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 혼자 있을 때 더 자주 내리는 것.

비가 온다. 비는 형태보다 소리가 우선이다. 보이지 않는 검은 밤이지만 눈을 감고서도 느낄 수 있음이 좋다. 너의 모습보다 이상하게 너의 목소리가 먼저였던 날처럼. 너의 모습이 달라져도 달라지지 않을 너의 울림을 기대하는 것처럼.
비오는 날 사람들은 잘 움직이지 않는다. 이미 먼 곳의 누군가를 각자의 마음에서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 변종모,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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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샤를드골공항에서 엄마 아빠와 헤어지기 전, 최대한 있는 힘껏 둘을 끌어안았다.

엄마는 곧 울 것 같은 표정이었고, 아빠는 흔들리는 감정을 감추기 위해 먼 곳만 바라보셨다.

나의 근본, 나의 시작, 나의 힘, 나의 아킬레스건, 부디 안녕히.

뾰족하고 못된 내 말들은 모두 잊고, 아주 멋지고 찬란했던 여행이었다고 기억해 주길.

- p.76

 

"억겁의 시간이 가도 기록은 남는다. 기록으로 지식이 이어진다."라는 것을 보여 주는 대영 도서관의 전시실에서 나는 인간이 가진 그 기록하려는 의지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세월을 견딘 누릿한 책들이 뿜어내는 포스가 얼마나 묵직하고 뜨끈한지 느꼈다. 꽤 오래전 보았던 송일곤 감독 영화 <마법사들>의 포스터에는 이런 카피가 적혀 있었다. "기억하는 모든 것은 사랑이 된다."

 

대영 도서관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서 나는 스쳐 가는 일상의 작은 풍경들을 기록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 - 일기나 사진, 녹음, 녹화, 메모나 낙서라도 - 을 더 열심히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대단한 무언가를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억하고 기록하려는 의지를 잃지 않는 것, 그 자체가 삶을 사랑하는 아주 멋진 태도인 것 같다는 생각에. 그러다 보면 내 마음속 어딘가에 묵직하고 뜨끈한 추억의 도서관이 생겨나지 않을지.

 

- p. 103

 

비행기 창문 밖으로 드넓게 펼쳐진 파란 창공을 보는데 미란다 할머니의 또랑또랑한 목소리와 맑은 기운을 품고 있던 눈빛이 어른거렸다. 그래. 미란다 할머니처럼 씩씩하게, 누가 뭐래도 나는 나대로, 귀찮음 따위에 지지 말고, 더 보고 더 알고자 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그렇게.

 

- p.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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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은 영화가 될 수 없고 음악평론은 음악이 될 수 없지만 문학평론은 문학이 될 수 있다. 문학평론이 가장 위대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문학평론은 그만큼 특수하다는 얘기다. '뭔가'에 들러붙어서 바로 그 '뭔가'가 되는 유일한 글쓰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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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 책 구경하려고 들어왔다가 발견하게 된 <월급전쟁>.

결국 구매해서 재밌게 읽고있다.

 

챕터마다 '생활 속 작은 혁명'이라는 깨알같은 팁이 있는데 

그 중 '연예인의 시시콜콜한 사건들이 우리 삶을 좀먹는다, 정크데이터 끊기'에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서 페책에 올려봅니다.

(전문이 1장 반 분량이 되서, 올리고 싶은 구절만 추려서 포스팅!)

 
*

내가 회사에 다녔을 때 일이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점심시간에 책을 자주 읽곤 했는데 회사 선배가 책을 읽는 나를 보고 "넌 참 한가한가 보다."라며 비꼰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네이버 기사를 보고 있을 때는 오히려 함께 맞장구를 쳤다. 인터넷 정크기사를 보는 것보다 책을 읽는 것이 더 생산적인 일인데 말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 읽었던 책이 내 인생에 훨씬 더 큰 도움을 주었다. 지금도 그때 읽은 책들에 힘입어 내가 책도 집필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연예인들의 사건사고 기사에서 빠져나와서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선별하고 책을 읽자.

책을 읽는 데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되지만 그 어떤 매체로도 습득할 수 없는 고급지식과 생각의 바탕을 제공한다.

고전부터 실용서까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어떤 책을 읽었는지 목록으로 정리해보고 좋은 문장은 내 것으로 만들어라. 삶의 자산이 될 것이다.

- 원재훈 <월급전쟁> 중에서

 

 
 
*
 
책만큼이나 드라마, 영화 좋아하는 저로서는 끊기가 여간 쉽지 않은 정크데이터.
좋아라하는 배우 드라마, 영화 캐스팅 소식은 때로는 비타민이 되는 데이터로 다가오기도 하고,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하는 한 끊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좀먹지 않는 선까지만 즐기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정크데이터 찾는 시간보다는 책을 좀 더 가까이 하고 싶은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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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에게.

어제는 성당이 보이는 곳으로 가서 약간의 습작을 하고 돌아왔다.

공원을 그린 습작도 있다.

성당보다는 사람의 눈을 그리는 게 좋다.

사람의 눈은, 그 아무리 장엄하고 인상적인 성당도 가질 수 없는

매력을 담고 있다.

거지든 매춘부든 사람의 영혼이 더 흥미롭다.

 

- 1885년 

 

 

-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가 주고받은 편지를 묶은 《반 고흐 영혼의 편지(예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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