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쇄골이 반듯하지 않은데요. 반듯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좋은 거지요. (p.3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4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주세요!

 

13기에 이어 감사하게도 연임할 수 있었던 14.

13기 활동을 하며 읽은 12권의 책을 통해 그간 견고했던 나의 독서편력을

조금은 무너뜨릴 수 있었다면, 14기 활동을 하며 읽은 12권의 책은

무너뜨린 독서편력을 새롭게 세워 올리는 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 중 내 마음대로 골라본 좋은 책 베스트 5를 공개한다.

 

5.

 

 

정여울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 10

 

가끔 책은 두 가지로 나뉜다. 내가 사랑한 책들이 있는가 하면, 나만 알고 싶은 책들도 있다. 앞 문장은, 이 책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 10을 읽고 쓴 서평의 첫 구절인데, 한 가지 추가해야겠다. 나만 알고 싶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만 읽기엔 아까운 책도 있다. 이 책이 그런 책이다. 서평에서도 말했듯이 이 책은 유럽 여행을 앞둔 사람이 읽기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책은 아니다. 그렇지만 유럽에 대한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정보만을 담은 책들이 얼마든지 많으니 그런 책들을 찾아보면 될 터. 이 책은 엄연히 다른 의도로 기획된 책이다. 문학평론가답게, 유럽 곳곳으로 기억되는 그녀만의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만이 가지는 매력이다. 나처럼 여행을 글로만 배우고, 문학을 좋아하는 취향의 소유자라면 이 여행에세이가 반짝반짝 빛나 보일지도 모른다.

 

 

4위.

 

 

정유정 『정유정의 환상방황

 

정유정의 환상방황 이전에 내게 '히말라야'는 tvN 드라마 <나인>의 히말라야였다. 드라마의 중심은 아니었으나 시작과 끝이었던 히말라야. 그 히말라야를, 생애 최초 해외여행으로 안나푸르나를 선택한 소설가 정유정과 함께 떠나는 기분이 들었다. 이 책 『정유정의 환상방황』을 읽는 것으로 말이다. 자신의 소설 <내 심장을 쏴라>의 주인공 승민이 마지막 순간까지 그리워하던 신들의 땅인 동시에, 정유정 자신이 다시 세상에 맞설 용기를 얻기 위해 생애 처음 떠나기로 한 여행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작가님이 여행을 결심하기 전까지는 여권도 없었던 자타공인 골방 체질에 타고난 길치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히말라야 등반을 통해 자신이 태생적으로 링을 좋아하는 싸움닭이요, 시끄러운 뻐꾸기였으며 죽을 때까지, 죽도록 덤벼들겠다는 다짐에 대한 작가님이 얻은 '확신'이었다. 좋아라하는 소설가와 작품을 꼽으라면 작가님과 작가님의 소설을 빼놓지 않는 내게, 작가님의 글을 계속해서 읽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라는 '확신' 이었으니까. 작가님의 작품을 기다리는 것 마저 설레는 내게 히말라야는, 이제 정유정의 히말라야로 기억될 것이다.

 

 

3위.

 

 

이기진 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나의 딴짓에 비하면 '넘사벽'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꾸만 '딴짓'하는 물리학자 이기진 교수님.

 

한번 이런 열정에 사로잡히면 나는 앞뒤를 못 가리는 상태가 된다. 일종의 몰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남들이 보기에 이런 상태의 나는 뭔가에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다. (p.41)

 

교수님의 책을 읽고 있으면 힘이 났다. 특히 책의 마지막 문장. 무모하게 살아도, 어떠한 삶도, 삶이 된다.”는 말. 교수님의 딴짓이 삶이 되었듯, 나의 여전한 딴짓도 삶이 될 것이라 자꾸만 믿어 보련다.

 

 

2위.

 

 

 

오카자키 다케시 『장서의 괴로움』

 

책 이야기를 하는 책을 좋아한다. 일상툰을 보고 키득거리며 공감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어김없이 공감하며 읽곤 한다. 만 권 단위의 장서가 앞에서 나는 한낱 꼬마 장서가일 뿐일지라도 조금은 장서의 괴로움을 이해하며, 장서가 많아 괴로울지라도 기꺼이 그 길을 가고 싶은 장서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장서로 인한 애로사항은 끝이 없지만, 종이책을 사랑하는 일을 놓지 못하는 한 장서의 괴로움은 평생의 숙제일지도 모른다. 이 책 역시 공감하고 읽고 나면 장서량이 또 한 권 늘어버렸다는 역설이 생길지라도 이런 책이라면 기꺼이 역설을 받아들이겠다. 충분히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니 말이다.

 

 

 

 

1위이자 14기 신간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 그리고 이유.

 

 

정혜윤  『마술 라디오』

 

20년 동안 시사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라디오 PD로 일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온 정혜윤. 중요하지 않아서 잘려 나갔으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으므로 만들어졌다는 그녀의 릴테이프. 총 14편의 이야기를 읽어 나가면서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가 내 안에 이렇게 차곡 차곡 쌓이고, 이 책의 부제처럼 '오래 걸을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될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그렇기 읽은 이 책에서 그은 밑줄들은 죄다 이 사람 말이고, 저 사람 말이다. 때때로 이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 그녀의 말이기도 하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던 교보문고 설립자, 대산 신용호 선생의 말처럼,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드는 건, 책 앞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한 사람 그 자체가 '살아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 멋진 책이었다.

 

+내가 받은 감동을 서평으로 온전히 담아내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올해 읽은 에세이 중 세 손가락에 꼽는 에세이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문체가 나는 잘 맞았던 반면, 서평을 찾아보니 안 맞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그래서 선뜻 추천하기 어려운 책이기도 하지만, 애정을 담아 써내려간 흔적이 역력한 '사람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라딘신간평가단 2014-10-28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드라마 <나인> 보고 포카라에 너무너무 가보고 싶었어요! (히말라야는 엄두가 안나고 ;) 엄두가 안나는 히말라야는 많은 신간평가단 분들이 추천해주시는 정유정 작가님의 책으로 함께해야겠네요!

좋은 활동 보여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계절 보내세요!

해밀 2014-11-03 17:20   좋아요 0 | URL
저두요. 히말라야까진 아니어도 포카라는 정말 가보고 싶었어요 :)
담당자님께 댓글을 받아보다니ㅜㅜㅜ 영광입니다!

담당자님과 파트장님 덕분에 부지런하지 못한 저도
부지런에 부자만큼은 따라가서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아 늘 감사합니다.

옷 겹겹이 챙겨입으셔서 따뜻한 겨울 맞으시길 바랄게요!
그럼,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KBS 드라마 스폐셜 <간서치열전>에서, 간서치 수한의 대사.

다섯오에 덕덕에 황제후.

오덕후에 머물지 않고, 책벌레들 사이에서 백덕후로 불린다며

으쓱해하던 수한의 모습이 그저 귀여워 보였던 건, 나 역시 오덕후여서 그랬을까.

덕 중의 덕, 백덕후 앞에서 난 그저 한낱 오덕후였다는 걸 깨달았다.

책에 있어서만큼은 백덕후까진 아니어도, 십덕후 정도는 하고 싶다.

물론 간서치로 그치면 안 될 것이고, 지금의 내 독서편력으로는 간서치도 사치지만😢

​그래도 꿈은 크게. 크게 꾸자.

와우북페스티벌에서 책을 쓸어온 것으로 올해 책 구매는 그만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황정은 작가님 장편 소설 출간 소식에 이어 김연수 작가님 산문집까지... 허허...

구매를 안 할 수가 있나ㅠㅠㅠㅠ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론 사람은 누구나 자기 경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연애가 불행하게 끝난 사람에게는 세상의 모든 연애가 다 쓰라리고 애달프게 여겨지듯이 건강한 사람은 아픈 사람을,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사람을, 상처를 주는 사람은 상처를 받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겪은 것, 내가 본 것, 내가 들은 것만이 나를 이루는 세상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때로 불가피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프랑스의 유명한 정신과 의사 프랑수아즈 돌토는"다른 사람에게 투사해버린 것들을 자신의 내면에서 다시 찾는 순간 성장한다"고 했을 것이다.


 

 

 

- 양창순,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p.18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등 일상의 소중한 것들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정희재의 에세이. 이해인 수녀는 정희재 저자의 글에 대해 "지극히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이 비범한 빛깔을 띤 축제가 되는 기쁨을 맛보게 하며, 바빠서 잠시 밀쳐 둔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성찰하게 하는 아름답고 고요한 힘이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책 또한 인생의 변화를 바란다면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꿔보길 권하는 책들과 다르다. 해야 할 생각은 많지만 잡념만 분주할 때, 또는 일상에 떠밀려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때, 이럴 땐 일단 '몸'을 움직여 자신의 좌표를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책에는 저자가 연필의 철학적인 생애와 삶을 연결시켜 풀어내는 이야기들과 친구도 가족도 함께해줄 수 없는 고독의 순간이 올 때마다 연필 덕분에 버텨낸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

 

프롤로그 연필을 사랑하는 이유

제1장 가야 할 길이 멀어서 연필을 마련하다

연필 한 자루에 경전 한 권
시간을 건너는 소녀
연필로 기억하고 회복하기
침대 위 연필 한 자루
빈틈이 도착했다, 쓴다
잔잔한 침잠, 고요한 공감의 소리
《굶주림》과 몽당연필 한 자루
연필의 가장 극적인 쓰임새

제2장 마음을 내려놓으려 연필을 들다

처음 뵙겠습니다, 연필이나 한 자루 깎을까요?
연필 깎기 입사식
한밤의 연필 테라피
연필 실종사건
1부터 300까지 쓰면서 알아차리기
하마터면 연필을 놓을 뻔했다
내 인생의 책받침
연필을 입에 물기만 해도 행복해진다?

제3장 인생도 연필처럼 다듬을 수 있다면

연필 깎아달라고 엄마를 불렀네
연필로 뗏목 만들기
텅 빈 방 안에 라디오
전무후무한 이 순간을 위한 낙서
연필 소믈리에의 연필 선물하기
당신의 왼손
지우개로 싹싹 지우고 싶을 때
손을 귀에 댔더니
흑연 향기 바람에 휘날리고

제4장 미치지 않은 사람은 깊은 정이 없다

연필수집가를 위한 변명
작은 사치에 빠져드는 시대
동네 문방구점을 순례하다
좌절한 사람들의 연필깎이
연필을 사랑하면 우체국에 갈 일이 많아진다
백퍼센트 연필을 만나는 일
연필은 의외로 힘이 세다
예술가의 연필을 품은 숲
사랑하는 사람 속에는 신이 있다

 

---------------------------------------------------------------------------------

 

서점에 갔다가 표지에 이끌려 구경하게 된 책.

알고보니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의 정희재 작가님 신작이었다.

블로그에서 꾸준히 하시던 연필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

 

아, 읽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