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던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혼자 살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기자기한 그림체로 풀린 건 둘째치고,

혼자 살고 있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은 그런 책.

또 만화여서 그런지 읽는다는 느낌보다 본다는 느낌이 들어서,

MBC 나 혼자 산다의 무지개 라이브 코너에서

5,9년차 일본 여자의 자취생활을 보는 기분도 들고.

​그러나 무엇보다 내 마음에 든 건 이 구절이다.

처음 혼자 살기 시작했을 때는 '귀여운 방으로 꾸밀래~',

'멋진 생활을 하겠어~', '매일 즐겁게 보내야징~'등등

여러 가지 꿈과 소망이 있었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역시 생활이 최우선이더라구요.

결국에는 '쓸데없는 데 돈 쓰면 못써!'라는 것이 원칙이 되어버렸어요. (혼자살기 5년차 p.4)

혼자 사는 것에 대한 내 로망을 충분히 채워주면서도 현실이란 이런 거다, 보여주는 책.

 돈과 나의 미묘한 관계라던가 감기 걸린 겨울날 밤, 어설픈 방범에 관한 그런 이야기들.

혼자 사는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생활이 최우선이라는 건

  혼자살기 5년차나 9년차나 다르지 않아서

2권을 읽는 동안 혼자 사는 것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된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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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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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블로그를 운영 해오면서 파워 블로거에 욕심을 내보지 않았다면 분명 거짓말이다. 내가 부러워했던 파워 블로그들은 크게 두 블로그였는데, 책 블로그와 드라마 블로그였다. 파워 블로거의 내공도 부러웠지만, 내가 부러워했던 또 다른 것은 한 우물이었다. 어떻게 책 이야기만 할 수 있고, 드라마 이야기만 할 수 있지? 하루는 책 이야기를 하고 며칠은 드라마 이야기를 했다가 또 어느 날은 야구 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부족하지만 직접 쓴 캘리그라피까지 포스팅 하는 나로서는 부러워는 해도 도무지 실천할 수 없는 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찌감치 파워 블로거의 꿈을 접었다. 나는 딴짓을 좋아해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나의 딴짓에 비하면 넘사벽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꾸만 딴짓하는 사람이 있다. 그가 말하길, 하나만 하고 살기엔 인생은 너무나 짧고 하나만 하다 죽기엔 인생은 너무나 길단다. 들어가는 말을 끝내고, 그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자주 오해를 받는 자신에 대한 진실을 고백하는 일이다.

 

직업이 물리학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철저하게 과학적 사고로 무장된 사람일 거라고 나는 자주 오해를 받곤 한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내 일상은 오히려 지극히 게으르고 비과학적이다. 실험실 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p.7)

 

그리고 이어지는 차례를 살피는데, 설탕 펜치와 연필깎이와 야채수프용 국자가 그의 고백이 진실이었음을 말해준다. 25년 전, 아르메니아에서 가져온 설탕 펜치, ‘에릭이라는 이름의 핑크빛 로봇, 범상치 않은 포르투갈 사나이설탕그릇, 세상을 여행하는 녹색 에마야주, 날렵한 야채수프용 국자 등 그의 연구실 혹은 집에 있을 소장품들은 모두 그가 한 딴짓의 결과물이다. 그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의 딴짓은 깊이도, 범위도 남다르다 싶어서 절로 대단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딴짓의 고수를 만난 기분도 들고. 그래서인지 데뷔도 하기 전에 이미 만화가가 되었다는 이야기나 물리학자가 동화를 쓰게 된 사연은 놀랍지도 않았다.

 

한번 이런 열정에 사로잡히면 나는 앞뒤를 못 가리는 상태가 된다. 일종의 몰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남들이 보기에 이런 상태의 나는 뭔가에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다. (p.41)

 

위 구절은, 처음엔 금속으로 만들었다가 경기도 이천에서 우리 장인이 만든 도자기를 유럽에 진출시키고 싶어서 소재를 도자기로 바꾸었다던 이야기를 할 때 그가 한 이야기인데 굳이 이렇다 말하지 않아도, 그의 이야기를 하나 하나 읽고 있으면 충분히 느껴진다. 맞다. ‘딴짓거리라는 건 남들이 봤을 때 그렇다는 것일뿐, 나는 진지한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한다는 그의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가 풀어낸 이야기 끝에, 궁금했던 그의 연구실 사진이 펼쳐진다. 사진을 위해 따로 손댄 흔적 없이 자연스러운 연구실을 보고 있으면, 연구실도 이런데 집은 오죽할까 싶어진다. 책의 앞날개에 담긴 말마따나 몇 평 안 되는 교수실에 가득한 온갖 보물. 그의 보물들이 더 빛나보이는 건, 연구실에 앉아서 찍은 그의 모습이 담긴 사진 아래에 덧붙은 그의 말 덕분이다. “무모하게 살아도, 어떠한 삶도, 삶이 된다.”는 말. 그의 딴짓이 삶이 되었듯, 나의 여전한 딴짓도 삶이 될 것이라 나는 자꾸만 믿어 보련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취미 생활은 연애와 같다. 애정과 관심에 따라 취미의 깊이가 달라진다. 조금 눈길을 멀리하면 토라져 버리고, 만남이 뜸해지면 헤어짐의 아픔을 당하기도 한다. 물질적으로 투자를 하면 둘 사이는 럭셔리해지고 급격하게 친밀해지기도 한다. 가끔 삼각관계에 휘말리기도 한다. 둘 중 한 사람을 버려야 하는 불편한 상황처럼, 애지중지하던 취미를 멀리하고 새로운 관심사로 갈아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헤어진 애인의 편지와 선물을 처리하듯, 취미 생활에서 구입한 물건들이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폐기물처럼 방치되기도 한다.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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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여행 - 헤세와 함께 하는 스위스.남독일.이탈리아.아시아 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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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 되어야 하니까.

- 헤세의 여행p.7 머리말 중(번역 홍성광)

 

이 구절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던 건 챙겨봤던 tvN 예능 <꽃보다 청춘> 덕분이었다. 유희열, 이적, 윤상 이 세 사람이 모여 함께 떠난 페루 여행. 세 사람 중 가장 새로운 눈을 갖게 된 사람은 윤상이었다. 27년 동안이나 술에 의지해왔다고 고백하면서 이번 여행을 통해 술을 끊고, 우울증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는 윤상. 그런 윤상에게 이번 여행은 단지 좋아하는 뮤지션들과의 동행이 아닌 장기간 의지했던 술을 벗어나 온전히 자기 힘으로 견뎌내는 시작점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윤상은 새로운 풍경들 앞에서 자주 망설였고, 여행을 함께한 동생들 덕분에 새로운 것을 경험해보면서 새로운 눈을 갖게 된 그는 여행을 갈무리하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행을 통해 용기를 얻었다며, “청춘이란 용기라고 말한다.

 

24세부터 50세까지 헤세가 쓴, 여행과 소풍에 대한 에세이와 여러 여행 기록을 엮었다는 이 책 헤세의 여행에서 헤세가 말하는 여행 역시 이런 여행이다. 그 중 내가 인상 깊어했던 구절은 이 구절이다.

 

여행의 시학은 일상적인 단조로움, 일과 분노로부터 휴식을 취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우연히 함께 하고, 다른 광경을 관찰하는 데에 있다. (p.36)

 

나 역시 일상을 도피하고, 바닥나버린 감성을 채우기 위해 여행을 떠났지만 헤세의 말처럼 다른 사람들과 우연히 함께 하고, 다른 광경을 관찰하면서 여행의 맛을 알게 되었다. 그 날, 그 시각에 그 곳에 모인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공연을 보고, 한 방을 쓰는 '다른 일상'을 보내면서 비로소 여행을 하고 있구나 실감했던 것이다.

 

낯선 풍경과 도시에서 단지 유명한 것이나 가장 눈에 띄는 것만 추구하지 않고, 본래적이고 더 심오한 것을 이해하고 사랑의 마음으로 파악하려고 갈망하는 자의 기억 속에는 대체로 우연적이고 사소한 것이 특별한 광채를 지닐 것이다. (p.38)

 

이 구절도 지난 남원 여행에서 경험한 바 있다. 전 날에는 전주에서 경기전이니 향교니 오목대니, 전주에 가면 꼭 보아야 할 것을 보았다면 다음 날 남원으로 넘어와서는 전혀 새로운 여행을 하기로 감행한 것이다. 친구와 나의 여행에 빠지지 않았던 코드 뚜벅이를 버리고, 우리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를 타고 종일 여행했다. 물론 자전거를 타고 남원의 랜드마크라 할 만한 곳을 돌아다니긴 했지만, 자전거 덕분에 위 구절에서 헤세가 말한 우연적이고 사소한 것이 특별한 광채를 지닌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서울에 롯데월드가 있다면, 남원에는 남원랜드가 있다며 경험해보라던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의 말을 믿고 자전거를 끌고 올라간 우리는 남원랜드를 멀리서 바라만 보고 되돌아와야 했다. 주말이라 일찍이 영업을 종료했던 것이다. 산을 깎아 만들었다는 남원랜드는 자전거를 타고 오르기 힘들 정도의 경사지에 있어서 자전거에서 내려 직접 끌고 올라야 했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내려올 때는 남원랜드에서 타지 못한 놀이기구를 타는 것 마냥 신나게 내리막을 달렸는데, 넓게 펼쳐진 남원의 풍경 위로 저물어가는 노을이 내 눈에 가득 들어찼다. 지난 여행의 전부라 해도 좋을 정도로 소중했다. 그날 진 노을은 여느 날의 노을처럼 사소했고, 내가 그 노을을 그렇게 느낄 수 있었던 건 우연이었지만 그 어떤 것보다 특별했다. 헤세가 단언한 것처럼.

 

부끄럽지만 나는 해외여행은커녕 여권도 없는, 국내여행이 전부인 여행 초보다. 헤세의 여행처럼 낯선 것을 체험하면서 무엇보다 그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고 시험을 견뎌내보는 여행을 당연히 해보지 못했지만, 이것 하나는 자신있다.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꾸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꾸어주는 것이라는 아나톨 프랑스의 말에 몇 번이고 공감하며 헤세의 여행과 같은 여행을 하고 싶다고 얼마든지 꿈꾸는 것을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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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마지막 신간페이퍼라니T_T 9월은 좋지만, 마지막은 늘 아쉽다.

그래서 9월에도 5권 꽉꽉 채워서 신간페이퍼를 쓴다.

 

 

1. 김서령 <참외는 참 외롭다>

 

 

신문과 잡지에서 인터뷰 전문기자로 오래 일한 칼럼니스트 김서령의 산문집. 발랄한 제목만큼이나 경쾌한 그의 산문들을 한데 모았다. '오래된 이야기 연구소'의 대표를 맡고 있는 만큼 그의 시선은 언제나 오래된 것, 사소한 것,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을 향해 있다.

이제는 모두 없어지고 마지막 남은 성냥공장에 작지만 굳센 믿음을 보내는 것, 동네 길가에 누가 내다버린 낡은 대바구니를 냉큼 집어들고 돌아와 마당 한켠을 내어주고는 그 안에 손님처럼 찾아든 여린 야생화의 생명력에 경의를 표하는 것, 어릴 적 유난히 약한 손녀를 대추나무에게 딸로 주며 대추나무 같은 억셈과 장수를 두손 모아 빌던 할머니의 간절함을 잊지 않는 것, 이런 것들이 저자 김서령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

 

 

 

2. 오카자케 다케시 <장서의 괴로움>

 

 

대략 장서 3만 권을 가진 오카자키 다케시가 장서의 괴로움에 지친 나머지 헌책방을 부르거나, 책을 위한 집을 다시 짓거나, 1인 헌책시장을 열어 책을 처분하는 등 '건전한 서재(책장)'를 위해 벌인 처절한 고군분투기. 또 자신처럼 '책과의 싸움'을 치른 일본 유명 작가들의 일화를 소개한다.

책에는 저자처럼 "그래, 이제 마음을 바꿔보자"고 생각하는 장서가를 위한 열 네 개의 교훈이 차근차근 단계별로 펼쳐진다. 천천히 책더미와 이별을 고하는 방법이라고나 할까. 그 순간 자신에게 신선도가 떨어지는 책부터 손을 놓기 시작하면서 헌책방에 보내는 방법을 제시하고, 과연 나는 올바른 독서가인지 반성하면서 장서의 괴로움을 낳는 원천을 찾아내며, 도서관에서 위로를 받으며 결국 나의 책을 처분하기까지. 장서가라면 맞아, 맞아, 동의할 수밖에 없는 눈물겨운 이별과정이 그대로 펼쳐진다.

 

*

 

내게 '장서'라는 단어는 굉장히 두근두근한 단어인데,

그 뒤에 붙인 '괴로움'이라니. 공감 백배다ㅋㅋㅋㅋㅋ

책장은 이미 책으로 꽉찬지 오래고, 여기저기 책탑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책이 쌓이는 즐거움을 떠나 괴로움이 되었다.

이런 걸 두고 행복한 비명이라고 하려나.ㅎㅎ

 

이 책이 내 품에 들어오면 장서의 괴로움에 한 몫하는 책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싶다.

장서가라는 건 곧, 애서가이기도 하니까.

 

 

 

3. 정철 <한 글자>

 

 

언제나 '사람'을 먼저 이야기해 온 카피라이터 정철의 에세이. 오로지 1음절로 이루어진 글자들만으로 책 한 권을 꾸렸다. 한 글자로 시작해 한 글자로 놀다가 한 글자로 끝난다. 사람 사는 세상, 우리네 인생을 오로지 1음절 글자들에 비추어 읽고 또 썼다. '똥', '헉', '꽝' 같은 예상외의 글자도 있고, 'A', 'B', 'C' 등 알파벳부터 '1', '2', '3'과 같은 숫자들도 포함한다.

꿈, 별, 꽃, 밥, 물, 봄, 집, 나, 힘…. 저자는 한 글자 말을 추렸다. 그리고 하나하나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들여다봤다. 글자 하나에서 생각 하나를 끄집어냈다. 마음 하나를 끄집어냈다. 그것을 이렇게 책으로 엮었다.

 

*

 

지난 책 <인생의 목적어>를 재밌게 읽었다.

저번엔 단어, 이번엔 1음절이다.

한 글자로 시작해서 한 글자로 놀다가 한 글자로 끝난다는 말이 참 재밌다.

이번 책에선 어떤 글들이 담겨있을지 궁금하다.

 

 

 

4. 이노세 아츠코 <오늘도 집에서 즐거운 하루>

 

 

'라이프스타일 아이콘' 3권. 집에서 보내는 평범한 날들 속에서 찾는 행복 아이디어 64가지. 저자 이노세 아츠코는 라이프스타일 전문가이자 요리연구가다. 하지만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직업은 주부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누구보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집은 모든 시간의 중심이다. 가족과 밥을 먹고, 일을 하고, 휴식을 하고, 친구와 수다를 떨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소중한 공간이다.

하지만 매일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그저 그렇게 흘러가기 마련이다. 이 책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더 행복해질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고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조금만 생각을 바꾸고 약간의 노력을 더한다면 지극히 평범한 매일을 보다 풍성하게 즐겁게 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추억이 담긴 물건은 집의 중심에 두기, 집안일을 주로 하는 곳에 꽃을 두고 보기, 초대한 손님들과 함께 음식 만들어 나눠 먹기,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을 때는 글 쓰는 시간 가지기 등 일상에서 찾아낸 그 즐거움들을 위한 64가지 지혜와 노력을 사진과 글로 풀어냈다.

*

 

집에서 일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학교 아니면 집이었고 직장 아니면 집인 나로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집순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집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남들은 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꾸미고 사는지, 집에서 어떤 일들을 하는지 등등.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꾸고

약간의 노력을 더한다면 지극히 평범한 매일을 보다 풍성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건 '집' 역시 그러하다.

 

 

 

 

5. 파비안 직스투스 쾨르너 <저니맨>

 

 

변화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수련 여행기. 파비안 직스투스 쾨르너는 실내건축학을 전공한 독일의 평범한 청년이었다. 졸업논문을 마치고 모두들 구직활동에 여념이 없을 때, 파비안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지만, 스펙과 커리어를 생각한다면 1~2년 세계를 여행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시기를 탕진하는 멍청한 짓이었다.

그는 우연히 중세의 장인들이 떠났던 수련여행에 대해 알게 되었다. 수련여행이란 중세시대 기술교육을 마친 수련공들이 자신의 기술을 단련하기 위해 반드시 떠나야 하는 세계 여행이었다. 아무리 부유한 집안의 자제들도 의무적인 여행 그랜드 투어를 통해 문화적 식견과 폭넓은 지적 체험을 하고 돌아와야 자신이 속한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괴테, 헤르만 헤세, 비틀즈, 스티브 잡스 등 근현대의 걸출한 인물들 또한 여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고 이를 통해 자신의 인생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이 책은 스물여덟의 청년 파비안이 단돈 30만 원을 들고 떠난 수련여행의 기록이다. 그는 2년 2개월 동안 10개국을 여행했으며, 먹을 것과 잠자리만 제공받는 조건으로 현지에서 일을 구해 비용을 충당했다.

이 기간 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끼니를 거른 적도 있으나 세계적인 유명인과 얼굴을 맞대고 일을 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무엇 하나 계획한 것 없이 떠났지만, 수련여행이 끝났을 때 그는 자기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

 

그간 읽어온 여행에세이와는 조금 다른 여행에세이라는 느낌이 단번에 들었다.

감성적인 여행이 아니라, 도전적이고 정열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그 이름도 강렬한 '수련여행'이다.

무엇 하나 계획한 것 없이 2년 2개월 동안 10개국을 여행한 그는

수련여행이 끝났을 때, 자기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는

말이 당연하면서도 존경스러웠다.

정말이지 본인의 '의지'가 없으면 안되는 여행이니까.

 

얼마 전에 본 예능 <꽃보다 청춘>에서 윤상이 청춘은 '용기'라고 말하던데,

이 책의 저자가 행한 수련여행을 두고 나는 청춘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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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윤대녕 지음 / 현대문학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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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들과 정말 취향이 다르구나, 하고 새삼 느낄 때가 있다. 바로, 내가 자주 찾던 공간이 사라졌을 때다. 자주 찾던 밥집이 없어졌을 때 특히 그렇다. 내 딴에는 오랜만에 가는 구나생각하면서 밥집을 다시 찾으면, 폐업을 한 적이 많았다. 한 번, 두 번 그럴 땐 그러려니 했다. ‘, 가게 목이 안 좋았나? 손님이 없긴 없었지.’ 그러던 게, 대여섯 번이 되고 열 손가락을 손에 꼽을 정도로 문을 닫자 점점 두려워졌다. 오늘 가는 밥집도 문을 닫았으면 어쩌지, 하면서 말이다. 신기한 건, 그렇게 문을 닫은 가게들 앞에서 내가 찾던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 보다는 다른 생각이 먼저 든다는 거였다. ‘이 가게, 분위기 참 좋았는데.’라던가 누구랑 온 게 마지막이었더라?’라던가 하는 생각. 공간은 사라졌지만, 그 공간에서의 기억은 이렇게 남는 구나 싶었다.

 

이 책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을 읽으며 나 역시 이런 저런 공간들을 여럿 떠올렸다. 생애 첫 방문이었으나 내가 좋아라하는 구단의 경기가 아니었던지라 낯설었던 목동 야구장, 멋있는 풍경 덕분에 먹고 있던 비빔밥이 더 맛있었던 고속도로의 한 휴게소, 과학 수업보다는 도서 바자회가 열려서 더 좋아했던 초등학교 과학실, 처음으로 해 본 즉흥 여행이었고 그래서 더 인상 깊었던 강원도 묵호, 인연이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동네 투어로 기억되는 동인천, 한 여름 친구와 머리를 맞대고 시나리오를 구상하던, 지금은 없어진 삼청동의 카페 등등. 내게는 어떤 공간이 있나 떠올리기 시작한 글에 점점 살을 붙여서 이 책만큼은 못하더라도 좀 더 글다운 글로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세이를 본격적으로 찾아 읽기 시작하면서 특정 장소와 그 장소에 대한 기억에 관한 책이 참 많구나 싶었는데, 막상 내가 글을 써보니 왜 많은지 알 것 같다. 작가가 씨실과 날실처럼 엮인 공간과 시간을 통해 지나온 생을 되돌아 보았듯 나 역시 잠깐이지만 내 생을 되돌아본 기분이었다. 작가가 작가만의 공간이 있듯, 나는 나만의 공간을 손에 꼽아 가면서.

 

이 책에 수록된 에세이들은 월간 현대문학2년 동안 연재했던 글을 모은 것이라고 하는데, 한 공간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는 이 글의 성격이 연재라는 기획과 잘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몰아서 읽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커피포트에 물을 올려놓고 끓기를 기다리면서 작가가 영원의 순간과 마주하던 바다를 읽고, 외출 길에 버스를 기다리면서 유령들이 득실거리는 납골당 같다는 작가의 도서관을 읽는 것이다. 나만의 각기 다른 공간에서, 작가만의 각기 다른 공간을 읽는 것. 그래서인지 나는, 부엌이었으나 바다에 있는 것 같았고 버스 정류장이었으나 도서관에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에 나오는 여러 공간들 그리고 기억 속에서 나는 작가가 밀라노 중앙역에서 만난 한 사람의 지나가는 독자와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 그럼 이제 가봐야겠어요. 곧 기차가 출발할 시간이거든요. 헤어지기 전에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만난 기념으로다가 악수 한 번 하면 안 될까요?”

안 될 게 뭐 있습니까?”

근데, 1분만 손을 잡고 있고 싶은데, 너무 긴가요?”……그럼, 59초로 하죠.”

그건 왜죠?”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소설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그것은 1분이 되기 전의 영원한 59.’”

 

한 사람의 소설가와 한 사람의 독자가 밀라노 중앙역에서 만난 인연도 소설 같았지만, 대화는 짧았으나 강렬했던 둘의 작별이 너무도 소설 같아서 책을 읽는 내가 다 설렜다. 누군가의 공간과 그 기억이 내게도 이렇게 인상 깊을 수 있다는 것에 설레며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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