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궁극의 아이>로 한국 장르 소설계에 폭풍을 불러일으킨 장용민의 장편소설. <궁극의 아이>가 10년 전 죽은 남자의 복수극을 스펙터클하게 그렸다면, <불로의 인형>은 한중일 3국에 걸친 역사와 불로초 전설을 토대로 한 팩션 스릴러다.

일류 큐레이터로 성공 가도를 달리며 살아가던 가온은 남사당패 꼭두쇠인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받는다. 아버지의 죽음에 의심을 품고 진상을 파헤치던 가온은 배다른 동생 설아를 통해 아버지가 남긴 알 수 없는 초대장과 꼭두쇠에게만 전해진다는 기괴한 인형을 얻게 되는데…

인형의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질수록 믿을 수 없는 사실이 드러난다. 한국와 일본, 중국을 오가며 펼치는 서스펜스와 스릴의 향연. 이천 년에 걸친 인형과 불로초의 비밀, 3국의 역사에 얽힌 사연들이 벼락같은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

 

작년에 읽었던 장르 소설 중에 가장 재밌게 읽었던 <궁극의 아이> 작가 장용민의 신작!

<불로의 인형>이 나왔다. 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제 책 주문한 거 받기 무섭게 이렇게 신간 소식이 뜨다니ㅋㅋㅋㅋㅋㅋㅋ

 

올해는 이 책 사서 읽는게 최고의 휴가가 될 것 같다 ^_^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 깨물기
이노우에 아레노 외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보다는 기획이 마음에 들었던 기억 깨물기. 익히 알고 있는 에쿠니 가오리를 비롯해서 이노우에 아레노, 가와카미 히로미, 고데마리 루이, 노나카 히라기, 요시카와 도리코 등 일본의 대표 여류 작가들의 쓴 여섯 편의 단편 모음집이다. 여섯 편의 이야기 모두, 작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재로 초콜릿이 등장하는데, 다시 말해서 이 책은 초콜릿을 주제로 한 사랑 이야기. 여섯 편의 단편에 나오는 주인공들에게 초콜릿은 사랑이고, 그 사랑은 기억이 되었으며 그들은 초콜릿을 깨무는 것처럼 기억을 깨무는 것이다 라고나 할까.

 

어차피 에쿠니 가오리를 제외하고 다른 작가들은 몰랐던지라- 처음부터 읽자고 생각해서 첫 단편인 <전화벨이 울리면>부터 읽기 시작했다. 여기서의 초콜릿은, 대학생인 와 불륜 관계에 있던 유부녀 교코가 항상 핸드백에 넣고 다니던 초콜릿이다. 자신의 남편을 감시하던 교코와 그런 교코를 돕는 ’. 그들의 일에 성과아닌 성과가 있던 날, 교코는 핸드백에서 초콜릿 대신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고 는 그런 교코 씨의 핸드백에서 초콜릿을 꺼내 은박지를 벗겨 교코 씨의 입술 사이에 밀어 넣는다. 한 개, 또 한 개. 씁쓸한 초콜릿인 동시에, 위로의 초콜릿이기도한 <전화벨이 울리면>을 읽으면서 , 이 책의 매력은 여기에 있구나싶었다. 초콜릿이 주제인 것 같지만, 초콜릿은 소설에 등장하는 소재에 가까울 뿐이라는 사실. 우리네 이야기 속에 녹아든 달콤 쌉싸래한 초콜릿의 기억이 이 책의 진짜 주제인 셈이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인상 깊지 않았던 단편 <늦여름 해 질 녘>을 지나, 가와카미 히로미를 기억하게 만든 <금과 은>을 지나고 두 편의 단편을 더 지나서 마지막으로 만난 요시카와 도리코의 단편 <기생하는 여동생>은 이 책을 고른 내 선택을 보람 있게 만들어주었다.

 

<기생하는 여동생>은 정반대 성격을 가진 자매의 이야기다. 매사에 계획적이고 성실한 언니 가야노의 시점으로 쓰여진 이 단편은, 제멋대로에 뻔뻔하고 생각 없이 사는 듯한 동생 리미코를 늘 못마땅하게 생각하는데서 시작한다.

원룸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의 종합병원에서 사무를 보고 있는 가야노와, 친구가 경영하는 레게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리미코, 생활 리듬이 완전히 다른 둘. 리미코는 가야노가 겨우 잠이 들 때 즈음에 들어와서 부산스럽게 야식을 먹기도 하고, 가야노 입장에서는 비상식적인 선물한 잎 깊숙이 베어 먹은 도넛, <반액 세일> 딱지가 붙은 딸기 찹쌀떡을 덜렁덜렁 들고 공짜 밥을 얻어먹으러 오는 아이였다.

나란히 TV 앞에 앉아 NHK 홍백가합전을 보고 있으면, 출연진들에 대해 삐딱하게 말하는 가야노와 달리 편을 들어주는 리미코. 그런 리미코의 말에 폴리애나를 능가한다는 가야노의 말에 리미코는 뭐야, 그거, 좋은 점 찾기 놀이?”라면서 발을 버둥거리고 깔깔거린다. 그런 리미코를 두고, 가야노는 애당초 그런 아이라고 말한다. 누군가의 험담을 하지 않는, 선한 아이. 리미코의 긍정적이고 선한 면을 볼 때마다 얘한테는 진짜 못 당하겠다싶은 가야노는 그런 마음이 든다. 50억 호화 주택에서 사는 셀러브리티에게도, 화려한 의상을 입고 화보를 장식하는 패션모델에게도, 제 돈으로 버킨백을 구입한 친구에게도 가져본 적 없는 부러움을, 이 사회의 밑바닥을 벅벅 기고 있으며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것이 제대로 취직도 하지 않고 연금도 건강보험료도 내지 않은 채 마냥 부초처럼 흐늘흐늘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니는 리미코에게 말이다.

 

이성간의 사랑 이야기만 있을 줄 알았던 내 예상을 훅, 깨고 들어와서 잊지 못할 단편으로 남은 <기생하는 여동생>. 동생이 있긴 해도, 리미코 같은 동생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나 역시 가야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 가야노의 시점이 여러모로 공감이 갔다.

 

가야노에 대해 생각하면서, 가야노가 말하는 리미코 이야기는 비단 리미코의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미코의 이야기 속에 가야노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건 그 누군가와 함께 한 나 자신을 떠올리는 일인지도 모르니까.

 

 

* 밑줄 친 구절

 

하지만 젊은 애들이 북적거리는 패밀리레스토랑에서 햄버거 정식을 먹고 있는 사이에, 가야노는 뭔가 자신의 인생이 도무지 어떻게 해볼 수도 없이 아무 보람도 없는 듯한 허망함을 느꼈다.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소리를 내는 햄버거가 예상 밖으로 맛있었기 때문이다. 가야노가 항상 먹어온, 두부 집 콩비지에 닭고기 다짐육을 넣어 직접 만들었던 수제 햄버거보다 훨씬, 단연, 압도적으로.

한 입, 또 한 입, 햄버거를 베어 먹을 때마다 허망함은 점점 더해갔다. 누군가 정해놓은 룰에 지나치게 사로잡힌 나머지, 뭔가 소중한 것을 놓쳐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괌보다 하와이 쪽이 레벨이 높다니, 그건 대체 어느 누가 정했는가. 페키니즈보다 미니어처 닥스훈트 쪽이, 프랜차이즈 라면집보다 고집불통 영감님이 근근이 꾸려나가는 수제 라면집이 더 고급이라고 대체 어느 누가 정했단 말인가. (p.182)

 

하지만 나는 항상 너한테 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나보다 엄청 불성실하고 마구잡이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 네가 훨씬 더 풍성하고 즐거운 인생을 사는 듯한, 그런 마음이 항상 든다고.” (p.18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는 아니었으나 문단의 별이었고 영국의 전설적인 문학 에이전트이자 줄리언 반스의 아내였던 팻 캐바나. 20081020, 거리에서 쓰러진 후 병원으로 옮겨진 그녀는 뇌종양 판정을 받았고, 그 후 37일 만에 사망했다. 반스는 모든 인터뷰를 거절하며 침묵했다. 다만, 작가로서의 본분에 충실하여 맨부커상을 수상한 장편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와 에세이와 단편소설을 함께 묶은 <그림자를 통해>를 펴냈다. 그리고 5년 만에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 책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는 그가 자신의 아내에 관해 쓴 유일무이한 회고록이자 개인적인 내면을 열어 보인 에세이다. 또한 동시에 이 작품은 가슴 아픈 러브스토리를 담은 소설이자 19세기 기구 개척자들의 모험담을 담은 짧은 역사서이기도 하다.

 

라는게, 이 에세이의 대략적인 소개인데 나는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오기 전에 이 책에 대한 느낌을 한 단어 사별(死別)로 요약했다. 그러고 나니 떠오르는 작품이 있었다. 일본 만화 중에 좋아라 해서 전권을 소장 중인 <후르츠 바스켓>. 4년 전에 처음 접한 내용인데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16권에서 주인공의 어머니 쿄코의 과거가 펼쳐지는데, 나는 이 쿄코라는 인물을 통해서 간접적이었지만 사별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쿄코의 남편이자 주인공 토오루의 아버지인 혼다 카츠야는 감기가 악화되어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두고 먼저 세상을 뜬다. 카츠야의 장례식을 치르고, 유품을 정리한 쿄코는 생각한다. ‘어째서 날이 밝는 거지? 어째서 저 사람들은 즐겁게 웃는 거지? 어째서 TV는 내일 일기예보를 하는 거지? 어째서? 카츠야가 죽은 날 세계도 함께 멸망한 거 아니었어?’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쿄코의 생각이 계속 떠올라서 그랬는지, 나는 줄리언 반스가 1인칭으로 자신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3깊이의 상실을 가장 몰입해서 읽었다. 19세기 기구 개척자들의 모험담을 담은 짧은 역사서를 지나, 비로소 자신과 아내 이야기를 시작하는 반스.

 

흥미로웠던 부분은 오르페우스에 대한 반스의 생각 변화였다. 그가 본 오페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는 내가 알고 있던 내용과는 다르게, 오르페우스가 방심해서 뒤돌아 본 것이 아니라 에우리디케가 오르페우스를 설득해 뒤를 돌아 자신을 보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 속에서 반스는 오르페우스를 비판한다. 제정신 가진 남자라면 그 누구도, 어떤 결과가 올지 알면서도 뒤돌아 에우리디케를 보지 않았을 거라며. 반스는 이때까지 만해도 오르페우스를 과소평가 했던 것이다. 이 오페라에 대해 사별의 고뇌에 시달리는 사람을 목표로 삼는 참으로 순진하기 짝이 없는 오페라라고 생각하며. 그러면서 덧붙인다. 물론 오르페우스는 간청하는 에우리디케의 얼굴을 돌아볼 것이라고. 어찌 돌아보지 않을 수 있겠냐고. 왜냐하면 제정신 가진 어떤 인간도그럴 리가 없겠지만, 정작 오르페우스 자신은 사랑과 비탄과 희망 때문에 정신이 나간 상태라며 오르페우스를 이해한다.

 

한번 흘긋 보기만 해도 세상을 잃는다고? 물론이다. 세상이란 그렇게, 바로 그와 같은 환경하에 잃어버리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등 뒤에서 에우리디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어느 누가 서약을 지킬 수 있단 말인가. (p.153)

 

반스 역시 등 뒤에서 에우리디케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서약을 어기고 뒤를 돌아봤을 테지만, 그럴 수 없음을 잘 알기에 반스는 거래에 혹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어김없이 날은 밝고 누군가는 즐겁게 웃으며 TV는 내일 일기예보를 하니까. 우리는 상상의 지하세계로 내려갈 수 없는 현대인이니까 말이다. 반스는 이렇게 말한다. “이건 그저 우주가 제 할 일을 하는 것뿐이야.”라고. 헛된 희망과 무의미한 방향전환으로 길을 잃는 일이 없도록 그렇게 말했다는 반스는, 오르페우스를 이해하지만 오르페우스가 될 수 없는 강한 남편이었던 반스. 그런 그의 글 중에서 나는 이 문장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고통은 당신이 아직 잊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고통은 기억에 풍미를 더해준다. 고통은 사랑의 증거이다. (p.187)

 

반스 역시 쿄쿄처럼쿄쿄가 비록 만화 속 인물이라 할지라도배우자가 부재하는 세상에 의미를 찾지 못하고 일절 관심을 끄다시피 했던 적이 있었고, 3년이 넘도록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대본에 따라 아내의 꿈을 꾼 반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는 것처럼 아직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며, 그래서 고통은 사랑의 증거라는 것을 지난 5년간 그 어떤 이 못지않게 경험한 반스였으니까 말이다.

 

사랑의 증거인 고통을 묻어두고, 쿄코는 쿄코대로 반스는 반스대로 내일을 맞았다. 반스의 말마따나 우리 쪽에서 먼저 구름을 불러들인 것이 아니며, 우리에겐 구름을 흩어지게 할 힘도 없으니까. 그 모든 건 어디선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예기치 못한 산들바람이 갑자기 불면서 일어난 일일 뿐이고, 그렇게 우리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p.195)

 

슬픔은 영원하겠지만, 그를 혹은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 역시 영원할 테니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술라디오] 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마술 라디오 - 오래 걸을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
정혜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20년 동안 시사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라디오 PD로 일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온 정혜윤이,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오기 전에 나는 이런 글을 썼다. '중요하지 않아서 잘려 나갔으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으므로 만들어진 그녀의 릴테이프. 릴테이프에 담겼을 이야기들이 이상하게도, 더 잊히지 않고 오랫동안 가슴 속에 남아 영원히 살아 남을 때가 있다.'고 말이다. 표지도 노랗고, 속지도 노란 이 책을 받아들고 읽어 나가면서 나는 내 말이 실현됨을 느꼈다.

 

나는 자유인입니다가 아니라 나는 자유다라고 말하는 통영의 한 어부 이야기, 중요한 건 수준을 높이는 게 아니라 낮추는 거라던 빠삐용의 아버지 이야기, 어두운 밤거리를 걸을 때 나를 걷게 하는 것은 천사의 날갯짓 소리가 아니라 바로 옆 사람의 발소리였다는 말로 끝난 주먹맨 이야기, 내가 가야 한다는 것은 분명했지만 두 갈래 길이 나타났을 때 내가 택한 길이 맞기를 진심으로 바랐는가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려웠다는 선배 이야기, 사랑의 변신은 없었지만 요리의 세계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삶의 변신은 있었다는 선배 이야기, 사라진 라디오와 노트를 발견하기를 여전히 기다리며 수수께끼를 안고 사는 남자 이야기, 죽음을 앞두고 듣고 또 듣고 수십 번 들은 브람스 교향곡 4번을 통해 삶이란 내가 언뜻이상한 아름다움이라 생각한 선배 이야기, 장승에 글귀를 새길 때 내 삶에 대못을 박았다며 니만 그렇게 살아라가 아니고 나도 그렇게 살 끼라고 만천하에 공개했다는 소원을 70퍼센트 이룬 노인 이야기, 처음 듣는 말을 마지막 듣는 말처럼 잘 듣는 할머니 이야기, 한상균 전 지부장의 눈으로 다시 읽은 마지막 잎새 이야기, 살다 보니 알게 된 건 인생에 쓸데없는 것은 없더라는 낚시꾼 이야기, 내가 내 몸을 놀려서 일한 만큼 딱 그만큼 벌었으니 달이 기가 막히게 이뻐 보인다는 간월도 아낙 이야기, 심리가 아니라 윤리를 말하고 젊은데도 지혜로운 제일 부러운 사람현주씨 이야기, 낮에는 앞치마를 두르고 피로에 지친 모습으로 흥정하고 잔돈을 계산하고 손님을 기다리지만 밤에는 자기 자신의 위대한 치유사로 변신하는 야채장수의 이중생활 이야기까지.

 

14편의 이야기를 읽어 나가면서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가 내 안에 이렇게 차곡 차곡 쌓이고, 이 책의 부제처럼 오래 걸을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로 다가오는구나 싶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사연이 흐르는 라디오 프로보다는 노래가 계속해서 흐르는 라디오 프로를 선호하던 내가, 이렇게 진정한사람 이야기를 집중해서 읽은 게 얼마만인가 싶기도 했고.

 

책 속에서 또 다른 책 이야기를 자주 하던 그녀답게, 이 사람 이야기를 하다 말고 자연스럽게 저 사람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이 부분 또한 마음에 들었다. 이런 책이 있으면 또 이런 책도 있듯이 이런 사람이 있으면 또 그런 사람이 있는 법이니까.

 

그러고 보니 책에 그은 밑줄이 죄다 이 사람 말이고, 저 사람 말이다. 때때로 이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 그녀의 말이기도 하고.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던 교보문고 설립자, 대산 신용호 선생의 말이 떠오른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드는 건, 책 앞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한 사람 그 자체가 살아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 밑줄 친 구절들

 

- 인간은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사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야. '인간은 대답을 추구하는 질문'이란 말이 있어. 대답이 아니라 질문이 살게 하고 움직이게 하고 이것이 삶의 형태를 만들어.

 

- 사람들은 천국과 지옥 이야기를 하지. 이담에 천국 가서 만나자고 하지. 하지만 나는 천국과 지옥은 이미 우리 삶 속에 다 있다고 생각해. 짝사랑 한번 해봐. 바로 지옥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여기랑 다른 천국과 지옥이 따로 있다고는 생각 안 해. 만약 천국과 지옥이 있어도 아마 지금이랑 같겠지. 아주 닮았겠지. 여기서 하던 일을 하고 살지도 모르지. 여기서 그리워 하던 사람을 그대로 그리워 할지도 모르지.

 

- '슬픈데도 행복하니까 강한 인간이다.' 나는 다시 한 번 노점상 할머니들이 자기 삶을 사랑하는 방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 왜냐하면 '우린 고생스러워도 버티니까, 살아내니까 강한 인간이다'라고 말하지 않았거든. '슬픈데도 행복하니까, 행복할 줄 아니까 강한 인간이다'라고 말했거든.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3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정지향 장편소설.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본심에서 수상작으로 결정하기까지 오 분도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심사위원 전원이 그 탁월성을 인정했다. 본심은 심사를 하기 위해 모였다기보다 어째서 <초록 가죽소파 표류기>가 수상작이 될 수밖에 없는지 서로 확인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 더 가까웠다.

잔잔한 감성 속에 숨어 있는 젊은 세대의 뼈저린 현실인식이 돋보이는 이 소설은 사랑과 우정, 가족 간의 갈등, 사회로의 진입 실패와 재능에 대한 회의, 정체성의 혼란 등, 이 시대 젊은이들의 고민을 정교한 플롯과 다양한 에피소드로 설득력 있게 전개해나간다. 예리하면서도 따스함을 잃지 않는 세심한 시선으로 동 세대 젊은이들의 성장통을 성공적으로 소설화한 작품이다.

소설을 쓰지 못하고 있는 지방 예술대 학생인 '나'는 "수많은 쓸모없는 주제의 동아리 중에서도 가장 쓸모없는 걸 하는 동아리"에서 만난 선배 요조와 동거중이다. 그런 '나'에게 인도 여행중에 알게 된 입양아 민영이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

 

 

 

 

일본 300만 독자를 사로잡은 공부 전문가이자 문학·역사·철학·교육학부터 비즈니스 대화법·인간관계까지 종횡무진 경계를 넘나들며 공부하는 괴짜 교수 사이토 다카시가 알려 주는 인생을 바꾸는 평생 공부법.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학교나 기업에서 강연을 할 때마다 ‘어떤 위기의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공을 키우는 법’을 알려 달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때 그가 들려주는 답은 하나다.

당장 써먹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공부 그 자체를 즐기는, ‘삶의 호흡이 깊어지는 공부’를 하라는 것이다. 똑같은 실패를 겪어도 꾸준히 공부하는 사람과 공부하지 않는 사람의 미래는 완전히 다르다. 책에 담긴 지혜와 지식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고 생각하는 법을 길러 주며,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방황하지 않고 인생을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이토 다카시는 말한다. “하루하루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면 공부를 멈추지 마라. 그러면 인생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즐겁게 흘러갈 것이다”라고. 이 책은 일도 인간관계도 마음처럼 풀리지 않아 하루하루가 힘든 사람들, 자신감을 되찾고 더 나은 미래를 갖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과 삶, 미래를 통찰하는 법을 일깨워 줄 것이다.

 

*

 

 

 

 

 

'100세 노인 현상'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었던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장편소설. 출간 6개월 만에 전 세계 판매 부수 150만 부를 돌파하며 26개국에 판권이 팔리는 등 또다시 '요나손 열풍'을 이어 가고 있다. 요나손은 특유의 재치와 유머를 십분 발휘해 독자들을 배꼽 잡게 만드는 한편, 실제 역사적 사건들을 차용해 사회 현실을 통렬히 풍자하고 있다.

<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 빈민촌에서 시작된다. 다섯 살 때부터 분뇨통을 나르며 생계를 이어 가야 했던 소녀 놈베코. 빈민촌의 여느 주민들처럼 그녀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숫자에 대해서만큼은 천재성을 타고났다.

숫자뿐만 아니라 세상 이치에도 밝았던 놈베코는, 호색한이지만 문학애호가인 옆집 아저씨에게서 글을 배운다. 또 매일같이 라디오를 들으며 '똑똑하게' 말하는 방법도 터득한다. 아주 우연히 다이아몬드 28개를 손에 넣게 된 놈베코는 용기를 내 평생 갇혀 살던 빈민촌을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낡은 재킷 안감에 바느질해 넣은 다이아몬드와 함께였다.

복잡한 사정 끝에 핵폭탄을 개발하는 비밀 연구소 '펠린다바'에 갇힌 놈베코는 명목으로는 청소부이나, 실상은 수학적 재능을 발휘해 핵폭탄 개발에 관여하게 된다. 연구소장인 엔지니어는 수학이라고는 하나도 모르지만, 오로지 아버지의 권력과 부유함으로 남아공 최고 핵 전문가가 됐다. 어느 날, 엔지니어의 실수로 핵폭탄이 주문량을 초과해 생산되는데…

 

*

 

 

 

 

2014년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 완벽한 삶을 살아가던 삼십대 여성 린다가 위기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코엘료는 일상의 권태와 사랑의 불안정성 앞에 위태로운 여성의 마음을 청진하듯 짚어내며,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의미와 사랑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린다와 그녀의 옛 애인 사이의 정사 장면이 에로틱하게 묘사되기도 하지만, 작품은 단순한 성적 스캔들을 넘어 삶의 권태와 우울 등 인간 감정의 영역을 파고든다. 여성의 복잡한 심리가 잘 드러난 소설로, 전작 <브리다>, <11분> 등과 맥을 같이한다.

좋은 집과 멋진 두 아이에 전문직 직업까지… 겉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삶을 살아가던 삼십대 여성 린다. 스위스 제네바의 유명 신문사에서 일하며 십 년째 순탄한 결혼생활을 유지해오던 그녀의 잔잔한 일상에 위기가 찾아든다. 모든 것이 변할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설명할 수 없는 불안. 불현듯 찾아온 우울증과 공허함에 죄의식마저 느끼고, 매일 감정기복에 시달리는 그녀의 삶은 타인의 눈에 비치는 것과 달리 너무도 위태롭다.

그러다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 남자친구이자, 이제는 재선을 노리는 유명 정치가가 된 야코프를 취재하게 된다. 그리고 그와 재회한 순간 다시 열여섯 소녀로 되돌아간 기분이 되어, 취재가 끝난 후 두 사람은 충동적 행동을 저지른다. 죄의식과 흥분감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면서도 린다는 뜻밖의 모험을 감행하기로 결심하는데…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