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박람강기 프로젝트 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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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어떤 추리소설가도 자신이 하는 일이 가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좀 더 잘 쓸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죠.
나는 어쩌다 운이 좋은 사람들 쪽에 서게 되었는데, 정말이라니까요, 이 일에는 운이 필요하답니다.-76쪽

좋은 영화 대본의 빌어먹을 점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 삭제되어 버린다는 거죠. 왜냐, 카메라와 배우가 더 잘, 더 빨리 표현할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속도가 빨라지지요. 하지만 어쨌든 처음에는 대본에 있어야만 하는 겁니다.-162쪽

나는 돈이나 어떤 특권 때문에 글을 쓰는 게 아닙니다. 다만 사랑 때문에, 어떤 서계에 대한 이상한 미련 때문에 글을 쓰는 거죠. 사람들이 치밀하게 생각하고 거의 사라진 문화의 언어로 말을 하는 그런 세계 말입니다. 나는 그런 세계가 좋습니다. -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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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높은 곳에서부터 낮은 곳까지 유영하며 공인회계사로 일해온 저자가 직장인의 월급에 맞물려 돌아가는 정부와 금융회사, 직장의 은밀한 이야기와 돈이 움직이는 실체를 밝힌 책이다. 국가경제 발전의 주역이면서 동시에 착취의 대상인 직장인을 보며 “월급쟁이들이 너무 불쌍하다.”고 느껴온 저자는 복잡한 기업 재무제표와 따분한 정부 데이터 속 살아 있는 정보를 추출, 직장인들이 꼭 알아야 하는 경제 지식을 낱낱이 파헤친다. 이 책에서 왜 월급쟁이들이 부자가 될 수 없는지 그 구조적 실체를 보여주고 월급쟁이 주머니를 탈탈 터는 세금의 진실을 흥미롭게 전한다. 또 비열한 금융회사, 대기업을 편드는 정부, 순진한 직장인 당신의 월급을 지키기 위한 흥미진진한 머니게임의 룰을 까발린다.

이 책은 비단 월급을 받는 직장인뿐 아니라 거대한 경제구조 틀 속에서 당하고만 사는 대부분의 시민들의 현실을 보여주고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왜 많은 회사가 인센티브제도를 선호하는지, 우리의 퇴직금에 관한 여러 가지 셈법, 한국 대기업만의 봉건적 특징, 한국 대학들의 캠퍼스 장사 등 직장인의 삶에 밀착해 여러 경제현상의 숨은 속셈과 원리를 재미있게 설명한다. 또 직장인들이라면 알아야 할 4대보험의 속성과 퇴직금, 은퇴 후 많은 사람들이 실패하는 프랜차이즈에 관한 허상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 각 장의 끝에는 직장인들이 생활에서 작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팁도 함께 제공한다. 직장인들이 더 이상 눈뜨고 당하지 않도록 구조와 개념을 쉽게 설명한 이 책은 사회와 경제를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

 

'월급이 왜 통장을 스쳐가는지 모르는 사람은 월급쟁이뿐이다'라는 프롤로그를 비롯해,

 

1. 월급이 입금됐습니다, 털릴 준비 되셨나요?
이번 달도 월급이 통장에 스치운다
직장인의 월급날, 25일에 담긴 의미
월급생활자는 매력덩어리
4월에 문득, 건강보험료가 오른다
내가 늙으면 받을 수 있을까, 국민연금
왜 국민연금은 주가를 방어하는 도시락폭탄이 되나
대기업을 키워주는 국민연금

2. 직장인의 주머니를 갉아먹는 조용한 세금
내가 돈을 너무 많이 쓰는 걸까?
월급생활자의 주머니를 갉아먹는 간접세
간접세, 대기업 회장님과 월급쟁이는 평등하다
연말정산, 13번째 월급이라는 착각
왜 종부세는 사라졌나?

3. 8,000원으로 오른 점심 백반, 4,000원의 행방은?
월급 빼고 다 오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정부는 왜 물가상승을 방관할까?
우리나라의 물가는 적당할까?
물가는 그대로라는데 가벼워지는 장바구니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타격은 월급쟁이가 떠안는다

4. 한국의 대기업 보고서
‘대기업으로 이직하고 싶다’
직장인은 시스템을 위해 봉사한다
부유한 집 부모님들만 안다는 ‘동기부여’의 힘
직장인들에겐 임원이라는 희망이 있지 않은가?
왜 대기업은 인센티브 제도를 선호하는가?
우리사주 덕에 부자가 됐어요
월급쟁이는 왜 부자가 될 수 없는가
한국의 기업가정신, 돈 놓고 돈 먹기
기업이 잘 돼야 국민도 좋다고요?
한국 대기업의 고용률은 어떨까?
회장님들의 최저임금 사수하기
대주주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회장님들의 초현실적인 재테크
회사를 위해 오늘도 난 달린다

5. 당신이 비행기를 탈 때 벌어지는 일들
“인천공항에서 환전해야겠다”
인천공항 환전소에서 일하는 은행 직원은 월급이 두 배?
넉넉한 면세점 쿠폰 인심의 비밀
화장품 가격이 다 달러로 써 있네?
99만 원에 해결된다는 홈쇼핑 저가여행의 착각
왜 가이드는 스킨스쿠버를 권할까?
유학생의 환율 스트레스
환율방어는 월급쟁이가 떠안는다
대기업의 수출 진작을 위해 월급쟁이들은 참고 견디세요
물가가 치솟아도 조금만 더 견디세요
수출이 잘 되면 우리 삶이 나아질 테니 조금만 더 참으세요
기업이 잘 되잖아요, 조금만 더 참으세요

6. 고객님 덕분이죠, 한국의 은행들
구조조정을 당한 한 직장인의 삶
직장인들에게 단골은행이란?
은행이 안 되면 저축은행으로, 캐피탈로
직장인들에게 너무 새침한 은행
잘 사는 사람에게 더 따뜻한 동행
왜 은행은 기업에 목을 매는가
월급통장은 은행의 화수분
월급통장에 4퍼센트 이자를 준다?
은행들의 땅 짚고 헤엄치기, 예대마진
서민을 등치는 CD금리 조작 의혹
VIP 서비스를 늘리는 은행의 속사정
사채를 양성화하라, 저축은행의 탄생
왜 자동차 회사는 캐피탈사가 있을까?
대부업체에서 1,000만 원을 빌리면 이자가 최대 660만 원
모태 관치금융, 우리나라 은행의 역사
은행이 부실해지면 공적자금 받으면 되고

7. 익숙한 외상, 신용카드가 주는 달콤한 혜택
돈 없을 때 힘이 되는 좋은 친구, 신용카드
왜 카드회사를 고리대금업이라고 할까?
카드사의 선포인트결제, 새로운 노예계약
국세청은 왜 신용카드 사용에 혜택을 부여할까?
왜 대기업 계열사에 카드회사가 많을까?

8. 담배끊기보다 어렵다, 마이너스통장 0원 만들기
어느 날 3,000만 원이 생기다
마이너스통장으로 은행이 얻는 기쁨
이자는 복리가 되어 찾아온다
실직한다면 마이너스통장은 폭탄이 된다

9. 장기투자는 없다, 펀드
IMF 그리고 바이코리아의 광풍
펀드 장기투자, 애초부터 월급쟁이에게는 불가능한 일
“장기로 묻어두면 언젠가는 오릅니다”
펀드가 당신에게 꽂는 빨대
전망 좋은 펀드회사 빌딩
주식형펀드의 또다른 리스크
복리투자의 마법? 장기투자는 없다
환매수수료
여직원 옵션 대박 기사에 직장인들이 설레던 날
그럼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
문어에게 물어봐도 좋겠습니다

10. 보험, 어려울 때 든든한 힘이 되어줄까
보험의 탄생
계주는 왜 부자가 될까?
설계사를 통한 친인척 저인망영업
사업비의 기적
해약하면 손해 본다는 보험, 과연 정당한 걸까?
그렇다면 어떤 보험에 가입하란 말인가?
돈이 없어 초상 못 치르는 집이 있었나?
보험은 많이 가입했지만 과연 보장받을 수 있을까?

11. 그 아파트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부동산학개론
내집마련, 은행과 공동구매하면 돼요
은행,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다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는 부동산시장
다주택자의 함정
정부의 몸 사리기, 저금리정책
부동산을 바라보는 달라진 가치관
곧 빈집이 넘쳐날 세상

12. 졸업과 동시에 빚이 3,000만 원, 학자금대출
모두가 대학을 나오는 세상
캠퍼스 장사를 하는 대학
학생을 유인할 최고의 마케팅전략, 스펙장사
청년실업을 양산하는 대학
대학 나오면 나에게 이득이 있을까?
한국의 기형적인 학자금 대출 시장
대학은 얼마나 벌까?
대학에 대한 고정관념도 바뀌어야 한다

13. 퇴직하면 프랜차이즈?
월급보다 많이 버는 프랜차이즈라고요?
계약은 갑인데…
사장님은 손해봐도 회사는 손해보지 않는다
또다시 월급쟁이가 되는 프랜차이즈 사장님
왜 그 빵집은 자꾸 로고를 바꾸지?
프랜차이즈 회사의 실질 수익은?
매장이 많을수록 회사는 더 좋아

14. 나이 들면 어떻게 살지? 퇴직금과 연금
연금복권 열풍
연금을 기다리며
대출도 갚고 변액연금도 내는 월급쟁이의 아이러니
비과세, 월금생활자에게 어울리는 혜택은 아니다
우리의 퇴직금은 또 주식시장을 부양하네
자기 사업도 방법이다
절약하는 것에서 발생하는 이익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남들과 경쟁하기 위한 소비는 줄여라

15. 월급생활자에게 재테크란 애초에 어울리지 않는 말
남들처럼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왜 월급쟁이는 항상 상투만 잡는가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라는 불가능한 이야기
재테크는 부자에게 어울리는 것
내가 생각하는 재테크
나를 위한 투자자금을 만들어라
저축, 구관이 명관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목차 :)

 

 

이 책을 읽고 나면, 월급이 왜 통장을 스쳐가는지 정도는 알 수 있으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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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표지만으로 읽고 싶은 책들이 있다.

그래서 모아 본 8권의 책들.

 

 

 

바티스트 보리유 장편소설. <천일야화>의 공주 세헤라제데는 죽음을 면하기 위해 1,001일에 걸쳐 온갖 이야기를 술탄에게 들려주어야만 했다. 인턴인 '나'는 죽음을 앞둔 말기암 환자 '불새 여인'의 고통을 덜어주고, 그녀에게 생명의 희망을 심어주고자 응급실의 온갖 일화를 들려주고자 결심한다.

이 책은 한 종합병원의 실재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응급실판 천일야화라고 할 수 있다. 원제인 '자, 보세요. 응급실의 1001가지 삶'은 환자와 의료진이라는 서로에게 무지한 두 세계를 이해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작가가 2012년에 개설한 블로그에 올린 의료 현장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실화소설이다.

주인공 '나'는 프랑스 남부 오슈(Auch)의 한 종합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27세 청년이다. 내가 맡고 있는 환자 '불새 여인'은 말기암 환자로, 암치료 이전 자신의 머리색이 붉은색이었다는 말을 듣고 내가 붙인 별명이다. 그녀의 아들은 현재 아이슬란드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이며, 화산 폭발로 인해 어머니를 찾아오는 길이 막혀 있다.

나는 불새 여인이 아들을 만나게 될 때까지 전력을 다해 그녀가 삶의 희망의 끈을 붙잡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는 의사로서의 지고한 사명이다. 슬프지만 희망을 담은 이야기, 환자와 의료진들의 고된 일상과 애환, 그들 사이의 소통과 간극 등을 끊임없이 들려주면서 어느새 불새 여인과 나의 대화는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넘어서는 삶의 이야기이자 희망으로 승화한다.

    

*

 

제목도 제목이었지만, '응급실판 천일야화'라는 한 줄 소개도 소개였지만

무엇보다 이 책에 눈이 간 건 표지 때문이었다.

까운을 입은 사자라니. 눈이 안 갈래야 안 갈 수 없는 표지였다.

 

 

 

본격 미스터리에 코지, 유머, 반전, 그리고 마지막 한 마디, "범인은 바로 당신입니다"의 열린 결말까지 갖출 것 다 갖춘 추리작가 손선영의 종합추리선물세트. 본격 미스터리에 일상 미스터리를 얹었다. 거기에 유머 코드도 빼놓고 있지 않지만 사건의 줄기는 우리 시대 첨단 범죄에 닿아 있다. 형식에서는 미스터리의 전통인 리들 스토리, 즉 열린 결말을 차용하여 독자와의 추리 대결을 유도한다.

이웃집에서 은행털이를 모의한다. 벽을 타고 들려온 그 소리에 일단 지르고 보는 일러스트레이터 장수정이 반응한다. 재빨리 112를 눌러 악을 처단해야 하지 않으리오. 그러나 사건은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급기야 장수정은 이웃집 두 남자 오현리, 손선영과 죽고(죽이지 못해), 못 사는(도저히 살기 힘든) 이웃이 된다.

그런 가운데 동네에서는 고양이들이 죽어나가고 급기야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만다. 이제 사건은 어떻게 될까? 형사 백용준이 추리소설가 나부랭이라고 압박하며 손선영을 폄훼하지만, 결국 백용준도 이웃한 두 남자의 마수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

 

*

 

천명관 <고령화 가족>이 문득 떠올랐던 표지.

개인적으로 이런 일러스트의 표지, 너무 좋다 :)

 

 

 

이해인 수녀 추천도서. 소중한 이를 잃은 슬픔에 관한 애도심리 에세이다.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상실로 인해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많이 만나왔는데, 이들 중에는 상실 후 상처가 깊어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마음이 더 단단해진 사람도 있다고 한다. 즉 상실의 슬픔을 잘 다스리지 못하면 마음의 병이 되고, 반대로 잘 극복하면 새로운 삶의 전환점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애도하는 사람이 몸도 마음도 건강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상실의 슬픔을 무작정 억누르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힘을 얻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갑자기 닥친 상실 앞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애도해야 하는지, 그리고 상실 이후에도 온전하게 자기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려주고 있다.

 

*

 

대상의 뒷모습만을 찍던 드라마 <보통의 연애>의 재광이의 마음을 알 것 같았던 표지.

사진 속 여자의 뒷모습과 '이별한다는 것에 대하여'라는 제목이 참 잘 어울린다.

 

 

 

<용의자 x의 헌신>, <방황하는 칼날>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집. 누구에게나 사연은 있다. 여기 담긴 여덟 편의 이야기도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에게는 각기 특별한 사연을 간직한 소중한 작품들이다.

장편소설 <비밀>의 원형인 '아빠, 안녕', <명탐정의 규칙>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명탐정의 퇴장', 출판사에 작품을 보내 놓고 마음에 들지 않아 마감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처음부터 새로 썼던 작품 '자고 싶어, 죽고 싶지 않아'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만큼 특별한 애정이 담긴 이 작품들을 작가는 수 년 동안 보듬고 다듬어 <그 무렵 누군가>라는 한 권의 소설집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그중 '레이코와 레이코', '수수께끼가 가득', '20년만에 지킨 약속', '재생 마술의 여인' 등 네 편은 일본의 유명 배우들이 총출동해 화제가 되었던 후지 TV 드라마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미스터리즈'의 원작이기도 하다.

 

*

 

생각해보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표지는 정말 제각각인 것 같다.

 

(출판사가 워낙 다양해서일까?)

여하튼, '당신이었을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이야기'라는 문구와

표지 속에 담긴 손이 잘 어울리는 표지였다.

 

 

 

 

건축가 김진애, 오영욱, 서울도서관장 이용훈, 라디오 피디 정혜윤, 경제학자 우석훈, 아나운서 고민정, 소설가 황경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탐서가들이 동화책을 한 권씩 손에 들고 한 자리에 모였다.

< 플랜더스의 개>, <비밀의 정원>, <어린 왕자>, <인어 공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서가 깊은 곳에서 '내 인생의 동화'라 할 작품들을 꺼내온 저자들은 오랜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그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화와 함께 성장했던 유년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고, 어렸던 나와 다시금 마주하면서, 그때는 미처 몰랐던 새로운 감동과 교훈을 발견하는 과정을 글에 담았다.

유년 시절에 읽었던 동화를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을 때, 우리는 무엇을 얻게 될까? 동화를 읽으며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로 '시간 여행'을 다녀온 저자들은, 결코 '추억의 복원'만이 두 번째 독서의 유일한 매력이 아니라고 말한다.

명작 동화들은 어른에게도,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고, 삶의 의미를 되새겨주며, 고단한 시간을 감내하는 용기를 북돋워준다. 특히 동화는 세상에서 가장 쉽고 아름다운 언어로 그런 가르침을 전해주어, 감동의 깊이를 더한다. 아련한 시간 여행 끝에 저자들이 발견한 것은 어른의 영혼도 또 한 번 성장시키는, 위대한 고전의 힘이다.

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때, 동화의 힘은 더욱 빛난다. 동화는 우리를 그때 그 시절로 다시 데려가, 사람이 지켜야 할 윤리와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와, 세상의 아름다움을 상기시키며, 근본적인 성찰로 우리를 이끈다.

 

*

 

동화, 노란색, 판화 속 책 읽는 소녀 3박자가 딱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에 눈이 간 표지였다.

 

 

 

냉철한 현실주의자이며 가슴 따뜻한 휴머니스트 후지와라 신야의 인생과 통찰을 「조선일보」 김윤덕 기자와의 인터뷰로 엮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는, 지켜야 할 삶이 있는 우리들이 어떻게 인생을 일구고 돌봐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책은 '여관집 도련님'에서 집안이 파산해 남의 집에 얹혀살아야 했던 성장기의 혼란, 구두닦이부터 세일즈맨까지 스무 가지 일을 전전하면서 돈을 벌었던 청년기의 절망, 대학을 그만두고 세계를 여행할 수밖에 없었던 운명적 순간과의 조우 등 일흔의 '사부' 신야가 살아온 굴곡진 인생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의 인생이 특별한 이유는, 책상머리가 아닌 '거리'에서 그 모든 이야기가 시작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사랑, 이별, 행복, 종교, 나이 듦을 이야기하지만, 그의 사상에는 '날것'의 생생함이 펄떡인다. '행동'과 '경험'을 통해 깨달은 그의 통찰은 그래서 강력하되 오리진하다. 그가 온몸으로 부딪쳐 체득한 삶의 이치는 세상의 수많은 물음표들 앞에서, 인생의 두려움이나 괴로움 앞에서 머뭇거리다가도 이내 온몸으로 직면할 수 있는 용기를 권한다.

 

*

 

부러진 연필 사이에 거친 손글씨. '겪어야 진짜'라는 제목을 와닿게 해준 표지.

 

 

 

 

책에 대한 사랑으로 중증 투렛 증후군을 극복해나가는 한 행복한 사서의 감동 스토리. 웃음과 낙천적인 목소리 속에서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한 행복한 사내가 그려진다. 사서라는 그의 직업답게 최초의 도서 분류법인 듀이십진분류법을 목차에 적용한 것에서부터 책을 전반적으로 이끌어가는 소소한 재미의 맛을 엿볼 수 있다.

2미터에 가까운 키에 말 그대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는 저자 조쉬는 분명 많은 이가 생각하는 평균적인 사서의 모습은 아니다. 그는 대망을 품은 장사(壯士)고 책을 좋아하는 괴짜이며 투렛 증후군으로 씰룩거리는 친구이자 가정에 헌신적인 남자요, 전화번호부를 찢어버린 사람이다.

두툼한 안경에 어울리지 않게 삐쩍 마른 꺽다리. 재미있고 엉뚱하고 유별난 <세계 최강 사서>는 이 희한하고 요상한 영웅의 삶을 따라가면서 그가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려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흔들리는 믿음 가운데에서 방향을 찾아 헤매고 사랑하는 사람을 얻으면서 마침내 가치 있는 삶을 이룩해내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

 

제목의 폰트에 눈이 갔는데,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으로만 채워진 글에서 통일감이 느껴졌다.

가지고 다니면서 읽고 싶은 책.

 

 

 

 

이창래가 1999년에 발표한 두 번째 장편소설로, 아니스필드-볼프 도서상을 비롯한 미 문단의 4개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한국계 일본인이었으나 세계 2차 대전에 일본군 군의관으로 참전하여 한국인 위안부를 관리하는 임무를 맡았었던 구로하타 지로는 전쟁이 끝난 뒤, 미국 뉴욕 근처의 베들리런으로 이민해 프랭클린 하타라는 이름으로 반평생을 살았다.

이제 70대 노인이 된 그가 들려주는 지나온 삶의 이야기들, 전쟁, 사랑, 이민, 그리고 현재 그가 가장 사랑하는 (미국 이민 후 입양했던) 한국계 딸 서니와의 이야기가 슬프고도 아름답게 그려진다. 2000년에 출간되었던 <제스처 라이프>의 개정판이다.

 

 *

 

표지에 눈이 가서, 제목을 보게 된 책이다.

제목보다 표지에 담긴 사진이 부각되어 인상 깊은 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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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산문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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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를 처음 만난 건, 2013년 6월. 서울국제도서전 문학동네 출판사 부스에서였다. 웅현님의 <책은 도끼다>를 구입하기 위해 부스에 방문했던 나는 책을 구매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놀랐다. 줄이 길기도 길었지만, 줄지어 서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여성이었고, 하나같이 만화책으로 보이는 책을 들고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저 책이 무슨 책인가 하고 살펴봤는데, 바로 마스다 마리의 책이었다. 대체 어떤 매력을 갖고 있는 책이기에, 저리도 사람들을 매료시켰을까 궁금하게 만든 책이었다.

그 후, 한 번 읽어봐야지 하고서는 잊고 살다가 1년이 지난 이제야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나 역시 내가 봤던 그 구매 행렬을 이루는 한 사람이었을 거라 확신한다. 담백한 그림체에 소소한 일상 이야기인데, 이렇게도 공감이 가는 만화라니. 그렇게 만화를 읽고 나니, 이런 만화를 그리는 사람의 글이라면 어떨까 궁금해졌다.

   

‘여자 산문집’이라는 책의 수식어답게, 이 책은 마스다 미리가 ‘여자공감만화가’에서 나아가 ‘여자공감에세이스트’로 확장되는 첫 책임이 분명하다. 나 역시 만화책을 먼저 보고 산문집을 읽은 탓에, ‘수짱 시리즈’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하긴 했지만, 책을 읽다보면 언제 수짱이 생각났냐는 듯 온전히 마스다 미리로 읽힌다.

   

만화와 나는 일심동체가 아니다. 애초에 등장인물과 일심동체라면 만화는 그릴 수 없다. 같은 기분을 공유하는 순간은 많이 있지만, 그리는 사람은 만화의 전부를 훨씬 더 먼 곳에서 보고 있다. (p.214)

   

그리는 사람은 만화의 전부를 훨씬 더 먼 곳에서 보고 있다는 마스다 미리의 말처럼, 그녀의 모든 만화 속 캐릭터는 누가 뭐래도, 마스다 미리의 일상에서 나온 캐릭터들이니까.

   

일단 적어두면 의외로 어떻게든 되는 법이라 생각(p.24)하는 마스다 미리에게서 ‘일기쓰는 수짱’이, 언제나 자연스러운 사람이 부럽다 생각(p.109)하는 마스다 미리에게서 ‘사람은 변하는 것이 가능할까? 라고 생각하는 수짱’이, 같은 일이어도 저마다 일을 하는 방식이 있고 일 하는 법은 살아가는 법이라 생각(p.194)하는 마스다 미리에게서 ‘직장에서 동료의 일 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는 수짱’이 묻어나는 것이다.

   

외출할 때 챙겨나가는 바람에 하루 만에 다 읽어버리고 말았지만, 어디선가 한 편 한 편 연재 된 글을 모아서 만든 산문집인지, 짧지만 여운 있는 글이 여러 편 실려 있어서 주기를 두고 한 편씩 읽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일드라마를 기다리는, 그 설렘 가득한 마음처럼 매주 무슨 요일이면 어김없이 마스다 미리의 글을 찾아 읽고, 공감하고, 그 마음으로 또 일상을 살아가고 싶은 그런 생각 말이다. 곁에 두고 언제든 다시 펼쳐 보고 싶은 그녀의 만화처럼, 고민이 많은 날에, 공감이 필요한 날에 언제든 다시 읽고 싶은 마스다 미리의 산문이 기대 된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시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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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아이고;ㅅ; 요즘 이런 저런 페이퍼를 많이 올리다보니,

주목 신간 페이퍼도 작성한 줄... 완전 착각하고 있었다ㅠㅠ

많이 늦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려보는...

5월에 읽고 싶은 에세이 3권.

 

 

1. 정유정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

 

 

좋아라하는 유정님의 첫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

『28』로 이동진의 빨간책방 팟캐스트에 출연하셨을 때, 히말라야에 관한 언급을 하셨던 기억이 나는데 (다녀오셨다고 했나 가신다고 했었나는 가물가물하지만) 여행에세이로 나올 줄이야.

소설에서 느껴지는 유정님의 포스답게(?) 생애 처음 떠나기로 한 여행지는

<내 심장을 쏴라>의 주인공 승민이 마지막 순간까지 그리워하던 신들의 땅,

그 히말라야다.

 

자신 안의 에너지가 모조리 바닥났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날 새벽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를 떠나기로 했다니.

그곳만이 자신을 일으켜 세워줄 수 있을 것 같았다는 유정님의

하루 빨리 읽고 싶은 히말라야다.

 

 

 

2. 이영란 (지은이) | 김장원 (그림) <엄마 파는 가게 있나요?>

 

 

잊고 살 때가 있다. 나는 얼마나 행운아인지.

 

이 책의 첫 장은 내가 잊고 살던 걸 다시 일깨워주는 인사말로 장식되어 있다.

"엄마가 있는 세상 모든 행운아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즐겨 보는 사람은,

막상 혼자 사는 사람보다는 혼자 살고 싶은 사람이 더 즐겨 챙겨본다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나도 이 책이 끌렸던 것 같다.

엄마가 있으니까. 엄마가 있다는 그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기 위해.

책을 읽지 않아도 늘 깨닫고 살면 좋으련만,

나는 늘 이렇게 엄마에 관한 책을 찾는다.

 

 

 

3. 한동원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

 

'수상하지만 솔깃한 어둠 속 인생 상담'이라는 부제가 재밌다.

맞다. 수상하지만, 솔깃하다.

 

나는 점을 믿진 않지만, 지인들이 하는 점 이야기에는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믿진 않더라도, 솔깃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

 

우리가 찾는 점집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에필로그의 제목과 같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작고 허술하고 유용한 어둠.

나는 믿지 않더라도, 작고 허술할지라도

누군가에게는 분명 유용한 어둠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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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3 21: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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