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동창생 - 열아홉, 소년의 약속
윤이경 지음, 김수영 각본, 오동진 인터뷰.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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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그 영화가 소설화 된 소설을 읽은 건 이 책, 소설 『동창생』이 처음이었다. 한 편의 작품이 영화로 나오고 책으로도 출간 되었다면, 나는 열에 아홉은 책을 먼저 읽는 편이다. 그도 그럴게, 대부분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영화화 되는 편이고, 영화화 이전에 그냥 책으로 접하는 편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책을 먼저 읽는 편인데, 그건 아무래도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을 경우 영상이 가지는 이미지의 잔상이 남아서 나만의 상상을 펼치는 데 방해를 받기 싫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본 뒤 원작 소설을 찾아 읽은 작품이 있는데 바로, <은교>다. 사건에 대한 묘사는 세세히 그려진 반면, 인물 간의 감정선 묘사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컸던지라 원작 소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읽은 원작 소설은, 영화 이상으로 좋았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책을 읽어서 그런지 각각의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을 떠올리면서, 영화에서 부족하다고 느꼈던 감정선을 더 깊이 읽어낼 수 있었다. 영화에 대한 아쉬움이 날아가는 기분이었달까.

 

이 책, 소설 『동창생』을 읽을 때도 그런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인물의 감정선은 아니었고,영화에서 생략 되었을 거라 짐작되는 내용들에 대한 보충을 받는 느낌이 강했다. 이혜인의 부재한 부모님들에 대한 이야기라던가(p.128), 명훈과 혈투를 벌였던 또 다른 기술자 북두성 시점의 이야기(p.149), 북에서의 명훈과 동생 혜인의 생활 등 영화에서는 필요에 의해 삭제되었겠지만 궁금했던 내용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주연을 맡은 배우 최승현의 인터뷰와 연출을 맡은 박홍수 감독의 인터뷰, 마지막으로 배우 최승현에 대한 영화평론가 오동진의 글까지 ‘메이킹 스토리’로 묶인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한마디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월요일부터 화요일가지는 밤샘 촬영을 하고 주말에는 몇 만 명이 바라보는 무대 위에 올라 가수로서 화려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내가 맡은 캐릭터의 성향은 어둡고 비밀을 감춘 소년이다. 그땐 <동창생>의 리명훈과 빅뱅의 탑을 오가는 시간이 참 힘들었다. (p.288 가수 생활과 촬영을 병행하는 게 힘들지 않았나요?에 대한 답변)

 

역할에 대한 욕심은 없다. 내게 제일 중요한 건 역할이 아니라 서사다. 이야기가 재미있고 그걸 어떻게 풀어 나갈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배우로서 어떻게 만들어낼지에 대한 확신이 선다면 난 어떤 역할이든 할 수 있다. (p.289 배우로서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나요?에 대한 답변)

 

감정 연기가 정말 힘들었다. 촬영 당시 틈틈이 메모를 했는데, 거기에 “침묵이 괴로웠다”는 내용이 있었다. 대사가 오가는 와중에 씬이 형성되는 건데, 대사 없이 나의 내면의 표정으로만 꽉 채워야 한다는 초조함이 있었다. 그래서 너무 우울했다. 그리고 매 장면을 촬영하는 데 매우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촬영 중에 굉장히 예민했다. 캐릭터가 느끼는 절망감이나 커다란 슬픔에 짓눌려 있었던 것 같다. (p.290 리명훈은 대사조차 거의 없는 캐릭터입니다. 연기가 까다롭지 않았나요?에 대한 답변)

 

밑줄을 친 문장들을 보니, 최승현 인터뷰의 글이 많았다. 여러모로 힘들었던 배우 최승현의 감정 연기 덕분에, 냉정하지만 누구보다 여린 소년 공작원 리명훈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힘들었다’고 말하지만, 그만큼 리명훈을 연기하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역력히 느껴져서 인터뷰를 읽는 내가 다 뿌듯했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면서 아쉬워했던 것 중 하나가 제목이 ‘동창생’이라는 점이었는데, 이 또한 책을 읽고 나서 그 아쉬움이 날아갔다. 영화를 봤을 땐 ‘동창생’이라는 제목이 그리 와닿지 않았는데, 소설로 읽을 때는 리명훈을 살게 하는 힘이 ‘동창생’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창생이라 쓰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라 읽는다고나 할까. 두 명의 혜인이, 명훈에게는 세상이었고 전부였을 거라 생각하니 다시금 먹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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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현 : 소년의 약속 - 영화 동창생 스페셜 포토북
더 램프 지음, 오동진 인터뷰어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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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창생>을 보고, 소설 『동창생』을 읽고, 마지막으로 포토북 『최승현 : 소년의 약속 - 영화 동창생 스페셜 포토북』을 보았다.

(글이 첨부되어 있어 읽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여하튼 사진이 절반인 책이니까)

이 책은, 포토북(혹은 드라마 리뷰북)에 대한 로망이 있는 나에게 이 책은 로망을 충족시켜 주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일단, 포토북답게 사진에 굉장히 충실하다.

 

 

많은 사진이 면을 가득 채우는 것도 좋았지만, 더 좋았던 건 스틸컷 느낌의 사진이 아니라 카메라를 응시하는 사진이었다.

"포토북, 잘 보고 있나?'하는 듯한 눈빛이랄까. 포토북에서만 볼 수 있는 사진 같아서 좋았던 사진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포토북이라고해서 사진만 있는 건 아니다. 이렇게 글도 담겨있다.

최승현과 최승현이 연기한 열아홉 소년 리명훈에 관한 이야기 등이 담겨있는데,

소설 『동창생』에 실린 메이킹 스토리와 겹치는 부분이 많은 건,

(아마도 메이킹 스토리의 인터뷰를 담당했을영화평론가 오동진이 글을 썼기 때문이다. 

 

사진이 아무리 좋아도 사진만 보면 심심한 부분이 없지 않은데, 중간 중간에 글을 배치함으로써 잘 읽히기까지 하는 포토북이 된 것 같다.

 

 

포토북에 대한 나의 로망 중의 로망은 바로 이것, 포토북에 딸려오는 엽서(혹은 다른 사은품)다.

포토북 자체는 워낙 무게가 있으니 휴대하고 다니면서 볼 수 없지만

이렇게 엽서로 된 사진이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휴대하고 다니면서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너무 좋아서 쓰기 아까워 엽서가 담겨있던 봉투에 다시 넣어 봉인해뒀다는게 함정이지만 말이다.

『최승현 : 소년의 약속 - 영화 동창생 스페셜 포토북』, '최승현'의 이름이 떡하니 들어갈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최승현의 힘이 컸다고 생각한다.

빅뱅의 리더 TOP 모습을 버리고 가수 활동과 촬영을 병행하며서 애썼을 배우 최승현.  그런 최승현을 원없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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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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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소설가 신경숙님이 출연하신 SBS 힐링캠프를 챙겨봤다. 많은 이야기 중에 내 마음을 사로잡고, 여운이 길었던 말은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너무 당연해서 잊고 사는 일이었다. 엄마는 내게 ‘엄마’니까. 엄마에게 있어 엄마의 존재를 잊고 있었던 거다.

 

엄마에게 엄마가 필요하듯,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잊고 사는 일이 하나 더 있다. 따뜻한 말 한마디, 혹은 정곡을 찌르는 말 한마디로 위로 받고, 이해가 필요한 연령층은 비단 청년만이 아니다. 학업과 연애, 취업으로 고민하는 청년만이 아니라 자식과 건강, 여생에 대해 고민하는 중⋅노년에게도 필요하다. 이 사실을 깨닫게 해준 책이 바로 이 책, 『인생 수업』이었다. ‘중년’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중년인 부모님이 떠올랐으므로, 나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이 책을 읽어 내려갔다. 당신 혼자 생각하셨을 일이기도 하고, 친구와 만나면 이야기 할 법한 일이기도 하고, 아직 그런 적은 없지만 자식인 내게 터놓고 이야기 하고 싶을 법한 일―현재의 나는 행복한지에 대한 고민, 생로병사에 관한 고민, 진지하게 생각해 볼 죽음에 관한 고민, 쌓아온 인연에 대한 고민, 여생에 대한 고민 등―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고, 그러한 일들에 대한 법륜 스님의 혜안이 담긴 책이었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든, 남편이 어떻게 했든, 아내가 어떻게 했든, 자식이 어떻게 했든, 부모가 어떻게 했든 그것은 그들의 인생이고 나는 그 가운데서 나부터 행복해야 합니다. (p.273)

 

에필로그 속 구절인데, 나는 이 구절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내 부모님을 비롯한 중년층들은 중년에 이를 때까지 자신이기 이전에 직장에서는 직급으로, 집에서는 자식의 부모로 살아오지 않았던가. ‘나부터 행복하라’는 법륜 스님의 말은, 나부터 행복해지기 위해 직장과 가정에서의 위치를 내려놓고 자신만을 생각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그것이 그들의 인생임을 인정하고, 그 가운데서 자신부터 행복하라 말함과 동시에,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언한다. 그 조언이 때로는 ‘위로’가 되고, 때로는 ‘이해’가 되고, 때로는 ‘살’이 되어 결국에는 ‘힘’이 된다. 잘 물든 단풍이 봄꽃보다 아름답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있는 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않고 오늘 자기 삶에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힘 말이다.

 

책이 다루는 주제가 주제인지라, 노년을 맞이할 중년과 노년의 삶을 사는 연령층에게 더욱 좋은 책이겠지만, 중⋅노년에 속하지 않는 나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었다. 가깝게는 부모님, 멀게는 나의 미래의 삶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만큼은 부모님과 함께 같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을 같이 읽고,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다운 것처럼 당신의 삶 또한 그러하다고, 그러니 기운 잃지 말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시라는 말을 전하는 대화를 하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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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노래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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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편(偏)’이 심한 나는, 음악 역시 챙겨 듣는 음악만 듣곤 한다. Original Sound Track, 줄여서 OST라 부르는 음악이 그것이다. 내 생애 첫 MP3플레이어였던 코원의 F1을 구매해서 기기에 처음 넣었던 노래 역시 OST였다. 컴퓨터 하면서 무한 반복해 듣는 OST였지만 좋아라하는 OST를 기기에 넣어 어디서든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가슴 벅차고 신났더랬다. 하루는, 장르와 관계없이 드라마, 영화 등 작품에 쓰인 음악이라면 ‘닥치고’ 좋아하는 OST를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건지 생각해봤다. 아마도 그건, 음악을 들으면서 그 작품, 다시 말해 음악과 함께 접하는 ‘이야기’가 좋아서 나는 OST를 이렇게나 좋아하는구나, 라는 결론을 내렸다. 작품 속 캐릭터, 혹은 이야기를 떠올리며 OST를 들으면 음악은 내게, 좀 더 입체적이고 깊이 있게 들렸으니까. 이렇게 음악을 듣는 나에 반해, 소설 뿐 아니라 수필에서도 매력이 묻어나는 우리의 흑임자 (cf.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 김중혁 작가님의 이번 에세이 『모든 게 노래』에 담긴 노래들은 전부 김중혁 작가님의 일상에서 재생 된 노래들이다.

 

유명 소설가 K1, K2와 남쪽으로 꽃을 맞으러 가는 차 안에서 함께 들었던 장사익씨 버전의 <봄날은 간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글 쓰는 재능을 물려주신, 취미삼아 노래 교실에 다니는 어머니가 좋아하는 김연자의 노래 <10분 내로>, 음악을 듣는 데 있어 스킵을 멈추게 만든 듀란듀란의 데뷔 앨범, 앨범 제목을 들었을 때 마치 전쟁 때 잃어버린 기분이었던 그룹 얄개들의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 독자에게 받은 선물인 ‘Afternoon’의 첫 앨범 《남쪽섬으로부터》중 <해변의 아침> 등등.

 

각각의 사연들을 떠올리면 사연과 함께 한 노래가 떠오르고, 노래를 떠올리면 그 노래와 함께 한 사연이 떠오르는 노래들. 그래서인지 『모든 게 노래』를 읽고 있으면, 내 인생에서 재생된 노래들이 떠오른다. 럼블피쉬의 <한 사람을 위한 마음>으로 기억되는 생애 첫 아르바이트였던 공장 아르바이트, 좋아했던 보이 그룹의 멤버 미니홈피 뮤직 플레이어 리스트에 있어서 듣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좋아하는 가수로 손에 꼽게 된 Ra.D(라디)의 노래들, 하나뿐인 친척 언니 결혼식에서 형부가 부른 SG워너비의 <내 사람>, 여러 코드가 잘 맞아 절친한 친구와의 사이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코드 ‘성발라’ 성시경의 노래들, 중학생 시절 18번이었던 Daylight(데이라이트)의 <Daylight> 등등. 때로는 폭풍 공감하고, 때로는 키득거리고, 때로는 좋은 경험이 되는 『모든 게 노래』 속에 실린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OST 위주로 음악을 듣는 나지만, 내게도 인생의 21번, 93번, 137번 트랙 쯤 되는 노래들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글을 쓰려고 떠올리지 않아도, 내 인생 구석구석 어딘가에 숨어있는 노래들을 말이다.

 

재밌게 챙겨 읽었던 씨네 21 속 칼럼, ‘김중혁의 No Music No Life’와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에 실린 글들이 한데 묶여 나온 이 책은 크게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장으로 묶여있다.

 

음악에 대한 글을 쓰다 보면 이상하게 계절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된다. 음악과 계절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계절은 음악의 스피커가 되어 소리를 더 잘 들리게 하고, 음악은 계절의 공기가 되어 향기를 더 잘 맡을 수 있도록 해준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태풍이 몰아치면 늘 듣던 음악이 다르게 들린다. (p.53)

 

캐롤은 언제 들어도 캐롤이지만, 눈 내리는 겨울에 들어야 제 맛인 것처럼 음악과 계절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벚꽃 흩날리는 봄에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듣고, 무더운 여름에 히사이시 조의 <Summer>를 듣고, 낙엽지는 가을에는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를 듣고, 눈이 소복히 쌓인 겨울에는 박효신의 <눈의 꽃>을 듣는 나로서는 반가운 구성이었다.

 

소설가 김중혁의 감성을 완성해준 뮤지션들에 대한 오마주이고, 때로는 고뇌하는 청춘에 대한 위로이며, 때로는 한 소설가의 문학 생활에 대한 지론이자, 때로는 소중한 일상에 바치는 연가인 『모든 게 노래』속 글들을 읽다 보면 정말이지, 인생에 있어 희로애락 무엇이든 노래가 될 수 있고, 그래서 ‘모든 게 노래’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을 견뎌내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는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견딘다. 시간의 속도를 더디게 만들기 위해 필름 속에다, 컴퓨터 속에다 풍경을 담는다. 우리는 소설을 쓰고 읽으며 시간을 견딘다. 소설 속에 거대한 시간을 담아 시간의 처음과 끝을 파악하려 애쓰고, 시간을 되돌리고 빨리 흐르게도 하며 시간의 민낯을 보려 애쓴다. 우리는 영화를 보며 시간을 견딘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의 모습과 순식간에 지나가는 시간의 속도를 화면 속에서 보며 우리의 시간을 잊는다. 그렇게 견딘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견딘다. 아니, 이 말은 조금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뛰어넘는 방법을 배운다. 시간을 가뿐히 뛰어넘어 다른 시간과 공간에 가닿는 방법을 배운다. 그렇게 시간을 견딘다. 음악이야말로 가장 짜릿한 마법이다. (p.229)

 

위 구절은 내가 이 책을 소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구절이다. ‘시간’에 관심이 많고, ‘음악’을 좋아하는 작가 김중혁이 전하는, 시간을 견디는 가장 짜릿한 마법인 ‘음악’을 설명하는 데에는 이만한 글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뛰어넘는 방법을 배우고, 시간을 가뿐히 뛰어넘어 다른 시간과 공간에 가닿는 방법을 배우고, 그렇게 시간을 견뎌왔고 또 견뎌낼테니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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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13-11-29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해밀 2013-11-30 01:5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북유럽에서 온 손뜨개 소품 - 머플러, 장갑, 모자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북유럽 스타일 겨울 소품 23종
스기야마 토모 지음, 맹보용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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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유독 약한 내가 여름을 나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저녁에 야구 보면서 마시는 시원한 생맥주. 둘째, 읽는 순간만큼은 시원해지는 미스터리 혹은 스릴러 소설. 셋째, 가장 더운 시간에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무더운 여름을 버티는 나만의 방법이다. 더위에만 약했으면 좋겠지만, 더위만큼이나 추위에도 약해서 겨울을 나는 나만의 방법 역시 존재한다. 첫째, 온기로 손을 녹이고 천천히 마시는 커피. 둘째, 챙겨보기 시작한 이래로 매년 겨울 챙겨보는 영국 드라마 닥터후 크리스마스 스폐셜. 셋째, 목.도.리. 사실, 겨울을 나는 방법 세 가지 방법이 모두 목도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목도리를 좋아한다. 각기 다른 색상과 재질의 목도리.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편이라 지난 해 구매한 목도리를 올해에 두르고 다녀도 전혀 거부감이 없지만, 매 년 사 모으게 되는 것 같다. 가장 마음에 드는 목도리를 하고 나와서도 목도리가 진열된 곳을 지나칠 때면 어김없이 목도리를 구경하고 있을 정도로 하고 있어도 (저걸 사서) 하고 싶은 게 목도리다. 그래서 이 책 『북유럽에서 온 손뜨개 소품』이 반가웠다. 좋아라하는 겨울 소품인 목도리는 없지만, 목도리를 좋아하는 데에는 ‘겨울 소품’을 좋아하는 마음이 크고, 그런 겨울 소품들이 23종이나 실려있다. 한 번쯤 떠서 하고 다니고 싶었으나 손재주가 없어서 하고 다니지 못했던 북유럽 느낌의 겨울 소품들.

 

 

노르웨이나 스웨덴, 핀란드 등 눈이 많이 내리는 북유럽 국가의 상징적인 패턴인 노르딕 패턴이라 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기분이 든다. 보온을 위한 소품이다보니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소품이 바로 겨울 소품인데, 이 책에서 선보이는 겨울 소품들은 겨울 소품이지만 그리 무거워보이지 않고, 담백한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느낌까지. 아이용 겨울 소품이 아니라 성인용 겨울 소품이 담백하면서도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새로웠다.

 

 

뜨개질에 재주가 없는 나로서는 이 책을 보고, 당장 뜨개질을 시작해봐야지, 라는 생각보다는 전진배치 되어있는 뜨개질 소품 착용컷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책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뜨개질 방법도 세세히 실려 있고 도안도 있겠다 한 번 만들어봐야지 보다는, 나도 이렇게 예쁜 겨울 소품을 만들 수 있을까? 이렇게 예쁜 소품이면 만들기가 쉽지 않아도 충분히 보람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달까.

 

 

겨울 소품을 착용하는 데에는 보온을 위한 착용도 있지만, 각각의 겨울 소품이 주는 포근한 이미지, 착용한 사람은 몸이 따뜻해지고 착용한 사람을 보는 사람은 눈이 따뜻해지는 효과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고스란히, 시간이라 쓰고 정성이라 읽는 그 과정을 거쳐서 아끼는 사람을 위한 겨울 소품을 기꺼이 만드는 것이다. 겨울엔 그 어떤 선물보다 추운 겨울을 버티는 데 힘이 되는 ‘온기’가 최고의 선물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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