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라는 시에서, 가장 마지막 구절을 남겨두고 싶다.

전문을 남기려다, 마지막 구절만 맴돌기에 괜찮을 것 같다 싶어서.

얘야, 네가 다 자라면 나는 네 곁에서 길을 잃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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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할 차례라고 하던데, 맞아?

시는, 내가 살아있음을 알려주려고 있는 거야.

살면서 외롭거나 힘들거나 혹은 내가 하찮다고 느껴지거나 할 때,

아무 시집이나 한 번 읽어봐.

그럼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야.

누가 본문 좀 읽어볼까?”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를 꽂고 산들 무얼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얼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른다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는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단 한 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 박인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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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책을 반납할 때 아쉬움이 가득한 책들은, 종종 이렇게 내 손으로 다시 돌아온다.

나의 책장 혹은 책탑 어딘가에 머물 나의 책으로. 


무딘 연필을 깎아 쓸 때마다 이 책을 생각하곤 했다.

시간이 흘러 나의 책으로 다시 만나 펼쳐들고 읽은 구절을 남겨본다.

*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기를. ― 1880년대 어느 날의 기록

의지가 물러지고 마음이 약해질 때 고흐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읽곤 한다. 특히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기를'이란 대목에 이르면 싸한 연민에 가슴이 에인다. 그의 핏물어린 기록 앞에서 철없이 징징거리는 생각 같은 건 가위로 뚝 잘라내듯 떨어져 나간다. (p.284)

*

어쩌다보니 연속으로 고흐에 관한 구절을 꼽아 올린다.

오랜만에 다시 읽는 책마다 고흐의 이야기를 찾아 읽는 걸 보면,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고흐에게 약한 모양이다.

다가오는 9월에는, 늦었지만 '반고흐, 영혼의 편지'를 찾아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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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책 구매때, 오늘의 한국문학 샘플북04 (8월)을 받았는데, 뒷표지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책탑 위에 올려두고 며칠을 들여다보다 끝내 이렇게 사진으로 남긴다.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마 우리가 헤어진다면 우리가 서로에게 한 일 때문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 때문일 거라고."

 

- 김종옥 소설 『과천, 우리가 하지 않은 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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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2
자력으로는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부정적인 감정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움직여야 하는 것은 역시 마음이다.
행동을 통해서 감정이 따라 올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가장 먼저 움직여야 하는 것은 마음이다.

p.93
"괜찮을 거예요."
물론 정말로 괜찮은지 어쩐지는 계산에 없다. 방법도 분석도 고찰도 나중이다.
괜찮을 거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괜찮아지기 시작한다.

p.99
덧붙이자면 『던』에서 부부 사이에 모두 분인을 보여주느냐 마느냐 하는 대화가 나온다.

나는 모든 것을 보여 주지 않아도 그 사람과의 관계를 더 좋게 하려는 것 자체가 애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p.145
부정적 감정을 없애는 것은 긍정적인 감정이 아니다. 몰입이다.

p.168
천재라면 아집이 강해도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해서 결과를 낸다.

하지만 내 경우는 아집에서 출발해 결국 통념으로 귀결한다.

그리고 전부 내 잘못이야, 라고 반성한다. 그런 일이 내 인생에는 숱하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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