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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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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책이 좀 많다. ‘많다는 기준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넓고 좋은 아파트를 책들에게 내어주고 빌라 반지하에서 월세를 산다거나 집이 아닌 다른 곳에 서재를 만들어 책을 소장할 만큼의 책을 가진 정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일단 내 책은 내 방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독립을 하면 내 방에서 내 집이 되겠지만) 몇 년 전에 10년간 사용해온 침대를 버리고 크고 튼튼한 책장을 들이면서부터 책은 순식간에 불어났다. 그러면서도 책을 세어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내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이웃분이 책이 몇 권이냐 되냐며 물어봐주셔서 한 번 세어볼 기회가 있었다. 만화책과 영화 잡지를 포함해서 500권이 되었었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대략 550권 정도 된다. 읽지 않은 책보다 읽은 책이 많지만, 이렇게 계속 사 모으다가는 애서가인 척하는 장서가가 될 것 같아서 작년부터는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쪽으로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 중 절반은 읽다말고 사 모았지만 말이다.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를 통해 처음 만난 윤성근 작가님의 책은 그 뒤로 내가 침대 밑의 책을 찾아 읽으면서, 이번 책 책이 좀 많습니다는 세 번째로 만난 책이다. 여전히 책 이야기였다. 내 옆에 있고 우리 동네 사는 평범한 애서가 23명의 이야기. 23명 중에는 애서가인 동시에 장서가인 사람도 있었지만, 허름한 책꽂이 몇 개 있는 애서가에 관한 이야기가 분명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이며, 가장 좋아하는 책은 무슨 책인지 물어보면 1초의 고민 없이 대답할 수 있는 애서가들 말이다.

 

단호한 성격이라 다른 사람 눈치 보는 걸 싫어하는 대학생 김바름씨는 그래도 마음이 흔들릴 때면 자본1판 서문 마지막에 마르크스가 옮겨 적은 신곡의 한 구절을 떠올리며 중심을 잡는다고 한다. “너의 길을 걸어라, 누가 뭐라 하든지!Segui il tuo corso, e lascia dir le gent!"

그런 김바름씨의 이야기가 담긴 꼭지의 제목은 이 책의 목차를 살펴보던 나를 단숨에 사로잡았는데, ‘너의 책을 읽어라, 누가 뭐라 하든지였다. 책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내가 읽는 책을 소개할 때면 너무 쉬운 책만 읽는 사람으로 비춰지는 건 아닐까?’하는 고민에 한 동안 읽을 책을 고를 때 망설였던 적이 있다. 나름의 슬럼프였던 그 시기를 지나올 수 있었던 건 그런 나를 인정하고, 그게 누구건 눈치 보지 않기로 결심한 덕분이었다. 쉬운 책만 골라 읽고 있는 건 사실이었고, 요 몇 년 사이에 많은 에세이를 읽게 된 건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에 책을 고르는 내 마음을, 마음보다 먼저 나가는 손을 망설이지 않기로 했다. 그게 굳어져서 올해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서 읽기로 다짐했지만 말이다.

 

23명의 애서가 중 내가 가장 공감했던 애서가는 프리랜서 편집자 겸 여행 작가 이시우씨다.

 

제가 읽으려고 하는 책은 전부 사서 봅니다. 책을 한번 읽기 시작하면 쫓기지 않고 차분히 읽어야 되니까 책을 사서 두고 읽는 게 여러모로 편합니다. 책 읽는 속도가 느린 탓도 있고요.”

 

한번 읽기 시작한 책은 밖에 나갈 때도 늘 갖고 다니기 때문에 가방이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노트북과 다이어리, 필기도구, 두툼한 책까지 넣으면 꽤 무게가 나가는데, 오래전부터 그냥 그렇게 다녀서 그런지 특별히 불편하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호기심에 전자책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 들기는 하지만 역시 종이책이 좋습니다. 종이만의 느낌, 만지고, 밑줄 긋고, 접고 하는 기능을 전자 기기가 구현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종이가 주는 그 느낌은 절대 아니니까요. 또 제가 평소에 메모를 즐기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종이와 필기도구 같은 아날로그에 더 마음이 끌립니다.”

 

이씨는 몇 해 전 읽은 메모의 기술에서 읽은, 메모하는 목적은 쓰고 나서 잊어버리기 위해서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습관처럼 무엇이든 읽을거리를 가까이 두고 살다보니 생활의 일부분이 된 느낌을 받는다. 어디를 가서 누구를 만나든 늘 수첩과 책, 또는 책이 아니더라도 다른 읽을거리를 꼭 챙긴다. 이씨는 이제 읽을거리가 곁에 없으면 불안하다고 한다.

 

이상이 이시우씨의 인터뷰 중 발췌한 구절들이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어떤 작가는 때로 완전히 나하고 똑같은 삶을 산 것처럼, 또는 나하고 똑같은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끌리는 경우가 있다.'는 이 책에서의 구절처럼, 이시우씨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나는 소름이 돋았다. 에세이는 조금 더 빨리 읽는 편이지만, 좀 더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소설의 경우 읽는 속도가 느린 탓에 빌려 읽지 못해서 대부분 사서 읽는 편이다. ‘해밀(본명을 닉네임으로 대신했다)의 가방은 늘 무겁다는 친구들의 말처럼, 내 가방은 책 뿐만 아니라 늘상 챙겨 다니는 노트와 필기구 덕분에 꽤 무게가 나가는 편이다. 오래전부터 그냥 그렇게 다녀서 그런지 특별히 불편하다는 생각은 없는 것도 똑같았다.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좋아하는 것도, 좋아하는 이유도 같았고 메모의 기술에서 메모하는 목적은 쓰고 나서 잊어버리기 위해서다라는 말을 기억에 남는 말로 꼽은 것도 같았다. 끝으로, 읽을거리가 곁에 없으면 불안한 것까지. 온라인에서 내 취향과 맞는 사람의 글을 읽게 되면 내가 쓴 글 같다고 말하는데, 정말 그랬다.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렇게 공감했던 부분이 있는가 하면, 배울 점도 많았다.

 

1.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머릿속에 든 게 많아도 그것을 버무려 자기 철학을 만들지 못하면 아는 척밖에 할 수 없(p.92)으니 자기 철학을 만드는데 힘쓸 것.

 

2. 서점은 책을 사러 가는 곳이고, 헌책방은 책을 만나러 가는 곳이라고. (중략) 그렇게 낯선 책들 중에 하나를 골라 읽어보면 뜻밖의 보물을 찾을 때가 있(p.138)으니 헌책방을 가까이 할 것.

 

3. 내가 갖고 있으면 몇 년 동안 책장 안에서 빛을 못 볼 운명인데, 다른 누군가에게는 당장 필요한 책일 수도 있(p.148)으니 책에 대한 욕심을 줄이고 정리할 책은 정리할 것.

 

물론 모든 애서가에게는 책을 사랑하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겠지만, 내게 부족한 점을 채워 넣는다면 보다 넓고 깊은 애서가가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열심히 밑줄 치고 메모하가며 읽었다.

 

글을 마무리하자니, 문득 작년에 재밌게 읽은 오카자키 다케시의 장서의 괴로움이 떠오른다. 장서의 괴로움이 책 제목처럼 장서의 괴로움을 호소하던 애서가의 이야기였다면, 이 책은 장서의 괴로움을 기꺼이 짊어지고 애서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책이었다.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 오카자키 다케시 『장서의 괴로움』 ]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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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조용하다고 생각한 한 소녀가 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원래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한 소녀는 나중에야 자신만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텔레비전 소리 볼륨을 아무리 올려도 아무런 반응도 없는 소녀를 보고 엄마는 절망한다. 그제야 소녀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싶었던 소녀는 자신 대신 소리를 들어줄 귀가 큰 토끼 ‘베니’를 그리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자신이 만들어낸 토끼 ‘베니’와 함께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한 소녀에 대한 희망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가 잘할 수 있는 일은 그림을 그리는 일뿐이었다. 그녀는 들리지 않아도 그림은 그릴 수 있으니까 2008년부터 ‘싸이월드’에서 스킨작가로 자신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의 그림을 알리고 유명해지기도 한 그녀는 자신 대신 많은 일을 해주는 토끼 ‘베니’에게 감사해하며 유쾌하게 살아간다. 그렇지만 몇 년 전, 그녀는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유전적 병인 이 병은 점점 시야가 좁아지는 병으로 결국에는 아예 보이지 않게 되며 아직까지 치료법도 없다고 한다. 세상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조금씩 맺어가던 그녀는 이제 자신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사라지게 된다는 것에 슬퍼하지만 그 안에서 다시 희망을 찾는다.

언제나 유쾌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는 매일매일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행복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많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한다. 빛이 완전히 사라져도 그녀는 계속 그림을 그릴 것이다.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그녀는 그림을 그려나갈 것이다.

 

*

 

구작가님의 토끼 '베니'는 싸이월드 시절에 만났다.

블로그처럼 내 마음대로 스킨을 바꿀 수 없었고, 그래서 스킨을 구경할 때가 많았는데

그 때 '귀가 큰 토끼' 베니를 만났던 거다.

 

일러스트를 더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에 베니를 그린 구작가님의 홈페이지에 들어가게 되었고,

일에 대한 문의는 이메일로만 받는다는 작가님의 글을 발견했다.

그때 알았다. 작가님이 귀가 큰 토끼를 그리는 이유를.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싶었던 소녀는 자신 대신 소리를 존재를 그리기 시작한다.'

 

내가 베니를 좋아했던 이유는 그저 귀여운 토끼여서가 아니라

베니에게서 작가님의 희망을 읽어냈기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 대신 많은 일을 해주는 토끼 베니에게 감사해하며

유쾌하게 살아간다는 구작가님.

반가운 마음으로 책 소개를 읽어나가는데 애석한 문장이 눈에 밟혔다.

몇 년 전,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으셨다는 이야기.

 

그래도 언제나 유쾌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다는 구작가님은

매일매일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행복하다는 글을 읽는데,

단순히 책 소개를 읽는 것만으로 벅차 올랐다.

 

 

 

베니, 조금만 기다려. 곧 만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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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원대하고 마음은 이미 대업을 이루고도 남았으나, 본디 사주가 게을러 성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일상+대중문화 찬양 에세이다. 저자는 2012년 6월부터 2014년 3월까지 1년 10개월간, 신문 지면에 '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칼럼을 연재했다. 주로 심각하지 않은 책이나 만화, 드라마, 영화, 노래 등을 소재로 하여 가벼운 일상 이야기를 녹여낸 칼럼이었는데, 기자가 갖춰야 할 객관과 중립의 미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에 뜬금없는 만화나 뜬금없는 아이돌을 언급하며 기자의 편파적 취향과 주관적 유머코드를 마구 투척한 글들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로 독자들은 그녀의 칼럼을 "사랑했다." 이 책은 그 가운데 작가와,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매우 열렬했던) 독자들이 애정한 글들을 추려내고, 여기에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새롭게 덧붙여 쓴 것이다.

 

*

 

'어쩌다 어른'이라는 제목과 '나만의 잉여로움을 위한 1인용 에세이'라는 부제도 마음에 들었지만,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책 소개에 담긴 글이었다.

 

주로 심각하지 않은 책이나 만화, 드라마, 영화, 노래 등을 소재로 하여

가벼운 일상 이야기를 녹여낸 칼럼이었는데, 기자가 갖춰야 할 객관과 중립의 미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에 뜬금없는 만화나 뜬금없는 아이돌을 언급하며 기자의 편파적 취향과 주관적 유머코드

마구 투척한 글ㄷ르이라니. 나 역시 이런 칼럼을 읽고 쓰길 좋아하는 사람이라 끌리는 게 당연했던 것 같다.

 

'청춘이라기엔 민망하고 어른이라기엔 아직 서툰 당신에게'

 

 

 

 

 

일러스트도 완전 내 취향*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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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김훈, 이해인, 이외수, 도정일 등 우리 시대의 멘토들이 뽑은 '내 인생의 시 한 줄'을 담은 책. '나를 흔든 시 한 줄'은 2014년부터 중앙일보 오피니언 면에 매주 두 차례씩 연재된 코너다. 고은 시인이 첫 주자로 시작해 사회 각계 인사들이 마음에 새겨둔,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준 시 한 편과 그 사연을 소개했다. 지금까지 100여 명의 명사들이 뜨거웠던 청춘의 문장들을 선보였으며, 그중에서 천천히 오래 읽고 싶은 55명의 원고를 묶어 책으로 펴냈다.

고은 시인은 시(詩)를 '심장의 뉴스'라고 했다. 시가 시원한 바람 한 자락, 서늘한 물 한 모금처럼 온몸에 신선한 피돌기를 가져오는 새 소식이라는 비유다. 그렇다면 '나를 흔든 시 한 줄'은, 마음에 새겨두고 오래 씹어 어려운 시절마다 힘으로 삼았기에 '나를 살린 심장의 뉴스'인 셈이다. 아프고 외로웠던 순간 '나를 지탱해준 청춘의 문장들'이 하루하루 상처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것이다.

 

*

 

작년에 세계사에서 출간된 『순간을 읊조리다』를 인상 깊게 읽었다.

시 한 줄이 주는 그 힘이 어찌나 강렬하던지.

이 책은 2014년부터 중앙일보 오피니언면에 매주 두 차례씩 연재된 코너로,

고은 시인이 첫 주자로 시작해 사회 각계 인사들이 마음에 새겨둔,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준

시 한 편과 그 사연을 소개한 책이라고 한다.

 

'나를 흔든 내 인생의 시 한 줄'

 

100명의 명사들이 뜨거웠던 청춘의 문장들을 선보였고,

그 중에서 천천히 오래 읽고 싶은 55명의 원고를 묶어 책으로 펴냈다는데

아... 목차만 살펴봐도 두근두근하다.

 

아래는 책을 읽기도 전에 나를 설레게 한 목차를 덧붙여본다.

 

 

 

1. 그땐 정말 몰랐었네

다 거둬들이지 말고 조금 남겨두기를
도정일 . 로버트 프로스트, 「안 거둬들인」

성자가 된 밥풀
이해인 . 권영상, 「밥풀」

새를 잡으려 걸어놓은 새장을 지우는 일
김창완 . 자크 프레베르, 「어느 새의 초상화를 그리려면」

이젠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말로 . 최승자,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피다, 지다, 울다, 살다
김훈 . 김소월, 「산유화」

사람이 온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문훈숙 . 정현종, 「방문객」

결코 침묵하지는 말자
정호승 . 김수영, 「눈」

나는 을이로소이다
권영빈 . 김장호, 「나는 을乙이다」

우리가 찾는 것은 이 세상에 없는 것
박정찬 . 퍼시 비시 셸리, 「종달새에게」

너는 사라진다, 그러므로 아름답다
문정희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잊히지 않을 말, 잊을 수 없는 말
고은 .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천국편』 33곡

모든 흔적은 상흔傷痕이다
성석제 . 정현종, 「견딜 수 없네」

내 전 생애가 담긴 침묵이라오
최영미 . 사라 티즈데일, 「아말휘의 밤 노래」

어느 길에서 속기俗氣를 벗어날까
손철주 . 두보, 「관이고청마제산수도」

춤을 춥시다, 둥둥 날아오릅시다
안은미 . 조지훈, 「승무」

경계에서 피는 꽃
안호상 . 함민복 「꽃」

혼자 보는 별 하나
장제국 . 이준관, 「별 하나」

2. 흔들리는 꽃을 보았네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테니까
김용택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박원순 . 최영미, 「선운사에서」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임옥상 . 고은, 「비로소」

영혼은 반드시 고통부터 경험해야 한다
한대수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수용소군도』

단호한 참수
서명숙 . 문정희, 「동백꽃」

꽃피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그리고 두려워 마라
김선욱 . 헤르만 헤세, 「봄의 말」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박재동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인순이 . 장태평, 「나이 든 나무」

분투하고 추구하며, 결코 굴하지 않으리니
박경철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바람이 인다, 살아야 한다
승효상 . 폴 발레리, 「해변의 묘지」

녹슨다는 것과 닳아진다는 것
황보 . 조지 휫필드, 「일기」

강물은 바다로, 나무는 하늘로 향한다
구본창 . 작가 미상, 『가언집』

시방 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김종규 . 김종규, 「꽃자리」

불위야不爲也, 비불능야非不能也
조재현 . 맹자, 『맹자』

언제든 잊지 못할 이 꿈은
차동엽 . 황순원, 「나의 꿈」

너와 나의 최후는
조영남 . 이상, 「최후」

아빠가 옆에 없으면 곁에 있다고 생각하지
김성곤 . 잭 로거우, 「스케이팅 레슨」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
유종호 . 함형수, 「해바라기의 비명」

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
이길여 . 정호승, 「봄길」

푸른 바다는 고래를 위하여 푸른 것이다
조희연 . 정호승, 「고래를 위하여」

나는 그들을 잊지 못한다
엄홍길 . 베르톨트 브레히트, 「살아남은 자의 슬픔」

3. 사랑이 나를 부르네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이외수 .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가을 강」

향풀 진액으로 쓴 두 번째 편지
이원복 . 서정주, 「사소 두번째의 편지 단편」

너를 안고 내가 스며들다
함춘호 . 안도현, 「스며드는 것」

참혹하게 아름다운 우리
진모영 . 박노해, 「첫마음」

지금 내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유기풍 . 나태주, 「행복」

나를 으깨어 다른 삶으로 이어지는 힘
원희룡 . 안도현, 「연탄 한 장」

사람 하나 탐낸 죄
한승헌 . 김남조, 「사랑초서」

사랑이 진리라면 나는 탐구하겠다
전인권 . 어니스트 헤밍웨이, 「삶」

너의 이름을 부르기 위하여
김봉렬 . 폴 엘뤼아르, 「자유」

우리가 서로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박정자 . 문정희, 「사랑해야 하는 이유」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았지만
안희정 . 신동엽, 「담배연기처럼」

상한 살을 헤집고 입 맞출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박찬숙 . 김남조, 「생명」

이다음 숲에서 무엇으로 가야 할 것인가
김희옥 . 조오현, 「적멸을 위하여」

달 뜨걸랑 나는 가련다
신경림 . 이병철, 「나막신」

나무 같은 사람 만났으면…
강부자 . 이기철, 「나무 같은 사람」

나는 천 개의 바람이에요
정경화 . 메리 엘리자베스 프라이,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

서로에게 꽃이 되는 주문
한영애 . 김춘수, 「꽃」

엮은이의 말 / 작품 출처 / 그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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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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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동진의 빨간책방, 줄여 말해 빨책이라 부르는 팟캐스트의 오랜 애청자임을 고백해야겠다. 책만큼은 아니지만 영화 역시 좋아라해서, 전부터 영화를 이야기하는 영화평론가 동진님을 알고 있었는데 책에 대해서도 이렇게 깊이 있는 분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인 동시에 장서가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책에 대해서도 이렇게 흥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실 줄 몰랐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2000년대 가장 재미있는 한국 장편소설이라는 주제 아래 천명관의 <고래>와 정유정의 <7년의 밤>에 대해 이야기하던 첫방송을 숨죽여 듣던 그때를 기억한다. <고래>를 미리 읽지 못하고 방송을 듣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이미 잊은지 오래였고, 재밌게 읽은 <7년의 밤>에 대해 반가워했던 것도 잠시, 그저 책에 관한 방송을 접한다는 생각에 두근두근했다. 그 당시엔 스폐셜 게스트라 소개되었던 흑임자 중혁님은 어느덧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고, 비문학을 함께 이야기하는 신임자 다혜님까지, 100회를 넘게 챙겨 들어오면서 빨책에 대한 추억이 많이 쌓였다.

 

출퇴근길에 듣다가 두 분의 개그에 (나는 두 분의 개그코드가 상당히 잘 맞는 청취자 중 한 명이다) 빵 터져서 스마트폰에 집중하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본 적이 있고, ‘내가 산 책코너는 아껴뒀다가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찾아보면서 듣기도 했으며, 두 분을 믿고 덜컥 산 책도 여러 권 있다. 이 책에 실린 일곱 작품 중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대표적이다. 두 분의 빨책이 아니었다면 선뜻 선택하지 못했을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책장을 덮고 싶을 때마다 두 임자님들이 있으니까, 하고 열심히 읽었던 적이 많았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나의 내공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었는데 책을 다 읽고 방송을 들으니 작품이 다시 읽혔다. 1부에선 결말을 함구하며 떡밥을 날릴 때 함께 웃었고, 2부에선 예고했던대로 결말에 대한 거침없는 이야기를, 완독한 자만이 누리는 당당함을 즐기며 집중해서 들었다. 방송을 챙겨 들은 사람들이 극찬을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방송 덕분에 즐겁게 책을 복기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작품에 대해서 없던 애정도 만들어주던 이다지도 든든한 믿는 구석빨책. 방송을 들으며 아아, 저 멘트는 메모해두고 다시 읽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는데, 이렇게 방송을 책으로 묶어 출간해주니 나로서는 정말 감사할 따름이었다. 두 분의 깨알 같았던 멘트가 생략된 건 아쉽지만 그건 방송을 다시 들으면 되는 일이니까.

 

이 책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은 두 임자님이 다룬 소설 중 일곱 권의 소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긴 책이다. 숭고하고 윤리적인 속죄 속죄우연과 운명, 권태와 허무, 그 가볍지 않은 무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마지막, 당신이 만나게 되는 진실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소년의 어떤 꿈에 대하여 호밀밭의 파수꾼신기한 이야기에 숨겨진 카오스와 코스모스 파이 이야기이렇게 강하고 자유로운 남자를 그리스인 조르바그가 또다른 세계에서 만난 것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이렇게 일곱 권의 책들. 한 줄의 책 소개도 어쩜 이리 맛깔나는지.

 

영화야 직업이라지만 책은 대체 얼마나 부지런히 읽기에 내공이 저리도 깊은가 싶은 뇌가 섹시한 남자동진님, 소설 곳곳에서 알아봤고 산문집에서 제대로 반해버린 김중혁 유머를 방송에서도 어김없이 구사해서 웃음을 선사해주시는 흑임자중혁님. 이 책이 내게 갖는 가장 큰 의미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라는 사실에 있다. 맞다. 거의 완전하게 비슷한 마음이라서 이동진 선배의 글에서 복사해서 갖다 붙인 것이라는 중혁님의 글을 따라 써봤다.

 

글을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다시 고백해야겠다. 내가 빨책덕분에 혼자서는 벅차서 내려놓았던 작품을 다시 붙잡아 애정을 기울이고, 중혁님 말마따나 책을 더욱 즐겁게 읽고 더 꼼꼼하게 읽을 수 있게 되었으며 무엇보다 문학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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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5-02-16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동진님 매력적이죠...?
`함께 아파할 수 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2000년)
`이동진의 시네마레터`(1999)
지금은 절판된 책인데요... 혹시 읽어보셨어요?
제가 사랑하는 책이예요....

해밀 2015-02-19 23:02   좋아요 0 | URL
알면 알수록 더 매력적인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2000년대 이후에 나온 책들만 읽어봐서,
메모해뒀다가 도서관에 가게 되면 찾아 대출해와야겠네요*_*!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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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유 - 가슴 뛰는 여행을 위한 아홉 단어
밥장 글.그림.사진 / 앨리스 / 201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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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떠나는 이유를 묻는다면, 첫째로 일탈이고 둘째로 기차라고 대답할 수 있겠다. 내게 있어 여행이 그랬다. 저 멀리 해외가 아닌 국내로 떠나는 여행이지만 매일 같은 일상을 벗어난다는 그 사실은 충분히 일탈이 되었다. 여름엔 다른 지역의 야구장에서 야구를 보고, 겨울 바다의 수평선을 한 없이 바라보고, 한적한 관광지를 여유 있게 거니는 일은 지금까지 열심히 버텨온 것에 대한 보상이었고, 일상을 다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이었다. 그리고 기차. 기차 안에서 나는 챙겨간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고, 때때로 글을 쓰는 그 시간을 참 좋아한다. 책을 읽거나 손으로 글을 쓰는 데 부담 없는 흔들림과 적당한 소음,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질리지 않는 차창 밖 풍경 등 기차를 좋아하는 이유는 많지만, 사실 기차는 그저 좋다. 때로는 기차를 타고 싶어서 떠나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저마다 떠나는 이유가 있고 어떤 이유가 옳고 그르다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이 책 떠나는 이유를 읽고 내게 새로운 이유가 생겼다.

 

떠나는 이유는 글 쓰는 일러스트레이터 밥장님의 새로운 책이다. 이전의 책 밤의 인문학이 병맥주 한 병을 손에 쥐고 마시면서 인문학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인문학 이야기를 듣던 중 여행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려달라고 다음 날 다시 모여 앉아서 이번에는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여행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사실 그의 여행기는 그의 블로그 여행 카테고리에서 몇 백 편으로 만날 수 있지만, 밤의 인문학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재밌게 읽었던 나로서는 책과 밥장님의 조합을 지나칠 수 없었다.

 

10여 년간 이어져온 여행에서 그가 내린 결론은 단순하다. ‘출발. 여행을 떠나며라는 챕터에서 그는 루이 페르디낭 셀린느와 닐 도널드 월시의 말을 빌려서 이렇게 밝힌다. 무미건조하게 산다는 것은 감방 속의 삶이며, 진짜 인생은 우리가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순간 시작된다는 것이라고. 길 위에서 이런 교훈을 마주하기까지 여행에서 찾은 행운, 기념품, 공항+비행, 자연, 사람, 음식, 방송, 나눔, 기록이라는 아홉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여행도 인생도 진짜 내 것으로 만드는 밥장 식 여행의 한수를 공개한 책인데, 나는 그 중 기록이라는 키워드 앞에서 두근두근했다. 이 챕터에서 나는 꼼꼼하게 기록을 남긴 작가 반 고흐를 다시 만났는데, 흔한 카페나 식당, 여인숙이 고흐 덕분에 고흐보다 더 오랫동안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는 단연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물론 고흐가 내 이럴 줄 알았다고 예상해서 작품과 기록을 남긴 건 아니었을 거라고, 어쨌든 자신 또한 고흐를 본받아자주 가는 카페 감싸롱과 신촌 파스타, 함박식당에다 그림 그리고 블로그에 사진도 올리고 몰스킨에다 이야기를 남긴다고, 자신과 자신의 기록 덕분에 감싸롱이 100년 뒤에도 여전히 홍대 골목에서 패티 굽는 냄새를 풍길지도 모른다는 밥장님의 글에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이쯤에서, 내게 생겼다던 새로운 이유에 대해 써야겠다. 내가 밥장님을 알게 된 이유와 연관되어 있는데, 바로 몰스킨이다. 뭐든 기록하기 좋아하는 내게 몰스킨을 구입해서 기록하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지인에게서 들은 바 있는데, 그땐 그 돈으로 책을 한 권 더 사 읽겠다며 받아쳤지만 지인의 말이 맞았다. 하루 이틀 기록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전부는 아니어도 한 카테고리쯤은 몰스킨에 기록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손때가 잔뜩 묻은 똑같은 몰스킨이 열네댓 권 쌓여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을 보고 몰스킨을 쓰게 되었다는 밥장님. 나는 그런 밥장님의 기록을 보고 몰스킨을 써야겠다 마음 먹고, 어쩌면 내가 몰스킨을 쓰는 것을 보며 내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도 몰스킨을 따라 쓸지도 모른다. 내 몰스킨에 담기는 기록은 밥장님처럼 한 장 한 장이 알찬 기록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이제니 시인은 아마도 아프리카에서 나를 달리게 하는 것은/ 들판이 아니라 들판에 대한 상상이라고 하였습니다. (p.336)

 

이 책을 읽게 하는 것은 단순히 밥장님의 새로운 책이어서가 아니라 이 책의 온전한 매력에 있다.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던 여행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 곳곳에서 마주치는 인용된 책 속 구절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음악을 찾아 듣는 재미, 아기자기 혹은 느낌 있는 일러스트가 알차게 담겨있는 책.

 

인생은 당신이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순간 시작된다. - 닐 도널드 월시

 

책 곳곳에 꽂혀있었던 책갈피를 꺼내며 생각한다. 나의 다음 여행은 어떤 인생이 될까 하고.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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