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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방
김미월 지음 / 민음사 / 2010년 4월
구판절판


사실 1분 후라고 해서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 59분과 00분의 세상이 어떻게 다르겠는가. 전이나 후나 그는 변함없이 월 10만 원 골방에 세든 할 일 없는 예비역 휴학생일 뿐이었다. 시간은 하나로 이어져 흐르는데 언어는 그것을 연월일로 나누고 자르고 구획한다. 하지만 그뿐. 언어가 세상을 규정해도 세상은 언어에 얽매이지 않는다. 묵은해가 새해로 바뀌는 이 순간에도 세상 도처에서는 쉼 없이 잭팟이 터지고 소년의 키가 자라고 여고생들이 굴러가는 낙엽을 보며 웃고 군인들이 휴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영대가 지금 이곳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듯 곳곳에서 저마다의 귀한 일상이 흘러가고 있을 것이다. 물론 어디에선가는 전쟁이 발발하고 임부가 유산을 하고 연인들이 헤어지고 수험생이 답안지를 밀려 쓰고 있겠지. 여기서 누군가 웃고 있으면 저기서 울고 있는 게 세상사니까.

그렇다면 나는 지금 웃고 있는 것일까, 울고 있는 것일까.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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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 제1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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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 다리 긴 것 좀 봐, 근사하게 컸네……."

아버지가 내 허벅지를 툭툭 쳤다. 근사하게 컸다는데 왜 가슴이 울렁거리는 거야. 아버지 눈이 빨갛게 되는 바람에 괜히 나까지 눈이 아팠다.
-202쪽

아버지와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 이 열등감이 아버지를 키웠을 테고 이제 나도 키울 것이다. 열등감 이 녀석, 은근히 사람 노력하게 만든다.-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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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라는 여행 - 우리 젊은 날에 관한 120% 청춘사전
김현지 지음 / 달 / 2011년 7월
절판


벚꽃이 1년 내내 핀다면 우리가 벚꽃 때문에 설레는 일은 없겠지. 지지 않는 벚꽃은 호흡하는 공기, 딛고 서 있는 땅과 같이 자연스러울 거다. 그렇다면 우리는 벚꽃이 피는 거리로 찾아가 목이 꺾어지도록 벚꽃을 올려다보는 일은 하지 않겠지. 변하기 때문에 변하지 않는다. 아름답다 사랑한다 설렌다 혹은 봄. 쉽게 변하기 때문에 영원할 말들.-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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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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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현미경으로 찍은 눈 결정 모양도 봤어요?"
"그럼."
"나는 그게 참 이상했는데."
"뭐가?"
"뭐하러 그렇게 아름답나."
"……"-2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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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책이다 - 시간과 연민, 사랑에 대하여 이동진과 함께 읽는 책들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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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가장 진부하고 가장 상투적인 표현도 그것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가장 신선하고 가장 효과적인 표현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이제는 넌더리가 나도록 지겨워진 일도, 닳고 닳은 행동과 뻔한 습관으로만 간신히 이어지고 있는 사랑도, 그 시작은 두근거림이었겠지요.-53쪽

상기하는 것이 아니라 상기되기 마련인 기억의 존재 형식은 능동태가 아니라 수동태일 겁니다. 그렇게 기억은 무시로 우리를 급습하고, 일상의 사소한 접점에서 예기치 않게 격발당한 우리는 추억 속으로 침잠됩니다. 그렇기에 추억은 두렵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하죠. 당신은 오늘 어떤 기억의 문고리를 잡아당기셨습니까. -120쪽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에 실린 유하 시인의 또다른 시 <그리움을 견디는 힘으로>의 마지막 부분은 이렇습니다.

그리움을 견디는 힘으로
먼 곳의 새가 나를 통과한다
바람이 내 운명의 전부를 통과해낸다

그러니까, 그리움이라는 명사에 가장 잘 맞는 동사는 '견디다'입니다. 그리고 이문세씨의 노래 <옛사랑>의 한 구절처럼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대로 내버려두면서 견뎌야 하는 것이지요.-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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