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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지혜 42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선물할 책을 고르다보면, 책을 선물하는 그 시점의 내 심리상태가 파악되곤 한다.

 

선물을 받는 사람의 취향을 우선순위로 둘 때도 있지만, 보통은 내가 읽은 책 중에 이 사람이 읽어도 괜찮겠다 싶은 책을 고른다. 이를테면,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나 이병률의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와 같은 책. 나만 읽기 아깝고, 선물하면 그 기쁨이 두 배가 되는 책들. 이도 아니면 선물을 하는 때에 내가 가지는 관심사가 반영되어 책을 고를 때가 있는데, 이 책이 그랬다. (신간평가단 활동을 3기수째 해오면서 매달 신간을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는데, 이 책도 그런 습관으로 알게 된 책이다.)

 

이 책으로 미루어 볼 때 지금의 내 관심사는 오늘, , 재미 이렇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며칠 전 퇴근하고 만난 친구와 이런 주제를 가지고 신나게 대화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일의 재미를 위해 오늘을 버티는 나(자신)'에 관한 대화. 친구에게 내일의 재미는 여행이었다. 내게 있어 '내일의 재미'를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고 친구는 말했다. 친구의 말은 맞았지만, 재미는 언제 어떤 무엇으로 바뀔지 모르는 일이고(야구가 무슨 재미가 있냐고 생각했던 몇년전의 내가 야구에 빠져 살듯이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중요한 건 '재미가 있다'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재미있는 게 '오늘'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다 떠나서 사실 이 책에 눈길이 갔던 이유는 저자 '김혜남' 덕분이었다. 심리학 서적의 저자로만 알고 있던 작가님에게 이런 사연이 있었다니. 자연스럽게 목차를 살펴보게 되었고, 이 책을 선물하자고 마음먹었다. 책 선물이라는 게 참 묘해서, 지금이 아니면 이 책을 선물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하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내가 먼저 읽고 선물하는 게 아니어서 어색하긴 했지만, 어색해하는 게 무색할 정도로 좋은 책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던 이 책, 김혜남 작가님의 에세이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는 작가님이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지혜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 소개에 따르면 하루하루 잘 버텨 내고 있지만 가끔은 힘들고 외로운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인데, 나는 그 중 내가 쉽게 절망하지 않는 까닭이라는 글이 참 마음에 들었다.

 

작가님은 이 챕터에서 도종환 시인의 시 폐허 이후를 인용하며 자신도 시에 나오는 저를 버리지 않는 풀이 되고 싶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나무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대로 포기해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인생이기 때문이라고.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먼저 떠나기도 하고 더 큰일을 당하기도 하면서 살아가는데 내가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게다가 나에게는 고통을 대신 겪어 주지 못해도 많이 아프냐며 손잡아 주고 같이 울어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 내가 절망할 이유가 없다. 앞으로 병이 다시 악화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하면서 재미있게 살고 싶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어차피 사는 거 재미있게 살다 가면 좋지 아니한가. (p.33)

 

이 구절이 와 닿았던 건, 앞서 병으로 인한 고통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순간에도 고통과 고통 사이에 조금은 덜 아픈 시간이 분명 있다고, 그래서 그 시간을 기다렸다고 말할 수 있기까지 작가님은 어떤 시간을, 어떻게 보내셨을까 생각하면 아득히 먹먹해졌지만 작가님이 지켜온 밝은 분위기 덕분에 마지막 장을 덮는 그 순간까지 한 장 한 장 흡족하게 읽을 수 있었다.

 

모든 챕터는 아니었지만, 챕터마다 그 이야기에 맞는 작품 이야기를 들려주시거나 누군가의 말을 인용해서 들려주시는 것도 참 좋았다. 어릴 때 읽었던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소설 창가의 토토에서 어쩌면 세상에서 진실로 두려운 것은 눈이 있어도 아름다운 것을 볼 줄 모르고, 귀가 있어도 음악을 듣지 못하고, 마음이 있어도 참된 것을 이해하고 감동하지 못하며 가슴의 열정을 불사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닐까.”라는 구절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읽고 이해할 수 있었다. ,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남겼던 나는 평생 생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헤맸다. 그러나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라는 말도 이 책을 통해 좀 더 와 닿았다.

 

작가님의 버킷리스트 중에 7번째, ‘책 한 권 쓰기에 눈길이 간다. 그동안 다섯 권의 책을 냈지만 부끄럽기 그지없다고. 부끄럽지 않은, 사람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고 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줄 책 한 권을 쓰고 싶다고 하셨는데, 나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마음이 넘치게 따뜻했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앞서 읽었던 구작가님의 에세이 그래도 괜찮은 하루를 읽으며 써내려갔던 버킷리스트를 다시금 꺼내들었다. 그리고 빈칸에 이렇게 써 넣는다.

 

이 책처럼, ‘내 마음을 넘치도록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책 한 권이라도 더 찾아읽기’.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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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생 시절 나는 특정 신문사를 구독했었는데, 그 신문사를 택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매주 목요일마다 본지와 함께 실려 오던 ‘ESC'라는 신문 속 신문을 읽는 재미가 정말이지 쏠쏠했기 때문이다. 'ESC'속 여러 코너를 좋아했지만, 그 중 이기적인 상담실이라는 코너를 참 좋아했다. 그 코너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어떤 사람이 어떤 조언을 구하건 간에 매주 상담의 내용이 기다려졌기 때문이다. ‘이기적인 상담실을 연재했던 작가, 임경선 작가님은 그때 만났다.

 

이 책 태도에 관하여로 작가님을 다시 만났을 때, 오랜만에 작가님의 글을 다시 읽는다는 생각에 조금은 낯설면서도 반가웠다. 단편적인 글로만 읽다가 오롯이 책 한 권으로 접한다는 것도 새로웠기도 하고. 그렇게 시작한 에세이 태도에 관하여. 작가님의 글을 나름대로 오래 읽어왔기에 작가님을 조금은 안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생각보다 닮은 구석이 많다는 생각에 놀랐고, 여전히 다른 시각은 전보다 더 매력 있게 느껴졌다.

 

닮은 구석을 느꼈던 건 이 구절이다.

 

남들이 단체로 어울려 다니며 신나게 놀 때 나는 주로 1 1의 인간관계가 주는 조용한 친밀감에 편안함을 느끼며 성장해왔다. 원래 달변도 아니었지만 같이 있는 사람들이 3명을 넘어가면 말수가 그냥 줄어들었다.

그렇다 보니 나 역시도 살면서 이래저래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쓸데없이 예민하다 보니 누가 나와 맞고 맞지 않고 누가 나를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고를 너무 빨리 직관으로 알아채는 나 자신이 싫었다.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것은 또 견디지 못해서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던 나의 모습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지난날의 슬픈 초상이다. (p.96)

 

책을 읽다보면, 이건 정말 내가 쓴 것 같다 싶은 구절을 만나곤 하는데 이날은 이 구절이 그랬다. 특히 '3명을 넘어가면 말수가 그냥 줄어들었다'는 부분에서는 소름이 돋았더랬다.

 

그리고 이 구절.

 

글을 쓰는 일은 건강에도 썩 좋지 않고, 돈벌이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성격은 말할 것도 없이 점점 이상해져가지만 다행히 한 가지 구원이 있다. 이렇게 모든 고통과 슬픔과 사건 사고에서도 무언가를 건질수가 있다. 혼자라는 느낌이 들 때, 고독이 뼛속 깊이 사무칠 때, 무언가를 상실했을 때, 고통의 감정은 내 안의 여러 생각과 감정을 미친 듯이 자극시킨다. 비관으로 무너져 내리기보다 이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어서 글로 표현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고통은 어떤 형태로든 창작의 원천이 되어준다. (p.127)

 

나는 글을 업으로 삼고 살고 있진 못하지만, 글을 쓰는 일이 주는 구원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안다고 생각했다. 내가 알고 있다 생각하는 그 어렴풋이 이런 것이었구나, 이 구절을 덕분에 정리할 수 있었다.

 

또 하나 배울 수 있었던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구절은 이 구절이다.

 

노력하는 일의 변하지 않는 소중함에 대해 가열하게 얘기했건만 노력을 미화하거나 긍정하는 일에는 조심스럽다.

이루고자 하는 바를 실패했을 때 목표 성취보다 노력하는 과정에 의미를 둔다, 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의 반절만 믿기로 한다. (p.171)

 

내가 작가님의 글을 더 신뢰할 수 있게 만든 건 이런 구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박웅현 작가님의 여덟단어라는 책에서, 그 책을 가장 믿음직하게 만들었던 구절이 여러분께 좋은 샘플이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저를 믿지 마세요. 책 한 권 읽고 사람을 알 수는 없습니다.(p.156)’였던 것처럼, 글을 읽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수동적으로 읽는 나를, 한 발짝 물려 세우고 능동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구절들이, 그런 생각들이 책 곳곳에 담겨있다. , 내가 이래서 작가님을 좋아했구나 싶었다.

 

책 뒤편에 실린 김현철 쌤과의 대담에서 작가님의 말마따나 이 책은 어떤 완벽한 인간상을 빚어내려는 시도가 아니라 내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가고자 하는 개인적인 시도인 태도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작가님에게 중요했던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책을 읽는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각자 어떤 태도가 중요하게 다가오는지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책. 작가님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를 마주하고 답을 내기 바라지만, 결코 서두르라고 말하지 않는다.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일임을 알기 때문에.

 

요 몇 달, 혼자 고민도 많고, 생각은 더 많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이런 시기에는 그 어떤 책도 위로가 되지 않고 힘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이렇게 좋은 책이라면 얼마든지 위로가 되고 힘이 될 수 있음을 이제는 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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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는 업무 와중에, 주문했던 책 택배를 받는 일은 마른 땅에 단비가 내리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싶게 만든다.

이미 정독을 마친 책이고, 소장하기 위해 구매한 책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사유리의 <눈물을 닦고>와 <잠자기 전 읽기만 해도 나쁜 기분이 사라지는 마음의 법칙 26>은

이미 소개한 바 있으니 생략하고 남은 두 권을 소개한다.

존 패트릭 루이스의 동화책 <마지막 휴양지>는 5년전,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을 통해 처음 접했다.

정음과 함께 볼로냐 국제 그림책 원화전을 관람하게 된 세경은 한 작품 앞에 오랫동안 서서 그림을 바라본다.

그 그림에는 이런 제목이 붙어있었다. '마지막 휴양지'.

그리고, 정음을 찾으러 왔다가 세경과 마주친 지훈.

 

"이 그림이 마음에 드나봐?
아까부터 되게 오랫동안 보고 있던 거 같은데."
"아뇨, 그냥... 제목이 마지막 휴양지라서."
"그러네. 왜 마지막 휴양지지? 휴식을 주는 휴양지가 마지막이라니까 왠지 슬프네."

 

 


이상이 '마지막 휴양지에 대한 둘의 대화다.

마지막 휴양지 에피는 훗날 결말의 복선으로 얽혀 해석되지만,

역시 휴식을 주는 휴양지가 '마지막'이라는 제목이 주는 여운 때문에, 이 책에 관심이 갔다.

지금은 절판된 책이라 중고로 구매했다. 기쁜 마음에 받자마자 읽었는데, 재밌게 잘 읽었다😁

한 번 더 읽고 글을 써야지.

 

<2015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출간됐을 때가 아니면 사지 않을 것 같아서 함께 샀다.

대상으로 선정된 정지돈 작가의 <건축이냐 혁명이냐>부터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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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3권을 골랐다.

4월 출간 에세이 중 읽고 싶은 3권의 에세이.

 

 

1. 더 파크

 

 

 

마이페이퍼로 두 번 정도 언급한 기억이 있는데,

아직 읽지 못했기 때문에 여기에도 다시 넣어본다.

 

*

 

알라딘에서 신간알리미 서비스를 통해

김중혁 작가님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고 해서 보니 중혁님을 포함해

서울에 사는 일곱 사람이 쓴 그들의 공원에 관한 이야기란다.

 


일곱 사람 중에는 역시 중혁 작가님이 제일 익숙하고,

책 그리고 칼럼으로 여러 번 읽은 적 있는 음악평론과 차우진과

내게는 로필3로 기억되는 배우 유하준 이렇게 세 명이 익숙하다.

 


중혁 작가님의 글 중에

 


세상에 막다른 길은 없다는 것을 배웠다. 길은 어디에나 있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길이 없다면 돌아나오면 되는 거였다. 돌아나오는 길도 엄연히 길이었다.

나는 계속 글을 썼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길이 없다고 느껴지면 다시 공원에 가서 물을 보았다.

그해 겨울, 나는 소설가가 되었다.

 


라는 글이 인상 깊다.

 

 

 

2. 당신의 첫 문장

 

 

소설가 하성란이 두 번의 봄을 지내며 읽은 국내외 작가 50여 명의 산문에 작가 본인의 감상을 덧붙였다. 감추어왔던 외로움을 들켜버린 어느 날, 마음의 봄이 되어줄 작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책은 어둠을 비추는 손전등처럼 위로를 전하고 용기를 선사한다.

이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삶이 존재하고 그것은 우리가 읽는 책, 그리고 문학작품 속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수많은 상황과 수많은 관계 속에서 우리의 삶은 복잡하기만 하고 때로는 현실에 낙담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넘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태로운 상황이 이어지기도 한다.

이 책에서도 그만큼 많은 사연을 만날 수 있다. 치매에 걸린 늙은 시어머니를 모시는 고단한 중년의 삶이 존재하는가 하면(이난호 <윤예선 그 사람>) 부모를 떠나 할머니와 산골에서의 첫여름을 보내게 되는 여자아이(노익상 <첫여름>), 아버지 어디 갔냐며 어린 아이를 사정없이 흔드는 낯선 남자(천운영 <생강>) 등 힘든 여정을 보내는 이들의 이야기가 이 책의 일부분을 차지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 숙회 한 접시 서비스에 기뻐하는 노년의 삶(김숨 <간과 쓸개>)을 볼 수 있기도 하며 요강을 들고 다니는 조선 사람들의 모습을 두고 농담을 주고받는 이방인들(샤를 바라, 샤이에 롱 <조선기행>), 양꼬치의 레시피를 두고 알려달라 못 알려준다 실갱이를 벌이는 조선족 연인(박찬순 <가리봉 양꼬치>) 등 이 세상에 존재할법한 그리고 실제로 존재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책에 실려 있다.

 

 

*

 

산문 읽기 좋아라하는 내게, 국내외 작가 50여 명의 산문에 하성란 작가 본인의 감상을 덧붙인 책이라니!

고르지 않을 수 없었다. 목차를 읽다보면 이런 이야기가 담겨있구나, 하고 더 관심이 갈 것 같아서...

목차도 덧붙여본다 ^_^

 

 

책을 펴내며 : 나에게 이 글들이 손전등 같았듯

1부 : 태어나는 순간 우리는 늙어갑니다
김숨 <간과 쓸개>/ 태어나는 순간 우리는 늙어갑니다
방미진 <금이 간 거울> / 사람의 마음도 훔칠 수 있을까요?
이난호 <윤예선 그 사람> / 그녀는 마흔여덟입니다
르 클레지오 <허기의 간주곡> / 그 말에 저도 모르게 울고 말았습니다
이윤기 <날마다 지혜를 만나다>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 그릇
김도연 <바람자루 속에서> / 내비라고 이름 붙여진 다른 무엇
로버트 뉴턴 펙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 수줍어하듯 조용한 집
강영숙 <라이팅 클럽> / 늘 메모할 수첩과 연필을 준비해두세요
샤를 바라, 샤이에 롱 <조선기행> / 엉덩이에 닿던 그 감촉
이청해 <나는 네가 지난 여름 한 일을 알고 있다> / 모든 일은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일어납니다
최범석 <여행자의 옛집> / 작가나 시인이 따로 없습니다
김미월 <프라자 호텔> / 내 마음의 포인트 제로
니시카와 오사무 <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 / 아릿한 아픔, 한 잔의 위스키 맛

2부 : 인생은 고행의 길일까요?
알베르토 망구엘 <밤의 도서관> / 먼 곳에서 반짝이는 등불처럼
박찬순 <가리봉 양꼬치> / 며느리도 모른다는 맛집들의 비법
김도언 <불안의 황홀> / 타인의 일기를 읽는 재미
노익상 <첫여름> /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풍경일 테지만
이강숙 <젊은 음악가의 초상> / 고행의 길이라는 걸 조금은 알 듯합니다
무코다 구니코 <영장류 인간과(科) 동물도감> / 중년의 삶이란
천운영 <생강> / 아버지, 당신은 누구인가요?
유성용 <다방기행문> / 오래된 다방의 추억
심아진 <개구리 낯짝에 물 붓기> / 바람처럼 살라는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리처드 와이릭 <부족의 숫자> / 셈이 필요없기 때문일까요
갈산 치낙 <푸른 하늘> / 온기가 식어 미지근해진 돌멩이 하나
김혜진 <오늘의 할 일 작업실> / 거울 속에서 그가 본 건 누구였을까요

3부 :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서하진 <나나> / 우연, 그리고 인연
정길연 <남포동> / 허기, 때문일까요?
김인숙 <미칠 수 있겠니> /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황인숙 <도둑괭이 공주> / 시댁에는 고양이가 있습니다
김경욱 <연애의 여왕> / 10년 전 나의 글을 읽으며
백가흠 <힌트는 도련님> / 잠들지 못하는 밤
최창근 <13월의 길목> / 쟤네 영화 찍냐?
김성중 <그림자> / 정오? 그것이 아니라면
김탁환 <김탁환의 원고지> / 너무도 싸늘한 이성의 순간
강영숙 <프리퍄트 창고> / 프리퍄트 창고를 기다리며
구효서 <동주> / 아카시아 꽃이 떨어졌습니다
서효인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 아찔했던 그 순간

4부 : 조금 더 먼 곳을 바라봅니다
윤성희 <느린 공, 더 느린 공, 아주 느린 공> / 느리게, 더 느리게, 아주 느리게
코이케 마사요 <언덕 무리> / 좀 더 먼 곳까지
김미월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 / 내가 누군지 알아?
로저 스크루턴 <철학자, 와인에 빠져들다> / 나는 마신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홍양순 <미스터리 시간> / 허공에 떠 있다는 느낌
마르셀 에메 <생존 시간 카드> / 때로는 자조에 빠지고
루이스 세풀베다 <지구 끝의 사람들> / 바다로 나가지 못하는 늙은 어부
김별아 <가미가제 독고다이> / 그때가 마음의 봄이었습니다
최제훈 <그림자 박제> / 너, 괜찮니?
니시무라 겐타 <고역 열차> / 가까스로 달려가는 기차
황정은 <옹기전> / 수박은 누가 낳았어?
한유주 <도둑맞을 편지> / 여기 붉은 나무함이 있습니다
가즈오 이시구로 <남아 있는 나날> / 우리 머리맡에 늘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는 것들

출전

 

 

 

3. 엄마, 우리 힘들 때 시 읽어요

 

 

 

매일 조금씩 기억을 상실해 가는 엄마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작가는 시간이 날 때마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날아가 요양원에 계신 엄마를 방문한다. 기억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진 어머니와 대화를 이어가기가 힘들어지자 평소 문학과 시를 좋아했던 어머니를 위해 시를 한 편씩 읽어드렸다.

< 엄마, 우리 힘들 때 시 읽어요>는 방송 작가와 에세이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송정연, 송정림 자매가 공동 집필했다. 시 한 편을 고르고 골라 엄마에게 읽어드리고 엄마의 젊은 날을 이야기하고, 도란도란 모여 살던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고, 엄마에게 못다 한 마음을 표현하고 위안을 전한다.

엄마와 시가 있는 함께 있는 풍경이 얼른 그려지지 않는다. 시 한 편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듯이, 시 한 편에 담긴 수많은 뜻을 단정하여 말할 수 없듯이 그와 똑 닮은 엄마가 있다. 별처럼 빛나면서도 깊은 영감과 여운을 전해주는 엄마와 시가 함께 있다.

하루하루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에게 두 딸은 시 한 편씩을 읽어주기로 한다. 젊을 적 바쁜 일상에도 불구하고 시를 흠모했던 엄마를 떠올리며, 함께 시를 읽는 동안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이제껏 못한 애정공세를 마음껏 펼친다. 작가의 엄마는 곧 모두의 엄마다. 그 엄마가, 그 시가 하늘에서 내 마음으로 내려와 앉아 도리어 나를 위로하고 있다.

 

*

 

어머니는 그 옛날 우리가 어렸을 적에 우리에게 동화책을 읽어주셨습니다. 이제 우리가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어머니에게 시를 읽어드립니다. 어린 시절의 저는 판타지가 있는 동화를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인생을 관조하는 연세의 어머니는 시구 하나하나에 삶의 순간들을 대입시키며, 시를 읽어드리는 동안 미소를 짓고 눈물도 지으십니다. 시를 읽어드리면 ‘아, 좋다, 좋다. 참 좋다…….’ 하십니다. 시를 읽어드리는 도중에 가느다란 숨소리를 내며 잠이 들기도 하십니다. 나지막하게 동화 읽어주는 소리에 어린 시절의 제가 잠이 들었듯이 어머니도 딸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이 같은 얼굴로 잠이 듭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가끔 촌철살인의 유머로 우리 모두를 웃게 만들지만 평소 엄마는 말수가 참 없으시죠. 그런데 요즘 특히 더 말이 없어지셨어요. 저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엄마가 건망증이 심해져 혹시 이름을 말했다가 틀릴까 봐, 맞는 얘기가 아닐까 봐, 그래서 더 말씀을 안 하시는 거죠?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 엄마가 틀리면 우리가 슬퍼할까 봐서요.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돼요. 엄마는 충분히 깨끗하고 단정하게 살아오셨잖아요. 마음 놓고 좀 틀리셔도 괜찮아요. -<옛날> 중에서

엄마와 함께한 즐거운 순간을 떠올려봅니다. 어린 네 자매가 엄마와 함께 목욕하던 그때, 엄마와 함께 노래 부르던 그때, 엄마가 끓여주신 맛있는 된장국을 먹던 그때, 우리 자매가 피곤한 엄마의 발마사지를 해드리던 그때……. 그 순간이 우리 가족에게는 계절로 치면 푸른 오월이에요. 지금 이 순간…… 엄마에게 시를 읽어드리는 이 시간도 지나고 나면, 반짝이는 아름다운 한때, 푸른 오월로 기억되겠지요. -<푸른 오월> 중에서

그 사람 때문에 아플 수도 없고, 그 사람 때문에 포기할 수도 없고, 그 사람 때문에 절망할 수도 없고, 그 사람으로 인해 희망을 갖고, 그 사람으로 인해 힘이 나고, 그 사람으로 인해 오늘도 열심히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이 곧 나의 네 번째 클로버 잎입니다. 네 번째 잎을 달아야 비로소 완성되는 내 삶의 행운……. 그 네 번째 잎이 바로 엄마였어요. 네 잎 클로버를 그토록 찾아다녔는데 이제야 발견하다니……. 내 인생의 네 잎 클로버를 완성하고 그 행운을 가져다주는 우리 엄마……. -<네 잎 클로버> 중에서

 

 

본문 속 구절을 읽다가 울컥해서 한참 먹먹해했다.

 

매달 신간 주목 페이퍼를 작성하는 일이 가장 좋은 건,

이렇게 보석같은 책을 발견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것.

 

다음 달 도서로 선정되지 않을것 같으니, 이 책은 내가 구매해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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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앤턴 - 살만 루슈디 자서전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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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4, 1240g. 이 어마무시한 쪽수와 무게가 이 책 조지프 앤턴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조지프 앤턴은 조지프 콘래드와 안톤 체호프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유일하게 부커 상을 세 번 수상한 작가이자 이슬람의 암살 위협 속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았던 소설 같은 삶을 살아온 소설가 살만 루슈디. ‘조지프 앤턴은 그런 살만 루슈디의 도피생활을 위한 가명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래서 집을 떠나는 그 순간을 특별히 의미심장하게 여기지도 않았지만, 그가 5년 동안 살았던 그 집에 돌아오기까지 그로부터 3년이 걸렸고 그때는 이미 그의 집이 아니게 되고 만다. 1988926일 출간한 한 편의 소설 악마의 시때문이었다. 이 책이 이슬람교의 탄생 과정을 도발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출간 즉시 격렬한 논란을 부른데 이어 급기야 1989214일에 이란 지도자 호메이니가 신성모독죄로 살만 루슈디에게 파트와(사형선고)’를 선포하기에 이른다. 영국 정보부와 경찰의 경고에 따라 루슈디는 기약 없는 도피생활에 들어갔다. 그 사이 이란의 ‘15 호르다드 재단은 파트와 실행에 현상금 100단 달러를 내걸고, 악마의 시출판사에 협박 전화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주일 뒤, 악마의 시를 판매하던 미국의 서점에서 폭탄이 터졌고, 같은 해 49일에는 영국의 서점 2곳과 오스트레일리아의 서점에서 폭탄이 터졌다.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년 뒤 7월에는 악마의 시이탈리아어 번역가가 칼에 찔려 중상을 입었으며 일본어 번역가가 살해되는 등의 테러가 잇따랐다. 그러한 살해 위협 속에서 자신과 작품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인 루슈디.

 

이 일을 두고 루슈디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일에서 최악의 측면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 되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는 사실이다.’(p.21)

 

일을 그렇게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이슬람 사회의 지도자, 이맘이었다. 괴물이 되어버린 지도자 이맘. 사람들은 이맘을 소리 높여 규탄하기 시작했고 그의 혁명도 인기를 잃고 말았다. 그리하여 지지자들을 결집시킬 방법이 절실했는데, 때마침 등장한 책 악마의 시의 저자 루슈디가 그 해답을 주게 된 셈이었다. 책은 악마의 소행이고 저자는 악마. 그렇게 이맘은 원하던 적을 얻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가 프롤로그의 대략적인 요약이다. 본인이 소설가여서 그런지 몰라도, 거기다 유일하게 부커 상을 세 번 수상한 작가여서 그런지 몰라도 막상 책을 읽으면 824쪽이라는 어마무시한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소설보다 소설 같은 삶. 처음에는 루슈디의 도피 생활이 어떠했는지에만 초점을 맞춰서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문학가로서의 루슈디에 관심이 갔다.

 

소설가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자신의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직도 변함없었다. 소설가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루슈디도 매번 정신적, 언어적, 형식적, 정서적 여행을 했다. 책은 그 여행에서 얻은 메시지였다. 그는 독자들도 자신과 함께 여행하며 즐거워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제 그는 깨달았다. 어느 시점에선가 독자들이 그가 걸어간 길을 따라오지 않는다면 물론 아쉬운 일이지만 그로서는 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평론가들에게 소리 없이 말했다. 나와 함께 걷지 않겠다니 안타깝구려. 그래도 나는 이 길을 가겠소. (p.799)

 

자신의 소설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라던가, 프로듀서 브라이언 그레이저가 사무실로 초대하더니 루슈디 자신의 삶에 대한 영화 시나리오를 써보지 않겠냐고 물었을 때 혹시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 싶어지면 책으로 먼저 내겠다고 말했다. (할리우드에서는 일로 엮이지 않고 지내는 것이 더 좋기도 했다. 뭐랄까, 그게 더 근사하니까. 시나리오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부터 한낱 고용인 신세로 전락할 테니까.)’(p.794) 라고 말했다는 것도 그의 말마따나 참 근사해보였다.

 

예술은 그렇게 강하지만 예술가는 약하다. 어쩌면 예술은 스스로를 지켜내는지도 모른다 (p.812)고 루슈디는 말했지만, 그의 자서전을 읽고 있으면 예술, 그 중에서도 문학만큼은 루슈디 자신이 역량껏 지켜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지프 앤턴으로 살아낸 13년이 말해주듯이.

 

워싱턴 포스트는 이 책에 대해 놀라운 책이다. 오랫동안 내 책상을 스쳐간 자서전들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말했다. 난생 처음 읽어본 자서전이었지만, 난생 처음 읽은 자서전이 이렇게 멋진 자서전이라는 생각에 뿌듯했다. 스릴러이자 한 편의 서사이며 정치적 에세이이자 사랑 이야기이고 자유에 대한 송가, 아니 그 무엇보다 다만 루슈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잊지 못할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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