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후기는 경어가 아닌 독백체로 작성되었습니다.

 


지난 9일, 홍대 벨로주에서 열린 북콘서트에 다녀왔다.

<야만적인 앨리스씨>로 6월에 함께 황정은 작가님을 만나고 온 친구와 함께 가고 싶다고 신청했었는데, 정말 그렇게 되었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벨로주를 찾았는데

홍대에 벨로주가 두 곳이며 구 벨로주와 신 벨로주가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던 나는

친구를 구 벨로주로 데려갔고, 굳게 문이 닫혀 있는 구 벨로주를 맴돌다가 부랴부랴 신 벨로주로 달려갔다.

헤맸음에도 불구하고 행사 시작 전에 도착할 수 있었던 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황정은 작가님이 등장하시기 전에


 


게스트 뮤지션 지산이 등장해서 '숨, 쉼, 섬'과 'Without You I'm Nothing'라는 두 곡을 선사해주고 물러났다.


 


그리고 이날의 사회자는 시인 박준님.

본래 진행자로 예정되었던 김두식 교수님은 웬만해서는 약속을 빼먹지 않는 분인데,

행사 며칠 전부터 아프셨고, 당일날까지 쾌차하지 못하셔서 본의 아니게 불참하셨다고 했다.


 

 

박준님의 이런 저런 질문들이 이어졌고,


 


정은님이 질문에 답을 하고,


 


중간 중간, 『계속해보겠습니다』 속 구절을 읽어주시기도 하고

(이렇게 낭독해주신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수다 아닌 수다처럼 떠들기도 하고.ㅎㅎ


 


 

요 사진이랑



요 사진이 내가 찍은 사진 중에 제일 잘 나온 사진 두 장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인회.



바로 앞에서 찍어 놓고 제대로 흔들림ㅠ_ㅠ



북콘서트는 내내 객석의 조명이 꺼진채로 진행됐으므로, 메모하기가 어려웠던 탓에

객석에 불이 켜지고서야 했던 단편적인 메모들을 덧붙여본다.


*


귀가 안 들리는 마루와, 야뽕이라 부르면 알아듣고 돌아본다던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신다는 작가님.


Q. 자신의 가장 연한 부분.

소라에게는 애자와 나나, 그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었다면-

저는 제 자신이지 않을까.


Q. 단편, 장편을 쓸 때 작법에 맞추어 쓴다거나 그런 게 있는가?

소설 쓰는 모습이 오실리스코프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작법에 맞추어 쓰진 않는다.

파형에 실리는, 말로 할 수 없는 부분.

장편은 원고지 분량이 있어서 규칙적으로 생활하려고 노력한다.


Q. 나나-모세씨. 모세씨를 잘라야겠다.

원제는 <소라, 나나, 나기>였다.

모세씨. 자기만 알고 있는 세계.

많은 경우에 친절해지려고 하고 있구나.

그래서 이야기가 달라지게 되었다.


만나면 안 되는데... 잘 안 만났습니다. (박준님)


Q. 수업 시간마다 작가님의 작품을 추천해주시고 다뤄진다. 알고 계셨는지?

그래서 지겹다는? (소리인가? 장난투로 언급)

수업을 2번, 합평도 했었던지라 수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구나, 했다.


나기라는 세 번째 화자.


초고를 읽은 친구는 나기가 너무 신경 쓰인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사랑 이야기.

사랑, 이라고 새삼 발음하기 진부한 상태가 되어버렸지만...


각 캐릭터의 시점 분량은

나기>나나>소라 였으나

퇴고 후 나기<나나<소라 가 되었다.


 


초판본에 남겨진 싸인 위에 이름과 함께 다시 남겨진 새로운 싸인.


*

 

 

 

 


 

사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운 일이므로 고통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특별히 더 고통스럽게 여길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특별히 더 달콤하다. (p.13)



인간이란 덧없고 하찮습니다.하지만 그 때문에 사랑스럽다고 나나는 생각합니다.

​그 하찮음으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으니까.즐거워하거나 슬퍼하거나 하며,버텨가고 있으니까.


한편 생각합니다. 무의미하다는 것은 나쁜 걸까.

소라와 나나와 나기 오라버니와 순자 아주머니와 아기와 애자까지 모두,

세계의 입장에서는 무의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의미에 가까울 정도로 덧없는 존재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소중하지 않은 걸까, 생각해보면 도무지 그렇지는 않은 것입니다.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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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해밀 > 정끝별, 문태준 작가님과 함께한 시 읽는 겨울 밤 :)

 

지난 목요일, 출판사 마음의 숲과 함께하는 '시 읽는 겨울밤' 행사에 다녀왔다.

정끝별, 문태준 두 시인의 시 낭독과 싱어송라이터인 인디뮤지션 기면승의 작은 공연이 펼쳐졌던 대학로의 책방 이음.

 

'냄새', '24살', 앵콜곡 '아이스크림' 총 3곡의 자작곡을 들려주었고

한강의 <어느 늦은 저녁 나는>을 낭독하고 물러난 기면승에 이어

 문태준 작가님은 시집 《가만히 사랑을 바라보다》에서

이문재의 <오래된 기도>와 김종삼의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를 낭독해주셨고,

정끝별 작가님은 시집 《돈시》에서 권대웅의 <쓰봉 속 십만원>과 박후기의 <아르바이트 소녀>를 낭독해주셨다. 


또, 정끝별 작가님은 '자가발전'이라며 마침 내가 좋아라했던 돈시의 서문을 읽어주셨고,

문태준 작가님은 찬 바람 부는 겨울밤 이 자리에 오신 분들께

뭔가를 주고 싶다며 미공개 시 <외길>과 <풍향계>를 읽어주셨다. 


두 작가님과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를 듣는 그 찰나가 내내 행복했던 시 읽는 겨울밤.

나는 올해가 가기 전에 읽을 시를 추천해달라고 질문했는데 김종삼, 진은영, 심보선 시인의 시를 읽으라 추천받았다. 


청춘의 특권은 낭비해도 된다. 에둘러가도 된다. 나이들면 해야만 하는 일들이 더 많으니

지금은 하고 싶은 것을 먼저 하라고, 없다면 그것을 찾는 게 중요하다던 정끝별 작가님.

이렇게 작가님들을 만나는 일이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임을 알고 있기에 나는 한편으로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했다. 

2014.12.04 해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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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다, 당신을 만나다
임정일 지음 / 책나무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1학년 때,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오는 바람에 나는 집 앞 고등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서 우리 학교로 가는 버스를 타고 다녔다. 날씨에 따른 교통상황과 들쭉날쭉한 버스 배차시간을 고려해서 많게는 몇 십분 더 서두르다보니 절로 부지런해졌다. 지각에 대한 두려움 내지 강박이 있어서 내 뜻과 무관하게 지각할 때를 제외하고는 여유있게 다녀서 그런지 등굣길에 대한 좋은 기억이 많다. 버스로는 짧은 거리지만 책을 읽던 기억, 학교에 도착해서는 제일 먼저 자리를 잡고 교실을 둘러보던 기억, 학년부장 선생님보다 먼저 도착한 경우도 더러 있어서 교실 앞에서 각 교실마다 문을 열어주셨던 학년부장 선생님을 기다리던 기억, 창문을 열어놓고 교실을 환기시키면서 등교하는 아이들을 구경하던 기억 등 부지런함이 내게 가져다 준 추억들이다.

 

이 책 느리게 걷다, 당신을 만나다가 말하는 느리게 걷는다는 것도 그런 거다.

 

그 차이는 10분이다. 10분이란 시간은 내가 마주치는 대상과 대상 사이에 쉼표를 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새파란 가을 하늘을 올려다 보았고, 낙엽을 밟았고, 아이들을 태우고 가는 노란 버스에 손을 흔들어 주었고, 담쟁이넝쿨을 보며 도종환의 시를 떠올렸고, 우체통 앞에서 손 편지를 써 본 지 참 오래되었다는 반성을 했으며 먹이를 찾아 기웃거리는 길고양이에게 말을 걸었고, 닭둘기가 되어 버린 비둘기의 진화에 대해 생각했다. 느리게 걷는다는 것은 그런 거다. 느리게 산다는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일상에 쉼표와 여백을 얻기 위해 10분 일찍 움직이는 것이다. (p.49)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느림의 미학을 안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시간이 나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시간을 내서라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지않나. 10분이면 우리는 포털사이트의 연예란 속 기사들을 전부 확인할 수 있고, SNS에 접속해서 재밌는 컨텐츠를 즐기거나 지인의 근황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처럼 느리게 걷고, 당신을 만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전과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는 좀처럼 아무나가 되려하지 않는다. 어쩌면 방법이 달라졌다고 할 수도 있겠다. SNS를 통해 새파란 가을 하늘이나 낙엽을 찍은 사진을 감상하고 담쟁이넝쿨 사진을 배경으로 쓰인 도종환의 시를 읽으며 비둘기가 닭둘기로 진화하기까지의 과정들을 코믹하게 풀어낸 만화를 읽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건 엄연히 다른 일이다. 스마트한 기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내 눈으로 새파란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고, 낙엽을 밟으며 낙엽 냄새와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듣고, 사람들의 발걸음에도 꿈쩍하지 않는 비둘기의 느릿한 움직임을 보며 어쩌다 닭둘기가 되었을까 상상하는 건 온전히 내 몫인 것이다.

 

이전에 읽었던 글과 크게 다른 글은 아니었지만 한 장 한 장 읽고, 실린 사진들에 시선을 둔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임은 분명하다. 바쁜 연말이지만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거침없이 흘러가는 일상에 쉼표를 찍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이 책의 뒷표지 구절처럼 정말이지 느리게 걷다 보면 분명 당신이 잃고 있던, 그 무엇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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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소설을 쓰는 것은 어렵지만 소설을 쓰는 것이 어렵다고 말하기는 쉬웠다던 김연수 작가님. 작가님의 소설만큼이나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세이도 정말 매력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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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스가 최고의 와인 중 하나인

61년산 슈발블랑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처럼 말하자 마야는 물었어요.
"왜 그 와인을 따지 않나요?"
마일스는 '특별한 날 따려고 아끼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때 마야가 아주 멋진 말을 해요.
"반대일 수도 있죠. 특별한 날 그 와인을 따는 게 아니라,

그 와인을 따는 날이 당신에겐 특별한 날이 되는 거예요."

 

 
- 정현주 『다시, 사랑』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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