이론]의 대상이다.(p555) <순수 이성 비판 2> 中


 칸트는 초월적 변증학을 통해 영혼의 불사성, 자유의 자기원인, 신이라는 이념이 결국은 이성(원리들의 능력) 자신의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밝히는데, 이는 우리의 인식이 결코 우리 자신의 경험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칸트는 이와 같이 초월적 변증론을 통해서 초월적 분석론에서 설명한 인간 인식의 한계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하지만, 동시에 다른 이성의 가능성도 열어 놓는다. 그것은 '자유'다.


  (A702)(B730) 무릇 모든 인간의 인식은 직관들로부터 시작하여, 거기서부터 개념들로 나가고, 이념들로써 끝맺는다. 비록 인간의 인식은 이 모든 세 요소들에 대해, 일견 모든 경험의 한계들을 거부하는 듯이 보이는 선험적인 인식원천들을 가진다 할지라도, 그럼에도 완성된 비판은 모든 이성이 사변적 사용에서 이 요소들을 가지고 결코 가능한 경험의 분야를 넘어갈 수는 없다는 것을 확신토록 한다. 또 이 최상의 인식능력의 본래 사명은 통일의 모든 가능한 원리들을 따라 자연을 가장 내면적인 데까지 추구해 가되, 그것을 벗어나면 우리에게는 공허한 공간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경험의 한계를 결코 비월하지 않기 위해 그 모든 방법들과 원칙들을 사용할 뿐이라는 것을 확신토록 한다. 우리의 인식을 현실적 경험을 넘어서 확장할 수 있는 있는 모든 명제들에 대한 비판적 연구가 초월적 분석학에서 우리를 충분히 확신시켰는데, 그런 명제들은 결코 가능한 경험 이상의 어떤 것으로 이끌 수 없다.(p855) <순수 이성 비판 2> 中 


 칸트는 순수 이성의 이율배반에서 '자유의 원인성'에 대한 여지를 남기면서 이성에 자유를 부여하고, 인간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면서 기존의 기독교 질서에서 벗어난 계몽주의(啓蒙主義 enlightenment)로 가는 길을 열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5 ~ BC 323)의 원인론에 기반한 스콜라(schola) 철학의 논리적 오류를 밝혀 이를 극복했다는 것에서 칸트 철학의 의의를 발견하게 된다. 


  (A450)(B478) 사람들은, 세계에서 사물들의 상태는 언제나 선행하는 것이므로, 세계에서 순차적인 계열은 단지 비교적인 시초를 가질 수 있을 뿐, 그러니까 세계 행정에서 계열의 절대적인 시초가 가능하지 않다는 오해에 매여서는 안 된다. (예컨대) 만약 내가 지금 완전히 자유롭게, 자연 원인들의 필연적인 어떠한 영향도 없이, 나의 의자에서 일어선다면, 시간상으로 볼 때 이 사건은 단지 선행하는 계열의 계속이지만, 이 사건에서 무한히 계속될 자연적 잇따름을 갖는 새로운 계열이 절대적으로 시작된다. 왜냐하면, [의자에서 일어서겠다는] 결심과 [일어서는] 행위는 순전한 자연 작용들의 연속 중에는 전혀 들어 있는 것이 아니며, 자연 작용들의 순전한 계속이 아니기 때문이다.(p660) <순수 이성 비판 2> 中 


 (A533)(B561) 자유라는 말은 우주론적 의미에서는 한 상태를 자기로부터 시작하는 능력을 뜻한다. 자유의 원인성은 자연법칙에 따라서 다시금 그것을 시간상에서 규정한 다른 또 하나의 원인 아래에 종속하지 않는다.이런 의미에서의 자유는 순수한 초월적 이념으로서, 그것은 첫째로 경험에서 빌려온 것을 아무것도 함유하고 있지 않으며, 둘째로 그것의 대상은 어떠한 경험에서도 일정하게 주어질 수가 없다.(p724)... 실천적 의미에서 자유란 감성의 충동에 의한 강요로부터의 의사의 독립을 말한다. 왜냐하면, 의사는 정념적(감성의 운동인에 의해)으로 촉발되는 한에서는 감성적이고, 그것이 정념적으로 어쩔 수 없게 될 수 있을 적에는 동물적(動物的 意思)이라 일컬어지니 말이다. 인간의 의사는 感受的 意思이기는 하지만, 動物的이지는 않고, 自由롭다. 왜냐하면 감성이 그 활동을 필연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에게는 감성적 충동에 의한 강요로부터 독립해서 자기로부터(스스로) 규정하는 능력이 내재해 있으니 말이다.(p725) <순수 이성 비판 2> 中 


 칸트는 초월적 변증론에 이어 초월적 방법론에서 자신이 제시한 진정한 형이상학을 세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순수 이성의 훈육, 규준, 건축술, 역사로 이어지는 칸트의 초월적 방법론을 통해 우리는 도덕에 기반한 형이상학의 새로운 길을 발견하게 된다.


 (A798)(B826) 이성이 이 최종 목적에 도달하건 못하건, 그것에 대해서 다른 모든 목적들은 단지 수단 가치만을 갖는다. 이 최고의 목적들은 이성의 자연본성에 따라, 어떤 보다 상위의 관심에 종속하지 않은 인간성의 관심이 통합되도록 촉진하기 위해, 다시금 통일성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이성의 사변이 초월적 사용에서 마침내 귀착하는 궁극의도는 세 가지 대상, 곧 의지의 자유, 영혼의 불사성, 그리고 신의 현존에 관한 것이다. [첫째로,] 의지는 자유로울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이것은 우리 의욕의 예지적 원인에만 관계할 수 있다... 둘째로, 영혼의 정신적 자연본성이 통찰될 수 있다 해도, 그것에서 이생의 현상들에 대한 어떤 설명근거를 기대할 수도 없고, 미래 상태의 특수한 성질에 대해 기대할 수도 없다.(p928)... 셋째로, 최고 예지자의 현존이 설령 증명되어 있다 해도, 우리가 그로부터 세계설비와 질서에서 합목적적인 면을 일반적으로 이해는 하겠지만, 결코 그로부터 여느 특수한 시설과 질서를 도출할 권한이 없으며, 이런 것이 지각되지 않는 곳에서는 그런 것을 대담하게 추론할 권한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세 핵심 명제들이 우리의 앎에는 전혀 필요치 않으면서도 우리 이성에 의해 절실하게 추천되는 것이라면, 그것들의 중요성은 실로 본래 오로지 실천적인 것에 관계해야 하는 것이다. (p929) <순수 이성 비판 2> 中


 (A800)(B828) 자유에 의해 가능한 모든 것은 실천적이다. 우리의 자유로운 의사를 행사하는 조건들이 경험적이면, 이성은 그 때 규제적 사용 외에 다른 것은 가질 수 없으며, 오로지 경험적 법칙들의 통일을 이루는 데만 쓰일 수 있다. (p929) <순수 이성 비판 2> 中


  칸트는 기존 형이상학의 세 대상 중 영혼과 신에 대해 인식할 수 없음을 말하지만, 이들과는 달리 의지는 일정한 조건하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로부터 '실천적인 자유' 안에서 도덕 법칙을 찾아내서 자신의 도덕철학을 세우게 된다. <판단력 비판>의 주제이기도 한 '나는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 라는 질문과 답을 통해 칸트는 우리가 윤리적으로 행위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한다.


 (A805)(B833) 나의 이성의 모든 관심(즉 사변적 관심 및 실천적 관심)은 다음의 세 물음으로 통합된다. 1.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2. 나는 무엇을 행해야만 하는가? 3. 나는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 첫째 물음은 순전히 사변적이다. 우리는 이 물음에 대해 가능한 모든 답변들을 남김없이 파헤쳤으며, 마침내 이성이 충족할 수밖에 없고, 만약 이성이 실천적인 것을 주목하지 않는다면, 또한 만족할 이유도 갖게 되는 답변을 발견하였다.(p933)... 둘째 물음은 순전히 실천적이다. 이 물음은 실천적인 것으로서 순수이성에 속하기는 하나, 그럼에도 초월적이지는 않고 도덕적이다. 그러니까 그것은 우리 비판 그 자체에게 일거리일 수는 없다... 셋째 물음, 곧, '무릇 내가 행해야 할 것을 행한다면, 나는 그 때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 라는 물음은 실천적이면서 동시에 이론적이다. 그래서 실천적인 것은 단지 이론적인 물음의 답변을 위한 실마리로서, 만약 이 물음이 높이 올라가면, 사변적 물음에까지 이른다.(p934) <순수 이성 비판 2> 中 


 (A807)(B835) 도덕적 통일이 가능해야만 한다. 이성의 사변적 원리들에 따르는 체계적 자연통일이 증명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무릇 이성은 자유 일반과 관련해서는 원인성을 갖지만 전체 자연과 관련해서는 원인성을 갖지 못하며, 도덕적 이성원리들은 자유로운 행위들을 산출할 수 있지만, 자연법칙들을 산출할 수는 없다.  (A808)(B836) 이에 따라 순수 이성의 원리들은 그 실천적, 특히 도덕적 사용에서 객관적 실재성을 갖는다.(p936) <순수 이성 비판 2> 中 


 칸트는 <순수 이성 비판 2>에서 이처럼 기존 형이상학의 세 대상(영혼, 우주, 신)에 대해 정립과 반정립을 사용한 초월적 변증론을 통해 기존 형이상학의 문제점을 밝히고, 초월적 방법론을 통해 자신이 제시한 형이상학의 체계를 '도덕철학'을 기반으로 세운다. <순수 이성 비판 2>의 전체적인 흐름은 위와 같이 흘러간다는 사실은 크게 정리할 수 있었지만, 이 안에 담긴 내용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철학자들의 주장과 비교하는 페이퍼나 리뷰를 통해 보완하기로 하고, 부족한 이번 리뷰는 이만 줄이도록 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수이성비판 2 대우고전총서 20
임마누엘 칸트 지음, 백종현 옮김 / 아카넷 / 200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안의 이성(理性)이 비록 플라톤의 데미우르고스(Demiurgos)와 같이 외부세계를 창조하는 힘은 없지만, 실천적인 힘을 통해 우리 자신을 도덕적으로 이끌며, 이를 통해 우리 자신이 한 걸음씩 나아질 수 있다는 칸트의 말이 담긴 이 한 문장에서 좀처럼 눈을 떼기 힘들다. 이 문장에서 '답은 네 자신이 이미 다 가지고 있고, 넌 할 수 있어.'라는 위안을 받는다. 21세기에도 칸트의 이 말에서 감동을 받을 수 있다면, 18세기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어떠한 충격을 받았을까. 이성에 의한 인간 해방을 실감한다. 또한, 자칫  엄격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철학자의 논증을 통해 우리가 성령(聖靈) 또는 불심(佛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무엇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마치 '뜨거운 얼음'을 만진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그래서, 만약 <순수 이성 비판>에서 인상깊은 한 문장을 고른다면 다음 문장을 고르고 싶다.(엄밀하게는 한 문단이지만)


 더 나아가, 우리가 신(神, God)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호모 데우스(Homo Deus)가 되기보다, 자신 안에 잠재된 신성(神性)을 깨닫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는 사실과 문장 안에서 칸트의 인간사랑을 깊이 느끼게 된다. 다만, 이 격려를 깨닫기 위해 논리적으로 찬찬히 설명해 주시는 쾨니히스베르크의 한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가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다...


<순수 이성 비판>을 읽으며 다른 한 편으로 수학에서 수식의 중요성에 대해 절감하게 된다. 수학의 공리를 말로 풀어쓸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 <순수 이성 비판>은 잘 보여준다. 이제 <순수 이성 비판> 초월적 변증론과 방법론도 마저 정리해야겠다...


(A569)(B597) 우리가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은, 인간의 이성이 이념들뿐만 아니라 이상들도 함유하고, 이상들이 플라톤의 것들처럼 창조적인 힘을 가지지 않지만, 그럼에도 (규제적 원리들로서) 실천적인 힘을 가지며, 어떤 행위작용들의 완전성의 가능성의 기초 위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도덕적인 개념들은 그것들에 기초에 경험적인 어떤 것(쾌 또는 불쾌)이 놓여 있으므로, 전적으로 순수한 이성 개념들은 아니다.... 덕, 그리고 그것과 함께, 완전하게 순수한 인간의 지혜는 이념들이다... 이념이 규칙을 주는 것처럼, 이상은 그러한 경우에 모상을 일관되게 규정하는 원형으로 쓰이는데,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이 신적 인간의 태도 외에 우리 행위들의 다른 어떤 표준 척도를 가지지 않아, 이것을 가지고 우리를 비교하고 평가하며, 비록 결코 거기에 도달할 수는 없다 해도,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를 개선해 간다.(p752) <순수 이성 비판 2> 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근대철학사: 데카르트에서 칸트까지
R.샤하트 지음 / 서광사 / 199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칸트 이후로  수많은  서구  철학은  여러  주제들에  관한  그의 주장에 대한  도전으로써  아니면  그의  철학을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시키는 측면으로써 그와 관계맺으려는 노력으로 간주될 수 있다. 칸트 이래로 형이상학은 결코 그 이전의 것과 같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인식론, 윤리학 및 미학에 관한 그 이후의 논의들에 미친 칸트의 영향은 상당히 컸다. 피히테와 헤겔로 시작되는 19 세기 대륙 철학은 칸트에 대한 지식 없이는 이해될 수 없다. 그리고 분석 철학이라고 일반적으로 불리는 오늘날의 영미 철학에서 이루어진 많은 것에 대해서도 그것은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훗설과 같은 현상학자들 그리고 하이데거와 사르트르 같은 실존 철학자들조차도 그에게서 영향을 크게 받았다. 요컨대 그는 근대 철학사에서 중추적인 인물이라고 정당하게 말할 수 있다. (p284)


 근대 철학자들의 사상을 잘 정리한 R. 샤하트의 <근대 철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단연 칸트다. 저자가 말한 칸트에 대한 다음의 소개는 서양 철학에서 칸트의 위치를 잘 설명한다. 서양 역사에서 로마제국이 역사의 호수라면, 서양 철학사에서 칸트는 서양철학의 로마라 할 것이다...

여기서 고찰된 다른 철학자들(데카르트, 라이프니츠, 스피노자, 로크, 버클리, 흄 등)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근대 철학사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불완전할 것이다. 그러나 칸트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더는 근대 철학사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조차 없다.(p2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수이성비판 1 대우고전총서 19
임마누엘 칸트 지음, 백종현 옮김 / 아카넷 / 200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A11) 아무런 외래적인 것도 함께 섞여 있지 않은 그런 인식은 모두 순수하다고 일컫는다. 그러나 특히, 그 안에 도대체가 어떤 경험이나 감각이 섞이지 않으며, 그러니까 완전히 선험적으로 가능한 그런 인식을 단적으로 순수하다고 부른다. 그런데 이성이란 선험적 인식의 원리들을 제공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순수 이성은 어떤 것으로 단적으로 선험적으로 인식하는 원리들을 함유하는 그런 이성이다... 우리 인식의 확장이 가능한지 어떤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경우에 가능한지는 미정이므로, 우리는 순수 이성을 그리고 순수 이성의 원천과 한계를 순전히 평가하는 학문을 순수 이성의 체계를 위한 예비학으로 볼 수 있으며. 순수 이성의 비판이라 일컬어져야만 할 것이다. (p210) <순수 이성 비판 1> 中


 <순수 이성 비판 Kritik der reinen Vernuft 1>에서 칸트(Immanuel Kant, 1724 ~ 1804)는 '순수 이성'의 '자기 한계 규정'을 한다. 여기서 말하는 '순수 이성'은 순수한 선험적인 인식의 능력만을 의미하고, 여기에는 '초월적 인식들'이 포함된다. 이번 리뷰에서는 먼저 '자기 한계 규정'으로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A12) 나는 대상들이 아니라, 대상들 일반에 대한 우리의 선험적 개념들을 다루는 모든 인식을 초월적이라 부른다. 그러한 개념들의 체계는 초월-철학이라 일컬어질 것이다.(p211)... (A14) 순수 이성 비판에는 초월철학을 형성하는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것은 초월철학의 완벽한 이념이긴 하지만, 아직 이 학문 자체는 아니다.(p212) <순수 이성 비판 1> 中


 칸트는 형이상학(形而上學, metaphysica)에서 이성이 감성적인 것으로부터 넘어서 초감성적인 것으로 넘어서려 한다고 보았다. '한계'가 구분되는 두 공간 사이의 전적인 차이가 있는 선이라고 했을 때, 이러한 '이성'의 한계를 넘어선 인식은 위험이 따르게 된다. 칸트는 <순수 이성 비판>을 통해 이와 같은 이성의 한계를 보다 분명한다. 이와 같은 칸트의 노력은 <순수 이성 비판>을 통해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칸트는 이성의 한계를 밝히기를 위해 <순수 이성 비판>에서 초월적 요소론과 초월적 방법론을 제시한다. 초월적 요소론은 다시 '초월적 감성학'과 '초월적 논리학'으로 나뉘는데, <순수 이성 비판 1>에서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초월적 감성학과 초월적 논리학 중 초월적 분석학에 대한 내용이 다루어진다. 이번 리뷰에서는 <순수 이성 비판> 중 초월적 변증학 이전까지의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초월적 감성학


 (A15) 인간 인식의 두 줄기가 있는데, 그것들은 아마도 하나의 공통의, 그러나 우리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뿌리로부터 생겨난 것으로 감성과 지성이 바로 그것이다. 전자를 통해 우리에게 대상들이 주어지고, 반면에 후자를 통해 사고된다. 이제 감성은 그 아래에서 우리에게 대상들이 주어지는 조건들을 이루는 선험적 표상들을 함유하는 한에서, 초월철학에 속한다. (A16) 이 초월적 감성이론은 요소학의 제1부문에 속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 인식의 대상들이 주어지는 조건들은 그 대상들이 사고되는 조건들에 선행하는 것이니 말이다.(p213) <순수 이성 비판 1> 中


 칸트는 공간과 시간을 선험적인 직관으로 설명한다. <순수 이성 비판 1>에서 칸트는 공간과 시간은 감각 경험으로부터 자유로운 순수하고 선험적인 직관이면서 동시에 주관적인 것으로 설명한다. 또한, 시간과 공간이 현상의 재료가 되는 잡다한 것들과 일정한 관계를 맺는다고 해석한다. 감각 자료들은 공간과 시간 속에서 일정한 관계에 따라 정리되어 수용되면서 비로소 개념들이 기능할 수 있기에, 이들은 대상 일반을 가능하게 하는 제일의 필수적인 조건이자 직관의 형식이 된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의 형식에서만 대상은 우리에게 주어지고, 이 형식 안에서 사물이 존재(인식)한다.


  (A20)(B34) 우리가 대상에 의해 촉발되는 한에서, 대상이 표상능력에 미치는 결과가 감각이다. 감각에 의해 대상과 관계 맺는 그런 직관은 경험적이라 일컫는다. [그리고] 경험적 직관의 무규정적 대상을 현상이라 일컫는다. 현상에서 감각에 대응하는 것을 나는 그것의 질료라고 부르며, 그러한 현상의 잡다[한 것]가 일정한 과계에서 질서지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나는 현상의 형식이라고 부른다... 나는 그(형식) 안에서 감각에 속하는 것을 아무것도 마주치지 않는 그런 모든 표상을 (초월적 의미에서) 순수하다고 부른다... (A21)(B35) 모든 선험적 감성 원리들에 대한 학문을 나는 초월적 감성학이라 부른다.(p241) <순수 이성 비판 1>  中


 (A33)(B49) 시간과 공간은 무엇보다도 순수 수학이 공간 및 그것의 관계들의 인식과 관련해 빛나는 예를 보여 주듯이, 그로부터 여러 종합적 인식들을 선험적으로 길어낼 수 있는 두 인식 원천이다. 그것들은 곧 둘다 모든 감성적 직관의 순수한 형식들이고, 그로써 선험적 종합 명제들을 가능하게 한다. (A39) (B56) 그러나 이 선험적 인식 원천들은 바로 그(그것들이 순전히 감성의 조건들이기) 때문에 스스로 자기 한계, 곧 그것들은 현상으로서 고찰되는 한에서의 대상들과만 관계하며, 사물들 그 자체를 서술하는 것은 아니라는 한계를 정한다.(p259) <순수 이성 비판 1> 中


 (A49)(B66) 의심할 여지없이 확실한 것은, 모든(외적 내적) 경험의 필연적 조건들로서 공간과 시간은 순전히 우리의 모든 직관의 주관적 조건들이고, 따라서 이것들과의 관계에서 모든 대상들은 순전한 현상들이며 이런 식으로 독자적으로 주어지는 사물들이 아니라는 점, 또한 그 때문에 사물들에 대해 그것의 형식에 관해서는 많은 것을 선험적으로 얘기할 수 있지만, 이 현상드의 기초에 놓여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물들 그 자체에 관해서는 결코 최소한의 것도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p267) <순수 이성 비판 1> 中


 2. 초월적 논리학


 '초월적 논리학'은 인식들의 근원과 점위와 객관적 타당성을 규정하는 학문이다. 그중에서도 '초월적 분석학'은 순수 지성 인식의 요소들과, 그것 없이는 어떤 대상도 사고될 수 없는 원리들을 서술하는 초월 논리학의 부문에 해당한다.


 (A56)(B81) 공간도 공간의 어떠한 선험적인 기하학적 규정도 초월적 표상이 아니고, 이런 표상들은 전혀 경험에 근원을 두고 있지 않다는 인식과, 그러면서도 이 표상들은 경험의 대상들과 선험적으로 관계 맺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이 초월적이라고 일컬어질 수 있다... (A57)(B82) 순수한 직관도 아니고 경험적 직관도 아닌, 순수 사고의 작용들, 그러니까 경험적이지도 감성적이지도 않는 근원을 갖는 개념들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우리는 미리 그에 의해 우리가 대상들을 온전히 선험적으로 사고하는 순수 지성 인식과 순수 이성 인식의 한 학문 이념을 갖는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들의 근원과 범위와 객관적 타당성을 규정하는 그러한 학문은 초월 논리학이라고 일컬어져야 할 것이다.(p278)<순수 이성 비판 1> 中


  (A65)(B89) 초월적 분석학은 우리의 선험적인 전체 인식을 순수 지성 인식의 요소들로 분해하는 작업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다음과 같다. 1. 개념들은 순수한, 경험적이 아닌 개념들이다. 2. 개념들은 직관 및 감성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와 지성에 속한다. 3. 그것들은 요소 개념들로서 파생된 혹은 그것들로 합성된 개념들과는 구별된다. 4. 개념들의 표는 완벽하고, 그것들은 순수 지성의 전 영역을 완전히 아우른다.... 순수 지성은 단지 모든 경험적인 것과 구별될 뿐만 아니라, 모든 감성과도 완전히 구별된다. 그러므로 순수 지성은 그 자체 독립적으로 성립하는 그 자체로 충분한 통일체이지, 외부로부터 무엇인가가 추가됨으로써 증대될 수 있는 그런 통일체가 아니다.(p285) <순수 이성 비판 1> 中


 칸트는 모든 인식이 재료(내용, Materie)와 이 재료를 정리 정돈하는 형식(Form)을 요소로 해서 이루어지며, 이 형식은 이미 지성에 예비되어 있다고 해석한다. 때문에, 인간 인식의 밑바탕에는 '지성개념들(notiones)'이 있으며, 순수 지성개념들의 형이상학적 연역은 이들로부터 '범주들'을 발견하는 일이 된다.


 (A50)(B74) 우리 인식은 마음의 두 원천으로부터 유래한다. 그 가운데 첫 번째 원천은 표상들을 받아들이는 능력(곧, 인상들의 수용성)이고, 두 번째 원천은 이 표상들을 통해 하나의 대상을 인식하는 능력(즉 개념들의 자발성)이다. 전자에 의해 한 대상이 우리에게 주어지고, 후자에 의해 이 대상이 (마음의 순전한 규정인) 저 표상과 관련하여 사고된다. 그러므로 직관과 개념들은 우리의 모든 인식의 요소들을 이룬다. 그렇기에 그것들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 직관이 없이는 어떠한 개념들도, 또한 개념들이 없이는 어떠한 직관도 인식을 제공할 수가 없다.(p273) <순수 이성 비판 1> 中


 (A79)(B105) 한 판단에서 서로 다른 표상들에게 통일성을 부여하는 동일한 기능이, 곧 또한 한 직관에서의 여러 표상들의 순전한 종합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표현해서, 이것이 순수 지성개념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이다... 초월적 내용을 부여받은 표상들은 순수 지성개념들이라고 일컬어지며, 객관들과 선험적으로 관계 맺는다.(p297) <순수 이성 비판 1> 中


 (A94)(B128) 범주들이란 대상 일반에 대한 개념들로서, 이에 의해 대상 일반에 대한 직관이 판단을 위한 논리적 기능들의 하나와 관련하여 규정되는 것으로 여겨진다.(p316) <순수 이성 비판 1> 中


 (A94)(B126) 선험적 개념인 범주의 객관적 타당성은, 그것에 의해서만 경험이 (사고의 형식 면에서) 가능하다는 사실에 의거한다. 그러니까 이 때 범주들은 반드시 그리고 선험적으로 경험의 대상들과 관계 맺을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이것들을 매개로 해서만 도대체가 경험의 대상이라는 것이 생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p314)... (A94) 그러므로 모든 선험적 개념들의 초월적 연역은 우리의 전 탐구가 이끎을 받아야 할 원칙을 가지고 있으니, 그것은 곧 선험적인 개념들은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선험적인 조건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객관적 근거를 제공하는 개념들은 필수적이다.(p315) <순수 이성 비판 1> 中


 지성은 종합적 통일을 매개로 표상들에게 초월적 내용을 부여하는 작용을 통해 판단의 논리적 형식을 성립시키는데, <순수 이성 비판> 내에서 칸트는 이를 '범주표'를 통해 정리한다. '범주표'상의 12개의 순수 지성개념들은 인식에서 범주로서 기능하며, 이를 통해 한 대상이 인식되고, 개념적으로 파악된다.


 (A68)(B93) 지성은 한낱 소득적으로만, 즉 비감성적인 인식 능력이라고 설명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감성을 떠나서는 어떠한 직관에도 관여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지성은 직관의 능력이 아니다. 그러나 직관을 제외하고 나면, 개념들에 의한 것 외에는 다른 인식 방식이 없다... 감성적 직관들이 인상들의 수용성에 근거하듯, 개념들은 그러니까 사고의 자발성에 근거한다. 이제 지성은 이 개념들을 그것들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 외에는 달리 사용할 수가 없다... 판단은 한 대상에 대한 간접적인 인식, 그런까 대상의 표상에 대한 표상이다. 모든 판단에는 많은 표상들에 타당한 한 개념이 들어 있고, 이 많은 표상들 가운데에는, 궁극적으로 대상과 직접적으로 관계 맺는 한 주어진 표상도 포함되어 있다.(p288) <순수 이성 비판 1> 中


  표상들은 직관에서 주어질 수 있지만, 인식은 현상을 개념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개념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현상이 개념에서 통일되는 작업이 필요하며, 이후에야 비로소 우리는 대상을 인식할 수 있다. 이러한 잡다한 표상과 객관과의 관계를 맺는 종합함을 칸트는 '통각(Apperzeption)'으로 설명한다.


 (A106) 모든 필연성에는 항상 초월적인 조건이 기초에 놓여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모든 직관들의 잡다의 종합에서, 그러니까 객관들 일반의 개념들의 종합에서도, 따라서 경험의 모든 대상들의 종합에서도 의식의 통일이라는 초월적 근거를 반드시 만나게 된다...  (A107) 이 근원적인 초월적 조건이 바로 다름아닌 초월적 통각이다.(.p325) <순수 이성 비판 1> 中 


 (A119) 상상력의 종합과 관계 맺고 있는 통각의 통일[기능]이 지성이고, 그러니까 상상력의 초월적 종합과 관계하는 통각의 통일[기능]은 순수 지성이다. 그러므로 모든 가능한 현상들과 관련해서 상상력의 순수 종합의 필연적 통일을 함유하는 선험적 순수 인식들은 지성 중에 있다. 그런데 이것이 범주들, 곧 순수 지성개념들이다.... 순수 지성은 범주들을 매개로 하는 모든 경험들의 형식적 종합적 원리이고, 그래서 현상들은 지성과 필연적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p335) <순수 이성 비판 1> 中


 그렇지만, 이러한 인식 작용은 형식적 조건을 필요로 한다. 즉, 감성의 선험적인 형식적 조건들(시간, 공간)을 함유해야 하며, 이 조건 하에서만 어떤 대상에라도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조건을 함유하게 된다. 정리하자면, 우리의 인식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형식 조건 하에서 감각에 의해 표상되는 것만이 순수 지성 개념에서 사고된 후에 가능하게 된다.


 (B146) 대상을 사고하는 것과 대상은 인식하는 것은 한 가지가 아니다. 인식을 위해서는 요컨대 두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첫째는 도대체가 그것을 통해 대상이 사고되는 개념(곧, 범주)이고, 둘째는 그것을 통해 대상이 주어지는 직관이다.(p356)... (B147) 공간, 시간상의 사물들은 오직 지각(곧, 감각을 동반하는 표상)인 한에서만,그러니까 경험적 표상을 통해서만 주어진다. 선험적인 직관들이 그리고 이것들을 매개로 한 지성개념들이 경험적 직관들에 적용될 수 있는 한에서만, 인식을 만들어낸다. 범주들은 단지 경험적 인식의 가능성을 위해서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데에]만 쓰인다. 이 경험적 인식을 경험이라 일컫는다. 따라서 범주들은 가능한 경험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지는 그건 사물들을 인식하는 것 이외에는 어떤 다른 용도도 갖지 않는다.(p357) <순수 이성 비판 1> 中


 (B164) 감성적 직관의 잡다를 연결하는 것은 상상력이고, 이 상상력은 지성적 종합의 통일 작용에서는 지성에 의존하며, 포착의 잡다의 면에서는 감성에 의존한다. 그런데 모든 가능한 지각은 포착의 종합에 의존하지만, 이 포착의 종합 자신, 곧 이 경험적 종합은 선험적인 종합에 그러니까 범주들에 의존하므로, 모든 가능한 지각들은, 그러니까 또한 언제나 경험적 의식에 이를 수 있는 모든 것은, 곧 자연의 모든 현상들은 그것들이 결합되어 있는 면에서 범주들에 종속할 수 밖에 없고, 자연은 그것의 필연적인 법칙성의 근원적 근거인 범주들에 의존한다. 그러나 순전히 범주들로써 현상들에게 선험적으로 법칙들을 지정하는 순수한 지성 능력도 공간/시간상의 현상들의 법칙성인 자연 일반이 의존하고 있는 법칙들 너머까지는 이르지 못한다.(p369)  <순수 이성 비판 1> 中


 칸트는 뒤이어 '순수 지성의 종합원칙'을 통해 경험 인식에서 형식으로 작동하는 객관적 실재성을 갖는 범주를 살핀다. 사물의 본질 규정의 원리들인 양(量)개념, 질(質)개념, 관계(關係) 개념과 실존 규정의 양태(樣態)개념의 객관적 사용 원칙을 통해 칸트는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주관적 조건들이 경험된 대상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는 우리의 경험적 사물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 실재하는 세계의 사물들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가 된다. 


 (A246)(B303) 순수 지성 개념들은 결코 초월적으로 사용될 수 없고, 항상 경험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뿐이며, 순수 지성의 원칙들은 단지 가능한 경험의 보편적 조건들과의 관계에서 감관의 대상들과만 관계 맺을 수 있되, 그러나 (우리가 그것들을 직관할 수 있는 방식을 고려하지 않고서) 사물들 일반과 결코 관계맺을 수 없다.(p482) <순수 이성 비판 1> 中 


 (A247)(B304) 초월적 분석학은 이에 따라서 다음과 같은 중요한 결과를 얻는다. 곧, 지성은 선험적으로는 결코 가능한 경험 일반의 형식을 예취하는 것 이상을 할 수 없고, 또 현상이 아닌 것은 경험의 대상일 수 없으므로, 지성은 그 안에서만 우리에게 대상들이 주어질 수 있는 감성의 경계를 결코 넘어설 수 없다는 것 말이다. 지성의 원칙들은 한낱 현상들을 해설하는 원리들일 따름이며, 사물들 일반에 대한 선험적인 종합적 인식들을 체계적 교설로 제공한다고 과시하는 존재론이라는 의기양양한 명칭은 순수 지성의 순전한 분석학이라는 겸손한 명칭으로 대치되어야 한다.(p483) <순수 이성 비판 1> 中 


 (A287)(B343) 우리는 우리의 사고의 대상분야를 우리 감성의 조건들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확장할 수도 없고, 현상들 외에 순수 사고의 대상들, 다시 말해 예지체들을 상정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이런 것들은 제시될 수 있는 어떠한 적극적인 의미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범주들이란 사물들 그 자체를 인식하기에 불충분한 것이고, 감성의 자료(資料)가 없으면 대상 없는, 한낱 지성 통일의 주관적 형식일 따름이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으니 말이다.(p517) <순수 이성 비판 1> 中


 <순수 이성 비판 1>에서 칸트는 초월철학 중 일부인 초월적 감성학과 초월적 분석학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선험적 형식인 시간과 공간 안에서 우리의 감성이 지각한 현상과 개념의 결합이 이루어져 인식이 이루어지지만, 경험을 넘어설 수 없는 순수 지성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우리의 인식도 제한됨을 설명한다. 이러한 내용에 이어 <순수 이성 비판 2>에서는 초월적 변증학과 초월적 방법론이 설명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 리뷰에서 정리하도록 하자...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05-03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04 0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수이성 비판 서문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4
임마누엘 칸트 지음, 김석수 옮김 / 책세상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결코 놓쳐서는 안 될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우리의 인식이 감성적 직관과 지성적 범주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며, 그것의 근원에는 언제나 그 인식이 통일을 이루기 위해 초월적 통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초월적 통각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감성의 틀과 12개의 범주라는 지성의 틀을 근원적으로 떠받쳐, 인식 일반의 가능성을 선험적으로 정당화하는 토대가 된다.(p147) - 해제 중 -

이 ‘생각하는 나‘로서의 초월적 통각은 현실의 주어진 세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부과된 이념의 세계로 나아가려고 한다. 이성은 지성의 판단 능력과는 달리 추리를 통해 주어진 세계를 넘어 부과된 세계로 우리의 개념과 범주를 월권적으로 사용하고자 한다. 여기에서 초월적 논리는 허구적 논리, 변증적 논리와 다시 한번 결전을 벌여야 한다.(p148) - 해제 중 -

구성적 원리가 주어진 세계 자체를 정리하고 결합하는 원리라면, 규제적 원리는 이념의 세계에 비추어 주어진 현상 세계를 하나의 통일된 체계로 만드는 것이다. 이성의 규제적 원리는 발견의 원리이지 구성의 원리가 아니다.(p150) - 해제 중 -

우리가 착각에 빠지게 되는 것은 순수 지성의 개념인 인과 범주를 현상 세계에만 적용해야 하는데, 그것을 넘어 이념의 세계에도 적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이 빠져들게 되는 이러한 오류는 우리 이성 안에 본래부터 내재하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p151)... 이러한 어쩔 수 없는 착각 앞에서 인간은 자신 안의 ‘위대한 허구‘, ‘허구 아닌 허구‘를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인간이 버릴 수 없는 이념으로서의 이 허구가 바로 영혼의 불멸과 자유와 신이다.(p152) - 해제 중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