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박열을 다시 보았다. 웹툰 '고래별'을 정주행할 때 '불령선인'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박열의 불령사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영화관에서 처음 보고 어제 블루레이로 다시 보기까지 몇 번 다시 봤음에도 새로운 게 보였다. 박열을 보면서 떠오른 작품들도 많았고. 다음엔 김별아 작가님의 소설 『열애』를 읽고 싶다고 생각했다.

2. 영화관에서 볼 때도 좋아했던 대사인데, 다시 봐도 정말 마음에 들어서 이 글에 기록해둔다.

다테마스 : 박열이 황태자에게 폭탄을 투척하려는 걸 알고 있었나?

후미코 : 그가 뭐라고 했나?

다테마스 : 질문에 대답하라.

후미코 : 뭐라 했냐고 물었다.

다테마스 : 다른 불령사는 모르는 일이라 했다.

후미코 : 나에 대해서는?

다테마스 : (기록을 보며) 후미코에 관한 이야기를 내가 진술하면 그녀의 감정이 상할 수도 있으니 그녀의 주체적인 판단에 맡긴다고 했다.

다테마스가 박열의 말을 들려줄 때 카메라는 후미코의 뒷편에 서서 함께 듣는데, 이 연출도 참 좋았다. 후미코는 박열과 떨어져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든든해보였다. 존중받는 사람의 모습이 이런 느낌이구나 싶어서 내 마음도 든든했던 장면.

3. 자 이제 뮤지컬 '박열'을 보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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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읽고 싶어서 상호대차 신청한 선천적 얼간이들 1-3권.

4권까지 있는데 4권은 대출중이라 쿨하게 3권까지 읽고 반납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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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대출한 책 목록은 다음과 같다.

윤이나/ 라면 :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

이수은/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윤혜은/ 일기 쓰고 앉아 있네, 혜은

호메로스 저, 임명현 편역/ 일리아스

일리아스는 왜 큰글자책으로 대출했냐면 그냥 신착 도서 코너에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어쩐지 이 책이 아니면 연극 일리아드 보기 전에 예습이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이 두 가지 이유였다. 글씨 정말 크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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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8-17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샌 정책적으로 지원이.큰지.도서관마다 큰글자책 서가가 따로 구비되어 있네요. 책읽는 분들의.다양성을 배려한 정책 넘 좋습니다

해밀 2021-08-17 16:55   좋아요 0 | URL
맞아요. 큰글자책 정말 많이 보이더라고요. 저도 일리아스를 기존 작은 책으로 접했으면 읽어볼 생각을 못했을텐데 때마침 큰글자책이었고, 큰글자책을 읽어볼 겸 해서 대출해왔어요.

얄라얄라북사랑님 말씀대로 다양성을 배려한 정책 정말 마음에 들고,
앞으로도 응원합니다!^^
 


1. 옥타비아 버틀러의 『와일드 시드』를 구매했다. 판매량 순으로는 킨 > 블러드차일드 > 쇼리 > 와일드 시드 순이었는데 영업당한 걸로 입문해보자 싶었기도 하고 책 소개에서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가 떠올라 이거다! 했다. 잠깐 책 소개를 하자면

1690년 나이지리아의 어느 마을. 변신과 치유 능력으로 300년을 살아오며 마을 사람들에게 경이의 대상이 된 여사제 ‘아냥우’에게 한 남자가 찾아와 기이한 제안을 한다. “네 손으로 묻지 않아도 될, 죽지 않는 아이를 갖게 해주지.” 타인의 육체를 옮겨 다니며 4000년을 살아온 남자 ‘도로’의 목적은 단순했다. 초능력자끼리 아이를 갖게 함으로써 자신과 같은 불사의 존재를 만들겠다는 것. 하지만 도로의 제안을 받아들인 아냥우가 마주한 현실은 참혹하기만 했는데…….

차별의 역사를 전복하는 파격과 저항의 SF. 저항하니까 핸드메이즈 테일 생각도 나고. 어떤 책일지 기대된다 :)

2. 요츠바랑! 15권 책날개 뒤에 이런 글이 실려있다.

변하는 시대, 변하지 않는 매일.

깊고 조용히, 그리고 널리 사랑받아온 17년이라는 시간――.

여름에 시작된 요츠바의 세계에도 어느새 겨울이 찾아온다.

그리고 어떤 일을 계기로 코이와이가의 일상이 따스하게 번진다.

14권에 걸친 부드러운 파도가 반짝이며 부딪치는 15권!

17년이라니... 세월... 내가 갖고 있는 요츠바랑! 1권은 2004년 11월 9일에 발행된 3쇄인데 내가 산 날짜는 2005년 3월 13일. (교보문고 매장에서 구매한 덕분에 날짜가 찍혀있다) 16년에 걸쳐 모으고 있는 만화라니. 이쯤되면 인생 만화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인생을 함께하는 만화.

3. 이번주는 이렇게 두 권! 다음달엔 굿즈 나오는 거 봐서 고래별 전 권 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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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복숭아 - 꺼내놓는 비밀들
김신회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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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클럽문학동네 멤버십 대상으로 소량 제작된 가제본 도서 『나의 복숭아』를 완독했다.

김신회, 남궁인, 임진아, 이두루, 최지은, 서한나, 이소영, 김사월, 금정연. 9인의 나의 부족한 면, 나의 단점, 나의 비밀을 담아낸 에세이다. 왜 ‘복숭아’인가 하면, 알맞은 빛깔을 내며 여름을 상징하는 탐스러운 과일인 복숭아지만 한편으로 쉽게 무르는 성질이 있다는 점에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고.


책 뒤표지에 실린 짤막한 소개 글을 읽으며 나는 이 중 어떤 비밀에 가장 공감하게 될까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나는 이 복숭아, 저 복숭아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곤 했다.

‘영해영역 7등급’이라며 제목부터 자신의 영해력에 대해 고백한 이두루의 산문에서는 쉽지 않은 글을 읽는 것을 재밌어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또, 움직이는 것에 집착하는 이유를 단순하게 밝히자면 살기 위해서라는 김사월의 산문에서는 운동에 앞서 장비를 갖춘 뒤 유능한 모습으로 러닝에 집중하는 나에 취해서 운동을 한 번이라도 더 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그들의 복숭아에 공감했다고 생각했는데, 글을 쓰고 보니 나는 복숭아를 고백한 이들의 모습 일부를 닮은 것이었다. 누군가의 진솔한 이야기 앞에서의 공감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2. 책을 읽는데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의 준영이가 자주 떠올랐다. 왜 어떤 관계의 한계를 넘어야 할 땐 반드시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고 아픔을 공유해야만 하는 걸까? 하고 궁금해 하던 준영. 이 책을 읽고 나니 준영의 물음에 미미하지만 답을 건네 줄 용기가 생겼다.

비밀은 복숭아와 같다. 오늘의 내가 알맞은 빛깔을 내며 탐스러워 보일 수 있게 된 데에는, 쉽게 무르는 부족한 면과 단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모르지만 조금씩 알아가 볼 것이고(김신회, 사랑을 모르는 사람) 노래 실력은 조금 아쉽지만 관대하고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았고(남궁인, 도-레-미-미-미) 긴장의 땀을 흘리던 자신에게 아주 좋은 것들을 더 분명하게 보여주기로 했으며(임진아, 좋지만 싫다) 영상이 편치 않지만 우선은 낙관적으로 생존해보기로 하고(이두루, 영해영역 7등급) 언제든 먹을 수 있지만 지금 먹지 않아도 아무 일 없다는 걸 알기에 가장 좋은 때를 기다리며(최지은, 과자 이야기) 두려움과 술기운 말고도 내가 느낄 수 있는 기운이 최대한 여러 가지이기를 희망하고(서한나, 나는 잠시 사랑하기로 한다) 식물세밀화가의 이미지 같은 건 없다고 외치고 싶지만 사람들이 상상하는 식물세밀화가로 변모해가며(이소영, 식물을 닮아가는 중) 대쪽 같은 믿음이 있어서 버티는 게 아니고 어쩔 줄 몰라서 이리저리 번민하다가 살아남고 강해지고(김사월, 창백한 푸른 점) 어떻게든 글을 쓰는 것도 결국엔 기억 때문이니 글을 끝낼 수 있다(금정연, 기억에 눈이 부셔서).

관계의 한계를 넘기 위해 공유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자리에서건 나의 복숭아를 꺼내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우린 서로의 복숭아를 손에 들고 친밀해질 수 있는 게 아닐까.

*밑줄 친 구절들


말이라는 추상은 기술과 자본 없이도 무한하기 짝이 없다. 무형의 무한을 존재 가능하도록 만드는 언어라는 도구는 단말기도 충전기도 필요 없는 필승의 오락이다. 이러한 심취가 가장 깊어진 이십대 초중반에는 신학과, 철학과, 사학과 강의를 들으며 사상사와 각종 경전을 팠다. 소위 '돈이 되지 않는' 탐구에 돈과 시간을 쏟아붓는 것이야말로 취미의 정의일 테고 나는 그걸 대학에서 한 셈이다. 계시를 대하는 종교학자들의 관점을 찾아 읽거나 신정론 같은 주제로 갑론을박하는 것만큼 유용하지 못한 짓도 없을 것이다. 필생의 지식으로 극단의 추상을 논증하는 연구는 학자들에게는 생업이지만 그걸 읽는 내게는 완전히 유흥이다. 그런 책은 얼마를 읽어도 친구와 노는 자리에서 화제 삼을 일도 없고 그 지식으로 벌어먹고 살 것도 아니다. 그 감각이 좋았다. 그냥 혼자 머리를 쥐어뜯어가며 『정신현상학』 따위를 읽고 이해한 대로 정리해보고 까닭 없이 끌리는 부분을 베껴 쓰면서 놀았다. 30분 동안 겨우 두세 페이지를 읽는 그런 독서가 재밌었던 것은 터무니없이 형이상학적인 내용이 문자와 문장이라는 형태를 얻어 책이라는 물건에 쓰이고, 그것이 읽혀 내 머릿속에서 다시 이런저런 추상이 되는 것이 경이로웠기 때문이다. 다른 게 마술이겠는가?


(p.86-88)

요즘 또 즐겨 하는 운동은 러닝이다. 목표 시간과 장소 이외에는 정해둔 것 없이 집 주변 공원을 자유롭게 달린다. 모자를 눌러쓰고 바른 자세로 헉헉 달리다 보면 몸과 마음이 청소되는 느낌이 든다. 러닝이야말로 돈이 들지 않는 운동이지만 그럴수록 장비를 갖추는 재미가 있다. 예쁘고 편한 스포츠 브라, 마음에 드는 레깅스를 입고 애플 워치와 블루투스 이어폰을 챙긴다. 이렇게 운동하면 꼭 전문적이고 중요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유능한 모습으로 러닝에 집중하는 나'에 취해서 운동을 한 번이라도 더 한다면 그게 낫다. 어쩌면 좋은 기분이 드는 것 이상으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별로 없는지도 모른다.

(p.160-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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