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공주는 잠 못 이루고 1 공주는 잠 못 이루고 1
흰울타리 / 나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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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울타리 작가님 오해 키워드 조합 재밌네요! 즐거운 마음으로 2권 읽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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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된다는 것
니콜 크라우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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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크라우스의 단편집 『남자가 된다는 것』을 읽었다. 올해 북클럽문학동네 웰컴키트 선택도서로 니콜 크라우스의 『사랑의 역사』를 선택해서 받아 보았는데, 티저북으로 단편집을 먼저 읽게 되었다.

티저북에는 <스위스>, <에르샤디를 보다>, <아무르> 세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이 세 편의 단편에서 책의 제목인 '남자가 된다는 것' 혹은 '남자라는 존재', '남자답게 행동하기'를 느끼지는 못했지만 세 편의 단편만으로 충분히 니콜 크라우스 소설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소라야가 슬픈 미소를 띠고 내 머리카락을 만졌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때 내가 본 건 어떤 품위였다고 믿었다. 자신을 벼랑 끝까지 밀어붙이며 어둠 혹은 두려움과 맞붙어 이긴 사람의 품위.
-<스위스> 중에서

로미에게 자꾸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것은 그녀가 마음을 열고 그런 일들을 찾기 때문이며 항상 뭔가를 시도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로 결과에는 크게 개의치 않았고 그런 시도가 어떤 감정을 일으키는지, 그걸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지만 생각했다.
-<에르샤디를 보다> 중에서

그들에겐 아직 휴대전화가 없었고 전화선으로 접속하던 인터넷 공간도 당시에는 텅 비어 있다시피 해서 한동안 그들 사이에는 침묵만이, 눈물과 의문만이 있었다. 아무 것도 알지 못하고 알 수도 없는 상태. 다시 말해 인내와 기다림만이 있었다.
-<아무르> 중에서

세 편의 단편 중 내 마음을 사로잡은 단편은 <에르샤디를 보다>였다. 주인공 나는 이란 감독 아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 <체리 향기>를 보는데, 영화의 줄거리와 영화를 챙겨 본 나와 친구 로미의 시선이 흥미로웠다.

한 남자가 자동차를 몰고 황량한 벌판을 달려간다. 그는 지나치는 사람들을 눈여겨 보며 자신의 차에 동승할 사람을 찾는다. 그가 찾고 있는 사람은 수면제를 먹고 누운 자신의 위로 흙을 덮어 줄 사람. 돈은 얼마든지 주겠다는 그의 간절한 부탁에도 사람들은 고개를 젓는다. 애띤 얼굴의 군인도, 온화한 미소의 신학도도 죽음이란 단어 앞에선 단호하게 외면할 뿐. 드디어 한 노인이 그의 제안을 수락한다.
(후략)

지난달에 본 영화 <헤어질 결심>이 떠올랐다. 그는 왜 그런 결심을 한 것일까 생각하니 이 작품으로 처음 접한 <체리 향기>도,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나와 로미도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미 다른 얘기로 옮겨갔다는 사실을 잊은 듯, 그리고 우리가 예전처럼 서로 마주앉아 시작도 중간도 끝도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기라도 한 듯, 영화에서 마지막으로 놀라웠던 점이 무엇인지 썼다. 에르샤디가 무덤 안에 누운 후 그의 눈이 마침내 스스로 감기고 화면이 검게 변했을 때, 사실은 그게 완전히 검지는 않아. 자세히 보면 비가 내리는 게 보여.
-<에르샤디를 보다> 중에서

비가 내린다는 건 영화의 사실이나 그것을 로미가 말해준다(정확히는 썼다)는 것이 중요했다.

로미에게 자꾸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것은 그녀가 마음을 열고 그런 일들을 찾기 때문이었듯, 나 역시도 이런 단편집을 읽을 수 있었던 건 책을 만날 기회를 곳곳에 열어두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가에 꽂아둔 『사랑의 역사』를 머리맡에 옮겨두겠다 마음먹으며 티저북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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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안갯길에 사는 사람들 (총2권/완결)
디키탈리스 / 오렌지디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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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절감에 잘 어울리는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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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무대 - 곧 흔적도 없이 사라질 그 시간을 축제처럼 만끽하는 수밖에 없다. 아무튼 시리즈 46
황정원 지음 / 코난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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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바로 이거지. 영상 공연이 라이브 공연을 대체할 수 없는 이유. 코로나로 인해 납작한 온라인 공연만이 가능한 동안 나는 이 생명력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생면부지의 관객들과 감정을 공유하는 그 기묘한 느낌, 그래서 객석 안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가 된 듯한 초현실적인 시간 또한 말이다. 무대 밖 일상이 사라지고, 마침내 공연을 관람하는 나마저 사라지면 그 진공으로 무대라는 우주가 빨려 들어온다. 그 속에서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을 유영하다 현실로 돌아오면, 그리 오래 있지 않은 것 같은데 그렇게 긴 시간이었나 놀랐다가 아니, 순식간에 끝난 것도 같아 재차 시간을 확인하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저 깊은 어딘가에서 생명력이 움터온다. 나의 일상과 전혀 무관한 무대 위 이야기가 지친 일상을 추스르고 버틸 힘을 준다. 그 힘을 한 번이라도 느껴보면 '공연뽕' 맞은 사람이 되어 무대를 찾고 또 찾는다. 찾을 수밖에 없다. 살아가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p.101)

내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아이돌 덕후에게 비밀번호의 일부분이 최애의 생일이거나 데뷔일이라면 연극-뮤지컬 덕후에겐 레전드 관극날이 되곤 하는데 내겐 190420이 그렇다. 2019년 4월 20일,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처음 본 날이었다. 흐린 구름을 잔뜩 머금은 날씨, 공연을 보고 나와서 본 롯데월드의 신데렐라성에 켜진 조명까지 모든 것들이 기억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비가 제법 쏟아졌는데, 그 비를 맞으면서도 공연 이야기에 웃음꽃을 피우며 택시를 잡던 순간까지 말이다. 그렇다. 나와 공연을 함께 본 언니는 '공연뽕'을 맞은 것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생명력을 나란히 느낀 우리는 다시 무대를 찾았다. 서울에서의 공연은 종료되었지만 지방 공연이 시작된 덕분에 인천으로, 성남으로, 천안까지 찾아갔다. 4월부터 8월까지 이어진 관극 덕분에 잊지 못할 여름이었다.

무대에 대한 나의 경험은 연극과 뮤지컬에 한정되지만 이 책 <아무튼, 무대>를 쓴 황정원 작가님의 경험은 굉장히 폭 넓은데, 그 지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과학도의 삶을 살다 음악에 매료되어 진로를 수정하셨다니. 이런 분을 두고 다재다능하다고 하는 걸까. 과학도로서의 모습은 여기서 드러난다.

"네가 수도관 속을 흐르는 수돗물이야. 더 빨리 흐르려면 어떻게 해야겠어?"

물리학과 선배가 나에게 유체역학을 설명하며 물었다. 관을 통과하는 유체가 표면과 마찰하며 받는 저항, 또 저항을 최소로 받는 모양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마찰을 최소화해야 추진력을 최대로 얻을 거 아냐."

대화가 오간 장소는 KAIST 교내 수영장이다. 그는 내 접영 자세를 바로잡아주려고 먼저 유체역학을 이해시키고 있었다. 수영복 차림으로 말이다.

(p.25)

빗밧울이 떨어지는 각도와 단면적을 계산하기 보다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이어질 동사를 그때는 미처 찾지 못했다며 과거를 회상하는 부분에서 나는 사람을 이과-문과로 나누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단지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인생의 경로를 이렇게까지 수정해도 되는 걸까? 고민하는 사람 앞에서 그건 무례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한예종에 입학하여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겪은 갈등이 거꾸로 자신을 미는 추진력이 되어 원하는 세계로 데려다주었다는 작가님. 이곳이 원하는 세계임을 깨달았던 순간은, 추측컨대 이 구절이 아닐까 싶다.

그리하여 그날, 내 세계가 뒤집혔다. 하나의 텍스트가 서로 다른 시선으로 읽힐 수 있었다. 다 다르게 읽혀도 되는 것을 넘어 그렇게 읽혀야만 했다. 이 충돌과 혼잡함이 모두가 공유하는 하나의 목적, 훌륭한 공연을 창조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었다. 그러므로 예측 가능한 정답이 아니라 자신만의 해석과 개성이 필요했다.

어항 속에 있다가 갑자기 바다 한가운데로 풀려난 물고기가 된 기분이었다. 어리둥절한 가운데 엄청난 희열이 느껴졌다. 눈앞이 아찔할 정도의 자유였다. 벽이 없다! 어느 방향으로 헤엄쳐도 틀렸다며 가로막히지 않는다. 다른 견해가 오답으로 밀쳐지지도 않았다. 도리어 각자의 시선과 다양한 생각이 두텁게 쌓일수록 새롭고 독창적인 길이 나타났다.

(p.22-23)

내가 무대를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늘 아래 같은 무대가 없다는 것. 같은 배우가 낮밤으로 종일 공연해도 낮의 공연과 밤의 공연이 다르다. 배우의 컨디션이, 객석의 분위기가, 그날의 날씨가, 실수로 꽂고 나온 머리핀 하나가 그날의 공연을 만든다. 같은 공연이지만 공연장이 다르기도 하고, 공연을 올리는 계절이 다르기도 하다. 공연이 완성되기까지의 모든 여정이 공연이 된다. 만든 사람, 만든 것을 접한 사람 모두에게 정답이 없는 세계.

이 멋진 세계를 외국에서는 장애를 가진 사람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는 정말이지 부러웠다. 오페라 무대에 수어 통역사가 올라서 청각장애인들이 음악극을 즐길 수 있다니. 이 글을 읽는데 지난달 막을 내린 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이 떠올랐다. 청각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비장애인 가족 사이에서 겪는 소외를 그린 작품인데, 공연기간 중반까지 자막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 관객의 항의를 받았다. 이에 제작사가 급히 극장과 협의하여 한글자막을 제공했다고. 일반 공연장이 아닌 국립 공연장인데다, 청각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비장애인 가족 사이에서 겪는 소외를 그린 작품이 자막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공연을 올린 것은 결국 장애를 가진 관람객을 소외시킨 것 같아 씁쓸했다.

장애를 가진 관객을 가장 진취적으로 포용하는 곳은 영국 국립극장이다.

(p.85)

이곳에선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운영하는 음성해설 지원 공연도 있다. 공연에 앞서 참가자들은 ‘터치 투어’라는 것을 제공 받는다. 스태프들의 리드에 손을 세트에 올려놓기도 하고 소품을 건네받아 극을 파악하기도 한다.

한 참가자는 의상팀이 건넨 집주인 키티의 카디건을 만져보고 “꽤 낡은 느낌이네요. 키티가 오래 입은 옷인가 봐요.”라고 물었다.

(p.87)

이후엔 무대디자이너가 나서서 세트디자인의 의도를 설명하고, 본 공연을 앞둔 배우들이 직접 등장해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소개한다. 투어 참가자들이 그들의 목소리와 극중 캐릭터를 미리 연결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시각 정보가 있다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지만, 시각 정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에겐 청각/촉각 정보로 전환이 필요한데 이 부분을 ‘터치 투어’를 통해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 투어를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었을까. 이 공연의 가장 멋있는 점은 이 부분이다. 예산은 생각보다 적었고, 정부보조금은 전혀 없다는 것.

전혀 없다고요? 전혀? 여러 번 되묻고 같은 답을 몇 번이나 들었는데도 “그런데 용케 극장이 자비를 들여 이런 일을 하는군요”라고 믿겨 하지 않자 단순한 대답이 돌아왔다.

“왜냐면 그게 옳은 일이니까요.”

(p.90)

이날 이후 모든 것이 비관적으로 느껴질 때, 세상이 너무 각박하다고 느껴질 때, 작가님은 영국 국립극장 홈페이지 Access 페이지를 찬찬히 들여다보곤 하신단다. 한계를 핑계 삼지 않고, 앞장서서 세상을 바꾸는 선한 사람들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서라고. 한국에도 배리어프리 공연이 더 늘어나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소외되지 않고 무대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진들 박제할 수 없기에 더욱 간절한 시간, 곧 흔적도 없이 사라질 시간이라 축제처럼 만끽할 수밖에 없는 이 시간 예술을 애틋하게 여겨본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며 글을 갈무리한다.

p.s. 무대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무대를 올리는 사람으로 배우며 생각한 이야기, 영화 '마션'과 오페라를 날개 삼아 버틴 난임에 대한 이야기 등 작가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인상 깊었는데 글이 길어질까 담지 못했다. 책에 언급된 뮤지컬과 오페라는 하나도 알지 못했지만, 내가 경험한 무대들을 떠올린 덕분에 읽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앞서 언급한 것으로 인해 국립극장에 오해가 있을까봐 첨언하자면, 지난해 동물의 생명권을 주제로 한 연극 ‘로드킬 인 더 씨어터’에서는 모든 회차에 걸쳐 수어 통역과 음성해설, 한글자막을 넣었고, 장애인 극단 다빈나오의 ‘소리극 옥이’ 공연에 수화통역가를 배치한데 이어 올해 공연 녹화영상에도 수화통역 화면을 넣어 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공극장을 중심으로 장애 관객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오해하지 마시길!

(해당 내용 참고 기사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304/112147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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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마지막 여행이 끝나면 (외전 포함) (총11권/완결)
하늘가리기 / 피오렛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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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가리기 작가님의 소설을 어쩌다보니 11권짜리 <마지막 여행이 끝나면>으로 입문하게 되었다. 본인이 쓴 소설 속 악역 왕비 ‘진’에 빙의한 유진과 남편인 사왕 카세르. 대화 잘 되는 메인 커플 보는 재미에 프라즈-라미카 라크, 환수 등등 탄탄한 세계관을 읽는 재미까지 쏠쏠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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