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성경학을 공부하러 온 한 사나이가 있었네. 그는 예수의 생애도 모습도 성경에 쓰인 그대로라고 믿고 있었지, 그런데 공부가 깊어짐에 따라 성경에 모시된 때수의 생애도 말씀도 사실이기보다 원시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신격화하여 지어낸 사실이란 걸 알게 되었다네 그는 후세의 신앙이 만들어 낸 성경의 예수상을 정중하게 옆으로 밀어놓았네"(p71)..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려졌다. 우리는 인생의 마무리를 서서히 시작할 나이에 이르렀지만 도다도 나도 손에 거머쥔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 P73

‘그들은 징조와 기적을 보지 않으면 믿지 않는다. 무물한 취기를 느끼면서 확실하지않은 기억으로 예수의 말을 떠올렸다. 지금 나한테는 징조와 기적을 보지 않고 믿는마음은 사라진지 오래다. 나는 징조와 기적이 필요한 속물이며 나약한 인간이다.
"나는 기적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갈릴래아 사람들이 예수에게 기대했던 것이 기적뿐이었음을 다시 생각하곤 한다네. 갈릴래아 사람들은 예수한테서 사랑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보다 현실적인 기적을 더 바라고  있었던 거지 절름발이를 고쳐 달라. 열병에 걸린 아이를  살려 달라, 눈먼 사람을 보게 해 달라.... 그 밖의 것은 예수에게 요구하지 않았다는 말이네."  - P246

사나이의 얼굴에서 땀이 들렀다. 땀방울은 바라빠가 흘린 핏자국 위로 떨어졌다. 가늘게 떨리는 어깨는 곧 찾아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나타냈다. 이 사나이는 바라빠치럼 죽음을 피해 살 힘도 없이 도살되는 어린양처럼 따가몬 죽음에 겁먹고 떠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가장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하게 해주시도록 그의 신에게 바짝 마른 입술로 탄원하고 있었다.  젊은이의 핏자국 위에 떨어지는 방울과 그 일술에서 새어 나오는 기도소리를 백인대장은 어떻게 연결시켜야 할지 알 수 없었다..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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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는 개신교의 권력화 메커니즘이 보수주의와 불가분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권력의 장치로서 개신교는 보수주의를 재생산하며, 거꾸로 개신교의 보수주의가 권력의 메커니즘으로서 개신교를 작동시킨다. 두번째는 개신교 권력의 장치는 대형교회와 불가분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형교회가 없다면 개신교는 권력의 장치가 될 수 없었을 것이며, 거꾸로 개신교의 권력화는 대형교회를 탄생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다. 또한 개신교의 권력화는 주로 지적·사회적 자원을 과점한 이들의 현상이지만, 한편으로 개신교는 권력에서 소외된 이들의 반지성주의적 신앙을 동원해 정치화함으로써 그런 권력자원의 과점세력이 될 수 있었다. 이 책의 세번째 주제는 바로 이 점을 이야기한다.

한국 교회 신도의 절대 다수가 여성이지만, 여성이 교회사역자가 되기는 쉽지 않아요. 여성 목사를 허용하지 않는 교단은 말할 것도 없고, 여성 목사 제도가 있는 교단도 실제로 교회 내에서 여성 신도조차 여성 목사 부임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아요. 여성은 어쨌든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생각 때문에, 여성 지도자를 여성들 스스로도 거부하는 거죠. 제도화된 종교로서의 기독교를 움직여나가는 두가지 권력구조가 있습니다. 강단권력(preaching power)과 교수권력(teaching power)이에요.

너무 쉽게 들키는 조야한 권력이 한국 개신교와 깊게 결합되어 있어서 한국 시민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포함한 전통적 권력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된 것 같습니다. 동성애 혐오주의에서 드러나는 모습은 교인들조차 자기 종교를 신뢰하지 못하도록 하고, 실제로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한편으로 의문이 드는 것은 ‘성직자중심주의가 정말로 실재하는가’라는 부분입니다. 의전상으로는 분명 존재하죠. 그런데 대형교회에서 강한 권력을 장악하던 이들이 속속 은퇴하고 있고, 그 후임자들은 아직 실권을 제대로 갖지 못한 채 창업자들의 후광을 입고 있죠.

교회의 재정 문제는 단지 교회만이 아니라 사회의 부당한 재정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습니다. 대개는 숨어서 비자금을 조성하더라도 적발될 가능성이 있는데 교회는 감사를 받지 않아 그럴 가능성이 극히 낮은 거예요. 교회의 재정을 담임목사와 재정장로, 그리고 특권적인 교인 몇 사람 정도만 알아요. 일반 신자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장로도 교회 장부를 열람할 수 없죠.

한국의 전체 인구 가운데 개신교·가톨릭 등을 포함한 기독교인의 비율이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정치나 민주주의 구조를 만드는 데에는 강력한 영향을 미쳐요. 차별금지법 문제만 해도 개신교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죠. 민주국가에서는 전부 받아들여진 기본적인 인권 조항이 개신교 세력 때문에 통과되지 못하고 있고, 이것이 통과되면 동성애자가 많아질 거라는 둥 너무나 비논리적인 이야기들이 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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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말씀께서 인류 구원을 위해 수난받으실 수 없고 변화될 수도 없는 신성을 낮추셨지만 능력 면에서는 그분 고유의 본성을 잃지 않으셨고, 자비를 베풀어 주시기 위해 우리 본성을 취하셨다는 사실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리스도 안에 있는 이 두 가지 본성은 한위격을 이룹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동시에 사람의 아들이신 그분께서 한 주님으로서 종의 조건을 받아들이신 것은 어떤 필연의 법칙 때문이 아니라 그분의 자애심 때문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분이 당신 자신을 낮추셔서 수난을 받으시고 죽으실 수 있는 분이 되신 것은 그분의 능력으로 말미암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죄와 죽음의 권세를 멸하기 위해서는 수난을 받을 수 있는 나약한 본체가 있어야 하지만, 그분의 영광에서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으신 것은 능력의 본성 때문이었습니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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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 - 악의 역사 2, 초기 기독교의 전통 르네상스 라이브러리 11
제프리 버튼 러셀 지음, 김영범 옮김 / 르네상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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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학에서 악마의 기능은 선의 하나님에게는 악에 대한 책임이 없음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나님은 궁극적으로는 우주에 대한 책임이 있다. 왜냐하면 그는 우주를 창조하지 않을 수도 있었고, 우주가 계속해서 지금까지 존재하도록 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간접적으로 악에 대한 책임이 있다. 그러나 그는 악을 원하지 않으며 악이 존재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는 가장 위대한 선을 위해 악을 묵인한다. 그러나 그가 창조한 일부 지적 존재들은 적극적으로 악을 묵인한다.(p270)

제프리 버튼 러셀은 <사탄 : 초기 기독교의 전통>에서 사탄(악마)를 ‘자유의지로 악(惡)을 선택한 천사‘임을 밝히고, 이들이 기독교 신학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설명한다. 신이 세상을 창조하고, 절대 선(善)임을 강조하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전통 속에서 악은 이렇게 자리매김된다. 저자는 ‘데블‘이 형이상학적 악이라면, ‘사탄‘은 구체화된 악임을 이야기하면서 마지막으로, 빛의 그림자로서 존재하는 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결론적으로 악마는 다음과 같이 정의내릴 수 있다. 악마는 신이 아니다. 악마는 신의 권능을 제어하지 못한다. 악마는 하나의 피조물이다. 악마는 신에 의해 비로소 악마로서의 구실을 하게 되었다. 악마는 우주에서 우리가 파악할 수 없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다. 악마는 신과 우리의 적이며 혼신의 힘으로 물리쳐야 할 존재다. 악마가 존재론적 실재이든, 단지 인간의 ‘악마적‘ 속성의 표상이든 상관없이 이러한 언명들은 사실이다.(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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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11-11 19: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귀요미는 찾으셨나요?

겨울호랑이 2020-11-11 19:49   좋아요 1 | URL
아직 못 찾았습니다... 시간이 걸릴 듯 해요...

막시무스 2020-11-11 20:14   좋아요 1 | URL
애구!ㅠ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데 걱정이 많으시겠습니다!ㅠ 무사히 언능 귀환할 수 있길 기원합니다!

겨울호랑이 2020-11-12 05: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후애(厚愛) 2020-11-12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소식이 있나 해서 들어왔는데 귀요미 아직 못 찾으셨군요..ㅠㅠ
날씨가 추워지고 있는데 걱정입니다.
제발 무사히 가족곁으로 돌아오기를...

겨울호랑이 2020-11-12 09:26   좋아요 0 | URL
ㅜㅜ 고양이탐정에게 의뢰해서 보니 산으로 갔을 가능성이 있다네요.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듯 합니다...
 

악을 절대악으로 인식하는가, 아니면 선의 결핍으로 인식하는가 그리고 악을 심의 내재적 속성으로 파악하는 일원론과 신의 속성과 분리해서 파악하는 이원론의 오랜 역사를 러셀은 「데블 The Devil」에서 보여준다. 그렇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악에 대한 이러한 추상적인 인식이 아닌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실체화되고 있는 악행을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임은 너무도 당연할 것이다...


악마를 연구해보면 역사적으로 악마는 신의 현현이고 신성의 한 부분임이 드러난다. 악마가 없다면 신도 없다. 그러나 도덕적으로 악마의 행위는 완전하고도 철저하게 백안시되었다. 이러한 역설은단 한 가지 방법으로만 해결될 수 있다. 악이 통합되면 악은 동화되어 통제될 것이고, 악이 완전히 인식되고 이해되면 악은 통합될 것이다. 무의식에 그림자만을 증식시키는 억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내부에서 악으로 인식되어왔던 요소들을 의식적으로 억제하면 악마라고부르는 신적인 요소는 혼돈스럽고 적대적인 상태에서 벗어나 질서와 통제로 탈바꿈할 것이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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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11-08 1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런 페이퍼를 좋아합니다. 형식도 좋고요, 무슨 뜻인가를 곰곰 생각하게 하는, 뽑은 글의 내용도
좋습니다.

겨울호랑이 2020-11-08 18:02   좋아요 1 | URL
페크님께서는 생각할 여지를 남겨둔 글을 좋아하시는 듯 합니다. 부족한 글을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