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

미치오 슈스케, N

읽는 순서에 따라 엔딩이 달라지는 소설이라는 책 소개에 끌려서 구매했다.

언제 구매했는지 가물가물하긴 했는데 1년이나 되어갈 줄이야.

미치오 슈스케의 소설은 처음 읽는다. 아직 읽은 건 아니니까 샀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지도.



2023.04

파스칼 메르시어, 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의 신작 <언어의 무게>가 나왔던 달로 기억하는데,

그래도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먼저 읽어야지 하는 마음에 구매.

608쪽으로 깨나 벽돌책이다.



2023.06

미리엄 테이브스, 위민 토킹

<위민 토킹>이라는 영화가 개봉하는데 루니 마라, 클레어 포이, 제시 버클리,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나온대...

개봉 언제 할지 모르겠지만 원작 소설도 흥미로워 보여서 냅다 구매부터 함.



2023.07

다카노 가즈아키, 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신작까지 사면서 아직 한 권도 안 읽은 사람이 나야 나...

2024년에는 다카노 가즈아키 도장 깨기나 해볼까!



2023.12

존 윌리엄스, 부처스 크로싱

동진리가 2023 올해의 소설에 꼽기 전에 구매했다.

안 그래도 구매하고 싶었는데 블로그에서 '노인과 바다'의 서부 편이라고 표현하는 걸 보고

아, 이 소설도 내 취향이겠구나 했다.

<스토너>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해서 겸사겸사.



2024.01

패트릭 브링리,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이건 전적으로 동진리 추천 보고 샀다. 이번에 책 구매하면서 느낀 건데, 누군가의 추천으로 책을 산다는 건 생각보다 근사한 일이라고 느꼈다. 나한테 영향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영향대로 움직여보고 싶다는 것이 흔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저 말을 믿어보자, 하는 거니까. 기대한 것과 달라서 실망할지라도 그렇게 책 한 권을 읽은 거니까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 구매한 건 아니고, 마음산책북클럽에서 받은



<필수는 곤란해> 까지 총 7권의 책.

글이 거창한 게 아니고 전부 이런 식이라 한 권 한 권 구매할 때마다 떠들 수 없었구나 싶다. 돌아보니 책을 구매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다. 구매한 책을 읽는 게 어렵지. 2024년 독서 계획을 작년에 했던 것처럼 만다라트 서식으로 만들까 새로운 서식을 만들까 고민 중이다. 출판사 별로 묶고 싶기도 하고, 2023년에 구매한 책으로도 묶고 싶고... 만다라트가 파트당 9권 읽기는 불가능해도 (나의 경우) 여러 파트를 골고루 읽는 면에서는 아주 좋았고, 재밌었다. 이 고민, 저 고민 조금 더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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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해두고 읽어야지, 읽어야지 했던 <모순>을 완독한 이후로 독서에 다시 재미를 붙였다. 이슬아 산문집 <심신 단련>까지 완독하고나니 평소에 추호도 없던 완독 욕심이 생기더라. 그래서 당장 완독할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의 빛>을 꺼내들었다. 읽덮을 반복해서 그렇지 반 정도는 읽어둔 책이었기 때문이다.

다 읽고 깨달았는데 어지간히 안 맞는 책(안 읽히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은 미련없이 내려놓는 게 속 편하다.^^ 소설집이라 4편 중에 1편은 마음에 들지 않을까 싶어서 오기로 완독하였으나 마지막까지 내 취향과 거리가 먼 책이었다. 끝까지 안 읽으면 이 책에 대한 환상의 빛을 거둘 수 없을 것 같아 애썼던 것도 있다.

그리고 다음 책을 고르려는데 읽고 싶은 책과 읽고 있는 책과 읽었으면 하는 책이 충돌했다.

먼저, 읽고 싶은 책은 <제시의 일기>다.
본진이 이 책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뮤지컬을 하는데 그 전에 읽어두고 싶어서 무더위를 뚫고 대출해왔다. 집에 가는 길에 책을 펼쳐 보았는데 심상치 않았다. 육아 일기인데...그 일기를 쓴 부부가 임시 정부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부부인 거지. 일기라기보다 역사책 같은 느낌이 있어서 설렁설렁 볼 수 없는 책이었다. 그래서 잠시 보류.

읽고 있는 책은 <여름의 빌라>인데 단편집은 탄력 받아서 쭉 읽지 않으면 단편과 단편 사이에어 자꾸만 멈추게 된다.

읽었으면 하는 책은 이디스 워튼의 <여름>

이다. 원래는 <이선 프롬>을 먼저 알았는데 <여름>이 땡겨서 먼저 샀다. 시작이 반인데 시작이 선뜻 안 되더라. 그래서 곁에 두면 좀 읽을까 싶어 며칠 전부터 책장에서 꺼내두었다. 이번 주 안에는 시작해보겠어...

방금까지 읽다 덮은 책은 아이러니하게도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이다. <환상의 빛>을 읽고 나니까 어떤 책도 다 읽을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 마음으로 펼쳐 들었는데 웬걸, 너무 재밌다. 진도 못 뺐던 책을 열다섯 쪽이나 호로록 읽었다. 역시 사람은 맞는 책을 읽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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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양귀자의 <모순>을 읽는다. 양귀자의 소설은 원미동 살던 중학생 시절에 필독서라고 해서 읽었던 소설집 <원미동 사람들> 이후로 오랜만이다. 살림에서 출간된 표지로 기억하고, 도서관에서 읽었다는 감각만 남아있을 뿐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흐릿하다.

2. 이 책을 읽기 전에 인상 깊었던 부분은 2쇄를 주기로 표지의 색상이 변경된다는 점이었다. 내가 갖고 있는 건 2판 34쇄로, 흰색과 연두색 조합에 파란색 음각으로 된 색상의 책이다. 가름끈 역시 음각의 색상을 따라서 가름끈을 잡을 때마다 책의 색상에 대해 생각한다.

<모순>으로 독서 모임을 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책을 한데 모아서 찍은 사진에 눈이 갔다. 언제 나온 판본이냐에 따라 외형이 다른 점이 재밌었다. <원미동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책 역시 본문의 기억은 흐릿해질지라도 표지만큼은 기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의 이름이 안진진인 것까지는 기억하려나.

3. 3장까지 읽은 상태인데 '나는 지금 1998년에 있다...' 는 주문을 외우며 읽는다. 그래도 튕겨나올 땐 1998년에 만든 드라마를 본다고 생각한다. 이질감이 있음에도 가독성이 워낙 좋아서 내일 안으로 읽을 수 있겠다 싶다.

4. 2021년에 사둔 책을 이제야 읽는 이유는 최근에 본 영상(솔의 서재, 좋은 문장에는 돌부리가 있는 것 같아요)에서 누군가 이 책을 추천했기 때문인데 2년 전에 사둔 덕분에 이 책을 당장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짜릿했다. 역시 책은 읽으려고 사는 게 아니라 산 책 중에 읽는 것이다.

5. 3장까지 붙인 플래그 중에 아래의 구절을 기록으로 남겨둔다.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을 부득불 해가면서 살아갈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아껴서 좋은 것은 돈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돈보다 더 아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이었다.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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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채우는 감각들 - 세계시인선 필사책
에밀리 디킨슨 외 지음, 강은교 외 옮김 / 민음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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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에서 출간된 세계시인선 필사책 밤을 채우는 감각들을 읽고 써보았다.

 

이 책에는 4명의 시인의 시가 실렸다. 청교도 집안에서 태어나 평생 독신으로 살며 성경과 신화, 셰익스피어를 즐겨 읽었던 19세기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 평생 70개가 넘는 이명(異名)으로 문학적 인물들을 창조하여 작품을 쓴 포르투갈의 모더니즘을 이끈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 제임스 조이스, 프란츠 카프카와 함께 20세기 현대문학을 연 마르셀 프루스트. 괴테, 스탕달, 도스토예프스키 등 많은 예술가에게 영향을 준 19세기 영국의 대표 낭만주의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


각각의 시들은 이전에 출간된 에밀리 디킨슨의 <고독은 잴 수 없는 것>, 페르난두 페소아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마르셀 프루스트 <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 조지 고든 바이런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에서 한 번 더 깊이 감상하면 좋을 시들을 엄선하였다고 한다.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더 익숙한 마르셀 프루스트를 포함하여 네 시인의 시를 이번 필사책으로 처음 접했다. 시를 읽다보니 시인이 많은 시에 걸쳐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 같아 재밌었다. 부족하지만 직접 필사한 시들로 시를 살펴보자.

 

에밀리 디킨슨의 시 중에 <희망이란 날개 달린 것>이라는 시를 골랐다.

 


디킨슨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생애의 대부분을 고향 매사추세츠 주 애머스트에서 보냈고, 외출을 극도로 자제하는 은둔 생활을 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할 때마다 느낀 정서적인 위기를 들 수 있다는 글을 읽었다. 외출을 줄여 관계를 차단하면 교류를 덜 하게 될 테고, 그렇다보면 이별하게 되더라도 정서적으로 안정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을까. 그래서 이 시 <희망이란 날개 달린 것>에 마음이 갔다.

희망이란 결코 멈추는 법 없이, 말없이 노래 부르며 영혼의 횃대 위를 날아다니는 날개 달린 것이라고 표현한다. 폭풍은 쓰라리게 마련이지만 바람 달콤하디 달콤하게 바람 속에서 들려오는 것이라고. 그 희망에 어쩔 줄 모르게 되는 건 그렇게도 따뜻한 것들이라 부르는 작은 새들이다. 날개가 달려 날아다니는 희망의 소리를 차디찬 땅에서, 낯선 바다에서도 듣는다. 소리를 들은 내가 궁지에 빠져도 희망은 나를 조금도 보채는 법이 없다.

중간에 그렇게도 따뜻한 것들이라며 작은 새들을 이야기 하는데, 나는 이 작은 새들에 시인 자신이 투영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희망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디킨슨의 어느 날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날개 달린 희망을 좇아갔다가 그는 다시 폭풍을 맞고 문을 걸어 잠갔을까. 그래서 고독은 잴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는지도 모른다.

 

페르난두 페소아는 그의 저서 불안의 책말고는 아는 바가 없어 이번 기회에 찾아보았다. 페소아의 시그니처는 역시 이명(異名)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가 제 이름 대신 다른 이름을 사용하는 예는 흔히 있으나, 페소아의 예는 이런 일반적인 경우와 확연히 구별된다고 한다. 이름들 각각에 서로 구별되는 고유한 전기와 인격과 문체를 부여했기 때문이라고. 필사책에는 그의 이명들, 페소아가 "유일한 자연 시인'이라고 칭한 알베르투 카에이루와 그리스 철학을 애호하는 리카르두 레이스의 시가 실렸다.

 

그 중 나는 시인이 죽은 날 남긴 말이라는 시 <어쩌면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을 골랐다.



앞서 <만약 내가 일찍 죽는다면>이라는 시가 실렸는데 사랑받지 못한 자신의 삶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랑을) 꼭 받아야만 하는 법은 없다는 유일한 큰 이유 때문에 사랑받지 못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 썼다. 셀 수 없는 것들이 우리 안에 살고, 그들이 입 다물게 해 놓고 말은 내가 한다면서. 그렇게 그는 확인된 것만 해도 75개의 이명을 사용했다. 다른 삶에 대해 많이 쓴 사람이었기 때문일까, 죽음에 관해서도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오지 않았을까 싶다. 어디까지나 만약에, 어쩌면 말이지만.

 

그는 죽음에 대해서 거창하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오른손을 들어, 태양에게 인사한다고 썼다. 하지만 잘 가라고 말하려고 인사한 건 아니었다고. 태양을 아직 볼 수 있어서 좋다는 손짓이었고, 그게 다였다고. 페르난두 페소아가 아니라 그의 이명이 쓴 시가 실렸다고 했으니 페소아는 다른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다. 그인 동시에 그가 아니었으니까. 그를 두고 왜 모더니즘을 이끈 시인이라고 했는지 이제야 알겠다.

 

프루스트는 스물다섯의 나이에 습작을 엮어 첫 작품집 <즐거운 나날들>을 출간했으며, 이중 산문시를 엮은 것이 <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이다. 음악적이며, 물결치는 몽상처럼 유연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과 심정을 나타내는 시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설명을 읽었다. 설명대로 그의 시들은 하나같이 눈을 감고 들으면 그 풍경을 상상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튈르리 공원은 모르지만 저녁 6시쯤, 어두운 하늘 아래 온통 잿빛으로 헐벗은 공원의 모습은 그릴 수 있을 것 같고 어스름한 나뭇가지들에 강렬하게 스며 있는 절망이 느껴지며, 갑작스레 눈에 띈 가을꽃 덤불이 어둠 속에서 풍요로운 빛을 발하는 광경이 펼쳐지는 것만 같다.

이처럼 그의 장기가 느껴지는 시는 <산책>이라고 생각했다.



화자가 품고 있는 감정이 세밀하게 묘사한 풍경에 깃든다. 시월의 아름다운 밤, 화자는 산책을 한다. 실연과 우울로 죽을 것만 같은 창백하고 지친 하늘이 아니라,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랗게 빛나는 발랄한 하늘이다. 이곳을 스쳐 지나는 것은 상념으로 무거운 구름 그림자가 아니고, 회색, 파랑, 분홍빛으로 반짝이는 농어와 장어 또는 빙어의 미끄러지는 지느러미들이다. 이토록 기쁨에 취한 물고기들은 시월의 하늘과 풀밭 사이를 달린다. 봄의 정령이 마치 인간의 숲인 듯 마술을 걸어 놓은 초원 안에서, 나무 숲 밑에서 말이다. 물고기들의 머리 위로, 아가미 사이로, 배 아래로 시원하게 미끄러지는 강물은 하나의 물길도 즐거이 달려가도록 노래하며 길을 내주었다고 이야기한다.

 

세상 평화로워 보이는 시어에 반해, 프루스트는 고통을 위대한 예술 작품의 뿌리라고 생각했다. 1908년부터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쓰는데 할애한 프루스트는 코르크를 두른 밀실 같은 침실에서 시간을 보내며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는 작업에 열중했다. 소설을 집필하는 데 필요한 인상과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서만 간헐적으로 외출했다고. 집중하기 힘들 정도로 피곤해지면 프루스트는 카페인 정제를 복용했고, 잠자리에 들 때는 카페인의 효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수면제 베로날을 복용했다. 그 때문에 한 친구가 프루스트에게 "자네는 브레이크와 엑셀러레이터를 동시에 밟고 있는 거네!"라고 따끔하게 충고하기도 했지만 프루스트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소설 집필 과정이 고통스럽기를 바라는 듯했다고. 어떤 고통이든 가치가 있으며, 고통이 위대한 예술 작품의 뿌리라고 생각하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지막 권에서는 "한 작가의 작품 수준은 고통이 심장에 파고들었던 깊이에 비례해서, 자분정의 물처럼 높이 치솟는 듯하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메이슨 커리, 리추얼 참고)

 

고통을 위대한 예술 작품의 뿌리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평화로운 풍경을 그려내는 작가라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어떤 소설일까 궁금해지는 시였다.

 

마지막으로, 조지 고든 바이런. 바이런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여 검색을 해보았는데 TMI가 어마어마했다. 그의 화려한 여성편력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언급하지 않기로 하고, 내가 고른 시를 보자.

 

<앞날의 희망이 곧 행복이라고>라는 시를 골랐다.



제목만 보면 앞날의 희망이 곧 행복인 것을 말하는 시 같지만 시를 읽어보면 전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진정한 사랑은 과거를 아껴야 한다고 말하는 시다. 추억은 찬양하는 생각들을 일깨운다. 처음에 떠올라서 맨 나중에 지는 생각들.

희망이 우러러 사모하고 잃은 모든 것은 추억 속에 녹아든다고 할 정도로 그는 과거에 대한 생각을 애정 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미래는 멀리서부터 우리를 속였다며, 과거에 원한 것으로 우리는 될 수 없고 현재의 우리를 감히 생각할 수조차 없다고 말한다.

 

다음 장엔 아예 <추억>이라는 시가 실려 있는데, 여기서도 미래는 희망에 빛나기를 그치고 행복의 나날은 다하였으며 자신 인생의 새벽은 구름에 가려졌다고 말한다. 사랑과 희망과 기쁨에게 잘 있으라며 인사하는데 '추억이여, 너에게도 잘 있거라 인사할 수 있다면'이라는 문장을 덧붙인다. 추억에게 인사하고 싶어서 이 시를 쓴 것이 아닐까 싶은 시였다.

 

이후 실린 시들 역시 과거를 노래하고 과거를 추억하는 느낌이었다. 그는 왜 그토록 과거에 집중했을까. 미래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과거의 영광이나 명예를 이야기하는 쪽이 더 낭만적으로 들렸기 때문일까. 바이런의 낭만적 면모를 부각시켜 이르는 표현인 '바이런적 영웅'은 브론테 자매와 프리드리히 니체, 버트란드 러셀 등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역사가이자 비평가 매컬레이 경은 이 인간상을 "자존심 있는, 침울한, 냉소적인, 표정에는 반항심이 마음에는 고통이 가득 차있는 인간, 자신 같은 종속들을 멸시하며 복수에 불탔으나 깊고 강한 연정이 있는 이"로 설명한다는데, 이와 같은 인간상이라면 내가 그의 시 일부에서 느낀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앞서 고른 그의 시 제목에 물결과 물음표를 붙여주고 싶다. 앞날의 희망이 곧 행복이라고~?



이 외에도 많은 시를 필사하고 읽었지만, 진득하게 이야기해보고 싶어서 네 편을 골라보았는데 이 책을 읽은 다른 독자분들은 어떤 시를 인상 깊게 읽었는지 궁금하다. 시를 읽고 쓰는 동안 작가의 또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져서 언젠가 읽고 싶은 책 목록에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과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올려두었다. 후자는 202212월 기준으로 13권까지 나왔는데... 욕심 부리지 않고 1권만 올려두겠다.

 

세계시인선이 다소 낯설어서 읽기를 주저하시는 분께 한 장씩 야금야금 필사하며 '밤을 채우는 감각들'을 느낄 수 있는 이 필사책을 추천한다. 내게 그런 시간이 되었듯이 말이다.



p.s. 종이 재질은 두께가 120g 정도로 조금 두껍고, 비침이 덜 하도록 보통 다이어리에 사용하는 종이를 사용했다고 한다. 만년필은 잉크 정도에 따라 뒷면에 묻어날 수는 있지만 일반 볼펜을 사용할 경우 크게 불편이 없다고 들었는데- 내 경우엔 캘리그라피 만년필, 일반 만년필을 썼을 때 뒷면에 묻어나는 정도는 아니었고, 살짝 비침이 있었다. ZIG 펜으로 쓴 경우는 비침이 큰 편이었지만 뒷면에 원문을 읽기에 무리가 없었다.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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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않았다. 그 지진이 전하는 명백한 메시지,

즉 혼돈이 지배하는 이 세계에서 질서를 세우려는 모든 시도는

결국 실패할 운명이라는 메시지에 그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17

새해 첫 책으로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기 시작했다.

얼른 읽고 이 책을 다룬 영상 챙겨봐야지! 겨울님, 솔님 영상이랑 동진리 New!!! 영상까지

볼 거 쟁여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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