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표지만으로 읽고 싶은 책들이 있다.
그래서 모아 본 8권의 책들.
바티스트 보리유 장편소설. <천일야화>의 공주 세헤라제데는 죽음을 면하기 위해 1,001일에 걸쳐 온갖 이야기를 술탄에게 들려주어야만 했다. 인턴인 '나'는 죽음을 앞둔 말기암 환자 '불새 여인'의 고통을 덜어주고, 그녀에게 생명의 희망을 심어주고자 응급실의 온갖 일화를 들려주고자 결심한다.
이 책은 한 종합병원의 실재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응급실판 천일야화라고 할 수 있다. 원제인 '자, 보세요. 응급실의 1001가지 삶'은 환자와 의료진이라는 서로에게 무지한 두 세계를 이해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작가가 2012년에 개설한 블로그에 올린 의료 현장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실화소설이다.
주인공 '나'는 프랑스 남부 오슈(Auch)의 한 종합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27세 청년이다. 내가 맡고 있는 환자 '불새 여인'은 말기암 환자로, 암치료 이전 자신의 머리색이 붉은색이었다는 말을 듣고 내가 붙인 별명이다. 그녀의 아들은 현재 아이슬란드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이며, 화산 폭발로 인해 어머니를 찾아오는 길이 막혀 있다.
나는 불새 여인이 아들을 만나게 될 때까지 전력을 다해 그녀가 삶의 희망의 끈을 붙잡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는 의사로서의 지고한 사명이다. 슬프지만 희망을 담은 이야기, 환자와 의료진들의 고된 일상과 애환, 그들 사이의 소통과 간극 등을 끊임없이 들려주면서 어느새 불새 여인과 나의 대화는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넘어서는 삶의 이야기이자 희망으로 승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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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제목이었지만, '응급실판 천일야화'라는 한 줄 소개도 소개였지만
무엇보다 이 책에 눈이 간 건 표지 때문이었다.
까운을 입은 사자라니. 눈이 안 갈래야 안 갈 수 없는 표지였다.
본격 미스터리에 코지, 유머, 반전, 그리고 마지막 한 마디, "범인은 바로 당신입니다"의 열린 결말까지 갖출 것 다 갖춘 추리작가 손선영의 종합추리선물세트. 본격 미스터리에 일상 미스터리를 얹었다. 거기에 유머 코드도 빼놓고 있지 않지만 사건의 줄기는 우리 시대 첨단 범죄에 닿아 있다. 형식에서는 미스터리의 전통인 리들 스토리, 즉 열린 결말을 차용하여 독자와의 추리 대결을 유도한다.
이웃집에서 은행털이를 모의한다. 벽을 타고 들려온 그 소리에 일단 지르고 보는 일러스트레이터 장수정이 반응한다. 재빨리 112를 눌러 악을 처단해야 하지 않으리오. 그러나 사건은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급기야 장수정은 이웃집 두 남자 오현리, 손선영과 죽고(죽이지 못해), 못 사는(도저히 살기 힘든) 이웃이 된다.
그런 가운데 동네에서는 고양이들이 죽어나가고 급기야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만다. 이제 사건은 어떻게 될까? 형사 백용준이 추리소설가 나부랭이라고 압박하며 손선영을 폄훼하지만, 결국 백용준도 이웃한 두 남자의 마수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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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 <고령화 가족>이 문득 떠올랐던 표지.
개인적으로 이런 일러스트의 표지, 너무 좋다 :)
이해인 수녀 추천도서. 소중한 이를 잃은 슬픔에 관한 애도심리 에세이다.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상실로 인해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많이 만나왔는데, 이들 중에는 상실 후 상처가 깊어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마음이 더 단단해진 사람도 있다고 한다. 즉 상실의 슬픔을 잘 다스리지 못하면 마음의 병이 되고, 반대로 잘 극복하면 새로운 삶의 전환점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애도하는 사람이 몸도 마음도 건강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상실의 슬픔을 무작정 억누르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힘을 얻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갑자기 닥친 상실 앞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애도해야 하는지, 그리고 상실 이후에도 온전하게 자기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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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의 뒷모습만을 찍던 드라마 <보통의 연애>의 재광이의 마음을 알 것 같았던 표지.
사진 속 여자의 뒷모습과 '이별한다는 것에 대하여'라는 제목이 참 잘 어울린다.
<용의자 x의 헌신>, <방황하는 칼날>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집. 누구에게나 사연은 있다. 여기 담긴 여덟 편의 이야기도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에게는 각기 특별한 사연을 간직한 소중한 작품들이다.
장편소설 <비밀>의 원형인 '아빠, 안녕', <명탐정의 규칙>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명탐정의 퇴장', 출판사에 작품을 보내 놓고 마음에 들지 않아 마감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처음부터 새로 썼던 작품 '자고 싶어, 죽고 싶지 않아'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만큼 특별한 애정이 담긴 이 작품들을 작가는 수 년 동안 보듬고 다듬어 <그 무렵 누군가>라는 한 권의 소설집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그중 '레이코와 레이코', '수수께끼가 가득', '20년만에 지킨 약속', '재생 마술의 여인' 등 네 편은 일본의 유명 배우들이 총출동해 화제가 되었던 후지 TV 드라마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미스터리즈'의 원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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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표지는 정말 제각각인 것 같다.
(출판사가 워낙 다양해서일까?)
여하튼, '당신이었을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이야기'라는 문구와
표지 속에 담긴 손이 잘 어울리는 표지였다.
건축가 김진애, 오영욱, 서울도서관장 이용훈, 라디오 피디 정혜윤, 경제학자 우석훈, 아나운서 고민정, 소설가 황경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탐서가들이 동화책을 한 권씩 손에 들고 한 자리에 모였다.
< 플랜더스의 개>, <비밀의 정원>, <어린 왕자>, <인어 공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서가 깊은 곳에서 '내 인생의 동화'라 할 작품들을 꺼내온 저자들은 오랜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그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화와 함께 성장했던 유년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고, 어렸던 나와 다시금 마주하면서, 그때는 미처 몰랐던 새로운 감동과 교훈을 발견하는 과정을 글에 담았다.
유년 시절에 읽었던 동화를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을 때, 우리는 무엇을 얻게 될까? 동화를 읽으며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로 '시간 여행'을 다녀온 저자들은, 결코 '추억의 복원'만이 두 번째 독서의 유일한 매력이 아니라고 말한다.
명작 동화들은 어른에게도,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고, 삶의 의미를 되새겨주며, 고단한 시간을 감내하는 용기를 북돋워준다. 특히 동화는 세상에서 가장 쉽고 아름다운 언어로 그런 가르침을 전해주어, 감동의 깊이를 더한다. 아련한 시간 여행 끝에 저자들이 발견한 것은 어른의 영혼도 또 한 번 성장시키는, 위대한 고전의 힘이다.
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때, 동화의 힘은 더욱 빛난다. 동화는 우리를 그때 그 시절로 다시 데려가, 사람이 지켜야 할 윤리와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와, 세상의 아름다움을 상기시키며, 근본적인 성찰로 우리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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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노란색, 판화 속 책 읽는 소녀 3박자가 딱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에 눈이 간 표지였다.
냉철한 현실주의자이며 가슴 따뜻한 휴머니스트 후지와라 신야의 인생과 통찰을 「조선일보」 김윤덕 기자와의 인터뷰로 엮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는, 지켜야 할 삶이 있는 우리들이 어떻게 인생을 일구고 돌봐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책은 '여관집 도련님'에서 집안이 파산해 남의 집에 얹혀살아야 했던 성장기의 혼란, 구두닦이부터 세일즈맨까지 스무 가지 일을 전전하면서 돈을 벌었던 청년기의 절망, 대학을 그만두고 세계를 여행할 수밖에 없었던 운명적 순간과의 조우 등 일흔의 '사부' 신야가 살아온 굴곡진 인생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의 인생이 특별한 이유는, 책상머리가 아닌 '거리'에서 그 모든 이야기가 시작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사랑, 이별, 행복, 종교, 나이 듦을 이야기하지만, 그의 사상에는 '날것'의 생생함이 펄떡인다. '행동'과 '경험'을 통해 깨달은 그의 통찰은 그래서 강력하되 오리진하다. 그가 온몸으로 부딪쳐 체득한 삶의 이치는 세상의 수많은 물음표들 앞에서, 인생의 두려움이나 괴로움 앞에서 머뭇거리다가도 이내 온몸으로 직면할 수 있는 용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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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연필 사이에 거친 손글씨. '겪어야 진짜'라는 제목을 와닿게 해준 표지.
책에 대한 사랑으로 중증 투렛 증후군을 극복해나가는 한 행복한 사서의 감동 스토리. 웃음과 낙천적인 목소리 속에서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한 행복한 사내가 그려진다. 사서라는 그의 직업답게 최초의 도서 분류법인 듀이십진분류법을 목차에 적용한 것에서부터 책을 전반적으로 이끌어가는 소소한 재미의 맛을 엿볼 수 있다.
2미터에 가까운 키에 말 그대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는 저자 조쉬는 분명 많은 이가 생각하는 평균적인 사서의 모습은 아니다. 그는 대망을 품은 장사(壯士)고 책을 좋아하는 괴짜이며 투렛 증후군으로 씰룩거리는 친구이자 가정에 헌신적인 남자요, 전화번호부를 찢어버린 사람이다.
두툼한 안경에 어울리지 않게 삐쩍 마른 꺽다리. 재미있고 엉뚱하고 유별난 <세계 최강 사서>는 이 희한하고 요상한 영웅의 삶을 따라가면서 그가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려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흔들리는 믿음 가운데에서 방향을 찾아 헤매고 사랑하는 사람을 얻으면서 마침내 가치 있는 삶을 이룩해내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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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폰트에 눈이 갔는데,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으로만 채워진 글에서 통일감이 느껴졌다.
가지고 다니면서 읽고 싶은 책.
이창래가 1999년에 발표한 두 번째 장편소설로, 아니스필드-볼프 도서상을 비롯한 미 문단의 4개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한국계 일본인이었으나 세계 2차 대전에 일본군 군의관으로 참전하여 한국인 위안부를 관리하는 임무를 맡았었던 구로하타 지로는 전쟁이 끝난 뒤, 미국 뉴욕 근처의 베들리런으로 이민해 프랭클린 하타라는 이름으로 반평생을 살았다.
이제 70대 노인이 된 그가 들려주는 지나온 삶의 이야기들, 전쟁, 사랑, 이민, 그리고 현재 그가 가장 사랑하는 (미국 이민 후 입양했던) 한국계 딸 서니와의 이야기가 슬프고도 아름답게 그려진다. 2000년에 출간되었던 <제스처 라이프>의 개정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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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눈이 가서, 제목을 보게 된 책이다.
제목보다 표지에 담긴 사진이 부각되어 인상 깊은 표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