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의 아름다움과 행복의 예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특별전 팀 엮음,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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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 디자인은 중요한 문제인가?


1.

디자인에 일종의 반감을 가지고 있다. 이쁘고 비싼 것보다는 조금 덜 예쁘더라도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이 더 좋다고 스스로에게 세뇌시킨다. 명품 가방보다는 실용적인 가방, 조금 못생겨도 기능이 똑같은 상품을 찾으려고 한다. 디자인은 있으면 좋기는 하나 가격을 높이는 주범이라고 느꼈다. 





이 책의 저자인 알랭 드 보통과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나와 같은 일반인들의 일반적 인식에 대해 디자인은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연, 우아함, 강인함, 희망, 유연함 등등 여러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예술가들의 공예 작품을 보여주며 예술이 어떻게 아름다움, 행복과 연결이 되는지 보여주고 있다. 우리 인간은 상당히 감정적이고 민감한 면을 가지고 있는데 아름다운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전해주어 삶의 질이 올라간다는 말이다. 특히 우리가 매일같이 만나는 공산품들은 24시간 내내 디자인을 통해 우리에게 심미적 아름다움 혹은 추함을 전해주어 전체적인 기분을 좌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회색 도시에 아름다움을 위해 디자인을 멈추지 말아야 하며 아름다움을 찾기 위한 여정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2.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고 제조하는 과정을 겪어보면서 디자인이 얼마나 디테일하게 우리 생활에 들어와 있는지 알게 되었다. 단순히 병의 디자인 뿐만 아니라 병의 글씨의 크기, 위치, 비율, 패키지와의 색감 조화, 패키지의 크기, 패키지의 재질, 촉감 등등 하나 하나의 디테일이 중요하다. 흔히 이니스프리하면 중저가 브랜드로 인식하기 쉬운데, 그들의 토너 하나만 봐도 글씨 크기와 비율 디테일이 결코 대충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소비자들이 가장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한 디자인, 최고의 비율을 찾아 만든 그 단순한 플라스틱 병. 심플해 보이지만 심플해 보이기 위해 엄청난 디테일이 숨어 있었다. 마냥 비싼 것만 디자인에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상품 1,000원짜리 물병 조차 디자인이 숨어 있다. 우리는 이미 온갖 디자인의 바다에 살고 있다. 




다만 과도한 디자인은 경계해야 한다. 고객의 향한 디자인이 되어야 하며 불필요한 것까지 디자인을 신경 쓰면 낭비라고 생각한다. 좋은 화장품 혹은 향수 세트를 열어보면 스펀지에 화장품이나 향수가 끼여 있는데 그 스펀지를 포함한 포장박스가 8,000원 정도 한다. 단순히 소비자가 받아서 선물 받았다는 느낌을 들게 하고 열고 난 뒤에는 버릴 운명 치고는 비싼 값이라고 느낀다. 좀 비싼 향수의 포장 박스를 업체에 물어보니 적어도 단가가 20,000원은 나올 것 같은 디테일이라고 한다. 20,000원은 고스란히 소비자가로 전가 되는데 처음 1분동안 패키지에서 얻는 심미적 아름다움을 위해 20,000원을 지불하겠냐고 하면 과연 누가 동의하겠는가. 이런 디자인은 낭비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이라고 A부터 Z까지 모든 디테일에 아름다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계속 닿아 있는 지점에 신경 쓰는 것이 진정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제품 포장박스

http://blog.naver.com/worms1000/22095240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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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7-02 1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마 구매자는 그렇게 포장비가 많이 든다는 건 모를거예요. 대부분은 상자를 보관하거나 하지 않고, 포장가격을 잘 알지도 못하니까요.
잘 읽었습니다. 좋은하루되세요.^^

윙헤드 2017-07-02 17:10   좋아요 1 | URL
저도 포장지가 몇천원 수준일거라는 생각은 하지못했었는데 듣고 나서 참 놀랐었습니다ㅜㅜ감사드리며 즐거운 일요일되세요:)

cyrus 2017-07-02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출판 시장에서 유행하는 것이 특별판입니다. 사실 세련되고 예쁜 디자인으로 꾸민 겉표지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어요.

윙헤드 2017-07-02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들이 점점 내용보다 패키지로 승부를 보려는거 같아 아쉬운 마음 공감합니다ㅜㅜ
 
매거진 B (Magazine B) Vol.53 : 무인양품 (MUJI) - 국문판 2017.1~2
B Media Company 지음 / B Media Company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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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라이프스타일 샵이 대세인 세상이다. 이전에는 올리브영, 미샤, 이니스프리처럼 코스메틱 매장이 영역을 넓히는 것이 주 트렌드였다면 이제는 자주(JAJU), 1300K, 텐바이텐, 29CM 처럼 우리의 생활에 필요한 용품들을 파는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침대, 이불과 같은 가구에서부터 향초, 디퓨저같은 기호용품, 문구와 옷까지 나의 공간과 일상에 필요한 대부분의 것을 판다. 이런 트렌드를 우리나라에서 선도적으로 이끈 것이 오늘의 주인공인 일본의 무인양품이다. 


무인양품, 무지는 일본의 유통기업인 세이유의 PB브랜드로 출발하였다. 상표가 없는 좋은 물건을 제공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작은 브랜드가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2016년 기준 매출이 3조 4천억원에 달한다. 굳이 좋은 포장지를 사용하여 물건을 돋보이게 하려고 하지 않고 물건 자체를 합리적이고 좋게 만든다.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하면서도 전체적인 디자인 톤은 통일감을 준다. 디자인 뿐만 아니라 매장의 분위기까지 통일시키기 위해 ‘무지그램’이라는 매뉴얼북을 만들어 배포하는데 분량이 13권에 달한다고 한다. 각 매장 고유의 개성을 죽이고 직원들을 획일화 시킬 것이라는 우려에도 일의 90%는 구조에서 결정된다는 회장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매뉴얼화를 강행한다. 상품의 디스플레이 방법은 물론 인사법, 심지어 직원들의 동선까지 적어 놨다는 이 매뉴얼은 우려와는 반대로 매장 직원들의 대응력을 향상시켜 무인양품의 성장에 큰 틀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구조가 있었기에 무인양품을 방문하면 정돈된 느낌을 받는다. 자주나 1300K와 같은 매장이 강남이나 홍대처럼 번화가에 있어 구경삼아 방문하게 되는데 여러 상품들을 보면 통일감이 없어 보이고 중구난방이라는 느낌이 있다. 어떤 컨셉,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브랜드를 운영하는지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해 흡사 다이소, 대형마트 생활관과 비슷해 보이기까지 한다. 찾아보니 자주는 신세계가 2012년에 이마트의 ‘자연주의’라는 브랜드를 인수하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변경한 것이다. 홈페이지를 방문하니 자주에서 판매했던 유아 욕실화에서 안전 기준에 부적합한 성분이 검출되었다며 회수 및 환불을 해주겠다는 팝업창이 뜬다. 좋은 상품을 합리적으로 판매하여 더 좋은 삶을 꿈꾸는 무인양품과 접근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안타까울 정도로 명확한 상황인 듯 하다.


무인앙품은 라이프스타일샵을 뛰어넘어 건축에까지 확장해왔다. 그야말로 라이프스타일의 끝판왕에 다다르고자 하는 욕심이 보이는 행보다. 2004년 ‘무지하우스’라는 레디메이드집을 판매하기 시작하여 1인가구, 고령화와 같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공간을 채우는 물건들에서 공간까지 통일하여 제공하겠다는 모습에서 통찰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과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한 나라로서 얄미울 정도로 앞서 나가는 것 같다. 지금 한국은 1인 가구가 가구 구성비율 1위로 올라설 만큼 라이프스타일이 급변하는 시기이다. 결혼은 하지 않고 욜로를 즐기고 저축율이 줄어든다. 이런 특성들은 문화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공동거주주택, 1인 가구 빌트인 오피스텔 등 무인양품의 움직임을 우리나라에 적용하여도 반 발자국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2.

옷을 파는 유니클로, 라이프스타일 용품을 파는 무인양품, 전자제품을 파는 발뮤다. 모두 일본 기업들인데 이 브랜드들의 상품을 보면 정갈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실용적이고 깔끔하다, 과하지 않지만 알찬 느낌이 있다. 많은 서양인들이 이런 일본의 스타일을 젠(ZEN) 스타일이라고 부르며 열광한다. ZEN은 선(禪)의 일본식 발음으로 명상과 참선을 추구하고 심신을 통일하는 불교 사상의 하나라고 한다. 절제, 여백을 추구하여 현대에는 미니멀리즘의 모습이 대표적으로 발현되고 있다. 문화적 특성이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드러나는 것인데, 그들을 보면서 과연 우리 한국인들의 어떤 문화적 특성을 브랜드에 담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푸짐한 인심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근면성실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문득 드는 생각은 ‘흥’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잘 노는 민족이라고 해외의 많은 뮤지션들이 내한공연을 사랑할 정도로 잘 논다. 노래방도 많고 밤늦게 술 마시며 잘 논다. 흥이 많은 건 사실인데 이 흥을 브랜드로 잘 녹여 낼 수 있을까 는 또 다른 문제다. 아니면 ‘열정’이라고 해야 하나. 어렵기는 하나 잘 구상하여 브랜드 정체성으로 나타낼 수 있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은 좋은 느낌이다.





<출처>

1.무지하우스

https://www.pinterest.co.kr/explore/muji-house/

2.발뮤다 선풍기

http://global.rakuten.com/en/store/itemgear/item/balmudagreenfan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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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냐 존재냐 까치글방 114
에리히 프롬 지음, 차경아 옮김 / 까치 / 199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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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p.52 – 대부분의 일상적 독서 시간은 소비의 양식, 즉 소유 양식으로 읽는 일로 허송되고 있다… 결말을 알았을 때, 그들은 마치 자신의 경험에서 그 결말을 찾아낸 것처럼 현실적으로 전체 스토리를 ‘소유’하는 것이다.


p.80 – 바실리우스에게 있어서 모든 재물의 목적은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데 있다. 그의 특성을 말해 주는 이런 질문이 있다. ‘다른 사람의 옷을 가져가는 사람은 도둑이라고 불린다. 그렇다면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데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옷을 주지 않는 사람은 도둑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릴 자격이 있는가?’

p.109 – 소유의 또 다른 기능은 ‘생존적 소유의 기능’이다. 인간존재는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물건을 소유하고, 보전하고, 손질하여 사용하는 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육체, 음식, 주거, 옷, 일용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도구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런 형태의 소유는 인간존재에 뿌리박고 있기 때문에 생존적 소유라고 할 수 있다. 


p.122 – 자본주의에 대한 마르크스의 전반적인 비판과 사회주의의 이상이 기초로 삼고 있는 개념은 인간의 능동성 자체가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마비되므로 생의 모든 분야에서의 능동성을 회복함으로써 완전한 인간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p.193 – 그러나 마르크스의 사항은 곧 왜곡되어 버렸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가 1백 년은 일찍 태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자본주의 발달의 절정에서 새로운 가르침을 내놓았다. 자본주의의 절정기에 번졌던 반자본주의자들의 생각은, 만약 그것이 성공하려면 자본주의 정신으로 완전히 변형되었어야만 했다. 그것은 역사적인 필연성이었다. 그리고 그런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p.146 – 거의 모든 종류의 행동과는 대조적으로 발기만은 거짓으로 꾸밀 수가 없다. 정신분석학자의 한 사람인 조지 그로데크는 남자는 결국 단 몇 분 동안만 남자일 뿐 대부분의 시간 동안은 어린아이라고 말하곤 했다. 


p.183 – 시장적 성격의 소유자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또 자신에 대해서도 깊은 애착이 없기 때문에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이 이기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그리고 타인에 대한 관계가 아주 약하기 때문이다. … 사실 어느 누구도 시장적 성격과는 친밀하지 않고, 또 시장적 성격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도 가깝지 않다. 


p.214 – 건강한 사람을 위한 건강한 경제를 건설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이러한 목적을 위한 첫번째 중요한 조치는 생산이 ‘건전한 소비’를 위하여 행해지도록 이끄는 것이다. …. 자유시장경제하에서는 소비자가 그들이 바라는 바를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에 ‘선택적’인 생산을 할 필요가 없다는 반론이 있다. 이러한 주장은 소비자가 그들에게 유익한 것만을 원한다는 가정을 기초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정은 누가 보든 분명히 잘못되어 있다. 이러한 주장이 명백히 무시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소비자의 욕구는 생산자에 의하여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상품간의 경쟁은 있지만 광고가 낳는 전체적인 효과는 소비욕을 자극시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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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 독점계약 번역 개정판
E.H. 카 지음, 김택현 옮김 / 까치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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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 역사란 무엇인가?


1.


E.H.카.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역사학자일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국사 과목을 듣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이 사람이 등장한다. 역사에 대한 개괄적 설명이 교과서의 서두인데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언은 언제나 밑줄이다. 시험에도 객관식이나 단답형으로 단골손님이다. 그렇지만 딱 암기용에 머물렀었다. 대부분이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알고 있지만 읽지는 않는다. 나도 역시 그러했고, 카의 역사론은 기억 한편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6년 국정교과서 사태가 터지고 다시금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읽어야지 했다가 국정교과서가 폐지되고 나니 읽게 되었다. 도대체 역사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난리인가, 왜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사이에 두고 서로가 이리도 으르렁거리는 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읽었다. 송강호 주연의 영화 ‘변호인’에 등장한 책으로 그 당시 사상서로 분류되어 박해를 받을 정도였다는 책을 읽는다는 나름의 스릴도 있었다.




읽어보니 한 나라의 역사 교과서 서론에서 언급할 가치가 충분한 책이고 시대를 관통하는 책이다. 수능에서 국사 과목을 선택하기 전에, 한국사능력시험을 깨작대면서 공부하기 전에, 역사 관련 다양한 책들을 읽기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이해의 깊이가 달랐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생길 정도다. 내용이 길지 않지만 묵직하다. 저자는 역사는 과학과 그리 다르지 않다, 절대적으로 진실된 역사란 것은 없다, 역사는 진보에 대한 것이다 라는 등등 굵은 주장들을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먼지 쌓인 책들 마냥 정적인 것만 같은 역사는 카의 주장들로 인해 역동적이고 항상 변화하는 것으로 변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옥 같은 말은 가장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역사가는 자신이 현 시대의 편향성에 어쩔 수 없이 물들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로 그 시대의 문화와 사상을 배운다. 문명과 떨어져 제3의 위치에서 문명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부모의 교육 자체가 이미 사회적이고 특정 사회의 가치를 내포한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역사가는 객관성이 없는 자기 허세적인 역사가일 뿐이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너 자신을 알라’와 상통하는 의미로 내가 무지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역사가는 ‘필연적으로’, ‘결과적으로’라는 말을 쓰면 안되며 그런 말을 쓰는 역사가는 별로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고 한다. 일단 내가 옳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시대를 뛰어넘어 정답을 찾아 나서는 것이 역사가의 의무라는 점에서 고루해 보였던 그들이 멋있어 보인다. 



2.

2016년 국정교과서 사태 당시에 이 책을 읽었다면 좀 더 재미있고 깊숙하게 지켜볼 수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국정교과서는 잘못되었다는 느끼고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왜 잘못되었는지는 애매했다. 이제야 알겠다. 전 정부의 무지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 자신들이 쓴 역사서가 정답이라는, E.H.카가 그렇게 비판하는 역사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사람들이다. 과거를 바꾸려고 낑낑대는 그들의 모습에서 과거의 신문 내용을 정부의 입맛대로 수정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1984’가 생각났었다. 잘 막아서 다행이지 정말 큰일 날 뻔했다.


현재 OECD국가에서 국정교과서를 채택한 국가는 없다. 전세계적으로 북한, 베트남, 스리랑카, 몽골 등이 국정교과서만을 채택하고 있다. 대다수의 국가들이 검정과 자유발행제를 채택해 다양한 역사교과서가 나올 수 있도록 한다. 왜냐하면 앞서 말했듯이 역사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쓴 이 역사교과서가 정답일 수가 없으니 이것만 있으면 안 되고 다른 의견을 가진 교과서들과 함께 비교하며 개선해 나가야 한다. 역사는 과학과 같으며 인간에 대한 이해를 향해 끊임없이 발전하고 움직여야 한다. 역사가는 역동적인 지금의 역사를 가장 앞에서 이끌고 있으며 역동성에서 누구보다 뒤지지 않는다고 깨닫게 된다. 과거에서 현재를 읽고 미래를 보니 그들은 시간을 다루는 자들이다.



마지막문장 – ‘그래도 그것은 움직인다’ 라고.



<인상깊은 구절>


p.109 – 역사는 운동이며, 운동에는 비교가 포함된다. 따라서 역사가는 ‘선’이라든가 ‘악’이라는 비타협적이고 절대적인 말보다는 ‘진보적’이라든가 ‘반동적’이라는 비교의 성질을 가진 말을 사용하여 그 도덕적 판단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여러 사회나 역사적 표준을 어떤 절대적 기준과의 관계에서가 아니라 그것들의 상호관계에서 규정하려는 기도인 것이다.


p.112 – 과학자, 사회과학자 및 역사가는 모두가 같은 연구의 서로 다른 부문에 속하고 있다. 즉, 어는 것이든 인간과 그 환경, 환경에 대한 인간의 작용, 인간에 대한 환경의 작용에 대한 연구인 것이다. 연구의 목적은 동일하다. 곧 자기의 환경에 대한 인간의 이해력과 지배력을 늘리는 것이다. 


p.137 – 실례를 들어보면, 존스가 어느 파티에서 평소의 주량을 넘는 술을 마신 후 브레이크가 다 부서져 가는 자동차를 몰고 돌아가다가 앞이 막힌 막다른 모퉁이에 이르러, 그 모퉁이의 가게에서 담배를 사기 위해 길을 건너던 로빈슨을 치여 죽였다… 이 사고는 운전자가 술이 취한 상태였기 때문에 일어난 것인가? 또는 고장난 브레이크가 원인이었던가? 그렇지 않으면 막다른 모퉁이가 있었기 때문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를 가진 로빈슨 때문인가?


p.141 – 우연적 원인은 일반화 될 수 없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특수한 것이므로, 어떤 교훈도 주지 않고 어떤 결론도 낳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서 나는 또 한 가지 주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에 있어서의 인과관계에 관한 논의의 열쇠가 되는 것은 바로 앞에서 본 목적이라는 관념이다. 그리고 목적의 관념은 필연적으로 가치판단을 포함하는 것이다 .


p.152 – 다윈의 혁명은 진화와 진보를 동일시함으로써, 즉 역사와 마찬가지로 자연도 결국은 진보하는 것이라고 판명함으로써 모든 곤란은 제거된 듯이 보였다. 그러나 이것은 진화의 근원인 생물학적 유전과 역사상의 진보의 근원인 사회적 획득을 혼동함으로써 훨씬 중대한 오해의 길을 열었던 것이다. 


p.159 – 진보에 대한 믿음은 결코 자동적이거나 불가피한 과정을 믿는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 능력의 계속적인 발전을 믿는다는 뜻이다. 진보라는 것은 추상적인 용어이다. 인류가 추구하는 구체적인 목적은 때에 따라 역사의 진로에서 나타나는 것이지, 역사 밖의 어떤 원천으로부터 나오는 것은 아니다. 


p.176 – 정적인 세계에서는 역사란 무의미하다. 역사는 그 본질상 변화이며, 운동이면 진보이다. 그래서 나는 결론적으로 진보는 ‘역사 기술의 기초가 되는 과학적 가설’이라고 한 액튼의 말로 되돌아가기로 하겠다. 


p.212 – 역사란 과거 사실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과거의 어떤 사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해석, 평가하여 재구성할 때 확립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출처

1.영화 변호인 한장면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1935379

2.국정교과서 사진

https://1boon.kakao.com/ppss/58ae768d6a8e510001b99ae4

3.국정교과서 집필진명단

http://khanarchive.khan.kr/entry/%EC%97%AD%EC%82%AC%EA%B5%90%EA%B3%BC%EC%84%9C-%EA%B5%AD%EC%A0%95%ED%99%94-%EA%B4%80%EB%A0%A8-%EA%B7%B8%EB%9E%98%ED%94%BD-%EB%89%B4%EC%8A%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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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5-29 2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놓고 아직 펼쳐보지 못한 책인데 읽고싶어지네요^^

윙헤드 2017-05-30 07:52   좋아요 1 | URL
저도 읽어야지읽어야지하면서 오랜시간 읽지못했는데 막상 읽으니 생각보다 빨리 읽혀서 좋았습니다:)

마르케스 찾기 2017-05-30 05: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 ˝변호인˝에서 (이 리뷰의 사진에서 처럼ㅋ) 노무현 변호사 역의 송강호가 반발하던 모습에서 진짜 제목만 알고 있었던 이 책을 읽으리라 결심하고 바로 구입했죠.
알고는 있지만, 읽진 않았던 책..
진즉 읽었어야 했던 책이었어요ㅋ

고양이라디오 2017-05-30 13:55   좋아요 0 | URL
저도 영화의 한 장면 기억에 남네요^^
 
그릿 GRIT -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앤절라 더크워스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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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릿은 끈기를 가진 열정? 정도로 해석이 될 수 있는 용어로 저자가 미는 단어다. 성공에 있어 재능이나 환경보다 끈기를 지닌 열정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을 다양한 사회적 실험, 분석을 통해 설파하고 있다. 미국의 육군사관학교, 평범한 학교, 대학교의 미식축구팀 등 재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되는 분야(미식축구)와 일반적인 분야(학교)의 분석을 통해 그릿의 효과를 강조한다. 아이큐와 같은 재능을 재는 도구와 실제 끝까지 살아남는 자들의 관계는 오히려 반비례에 가깝다는 말은 흥미롭다. 조금의 안심을 준다. 나는 왜 이렇게 돌머리인가, 왜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에 있어 반짝반짝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나 싶은데 세상은 우직한 돌머리들이 조금 더 성공할 수 있다고 하니 괜히 유리한 것 같다. 천재나 성공한 자들의 신화에 눈이 멀지 말고, 과정의 고통을 감내하며 쓰러져도 맷집 있게 버티라는 것이 데이터의 결과값이다. 




뭔가 한국 사회에 어울리는 말이다. 우리 사회는 단거리 스퍼트 경기처럼 사는 것 같다.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내야 하고 20대 안에 자리를 잡아야 하고, 어느 순간까지 집을 사고 등등 누구도 경주하라고 하지 않는데 모두가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달리고 있다. 성공하고 화려한 사람들에 대한 동경은 가히 폭발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연예인으로 어린이들이 가장 되고 싶은 것이 연예인이라는 것은 재능에 대한 열망이 아닐까. 누구나 쥐드래곤의 성공을 갈망하지만 쥐드래곤이 연습생으로만 6-7년? 정도 지내면서 ‘너 6년 연습하고 집에 갈래?’라는 사장의 일침까지 들었던 것은 잘 기억하지 않는다. 단번에 훅 떠버리는, 천재와 같은 등장에 사람들이 취해버렸다. 일이 잘 안풀리면 나는 재능이 없어라고 말하고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린다. 나조차도 그러하다. 사업이 잘 안풀리니 내가 이 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것인가, 재능이 아예 없나 라고 자책하곤 한다. 그러니 다들 이 책을 읽고 행복한 돌머리가 되자. 우직하게 하다보면 어느샌가 화려하게 비상할 수 있을 것이다. 


6분짜리 테드(TED)강연을 보면 책의 핵심이 드러나 있다. 

https://www.ted.com/talks/angela_lee_duckworth_grit_the_power_of_passion_and_perseverance#t-72786




<인상깊은 구절>

p.99 – 워런 버핏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3단계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첫째, 직업상 목표 25개를 쓴다. 둘째, 자신을 성찰해가면서 그중에 가장 중요한 목표 5개에 동그라미를 친다. 반드시 5개만 골라야 한다. 셋째, 동그라미를 치지 않은 20개의 목표를 천천히 살핀다. 그 20개는 당신이 무슨 수를 서서라도 피해야 할 일이다. 당신의 신경을 분산시키고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고 더 중요한 목표에서 시선을 앗아갈 일이기 때문이다. 


p.147 – 처음에 관심사를 발견했을 때는 종종 본인도 모르고 넘어간다. 즉 이제 막 무언가에 관심이 생길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지루한 감정은 느끼는 즉시 알지만 새로운 활동과 경험을 대할 때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성찰하거나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러므로 새로운 일을 시작한 뒤 이제 열정의 대상을 찾았는지 며칠에 한 번씩 초조하게 자문하는 것은 너무 조급한 행동이다. 

p.171 – 벤저민 프랭클린은 의식적인 연습을 통해 글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그의 자서전에 의하면 그는 제일 좋아했던 잡지인 스펙테이터에서 최고로 잘 쓴 글들을 모아 두었다고 한다. 그는 그 글들을 메모해가며 읽고 또 읽은 다음에 원문을 서랍에 넣고는 다시 써보았다. ‘그리고 내가 쓴 글과 원문을 비교해서 잘못 쓴 부분을 찾아내고 정정했다.’



출처

1.그릿 강연자 사진

http://wearetherealdeal.com/2017/03/01/true-grit-and-normal-ea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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