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씨는 얼결에 시험에 붙어서 배우가 되었고, 얼결에 주연을 맡았고, 운명적으로 불길 속에서 살아나 무대에 건강하게 서고 계시잖아요. 이런 일들을 쭉 겪으면서 왜 예술이 하나 씨의 인생에서 중요해졌는지도 말씀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생명력을 유지해주거든요. 늘 이야기하는 건데, 예술이라는 건 생명력 그 자체예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아주 많은 요소들이 필요하잖아요. 의식주, 인간관계 등 참 많은 삶의 요소들이 있는데, 저는 무대에서 또 다른 삶의 이유를 찾아요. 관객으로서도 그렇고, 배우로서도 그렇고 극장에 갔을 때 서로 공유하는 생명력이라는 게 분명 있단 말이에요. '내가 살아서 이걸 보다니!', '내가 살아서 이걸 듣다니!, 내가 살아서 이걸 하고 있다니!' 이런 감탄을 하면서 나 자신이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하는 거죠. 무척 단순한 건데도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특히나 제가 관객의 입장에서 좋은 공연을 보면 극장에서 나올 때 '나 정말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해야겠다. 어떻게 이걸 봤지?'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돼요. 이게 극장, 공연 예술, 나아가서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생명력인 것 같아요.

-박희아 인터뷰집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 열정과 통찰』 p.43

배우 나하나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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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2022 민음사 출판그룹 패밀리데이 다녀온 후기.

나는 내가 이 나이 먹고도 "민음사TV 잘 보고 있어요!"라는 말 한마디 못하고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연주 대리님이 계산해주시고 송장은 저기서 받으면 된다고 안내해주실 때도... 

구매 마치고 건물 나오기 직전에 아란부장님 혼자 계시는데도 그 말이 안 나오는 거다.

민음사TV 애청자다! 왜 말을 못하냐고!!!

하... (›´-`‹ ) MBTI를 좋아하진 않지만 유행하기 시작한 뒤로 내향인이라는 얘기를 극I라고 설명하면 되니 편했다. 

근데 이건 E와 I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나이만 먹었지 여전히 좋아한다는 표현도 제대로 못하는 애여 애...

가는 길에 버스 배차랑 승차 대기줄 조금 잘못 선 바람에 파주 도착하기 전부터 체력 다 털린 이야기는 재미 없으니까 생략하고,


이날 업어온 책들은 총 7권이다.

서머싯 몸의 『인생의 베일』과 마거릿 애트우드 월드★

에세이 『나는 왜 SF를 쓰는가』와 『도덕적 혼란』, 『그레이스』 그리고 


미친 아담 3부작.

뭐 늘 그렇듯 이걸 당장 읽는 건 아니고(...) 두고두고 읽을 것이다. 조만간 책장 정리해서 마거릿 애트우드 칸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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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2014년까지의 씨네21, 몇 권의 무비위크와 매거진M을 정리했다.

그 시절 영화 잡지 읽기를 좋아했던 내 손을 놓기 싫어서 이 많은 잡지들을 껴안고 살아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또, 나는 너무 많은 공간을 책에게 내어주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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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에 『시와 산책』 완독하고

그 길로 『커피와 담배』, 『담배와 영화』, 『영화와 시』를 대출해왔다.

욕심부리지 않고 한 권만 빌려오려고 했는데 자료실 평일 종료 시간이

기존 22시에서 18시로 변경 된다기에 그냥 3권 다 업어왔다.

3권 다 읽으면 뒷권도 차례차례 빌려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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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 자신이 너무 가식적으로 느껴져서 견디기 힘든 날이 있는가? 누군가 나에게 가식적이라고 비난해서 모멸감을 느낀 날이 있는가? 괜찮다. 정말 괜찮다. 아직은 내가 부족해서 눈 밝은 내 자아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내 '가식의 상태'를 들키고 말았지만, 나는 지금 가식의 상태를 통과하며 선한 곳을 향해 잘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보다 최선을 다해 가식을 부리는 사람이 그곳에 닿을 확률이 훨씬 높을 것이다. '척'한다는 것에는 어쩔 수 없이 떳떳하지 못하고 다소 찜찜한 구석도 있지만, 그런 척들이 척척 모여 결국 원하는대로의 내가 되는 게 아닐까. 그런 점에서 가식은 가장 속된 방식으로 품어보는 선한 꿈인 것 같다.

(p.64)


남에게 충고를 안 함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아니라고 믿지만, 남의 충고를 듣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되어가는 걸 모르고 사는 것. 나는 이게 반복해서 말해도 부족할 만큼 두렵다. 내가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 입맛에 맞는 것들로만 만들어낸, 투명해서 갇힌 줄도 모르는 유리 상자 안에 갇혀 있을 때, 누군가 이제 거기서 잠깐 나와 보라고, 여기가 바로 출구라고 문을 두드려주길 바란다. 때로는 거센 두드림이 유리 벽에 균열을 내길 바란다. 내가 무조건적인 지지와 격려와 위로로 만들어진 평온하고 따듯한 방 안에서 지나치게 오래 쉬고 있을 때, 누군가 '환기 타임!'을 외치며 창문을 열고 매섭고 차가운 바깥 공기를 흘려 보내주기를 바란다.
(p.75)


가부장제가 흩뿌리는 유해한 메시지들은 이렇게 명절을 통해 강화된다. 교육의 장으로서도 최악이다. 어린이들에게 절할 자격은 남자에게만 있고 일할 의무는 여자에게만 있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지? 남자들은 편히 놀고 여자들은 뒤치다꺼리하는 모습은? 나에게 만약 아이가 있다면 지금과 똑같은 방식의 제사를 지내는 집에는 절대 발 들이지 못하게 하고 싶을 지경이다. (그들이 그런 일에 나설 리도 없지만) 정부가 '제사효율화오개년계획'이나 '제사혁신TF팀'을 만들어 앞으로 5년간 제사의 모든 것을 남자들만 준비해야 한다는 법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 여자네 집안 제사 음식까지 남자가 다 준비해야 하는 강력한 규정으로. 그러면 3년도 못 가 어지간한 제사는 다 사라질 것이다.
(p.82)


말을 할 때도 글을 쓸 때도 조심한다. 상대방에게 애인이 있다는 걸 알지만 애인의 성별을 모른 채로 그 애인을 지칭해야 할 경우, 상대방이 여자라고 해서 "남자친구"라고 지레 말하지 않는다('애인'이라고 한다). 어떤 남성을 묘사하면서 "마치 사랑하는 여자에게 건넬 꽃이라도 고르듯이" 같은 표현도 서사적으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쓰지 않는다('사랑하는 사람에게'라고 쓴다). 그것들은 그들이 어떤 성적 지향인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그러니까 당연히 이성애자일 거라고 은연중에 전제하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존재를 지워버리는 말. 전제가 지워버리는 존재.
(p.118)


그밖에도 더는 쓰지 않는 말이 많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부르듯 읊을 수 있을 것 같다. '결정 장애'처럼, 무언가를 잘 못 정하는 상황, 어떤 능력이 결여된 상태에 '장애'라는 단어를 빗댐으로써 장애를 비하하는 말을 쓰지 않는다. 질병을 희화화하는 표현인 '발암 축구' '암 걸리겠다' 같은 말도 쓰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확찐자'라는 신조어가 정말 싫었다. 실제 코로나 감염 확진자들이 겪고 있는 커다란 고통과 공포를 생각하면, 그중 누군가는 목숨을 잃기까지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결코 쉽게 쓸 수 없는 말이다. '급식충' '설명충'처럼 사람을 곤충에 비교하며 사람과 곤충 모두에게 실례를 범하고 있는 '-충'이라는 말도 쓰지 않는다. '고아가 된 기분이다'와 비슷한 이유에서 '거지 같다'는 말도 쓰지 않는다. '유모차' 대신에 '유아차'를, '낙태' 대신에 임신 주체인 여성의 결정권을 우선한 표현인 '임신 중단' 혹은 '임신 중지'를 쓴다. 그 누구도 단어에 갇히고 말에 상처받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p.123)


믿고 보는 김혼비 작가님의 『다정소감』을 읽었다. 토요일에 외출하는 길에 챙겨서 가는 길에 읽기 시작했는데, 어제 잠들기 전에 완독했다. 간만에 죽이 잘 맞는 친구와 밤새 대화하는 기분이었다. 다음 대화도 기다려지는 작가님의 책.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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