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여자, 작희 - 교유서가 소설
고은규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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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소설작품 고은규 작가의 책 ' 쓰는 여자 , 작희 '를 교유서가 출판사를 통해 받아서 읽게 되었다. ' 쓰는 여자 , 작희 '는 여성작가의 이야기를 쓴 소설이다. 과거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문학사에서 여성보다는 남성작가의 작품과 이야기가 많이 다루어졌다. 우리나라도 여성은 개인으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가정을 돌보는 역할을 수행하는 보조적인 존재로 여겨져왔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와 가부장제도 안에서 억압받고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 여성작가 작희의 이야기를 다룬다.

독립운동 때문에 어머니의 친정이 풍비박산나고, 아버지는 경제적인 능력 없이 겉돌며 여성 편력이 있다. 아버지는 작희를 고리대금업자의 후처로 보내려고 하고 작희는 아버지에 대한 환멸을 느끼며 저항한다. 작희는 외삼촌이 어머니에게 빌려준 서점에서 차와 책을 판매하며 작품 창작 활동을 한다. 그러다 작가 오영락으로부터 여러 번 도움을 받았던 것이 인연이 되어 문인들의 모임에 참여하게 되고, 오영락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근데 왜 글을 쓰려고 하는 거예요?"

미설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작희는 뜸을 들였다.

"내가 너무 멍청한 질문을 했나요?"

"아니요. 그 질문이 반갑네요……"

"……"

"내가 왜 글을 쓰냐면…… 나만 아는 세계가 있어요. 그 세계를 여럿이 함께 알고 싶어서 글을 쓴다고 하면 이해가 되나요?"

쓰는 여자 , 작희 / 고은규 / 교유서가 / p.216

작희의 어려움은 그녀가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으로서 역할을 거부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어려운 소설 쓰기에 천착한다는 것으로부터 기인한다. 작희의 소설 쓰기에 대한 사랑은 작희의 어머니 종숙으로부터 이어져왔다. 종숙도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서점을 운영하며 많은 문인들과 학자들을 지원했다. 종숙은 작희가 자신과 다른 삶을 살길 바라며 답답하게 느껴지는 이곳을 떠나 더 넓은 곳에서 배우기를 꿈꾸었다. 종숙을 걱정하는 작희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종숙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작희는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멋진 이야기를 창조해낸다.

오늘날에는 많은 것이 나아지고 바뀌어가고 있지만, 과거 종숙과 작희처럼 꺾여나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하니 안타깝기도 했다. 여성화가 나혜석이 떠올랐다. 나혜석도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위해 유학에 다녀왔지만 항상 이상한 여자, 미친 여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며 사회가 그녀의 작품 활동과 능력을 인정해주지 않았었다.

비록 부당함을 겪고 끝내 이겨내지 못했음에도, 작희의 삶은 비루하게 느껴지지 않고 당당하게 빛난다.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인물에게서 매력을 느꼈다.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인물의 마음에 공감하며 화가 나는 이야기였지만 한 번도 놓지 않고 단번에 읽었다. "그게 끝이야. 그때 느꼈단다. 누구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끝을 쓰는 사람만이 작가가 된다는 것.(p.217)"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고 많은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해내는 작희가 너무나 멋졌다.

"저는 패배했어요. 세상에 졌고, 제 글도 저 때문에 패배한 게 맞아요."

계연이 발을 멈추고 작희를 보았다.

"글이 너에게 뭘 해줄 거라 바라고 글을 쓴 건 아니지 않니? 그냥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행복할 때나 매일같이 쓴다고 하지 않았어? 네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사는 거지. 작희야, 그렇게 글에 기대 사는 거다."

작희는 발끝만 내려다보았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쓰는 여자 , 작희 / 고은규 / 교유서가 / p.249

작가의 작품 활동을 방해하는 귀신 퇴마 이야기로 시작하여 여성작가 종숙과 작희를 부당하게 탄압하는 가부장제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돈이 되지 않는 소설 쓰기에 골몰하는 현대 작가 은섬으로 이어진다. 작품을 통해 대가를 얻으려하기 보다는 글쓰기 행위에 집중하며 자신의 작품을 창조한 인물들을 통해 계속해서 써야겠다는 의지를 새길 수 있었다.

창작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나도 매일같이 글을 쓸 것이다. 시대적 억압과 잘못된 관습을 타파하기 위해 자신의 삶으로서 꺾이지 않는 정신을 보여준 작희와 종숙처럼 나도 쓰고 싶은 이야기를 탐색해가며 창작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본 리뷰는 교유서가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을 기록한 글입니다.


https://blog.naver.com/coin116/223503204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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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비 출판사, 카카오페이지에서 주관하는 공모전 '영어덜트 소설' 대상 수상작인 『터널103』 서평단 소설 Y클럽에 선정되었다. 독특하게도 스위치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었다. 가제본을 읽고 총 세 가지 미션을 수행하면 된다. 미션 1은 수령 인증샷이고 미션 2는 책 서평, 미션 3은 나라면 터널을 나갈 수 있는 한 사람이 되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를 쓰는 것이다. 미션2는 SNS와 온라인 서점에 글을 올려야 하는데 가제본인지라 아직 책이 검색되지 않아 어떻게 올려야 할 지 난감하다. 리뷰가 아니라 그냥 게시글처럼 쓰면 되려나? 어제는 인증샷을 찍어 개인 SNS 계정에 올려서 미션 1을 인증하였고 오늘 미용실에서 볼륨매직을 받으면서 긴 시간 동안 책을 죽 읽어나갈 수 있었다. 


 첫 장면은 터널 속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식수마저 구하기 어려워지고, 바닷물로 인해 터널이 언제 붕괴할 지 모르는 위험에 직면하면서 터널을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표출된다. 터널 밖에는 무피귀가 있어 위험을 무릅쓸 수 없다는 촌장의 반대로 무산되고 만다. 폐렴으로 편찮은 어머니를 위해 주인공 다형은 페니실린을 주겠다는 촌장의 제의로 목숨을 걸고 항구로 나가 차폐문을 여는 일을 맡는다. 무피귀는 사람보다 몸집이 크고 살아있는 생물을 공격하며 잡아먹는다. 무피귀에게 물리거나 상처를 입으면 무피귀로 변하게 된다. 


 터널 밖은 위험하지만 터널 밖을 나가고 싶었던 다형은 터널 안에서는 알지 못했던 바깥 세상을 탐색한다. 무피귀들에게 공격받고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하지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사건을 겪는다. 기존에 알고 있었던 것과는 다른 진실을 마주하기도 하고 무피귀보다 더 큰 위험을 만나기도 한다. 독특한 점은 이 소설에서는 무피귀가 일종의 다른 종류로써 여러 가지 형태로 바뀐다는 것이다. 괴물이 한 가지 모습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상황에 따라 다른 생김을 갖고 변화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사람들로부터 위험을 겪기도 하지만 대부분 생명을 공격하는 괴물로부터 벗어나야하기 때문에 책 속의 전개는 급박하고 활동적이다. 괴물들의 공격을 피해 화살을 쏘거나 수리검도 날리고 주변의 지형이나 사물들을 활용하여 위기에서 벗어난다. 시각적으로 그려지는 듯하여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쓰여진 소설이구나 알 수 있었다. 최근 김칸비 작가님의 웹툰 「스위트 홈」이 넷플릭스에서 영상화되거나 넷플릭스 드라마 「경성크리처」 가 화제였다. 「스위트 홈」과 「경성크리처」와 같이 괴물을 피해 생존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소위 크리처물 장르로써 『터널 103』도 영상화되어 화제가 될 수도 있겠다.


 계속 움직이는 이야기다 보니까 약간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마도 내 개인적인 취향이 마구 돌아다니는 류의 소설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검은과부거미를 닮은 섬 이곳 저곳을 탐색하며 모두의 생존을 위해 노력한다. 마지막 결말은 꽉 닫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비춘다. 그곳에서는 어떤 사건이 벌어질 지 알 수 없지만 고생한 다형과 승하가 싱아와 함께 직면하는 위기를 잘 극복해낼 것 같다. 승하와 싱아도 독특한 배경과 이력을 지녔는데 이 두 인물에 얽힌 이야기가 책 속의 중심 사건과 연계되어 있으므로 리뷰에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소설 Y 클럽의 독특한 굿즈인 클럽 티켓에 별점과 한줄평을 작성해 보았다. 3.5점, "괴물들의 변주가 재미있다."로 마무리한다. 가제본이어서 그런지 아직 편집이 덜 된걸까? 문장이 불분명하게 느껴지거나 길이가 길어 나누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비유도 좀 많게 느껴졌다. 67쪽에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뭐지?' 낙하하던 단두대의 칼날이 돌연 중력을 잃은 것처럼, 닫히던 무피귀의 턱이 갑자기 멈추었다." 등이다. 박진감 있고 이에 따라 긴장감이 주어져야 하는 상황인데 뜬금없이 비유가 끼어 있어 이야기 속도를 늦추고 진행을 방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이것도 내 개인적인 선호의 영역이고 정답이 아니다. 누군가는 급박한 상황을 빠르게 읽기 보다 분위기를 조성하는 비유적인 표현들을 더 좋게 느낄 수도 있으니까. 아마 내 성격이 급한 탓이겠지...


 

 아직 출간되지 않은 책을 읽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작가님의 친필 편지에서도 두근두근하고 설레는 마음이 전해져온다. 267쪽의 분량 동안 급박하게 전개되는 사건들의 흐름이 인상적이었고 영상을 보는 것처럼 현장감이 느껴졌다. 기존 영어덜트 소설 대상 수상작은 SF나 판타지적 요소가 있었는데 호러 장르 중 크리처물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는 것도 독특했다. 도서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책이라 애들이 무척 좋아할 것 같다. 조금 잔인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요새 애들 '오징어 게임'도 보고 다 보는 데 뭐. 하긴 '오징어 게임'도 이제 예전 컨텐츠이니까 요새 애들이라고 하면 안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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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사회 - 비난과 조롱에 익숙해지다 철수와 영희를 위한 사회 읽기 시리즈 11
정주진 지음 / 철수와영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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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스쿨 서평단을 통해 『공격 사회』 책을 받아보게 되었다. 『전태일 평전』을 감명 깊게 읽고 관련 책을 찾아 보다가 『너는 나다(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하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때 철수와영희 출판사를 알게 되었다. 저자의 진솔한 생각을 담은 책을 주로 발간하며 공정한 사회,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해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과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해 꾸준하게 말해오고 있다. 올해 2월에 출간한 『공격 사회』에서는 몇몇 사회 구성원들이 혐오를 표출하는 소수 집단이나 사회적 약자를 돌아보며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공감하며 바라보아야 할 지 설명한다.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관해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왜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시위를 하지?'라고 생각하였고 출퇴근이 어려워 동동거리는 직장인들에 감정이입 되어 화나고 억울한 마음마저 들었다. 출근은 직장 생활하는 사람들에 있어 무척 중요하고 경제 활동을 위해 필수적이다. 서울은 교통체증으로 지하철이 거의 유일한 이동수단일 수 있는데 이 지하철 운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부족한 시설 설비로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무척이나 제한받고 있으며, 리프트가 노후되어 사망 사고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을 읽고 나서는 장애인들에게는 정말 절박하고 꼭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을 공감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정부가 관련 예산을 조속히 확보하여 장애인들이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꼭 개선하기 바란다. 


이번 주 기후변화 교직원 연수가 있었다. 강사님은 아이들에게 죄책감과 도덕적인 비난보다는 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행동을 실천할 수 없는지 그 원인을 찾아보아야한다고 했다. 탄소배출량이 적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왜 아이들은 햄버거를 먹을까? 학원을 많이 다니는 아이들은 짧은 시간 내에 적은 비용으로 먹을 수 있는 저녁을 찾아보아야하고 그러다 보면 거의 햄버거와 같은 인스턴트 식품을 섭취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효과적인 프로젝트 학습 방법으로 근처 지역의 음식점을 찾아다니면서 탄소 배출량이 적은 메뉴를 추천받고 만원 정도로 구입할 수 있는 맛있으면서도 햄버거를 대체할만한 음식을 찾아 지도를 만드는 수업을 제안했다. 연수 내용은 배울 점이 있었고 방과 후에는 안전 등의 문제로 실행하기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추후 과제부여나 실생활 확대를 위해 제안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에게도 이와 유사하게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활동들을 제안하면 어떨까? 이 책은 익명성에 숨어 혐오를 표출하는 사람들의 옳지 않은 행동을 지적하는 논조로 이어지기 때문에 읽으면서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나는 인터넷에서 혐오를 표현하는 댓글이나 글을 작성한 적이 없으므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 저자의 주장들이 과격하게 다가오거나 비약적으로 느껴지는 단락들이 있었다. 옳지 않다는 것을 강하게 표현하기 위함이었겠지만 조금 더 차분한 시선에서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을 헤아리는 논조로 표현했으면 어떨까 싶다.


 지금의 우리가 알면서도 실천하고 있지 못하는 것들,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 활용하기나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 이용하기를 하도록 하려면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는지 살펴야 한다. 또한 환경 친화적인 행동을 강화하기 위한 유입 방안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서울의 경우 대중교통 및 따릉이를 이용할 경우 환급해주는 제도를 만든다고 한다. 나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 다회용 컵보다는 일회용 컵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되도록 매장 컵을 이용하거나 텀블러를 활용하도록 더 신경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사회가 안정화되려면 지금처럼 일부 집단을 배제하려고 하거나 비난하고 모욕하는 방식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구성원 간 갈등을 야기하고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하게 되어 사회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오늘 받은 체더스 부트 캠프 연수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목표는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이라고 들었다. 포용성이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를 함양하기 위해서, 나와 다른 것을 불편하다고 여기며 혐오를 표출하는 행동은 적절하지 않다. 나도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을 배척하거나 혐오하는 감정을 표현하지 않기 위해서 더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와 다른 점을 불편하다고 여기기 보다 상대가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며 나아가는 자세를 견지할 수 있도록 마음가짐을 가꿔야겠다.




 * 본 도서 리뷰는 인디스쿨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yahoo2805/223356855979

기후변화 담론은 주장에 머물지 않는다. 담론이 형성되고 계속 논의되는 이유는 실천을 통한 담론의 현실화가 목표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담론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결국 두 가지다. 하나는 모두가 삶의 방식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고, 다른 하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이냐다. 이것이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많은 사람이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게 낫다고, 정치인이나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관심을 가지고, 나아가 행동한다면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이 중심인 현재의 편안하고 익숙한 생활 방식과 미래의 나은 삶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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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사회에서 세계시민으로 살기 - 갈등을 공존으로 바꾸는 해결책을 찾아서
후지와라 다카아키 지음, 세계시민 도서번역연구회 옮김,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 다봄교육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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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사회에서 세계시민으로 살기』는 시뮬레이션으로 설정된 나라의 국민이 되어보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수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내용이 담긴 책이다. '표주박나라', '재깍나라', '느슨나라'의 세부 설정과 국민이 되어 서로의 입장 차이를 이해하고 조정해보는 활동이 담겨 있다. 다루는 소재가 여러 가지이고 학생들이 이를 이해하고 활용하려면 중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지만 활동 내용을 단순화하거나 주어진 자료를 활용하여 다른 수업 활동으로 대체하는 것은 초등 수준에도 가능할 것 같다.

다문화 공존이라는 이념은 인류의 이상적인 희망이지만, 현실에서는 민족 분쟁을 일으킬 정도로 복잡한 사회적, 경제적, 종교적 모순과 딜레마를 구조적으로 안고 있다. 그러한 현실(구조)을 팩트(fact)로만 제시하면 단편적인 지식 습득에 그치고 만다 .복잡성과 딜레마를 경험해야 비로소 살아 있는 지식이 된다. 그러나 많은 이슈가 그렇듯 이러한 복잡한 현실을 실제 교실 안으로 가져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회문제의 본질과 핵심적인 내용을 압축하여 간단한 모델로 재구성하고 이를 기초로 문제의 이해와 해결을 진행해가고자 하는 것이다.

『다문화사회에서 세계시민으로 살기』, 후지와라 다카아키, p.129

학생들에게 사회 구성원의 갈등 상황을 제시하고 각자가 처한 입장과 이해관계가 다름을 이해하면서 역할극을 해 본다. '학습자는 고민과 갈등을 경험해가면서 타협과 합의를 경험(p.140)'하게 한다. 주로 뉴스, 관련 기사, 사진 자료 등을 통해 지구촌 갈등 상황을 제시하고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토의하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해왔었는데 모의 시뮬레이션을 통한 역할극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수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6학년 2학기 사회 수업 단원과 연계해서 활용해 볼 여지가 있었고 책에서 소개된 자료를 변형하거나 활용하여 수업을 구성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다만 내용이 복잡하고 수업 시수가 상당 부분 많이 필요해 보였다. 때문에 학습자의 발달 상황에 맞게 변형하거나 감축하는 것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나라면 재깍나라는 생략하고 표주박나라와 느슨나라 국민들 간의 갈등을 토대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구성원들이 거쳐야 할 합의를 생각해보게 할 것이다. 185쪽에는 역할 시뮬레이션 카드, 역할 시뮬레이션 동영상을 url과 qr코드로 제시하고 있다. 일본어판을 해석한 것이기 때문에 일본어 해설을 자막으로 넣어 그림과 함께 설명한다.

[다문화사회에서 세계시민으로 살기] 제1장 세나라-배경 스토리 시뮬레이션 동영상 (youtube.com)

또 인상 깊었던 것은 71쪽 진행자의 역할이었다. "제한된 시간 안에 결론을 내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이 경우 그룹별로 결론에 이르지 못한 이유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p.71)"라고 되어 있었다. 몇몇 모둠은 충분히 시간을 주어도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 아이들도 힘들어하고 교사인 나도 어떻게 정리해야 할 지 난감하였는데 왜 결론에 이르지 못했을까 생각해 보게 함으로써 주어진 시간 동안 토의한 내용을 학습자가 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게 해주어 무척 좋을 것 같다.

시뮬레이션 학습의 효과와 실제 사회의 문제를 가상 사회를 설정하여 그 구성원이 되어보게 함으로써 학습자가 실제로 설득과 타협을 경험하게 해보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표주박나라와 느슨나라의 세부 설정을 바꾸어 6학년 2학기 사회과에서 지구촌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해보는 수업 활동을 꼭 해보고 싶다.

* 본 도서 리뷰는 실천 교사 모임을 통해 다봄교육에서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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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학습공동체에서 미래교육을 상상하다
함영기 지음 / 한울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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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시절에 나는 글짓기 대회에 나가서 교육을 통한 사회 문제 해결에 관한 글을 썼다. 상을 받았고 학교 대표로 토론 대회에도 나갔지만 불안하고 떨리는 마음에 잘 하지 못했다. 담당 선생님이 내가 제대로 못했다고 다른 반 학생들 앞에서 이야기했다는 말에 얼마나 속상하고 화가 났던지. 그랬던 내가 교사가 되어보고 나니 교육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학생들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웠다. 교사 개인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했다. 학교교육을 계획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교직원과 동학년 선생님들의 논의가 필요했다. 지침을 제시하는 교육지원청, 교육청 담당 장학사, 주무관과 공문 또는 메신저, 대면 연수와 전화 등을 통해 소통해야 했다. 교실 구성원인 학생들의 수준은 다양했고 교육적 배경이 되는 가정환경과 양육자의 교육관이 제각기 모두 다 달랐다. 그리고 닥친 코로나 19 사태, 원격 수업과 출결 등에 대한 기준이 시시각각 바뀌어가면서 공문 보다 네이버 기사를 통해 먼저 접하게 되는 상황들을 보았을 때 무척 답답하고 혼란스러웠다.

이처럼 교육 현장에 산재한 어려움과 해결책을 논의하는 일은 쉽지 않다. 교육과 관련된 세부적인 지침을 결정하는 것은 언제나 현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입장과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고 뒤집혔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최근 학교폭력 문제가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었지만 바뀌기 전에 교육정책연구소에서 도교육청 장학사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장학사는 '교사는 적폐세력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는 거친 표현을 쓰며 어차피 학교폭력을 교육청으로 이관해봤자 조사를 하기 위해서 교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업무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논조로 말했다. 나는 담임교사는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모두와 업무상 관련이 있어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질문했지만 장학사는 고압적인 태도로 지금 이 자리에 내 말을 들으러 온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의가 끝나고 사과를 받기는 했지만 무척이나 불편한 마음이 남았다.

교육현장을 지원하고 도와주는 장학사, 주무관님도 많다. 그렇지만 내가 겪은 몇몇 사람들은 교사를 노력하지 않는 존재, 교육청에서 만든 자료를 활용하려고 하지 않는 대상으로 여길 뿐 교사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듯 보인다. 스캔하여 파일로 제출될 수 있는 자료를 굳이 인편으로 제출할 것을 요구하거나 조직도를 한글 표로 작성하였음에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도를 작성하여 계획을 수정하라는 것 등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다.

"대화에서 나온 내용을 학교에서 실천할 것, 교육청에 제안할 것, 또 국가적으로 해결할 교육의제 등으로 구분하여 기록하는 과정에서 정책과 문화가 섞이고 재구성되는 교육적 경험이 쌓일 것이다. 이렇게 학교자율운영체제와 미래교육을 상상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왜곡되었던 '자율'의 진정한 개념을 회복하고 구성원 모두가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정책을 제안하고 개선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는 학교와 교육청의 관계까지도 미래지향적으로 진화하게 하는 실험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42p)."

내가 불편하게 느끼던 것,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접근법을 제시해준 책이었다. 지금의 교육은 바뀌어야 하고 현재의 교육에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과 같이 교육 현장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이해하고 말하는 접근은 많지 않다. 저자가 던진 여러 가지 교육적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고 내가 속한 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 논의하면서 나만의 답을 만들어나가야겠다.


*본 리뷰는 인디스쿨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yahoo2805/223036865116

이렇게 학교자율운영체제와 미래교육을 상상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왜곡되었던 ‘자율‘의 진정한 개념을 회복하고 구성원 모두가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정책을 제안하고 개선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는 학교와 교육청의 관계까지도 미래지향적으로 진화하게 하는 실험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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