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네게 준 조용한 시간을 기회로 삼아야지. 너한테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생각해. - P353

강박적으로 상처를 핥고 보듬기. 이 표현의 역설적 쓰임이 참 이상하다고 세이디는 생각했다. 상처를 핥으면 덧나기만 할 뿐이다. 안 그런가? 입은 박테리아의 온상지다. 하지만 인간은 제 참상과 주검의 맛에 쉽게 중독되기 마련이다.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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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플 때 세상은 늘 시리도록 아름답게 보였다. 일상에 참여하지 못하고 혼자 외로울 때에만 살아 있다는 것이얼마나 사랑스러운 것인지 알아차리기 일쑤였다. - P298

아픈 게 사람 됨됨이의 실패라도 되나, 싸우라니. 아무리 열심히 싸운들 질병은 이길 수 있는 놈이 아니었고, 고통이란 놈은 일단 먹이를 손아귀에 넣고 나면 무한 변신이 가능했다. - P299

"마구 파먹고, 또 파먹히고 있지." 마크스가 말했다.
"도브 이후로 난 그쪽으론 완전히 손뗐어." 세이디가 말했다.
"네가 왜 그렇게 얘기하는지 이해는 하는데, 그래도 아직 파고들기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 마크스가 으르렁거리며 앙무는 시늉을 하더니 세이디의 볼에 가볍게 키스했다. - P309

실패를 온몸에 뒤집어쓴 느낌이었고, 그게 딴사람들 눈에 보이고 냄새가 날 거라고 확신했다. 실패는 재를 뒤집어쓴 것과 같았다. 다만 실패는 피부만 덮지 않는다. 그것은 콧속에 입안에, 폐 속에, 세포 속에 들어가 세이디의 일부가 되었다. 앞으로 영원히 제거할 수 없을 것이다. - 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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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둘의 사이는 사랑이야, 간호사는 생각했다. 그러다 끝내 다소 실망하긴 했지만, 저들 중 아무도 로맨틱하게 얽힌 사람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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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풋내기 예술가들에겐 취향이 제 능력치를 앞서는 시점이 있다. 이 시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것저것 만들어보는 것이다. - P116

이치고치럼 백만 번 죽고, 낮 동안 육체가 어떤 손상을 입더라도 다음날 일어나면 말짱해지고 싶었다. 생채기 하나 없는 내일이 끝없이 이어지는 생애, 각종 실수와 살아온 날의 흉터로부터 자유로운 이치고의 삶을 원했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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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알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적절한 질문을 충분히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P62

세이디는 도브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도브를 만나기 전 MIT에서 보낸 1년 반은 미치도록 외로웠다. 진정한 친구를 하나도 사귀지 못했다. 친구가 하나도 없다가 도브라는 친구를 갖게 된 건 강렬한 경험이었다. 도브는 세이디의 삶 구석구석을 비추는 찬란하고 따사로운 빛 같았다. 스위치가 켜지고 불이 들어온 느낌이었다. 같이 게임 이야기를 하기에 그보다 더 나은 사람은 없었다. 머릿속 아이디어를 보여주기에 그보다 더 나은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 세이디는 도브를 사랑했다. 하지만 좋아하기도 했다. 도브 곁에 있을 때의 자기자신이 좋았다. - P65

"항상 명심하렴, 우리 세이다. 인생은 아주 길어, 짧지만 않으면." 세이디는 그 말이 동어반복이라는 걸 알았지만, 어떻게 보면 그 말은 진실이었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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