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이 가까워온 오후의 어느 시간, 갑자기 바깥이 떠들썩하다. 누군가 뭔가로 외쳐대는 소리, 사이렌소리 등- 시위중인가보다. 창가를 내다본 초록별씨가 얘기한다. 밖에 장난 아니에요. 바쁘게 업무를 처리하던 나는 그제서야 창가로 가서 내다본다. 강남대로 절반이 완전 점령당했다. 그 곳을 가득 메운 인파, 어쩐지 구슬프게 울려퍼지는 음악과 차 한대, 12층에서는 도저히 알아듣기 어려운 외침들, 알아보기 어려운 깃발들. 뭐니? 뭐니? 지식인 찾아보자,라며 주변의 한무리는 그곳을 떴고, 나는 조금 더 살펴봤다. 전국건설노조,라는 이름이었다. 건설노조가 왜 시위를 하지? 우리 회사 건물이 신성건설 건물이어서 그런가?

돌아와 인터넷을 찾아봤다. 건설노조 시위. 그리곤 이내 털썩. 얼마 전 분신한 정해진씨와 관련된 시위였구나. 관련된 글들을 스치듯 봤을 뿐,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던 내가 부끄러워진다. 누구에게는 한 생명을 걸만한 일이었고, 결국 그 생명을 잃을 정도로 절실한 일이었는데, 그 자리에 있는 사람 모두, 미안한 마음을 누를만한 절실함으로 그 자리에 나왔을텐데, 내가 있던 그 시간과 공간을 함께하던 어느 누구의 마음도 움직이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속상해진다. 하지만 속상한 건 마음뿐이고 내 몸은 속상해할하는 나의 마음을 느낄 겨를도 없이 하던 일을 계속한다. 6시 반에는 회식을 하러 나가야 한다. 손이 바쁘다.

고기를 굽고, 술을 따르고, 표정없는 웃음을 남발하며,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택시에 털썩 앉아 강남대로를 지나니 비로소 다시 마음이 짠해진다. 그렇게 잊혀져갈 각박한 나의 하루, 그리고 그들의 절실했던 하루, 아니 그들에겐 영원일지도 모르는 시간.


(어제 쓰다가 잠들어버려, 시점도 어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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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07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애써 외면해버려요...비겁하죠 사실...
그런데 맘에 담아두면 병 생길 것 같아서요.^^

웽스북스 2007-11-08 00:02   좋아요 0 | URL
전 비겁한데, 비굴하기까지한 투비인생입니다, 막이러고 ㅋㅋ
 



1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려는데, 유난히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아, 요즘은 좀 덜했었는데, 아무래도 이번주의 업무를 나보다 몸이 먼저 아는건지 말이다. 마침 잔뜩 가져온 일거리들도 있고 하니, 휴가를 내고 확 집에서 일을 해버릴까-라는 아침마다 매우 자주 하나 현실화된 적은 얼마 없는 고민을 했으나, 늘 그렇듯, 오늘도 회사로 가는 지하철을 탄다. 4호선은 그럭저럭 탈만한데, 문제는 늘 2호선- 사람들 틈바구니에 오늘도 내 몸을 밀어넣으며 꾸역꾸역 지하철을 타는 내가 어째 사람이 아니라 동물인 것만 같다- 심각하게, 그냥 사표를 내버릴까 생각한다. 모아놓은 돈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까? 그냥 돈조금만 벌면서 커피가게에서 서빙하면 적금정도는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이 많다고 안받아주려나? 돌아가고 싶었다. 돌아가고 싶은 게 집인지, 주말인지, 혹은 그 전보다 더 오래전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렇지만 생각과는 달리 몸은 이미 프로그래밍 돼있는걸- 강남역에 다다르면 내리고, 계단을 향하고, 올라가고, 찍고 나가고 뛰고-  


2

오후에 메신저에서 C와 나눈 대화, 기억에 의해 재편집

우리들의두려움이숲으로돌아가네 님의 말 (이하 :  숲으로) : 나 오늘 출근하다가 돌아가고 싶었어
바다는넓고배는작기에 님의 말 (이하 : 바다는) : 요새 잠잠하더니 왜
숲으로 : 그냥 모든 게 다 무의미한 것 같아서
바다는 : 우리 내일 만날까?
숲으로 : 나 회식이다, 너도 장난 아니구나
바다는 : 간신히 누르고 있지
숲으로 : 스믈스믈 기어오르는 마음을?
바다는 : 아니, 소용돌이치는 마음에 뚜껑덮어놨어
숲으로 : 아무래도 우리 만나면 안되겠다

펀드, 보험, 연금, 할부, 집세, 이런 것들은 사표의 걸림돌
그래서 난 독립도 안하고, 할부는 절대 안한다
회사를 장엄하게 그만두려는 순간, 할부값 따위가 발목을 붙잡는 상황은 절대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런데 꼭 할부값이 아니더라도 발목을 붙잡는 것이 한두개가 아니구나. 암튼 당분간 C와의 진지한 대화는 삼가야겠다


3

실은 오늘 언니들을 만났던 건, 시작 전의 일탈 같은 거였다. 15일 전까지는 꼼짝도 못할 것 같아서, 안경끼고 청바지 입고 출근해서 초췌하게 보고서모드로 좀 살아야 할 것 같아서 그렇다. 우리는 말똥만 굴러가도 까르르 웃는다는 나이의 아가씨들처럼 정말 정신 못차리고 웃어댔다. 생각해보니 정말 나사가 하나씩 풀려 있었던 것 같는데, 배가 아프도록 웃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계산을 하는데 카페 사장님이 '참 즐겁게들 노시네요'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신다. 10일치 다 웃었으니까, 10일은 좀 웃을 일이 덜 생기더라도 견디자.


4

참, 우리 고등학교 때 국어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근데 생각해봐, 말똥이 굴러가는데 안웃기니?"


5

오늘 찾아간 카페는 인사동의 레아. 겁도 없이 또 찐하게 마셨다. 덕분에 2시임에도 쌩쌩! 분위기도 깔끔하고,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핸드드립 커피맛도 훌륭하고- 우연히 들어가게 됐는데, 앞으로는 자주 가게 될 것 같은 느낌. 천장이 유리로 되어 있어서, 맑은 날에도 비오는 날에도 눈오는 날에도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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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06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일종의 밥벌이의 지겨움...인건가요..?? ^^

웽스북스 2007-11-06 03:09   좋아요 0 | URL
칼(을품은여인)의노래입니다 ㅋㅋ
아아아 커피커피커피 잠이 안와요 ㅠㅠ

2007-11-06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6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6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7 0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7-11-06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할부생활을 하고있기때문에!
독립에의 뜻이 전혀 없다는 orz

웽스북스 2007-11-06 12:05   좋아요 0 | URL
흐흐! 독립을 하게 되면 저도 할부생활을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

Mephistopheles 2007-11-06 12:42   좋아요 0 | URL
독립은 할부잔여개월순이 아니잖아요..=3=3=3=3=3=3

웽스북스 2007-11-07 01:01   좋아요 0 | URL
종속적 요인은 아니지만, 또 완전히 독립적일 수도 없는 요인인 것 같습니다 흐흐

비로그인 2007-11-09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생활 3년째신가요? 보통 3일, 3개월, 3년단위로 정말 그만 두고 싶다고 하던데..

웽스북스 2007-11-09 01:24   좋아요 0 | URL
네네 3년째 맞아요 3일과 3개월 때는 해피했는데, 3년은 고비에요 아쥬 그냥~
 



중앙선데이는 우리나라에는 고품격 주간 '신문'이 없다며, 고품격 주간신문을 표방하고 중앙일보사에서 야심차게 만든 신문이다. 그러면서 이름이 중앙선데이라는 건 중앙선데이의 태생적 아이러니라며 나는 마구 웃었다. 고품격신문답게 자전거 주고 신문 파는 저급한 짓 따위는 하지 않겠다,며 매우 고고하게 나오고 있지만, 그 고고한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중앙일보와 계열사 직원들은 모두 중앙선데이의 영업사원이 되고 있다. 중앙선데이의 판매실적을 팀별로 경쟁하는 실정이니 이는 그야말로 오호 통제라이다. 일례로 나는 중앙선데이의 구독 권유를 조인스에 다니는 친구에게 한번 받았고, 조인스를 거래처로 두고 있는 우리 회사 역시 중앙 선데이의 구독 권유를 받아 회사 차원에서 몇부 구독하고 있으며, 조인스를 거래처로 두고 있는 우리 회사 거래처에서 공짜로 중앙선데이를 보게 해줄테니 보겠냐고 묻기도 했다.

이런 실정이니 우리집에도 일주일에 한번씩 중앙선데이가 배달돼온다. 공짜로 봤으면 좋았겠지만, 나는 조인스에 다니는 친구의 구독권유로 중앙선데이를 보게 됐다. 한달에 구독료 오천원. 아직 한번도 내지는 않았지만 나는 중앙선데이의 유료독자다. 이 친구가 나에게 이런 권유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임을 알기 때문에 나는 군소리하지 않고 그러마했다. 덕분에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교회를 가려고 문을 열면 묵직한 신문 끌리는 소리가 나고 나는 그 신문을 집안으로 던져놓은 채 교회로 뛰어간다. 교회에 다녀와 내가 이 신문을 보는 시간은 길어야 10분 정도. 그나마 메인판은 한번 훑어보거나 잘 펼쳐보지도 않고, 같이 딸려오는 매거진 쪽에 관심있는 작가나 책이 소개될 때만 열심히 보는 편이다. 고종석은 욕하기 위해 조선일보를 본다던데, 나는 욕하기 위해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할만큼 열정적인 인물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 오늘은 메인 신문을 먼저 펼쳤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삼성 관련 기사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가 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매우 열심히 눈알을 굴려가며 신문을 넘겼다. 하지만 삼성의 '삼'자도 찾을 수 없다. 유일하게 찾을 수 있는 삼성이라는 글자는, 어쩐지 기사 대신에 위치하고 있는 것만 같은 삼성증권 전면광고.

그 전면 광고를 보는 순간 멍해졌다. 아, 나는 중앙일보에 뭘 기대하고 있었던걸까. 친구한테 미안하더라도 그냥 이제 끊어버려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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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녀의 퇴사 이유
    from 지극히 개인적인 2008-09-21 21:51 
    오늘 오후엔 모처럼 교회 사람들과 커피 한잔을 마셨다. 20대 초반 두 아가씨의 우여곡절 끝의 취업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 사실 나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요 두 아가씨와는 무슨 얘기를 해야될지 잘 모르겠다. 아무리 우리가 같은 80년대 생이라지만(!!) 첫 세대이고 마지막 세대여서 그런가. 아니다, 뭐 이런 이해 따위. 그냥 다른 인간이다. 그래서, 좀 잘 지내보려고 노력해도 잘 안된다. 흡흡. 이 얘기를 하
 
 
마노아 2007-11-05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른 끊으셔요..;;;;

웽스북스 2007-11-06 00:27   좋아요 0 | URL
흑 제가 좀 인정에 약해서요 ㅠㅠ

무스탕 2007-11-05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군요... -_-;;
친구에겐 미안하지만 얼른 결정 내리시는게 정신건강에도 좋겠습니다..

웽스북스 2007-11-06 00:28   좋아요 0 | URL
오늘아침에 친구랑 메신저로 얘기하면서, 나 그거 끊을래,라고 말하며 미안해하는게 정신건강에 더 해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버렸어요 ㅠ_ㅠ 험난한 세상 어찌 살아가야할지 흑

순오기 2007-11-05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언론 전공인가봐요?
친구 때문에 봐야하는 것도 우리의 현실이지요.

웽스북스 2007-11-06 00:28   좋아요 0 | URL
다시 대학에 들어간다면 언론을 전공하지는 않았을 거에요- ㅎㅎ 그래도 뭐 비싼돈 내고 대학 다시 다닐 수는 없고 말이죠 ㅋㅋ 친구때문에 봐야하는 게 현실, 맞아요 정말 ㅠ_ㅠ
 



1

지하책방 모임은 이제 멤버가 여섯명으로 굳어가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좀 적응이 안됐던 H모님도 이제 토론의 다양성을 더해준다는 측면,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생각하게 해본다는 측면에서 반가운 존재가 되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토요일 아침마다 나가기 귀찮은 것도 사실. (뭔가 대단한 아침시간인 것 같지만 모임은 11시라는 거) 그래도 나갔다 하면 다시 들어오기 싫을 정도로 저녁시간 다되갈 때까지 그렇게 수다수다하다가 아쉬움을 안고 돌아오곤 한다. 다음은 김애란, 그러나 O양 결혼식 관계로 참석할 수 없게 되버렸다. 그래도 또 지금은 아쉬운 마음에 한시간이라도 앉아있어보겠다며 종로에서 분당가는 버스 물색중이다.


2

어제의 토론책은 배수아의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이었다. 지하책방 모임이 아니었으면 아마 배수아의 작품은 읽지 않았겠지. 처음 만난 배수아의 작품은 생각보다 재미있긴 했지만, 나는 배수아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고, 모임에서 얘기를 하다 보니 더 비호감에 가까워졌다. 나는 그녀가 자신의 역할을 사회가 자신에게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설정해놓고 그만큼에 가려고 늘 애쓰는데 역부족인 것만 같다고, 그런데 자신은 그걸 잘 모르고 '내 얘기좀 들어봐, 니들 이런 거 알아? 이런 세계도 있어!'라고 말하는 나르시스트인 것 같다고 얘기했다. 물론 그녀가 던지는 화두들이 재미있고, 그런 데 흥미를 갖는 이들도 있긴 하지만, 난 그냥 그렇고 아마 그녀의 작품은 더 읽지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고 나니 왠지 좀 미안해졌다. 책정리를 하다보니 아직 읽지 않은 소설집에 배수아의 소설이 하나 포함돼 있는 걸 발견했다. 그거라도 읽어봐야겠다. 나의 생각을 뒤집어줄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3

여섯명의 멤버 중 남자는 딱 한명이고, 나머지는 다 여자인데, 공교롭게도 기혼이 더 많다. 그래서
잘 알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대화를 하게 될 때가 많다. 모임의 주선자인 똑부러진 S씨는 돌앞둔 아이의 엄마인데, 그간 겪었던 산후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할 뻔했다. 그 마음이 얼마나 절절한지. 순간순간 느꼈을 자기혐오는 또 어떻게 극복했을지. 산후우울증 얘기를 시작했을 때, 그걸 왜 겪는지가 얼른 와닿지 않았던 내가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그 외 다른 분들의, 결혼 후 남편과 부딪치는 이야기들, 역시나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이나 나 역시도 같은 상황이라면 싫었을 게 분명했을 이야기를 듣고 나니, 역시 생각하고 경험해온 영역이 너무나 좁다는 것에 대한 나 자신의 한계에 다시 부딪치는 느낌이다.


4

그, 수다수다 커피한잔의 대화가 있었던 곳은 대학로 학림다방이었다. 말로만 듣고 지나만 가보던 이 곳에 직접 들어가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들어서자마자 그곳만의 묘한 아우라가 느껴진다. 한쪽 구석에서 동창회로 추정되는 모임을 하고 있는 열댓명의 아주머니들은 왠지 젊은 시절 추억의 한조각을 이 곳에 두고온 듯한 표정들이었다. 나는 촌스럽게도 '스트롱' 커피를 시켜 마셨다- 간만에 찐한 커피를 들이키니 참 좋군! 게다가 리필도 해주는 센스라니 @_@


5

교회로 가야하는 시간인 저녁 9시까지 시간이 조금 떠서 동네 극장에서 M을 봤다. 행복을 보려고 했는데 시간을 놓쳐버렸다. 남은 영화들 중 M을 고른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아무도 같이 안봐줄 것 같아서. 극장에 들어서니 이 세상 그 누구도 정말 나와 이 영화를 함께 봐주지 않았다. 여기까지 바랐던 건 아니었다. 그래도 토요일 저녁인데, 이 극장 안에 나 혼자라니, 콰당 문이 닫히는 순간 갑자기 외로워진다. 영화를 보고 나니 더 그렇다. 참 외롭고 쓸쓸한 영화, 그렇게 11월의 첫번째 토요일은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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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장수 2007-11-05 0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M 볼 때는 사람 꽤 많던데,,,
저도 예전에 심야영화 한 편을 혼자서 본 적이 있는데, 나름 괜찮지 않나요?^^

웽스북스 2007-11-05 12:09   좋아요 0 | URL
그런것들이 좀 기억에 남긴 하죠
'우리밖에 없었다'는 좀 있었던 것 같은데 '나밖에 없었다'는 최초인 것 같아요

다락방 2007-11-05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11월의 첫번째 토요일은 가고

제 11월의 첫번째 토요일도 가버렸어요. 다시 안오겠죠.

웽스북스 2007-11-05 12:09   좋아요 0 | URL
모든 것이 그렇죠 ^^
그만큼 소중하게 보내야 하는데 말이죠-

마늘빵 2007-11-05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하책방 모임 좋군요. 소규모로. 저도 그런거 해보고팠는데. 이제 논문도 끝났고 한번 시도를 해볼까 생각중...

웽스북스 2007-11-05 12:09   좋아요 0 | URL
전 옆에서 지르는 거 전공인데! ㅋㅋ (해봐해봐해봐요~ 이런거 ㅋㅋ)

마늘빵 2007-11-06 08:34   좋아요 0 | URL
하게 되면 여기서 모으지 않을까 싶은데 :)
 
감염된 언어 - 국어의 변두리를 담은 몇 개의 풍경화, 개정판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7년 7월
품절


만약에 남북의 언어가 정말 '이질화' 됐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 과정이 가속도를 얻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전체주의 질서를 채택하지 않는 한, 그 이질화의 흐름을 바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또 굳이 그 흐름을 바꿀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죽은 언어가 아니라면 언어는 변화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언어를 변화시키는 것은 우리가 쉽게 통제할 수 없는 언어적/언어외적 조건과 상황이다. 우리가 지금의 한국어를 19세기 한국어와 일치시킬 수도 없고 굳이 일치시킬 필요도 없다. -36쪽

내가 감염된 인간이듯, 내 한국어는 감염된 언어다. 우리는 모두 감염자다. 그리고 모든 언어는 감염된 언어다. 이런 사실을 깨닫는 것은 우리가 민족어에 대해서, 그리고 민족어 문학에 대해서 관찰자의 거리를 가지고 차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73쪽

바람직하든 그렇지 않든 국경의 높이는 점점 더 낮아지고 있고 그 낮아진 국경을 넘어 유럽-미국산 언어들은 점점 더 자주 한국어와 접촉하고 한국어에 간섭할 것이다. (중략) 그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물론 피할 수 없다는 것은 그것이 꼭 바람직하다는 뜻은 아니다. 언뜻 멋져 보이는 한자어를 포함한 외래어의 남용에는 분명히 다소간의 허영심(을 향한 호소전략)이 작용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그 허영심을 비웃을 수는 있을지언정 그것을 공동체 차원에서 억지로 막을 수는 없다. -92쪽

소통은 언어가 존재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이유다. 소통할 수 없을 때 언어는 쇠약해지고 끝내 사멸한다. 언중은 당연히 자신의 언어 생활에서 일반적으로 소통을 확대하려고 애쓴다. 그런데 외래어를 비롯한 이물질이 한국어에 스며드는 것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소통 가능성에 대한 염려 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닌듯 하다. 소통 가능성이 없거나 극히 약한 외래 요소들은 저절로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외래어를 비판하는 것은 상상된 순수성에 대한 집착 때문일 것이다. 뒤에 흘끗 살피겠지만 이들은 순수성에 대한 집착으로 소통 가능성을 희생시키기까지 한다. 그들은 불순해진 지금의 한국어를 한탄하고 순수했던 과거의 어떤 한국어를 상상한다. (중략) 그러나 그 순수한 한국어 가운데도 깊이 살펴보면 그 어원이 중국어나 몽고에서 온 것이 상당수 있다. (중략)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문명어들은 외래 요소와의 혼합을 경험했다. 그리고 그 혼혈은 그 언어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98쪽

한 힘있는 일간신문이 주묵도가 높은 난의 제목으로 사용해 매일 독자에게 읽히는 수고를 하고도 낱말 하나의 생명력을 되살려내지 못한다면, 한국어 어휘의 '순도'를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이겠다는 순수주의자들의 꿈이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더구나 이런 시도는 윤리적으로도 바탕이 튼튼하지 못하니, 자신의 우세한 지위를 이용해 자신과 극소수 동지들만이 아는 말을 사용하면서 내 말을 알아듣고 싶으면 이 말을 배워라 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그들이 사전에서 찾아낸 순수한 한국어는 그 효과에서 그들이 책상 위에서 새로 만들어낸 말과 다름없다. 누가 그들에게 자신들의 '개인 언어'를 사회에 강요할 권리를 주었는가. 그런 개인언어가 이내 민중언어로 통용될 수 있는 사회는 멋진, 무서운 신세계일 수밖에 없다. -100쪽

나는 이 잡종 언어의 흐드러진 개화가 걱정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발랄한 언어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어떤 해방감을 드러낼 뿐이다. 엄격한 규율이 지배하는 진짜 세상, 곧 오프라인 세상에서 빠져나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해방감 말이다. (중략) 물론 채팅 언어의 일부는 언젠가 표준 한국어로 편입될 수 있다. 그것은 한국어 화자의 다수가 그것을 표준 한국어로 받아들일 때다. 그리고 그것이 표준 한국어에 편입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안된다. 어떤 말이 바른 말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은 언중이기 때문이다. -102쪽

섞임과 스밈은 문화적 생물학적 진화의 피할 수 없는 요건이다. 순수한 한국어라는 것 역시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허깨비다. 설령 그런 것이 존재한다고 할지라도 '순수한 한국어'만으로 이뤄진 언어 체게는 흉측하기 짝이 없는 전체주의의 언어일 것이다. 아름다운 순수어를 고집하는 마음은 아름답지 않ㄴ다. 아름다움은 섞임과 스밈 속에, 불순함 속에 있다. -104쪽

내가 이해하는 자유주의자는 만인이 파시즘을 옹호하고, 만인이 볼셰비즘을 지지해도 이를 수락하지 않는 정신의 이름이다. 그 자유주의자는 비판을 통해서 그리고 그것만으로 충분치 않을 때는 폭력에 호소해서라도 전체주의를 분쇄할 각오가 돼 있는 사람이다. 그는 사상의 자유시장을 옹호하지만 그 사상의 자유시장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사상에 대해서만은 너그러울 수 없는 사람이다. -110쪽

민족주의라는 것은 비록 이념의 모습을 갖추기는 했지만 본질적으로 감정 상태이기 때문이다. -120쪽

민족주의의 융성이 한 민족의 독립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독립을 얻은 민족의 구성원들을 자유롭게 할 수는 없다. 역사는 그것을 증명한다. 민족주의는 그것이 강대국의 민족주의든 약소국의 민족주의든 얼마나 자주 대외적 패권주의와 대내적 집단주의를 가져왔는가? -123쪽

우리는 우리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일본 사람들의 노력으로 한자어화된 서양의 문화를 손쉽게 빌어쓰는 길을 걸었다. 확실한 것은 메이지 이래 일본 열도에서 만들어진 무수한 신조어들은 한자라는 매개를 통해 즉각 한국어에 흡수됨으로써 한국어의 어휘를 배가시키고 한국인들의 세계 인식 수준을 크게 높였다는 사실이다. 그 모든 것을 우리 자신의 힘만으로 해내지 못했다고 해서 우리말의 풍부화와 그것을 통한 우리 의식의 획기적 전환이 우리에게 좋은 일이었다는 사실마저 변하는 것은 아니다. -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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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1-04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옮겨쓰다 힘들어서 일단 스톱

다락방 2007-11-04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거 한번 읽어볼까요? 저는 소설아니면 취미가 없는데, 아프락사스님도 웬디양님도 급칭찬모드시라면..흐음..

웽스북스 2007-11-04 22:02   좋아요 0 | URL
읽어보세요 다락방님! 저도 소설이 제일 좋아요 ㅎㅎ
고종석 아자씨는 소설도 잘쓴다는! ㅋㅋ

마늘빵 2007-11-05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고종석씨 소설 <제망매>도 있답니다. :)

웽스북스 2007-11-05 12:22   좋아요 0 | URL
아프락사스님 제망매 읽으셨어요?

마늘빵 2007-11-06 08:33   좋아요 0 | URL
네!

양승훈 2008-02-17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종석씨 글이 아름답죠~~ 유려하다는 표현이 적절한 듯해요~~ 보통 비평적 글쓰기에선 항상 '건조함' 때문에 졸음 유발이 일색인데,, 이 책 저도 읽으면서 참 윤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언젠가 이 블로그 놀러왔었는데~ 잘 지내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