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작품을 대야 하는 자리에서, 고민 끝에 내가 대는 작품은 '난쏘공'이다. 시간이 많이 지나긴 했지만, 이 작품이 내게 주는 울림은 깊었고, 여전히 깊이 남아있다. 그건 그 작품 안의 문제들이 비록 그 형태를 달리하였으나, 오늘날까지도 계속 되고 있기 때문이겠지.

지난 초여름, 코엑스에서 있었던 도서전에서, 다른 책들은 거의 구경만 하고 지르지 않았다. 어차피 온라인 서점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니까. 대신 나는 서점에서 어쩐지 사기 어려울 것 같은 작가세계에 눈이 휙 돌아갔었다. 좋아하는 작가들로 고르고 골라 6권을 샀는데 그 중 조세희가 2권이다. 1990년판과 2002년판이다. 12년간의 간격을 두고 같은 사람의 세계가 어떻게 다르게 평가되고 해석되는지 궁금해서 두개다 구매를 했다. 하지만 게으른 아가씨, 그걸 읽었을리 없다. 그저 책장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작가세계들, 그중 오늘 2002년판 조세희를 꺼냈다. 이실직고하자면 1990년판을 먼저 꺼냈는데, 글씨 판형이 옛날스러워서 못읽고 다시 덮었다. 일단 인터뷰 쪽부터 읽었는데 뭉글뭉글해지는 부분이 있어 옮겨 놓는다.

난쏘공 이후로 최근에는 절필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작가세계를 보니 '하얀저고리'라는 장편을 냈다고 한다. 그런데 알라딘에서도, 네이버 검색에서도, 출판사 홈페이지에서도 찾을 수가 없네, 혹시 아시는 분 계신가요?

   
 

그때 난장이 이야기를 쓴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어요. 작품에도 나오지만 실제로 어느날 나는 그 시절 최약자들이 몰려 사는 재개발지역에 쇠고기 조금 사들고 가 그것으로 국도 끓이고 굽기도 해 집이 헐리면 당장 거리에 나앉아야 되는 세입자 가족들과 그 집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살길이 막막한 그집 가장이 국에 밥을 말던 모습이 생각나요. 우리가 식사를 반도 못끝냈을 때 철거반이 철퇴로 대문과 시멘트 담을 쳐부수며 들어왔어요. 나는 지구가 큰 폭격을 받아 깨지고 뒤집히는 줄 알았어요. 그날 지옥의 사자와 같은 철거반과 이미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그 집에서 싸우고 골목 밖에서도 싸우고 철거민 가득한 동회 앞으로 가 또 싸우고 돌아오다 나는 작은 노트 한 권을 사 주머니에 넣었어요. 모나미 볼펜 한자루도 끼어 샀던 것 같아요. 나는 그 노트에 '난장이' 연작을 쓰기 시작했어요. 비상계엄과 긴급조치가 멋대로 내려지는, 그래서 누가 작은 소리로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말만 해도 잡혀가 무서운 고문받고 감옥에 갇히는 유신헌법 아래서 나는 일찍이 포기했던 소설을 한 편 한 편 써나갔어요. 매 작품을 늘 긴급하다는 마음으로 여유 없이 썼다는 뜻예요. 그때 우리땅은 인류가 귀중한 가치로 치는 것들이 모조리 부정되는 그런 불행한 세상이었어요. 그래서 나는 이 부분에 닿으면 인류가 적으로 치는 반인륜 독재자들, 예를 들면 니카라과를 유린한 소모사나 우간다를 통치한 이디 아민, 적도 기니를 지배한 엥게마 같은 인물을 떠올리게 돼요. 저희 나라에서 그들은 중세시대와 똑같이 왕이었죠. 그들은 몇이서 나라 전체를 소유했어요. 박정희가 그런 힘을 가졌었죠. 그래서 나는 지금도 박정희, 김종필, 이후락 등 이 땅 쿠데타의 문을 활짝 연 내란 재일세대 군인들이 무력으로 집권해 피 말리는 억압독재를 계속하지 않았다면 '난쏘공'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이백자 원고 용지로 계산해 마흔 몇 장 짧은 것들로 이루어진 난쏘공은 그 하나하나를 따로 놓고 보면 힘이 없어요. 분열된 힘예요. 책으로 묶자 그것이 달라졌어요. 그런데 조급성에서 좀 벗어나 없는 여유라도 가지려고 노력하며 처음부터 장편으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이것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가 생각해보는 것인데 그렇게 했다면 물론 독자가 열두 개의 조각을 모아 긴 작품으로 각자 자기 상상력과 능력에 맞추어 읽는 기회를 박탈했을 것이고, '난쏘공'은 어느 한 싸움에 나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정체를 빨리 잡혀 죽었을 겁니다.

 

 

 

내 난쏘공은 대학 때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게 아쉬워 작년에 다시 구매했다가, 올 봄 어느 모임에 가지고 나가 다른 분의 손에 들려줬다. 꽤 좋아하던 분이어서, 그리고 밑줄이나 메모 없이 깨끗하게 읽어서 기쁘게 드렸다. 아마 밑줄이나 메모가 있었다면 오히려 보내지 못했을 듯. 다시 사겠다는 생각으로 보냈는데, 아직 못사고 있다. 하얀 저고리를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알게 되면, 같이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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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1-14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난쏘공' 여러차례 읽었고, 독서모임에서도 토론이 분분했던 책!
이제는 우리 딸이 읽으며 감상을 토로합니다. 엄마가 살던 시대가 이랬느냐고?
그런데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졌을까 싶어... 먹먹합니다!

웽스북스 2007-11-12 12:4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따님의 감상도 궁금해지네요 ^^

푸른석류 2007-11-14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인터뷰 어디에 실린 것인지 알 수 있을까요? 논문쓰는데 참고로 하고 싶습니다. ^^

웽스북스 2007-11-14 22:55   좋아요 0 | URL
작가세계 2002년 가을호입니다 ^^
쓰신다는 논문 궁금하네요

웽스북스 2007-11-15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저고리는 여전히, 탈고중인 작품이랍니다, 역시 조세희선생님 ㅠ 꼭 탈고해주세요

Hani 2007-11-19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때 책대여점에서 난쏘공을 빌려서 처음 읽었습니다. 그 후로 시간이 꽤 많이 흘렀는데.. 얼마 전 헌책방에서 난쏘공 1979년판을 발견하고 기쁜 마음에 샀답니다. 누렇게 바랜, 세로줄의 책이지만 오래된 책냄새가 참 좋네요. 조만간 다시 읽어보려 합니다. 조세희님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네요^^

웽스북스 2007-11-19 01:22   좋아요 0 | URL
누렇게 바랜 그 세로줄 책은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판인가요?
동네 책 대여점이 참 좋았네요- 우리동네는 이상한 것 밖에 없었는데, 전 고등학교 때 학교 도서실에서 봤던 것 같기도 하고- 이책은 봐도봐도 좋아요- 두번 이상 읽은 몇권 안되는 책

아 하얀저고리, 탈고해주시지 ㅠㅠ

Hani 2007-11-19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판 맞습니다^^

웽스북스 2007-11-19 12:0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 새 버전도 옛 버전도 다 좋아요 (무한럽~)
 

 

여기는 회사고, 30분 전쯤 도착해 30분쯤 배회중이다, 야근은 해도 주말근무는 절대 No,라는 나름의 철칙을 이번 주말까지 지키면 도무지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현실에, 이번주만! 잠시 철칙을 접어주기로 했는데, 텅빈 12층에서 뭐부터 시작해야될지 모르겠다. 12층에 올라오고 주말에 근무하러 나온 건 처음이고 11층에 있을 때도 주말근무는 거의 하지 않아서 근 1년만이 아닌가- 싶다. 더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입사후엔 3번째 정도인 것 같다.

주말에 회사일이든 뭐든 강남역으로 올 일이 있으면, 나는 지하철이 아닌 버스를 고수하는 편이다. 오늘도 당연히 그랬다. 심지어 오늘은 일을 하러 오는 길이었으니까. 지하도를 내려가는 순간, 내가 지하로 들어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더 오래 기다려야 하고 더 오래 걸리고 책을 읽으면 멀미가 나더라도 버스를 탄다. 어쩌면, 회사에 나오긴 하지만 오늘이 주말이라는 데서 오는, 꼭 출근시간을 엄수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누리고 싶은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평일에 버스를 타게 되면 출근시간을 장담할 수 없어 나는 꾸역꾸역 지하철을 탔으니까.

제일 좋은 건 이 버스가 과천길을 씽씽 달린다는 거다. 나는 언제고 지방에 내려가 살지 못한다면 과천쯤에서 살고 싶은데, 과천의 집값은 너무 비싸 그 꿈이 점점 멀어져만 간다. 하지만, 또 찾아보면 서울 근교에 계절을 간직하고 있는 도시는 어디고 있겠지. 계절을 그대로 머금은 과천길을 씽씽 달리며 끝나가는 가을나무, 그리고 하늘을 본다. 올 가을의 마지막이구나- 하며 감탄하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난 내일도 이 버스를 타고 출근할 예정이군.

생각해보면 오늘 최대 6시간, 내일 최대 6시간 정도 일한다해도, 12시간이면, 그냥 오늘 하루 일찍 나와 죽도록 했어도 됐을시간. 그래도 죽어도 아침 늦잠을 포기할 수 없다며, 이렇게 이틀 연속 스스로를 출근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는 게 잘하는 짓인지는 모르겠다만- 오늘 아침 늦잠은 정말 달콤했다고, ^^

자- 그럼 이제 일을 시작해볼까? 일단 커피부터 한잔 마시고 (또또 시작시간 유예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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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10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님의 두번째 금요일이시군요..^^
전 나이가 들다보니 주말에 사람 득시글 차 득시글 거리는 강남은 아예 쳐다도
안보게 되더군요..^^

웽스북스 2007-11-10 16:40   좋아요 0 | URL
네네네 월화수목금'금'금 의 따옴표친 날이지요
그래도 좋네요- 여러모로 금요일이랑은 많이 다른 자유로움!
야근보다 괜찮은데요? (앞으로 즐기면 어쩌지? ㅋㅋ)

antitheme 2007-11-10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주는 월화수목금금금입니다.
지금도 사무실...

웽스북스 2007-11-10 23:26   좋아요 0 | URL
아이코! 동지 만났네요 이건 반가워하기도 미안하고, ㅋㅋ
그럼 내일도 가실 건가요? 흐흐흐 저도 ^^

antitheme 2007-11-11 12:01   좋아요 0 | URL
네 오늘도 사무실에 나와 있습니다.

웽스북스 2007-11-11 16:30   좋아요 0 | URL
전 안갔어요- 그냥 어제 살길을 좀 마련해놓고 왔더니 오늘은 못가겠더라고요, 어쩐지 배신한 기분이다, 으흑!

마노아 2007-11-10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강남역에서 약속 있었는데, 버스 한번에 지하철 세번 타고 두시간 걸려 도착했어요. 버스 막혀 지하철 연착해, 사람 너무 많아 밟힐 것 같았어요. 그 와중에도 꿋꿋이 책을 읽었지만 결국 멀미 날 것 같았어요. 당분간 강남역은 절대 안 갈 거야요ㅠ.ㅠ

웽스북스 2007-11-10 23:28   좋아요 0 | URL
어머어머 정말요? 어디서 오신 거에요? 저도 가능하면 주말에 강남역도, 금요일 저녁 늦은 퇴근도 피하는 편이에요, 정말 '지옥' 이라는 표현밖에는;; 전 회사를 그만두고 재취업한다면, 무조건 사당-강남 라인 2호선은 피하고 말 계획이에요, 6호선, 7호선, 이런거 타고싶어요 ㅠㅠ

무스탕 2007-11-10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근 지금쯤은 퇴근해서 집에서 편안하게 시간 보내고 계시겠죠? ^^*

웽스북스 2007-11-10 23:29   좋아요 0 | URL
음...무스탕님이 댓글 남기신 시간 쯤에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오고 있었는데, 중간에 선회해서 잠깐 교회엘 다녀왔어요 ^^ 이제서야 집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아 좋아~
 

 

#1

며칠 전 회식장소에서 어떻게 하다가 혈액형 이야기가 나왔다. 순주씨는 자신이 AB형이라는 말을 하며 부끄러워했다. AB형이라고만 말을 하면 사람들이 자신에게 '정체를 밝히라'고 한다는 것이다. 피가뭐길래! 나 역시 AB형인지라, 넌 그래서 천재냐 바보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참 억울하죠? 난 AB형들 많이 봤지만 그렇게 특이한 사람 별로 없었어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순주씨는
"그래도 전 학교 다닐 때 혈액형 조사하면서 손들면 꼭 반에서 성격 특이한 애들이랑 같이 손을 들어서 어쩐지 손을 들기가 민망했었어요" 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곧장 말을 잇는다
"근데 대리님은 좀 AB형 같긴 해요"

아놔, 지금 이사람 뭐래는거니 ㅠㅠ 그래서 내가 되받아치기를!
"뭐에요! 순주씨도 AB형 같아요"

아아아, 이거 왠 혈족끼리 서로 힘을 합해 무덤을 파고 있는 상황이랍니까 ㅠ_ㅠ


#2

아침에 지갑을 두고 출근했다. 이미 익숙한 일인지라, 역에서 내려 6번출구 쪽으로 먼저 가서,
"제가 오늘 지갑을 두고와서요- 퇴근길에 차비를 드리겠습니다" 라고 이야기를 하고는 빠져나왔다. 그리고 회사에 들어서니, 어제 야근의 여파로 매우 피곤하다. 커피를 마시고 싶다. 원래 지갑을 놓고오는 날은 과장님께 돈을 빌리는데, 과장님이 미팅을 들어가신 관계로 동기 은이에게 돈을 빌리려했으나 은이도 돈이 없고, 옆자리 순주씨가 자신이 빌려주겠다며 주머니를 뒤진다. 주머니에서 1000원짜리 한장이 나온다.

"없으면 괜찮아요"
"아니에요 있어요" - 이윽고 나온 만원짜리
"그것밖에 없는 거 아니에요? 그럼 안줘도 되요"
"아니에요- 카드도 있어요, 받으세요"
"그럼 월요일에 드릴게요"

하여, 나는 커피를 한잔 사고, 남은 돈으로 점심을 먹었다. 카드로 계산하는 순주씨에게 점심값을 주면서 "흐흐 이건 아까 커피사고 남은 돈이에요" 라고 이야기하자, 순주씨 갑자기 도끼눈이 되어 말하기를,

"대리님, 아까 그 만원으로 커피 사드신 거에요?"

순간 분위기 깨갱, 나는 마치 엄마가 힘들게 벌어서 준 빠듯한 용돈으로 커피를 사마신 철없는 딸내미가 된 기분이었다. 나름 오랜만이었단 말이에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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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10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양 윈...웬디님 2전 전패...=3=3=3=3

웽스북스 2007-11-10 11:43   좋아요 0 | URL
메피님, S양이 아니구 S군, 근데 그렇게 콕 찝어서 말해주실 것까지야 ㅠㅠ

순오기 2007-11-10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라~ 지갑을 그렇게 자주 두고 다닌단 말예욧?
이 다음 치매올 나이가 되면 어떨지 상상해보면...후다닥 정신날껄요!!

웽스북스 2007-11-10 11:44   좋아요 0 | URL
네... 전 아무래도 치매가...
벌써 온 것 같아요 흑

무스탕 2007-11-10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후배가 아니고 혈족이 아니고 웬수네요 ^^;;

웽스북스 2007-11-10 11:45   좋아요 0 | URL
S가 꼭 AB형이어서 하는 얘기는 아니구요,
그러니까 제가 혈액형을 믿는 건 아닌데,
암튼 S의 정신세계는 좀 특이해요-
(어쩐지 내 무덤을 파는 것 같지만, 그러니까 나는 혈액형을 믿지 않지만, 아아아아아~)

마늘빵 2007-11-10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깐 AB형이 맞는거죠? =333

웽스북스 2007-11-10 11:45   좋아요 0 | URL
이렇게 소심하게 도망가는 걸 보니 아프님은 A형?
(아, 나 혈액형 안믿는데 자꾸 왜이러지? ㅜ_ㅜ)

마늘빵 2007-11-10 15:59   좋아요 0 | URL
나는 에이형이 아니라지요! :)

웽스북스 2007-11-10 17:59   좋아요 0 | URL
이렇게 또 A형 아니라고 굳이 말하는걸 보니 A형 성격 맞네요 ㅋㅋ
난 그냥 혼자 A형이라고 생각해야지, 막이러고 ㅋㅋ

마늘빵 2007-11-11 09:52   좋아요 0 | URL
-_- 어라. 아니라는데 막 몰고가네. 난 오형이라고요!!! 버럭!! 요럼 또 에이형 성격이라 하겠지. 그렇담.

생각하는게 정답이겠지요... (라고 하면 오형이려니 하겠구나)

웽스북스 2007-11-11 20:42   좋아요 0 | URL
예상되는 반응을 모두 검토하고 그에 적합한 반응을 탐색하는 걸로 봐서는, A형 맞는 것 같긴 한데- 더 장난 치다가는 화내실 것 같지만 O형의 둥글둥글한 너그러움으로 이해해 주세요~ 헤헤헤헤

마늘빵 2007-11-12 00:02   좋아요 0 | URL
ㅋㅋ 저두 장난치는건데. 예상되는 결과를 미리 짐작하고 이거저거 검토해보는 성격은 맞아요. :)

이매지 2007-11-10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제 일단 집에는 와야겠기에 버스카드 충전(10000원)하고
점심 사먹었더니(1100원) 달랑 100원 남아서
커피 한 잔 뽑아먹고 그 뒤로는 저녁 먹을 돈이 없어서 집에 돌아온-_-;;;;;

웽스북스 2007-11-10 11:46   좋아요 0 | URL
그래도 버스카드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커피가 100원이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

2007-11-12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2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런데 대리님이 여기 불친절하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생각보다 친절한데요? 아저씨 밥도 잘 갖다주시고"

오랜만에 점심시간에 도무지 찾을 곳이 없어서 간 회사앞 분식점 김밥속으로,에서 밥을 먹다가 순주씨가 말했다. 그러게 웬일로 밥은 얼마든지 줄테니 먹으란다. 그런데 밥맛이 바뀌었다. 과장님은 이거 중국산 찐쌀 아니야? 라고 말한다. 찐쌀이 아니고는 밥이 이럴 수 없다면서. 그러고 보니 식당 앞에 붙어 있던 '우리 쌀로 밥을 짓는다'는 문구가 사라진 것 같다. 나가면서 제대로 본다는 걸 잊었네.

"김밥속으로,가 불친절한 때는 '돈이 안되는 때'에요. 지금 여기서 우리는 돈이 되는 손님이잖아요"

나는 사람이 나이가 들면 어느 정도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 믿음이 확실해진 건 김밥속으로 주인 아저씨의 얼굴을 보면서였다. 김밥속으로 주인 아저씨의 얼굴에는 정말 돈 욕심이 가득하다. 그 돈욕심이 처음으로 보이기 시작한 때는, 회사 후배인 수현씨가 김밥 한줄을 샀을 때 아줌마가 넣어준 단무지를 아저씨가 야멸차게 뺐을 때였다. 김밥 한줄에는 단무지를 넣어주지 말라는 구박과 함께. 심지어 거기 김밥은 천 오백원인데 말이다. 카드기는 수건으로 교묘하게 감춰놨다. 이천 오백원짜리 참치 혹은 김치 김밥을 사고 가끔 법인 카드를 내야하는 상황이 오는데, 그럴 때면 온갖 싫은 표정을 다 지으신다. 그래도 우리가 자주 가는 손님이라 거부는 못한다. 세금 빠지고 수수료 빠지면 남는 것도 없으시단다. 아! 탈세도 하시나보다. (국세청에 신고할까 심각하게 고민도 했었다) 그래서 난 김밥속으로에 가면 꼭 카드를 낸다. 이건 나의 소심한 복수다. 아니다. 내 돈은 탈세를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정당방위다.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 같은 바쁜 때에 손님이 많아 자리가 없네, 라며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면 늘 '1분'이면 자리가 난다며 일단 들어오시라며 잡는다. 1분만에 자리가 나는 법은 거의 없음에도 말이다. 그런 얘기를 해주면서 밥을 먹고 있는데 "손님이 꽉 찼거든요? 다음에 오세요" 라는 소리가 들린다. 어? 왠일이지? 오는 손님을 막다니? 라며 의아한 맘으로 고개를 들어 그 쪽을 보니 여자손님 하나가 들어오려는 걸 막는 중이다. 혼자 오는 손님이 테이블 하나 차지하는 걸 곱게 볼 리가 없지. 이 바쁜 점심시간에. 우리 테이블 뒤에 있던 그 빈 테이블이 여자손님 눈에는 안보였을까? 그 아저씨 눈에는 안보였을까?

싸고 가깝고 음식맛도 나쁘지 않은 김밥속으로에서 종종 김밥은 살지언정, 앉아서 밥을 먹는 일은 두달에 한번 있을까말까한 이유는 이런 거다. 여기서 밥을 먹고 있으면 꼭 보기에 편치 않은 일이 보인다. 그러다보면 서둘러 밥을 먹고 나오게 되고, 먹고 나서도 불쾌한 감이 찝찝하게 남는다는 것. 분명 재료도 싸구려로 쓸거야,라는 근거가 아주 없지만은 않은 툴툴댐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런데 두세달쯤 되면 또 까먹고 분식이 땡겨~ 하면서 가는 우리도 참...!

암튼 또 그렇게 불쾌하게 밥을 먹으면서 나온다. 우리는 다섯명이어서 테이블 두개를 이용했고, 이제 그 테이블을 떼면 두개의 테이블이 나온다. 대기중인 팀이 한 팀 있었고, 일어서려는 우리와 동시에 행색이 매우 초라한 아저씨 한 명이 들어온다. 자리는 분명 두 테이블이다. 그 아저씨는 그걸 확인하고 테이블쪽으로 걸어들어온다. 김밥속으로 사장님과 생김새와 마인드가 매우 비슷한 총무격의 종업원이

"잠시만요, 기다리는 분이 계시거든요?"
라며 아저씨를 저지한다. 아저씨는 황당한 표정이다.
"밖에 나가계세요"

그리고 앞팀 한팀은 여전히 안에서 기다리게 한다. 우리가 계산을 하고 나갈 때까지 김밥속으로 아저씨는 그 초라한 아저씨를 안으로 들이지도, 테이블로 안내하지 않았다. 아저씨는 유리문 밖에서 계속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밖에서 기다린 적은 거의 없었던 나는 이제 여기서 김밥도 사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한다. 원래 불친절한 음식점이어서 모든 손님들에게 다 불친절하게 대하는 곳이라면 이렇게까지 불쾌하지는 않았을 거다.

얄밉다는 말도 김밥속으로에 갖다대니 귀엽다, 이건 정말 나쁘다. 아, 이 빈약한 표현력, 더가면 욕이 나올 것 같단 말이지.


혹시 나같은 사람 없나, 하고 검색해보니 이런 검색결과가 나온다.

http://kin.naver.com/db/detail.php?d1id=8&dir_id=80601&eid=keeJa8wFKZ2H7/OKpBCyrHfl16cNmyBL&qb=sei55LzTwLi3zg==

강남역 7번출구 8번출구 비추천 음식점, 가지 말아야할 음식점
(이렇게 써놓으면 검색도 되나? 내가 쫌 쪼잔하고 집요하다 뒤끝이 백만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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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08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같은 세상에 저런식으로도 장사가 된다는 사실이 참으로 신기할 뿐입니다.^^
저러다 괜히 사람 잘못봤다 아저씨가 김밥속으로 들어가는 봉변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웽스북스 2007-11-08 10:24   좋아요 0 | URL
어어어 아저씨를 김밥속으로 넣는다? 굿~ 1만원에 파는 롱~김밥으로 (아 나 너무 잔인해 ㅋㅋ)

마늘빵 2007-11-08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목이 좋은가보군요. 그래도 장사가 잘 되는거보니. 그래서 점심시간에 혼자 분식집 가서 밥먹는건 눈치보인다니깐.

웽스북스 2007-11-09 01:14   좋아요 0 | URL
네 목이 좋은 편이죠- 강남역 8번출구쪽 스타벅스와 커피빈 맞은편이니까요 ^^ 아프님도 지나가다가라도 절대 절대 가지 마세요. 김.밥.속.으.로- 이제 논문도 끝나셨으니 혼자 분식집 가실 일도 없으시겠네요 ^^

시비돌이 2007-11-09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장님 웬지 안쓰럽네요. 살만할텐데, 굳이 그렇게 사셔야 하는지, 그렇게 사시니까 살만해진건지, 근데 거기 되게 자주 가는데, 김밥속으로는 못봤어요. 전 모퉁이에 있는 골목집인가에서 수제비라짬뽕 이런 걸 즐겨 먹죠. ^^

웽스북스 2007-11-09 09:36   좋아요 0 | URL
성격 자체가 원래 그러신듯- 가끔 은행에서도 만나는데 돈을 갖다 맡기는 얼굴이 또 얼마나 표독표독해 보이는지 말이죠! 지나가다가 흘깃 한번 보세요- 라면집에서 강남역쪽으로 서른발자국만 걸어가면 되요~ GS25 바로 옆! 절대 들어가지는 마시고요... (사람많은 시간에 혼자라면 더더욱~)근데 그 골목집 수제비라짬뽕 맛있죠 ㅋㅋㅋ 걸쭉한 것이~ 그집 김치볶음밥도 맛있어서 자주 먹었어요 ^^ (언제쯤 한번은 스쳤을듯? ㅎㅎ 요즘엔 잘 안가지만 ;;)

시비돌이 2007-11-09 18:08   좋아요 0 | URL
아, GS23 옆집이 케밥속으로군요.(나름 플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ㅋㅋ) 두세번 갔던 것 같아요. 근데 전 성격상 사람 많을때는 아예 안들어가고, 다른 사람들이랑 움직이는 시간도 좀 달라서 사람 없을때만 갔기 때문에 못 느꼈던 것 같습니다.

웽스북스 2007-11-10 00:08   좋아요 0 | URL
앗 이미 가셨던 곳이군요- 케밥속으로 캐안습 ㅋㅋ
앞으로는 가지 마세요!

가시장미 2007-11-09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 지금 김밥먹고 있는데.. 으흐흐흐... 글의 내용과 전혀 상관 없는 댓글! -_-a

웽스북스 2007-11-09 13:05   좋아요 0 | URL
흐흐 무슨김밥 드시나요? 저는 김치김밥을 좋아한답니다~

푸른신기루 2007-11-10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아저씨 참 나쁘네요. 미워요!!
그렇게 굴어도 장사가 되나보네요, 쳇쳇쳇.

웽스북스 2007-11-10 00:09   좋아요 0 | URL
아 전 그걸 맨날 혼동하는 얼빵한 아가씨랍니다 ㅋㅋ
감사해요 ^^

산사춘 2007-11-10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글 읽고 같이 불쾌해졌었는데(칭찬인가?),
태그읽고 유쾌해졌어요.
분명 악행이 더 있었을 거야요. ㅎㅎ

웽스북스 2007-11-10 01:08   좋아요 0 | URL
그죠그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ㅋㅋ
제 별명이 뒤끝백만년이거든요- 걸리기만 해봐라 그냥~ ㅋㅋ
 



요즘들어 피곤할 때면 이상하게 눈에 다래끼 같은 게 솟아오른다. 몸의 상태가 피곤할 때 면역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라고 인터넷에서 누가 설명해놨던데, 아무리 면역력이 약해졌어도 그렇지 구질구질하게 다래끼가 뭔지. 그러니까 이게 꼭 어떤 기분이냐 하면 여주인공들은 백혈병이나 심장병에 걸리는데, 혼자 대장항문질환 같은 데 걸린 가오 안사는 비련의 여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에잇, 다래끼 따위 들어가버리란말이얏! 구질구질해 보인단 말이얏, 이럴 바엔 차라리 안보이게 입이나 헐 것이지! 라는 병에 대한 비논리적이고 말도 안되는 기준에 의거한 생각을 혼자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녁에 거울을 보니

다래끼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난 입이 헐었다. 다래끼도 굳이 괄시받아가며 내 눈에 자리잡고 살기는 실었던 거야. 그런데 입이 허니까 음식 먹기가 힘들어서 고역이다. 다래끼보다 더 괴로운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도 다래끼가 나았어,라고 말하면 내일 또 다래끼가 생기는 건 아닐까 하여 난 조용히 입병을 참고 견딘다. 집에 가서 '이비나' 발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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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07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결론은 피곤하고 예민하다는 말씀..고로 툭 건들면 활화산처럼...?? 후덜덜..

웽스북스 2007-11-08 00:03   좋아요 0 | URL
건강이 부실하다는 얘기입니다- ㅎㅎ

순오기 2007-11-07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러니까 좋은 말의 씨를 남겨야겠군요.
이웃의 아짐도 피곤하면 다래끼가 생기는데, 죽염으로 소독하면 사라진다더군요!

웽스북스 2007-11-08 00:04   좋아요 0 | URL
아 죽염을 눈에요? 덜덜
순오기님 따님도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이 되겠다고 많이 얘기를 해서 이번에 합격했나봐요 흐흐흐 다시한번 축하! 축하는 가능하면 때와 장소를 안가리고 ^^